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풀어쓴 도덕경 - 도는 늘 무위이지만 하지 못 할 일이 없다
노자 지음, 전재동 엮음 / 북허브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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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경>에 관련된 책은 여러 권 읽었지만 도덕경 전체를 읽지는 못했다. 대부분의 책들이 <도덕경> 내용 중 일부를 발췌해 저자 자신의 생각과 설명을 곁들여 독자들이 도덕경을 조금 더 쉽고 현실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구성이라 각 구절에 대한 해설이 저자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다는 점이 누군가에게는 다양한 시각을 가질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오히려 무슨 의미인지를 분명하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역효과가 나기도 한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의 저자는 자신의 생각이나 해설을 곁들이지 않는다. 오로지 도덕경 원문과 이를 시처럼 풀어쓴 해석만을 들려줄 뿐이다. 그렇기에 도덕경이 전하고자 하는 의미를 깨닫는 것은 독자 자신의 몫일뿐이다.

 

저자는 본문에 들어가기에 앞서 <도덕경>의 저자 노자와 <도덕경>에 관해 개략적으로 설명한다. 저자는 5천 자에 불과한 도덕경은 그 깊이를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라고 하면서 평생 옆에 두고 그 의미를 깊이 묵상해야 한다고 말한다.

 

특이할만한 점은 저자가 기독교 관점에서 재해석한 동양고전을 모토로 이 책을 집필하였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를 위해 성경, 특히 요한복음의 내용을 도덕경 해석에 대한 주해로 사용하고 있고, 본문의 해석도 성경적인 내용을 토대로 이루어진다.

 

별다른 설명을 곁들이지 않았기에 단락 하나를 읽더라고 깊이 고민하게 된다. 노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 무위라는 것이 무엇인지, 도는 과연 무엇인지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이다. 이런 점에서 이 책은 독자 자신이 만들어가는 책이다. 노자가 던진 화두를 스스로 깨우쳐가야 하기 때문이다.

 

저자의 말처럼 큰 부담 없이 끊임없이 읽다보면 노자와 그의 생각을 만나게 될 것이다. 마르지 않는 샘이라는 도덕경의 깊은 맛을 느끼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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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준열의 시대 - 박인환 全시집
박인환 지음, 민윤기 엮음, 이충재 해설 / 스타북스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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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환 시인이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시는 <목마와 숙녀>이다.

 

한 잔의 술을 마시고

우리는 버지니아 울프의 생애와

목마를 타고 떠난 숙녀의 옷자락을 이야기한다.

[후략]

 

한 잔의 술을 마시고라는 첫 구절을 읊으며 술 한 잔을 기울이던 친구들과의 추억이 담긴 그 옛날의 모습이 떠오른다.

 

이와는 반대로 수없이 많이 불렀지만 정작 시를 쓴 이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했던 시는 <세월이 가면>이다. 그저 유행가 가사로만 생각했던 적도 있다.

 

이처럼 박인환 시인은 우리에게 알려져 있지만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시인이다. 그가 어떤 시를 썼는지, 어떤 생각을 가졌는지, 그의 죽음이 어땠는지를 알지 못했다. 그런 세상의 오해가 싫었기에 엮은이는 박인환 시인의 작고 60년을 맞아 이 책을 세상에 내놓기로 했다. 박인환 시인이 첫 시집 제목으로 붙이고 싶어 했던 <검은 준열의 시대>를 제목으로 붙여서 말이다.

 

시를 감상하기 전에 20페이지에 걸쳐 박인환이라는 시인의 삶을 설명한다. 짧지만 그가 어떤 사람인지 조금은 맛볼 수 있는 내용이다. 또한 시집 뒤편에 실은 박인환의 시에 대한 해설로 그가 그려낸 시가 무엇인지를 다시 생각해볼 수 있다.

 

엮은이는 90편의 시를 내용에 따라 5부로 나누었다. 1부에는 사회주의자의 면모가 드러나는 시, 2부에는 한국 전쟁을 겪은 가족과 사회에 대한 시, 3부에는 미국 여행 체험에 관한 시, 4부에는 반공주의자의 면모가 드러난 시, 5부에는 고향, 계절, 자연 등을 노래한 서정적인 작품들이 실려 있다.

 

90편의 작품을 한 번 읽었다고 박인환 시인의 생각을 모두 읽을 수는 없다. 하지만 박인환 시에 대한 해설을 이충재 시인의 해석처럼 그의 시에는 일제강점기, 6.25전쟁 등과 같은 시대적 아픔을 담은 내용들이 적지 않다.

 

박인환 시인은 많은 이들에게 <목마와 숙녀> <세월이 가면>으로만 기억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박인환 시인은 이 두 편의 시로만 평가받아야 할 시인이 결코 아니다. 그의 삶이, 그의 시가 온전히 평가받아야 한다. 그런 순간이 이 작품집을 통해 하루라도 빨리 이루어지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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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화 - 1940, 세 소녀 이야기
권비영 지음 / 북폴리오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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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 몸이 더러워진 것은 우리 뜻과는 상관없이 일어난 일이에요. 우리의 잘못이 아니라는 말이죠. 우리는 전쟁을 원한 적도 없고 전쟁에 미친 군인들을 위무할 생각도 없었어요. 그건 미친 바람이 지나간 자리일 뿐이에요. 바람은 곧 잠들 거에요. (p.243)

마음이 너무 아픈 건 이들이 말했던 바람이 여전히 불고 있는 듯한 현실 때문이다. 그녀들이 결코 원하지 않았던 미친 바람은 그들을 스치고 지나가지 않았다. 그들의 마음속에서 떠나지 않은 채 끝없는 아픔으로 남겨져있다. 어쩌면 이생에서는 바람이 잠드는 것을 보지 못할지도 모른다. 여전히 바람을 일으킨 미친 이들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그녀들은 희망을 바라보았다. 열다섯, 열여섯 소녀들이 꿈꾸던 세상은 결코 악몽과 같은 세계가 아니었다. 비록 각자의 위치에 따라 조금씩 달랐지만 그들은 희망을 키워나갔다.

자신의 운명에 대해 지나친 기대를 갖는 것도 위험한 일이지만 절망이나 노여움으로 자신의 미래를 일찍 포기할 일은 아니다. (p.51)

하지만 세상은 그들의 꿈을 짓밟는다. 결코 원하지 않았던 미친 바람 때문에 말이다. 기녀가 되기 싫었던 은화는 자신의 희망과는 정반대의 삶을 살아갈 수밖에 없었고, 흩어진 가족이 다시 만나기를 바랐던 영실도 지척에 있는 아버지를 모시지 못하는 삶을 살아간다. 남들의 눈에 편안한 삶을 영위할 것처럼 보였던 정인도 끝없는 우울증으로 평범한 인생을 이어나가지 못한다. 바라던 삶과는 전혀 다른 길을 걸어간 이들, 그렇게 자신의 희망과는 다른 삶을 산 그들은 결국 그 꿈을 잃어버렸을까?

길을 모르면서도 가야 한다. 그것이 선문처럼 머리에 남았다. 인생의 끝에 무엇이 있는지도 모르면서 왜 이렇게 허덕거리며 가야 하는지. (p.304)

탈출에 성공한 칠복이 끝없이 앞으로 나아가야 했던 것처럼 희망이 짓밟힌 이들에게도 나아가야 할 삶이 있었다. 여전히 길을 펼쳐져 있었다. 그들은 결코 물러서지 않았다. 힘들고 지치고, 때로는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었지만 그들은 여전히 앞으로 나아갔다. 그들은 꿈을 버리지 않는 몽화이니까 말이다.

세 사람이 겪었던 역사의 풍랑은 우리 모두의 역사였다. 그 시대를 함께 겪었던 이들의 아픔이었고, 그 시대를 모르는 현재의 우리에게도 잊지 못할 삶이다. 결코 서로를 외면할 수 없었던, 아니 같은 아픔을 가지고 있기에 서로 보듬어야 하는 그런 상처, 역사였다.

점순이 앞에서, 나는 아니라고, 나는 위안부가 아니라고 말을 할 수 없었다. 그러고 싶지 않았다. 그녀가 겪은 아픔을 모른 체할 수 없었다. (p.177)

세 명의 친구들이 겪은 역사의 한 단면이 잔잔하게 그려지면서 그들을 둘러싼 모든 이들의 삶도 함께 우리에게 다가온다. 그들이 얼마나 아픈 나날을 보냈는지, 얼마나 고통 속에서 힘들어 했는지, 얼마나 이 땅의 해방을 기다렸는지를.

그래서 더욱 아프다. 지금의 현실이 너무 아프다. 여전히 불고 있는 미친 바람이 모든 이들의 마음을 더욱 아리게 한다. 여전히 끝나지 않는 지나쳐가지 않는 그 바람이.

암흑 같은 세월이,

힘들고,

더디게,

흐르고 있었다. (p.380)

그 세월, 그 바람이 언제나 멈출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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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는 역사는 아주 작습니다
이호석 지음 / 답(도서출판)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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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 시절에 배운 역사는 단순히 흘러간 시간의 나열이었다. 몇 년에는 어떠어떠한 일이 있었고, 몇 년에는 어떤 사건이 일어났는지를 끝없이 외워야하는 과목이 역사였다. 그랬기에 역사의 이면을 바라본다는 것은 생각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시험을 위한 역사 공부에서 벗어나자 생각지도 못했던 역사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새롭게 역사 인식을 갖게 된 계기는 유시민의 <거꾸로 읽는 세계사>였다. 그의 책을 읽고 얼마나 놀랐는지 모른다. 달리 말하면 그만큼 올바른 역사 인식을 갖추지 못했다는 말이다.

 

그렇다고 우리 역사에 대해서는 올바른 지식을 갖추고 있었을까? 역시 그렇지 않다. 단편적인 지식들만 머릿속에 채워놓다 보니 정작 중요한 의미나 배경을 알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말 그대로 역사의 극히 작은 부분만을 보고 있을 뿐이다.

 

저자는 역사적 스토리를 배워 우리나라의 역사와 지금의 내가 별개가 아니라는 것, 지금 이 순간도 역사라는 것, 실물과 스토리 모두가 역사라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다고 한다. 지극히 당연하게 보이는 이 말이 얼마나 우리의 생각과 동떨어져 있는지는 저자가 예로 든 스카라 극장의 사례에서 분명하게 드러난다.

 

저자는 4부에 걸쳐 우리 역사에서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는 인물, 유물, 국보 등에 관해 들려준다. 23 꼭지의 이야기들 중에는 이미 들어본 내용들도 적지 않았지만 이번에 처음 알게 된 역사도 적지 않았다. 특히 1917년 생 동갑내기인 박정희와 윤이상의 이야기는 안타까움을 자아내면서 누군가를 향한 분노를 터트리게 만들었다.

 

많은 부분에서 우리가 잊어버린, 또한 잊고 있는 과거 선열들의 이야기에 고개를 들 수 없었다.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갈 수 있는 이유가 바로 그런 우리 선조들의 희생을 바탕으로 한 것임을 어찌 그렇게 가볍게 생각했는지, 아니 관심조차 가지지 않았는지 변명조차 하기 어렵다.

 

다행인 것은 잊어버릴 뻔한 이런 역사를 우리에게 들려주는 저자와 같은 이들이 있음이다. 그들의 노고로 우리에게 또한 우리의 후손에게 올바른 역사가 이어질 수 있음이다. 이런 역사를 통해 뼈아픈 과거의 역사가 다시 이어지지 않기를, 또한 우리의 찬란한 역사가 더욱 빛을 발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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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남겨두고 간 소녀
조조 모예스 지음, 송은주 옮김 / 살림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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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 플러스 원> <허니문 인 파리> <미 비포 유> 등으로 유명한 조조 모예스. 로맨스 소설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지만 그녀의 작품은 항상 즐겁게 다가온다. 따스하고 애틋하고 그러면서 감동으로 독자를 휘감는 그녀의 소설들에 어찌 빠지지 않을 수 있을까

 

이 작품을 읽으면서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사랑의 감정을 이끌어낸 <허니문 인 파리>가 떠올랐다. 이 소설도 과거와 현재가 이어 그리며 진정으로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를 우리에게 들려준다.

 

사실 1부가 끝났을 때 조금 당황스러웠다. 뭐지, 왜 여기서 멈춘 거야? 추리 소설의 묘미를 첨가한 이야기라 그랬을지 몰랐지만 궁금증이 하늘 높이 치솟아 오른 상태에서 갑자기 암전이 되어 온 세상이 캄캄해져 아무 것도 볼 수 없게 된 상태, 그래서 더욱 궁금해질 수밖에 없었다(역시 대단한 작가라는 또 다른 반증이다).

 

2부는 1부에 비해 조금 전개 속도가 느려 다소 아쉬운 점이 있지만 폴과 리브가 서로의 사랑을 확인한 그 순간 폴의 눈에 <당신이 남겨두고 간 소녀>라는 초상화가 들어오면서 점차 긴장감을 되찾기 시작한다.

 

소설을 모두 읽은 후에는 부럽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사랑하는 이를 위한 소피의 희생도 부럽고, 사랑하는 사람이 남긴 초상화와 초상화의 주인공인 소피를 이해해가며 이를 위해 모든 것을 바칠 수 있는 리브도 부럽다.

 

사람마다 소중한 것이 다 다르겠지만 사랑만큼 소중한 것은 많지 않을 것이다. 아니 없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그런 사랑을 하는 사람이 많지 않기에 그 소중함이 드러나지 않을 뿐. 그래서 더욱 부러웠던 것일지도 모른다. 소피와 리브의 사랑이.

 

역시 조조 모예스라는 말이 절로 나올만한 작품이다. 로맨스라는 장르를 다시 돌아보게 해 준 그녀에게 진심으로 감사한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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