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 인문학 - 서울대 교수 8인의 특별한 인생수업
배철현 외 지음 / 21세기북스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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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이 필요한 이유는 한 마디로 사람답게 살기 위해서다. 내가 사람답게 살기 위해서도 필요하고, 다른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기 위해서도 필요하고, 모든 사람을 사람으로 존중하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그렇기에 인문학은 사람으로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필요하다.

 

이 책은 인문학의 의미가 살아있는 책이다. 자신을 돌아보면서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기르도록 해주기 때문이다. 이 책에 실린 8번의 강의는 서울대학교 교수들이 서울남부교도소에서 진행한 강의 내용을 추린 것이다.

 

배철현 교수가 설명한 인도 사람들의 마아트, 에리히 프롬의 소유와 존재에 관해 설명한 박찬국 교수의 이야기도, 죽음을 생각할 수밖에 없게 하는 일리아스에 대한 김헌 교수의 강의도, 히틀러와 나치와 행한 처참한 행동에 반성을 촉구한 독일인들의 모습을 보여준 홍진호 교수의 설명도 나를 뒤흔들지 않는 이야기가 없다.

 

많지는 않지만 인문학 관련 서적을 꽤 읽었다고 생각했다. 그랬기에 나름 나만의 철학이, 생각이 있었다. 그러다 이 책을 읽고 모든 것을 내려놓고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인문학은 말 그대로 무언가를 외우면 되는 그런 학문이 아니다. 끝없이 생각하고 또 생각하고, 또 생각해야 하는 학문이다.

 

이전까지는 그저 읽고 이해했다고 생각하고 중요한 부분은 암기하고 넘어갔다면 이 책을 읽으면서는 생각하고 또 생각하고 다시 생각했다. 과연 나는 무엇을 생각하며 살고 있는지, 무엇을 찾으며 살아가는지,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를 말이다.

 

배철현 교수가 서문에서 소개한 함석헌 선생님의 시 <그대는 골방을 가졌는가>를 마지막으로 다시 한 번 음미해봤다. 그러면서 다시 생각해보았다. 나는 나만의 골방을 가지고 있을까? 세상 어느 곳에 있든지 나는 나만의 골방을 가질 수 있다. 아니 가져야만 한다. 그곳이 바로 나만의 인문학을 배울 수 있는 곳이니까, 그곳이 바로 나를 찾아 새롭게 변화할 수 있는 곳이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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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적인 책 - 위대한 독립 영웅 30인의 휴먼스토리
여시동 지음 / 서교출판사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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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우리가 있음은 우리의 선조들이 있기 때문이다. 여러 선조들 중에서도 우리가 반드시 기억해야 하는 선조들은 나라의 독립을 위해 자신의 목숨을 초개와 같이 버린 독립투사들이다. 하지만 우리는 몇몇의 유명한 이들을 제외하고는 서서히 그들의 이름을 잊어버리고 있다.

 

그들이 이 땅의 독립을 위해 무엇을 했는지는 그나마 역사 교과서를 통해서 조금이라도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그들이 어떠한 사람이었는지에 대한 자료는 거의 찾아볼 수 있다. 그들도 분명 누군가의 아들이자 딸이었고, 누군가의 아비이자 어미였고, 누군가의 사랑하는 남편이자 아내였는데 말이다.

 

이 책은 그런 점에서 여타의 책과는 다른 관점으로 접근한다. 저자는 다양한 이들과의 인터뷰, 역사적 자료 등을 토대로 이 땅의 독립을 위해 투쟁했던 이들의 행동뿐 아니라 그들의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주고자 한다.

 

책에서 소개하는 이들의 인간적인 면면을 살펴보면 상당히 놀랍기도 하다. 백범 김구 선생의 어머님이신 곽낙원 여사는 오십이 넘은 아들의 종아리를 때리셨다고 한다. 대단하지 않은가? 아들의 잘못을 바로잡기 위해 회초리를 드신 어머니도, 그런 어머니의 가르침을 겸손히 받아들이는 김구 선생님도.

 

이처럼 이 책에는 우리가 생각지도 못했던 영웅들의 인간적인 모습이 담겨있다. 물론 한 권의 책에 수십 명의 이야기를 담아야했기에 기대했던 것만큼 새로운 면면을 찾아보지 못할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이들의 이야기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수많은 화두를 던져준다. 너무나 인간적인 그들이 누구도 하지 못할 것 같은 일들을 행한 이유가 무엇인지를 말이다.

 

그들은 이 땅의 자주 독립을 위해 목숨을 버리고, 청춘을 버리고, 가족을 버렸다. 그들의 마음을 찢는 아픔, 슬픔, 두려움을 뒤로한 채 당당히 웃으며 죽음의 길로 나아갔다. 인간적인 그들의 모습을 보자 그들의 선택과 행동이 더욱 가슴 깊이 다가온다. 윤봉길 의사의 손녀가 할아버지의 행보를 뒤쫓으며 깨달았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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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습기 살균제와 말해지지 않는 것
소재원 지음 / 새잎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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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야기를 시작하며에서 저자는 독자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잊지 않겠노라고!

절대 책에 담겨져 있는 기록들을 잊지 않고 기억하겠노라고!

창작이 아닌 기록과도 같은 이놈의 빌어먹을 책을 가슴 깊이 새기겠노라고!

 

그런데 나는 그러고 싶지 않다.

이런 빌어먹을 내용들은 두 번 다시 기억하고 싶지 않다.

수많이 세월이 흐른 뒤에도 이런 이야기를 기억해야만 하는 나라라면

이런 아픔을 끝없이 되풀이하고, 되풀이하고, 또 다시 되풀이해야만 한다면

 

그런 나라에 미래가 있을까?

그런 나라에 희망이 있을까?

그런 나라의 정치가들을 믿을 수 있을까?

 

아니, 그럴 수 없다.

그럴 필요도 없다.

그럴 가치도 없다.

 

그런 나라는 결코 이 세상에서 그 흐름을 이어갈 수 없을 테니까.

빌어먹을 이런 사건이 아니라

그런 나라 자체를 잊어야 할 테니까.

 

하지만

정말 잊을 수 있을까?

40개월 된 딸아이를 둔 아빠인 내가 민지 아빠의 그 고통스러운 마음을.

누군가가 진심으로 사과하기를 바란 그 마음을.

 

정말 잊을 수 있을까?

이렇게 빌어먹을 사건조차도 자신을 내세우는 도구로 사용하는 그 족속들을.

여든 야든 별반 차이 없는 그들의 끝없는 이기심을.

 

정말 잊을 수 있을까?

자신의 잘못은 반성하지 않은 채

문제를 덮기에 급급한

이 시대의 수많은 들을

 

그래도

마지막 순간 다시 일어선 민지 아빠를

그와 함께 하는 한길주 의원의 모습을

결코 잊지 않으련다.

 

민지랑 민지 엄마가 잊히지 않기를 바란 그의 마음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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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직 스트링
미치 앨봄 지음, 윤정숙 옮김 / arte(아르테)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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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랭키 프레스토, 책을 읽는 동안 그가 정말 소설 속 인물이 아니라 이 땅에 실제로 살았던 인물처럼 느껴졌다. 그의 일생을 회고하는 이들이 실존 인물이었기 때문일까? 아니면 어렸을 때부터의 삶을 차곡차곡 세세하게 들려주며 사실감을 더해 주었기 때문일까? 프랭키 프레스토는 유명한 인물들과의 일화를 남긴 실존 인물처럼 다가왔다. 때로는 잔잔하고, 때로는 격정적이고, 때로는 따스한 감동을 우리에게 전달하면서 말이다.

 

책의 분위기는 처음부터 가벼운 듯 하면서도 화려하고, 경쾌하지만 때로는 묵직한 느낌을 주기도 하고, 따뜻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상당히 애잔하기도 하다. 프랭키의 죽음 이후 장례식장을 찾은 이들과의 인터뷰 형식으로 사실감을 더하기도 하지만 왠지 모르게 작고 귀여운 아기 요정처럼 생겼을 것 같은 음악을 전면에 내세워 독자를 신비로운 마법의 세계로 이끌고 가기도 한다.

 

모든 사람은 음악적이라는 말

 

음악은 누군가를 살아 있게 하지는 못하지만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말

 

그 말이 지금도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신이 쿵쾅거리며 뛰는 심장을 준 이래 인간은 늘 음악적이다라는 멋진 말로도 인간이 가진 음악적 성향을 모두 표현하지는 못하는 것 같다. 그런 멋진 음악이 또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얼마나 많은 영향을 끼치는지도 인간의 언어로는 제대로 표현할 수 없을 것 같다.

 

그런 음악이 또 얼마나 멋진 만남을 이끌어내는지. 프랭키와 그의 스승 마에스트로의 만남처럼.

 

이 책에서 이루어진 모든 만남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만남이라면 프랭키와 마에스트로의 만남, 프랭키와 그의 아버지 바파의 만남. 그러고 보니 둘 모두 아버지와의 만남이든가.

 

너무나 인상 깊다. 이들의 만남이 얼마나 깊은 감동을 주었는지 모른다. 그들의 희생은 말할 것도 없고.

 

프랭키는 실존 인물이 아니지만 아마 모든 이들의 마음에 살아있는 존재임에는 분명해 보인다. 각자 다른 이야기들을 들려준 이들의 이야기는 결국 그들이 바라본 음악, 사랑의 이야기임에 다르지 않아 보이니까.

 

지금 나는 어떤 음악을 들어야 할까? 프랭키 프레스토를 만나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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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 세트 - 전3권
김홍정 지음 / 솔출판사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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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승자의 것이라고들 말한다. 그래, 그럴지도 모른다. 우리가 기억하는 역사 속 인물들이나 사상들은 대부분 승자와 그들이 일구어낸 사상이다. 이처럼 우리가 기억하는 역사는 문헌이나 구전으로 이어져 온 위대한 인물들에 한정되어 있다.

 

이런 현상은 역사 속 인물들이 아니라 우리의 일상을 돌아보아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우리의 조상, 그 중에서도 가까우면 가깝다고 할 수 있는 조상인 증조할아버지나 고조할아버지가 어떤 분이었는지 기억하는 이들이 얼마나 있을까? 아마 이름 석자조차도 모르는 이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아무도, 심지어는 후손들조차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는 두드러진 것 전혀 없는 그저 평범한 일상을 살아간 이들은 이 땅에 잠시 스쳐간 바람일 뿐인가? 역사는 앞에서 말했듯이 문헌에 이름을 남긴 이들만의 것인가?

 

그렇지 않을 것이다. 평범한 일상한 살아간 이들이 없다면 어찌 역사가 이루어질 수 있을까? 위대한 세종대왕도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제대로 표현조차 못하는 평범한 민초들이 없었다면 과연 한글이라는 우리의 가장 위대한 유산을 남기실 수 있었을까? 결단코 그렇지 않다.

 

분명 역사의 한 면은 어디에서도 볼 수 있는 평범한 누군가가 차지하고 있다. 그들이 그려낸 역사는 어디서 찾아볼 수 있을까? 정사에서는 그들의 역사를 찾아보기 힘들다. 그래서였을까? 저자는 바로 이 소설을 통해 역사에서 또 다른 한 면을 차지하고 있는 평범한 누군가의 삶을 그리고 있다.

 

<금강>1500년대의 조선시대를 그린 역사소설이다. 특이한 점은 앞서 말했듯이 역사적 인물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대신 연향-미금-부용이라는 역사의 한 견에 묻혀있던 이들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그려나간다는 점이다. 게다가 조선시대라는 시대적 상황을 고려해보면 쉽지 않았을 수도 있는 여성들을 전면에 내세워 그 시대를 그리고 있다는 점은 분명 이 소설만의 특징이라고 할만하다.

 

훈구파와 사림들의 대립이 극한에 이르렀던 시대, 또한 우리나라 역사의 치욕으로 남을 임진왜란이 일어난 시대, 이 시대를 살아간 평범한 그네들은 어떤 꿈을 꾸었을까? 왕권 치하에서 백성이란 그저 수탈의 대상이었을 뿐이다. 입으로는 수없이 나라의 근간이 백성이라고 부르짖지만 막상 그들은 백성들을 억압하고 착취했을 뿐이다. 그런 수탈과 억압 속에서 백성들은 어떤 삶을 살았을까? 그들은 무엇을 바랐을까?

 

소설에 나오는 수많은 사람들은 저마다의 이야기로 삶을 이어나간다. 돈과 권력을 추구하는 이도 있고, 자신의 목숨을 바쳐 나라와 가족을 지키려고 하는 이들도 있고, 세상을 바꾸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치는 이들도 있다. 그들은 자신의 삶이 단 한 발자국이라도 조금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기를 바랐을 뿐이다.

 

<금강>은 분량도 만만치 않고 내용도 만만치 않다. 수많은 인물들과 사건들이 얽히고설키면서 그들의 관계와 이야기들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데에도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린다. 작가가 나름 등장인물과 역사용어 등을 부록에 실어 독자의 이해를 돕긴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방대한 분량과 내용 때문에 쉽지 않다.

 

그래도 한 번 꼭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그 시대이든, 혹은 우리가 살아가는 지금 이 시대이든 보다 나은 삶을 살기를 원하는 바로 우리의 마음이 담겨있는 소설이기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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