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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의 그녀
가키야 미우 지음, 김은모 옮김 / 콤마 / 2016년 4월
평점 :
절판
제목을 보자마자 어딘지 낯익은 느낌이 든다. ‘왜 그런 걸까’ 곰곰이 생각해보니, 맞다!! 같은 제목은 아니지만 비슷한 느낌을 준 백영옥 작가의 <애인의 애인에게>가 떠오른다. 남편과 애인은 천양지차이긴 하지만 그래도 설정은 비슷한 거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하며 책을 읽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분명 이런 생각이 맞는 듯 했다. 그런데 점점 생각과는 다르게 나아가기 시작한다. 남편의 외도를 의심한 히시코가 호시미를 만나는 장면에 이르러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흐르기 시작한다. 많은 소설이나 영화에서 소재로 사용한 그것, 바로 서로의 몸이 바뀌는 설정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아, 뭐야. 이거 너무 식상한 소재 아닌가? 요즘에는 너무 자주 본 설정이라 그다지 기대할만한 내용은 아닐 것 같은데. 게다가 당황해하는 두 사람에게 할머니가 던진 한 마디가 계속 읽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를 고민하게 만들었다.
“상대의 마음을 뼛속까지 이해하면 원래대로 돌아갈 거야”
역시 그렇군. 이렇게 나갈 것 같더라니. 왠지 결말이 보이는 느낌이 들었다.
히시코와 호시미가 서로의 몸으로 살아가면서 상대방을 이해하는 과정을 그린 소설, 이라고 생각하기에는 그 뒤의 흐름이 또 다르다. 처음에는 그저 두 사람이 제자리를 찾아가기 위한 그림이 그려질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작가는 내 생각을 뛰어넘어 진정으로 이해하는 대상을 보다 넓게 설정한다. 바로 두 사람 옆에 늘 함께 했던 이들에 대한 이해의 과정으로 말이다.
히시키도 호시미도 자신들 옆을 지키고 있는 이들을 그렇게 깊이 이해하지 못했다. 잘 안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았다. 남편도, 아이도, 부모님도 어쩌면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그저 자신의 눈높이에서만 상대를 바라보았기 때문에 그들이 실제 어느 높이에 있는지는 알지 못했던 것이다.
마음이 아프다. 나도 그들과 별반 다를 바 없기에. 내 주변에 있는, 내가 가장 사랑하는 이들에 대해 나는 얼마나 이해하고 있을까? 얼마나 많은 관심을 쏟고 있을까? 아니, 얼마나 그들의 눈높이에서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을까?
내가 아니라 또 다른 누군가의 눈으로 봤을 때 보이는 그런 것들이 사랑하는 이들의 관계를 더욱 깊게 만든다. 어쩌면 그런 것들이 바로 내가 사랑하는 이들의 본성이자 실존의 표현이기에 말이다. 또 다른 시선으로 보는 일이 너무나 어려운 일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진정한 행복은 이렇게 어려워 보이는 일도 마다하지 않을 때 우리에게 다가온다. 그 길이야말로 나 자신을 바꾸는 유일한 길일지도 모르기에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