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직 스트링
미치 앨봄 지음, 윤정숙 옮김 / arte(아르테)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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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랭키 프레스토, 책을 읽는 동안 그가 정말 소설 속 인물이 아니라 이 땅에 실제로 살았던 인물처럼 느껴졌다. 그의 일생을 회고하는 이들이 실존 인물이었기 때문일까? 아니면 어렸을 때부터의 삶을 차곡차곡 세세하게 들려주며 사실감을 더해 주었기 때문일까? 프랭키 프레스토는 유명한 인물들과의 일화를 남긴 실존 인물처럼 다가왔다. 때로는 잔잔하고, 때로는 격정적이고, 때로는 따스한 감동을 우리에게 전달하면서 말이다.

 

책의 분위기는 처음부터 가벼운 듯 하면서도 화려하고, 경쾌하지만 때로는 묵직한 느낌을 주기도 하고, 따뜻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상당히 애잔하기도 하다. 프랭키의 죽음 이후 장례식장을 찾은 이들과의 인터뷰 형식으로 사실감을 더하기도 하지만 왠지 모르게 작고 귀여운 아기 요정처럼 생겼을 것 같은 음악을 전면에 내세워 독자를 신비로운 마법의 세계로 이끌고 가기도 한다.

 

모든 사람은 음악적이라는 말

 

음악은 누군가를 살아 있게 하지는 못하지만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말

 

그 말이 지금도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신이 쿵쾅거리며 뛰는 심장을 준 이래 인간은 늘 음악적이다라는 멋진 말로도 인간이 가진 음악적 성향을 모두 표현하지는 못하는 것 같다. 그런 멋진 음악이 또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얼마나 많은 영향을 끼치는지도 인간의 언어로는 제대로 표현할 수 없을 것 같다.

 

그런 음악이 또 얼마나 멋진 만남을 이끌어내는지. 프랭키와 그의 스승 마에스트로의 만남처럼.

 

이 책에서 이루어진 모든 만남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만남이라면 프랭키와 마에스트로의 만남, 프랭키와 그의 아버지 바파의 만남. 그러고 보니 둘 모두 아버지와의 만남이든가.

 

너무나 인상 깊다. 이들의 만남이 얼마나 깊은 감동을 주었는지 모른다. 그들의 희생은 말할 것도 없고.

 

프랭키는 실존 인물이 아니지만 아마 모든 이들의 마음에 살아있는 존재임에는 분명해 보인다. 각자 다른 이야기들을 들려준 이들의 이야기는 결국 그들이 바라본 음악, 사랑의 이야기임에 다르지 않아 보이니까.

 

지금 나는 어떤 음악을 들어야 할까? 프랭키 프레스토를 만나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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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 세트 - 전3권
김홍정 지음 / 솔출판사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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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승자의 것이라고들 말한다. 그래, 그럴지도 모른다. 우리가 기억하는 역사 속 인물들이나 사상들은 대부분 승자와 그들이 일구어낸 사상이다. 이처럼 우리가 기억하는 역사는 문헌이나 구전으로 이어져 온 위대한 인물들에 한정되어 있다.

 

이런 현상은 역사 속 인물들이 아니라 우리의 일상을 돌아보아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우리의 조상, 그 중에서도 가까우면 가깝다고 할 수 있는 조상인 증조할아버지나 고조할아버지가 어떤 분이었는지 기억하는 이들이 얼마나 있을까? 아마 이름 석자조차도 모르는 이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아무도, 심지어는 후손들조차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는 두드러진 것 전혀 없는 그저 평범한 일상을 살아간 이들은 이 땅에 잠시 스쳐간 바람일 뿐인가? 역사는 앞에서 말했듯이 문헌에 이름을 남긴 이들만의 것인가?

 

그렇지 않을 것이다. 평범한 일상한 살아간 이들이 없다면 어찌 역사가 이루어질 수 있을까? 위대한 세종대왕도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제대로 표현조차 못하는 평범한 민초들이 없었다면 과연 한글이라는 우리의 가장 위대한 유산을 남기실 수 있었을까? 결단코 그렇지 않다.

 

분명 역사의 한 면은 어디에서도 볼 수 있는 평범한 누군가가 차지하고 있다. 그들이 그려낸 역사는 어디서 찾아볼 수 있을까? 정사에서는 그들의 역사를 찾아보기 힘들다. 그래서였을까? 저자는 바로 이 소설을 통해 역사에서 또 다른 한 면을 차지하고 있는 평범한 누군가의 삶을 그리고 있다.

 

<금강>1500년대의 조선시대를 그린 역사소설이다. 특이한 점은 앞서 말했듯이 역사적 인물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대신 연향-미금-부용이라는 역사의 한 견에 묻혀있던 이들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그려나간다는 점이다. 게다가 조선시대라는 시대적 상황을 고려해보면 쉽지 않았을 수도 있는 여성들을 전면에 내세워 그 시대를 그리고 있다는 점은 분명 이 소설만의 특징이라고 할만하다.

 

훈구파와 사림들의 대립이 극한에 이르렀던 시대, 또한 우리나라 역사의 치욕으로 남을 임진왜란이 일어난 시대, 이 시대를 살아간 평범한 그네들은 어떤 꿈을 꾸었을까? 왕권 치하에서 백성이란 그저 수탈의 대상이었을 뿐이다. 입으로는 수없이 나라의 근간이 백성이라고 부르짖지만 막상 그들은 백성들을 억압하고 착취했을 뿐이다. 그런 수탈과 억압 속에서 백성들은 어떤 삶을 살았을까? 그들은 무엇을 바랐을까?

 

소설에 나오는 수많은 사람들은 저마다의 이야기로 삶을 이어나간다. 돈과 권력을 추구하는 이도 있고, 자신의 목숨을 바쳐 나라와 가족을 지키려고 하는 이들도 있고, 세상을 바꾸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치는 이들도 있다. 그들은 자신의 삶이 단 한 발자국이라도 조금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기를 바랐을 뿐이다.

 

<금강>은 분량도 만만치 않고 내용도 만만치 않다. 수많은 인물들과 사건들이 얽히고설키면서 그들의 관계와 이야기들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데에도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린다. 작가가 나름 등장인물과 역사용어 등을 부록에 실어 독자의 이해를 돕긴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방대한 분량과 내용 때문에 쉽지 않다.

 

그래도 한 번 꼭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그 시대이든, 혹은 우리가 살아가는 지금 이 시대이든 보다 나은 삶을 살기를 원하는 바로 우리의 마음이 담겨있는 소설이기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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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 윤후명 소설전집 1
윤후명 지음 / 은행나무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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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자신을 돌아보게 만드는 장소가 있다. 자신이 태어난 곳일 수도 있고, 가장 힘들었을 때 지내던 곳일 수도 있고, 누군가와 새로운 출발을 시작하며 행복을 느끼던 곳일 수도 있다. 윤후명 작가에게 강릉은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그런 장소이다.

 

윤후명 작가의 책을 즐겨 읽는 편은 아니라서 작가의 삶이나 사상에 대해 아는 바가 그렇게 많지 않았다(솔직하게 말하자면 그의 작품은 하얀집단 한 편만을 읽었을 뿐이다). 작가의 고향이 강릉이라는 것도 몰랐고, 작가가 소설가로 활동하기 전에 이미 시인으로 등단했던 사실도 알지 못했다.

 

누군가의 작품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그가 살아온 삶의 발자취, 생각의 흐름 등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 이 작품은 그런 점에서 윤후명 작가를 이해하는 첫 걸음이 될 수 있다. 작가의 말처럼 강릉은 작가의 존재와 철학을 가리키는 처음과 마지막이다. 그렇기에 작가는 윤후명 전집의 첫 권으로 이 책을 출판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어렵다. 이 책의 내용은 작가가 살아온 삶의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그 속에 그가 소설가로서, 또한 시인으로서 살아온 삶의 여정과 철학이 담겨 있기에 한 번에 모든 것을 이해할 수는 없다. 10편의 이야기가 각각 다른 이야기를 들려주면서도 한 편으로 일관된 이야기의 흐름을 보여준다.

 

처음에 읽을 때 호랑이나 처녀 머리 등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들이 적지 않았다. 도대체 작가가 이런 표현을 쓴 이유가 무엇인지? 이들이 가리키는 것은 무엇인지? 역시 누군가를 알아간다는 것, 특히 작가를 알아가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라는 생각만이 머릿속을 가득 채울 뿐이었다.

 

곳곳에서 작가의 시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있어서 소설과 시를 넘나들며 독자를 또 다른 세계로 이끌어간다. 아마 이 작품이 아니었으면 윤후명 작가의 시를 따로 읽을 기회가 없었을지 모르기에 소설 속에서 만난 그의 시가 더욱 반갑고, 더욱 가슴 깊이 다가왔다.

 

책을 읽다 내가 어렸을 때 살았던 동네를 떠올려본다. 이제는 개발이 되어 옛 모습을 전혀 찾을 수 없는 그 곳. 그렇지만 여전히 내 머리와 가슴에서 살아 숨 쉬며 나를 키우고 나를 만들어준 그곳의 추억들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 시절, 그 곳, 그 사람들.

 

내게 다시 그 옛날의 추억을 돌려준 고마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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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용
최항기 지음 / 세나북스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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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줄의 짧은 노랫가락에 무슨 큰 의미를 담을 수 있을까 싶었지만 역시 작가는 다르다. 생각지도 않았던 이야기들을 술술 풀어헤쳐 나간다. 노래로 이어진 사람들의 만남과 헤어짐, 운명의 얽힘 등 온갖 인생의 모습들을 담아서 우리에게 들려준다.

 

처용가는 학교 다닐 때 배운 이후로 다시 들쳐볼 일도 찾아볼 일도 없었던 내용이다. 간단한 노랫가락인 처용이 소설로 다시 태어났다는 이야기에 궁금해졌다. 과연 작가는 무엇을 말하려고 할까? 처용이 외계인이라는 조금은 황당무계한 설처럼 우리의 상상력을 뛰어넘는 새로운 이야기를 펼쳐 놓을까?

 

버려진 아이로 지상사에서 자란 처용의 인생은 시작부터 쉽지 않지만 그에게는 노래가 있기에 이를 견뎌낼 수 있다. 효병 스님에게서 노래를 배운 처용은 그를 따라 나섰다 인신매매단에 의해 노예로 팔리게 되는데, 다행스럽게도 그를 구한 이는 권력다툼에 신물을 느낀 신라 귀족 위홍이다. 처용과 위홍은 노래라는 매개체를 통해 신분을 뛰어넘는 친구가 되고, 당나라 왕족인 이원과 당나라로 유학 온 최치원도 이들과 합류해 우정을 쌓아가기 시작한다.

 

소설 전반에 걸쳐 말하듯이 노래의 힘은 대단하다. 노래와 관련된 업무를 하는 입장에서 노래로 수많은 사람들을 웃고, 울고, 기뻐하고, 슬퍼하고, 위로받는 이들을 수없이 보았다. 신라로 돌아온 처용, 김위홍, 최치원 등은 각자 자신의 길을 걸어간다. 하지만 마지막 순간 경연대회에서 처용이 부른 처용가는 모두의 아픔과 슬픔을 담을 만큼 크고도 큰 그릇이었다.

 

노래는 그렇다. 세상을 바꾸기도 하고, 아픈 이의 마음을 보듬어 다시 삶을 이어나가게도 하고,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이도 용서하게 만드는 힘을 가지고 있다. 이는 당나라에서도, 신라에서도, 2016년 대한민국에서도 여전히 바뀌지 않는 노래의 힘이다.

 

역사적 인물과 가상의 인물이 뒤섞여 우리에게 새롭게 다가온 <처용>은 마지막 순간까지 신비롭고 은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우리에게 삶의 여유를 들려주는 노래의 힘을 보여주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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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테의 지옥 여행기 단테의 여행기
단테 알리기에리 원작, 구스타브 도레 그림, 최승 엮음 / 정민미디어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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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테의 신곡은 읽을 때마다 새롭다. 지옥, 연옥, 천국을 여행하는 그의 이야기는 신비하면서도 우리에게 던지는 화두가 가볍지 않다. 물론 개신교 신앙에서는 연옥이라는 개념이 없어서 조금은 다르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지옥과 천국은 분명히 기독교인들에게 의미하는 바가 상당히 크다.

 

펴낸이는 단테의 신곡을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도록 소설로 각색하여 우리의 영혼을 이끌어 가는데 그 첫 번째 여정이 바로 지옥이다.

 

지옥이라고 하면 먼저 끝없이 타오르는 화염불, 마귀의 학대를 받으며 온 몸을 혹사당하거나 오물에 머리까지 푹 담고 있는 영혼들의 이미지가 먼저 떠오른다. 그런데 단테의 신곡에서 지옥을 묘사하는 첫 장면은 그런 이미지들과는 다르다.

 

시인 베르길리우스의 도움으로 단테가 지옥의 문에 다다랐을 때 지옥문에서 읽은 글귀는 이렇다.

 

비통의 도성 지옥으로 가려는 자, 나를 거쳐서 가거라

[중략]

한 번 지옥에 들어온 너희들의 영혼은 영원히

다른 곳으로 빠져나갈 수 없으니 모든 희망을 버려라(p.31)

 

아무리 고통스럽다고 할지라도 희망을 품을 수만 있다면 인간은 모든 힘듦과 고통을 견뎌낼 것이다. 하지만 지옥은 그런 희망을 처음부터 꺾어버린다. 결코 지옥의 고통에서 빠져나갈 수 없다고. 그러니 모든 희망을 버리라고. 얼마나 무서운가? 지옥이라는 곳이. 끝없는 영겁의 시간을 아무런 희망도 없이 지내야 한다니.

 

뒤이어 단테가 둘러본 지옥의 모습보다 지옥문 입구에서 본 이 한 마디가 너무나 무섭다. 문득 단테의 신곡을 처음 읽었을 때가 기억난다. 중학교 때쯤인 것으로 기억하는데 이 문장을 읽고 밤새 잠을 이루지 못하고 뒤척였다. 나는 정말로 지옥이 아니라 천국에 갈 수 있는 믿음을 가지고 있는지, 혹시라도 지옥에 가게 된다면 어떻게 해야 할지 너무나 막막해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아마 단테는 나와 같은 이들에게 지옥에 가지 않기 위해서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할지 반드시 기억하라는 의미로 이 책을 집필했을지도 모른다. 지옥은 그만큼 무섭고 두려운 곳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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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운의 여신 2016-05-08 1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옥과 천국은 오직 여기있지요
죽어서 갈수 없는 그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