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고백 그리고 고발 - 대한민국의 사법현실을 모두 고발하다!
안천식 지음 / 옹두리 / 2015년 6월
평점 :
정말 답답하다. 도대체 진실이 무엇인지 너무 궁금하다. 재판을 담당했던 판사들, 검사들, 그리고 증인 A, B, C. 이들의 속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으면 좋겠다. 아니, 이들이 단 하나의 거짓도 없이 진실을 밝혔으면 좋겠다. 그러지 않는다면 이 땅에 진정으로 믿을만한 단체가, 사람이 없다는 절망감에 사로잡힐지도 모르겠다.
10여 년간 민·형사 소송에서 20여 건 이상을 패소한 변호사. 전적으로만 따지자면 완전한 패배자이다. 완전 낙제 변호사이다. 하지만 그가 걸어온 길을 보면 결코 그렇게 말할 수 없다. 그가 걸어온 길을 이 땅에 사법적 정의를 세우려고 했던 외로운 투쟁의 길이었다.
어떻게 보면 그가 맡았던 사건은 이해관계가 너무나 명확해 보인다. 증인 A의 진술에만 의존한 판결. 그런데 증인 A는 여러 위증 및 위조 사건에 연루된 인물이다. 과연 그가 말하는 증언이 신빙성이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증인 B와 C는 또 어떤가? 증인 A처럼 소송 당사자와 이해관계로 얽힌 증인 B, 증언을 번복한 후 계속해서 거짓 증언을 일관되게 주장하는 증인 C. 이들에게 내려진 위증죄에도 불구하고 재판의 판결은 결코 바뀌지 않는다. 소송 당사자가 굴지의 대기업인 H건설이었기 때문일까?
저자는 사건을 맡아서 대법원 상고심 판결이 나오기까지의 과정을 세세하게 설명한다. 사건 당사자들의 주장과 쟁점, 법정증언에 대한 공방, 판결문 등을 요약하여 설명한 후 각 재판의 판결이 잘못된 이유를 조목조목 제시한다. 동일한 사건에 대한 재판이라 계속해서 동일한 내용이 반복되어 처음 느꼈던 분노와 절망감이 조금 퇴색된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만큼 재판정에서 이루어진 판결이 저자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전혀 바뀌지 않았다는 증거이기도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타의 증거보다 법관의 판단에 의존한 판결, 이런 판결에서 생길 수 있는 오류는 어느 정도일까? 또한 그런 오류는 정말 판사 개인의 순간적인 판단 실수일까, 아니면 그 판결이 이루어진 뒷면에서 또 다른 힘이 작용한 것일까?
가장 큰 문제는 사법기관의 잘못 혹은 오류라고 생각되는 판결이 과연 이 책에서 다룬 건 하나일까, 라는 것이다. 물론 사법당국은 대다수의 검찰, 법관들이 법에 따라 국민의 이익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런데 이 말이 그렇게 마음에 와 닿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책에서 소개한 사건과 같은 일을 주변에서 너무나 많이 듣기 때문이다. 가진 자와 그렇지 못한 자의 싸움. 결코 이길 수 없는 싸움. 그 싸움에서 이길 수 없는 이유 중 하나가 법의 정신과는 다르게 행동하는 이들이 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다. 법을 통해 우리의 잘잘못을 판단한다. 그렇기에 법관의 법에 대한 판단은 신중해야 한다. 그 혹은 그녀의 판단으로 대한민국이 더 이상 법치국가가 아닐 수도 있기 때문이다. 부디 그런 일이 생기지 않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