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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농장 ㅣ 코너스톤 세계문학 컬렉션 1
조지 오웰 지음, 이수정 옮김, 박경서 해설 / 코너스톤 / 2015년 8월
평점 :
품절
어떤 분이 코너스톤 출판사의 책들이 가진 여러 장점들에 대해 말씀하신 글을 읽은 적이 있었다. 그 분이 말씀하신 여러 장점 중에는 손에 쏙 들어오는 책 크기, 전혀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 등이 있었다. 이번에 읽은 코너스톤의 세계문학 컬렉션을 보니 그 분의 말이 얼마나 적절했는지 알 수 있었다. 사실 도서 정가제 이후 책값이 부담스러워 외국 원서처럼 값싼 도서가 없을까 했는데, 이런 기대에 부응하는 도서여서 무척 반가웠다. 그렇다고 이 책의 번역이나 디자인 혹은 구성이 다른 책과 비교에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다. 아니 어떤 점에서는 훨씬 좋은 책이 아닐까 싶다. 특히 번역이 매우 자연스러워서 번역본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이제 출판사 이야기 말고 책 이야기를 시작해 보자. 조지 오웰, 하면 떠오르는 책은 당연히 <동물농장>과 <1984>이다. 두 책 모두 어렸을 때 읽었지만 세월이 흘러 어떤 내용인지 가물거렸다. 그래도 <동물농장>의 내용을 어느 정도 기억했던 이유는 중간 중간 만화나 애니메이션으로도 본 기억이 남아있기 때문이었다.
늙은 돼지 메이저 영감은 인간의 탄압에서 벗어나 모든 동물들이 평등하게 지내는 사회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의 연설에 자극을 받은 동물들은 돼지들을 주축으로 농장주인 존스를 내쫓고 동물들만의 농장인 ‘동물농장’을 세운다. 혁명에 성공한 후 스노우볼과 나폴레온은 동물농장을 운영하는 일곱 계명을 세우고, 모든 동물들은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어떠한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런 평화도 잠시. 나폴레온의 교묘한 속임수에 넘어간 스노우볼은 동물농장에서 추방되고, 나폴레온과 그를 추종하는 돼지들은 기존의 원칙들을 바꾼 후 교묘한 선동 작업과 날카로운 이빨을 가진 개들을 이용해 동물들을 위협하고 억압한다. 이제 동물농장은 존스가 운영하던 장원농장과 별반 차이가 없는 곳이 되고 마는데....
조지 오웰이 동물농장을 쓴 이유는 스탈린의 독재 체제를 비판하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책을 쓸 당시 연합군의 일원이었던 소련을 대놓고 공격할 수 없었던 조지 오웰은 동물농장에 빗대어 러시아 혁명, 스탈린, 스탈린 체제의 사회상을 고발하고자 하였다. 그렇기에 이 책은 20세기 초반의 사회, 정치 문제를 다룬 정치 풍자 소설이다.
하지만 이 작품은 단순히 20세기 초반의 이야기만을 들려주는 이야기만은 아니다. 이 책의 이야기들은 그 당시뿐 아니라 지금도 끝없이 이어지고 있는 우리 사회의 뒤틀어진 모습을 여전히 비꼬고 있다. 특히 문제가 생길 때마다 추방당한 스노우볼의 음모로 돌리는 나폴레온의 모습은 지금 우리 사회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이들의 행태와 그다지 달라 보이지 않는다. 문제가 생길 때마다 종북을 외치는 자들, 수구꼴통을 외치는 자들. 그들의 모습과 말이다.
뿐만 아니다. 이 작품은 정치적 문제를 넘어선 이야기를 들려준다. 복서의 모습이 그렇다. 내가 더 열심히 하면 된다, 나폴레온이 하는 말은 무조건 옳다, 라는 신념을 가진 그가 마지막 순간 도살장으로 끌려가는 모습을 보면 자본주의 사회에서 쉼 없이 일하다가 결국은 편안한 휴식 없이 사회의 한견으로 밀려난 이들의 모습이 떠오른다.
그래서 이 책은 수많은 시간이 흘러도 사람의 눈길을 끄는가 보다. 이미 지나간 이야기에 대한 풍자만이 아니라 바로 우리가 살아가는 지금 이 시대의 삶을, 정치를 비꼬고 있기에 말이다. 그렇기에 이런 궁금증도 든다. 과연 메이저 영감이 꿈 꾼 세상이 현실로 다가올지? 그 때가 언제일지? 이에 대한 답은 어디에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