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공계의 뇌로 산다 - 세상을 깊이 있고 유용하게 살아가기 위한 과학적 사고의 힘
완웨이강 지음, 강은혜 옮김 / 더숲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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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서부터 살짝 마음이 뒤틀린다. 이공계의 뇌로 산다는 표현에는 인문계적 사고방식에 문제가 있음을 조금 틀어서 얘기하고 있다는 뉘앙스가 담겨있기 때문이다. 이런 느낌을 받은 이유는 당연히 내 자신이 인문계 출신이고, 지금도 인문학적 사고방식으로 판단하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인문학적 사고와 이공계적 사고는 무얼까? 첫 페이지에 이런 글이 있다.

 

인문계 사람은 때로 자신의 가치 판단을 상식이라고 말한다. 왜냐하면 그들의 판단은 본능적인 사고를 거쳐 도출되었기 때문이다.

 

그래, 그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본능적인 사고를 거친 판단이 진정으로 잘못된 걸까? 수치와 데이터로 이루어진 이공계적 판단이 항상 옳다고 말할 수 있을까? 저자는 인문계적 사고와 이공계적 사고의 차이를 드러내는 상황을 트레이드오프라는 영단어로 설명한다.

 

두 가지 중에 하나를 취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이것을 희생하고 나머지 것을 취해야 한다. 이런 판단을 위해서는 사물의 장점과 단점을 파악해 결정해야 한다. 이때 인문계적 사고는 좋은 것만 반기고 이공계적 사고는 장단점을 분석해 그에 맞게 타협을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저자의 말이 무슨 의도인지는 충분히 이해하겠다. 그렇지만 살아가다 보면 수치와 데이터가 아닌 원칙이 앞서야 할 때가 분명이 있다. 눈앞에 손해가 보이더라도 이를 감수해야 할 때가 있다. 어이없어 보이는 결정이지만 그렇게 나아가야 할 때가 있다.

 

왜 그럴까? 사람 간에 이루어지는 관계 혹은 정책은 수치와 데이터만으로 결정되지 않기 때문이다. 때로는 손해를 감수하는 그런 감정적인 혹은 인문학적인 사고가 생각지도 않은 결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개인적으로 사업을 하기 때문에 수치와 데이터의 중요성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고, 이공계적 사고(과학적 사고)의 중요성도 충분히 공감할만한 내용이다. 그렇지만 여전히 이공계적 사고를 넘어선 판단이 필요한 때가 있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는 없다. 하나의 시각으로 설명할 수 없는 것들이 세상에는 여전히 많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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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스쿨 기초 중국어법 - 2016 개정판, 무료 핵심강의 20강, 무료 동영상 CD, 미니회화북, 쓰기노트, MP3 다운로드 시원스쿨 중국어 시리즈
시원스쿨 중국어연구소 지음 / 시원스쿨닷컴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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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셰, 따거, 라이라이. 이 세 단어가 내가 알고 있는 중국어의 끝이다. 중국어에 관심도 없었고, 배울 필요도 없었다. 중국이 예전과는 그 위상이 달라져서 수많은 사람들이 중국에 미래가 있다고 할 때도 별다른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내가 하는 일과는 그다지 관계가 없었고, 혹 중국과의 비즈니스가 필요하다고 하면 중국어를 할 줄 아는 사람을 고용하면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말 중국어가 필요한 상황에 생겼다. 현재 진행 중인 프로젝트의 대상이 중국인이다. 막상 중국과 비즈니스를 시작하게 되자 중국어에 대한 필요성이 확실해졌다. 사람을 고용하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었다. 전문 통역사 정도의 능력은 아니더라도 최소한의 대화가 가능할 정도의 중국어 회화 실력을 갖춰야 했다.

 

중국어를 배워야겠다고 결심은 했지만 처음부터 쉽지 않았다. 완전 초짜에게 필요한 게 무엇인지 알 수가 없었다. 학원을 다녀야 할지, 책으로 공부해야 할지, 요즘 많이 하는 전화 수업을 받아야 할지, 이도저도 아니면 일대일 교습을 받아야 할지 결정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다 알게 된 <시원스쿨 기초중국어법>. 시원스쿨 중국어에 대해서는 들은 적이 없지만 시원스쿨 영어는 워낙 주변에서 많이 들었던 얘기라 이 책이라면 일단 기초는 끝낼 수 있지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을 갖고 공부하기 시작했다.

 

딱 내게 필요한 책이었다. 중국어의 가장 기본이 되는 발음에서부터 차근차근 설명하기에 나처럼 중국어를 전혀 접해보지 못한 사람들도 부담 없이 시작할 수 있다. 게다가 이 책이 진짜 좋은 점은 중국말 어순이 아니라 한국말 어순에 따라 중국어를 배운다는 것이다.

 

이런 공부 형태가 좋은 이유는 영어를 배울 때를 생각해보면 이해할 수 있다. 수십 년간 영어를 배운 사람들이 외국인만 보면 갑작스레 급한 일이 생겼다는 듯이 피하기에 급급한 모습을 보인다. 왜 그럴까? 영어를 영어 어순에 따라 배우다보니 우리말과 다른 어순에 쉽게 체질화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요즘 영어 학습서들 중에는 우리말 어순에 따라 영어를 배우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들이 적지 않다.

 

이 책도 그렇다. 가장 기초적인 문장을 토대로 점차 문장 활용법을 늘려 가는데 이를 한국말 어순에 따라 중국어를 설명한다. 그러다보니 어렵지 않다. 문장이 워낙 간단해서 그렇다고 할 수도 있지만 단어를 연결하는 원리를 토대로 한 학습법의 효과라는 생각이 더 크다.

 

게다가 1초 만에 한국어/중국어로 말하기, 확장 훈련 등을 통해 앞서 배운 문장들이 입에 익숙해질 때까지 반복할 수 있다. 기본 설명에서 확장 훈련까지 마무리하는 데에는 책 표지에서 말하는 것처럼 10분으로는 턱 없이 부족하지만 하루 20-30분 정도 투자하면 강의 하나를 마무리하는데 충분하다.

 

여전히 중국어로 발음하는 것은 쉽지 않다. 4성이라는 발음이 마음처럼 그렇게 쉽게 되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가장 기초적인 중국어 구조가 무엇인지는 조금이나마 배울 수 있었다. 이 책과 함께라면, 중국어 그렇게 어렵지만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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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의 배신 - 인생이 낯설어진 남자를 위한 심리학
김용태 지음 / 덴스토리(Denstory)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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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이라는 말이 참 낯설다. 나는 여전히 청춘인데, 여전히 젊다고 생각하는데, 누구의 말처럼 나이는 숫자에 불과한데, 왜 중년이라고 불려야 하는지 모르겠다. 그런데 주변을 돌아보니 내 주위에 있는 친구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중년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모양새로 바뀐 그네들의 모습이 바로 내 모습이라는 생각에 이제는 정말 중년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중년이라는 시기는 어떤 시기일까? 중년에 들어서면서 수많은 이들이 사회에서, 가정에서 소외되어 외로움에 하루하루를 보내는 시기일까? 젊을 때와는 달리 나를 내세울 자신감이 점차 사라지면서 성적으로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가거나, 권력욕에 사로잡혀 자신의 권력을 무조건 휘두르기만 하는 어린아이와 같은 모습을 보이는 시기일까?


나는 아직 저자가 예로 든 정선 씨와는 많은 부분에서 다르다는 생각이 든다. 늦게 결혼하여 아직은 신혼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고 아이도 어리다보니 여전히 아빠가 세상에서 최고인 줄로 안다. 회사에서도 그렇다. 개인적으로 사업을 하고 있고, 현재 새로운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중이라 정선 씨와는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물론 나도 노후에 대한 걱정은 하지만.


그런데 몇 년 뒤의 내 모습이 정선씨와 다르다고 말할 수 있을까? 솔직히 자신이 없다. 바쁘다는 핑계로 아이와 함께 보내는 시간이 많지 않고, 아내와 함께 밥 한 번 먹는 것도 예전만큼 쉽지 않다. 그런 내가 가정에서 절대 소외감을 느끼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할 수 있을까?


뿐만 아니다. 저자가 말한 것처럼 내게도 성인아이의 모습이 분명하게 드러난다. 자아도취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하고, 다른 누군가를 맹렬히 비난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그런 내 모습을 보며 여전히 나는 온전히 성인으로 자라지 못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그렇다고 절망감에 빠지지는 않는다. 저자의 말처럼 중년은 인생의 내리막이 아니기 때문이다. 중년은 나를 다잡아 다시 올라갈 제2의 도약기이다. 온전한 성인으로 성장할 절호의 기회이다. 특히 인생의 7단계로 관용의 마음을 닦을 수 있는 시기이다.


세상에 쉬운 일이 어디 있을까, 제2의 도약을 이루는 일도 쉽지는 않다. 어렵지만 가야할 길이다. 그래서 이런 생각이 든다. 두 번째 인생의 길을 누군가와 같이 걸어가면 혼자 가는 것보다는 훨씬 쉽지 않겠느냐는. 저자가 마지막에 말했듯이, 말없이 함께 갈 수 있는 친구나 표현은 다르지만 마음만은 함께 할 수 있는 아내와 함께 간다면, 그 또한 커다란 기쁨이 되지 않을까


중년은 또 다른 기쁨과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새로운 출발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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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풀어쓴 도덕경 - 도는 늘 무위이지만 하지 못 할 일이 없다
노자 지음, 전재동 엮음 / 북허브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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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경>에 관련된 책은 여러 권 읽었지만 도덕경 전체를 읽지는 못했다. 대부분의 책들이 <도덕경> 내용 중 일부를 발췌해 저자 자신의 생각과 설명을 곁들여 독자들이 도덕경을 조금 더 쉽고 현실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구성이라 각 구절에 대한 해설이 저자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다는 점이 누군가에게는 다양한 시각을 가질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오히려 무슨 의미인지를 분명하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역효과가 나기도 한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의 저자는 자신의 생각이나 해설을 곁들이지 않는다. 오로지 도덕경 원문과 이를 시처럼 풀어쓴 해석만을 들려줄 뿐이다. 그렇기에 도덕경이 전하고자 하는 의미를 깨닫는 것은 독자 자신의 몫일뿐이다.

 

저자는 본문에 들어가기에 앞서 <도덕경>의 저자 노자와 <도덕경>에 관해 개략적으로 설명한다. 저자는 5천 자에 불과한 도덕경은 그 깊이를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라고 하면서 평생 옆에 두고 그 의미를 깊이 묵상해야 한다고 말한다.

 

특이할만한 점은 저자가 기독교 관점에서 재해석한 동양고전을 모토로 이 책을 집필하였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를 위해 성경, 특히 요한복음의 내용을 도덕경 해석에 대한 주해로 사용하고 있고, 본문의 해석도 성경적인 내용을 토대로 이루어진다.

 

별다른 설명을 곁들이지 않았기에 단락 하나를 읽더라고 깊이 고민하게 된다. 노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 무위라는 것이 무엇인지, 도는 과연 무엇인지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이다. 이런 점에서 이 책은 독자 자신이 만들어가는 책이다. 노자가 던진 화두를 스스로 깨우쳐가야 하기 때문이다.

 

저자의 말처럼 큰 부담 없이 끊임없이 읽다보면 노자와 그의 생각을 만나게 될 것이다. 마르지 않는 샘이라는 도덕경의 깊은 맛을 느끼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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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준열의 시대 - 박인환 全시집
박인환 지음, 민윤기 엮음, 이충재 해설 / 스타북스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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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환 시인이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시는 <목마와 숙녀>이다.

 

한 잔의 술을 마시고

우리는 버지니아 울프의 생애와

목마를 타고 떠난 숙녀의 옷자락을 이야기한다.

[후략]

 

한 잔의 술을 마시고라는 첫 구절을 읊으며 술 한 잔을 기울이던 친구들과의 추억이 담긴 그 옛날의 모습이 떠오른다.

 

이와는 반대로 수없이 많이 불렀지만 정작 시를 쓴 이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했던 시는 <세월이 가면>이다. 그저 유행가 가사로만 생각했던 적도 있다.

 

이처럼 박인환 시인은 우리에게 알려져 있지만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시인이다. 그가 어떤 시를 썼는지, 어떤 생각을 가졌는지, 그의 죽음이 어땠는지를 알지 못했다. 그런 세상의 오해가 싫었기에 엮은이는 박인환 시인의 작고 60년을 맞아 이 책을 세상에 내놓기로 했다. 박인환 시인이 첫 시집 제목으로 붙이고 싶어 했던 <검은 준열의 시대>를 제목으로 붙여서 말이다.

 

시를 감상하기 전에 20페이지에 걸쳐 박인환이라는 시인의 삶을 설명한다. 짧지만 그가 어떤 사람인지 조금은 맛볼 수 있는 내용이다. 또한 시집 뒤편에 실은 박인환의 시에 대한 해설로 그가 그려낸 시가 무엇인지를 다시 생각해볼 수 있다.

 

엮은이는 90편의 시를 내용에 따라 5부로 나누었다. 1부에는 사회주의자의 면모가 드러나는 시, 2부에는 한국 전쟁을 겪은 가족과 사회에 대한 시, 3부에는 미국 여행 체험에 관한 시, 4부에는 반공주의자의 면모가 드러난 시, 5부에는 고향, 계절, 자연 등을 노래한 서정적인 작품들이 실려 있다.

 

90편의 작품을 한 번 읽었다고 박인환 시인의 생각을 모두 읽을 수는 없다. 하지만 박인환 시에 대한 해설을 이충재 시인의 해석처럼 그의 시에는 일제강점기, 6.25전쟁 등과 같은 시대적 아픔을 담은 내용들이 적지 않다.

 

박인환 시인은 많은 이들에게 <목마와 숙녀> <세월이 가면>으로만 기억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박인환 시인은 이 두 편의 시로만 평가받아야 할 시인이 결코 아니다. 그의 삶이, 그의 시가 온전히 평가받아야 한다. 그런 순간이 이 작품집을 통해 하루라도 빨리 이루어지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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