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차 Time Difference K-픽션 10
백수린 지음, 전미세리 옮김 / 도서출판 아시아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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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 픽션 시리즈의 10번 째 작품 <시차>. 이 작품은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거짓말 연습>이 당선되면서 등단한 백수린님의 작품이다. K 픽션 시리즈는 한국 문학은 고루하고 낡은 것이란 오해를 불식시키고 개성 넘치는 바로 지금, 이 순간의 한국 문학을 세계에 실시간으로 소개하려는 노력의 결실이다. 그렇기에 K 픽션 시리즈는 다른 단편집과는 구성적인 면에서 차이를 보인다. K 픽션 시리즈의 각 작품은 먼저 해당 작품을 한글과 영어로 동시에 수록한 후 작가의 창작노트, 작품해설, 비평의 목소리라는 코너를 통해 작품에 대한 작가의 의도, 평론가의 해설, 작가에 대한 비평 등을 살펴볼 수 있다.

 

이 작품은 제목 그대로 시간 차이에 대한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능력 있는 변호사 남편을 만나 평온한 삶을 살아가던 그녀에게 그녀의 어머니는 여태껏 그 존재조차 알지 못했던 이모의 아들인 최정훈을 만나 이모가 그를 만나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말을 전하라는 부탁을 한다. 38년 전 네덜란드로 입양된 후 빈센트라는 이름으로 살아온 이종사촌과 그녀 사이에는 38년이라는 시간적 차이가 존재한다. 한 순간도 함께 누리지 못했던 두 사람 사이의 시차는 과연 줄어들 수 있을까?

 

그런데 그녀에게는 이종사촌과의 시차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초등학교 졸업식 날 놀이공원에 함께 갔던 동생을 잃어버린 후 그녀의 시간은 다른 사람과는 다르게 흘러갔다. 그 시간은 결코 벗어날 수 없는 순간이었고, 그랬기에 그녀는 어머니의 뜻에 맞춰 살면서 점차 자신의 삶을 잃어버리고 만다. 그러던 그녀가 이종사촌을 오빠라고 부르는 그 순간, 38년간의 시차도, 17년간의 시차도 조금은 줄어드는 것처럼 보인다.

 

힘써야 할 싸움이 많구나, 견뎌야 할 고통이 많구나, 올려야 할 기도가 많구나, 그러면 결국 평화가 오겠구나

 

반 고흐가 테오에게 보낸 노랫말처럼 수많은 싸움과 고통(특히 자기 자신과의)을 이겨내어야 평화를 얻을 수 있다. 그것이 바로 시차를 줄이는 유일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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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 맨 리버 Old man River K-픽션 11
이장욱 지음, 스텔라 김 옮김 / 도서출판 아시아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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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Ficiton Series. 사실 이런 시리즈가 있는지 알지 못했다. 이 책이 시리즈 중 11번 째 작품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K 픽션 시리즈는 한국문학의 새로운 성취로 기록될 젊은 작가의 최근작을 엄선하여 작품을 한국어와 영어로 동시에 수록하여 국내외에 한국 문학의 위상을 높이려는 목표로 출간되고 있다고 한다.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되는 시리즈이다.

 

K 픽션 시리즈 11번 째 작품인 <올드 맨 리버>1994년에 현대문학에 시를 발표하며 등단한 후 2005년 문학수첩작가상을 받으며 소설을 발표하기 시작한 이장욱님의 작품이다. 이 작품은 한·영 모두 합쳐 80페이지 정도의 분량인 단편이다. 그런데 그렇게 길지 않은 이 작품을 보며 참 무겁다는 생각이 들었다. 혹자는 요즘 발표되는 한국 문학의 추세가 그렇다고 말한다. 아마 이 작품도 그런 흐름의 연장선에 있는 것은 아닐까 싶다.

 

머나먼 타국에 입양되었다가 성장한 뒤 부모를 찾아온 이들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에 출연하기로 결정하고 한국으로 돌아온 알은 이태원에 위치한 생맥주집에서 일하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알은 자신과 비슷하게 생긴 사람들이 거리에 흘러넘치지만 자신은 완전히 혼자라고 느낀다. 이런 알이 읊조리는 히스 레저가 말한 문장.

 

내 팔에 있는 문신 ‘Old Man River’는 그저 노래가 아니라 몇 가지 뜻이 있다.... 내 삶은 그 강을 따라 노를 저어 내려가고 있는 것처럼도 느껴진다. 나는 내 길을 가고 있고 삶은 막 속도를 높이려 한다.

 

하지만 알은 위 문장처럼 정말 강을 따라 노를 저어가며 자신의 길을 가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그저 흐르는 강물에 담긴 수많은 한 줌의 물에 불과한 것일까? 알의 양아버지 니콜라가 말하듯이 숫자로 대변되는 것이 우리네 삶일까?

 

찌가 흔들리지 않는 강물을 오래 바라보는 일은 그만두고 싶다며 미시시피 강의 애칭인 올드 맨 리버에서 자살한 니콜라, 입양아 얘기를 하다 어쩔 수 업는 상황이지 않았겠느냐는 사회자의 말에 물고기의 입은 피로 가득하다는 알의 말을 보면 누군가의 인생은 오로지 함께 흐르는 강물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자신만의 모습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내 삶은 지금 어떻게 흘러가고 있을까? 강물의 흐름에 몸을 맡긴 물고기처럼 그저 그런 평탄한 삶일까? 아니면 찌에 걸려 피가 흘러넘치는 모습일까? 궁금해진다. 내 삶의 모습이 무엇인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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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랭크 루박의 1분 게임 - 하나님과의 동행 연습
프랭크 루박 지음, 안정임 옮김 / 더드림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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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극히 당연한 일이지만 사람들은 누구나 사랑하는 사람을 항상 생각하고 보고 싶어 한다. 하지만 일이 바쁘고, 공부를 해야 하고, 청소나 빨래 등 집안일을 해야 한다는 이유로 사랑하는 사람을 생각하지 못하는 순간들이 많다. 이런 현상은 가족, 연인, 친구 사이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우리 삶에서 가장 중요한 하나님과의 만남에서도 이런 일이 수시로 벌어진다.

 

하루에 하나님을 생각하는 시간이 얼마나 됩니까? 나 같은 경우, 부끄럽지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다른 사람에게 들려줄 수 없을 정도이다. 이런 우리, 아니 나에게 저자 프랭크 루박은 먼저 시간을 내어 성경을 공부하고, 예수님을 뗄 수 없는 단짝으로 만들어야만 예수님의 제자들이 경험했던 변화를 경험할 수 있다고 말한다.

 

저자는 예수님과 가까워지기 위한 방법으로 1분 게임을 제안한다. 1분 게임은 적어도 1분에 한 번씩 하나님을 기억하자는 것이다. 교회에서 예배를 드릴 때에도, 월요일 아침에 일어나서도, 직장이나 학교에 있을 때에도, 누군가와 대화를 할 때에도, 언제나 하나님을 생각하자는 것이다.

 

1분 게임은 강제적인 의무가 아니다. 오히려 하나님을 만나는 행복하고 즐거운 시간이다. 그렇기에 1분 게임을 시작한 모든 이들은 게임에서 이길 수 있고, 승리의 보답으로 늘 하나님을 생각하고, 기도하고, 찬양을 흥얼거리고, 내면에서 들려오는 성령의 음성에 순종하고, 하나님께 조용히 속삭이기 시작한다.

 

생각만으로 짜릿하지 않은가? 사랑하는 하나님과의 만남이. 그런 만남이 주는 놀라운 은혜가. 물론 처음에는 쉽지 않을 것이다. 1시간 동안 하나님을 생각하는 시간이 너무 적어 실망할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끝없는 훈련을 통해 하나님을 만나는 시간이 늘어나고 하나님이 주시는 은혜 가운데서 우리의 기쁨과 행복이 늘어나는 것을 경험한다면, 그것만으로도 바로 이 게임을 해야 할 이유로 충분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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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로 읽는 피케티의 21세기 자본 - 빈부격차 확대를 경고하는 피케티의 이론 만화 인문학
야마가타 히로오 감수, 코야마 카리코 그림, 오상현 옮김 / 스타북스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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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하도 피케티, 피케티 해서 도대체 어떤 사람인지 무척 궁금했다. 인터넷으로 피케티를 검색했더니, , 장난이 아니네. ‘피케티 신드롬’, 21세기의 마르크스 등 그를 표현하는 말들을 보니 그가 얼마나 대단한 인물인지를 알 수 있었다. 그래서 프랑스, 미국, 일본 등 전 세계적으로 이름을 드높인 피케티의 대표작 21세기 자본에 호기심이 동해 바로 책을 구입했다.

 

그런데, 낚였다. 경제학 분야의 책이기는 하지만 수많은 사람들의 호평을 받은 책이기에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엄청난 분량과 내용에 결국 두 손, 두 발 다 들고 포기하고 말았다. 그 후에 그의 또 다른 저서인 <불평등 경제>는 분량이 적어 끝까지 읽기는 했지만 여전히 내 이해의 범주를 벗어나 있는 내용이었다. 그냥 그렇게 피케티가 주장하는 이론은 내게서 멀어져간다고 생각했는데...

 

만화로 그의 <21세기 자본>을 설명한 책이 나왔다. 만화다. 일단 만화라는 말에 환호성을 질렀다. 만화라고 해서 쉬울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만화로 보면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을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무척 궁금하기도 했다. 800페이지 분량의 <21세기 자본>을 만화로, 그것도 한 권의 책으로 정말 설명할 수 있는 걸까?

 

이 질문에 대한 답부터 하자면 정말 그렇다. 물론 <21세기 자본>을 제대로 읽지 못한 내가 이런 답을 내린다는 것이 우습기는 하지만 <21세기 자본>의 핵심이 무엇인지 어느 정도 감은 잡을 수 있었다. 이렇게 감이라도 잡을 수 있었던 것은 만화가 지닌 특성 때문이었다. 히카리라는 주인공과 그를 둘러싼 인물들이 펼쳐내는 일상의 삶 속에 <21세기 자본>의 핵심 내용을 담았다는 것, 즉 스토리 라인이 있는 이야기이기에 어려운 경제학 원리로 받아들이지 않는 여유가 생겼다. 한 마디로 심적인 부담 없이 재미있게 읽었다는 얘기이다.

 

그렇다고 내용적으로 부족한 느낌이 들지는 않는다. 만화로 설명하지 못한 부은 별도의 장을 마련하여 추가로 설명한다. 게다가 마지막 부분에 <21세기 자본>을 이해하는데 필요한 용어집을 실어 원문을 읽을 때에도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은 일본에서 출판된 책이라 만화를 읽는 방향이 달라 조금 불편하다는 것과 아주 사소하지만 달러 환전을 원화가 아니라 엔화로 표시한 부분은 솔직히 눈에 거슬렸다.

 

<21세기 자본> 한국어판을 지금 다시 읽으면 어떨까? 여전히 어려울 것이다. 그렇지만 결코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 책을 읽고 피케티가 주장한 내용의 밑그림은 얼추 그려놓았기 때문이다. 이제 그 밑그림에 격차라는 피케티의 주장을 더 깊이 담아야겠다. 빈부격차와 불평등의 세상을 바꾸기 위한 첫 걸음을 시작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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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와 함께 떠나버려
아녜스 르디그 지음, 장소미 옮김 / 푸른숲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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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이 일어나기 2초 전>을 읽고 작가의 따뜻한 마음을 읽었다. 우리사회에서 사라져가는 듯한 희망을 모습을, 서로를 아끼는 사람들의 모습을 볼 수 있어서 너무나 좋았던 작품이다. 그랬기에 그녀가 쓴 신작 <그와 함께 떠나버려>에서도 희망을, 따뜻함을 기대하였다.

 

일단 주인공의 이름이 눈에 팍 들어온다. 로미오와 줄리에트. 너무나 친숙한 연인의 이름. 셰익스피어의 작품에 나오는 불운의 연인들. 그렇다면 이 작품에서의 로미오와 줄리에트도 그런 걸까? 결코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야기라 그와 함께 떠나버리라고 말했던 것일까?

 

언뜻 시작은 그렇다. 소방관인 로미오는 아이를 구하다 크게 다쳐 병원으로 실려 가는데, 그곳은 바로 줄리에트가 간호사로 근무하는 곳이다. 환자와 간호사로 만난 그들 사이에 알게 모르게 미묘한 감정의 흐름이 일어나지만 줄리에트에게는 오랫동안 같이 살고 있는 로랑이 있다. 이렇게 이들은 이루어질 수 없는 비극의 주인공이 되는 걸까?

 

한편 로미오에게는 폭력적인 아버지로부터 지켜야했던 동생 바네사가 있다. 로미오가 그 무엇보다 소중하게 여기는 바네사는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기 위해 남자애들과 섹스를 하지만 기욤을 만나면서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되면서 자신을 존중하게 된다.

 

각자의 삶을 살아가던 로미와 줄리에트. 그러던 중 어렵게 임신했지만 로랑의 폭행으로 유산을 한 줄리에트는 자신을 얽어맸던, 자신을 잃게 했던 틀에서 벗어나 알렉상드르와 바베트, 그리고 그녀를 찾아온 로미오처럼 진정으로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만남을 시작한다.

 

나를 버린 상태에서의 관계에는 진정성이 생길 수 없다. 그렇기에 수많은 현인들은 먼저 자신을 사랑하라고, 자신을 존중하라고 우리에게 말한다. 이 책의 저자 아녜스 르디그도 우리에게 말한다. 자신을 얽어맨 고리를 벗어던지고 스스로를 존중하는 삶을 살아가라고. 그것이 진정으로 위대한 삶의 승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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