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사회 - 현대사회의 감정에 관한 철학에세이
정지우 지음 / 이경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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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뉴스를 보다보면 심심치 않게 듣게 되는 사건 중 바로 보복 운전에 대한 것이다. 어느 순간부터인가 한국의 수많은 운전자들이 보복 운전이라는 형태의 범죄를 저지르기 시작했다. 자신이 하는 운전에 방해가 된다는 이유로 끝없이 경적을 울리거나, 계속해서 브레이크를 밟으며 상대방이 가려는 경로를 가로막거나, 상대방의 차량 앞으로 갑작스럽게 끼어들거나 하면서 상대를 위협한다. 심지어 차에서 내려 물리적인 공격을 가하는 이들도 있다.

 

이들을 보면 오늘날의 대한민국이라는 사회에 얼마나 많은 분노가 도사리고 있는지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다. 백의민족, 평화를 사랑하는 민족, 정이 많은 민족이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솟구쳐 오르는 분노를 주체하지 못하고 범죄를 저지르는 이들이 한둘이 아니다. 이런 현상은 한 두 개의 신문 기사만 훑어보아도 바로 확인할 수 있다.

 

도대체 이런 일이 왜 일어나는 걸까? 저자는 이렇게 설명한다. 자아상이 올바로 확립되지 않은 사람들이 자신들만의 관념을 가지고 바라본 사회가 자신들의 기대와는 다르기 때문에 분노를 제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라고.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이런 말이다. 떵떵거리며 잘 살고 싶은 게 모든 이들의 바람이지만 현실에서 정말로 떵떵거리며 잘 사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처럼 현실과 이상에 괴리감이 생긴 이들에게 생기는 관념적 정서가 바로 분노라고.

 

저자는 나르시시즘, 집단 이기주의 등을 예로 들며 분노로 물들어버린 대한민국의 오늘을 분석한다. 주변을 둘러보면 저자가 말하는 유형의 사람들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자신의 생각에 빠져 다른 이들의 생각이나 원칙을 전혀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 지역주의, 학벌주의, 좌파, 우파와 같은 집단 이기주의에 빠진 이들은 조금만 자신의 생각과 달라도 쉽사리 분노하고, 때로는 분노가 지나쳐 상대방을 증오하기도 한다.

 

이처럼 분노로 물든 오늘날의 대한민국을 어떻게 치유할 수 있을까? 저자의 해법은 어찌 보면 매우 근본적이면서 정말로 간단하다. 사회의 기본이 되는 각 개인이 올바른 자의식을 갖추면 된다. 저자의 표현대로 하자면 자신만을 바라보는 나르시시즘과 정반대로 제3의 시선인 미의식으로 자신을 객관적인 지평에서 끊임없이 바라보아야 한다. 이런 미의식을 가진 개인들이 늘어나면 사회는 조금씩, 조금씩 변하게 된다. 그런 변화 속에서 이 땅에 만연한 분노는 자연스럽게 사라지게 될 것이다.

 

간단하지만 참 어려운 일이다. 자신을 먼저 돌아보고 스스로의 잘못을 바꾸려는 사람들이 그렇게 많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저자의 말처럼 사회를 만들어내는 개인이 변하지 않으면 결코 아무런 변화도 이뤄낼 수 없다. 사회의 근본이 바로 각각의 개인들이니까 말이다.

 

바로 나부터 시작해야겠다. 이 땅에 정말로 필요한 새로운 변화를 위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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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기 위해 산다
더글러스 프레스턴.링컨 차일드 지음, 신선해 옮김 / 문학수첩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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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기 위해 산다. 굉장히 역설적인 표현이다. 무슨 말인지 무척 궁금했다. 과연 죽기 위해 산다는 주인공은 어떤 인물인지, 그를 둘러싼 사건들은 어떤 것인지, 그는 왜 죽기 위해서 살아야만 하는지 등등. 모든 것들이 궁금했다.

 

기드온 크루의 아버지와 관련된 소설 초반부를 보면서 무언가 어설프다는 느낌이 먼저 들었다. 어느 날 자신의 눈앞에서 인질극을 벌이다 총살을 당한 아버지. 그 깊은 내막을 알지 못한 채 지내다 어머니의 죽음 앞에서 아버지의 죽음에 얽힌 진실을 듣는 기드온 크루.

 

아버지의 복수를 부탁하는 어머니의 유언대로 아버지를 파멸로 이끈 샘블리 터커 중장에게 복수하기 위해 서서히 터커 주변을 탐색하며 방법을 구사하는 기드온 크루의 모습은 현실적인 모습과는 조금 동떨어졌다는 느낌을 버릴 수 없었다.

 

물론 기드온 크루가 살아온 삶의 여정을 보여주지 않은 채 바로 아버지의 복수를 하기에 그가 보여주는 다양한 능력이 가능하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선뜻 마음에 와 닿지는 않는다. 간단한 목소리 흉내로 상대방을 속여 넘기는 모습도, 터커가 보낸 다이코빅과의 관계도. 게다가 성공리에 아버지의 복수를 끝낸 후 얼렁뚱땅 맡게 된 임무. 조금은 억지스럽지 않나, 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다 소설이 조금씩 진행되면서 나름의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빠른 전개나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은 기드온이 첩보원으로서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모습, 현실에서 실제로 일어날 수 있는 전도체라는 소재, 인간살인 병기라는 노딩 크레인과의 숙명적인 대결 등등.

 

첩보물을 그다지 선호하지 않기에 기대했던 것과는 조금 달랐지만 무더운 더위에 지쳐가는 그 때, 시원한 음료수 한 잔과 함께 읽으며 상쾌, 통쾌, 유쾌한 기분을 충분히 느낄 수 있을만한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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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도를 본받는 교회 - 데살로니가전.후서 강해집
이영훈 지음 / 교회성장연구소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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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의 마음 닮아서 이웃을 사랑하는 교회

주님의 영광을 위해서 빛 되신 주님 전하는 교회

사랑의 불꽃이 활짝 피어나 날마다 사랑에 빠지는 교회

주께서 사랑하는 우리 교회가 이런 교회 되게 하소서

 

교회의 참 모습을 들려주는 이 CCM을 자주 부른다. 진정으로 우리 교회가 이 CCM 가사처럼 되기를 간절히 기도하면서 말이다.

 

성경에는 우리가 본받아야 할 교회가 나온다. 그 중 하나가 바로 데살로니가 교회이다. 바울이 데살로니가 교회에 보낸 서신을 보면 이를 알 수 있다. 바울은 서두에서 데살로니가 교회로 인해 하나님께 감사하고 그들의 아름다운 신앙의 모습을 늘 기억한다고 말한다.

 

데살로니가 교회는 말 그대로 믿음과 소망과 사랑의 열매가 풍성한 교회였다. 그들은 입술로만 사랑을 외치는 교회가 아니었다. 주님이 말씀하신 그대로 행함과 진실함으로 믿음을, 소망을, 사랑을 드려낸 교회였다.

 

오늘날 많은 교회들은 어떤가? 데살로니가 교회처럼 하나님의 선택을 받아 믿음과 소망과 사랑의 열매를 맺는 교회들도 적지 않지만 그렇지 못한 교회들도 자주 만나게 된다. 사랑을 말하면서 뒤로는 다툼과 분노를 품고 있고, 믿음을 말하면서 결코 성경대로 행하지 않는다. 소망을 들먹이지만 하늘의 소망이 아니라 현실의 소망만을 간절히 바란다.

 

주님은 그런 교회의 모습을 보시면서 어떤 생각을 하실까? 그 분이 보여주신 모든 것을 따르지 않는 교회들의 모습을 보면서 얼마나 아파하실까?

 

이영훈 목사님의 데살로니가 전후서 강해집인 <그리스도를 본받는 교회>는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었던 데살로니가 교회의 모습 속에서 오늘날의 교회가 나아가야 할 모습을 다시 한 번 깨달을 수 있도록 이끌어준다. 한 구절 한 구절을 설명하시는 내용이 어렵지 않아 일반 성도들이 읽고 이해하는 데에 아무런 어려움이 없다.

 

눈을 감고 데살로니가 교인들의 삶을 그려본다. 그들의 선한 모습이 눈에 아른거린다. 그들 속에 같이 계시는 주님의 모습도 떠오르고. 그들처럼 지금 우리 교회에도, 내 곁에도 주님이 함께 하시며 우리를 이끌어주시길 간절히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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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혀 있는 한국 현대사 - 조선인 가미카제에서 김형욱 실종 사건까지, 기록과 증언으로 읽는 대한민국사
정운현 지음 / 인문서원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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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 년의 삶을 살다보니 옛일이 이제는 가물거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 생각이나 삶을 바꿀 정도가 아니라면 한 자락의 기억조차 남기지 못한 사건들도 적지 않다. 개인적인 삶에서도 그럴진대 한 나라의 역사에서 묻혀버린 이야기들은 얼마나 될까?

 

누군가의 의도에 의해서 고의로 묻힌 역사도 있을 것이다. 혹은 일방의 의견만이 반영된 잘못된 역사가 있을지도 모른다. 이처럼 우리가 알지 못한 채 묻혀 버린 역사들이 더 많을지도 모른다. 이 책의 저자가 들려주는 이야기가 바로 우리가 알지 못했던, 묻혀 있던 한국의 현대사에 관한 것들이다.

 

저자가 새롭게 드러낸 19개의 역사는 너무나 놀라웠다. 정말 이런 일이 있었는지 인터넷을 검색해서 찾아볼 정도였다. 물론 이미 알고 있었던 사실들도 있지만 이번에 처음으로 들은 이야기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면서 이런 생각이 든다. 왜 이런 이야기를 한 번도 듣지 못했던 걸까? 도대체 우리가 알아야 할 이런 역사가 묻혀 있던 이유가 무엇일까? 과연 우리의 후손들은 올바른 역사를 배울 수 있을까? 아니, 우리나라에 제대로 된 현대 역사가 남겨지기는 할까?

 

인터넷으로 모든 것이 기록되는 세상이기에 우리가 살아가는 지금 이 시대의 이야기는 어떻게든 자료로 남을 것이다. 하지만 저자의 말처럼 어떤 역사들은 세상에 제대로 드러나지도 못한 채 사라져 버릴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저자의 바람처럼 후대에 사실을 기록하여 전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깨끗한 이미지로 우리 모두가 존경하는 유한양행의 숨겨진 모습, 우리 문화와 역사를 살려낸 일본인 민예학자, 을사오적보다 더 먼저 친일 행적을 보인 친일파 1호 김인승. 이 모든 이야기들이 우리 역사에서 오랫동안 묻혀 있었다. 이런 역사가 영원히 묻혀 있었다면 어땠을까? 누가 아군이고 누가 적군인지도 모른 채 싸워야 하는 그런 혼돈의 전쟁이 생기지 않았을까?

 

역사는 과거의 이야기이지만 미래를 세우는 기본 중의 기본이다. 그렇기에 역사는 있는 그대로 후대에 전달되어야 한다. 그것이 지금을 사는 우리가 반드시 지켜야 할 책임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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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클린으로 가는 마지막 비상구
휴버트 셀비 주니어 지음, 황소연 옮김 / 자음과모음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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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기억해보면 1990년에 개봉한 <브루클린으로 가는 마지막 비상구>라는 영화는 사람에 따라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린 영화였다. 누군가는 1950년대의 시대상을 매우 사실적으로 묘사한 뛰어난 작품이라는 평을 남겼고, 누군가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이야기들로 이루어진 혐오스러운 영화라고 평했다. 모든 이들이 공통으로 좋아한 부분은 영화의 주제곡 정도였다.

 

이 영화와 관련해서 지금 내가 떠올릴 수 있는 부분은 여주인공의 연기가 정말 탁월했다는 것, 마지막 장면에서 울컥할 수밖에 없었던 것, 사람들이 살아가는 삶의 모습이 이렇게 다를 수 있는가라는 궁금증 정도였다.

 

20년도 훌쩍 넘긴 세월이 흐른 후 원작으로 이 작품을 보니 또 다시 새롭다. 영화와는 다른 원작이 주는 색다른 재미랄까. 물론 처음 책을 펼치고 읽기 시작했을 때는 상당히 힘들었다. 내용이야 이미 어느 정도 아는 부분이라 그렇다하더라도 오늘날의 작품들과는 달리 주인공들의 대화를 별도로 처리하지 않고 계속 이어나가다보니 가끔씩 누가 얘기하는 것인지 순간적으로 판단하지 못할 때도 있었다. 그만큼 읽는 게 쉽지는 않았다. 이 또한 책이 주는 색다른 매력이 아닐까 싶기도 하지만.

 

이 작품이 주는 아픔은 여전하다. 영화를 보고도 울컥했지만 이 책을 보면서도 역시나 울컥했다. 우리 사회의 한 부분에서 살아가는 이들의 모습이 아프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하고 때로는 받아들이기 힘들기도 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 작품은 오늘날의 대한민국을 무대로 펼쳐진 이야기는 아니다. 이 작품의 배경은 1950년대 미국 브루클린이다. 누군가 시대적으로, 지리적으로 다르기에 우리 사회와 완전히 다르다고 말할지도 모른다. 그런데 나는 왜 그렇게 느껴지지 않을까. 왜 그 시대의 모습에 우리 사회의 모습이 겹쳐지는 것일까?

 

약물, 동성애, 폭력, 파업.... 이런 단어들이 풍기는 모든 이미지가 이 작품 속에 담겨있다. 비열하고, 더럽고, 잔인한, 그러면서도 애잔한 그런 분위기 말이다. 자신에게 주어진 굴레에서 벗어나려고, 벗어나려고 애쓰며 찾은 마지막 탈출구가 브루클린이었던 그들의 삶이 너무나 안타깝다. 결코 내 삶이 그들과 다르다고 말하고 싶은 것은 아니다. 어쩌면 나도, 우리도 그들처럼 그 어딘가에서 벗어나고자 애쓰지만 결국은 브루클린으로 들어가고 있는지도 모르기에 말이다.

 

지금도 어느 곳에선가 비니, 해리, 토니, 조제트, 트랄랄라의 삶과 같은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이들이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그들은 또 어디로 향한 탈출구를 찾아 나아가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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