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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 세트 - 전3권
김홍정 지음 / 솔출판사 / 2016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역사는 승자의 것이라고들 말한다. 그래, 그럴지도 모른다. 우리가 기억하는 역사 속 인물들이나 사상들은 대부분 승자와 그들이 일구어낸 사상이다. 이처럼 우리가 기억하는 역사는 문헌이나 구전으로 이어져 온 위대한 인물들에 한정되어 있다.
이런 현상은 역사 속 인물들이 아니라 우리의 일상을 돌아보아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우리의 조상, 그 중에서도 가까우면 가깝다고 할 수 있는 조상인 증조할아버지나 고조할아버지가 어떤 분이었는지 기억하는 이들이 얼마나 있을까? 아마 이름 석자조차도 모르는 이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아무도, 심지어는 후손들조차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는 두드러진 것 전혀 없는 그저 평범한 일상을 살아간 이들은 이 땅에 잠시 스쳐간 바람일 뿐인가? 역사는 앞에서 말했듯이 문헌에 이름을 남긴 이들만의 것인가?
그렇지 않을 것이다. 평범한 일상한 살아간 이들이 없다면 어찌 역사가 이루어질 수 있을까? 위대한 세종대왕도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제대로 표현조차 못하는 평범한 민초들이 없었다면 과연 한글이라는 우리의 가장 위대한 유산을 남기실 수 있었을까? 결단코 그렇지 않다.
분명 역사의 한 면은 어디에서도 볼 수 있는 평범한 누군가가 차지하고 있다. 그들이 그려낸 역사는 어디서 찾아볼 수 있을까? 정사에서는 그들의 역사를 찾아보기 힘들다. 그래서였을까? 저자는 바로 이 소설을 통해 역사에서 또 다른 한 면을 차지하고 있는 평범한 누군가의 삶을 그리고 있다.
<금강>은 1500년대의 조선시대를 그린 역사소설이다. 특이한 점은 앞서 말했듯이 역사적 인물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대신 연향-미금-부용이라는 역사의 한 견에 묻혀있던 이들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그려나간다는 점이다. 게다가 조선시대라는 시대적 상황을 고려해보면 쉽지 않았을 수도 있는 여성들을 전면에 내세워 그 시대를 그리고 있다는 점은 분명 이 소설만의 특징이라고 할만하다.
훈구파와 사림들의 대립이 극한에 이르렀던 시대, 또한 우리나라 역사의 치욕으로 남을 임진왜란이 일어난 시대, 이 시대를 살아간 평범한 그네들은 어떤 꿈을 꾸었을까? 왕권 치하에서 백성이란 그저 수탈의 대상이었을 뿐이다. 입으로는 수없이 나라의 근간이 백성이라고 부르짖지만 막상 그들은 백성들을 억압하고 착취했을 뿐이다. 그런 수탈과 억압 속에서 백성들은 어떤 삶을 살았을까? 그들은 무엇을 바랐을까?
소설에 나오는 수많은 사람들은 저마다의 이야기로 삶을 이어나간다. 돈과 권력을 추구하는 이도 있고, 자신의 목숨을 바쳐 나라와 가족을 지키려고 하는 이들도 있고, 세상을 바꾸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치는 이들도 있다. 그들은 자신의 삶이 단 한 발자국이라도 조금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기를 바랐을 뿐이다.
<금강>은 분량도 만만치 않고 내용도 만만치 않다. 수많은 인물들과 사건들이 얽히고설키면서 그들의 관계와 이야기들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데에도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린다. 작가가 나름 등장인물과 역사용어 등을 부록에 실어 독자의 이해를 돕긴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방대한 분량과 내용 때문에 쉽지 않다.
그래도 한 번 꼭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그 시대이든, 혹은 우리가 살아가는 지금 이 시대이든 보다 나은 삶을 살기를 원하는 바로 우리의 마음이 담겨있는 소설이기에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