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교자 주기철 목사 생애 - 진달래 필 때 가버린 사람
김충남 지음 / 은혜출판사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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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장을 펼치면서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이신 김충남 목사님이 첫 페이지에서 언급한 명신익 목사님 때문이다. 그 분은 현재 내가 다니는 교회를 개척한 초대 목사님이시다. 명신익 목사님과 주기철 목사님의 관계를 전혀 알지 못했던 내게 이 책의 첫머리에 실린 두 분의 관계와 그 분께서 이 책의 집필을 이끄셨다는 이야기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다. 두 분의 관계 때문이었을까? 주기철 목사님이 조금 더 가까운 느낌으로 다가왔던 이유가.

 

일사각오의 신앙을 몸소 보이신 주기철 목사님의 생애는 어렸을 때부터 남달랐다. 저자는 시기별로 주기철 목사님의 삶을 보여주는데, 특히 내 눈을 사로잡은 목사님의 행보는 조국의 독립을 위한 민족주의자로서 살아갈지 아니면 하나님 나라의 소망을 위해 살아가는 주님의 종이 될지 선택하는 장면이었다.

 

어쩌면 그 당시의 모든 이들이 무엇보다 조국의 광복을 원하였을지 모른다. 그렇기에 믿는 자들도 하나님의 나라보다 조국의 광복을 우선시하였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주기철 목사님은 그러지 않으셨다. 그 어떠한 인간적인 바람보다 먼저 앞세우신 것이 하나님 나라의 일이셨다.

 

주기철 목사님의 모습을 보며 하나님 나라의 일보다 내 자신의 일을 우선시하는 모습을 깊이 반성하고 회개하였다. 눈앞에 보이는 일이 우선이 아니다. 우리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나 자신의 욕망을 실현하는 것도, 나라를 위한 것도 아니다. 오로지 하나님 나라가 우선시되어야 한다.

 

주기철 목사님의 삶도 대단하지만 그 옆에서 목사님을 보필하신 안갑수 사모님과 오정모 사모님의 헌신 또한 대단하다. 나라면 어땠을까? 자신 없다. 머릿속으로는 그렇게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현실에서는 아마 그러지 못할 것 같다.

 

그렇다면 주기철 목사님과 사모님들이 보이신 흔들림 없는 신앙은 어디에서 나온 것일까? 하나님이 주신 은혜이다. 또한 끝없는 기도와 말씀 묵상의 결과이다. 다른 게 없다. 오로지 기도와 말씀이다. 이렇게 쉬운 방법이 있지만 목사님처럼 기도와 말씀으로 생활하는 일은 어렵다. 정말 어렵다.

 

일사각오의 신앙을 이어갈 수 있을까? 어려울지 모르겠다. 그렇지만 주기철 목사님이 알려주신 방법이 있다. 기도와 말씀. 다른 방법은 없다. 오로지 기도와 말씀으로 성령 하나님이 내 안에 함께 하시면 일사각오의 신앙이 그렇게 어려운 일만은 아니다. 아니, 오히려 기쁨의 신앙으로 너무나 쉽게 이루어질 것이다.

 

목사님이 하신 설교 말씀으로 이 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나에게는 오로지 일사각오가 있을 뿐입니다.

여러분! 예수는 살아 계십니다. 부디 예수로 죽고 예수로 살으십시다.

                                                                  - 19392월 첫째 주일 평양 산정현교회

                                                                     목사님의 마지막 설교 <나의 5종목의 기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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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어 수강일지
우마루내 지음 / 나무옆의자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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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업무 때문에 터키에 간 적이 있다.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을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특히 친절했다. 알고 보니 6.25 전쟁 때 파병한 나라가 터키로 그곳 사람들은 우리를 형제의 나라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이후 이런 사실들이 알려지면서 우리도 터키를 형제의 나라라고 부르고 있다.

 

형제의 나라라고는 하지만 터키어와 우리나라 말이 엄연히 다르다보니 의사소통하는 일이 그렇게 쉽지만은 않았다. 이 책의 제목이 <터키어 수강일지>인 것도 그런 의미가 아닐까 싶다. 자신을 나타내는 수많은 표현들이 있지만 상대방이 이 표현들을 이해하는 일이 그렇게 간단한 일만은 아니라는 것, 또한 표현하고 싶지만 실제로 표현할 수 없는 상황이 있을 수 있다는 것, 작가는 이런 얘기가 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싶다.

 

소설은 처음부터 생뚱맞게 다가온다. 존나 카와이라는 어찌 보면 조금은 비밀 클럽 같기도 한 그런 모임에 대한 설명과 낚시가게 주인아저씨의 엉덩이를 보고 마음이 흔들린 열다섯 살 소녀의 이야기, 거기에 존나 카와이에서 끝없이 게시물을 올리지만 대부분의 멤버에게서 외면을 당하는 한스 요아힘 마르세유의 이야기까지.

 

조금은 어지럽다. 처음에는 작가가 무슨 이야기를 펼치려고 하는지도 뚜렷하게 다가오지 않는다. 그저 무언가 소통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하는 것 같다는 막연한 느낌만이 있을 뿐이었다. 자신들만의 세계를 가진 십대들이 자신을 찾아가는 성장 소설이라고 보아야 할까? 아니면 소통의 부재를 말하는 사회 소설로 보아야 할까?

 

어떤 의미이든지 간에 처음에 느낀 불편함이 소설을 읽으면서 조금씩 사라진다. 이해하기 어려운 모습들에 여전히 고개를 갸웃거리기도 했지만 그 또한 그들 나름의 자신을 표현하는 방식으로 본다면 이해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니까.

 

교회에서 중고등부 교사로 활동하다보니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눌 때가 많다. 지금의 아이들은 분명 내가 중고등학교를 다닐 때와는 전혀 다르다. 모든 표현에 ~~’를 붙이는 그들의 언어 습관도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 하지만 이 또한 그들이 자신을 표현하는 방법의 하나일지도 모른다. 또 다른 아이들이 영상을 통해 자신을 표현하고, 춤을 통해 자신을 표현하고, 노래를 통해 자신을 표현하듯이 말이다.

 

젊은 신인작가의 소설이라 색다르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앞으로 작가가 어떤 작품을 선보일지 상당히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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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혼 살인 아르테 누아르
카밀라 그레베 지음, 서효령 옮김 / arte(아르테)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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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인가부터 북유럽 출신 작가들의 작품을 접하게 되었다. 작년에 우리나라에서 베스트셀러가 된 <오베라는 남자>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등 사회를 풍자한 소설에서부터 스티그 라르손, 요 네스베 등이 쓴 스릴러 소설에 이르기까지 장르도 상당히 다양하다.

 

북유럽 소설을 읽다보면 우리네 정서 혹은 사회적 분위기하고는 조금 다른 듯한 느낌을 받기도 하지만 거친 듯하면서도 섬세한 이야기의 흐름에 한없이 빠져 들어간다. 이 책도 그런 점에서 북유럽 스릴러 소설의 장점을 극대화하고 있다.

 

이 소설의 특징은 다른 여타의 스릴러 소설과는 다르게 피해자가 뚜렷하게 제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피해자가 뚜렷하지 않다보니 독자가 사건의 전반적인 내용을 추론하는 일이 쉽지 않다. 이 책의 작가 카밀라 그레베는 피해자와 가해자를 추리해가는 과정보다는 등장인물들의 심리 묘사에 치중해서 글을 풀어나간다.

 

작가는 엠마, 한네, 페테르의 시선을 통해 현재와 과거를 오가며 사건을 설명한다. 그런데 이들의 모습이 참으로 묘하다. 이들은 정상적인 사고나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이 아닌 것 같다. 물론 각자 나름의 이유는 있겠지만 평상시 스릴러 소설에서 보는 인물들과는 조금 다르다 보니 아무래도 낯선 느낌에 당황스러웠던 것도 사실이다.

 

인물 면에서 색다른 느낌을 받은 것은 좋았지만 어느 정도 읽으면 사건의 윤곽을 어렵지 않게 파악할 수 있다는 점에서 조금은 아쉬웠다. 물론 나름의 반전이 있지만 이미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던 터라 조금은 김빠진 느낌이 든 것도 사실이다.

 

그렇지만 소설 전반에 걸쳐 드러내는 사람들의 관계와 음울하고 무거운 분위기가 나름 색다르고 신선했다. 또 다른 스릴러의 유형을 만난 기분이랄까, 평상시 좋아하는 유형은 아니지만 별미를 만난 듯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그녀가 여동생과 함께 집필했다는 범죄 소설들은 또 어떤 분위기일까? 상당히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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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존의 조건 1 실존의 조건 1
김주호 지음 / 자유정신사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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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 전에 참석한 강의에서 강사분이 이런 얘기를 하는 것을 들었다.

 

공부 잘하는 비결은 따로 없습니다. 국어, 영어, 수학 등 각 과목의 본질을 파악하는 것, 그것이 바로 공부 잘하는 비결이죠. 국어는 단어와 문장이라는 기본을, 영어는 의사소통이라는 기본을, 수학은 수식과 도형이라는 기본을 다지면 그 어떤 어려운 문제라도 풀 수 있죠

 

이 얘기는 공부에만 한정되는 얘기가 아니다. 우리의 삶에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는 말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이 생각이 더욱 강해졌다. 그렇다면 우리의 삶에 있어서 본질은 무엇일까? 본질이 무엇인지를 알아야 우리에게 일어나는 모든 일을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저자는 우리의 삶에서 찾아야 할 본질은 바로 우리 자신이라고 말한다. 그렇기에 1권과 2권에 걸쳐 잃어버린 []를 찾기 위한 8가지 조건을 알려준다. 저자가 말하는 8가지 조건은 우리가 무엇을 잃어버렸는지, 그래서 무엇을 다시 찾아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이야기들이다.

 

처음에는 읽기가 쉽지 않았다. 내용적인 면도 있지만 문장이 눈에 쉽게 들어올 정도의 탁월한 문장이라고 말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조사가 빠진 부분도 있고, 쉼표가 많아 읽기 좋을 때도 있었지만 오히려 흐름을 방해하기도 했다. 물론 저자의 의도는 잠시 멈춰서 그 문장을 깊이 생각해보라는 것이겠지만.

 

그런데 저자의 글쓰기 방식에 조금 익숙해지자 내용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저자는 여타의 철학책과는 달리 각 문장마다 독자가 생각할 거리를 계속해서 던진다. 자신에 대해, 삶에 대해, 존재에 대해, 생각에 대해.

 

자신을 찾아가는 길이 하나밖에 없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각자가 서로 다른 길을 가겠지만 결국 가고자 하는 목적지는 같을 것이다. 그 길은 누구도 대신해서 갈 수 없다. 아무리 힘들어도 스스로 나아가야 할 길이다. 이 책이 그 길로 들어가는 열쇠를 알려줄 것이다. 놀랍고도 멋진 세계로 이어진 그 길로 가는 열쇠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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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된 한패
플로르 바쉐르 지음, 권명희 옮김 / 밝은세상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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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모든 설명은 제쳐두고 제레미와 베르트랑의 대화를 읽으면 이 책을 쓴 저자의 의도를 분명하게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정치계급은 제 잇속만 챙기려고 해. 너 같은 관료들은 모든 일에 아예 손을 놓아버렸고. 문제는, 널 포함한 관료들과 정치인들은 선거만 생각한다는 거야.”

그럼 너나 헤지펀드 동료들은 돈 벌 궁리밖에 더 하냐.” (p.156)

 

두 사람의 대화를 보면 모두가 한 통속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다들 제 잇속만 챙기는 사람들. 저자는 그들을 가리켜 <조직된 한패>라고 부른다. 오로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진실을 숨긴 채 다른 모든 것들을 희생시키는 이들은 결국 하나의 목적을 위해 조직적으로 뭉친 패거리일 뿐이다(물론 세바스티앙과 그 친구들을 가리키는 말이기도 하지만).

 

플로르 바쉐르의 <조직된 한패>는 그리스 회계장부 조작 사건을 통해 정치권력과 금융계가 어떤 관계를 맺으며 세상을 농락하는지를 보여주는 소설이다. 금융협상의 달인인 세바스티앙은 회사로부터 그리스 회계 장부 조작 사실을 은폐하라는 지시를 받지만 이전과는 달리 이 사건의 진실을 폭로하기로 결심한다. 이를 위해 각계각층에서 일하는 대학교 동창들을 찾아다니지만 친구들은 거대 권력에 맞서는 일에 선뜻 동참하려고 하지 않는다. 홀로 거대 권력에 맞선 세바스티앙은 결국 자살로 위장된 의문의 죽음을 당하고, 그의 죽음에 친구인 앙투안이 사건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권력을 원하면 미친다. 권력을 지니면 서서히 죽어가는 것이다. (p.212)

 

세바스티앙의 친구들을 보면 권력에 미쳐간다는 말이 무슨 의미인지 알 수 있다. 정말 권력이란 것이 그런 것일까? 피도 눈물도 없는 냉정한 인물로 변해 미쳐가다 결국은 자폭하고 마는 그런 것일까? 권력을 맛 본 자들은 그와 비슷한 이야기들을 한다. 한 번 빠지면 빠져나올 수가 없다고. 끝없이 파멸의 늪으로 끌어들이는 거부할 수 없는 힘이라고.

 

익숙하지 않은 금융 관련 용어나 내용들이 적지 않아 처음에는 솔직히 몰입하기 쉽지 않았다. 그렇지만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소설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특히 앙투안이 서서히 전면으로 나서기 시작하면서부터 재미가 더해졌다(앙투안과 클라라와의 관계도 궁금증을 더욱 커지게 만들었다). 마지막 결론도 시원했고.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지금 이 순간 내 친구들은 어떤 모습들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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