실존의 조건 1 실존의 조건 1
김주호 지음 / 자유정신사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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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 전에 참석한 강의에서 강사분이 이런 얘기를 하는 것을 들었다.

 

공부 잘하는 비결은 따로 없습니다. 국어, 영어, 수학 등 각 과목의 본질을 파악하는 것, 그것이 바로 공부 잘하는 비결이죠. 국어는 단어와 문장이라는 기본을, 영어는 의사소통이라는 기본을, 수학은 수식과 도형이라는 기본을 다지면 그 어떤 어려운 문제라도 풀 수 있죠

 

이 얘기는 공부에만 한정되는 얘기가 아니다. 우리의 삶에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는 말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이 생각이 더욱 강해졌다. 그렇다면 우리의 삶에 있어서 본질은 무엇일까? 본질이 무엇인지를 알아야 우리에게 일어나는 모든 일을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저자는 우리의 삶에서 찾아야 할 본질은 바로 우리 자신이라고 말한다. 그렇기에 1권과 2권에 걸쳐 잃어버린 []를 찾기 위한 8가지 조건을 알려준다. 저자가 말하는 8가지 조건은 우리가 무엇을 잃어버렸는지, 그래서 무엇을 다시 찾아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이야기들이다.

 

처음에는 읽기가 쉽지 않았다. 내용적인 면도 있지만 문장이 눈에 쉽게 들어올 정도의 탁월한 문장이라고 말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조사가 빠진 부분도 있고, 쉼표가 많아 읽기 좋을 때도 있었지만 오히려 흐름을 방해하기도 했다. 물론 저자의 의도는 잠시 멈춰서 그 문장을 깊이 생각해보라는 것이겠지만.

 

그런데 저자의 글쓰기 방식에 조금 익숙해지자 내용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저자는 여타의 철학책과는 달리 각 문장마다 독자가 생각할 거리를 계속해서 던진다. 자신에 대해, 삶에 대해, 존재에 대해, 생각에 대해.

 

자신을 찾아가는 길이 하나밖에 없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각자가 서로 다른 길을 가겠지만 결국 가고자 하는 목적지는 같을 것이다. 그 길은 누구도 대신해서 갈 수 없다. 아무리 힘들어도 스스로 나아가야 할 길이다. 이 책이 그 길로 들어가는 열쇠를 알려줄 것이다. 놀랍고도 멋진 세계로 이어진 그 길로 가는 열쇠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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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된 한패
플로르 바쉐르 지음, 권명희 옮김 / 밝은세상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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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모든 설명은 제쳐두고 제레미와 베르트랑의 대화를 읽으면 이 책을 쓴 저자의 의도를 분명하게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정치계급은 제 잇속만 챙기려고 해. 너 같은 관료들은 모든 일에 아예 손을 놓아버렸고. 문제는, 널 포함한 관료들과 정치인들은 선거만 생각한다는 거야.”

그럼 너나 헤지펀드 동료들은 돈 벌 궁리밖에 더 하냐.” (p.156)

 

두 사람의 대화를 보면 모두가 한 통속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다들 제 잇속만 챙기는 사람들. 저자는 그들을 가리켜 <조직된 한패>라고 부른다. 오로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진실을 숨긴 채 다른 모든 것들을 희생시키는 이들은 결국 하나의 목적을 위해 조직적으로 뭉친 패거리일 뿐이다(물론 세바스티앙과 그 친구들을 가리키는 말이기도 하지만).

 

플로르 바쉐르의 <조직된 한패>는 그리스 회계장부 조작 사건을 통해 정치권력과 금융계가 어떤 관계를 맺으며 세상을 농락하는지를 보여주는 소설이다. 금융협상의 달인인 세바스티앙은 회사로부터 그리스 회계 장부 조작 사실을 은폐하라는 지시를 받지만 이전과는 달리 이 사건의 진실을 폭로하기로 결심한다. 이를 위해 각계각층에서 일하는 대학교 동창들을 찾아다니지만 친구들은 거대 권력에 맞서는 일에 선뜻 동참하려고 하지 않는다. 홀로 거대 권력에 맞선 세바스티앙은 결국 자살로 위장된 의문의 죽음을 당하고, 그의 죽음에 친구인 앙투안이 사건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권력을 원하면 미친다. 권력을 지니면 서서히 죽어가는 것이다. (p.212)

 

세바스티앙의 친구들을 보면 권력에 미쳐간다는 말이 무슨 의미인지 알 수 있다. 정말 권력이란 것이 그런 것일까? 피도 눈물도 없는 냉정한 인물로 변해 미쳐가다 결국은 자폭하고 마는 그런 것일까? 권력을 맛 본 자들은 그와 비슷한 이야기들을 한다. 한 번 빠지면 빠져나올 수가 없다고. 끝없이 파멸의 늪으로 끌어들이는 거부할 수 없는 힘이라고.

 

익숙하지 않은 금융 관련 용어나 내용들이 적지 않아 처음에는 솔직히 몰입하기 쉽지 않았다. 그렇지만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소설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특히 앙투안이 서서히 전면으로 나서기 시작하면서부터 재미가 더해졌다(앙투안과 클라라와의 관계도 궁금증을 더욱 커지게 만들었다). 마지막 결론도 시원했고.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지금 이 순간 내 친구들은 어떤 모습들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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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 강요 - 1536년 초판 세계기독교고전 14
존 칼빈 지음, 양낙흥 옮김 / CH북스(크리스천다이제스트)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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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말에 크리스천 다이제스트에서 출판한 3권으로 된 <기독교 강요>를 읽었다. 분량이 적지 않아 읽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렸지만 하나님을, 예수님을, 성령님을, 또한 그리스도의 은혜를 받는 방법과 하나님이 세우신 외적인 은혜의 수단인 교회에 대해 제대로 배울 수 있었다. 다만 분량이 적지 않다 보니 반복해서 읽는다는 것이 생각만큼 쉽지 않아서 조금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그러다 이번에 <1536년 초판 기독교 강요>를 읽을 기회가 생겼다. 1권으로 된 이 책이 칼빈의 사상을 간결하면서도 명확하게 전달하고 있다고 하는데, 이는 초판의 사상이 거의 변함없이 최종판에도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종판을 읽은 후 초판을 읽었기에 초판의 사상과 최종판의 사상의 근원이 동일하다는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최종판은 당시 로마교회나 재세례파의 신학적 오류를 반증하기 위해 분량이 늘어났다는 설명처럼 최종판에 덧붙인 내용들을 추려냈을 때 만나게 되는 칼빈의 사상이 초판에 실린 내용이었다. 첫 페이지에 도표로 설명한 초판과 최종판의 흐름을 보면 이 부분을 더욱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칼빈이 이 책을 처음 썼을 때 그 의도는 교리문답서로 사용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다 칼빈은 프랑스에 있는 개혁주의 동포들이 박해받는 상황에서 프랑스 왕 프랑스아 1세에게 참된 기독교의 기본원리를 증명하기 위해 이 책을 썼다고 한다. 그렇기에 책의 구성도 프랑스아 1세에게 보내는 헌사, 교리문답식 내용(1-5), 왕에 대한 탄원의 결론(6)으로 이루어진다.

 

이 책 한 권에는 기독교인들이 알아야 할 기본적인 교리들이 모두 담겨있다. 기독교 신앙의 모든 부분을 포함하고 있지만 읽고 이해하는 것이 그렇게 어렵지 않다. 그렇기에 초신자에서부터 신앙생활을 오랫동안 한 신자에 이르기까지 한 번은 읽고 참된 기독교인으로서 어떠한 삶을 살아가야 할지 돌아보아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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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만에 기억력 천재가 된 남자 - 전 세계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만든 기억의 위대한 힘
조슈아 포어 지음, 류현 옮김 / 갤리온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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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말 하는 게 죽기보다 싫지만 나이가 들어가면서 점점 더 기억력이 줄어든다. 며칠 전에 뭘 했는지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말하고 싶은 단어가 머릿속에 떠오르지 않고 입 안에서만 맴돌아 답답해서 죽을 것 같았던 적도 상당하다. 이런 현상은 나이가 들어가면서 생기는 자연스러운 현상일까? 아니면 기기가 발전하면서 나타난 생각지도 못한 하나의 폐단일까?

 

이제 세상은 핸드폰, 인터넷 등 과학이 발전하면서 굳이 무언가를 기억할 필요가 없는 시대가 되었다. 손가락 몇 번만 움직이면 알고 싶은 모든 것을 찾을 수 있다. 이런 시대에 기억력은 무언가 시대에 뒤떨어진 얘기처럼 들리기도 한다. 그렇다면 기억력은 별다른 가치가 없는 능력인 걸까?

 

저자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저자의 주장에 따르면 기억력은 모든 쉽게 찾을 수 있는 이 시대에 오히려 더 필요할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기억력이 바로 창조의 토대이기 때문이다. 창조성이란 공통저이 전혀 없는 이미지를 서로 연결하고 새롭게 창조해 미래에 투사하는 능력이기 때문이다(p.288).

 

전혀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기억과 창조라는 두 단어는 결코 서로 동떨어진 별개의 능력이 아니었다. 조금만 생각해봐도 이는 너무나 당연하다. 아는 것이 없는 상태에서 어떻게 새로운 무언가가 나올 수 있을까?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라는 말처럼 모든 창조의 기본에는 이미 알고 있던 지식이나 이미지나 생각이 자리 잡고 있다.

 

그렇다면 창조의 토대가 되는 기억력은 어떻게 하면 좋아질 수 있을까? 기억력은 이를 타고난 사람들만의 전유물일까? 아니면 모든 평범한 사람들도 훈련을 통해 기억력을 높일 수 있을까? 저자는 전미 메모리 챔피언십에서 신기록을 세운 자신의 경험을 말하면서 모든 사람들이 자신처럼 기억력을 높일 수 있다고 말한다.

 

저자가 말하는 기억력 향상 방법은 고대부터 이어져 내려온 기억의 궁전이라 불리는 것이다. 이 기억술은 기억하고 싶은 내용을 이미지로 바꿔 자신만의 공간에 저장하는 것으로, 이미 많은 이들이 알려준 연상법이 이와 유사한 내용이지 않을까 싶다.

 

너무나 간단한 이 방법이 실제로 기억력 향상이 도움이 된다고 한다. 이런 결과는 멀리서 찾을 필요가 없다. 간단한 테스트를 해보면 바로 알 수 있다. 물론 기억의 궁전에 저장할 내용을 어떻게 만들어내는 것일지에 따라 그 지속력은 상당히 다르겠지만 말이다.

 

그 어떤 때보다 창의력을 강조하는 시대이다. 이 시대를 앞설 나가는 데 필요한 창의력을 키우는 방법은 어렵지 않다. 이 책에서 설명한 간단한 기억술 훈련법을 실천하는 것이다. 저자가 설명한 기억력 훈련을 통해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갈 작가, 화가, 과학자 등이 많이 나오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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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의 그녀
가키야 미우 지음, 김은모 옮김 / 콤마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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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보자마자 어딘지 낯익은 느낌이 든다. ‘왜 그런 걸까곰곰이 생각해보니, 맞다!! 같은 제목은 아니지만 비슷한 느낌을 준 백영옥 작가의 <애인의 애인에게>가 떠오른다. 남편과 애인은 천양지차이긴 하지만 그래도 설정은 비슷한 거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하며 책을 읽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분명 이런 생각이 맞는 듯 했다. 그런데 점점 생각과는 다르게 나아가기 시작한다. 남편의 외도를 의심한 히시코가 호시미를 만나는 장면에 이르러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흐르기 시작한다. 많은 소설이나 영화에서 소재로 사용한 그것, 바로 서로의 몸이 바뀌는 설정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 뭐야. 이거 너무 식상한 소재 아닌가? 요즘에는 너무 자주 본 설정이라 그다지 기대할만한 내용은 아닐 것 같은데. 게다가 당황해하는 두 사람에게 할머니가 던진 한 마디가 계속 읽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를 고민하게 만들었다.

 

상대의 마음을 뼛속까지 이해하면 원래대로 돌아갈 거야

 

역시 그렇군. 이렇게 나갈 것 같더라니. 왠지 결말이 보이는 느낌이 들었다.

 

히시코와 호시미가 서로의 몸으로 살아가면서 상대방을 이해하는 과정을 그린 소설, 이라고 생각하기에는 그 뒤의 흐름이 또 다르다. 처음에는 그저 두 사람이 제자리를 찾아가기 위한 그림이 그려질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작가는 내 생각을 뛰어넘어 진정으로 이해하는 대상을 보다 넓게 설정한다. 바로 두 사람 옆에 늘 함께 했던 이들에 대한 이해의 과정으로 말이다.

 

히시키도 호시미도 자신들 옆을 지키고 있는 이들을 그렇게 깊이 이해하지 못했다. 잘 안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았다. 남편도, 아이도, 부모님도 어쩌면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그저 자신의 눈높이에서만 상대를 바라보았기 때문에 그들이 실제 어느 높이에 있는지는 알지 못했던 것이다.

 

마음이 아프다. 나도 그들과 별반 다를 바 없기에. 내 주변에 있는, 내가 가장 사랑하는 이들에 대해 나는 얼마나 이해하고 있을까? 얼마나 많은 관심을 쏟고 있을까? 아니, 얼마나 그들의 눈높이에서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을까?

 

내가 아니라 또 다른 누군가의 눈으로 봤을 때 보이는 그런 것들이 사랑하는 이들의 관계를 더욱 깊게 만든다. 어쩌면 그런 것들이 바로 내가 사랑하는 이들의 본성이자 실존의 표현이기에 말이다. 또 다른 시선으로 보는 일이 너무나 어려운 일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진정한 행복은 이렇게 어려워 보이는 일도 마다하지 않을 때 우리에게 다가온다. 그 길이야말로 나 자신을 바꾸는 유일한 길일지도 모르기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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