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과 도덕
버트런드 러셀 지음, 이순희 옮김 / 사회평론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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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이란 무엇일까? 어렸을 때는 결혼이 그저 사랑하는 두 사람이 평생을 함께 하는 과정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랬기에 사랑하는 사람이 없다면 당연히 결혼도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였는지 모르지만 오랫동안 결혼과는 거리가 먼 생활을 했다.

 

그러면서 주변에 결혼한 친구들을 보면 결혼이란 단순히 사랑하는 두 사람의 관계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사랑이라는 것이 전제되기는 하지만 결혼의 이면에는 두 사람보다 더 큰 무언가가 있었다. 때로는 두 사람의 집안이기도 했고, 때로는 그들의 맺은 사랑의 결실이기도 했고, 때로는 그들이 나누는 미래에 대한 꿈이기도 했다.

 

그렇기에 결혼은 단순히 낭만적인 요소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결혼에는 본능적 요소, 사회적 요소, 종교적 요소 등 여러 가지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이루어진다. 그 중에서 성()적인 문제는 참 다양한 생각을 갖게 만든다.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성에 대해 개방적이지 않다. 성이란 것이 결코 부끄러운 것이 아님에도 무언가 성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 갑작스럽게 부끄러워지고 죄를 지은 것만 느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이처럼 성에 대한 사회적, 종교적 금기가 많은 사회에서는 여성에 대한 불평등이 생기게 되고 이는 결국 행복한 결혼으로 이어지기 어렵다.

 

행복한 결혼은 어떻게 이루어질까? 러셀의 말처럼 두 사람 사이에 완전한 평등이 이루어지고 육체적, 정신적, 지적으로 깊이 있는 친밀감을 유지해야 가능한 걸까? 물론 그렇다. 두 사람 사이에 불평등이 존재하는데 행복하다고 말하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주장이다. 또한 육체적, 정신적, 지적으로 서로 동떨어져 있다면 두 사람 사이의 거리감은 그 보다 훨씬 더 클 것이다.

 

내가 가진 종교, 철학과 그의 주장이 다르기 때문에 저자의 이야기에 모두 공감할 수는 없었다. 그렇지만 경직된 사회적 분위기가 결혼 생활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는 점만큼은 분명하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가 하루아침에 바뀌지는 않겠지만 조금씩 변화를 이루어나가야 한다. 그 첫 걸음 다른 누군가가 먼저 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 그 첫 걸음은 바로 나로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것이 세상을 바꾸는 실제적인 방법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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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고 있는 소녀를 보거든
캐서린 라이언 하이드, 김지현 / 레드스톤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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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뉴스를 보면 세상이 얼마나 흉흉해졌는지를 새삼 느끼게 된다. 특히 부모라는 이름을 가진 이들이 아이들을 학대하고, 심지어는 살해했다는 사건 이야기를 들으면 더 이상 뭐라고 할 말을 찾지 못할 정도이다.

 

아이들은 우리의 미래라고 말한다. 하지만 아이들을 미래가 아니라 자신의 소유물로 보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그러다보니 너무나 쉽게 아이들을 학대한다. 그런데 아이들이 학대를 받는 것이 단지 부모나 교사들만의 문제일까? 결코 그렇지 않다. 세상의 모든 아이들에게 주어진 고통은 직접적인 고통을 가한 이들과 이를 방관한 이들이 공통으로 책임져야 할 문제이다.

 

매일 같이 아파트 계단에 나와 홀로 앉아 있는 그레이스. 그녀는 자신에게 닥친 문제를 해결하기 다른 사람들의 도움을 간절히 원한다. 이런 그녀를 보며 조금씩 관심을 기울이다 결국 광장공포증의 고통을 뒤로한 채 그녀에게 다가간 전직 브로드웨이 댄서 빌리. 작가는 이 둘의 시선에서 이야기를 풀어나가며 그레이스와 같은 아파트에 사는 이웃들이 어떻게 서로가 서로를 아끼며 보살피는 진정한 이웃이 되어 가는지를 그리고 있다.

 

그레이스와 같은 아파트에 사는 이들은 각자가 나름대로의 아픔을 간직하고 있다. 이들이 가진 상처들은 다른 누군가의 관계에서 서서히 치료되어 간다. 얼마 전에 읽은 윤대녕의 <피에로들의 집>이 떠오른다. 윤대녕 작가는 혈연이 아닌 서로에 대한 진심어린 관심과 이해로 연결된 새로운 형태의 가족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런 점에서 이 책과 서로 비슷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웃사촌이라는 말이 어느새 사어가 되고 있는 시대이다. 이웃과의 교류가 거의 없는 시대, 그렇기에 이웃에 사는 아이가 고통을 받는 지, 홀로 사는 노인이 어떤 상태인지 전혀 알지 못하는 시대. 어쩌다 이렇게 된 걸까? 우리는 정()의 민족인데. 더불어 사는 한민족인데.

 

그래도 이 땅에는 여전히 따뜻하게 이웃을 돌보는 이들이 있다. 이웃의 아픔을 보듬는 이들이 있다. 그렇기에 여전히 우리에게는 희망이 있다. 그 희망의 불꽃에 모든 사람이 참여한다면, 아니 나부터 참여한다면 얼마나 환하게 빛나게 될까. 그것이 작가가 말하고 싶었던 것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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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벌
기시 유스케 지음, 이선희 옮김 / 창해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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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하게 기억하기는 어렵지만 아주 어렸을 때(대략 4-5살 정도) 개한테 물린 적이 있다. 친구네 집에 놀러가서 사과나무에 열린 사과를 따는데 갑자기 개가 달려들더니 바로 다리를 물었다. 어찌나 놀랐던지 평생 개에 대한 트라우마를 가지게 되었다. 물론 지금은 어렸을 때처럼 무서워하지는 않지만 말이다.

 

그런 경험이 있기 때문일까? 소설 속 안자이 도모야가 느끼는 공포에 완전히 몰입할 수 있었다. 안자이 도모야는 나와는 달리 말벌에 쏘이면 바로 죽을 수도 있는 상황이라 그 공포는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일 것이다. 게다가 도망칠 곳이 많은 개방적 공간도 아닌 산장이라는 폐쇄된 공간에서 자신을 죽일 수도 있는 말벌과 마주한다면 그 공포와 두려움은 극한에 이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작가는 이런 안자이 도모야의 공포를 생생하게 전달한다. 숨 막힐 듯한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해 그가 펼치는 순간의 선택에 독자의 마음도 함께 졸아들기도 한다. 거기에 더해 도대체 이런 일이 생기게 된 이유가 무엇인지, 누가 이런 일을 꾸몄는지에 대한 궁금증이 더욱 커져만 간다.

 

마지막 순간, 놀라움이 극도로 커졌다. 생각지도 못했던 마지막 반전에 그저 할 말을 잃고 멍하니 있을 뿐이었다. 이럴 수가. 이런 결말을 위해 작가는 나름의 트릭을 사용했구나.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던 작가의 교모한 소설적 장치에 다시 한 번 놀랄 수밖에 없었다.

 

이 책이 매력적인 또 다른 이유 중 하나는 안자이 도모야가 말벌과의 사투를 벌이는 과정을 그린 작가의 세밀한 묘사 때문이다. 거의 전문가 수준에 이르는 내용을 작품 속에 녹여내 사실성을 극대화한다. 이런 점이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더욱 깊이 책에 빠져들게 한다.

 

200페이지가 조금 넘는 길지 않은 작품이지만 내게는 상당한 여운을 남긴 소설이었다. 특히 소설 속 <말벌>의 내용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이들이 한 번쯤 고민하고 또 고민했을 만한 내용이다. 그렇기에 누군가는 그 책에 완전히 빠져들 수 있었던 것은 아닐까.

 

이번에 처음으로 기스 유스케의 작품을 읽었다. 작가는 SF, 추리 소설 등 다양한 장르에서 활약하고 있으며 그의 대표작인 <검은 집>은 영화로 만들어 책과 영화가 모두 대중의 사랑을 받았다고 한다. 이 책에는 어떤 내용이 담겨 있을지 무척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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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번 죽은 남자 스토리콜렉터 18
니시자와 야스히코 지음, 이하윤 옮김 / 북로드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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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 루프에 관해 처음 알려준 것은 영화 <사랑의 블랙홀>이었다. 영화를 보면서 타임 루프가 내게 일어난다면 어떨까? 똑같은 일상이 반복된다면 너무나 지루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영화 속 주인공처럼 새로운 일을 모두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라는 생각도 들었다. 물론 내게는 결코 일어나지 않을 일이기는 하지만.

 

<일곱번 죽은 남자>의 배경도 역시 타임 루프이다. 다만 여타의 타임 루프와는 조금 다르다. 타임 루프를 경험하는 히사타로는 매일 같이 이 현상을 경험하지 않는다. 어쩌다 한 번씩 타임 루프에 빠져든다. 그렇기에 히사타로는 이를 자신의 능력이라고 하지 않는다. 자신의 체질이라고 말한다. 이는 언제 타임 루프 현상이 일어날지 전혀 알 수 없기에 이런 현상을 이용하는 일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물론 우연히 편입 시험일에 타임 루프 현상이 일어나는 행운을 경험하기도 하지만.

 

그런데 큰 일이 발생한다. 바로 히사타로가 타임 루프에 빠진 그 날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것이다. 히사타로가 한 번 타임루프에 빠지면 총 9번의 동일한 하루를 경험한다. 히사타로는 처음에 경험한 오리지널과 다르게 할아버지가 돌아가시자 살인범이 누구인지를 추측하여 이를 막기 위한 조치를 취한다. 하지만 히사타로의 예방 조치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데...

 

도대체 살인범이 누구인거지? 자꾸만 빗나가는 히사타로의 예측처럼 마지막까지 살인범을 추측해내지 못했다. 히사타로처럼 나 역시 작가의 트릭에 빠져버렸기에. 마지막 순간 무릎을 탁 치며 감탄사를 연발하면서도 조금은 허무하기도 하였다. 결국 그런 결과라니.

 

그래도 너무나 재미있게 읽었다. 어느 정도 예상한 히사타로의 러브 라인도 흥미로웠고. 이런 책을 20년 전에 발표한 작가의 능력에 감탄도 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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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다가오지 마
루애나 루이스 지음, 김문정 옮김 / 아름드리미디어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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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뒷면에 실린 평들을 보면 강렬하다, 섬세하다, 아름답다는 말들이 주를 이룬다. 분명히 그런 느낌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평보다는 사실적이라는 평이 조금은 더 가슴에 와 닿았다. 정말 그랬다. 마치 지금 내게 일어난 일 같은 그런 느낌.

 

그렇기에 더욱 섬뜩하다. 이런 일이 현실에서 내게 일어난다면? 스텔라처럼 그렇게 행동할 수 있을까? 쉽지 않을 것 같다. 3년이라는 시간 동안 꼭꼭 숨어있던 사람이 그런 힘을 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아니 거의 불가능하지 않을까?

 

이렇게 단정적으로 이야기하는 이유는 스텔라와 유사한 상황에 처했던 친구를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 친구는 3년이 아니라 거의 10년 가까운 시간 동안 집 밖으로 나온 적이 없었다. 외출은커녕 전화 통화조차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 친구를 세상 밖으로 다시 끌어내는 일은 수많은 사람들의 수없는 노력이 있을 뒤에나 가능했다. 그랬기에 스텔라가 맥스와 블루를 뒤따라가는 용기를 낸 것이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가 생생하게 느껴졌다.

 

소설의 구성이 참 재미나다. 블루가 스텔라의 집을 찾아온 시점에서의 묘사, 스텔라와 심슨 사이에 벌어지는 사건에 대한 묘사, 심리 상담을 받는 소녀와 정신과 의사에 대한 묘사가 서로 맞물리면서 과연 이 사건들이 어떻게 연결되는지에 대한 궁금증이 일어난다. 마치 마피아 게임을 하는 듯, 누가 진실을 말하고 누가 거짓을 말하는지를 찾아내는 재미도 솔솔하다.

 

늘 느끼는 것이지만 세상을 살아가는 힘은 수많은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오는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단 한 사람이라도 나를 이해해주고, 믿어주고, 함께 해주는 사람이 있다면 결코 쓰러지지 않는다. 그 한 사람이 끊어지지 않을 생명의 끈이기에 말이다. 마치 스텔라의 곁에 있던 피터처럼 말이다.

 

데뷔 소설이 이 정도라면 다음 작품은 어느 정도일까? 기대감이 솔솔 피어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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