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역 소크라테스의 말 - 스스로에게 질문하여 깨닫는 지혜의 방법
이채윤 엮음 / 읽고싶은책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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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소크라테스의 이름을 한 번도 듣지 못한 사람은 아마 거의 없을 것이다. 어쩌면 철학의 시조라고 불러도 좋을 정도로 철학 분야에서 위대한 업적을 남김 인물이지만 막상 누군가에게 그가 어떤 말을 남겼는지를 물어보면 고작 ‘너 자신을 알라(물론 이 말도 소크라테스가 한 말은 아니다)’ 정도만 떠올리지 않을까 싶다. 

소크라테스 본인이 직접 저술한 책이 없기 때문에 그의 사상을 체계적으로 공부하기는 쉽지 않지만 그가 남긴 생각의 단편들은 그의 제자인 크세노폰과 플라톤이 전하는 이야기들 속에서 찾아볼 수 있지만 이 또한 쉬운 일은 아니다.

이번에 읽고 싶은 책에서 출판한 <초역 소크라테스의 말>에서는 플라톤의 저술에서 드러난 소크라테스의 생각을 추린 내용들로 채워져 있는데 엮은이 이채윤은 플라톤이 스승의 생각을 전달하면서 첨가된 플라톤 자신의 생각을 최대한 배제하고 소크라테스가 말했을 법한 내용들만 추리고 추려서 이 책을 엮었다고 한다. 

총 12 Chapter로 나누어 인간과 삶의 본질을 꿰뚫어본 소크라테스의 말들은 아무 것도 알지 못한다는 그의 선언과는 달리 그 하나하나가 결코 가볍게 여길 수 없는 인간사의 진실을 담고 있다. 지혜, 인간, 교육, 사랑, 도덕, 정의, 예술, 영혼, 신, 행복 등 살아가면서 누구나 한번쯤은 부딪칠 수밖에 없는 삶의 단면들을 다루고 있기에 철학이라는 학문적 관점에서가 아니라 삶이라는 일상적인 관점에서 바라보아도 좋을 내용들이다.

위대한 철학자의 말이라고 미리 겁먹을 필요는 없다. 소크라테스의 제자인 플라톤, 크세노폰의 저술에서 인용한 글들이기에 짧게는 1-2줄에서 길어야 1페이지를 조금 넘기는 분량이라 여타의 철학책들과는 다르게 큰 어려움 없이 읽어나갈 수 있다.

각 말에 담긴 깊은 의미를 깨닫는 건 각자의 몫으로 남겨두더라도 이 책을 통해 한 가지 분명하게 깨달은 바는 Chapter 1의 첫 번째 글에 담겨있다. 

성찰하지 않은 삶은 살 가치가 없다 – 플라톤, 소크라테스의 재판과 죽음

짧은 이 한 문장에 이 책에 담긴 모든 말들의 중심이 숨어있지 않나 싶다. 사랑도, 우정도, 삶도, 행복도, 정의도.. 그 어떤 것들도 성찰하지 않는 삶을 산다면 그 삶에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저 살기 위한 삶을 살아가는 것일 뿐.

오늘 소크라테스의 말에 잠시라도 귀를 기울여보자. 흐릿했던 삶의 굴곡진 여정이 그 자태를 살며시 드러내 보일지도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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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가 사라지던 밤 1 나비사냥 3
박영광 지음 / 매드픽션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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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아이의 아빠로서 참 마음이 아프다부모의 마음이란 게 그럴 수밖에 없으니까 말이다그들이 한 행동은 당연히 용납되지 못하고 용서받지 못할 일이지만 그들의 마음만은 그 누구도 비난하거나 판단할 수 없다그것이 부모의 마음이니까

박영광 작가의 <소녀가 사라지던 밤>을 읽은 부모라면 다들 나와 비슷한 마음이지 않을까 싶다아픔이 곳곳에 묻어나는 그래서 그 아픔을 어떻게 보듬어야 하는지어떻게 위로해야 하는지를 선뜻 말하기 힘든 그런 이야기다게다가 이 소설은 현직 형사가 실화를 토대로 써서 그런지장면 하나 하나가 세밀하다너무 세밀해서 그 자리에그들과 함께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한 사람의 범죄가 누군가의 삶을한 가족의 일상을 순식간에 무너뜨린다인간의 악함으로 인한 이런 범죄는 인간이 존재하는 한 완전히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문제는 이런 악한 범죄의 사슬을 어떻게 예방하고어떻게 처리하느냐이다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한걸음 잘못 내디디면 모두가 서로를 의심의 눈길로 쳐다봐야 할지 모른다한걸음 잘못 물러서면 강영식 같은 이들이 거리를 활보하며 어떤 범죄를 저지르게 될지 상상할 수도 없다그렇기에 하태식 팀장 같은 이들의 묵직함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지 않나 싶다무모하게 보이기도 하지만 결코 포기하지 않았던 그의 묵직함이.

범죄 없는 세상은 그저 결코 도달할 수 없는 꿈의 세상인 걸까그럴지도 모른다하지만 그런 세상이 꼭 오기를 바란다우리 아이가 세상에서만큼은 정말 그러기를 바란다그게 부모의 마음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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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와 잠수복
오쿠다 히데오 지음, 김진아 옮김 / 북로드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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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쿠다 히데오의 소설은 유쾌하다유쾌하면서 폐부를 꼭 찌르는 날카로움이 있다이번 작품 <코로나와 잠수복>도 그렇다. 5편의 짧은 단편들이 지닌 엉뚱하면서도 즐거운 이야기들에는 그저 흘려보내기에는 무언가 우리의 가슴을 저리는 삶의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책에 5편의 단편 중에서 가장 먼저 읽은 이야기는 코로나와 잠수복이었다책 제목이기도 하고 코로나와 잠수복전혀 관련이 없어 보이는 두 개의 연결고리가 무엇인지도 궁금했고여전히 끝나지 않는 현실에서의 코로나 때문이기도 했다.

다섯 살 된 아들 우미히코에게 코로나에 걸린 사람을 분별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 아빠 야스히코는 아들을 통해 자신도 코로나에 걸렸음을 알게 된다가족과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기 위해 아내에게 방호복을 사오라고 말했지만 방호복도 우비도 구할 수 없었던 아내는 결국 중고용품 가게에서 잠수복을 사온다.

코로나 때문에 잠수복을 샀다고작가의 엉뚱한 상상력에 웃음이 절로 터져 나왔다잠수복을 입은 채 아이를 돌보는 아빠의 모습그것도 집에서만 그러는 게 아니라 잠수복을 입고 밖에 나가서 아이와 함께 돌아다니며 놀아주는 아빠의 모습괜시리 짠하다.

코로나와 잠수복’ 이야기도 짠했지만 회사에서 강제로 밀려난 이들의 이야기를 담은 파이트 클럽’ 역시 짠하다다른 사람의 이야기가 아니라 바로 나우리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청년들은 청년들만의 아픔이 있듯이 중년의 아저씨들에게는 그들만의 아픔이 있다밀어내고 또 밀어내도 결코 밀릴 수 없는 그들만의 아픔이.

짧은 이야기들에 담겨있는 유쾌함과 따스한 삶의 온기가 코로나로 지치고힘들어진 경제생활로 가정이 무너져 버린 듯한 이들에게 오늘을 살아갈 힘을 살포시 더해준다그래도 세상은 살만하다고 말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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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스트민스터 소교리문답 강해 세계기독교고전 22
알렉산더 화이트 지음, 박문재 옮김 / CH북스(크리스천다이제스트)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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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공부의 가장 기본은 교과서이다교과서는 각 학년마다 학생들이 배워야할 기본적인 내용들을 추렸기에 공부의 기초이면서 근본이다학교 공부는 교과서만으로도 충분하지만 때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들을 조금 더 쉽게 배울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는 교재가 필요하다그때 사용하는 교재는 참고서이다혼자서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도 참고서를 활용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신앙에도 교과서와 참고서가 있다신앙의 교과서는 당연히 성경이다하나님의 말씀이 분명하게 드러난 성경이야말로 모든 것이 담긴 신앙의 교과서이다성경으로 충분하지만 성경에 담긴 모든 걸 체계적으로 이해하기에는 성경의 구성이 그렇게 쉽지만은 않다이때 필요한 참고서는 바로 교리집이 아닐까 싶다.

교파마다 조금씩 교리가 달라 다양한 교리집이 있지만 장로교에서 신앙생활을 했기에 가장 익숙한 교리집은 웨스트민스터 대요리문답과 소요리문답이다. 196문답으로 구성된 대요리문답에는 설교자들이 강단에서 교리를 체계적으로 선포할 수 있도록 칼뱅주의의 주요 교리십계명주기도문에 대한 해설이 담겨있고, 107문답으로 이루어진 소요리문답은 아이들에게 체계적으로 교리 교육을 시키기 위해 대요리문답을 요약하여 만들었다고 한다.

이번에 CH북스에서 출판한 <웨스트민스터 소교리문답 강해>를 딸아이와 함께 1문부터 하나씩 묵상하며 공부하기 시작했다중학교 때 입교를 위해 공부한 이후로 너무 오랜만에 보는 책이라 꽤 낯설었지만 차례대로 읽어나가면서 그때 교회 친구들과 함께 공부했던 추억도 떠오르면서 상당히 즐거운 시간을 보내었다.

교리가 구원의 필요조건은 아니지만 교리를 이해하면 이 땅 가운데에서 살아가는 동안 무엇을 위해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분명하게 알 수 있다달리 말하면 이 세상에서 하나님 나라를 맛보는 놀라운 경험을 할 수 있다.

어렸을 때 사용했던 교재와는 달리 이해하기 쉽게 상세한 설명되어 있고각각의 문답을 올바르게 적용하는 구절들도 함께 수록되어 있어 아이와 함께 문답의 내용을 나누기에 더욱 좋았다물론 초등학생인 아이 혼자 읽기에는 버거운 내용이지만 부모님과 함께라면 큰 어려움 없이 신앙의 기본을 세울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올바른 신앙을 갖기에 너무나 힘든 세상이다다음 세대에게 올바른 신앙을 전달하기 위한 노력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가장 귀중한 사명이다이를 위해 그 어느 때보다 말씀을 깊이 묵상하고 그 속에 담긴 교리의 참된 의미를 바르게 가르쳐야 한다내일이 아니라 바로 오늘지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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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후의 증인 - The Last Witness
유즈키 유코 지음, 이혁재 옮김 / 더이은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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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편 후 한 번도 쉬지 않고 말 그대로 단숨에 다 읽었다여러 이유가 있지만 아이를 둔 아빠의 입장에서 두 개의 사건이 어떻게 연결되고 어떻게 맺어질지 너무 궁금해서 참을 수가 없었다그러면서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반복해서 던져보았다.

다카세와 미쓰코 부부와 같은 선택을 할지는 솔직히 모르겠다사고가 난 후 7년간의 세월을 보낸 그들처럼 그렇게 보내게 될지 아니면 7년의 세월을 보내기 전에 어떤 식으로든 복수를 감행할지이도 저도 아닌 채 그냥 세월만 보내게 될지솔직히 모르겠다.

여러 생각을 했지만 다카세와 미쓰코 부부가 시마즈에게 자신들이 겪은 아픔과 똑같은 고통을 주기 위해서 시마즈의 아들에게 어떤 행동을 하지 않았을까 의심했는데 그들의 선택은 나의 생각과는 달랐다아마 미쓰코의 상황이 그런 복수를 선택하는데 상당한 영향을 끼치지 않았나 싶다.

7년 전 교통사고와 재판에서 다루는 사건과의 연관성은 쉽게 유추해낼 수 있다제목에서 말하는 최후의 증인이 누구인지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다만 주인공이 아닌 듯 주인공인 사가타 사다토의 등판이 후반에서나 이루어지기 때문에 사가타의 매력을 분명하게 느끼지 못한 아쉬움이 남는다그가 검사를 그만두게 된 사건 이야기도 무언가 살짝 아쉬움으로 남기도 하고.

소설의 내용도 흥미롭고 독자를 끌어당기는 저자만의 이야기 전개도 매력적이다사가타 사다토 변호사의 이후 행보도 상당히 궁금하고다만 중간 중간 빠진 조사(여기서 말하는 조사는 국어의 품사를 말한다)가 눈에 거슬렸다는 것만큼은 옥의 티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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