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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원의 그리스신화 2 - 신에 맞선 영웅들 ㅣ 유재원의 그리스신화 2
유재원 지음 / 북촌 / 2015년 6월
평점 :
살면서 그리스·로마 신화에 관한 책들을 적지 않게 읽었다. 그 속에 담긴 신, 영웅들의 이야기가 워낙에 흥미로우면서도 인간과 별반 다르지 않은 신의 모습이 상당한 친근하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이런 재미를 원하는 독자라면 아마 실망할지도 모른다.
이 책이라고 신화 속 이야기를 언급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이 책에도 다양한 사진과 함께 각 영웅에 대한 이야기들이 담겨있지만 할아버지, 할머니가 들려주시는 옛날이야기라기보다는 어느 연구실에서 꼼꼼하고 세밀하게 검토한 학술 논문 같다는 느낌이 든다.
저자는 공간적 구성으로 이루어진 기존의 그리스신화 책과는 달리 시간의 흐름에 따라 세대별로 영웅들을 소개한다. 저자는 네 세대로 나뉘는 그리스 영웅들 중에서 제1 세대, 즉 신의 반열에 오를 만큼 탁월한 영웅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저자는 12장에 걸쳐 다양한 영웅들의 이야기를 전하는데, 신화는 어렵다는 저자의 생각이 담겨있어서였을까? 읽는 게 그렇게 만만하지가 않았다.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학술적 용어를 사용하는 것은 아니지만 각 신화에 담긴 의미, 이름에 담긴 의미들을 꼼꼼하게 설명하다 보니 적지 않은 부분들에서 학술적인 냄새가 솔솔 풍긴다.
읽기에 어렵지만 이 책이 가진 장점은 그러한 어려움을 모두 상쇄하고도 남는다. 한 권에 담긴 영웅들(물론 너무나 많은 영웅들이 있기에 추리고 추린 영웅들이지만)의 이야기로 그리스신화를 조금 더 깊이 파고들어갔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이 한 권의 책으로 모든 그리스신화를 아우를 수는 없다. 그렇지만 신에 맞선 영웅들이라는 부제처럼 신의 권위에까지 도전한 영웅들을, 또한 그와는 정반대로 소영웅주의에 빠져 실수를 저지르는 사이비 영웅들의 이야기를 다양하게 접할 수 있다.
여러 영웅들 중에서 이번에 내 마음을 사로잡은 이는 3장에 나오는 테바이를 건설한 카드모스이다. 그는 신들을 공경하고 신들의 뜻을 따른다는 점에서 신의 권위에까지 도전했던 다른 그리스 영웅들과는 다르다. 뿐만 아니라 그는 자연의 질서를 파괴했다는 사실에 괴로워하며 속죄하고자 했던 착한 마음의 소유자이다. 자연의 섭리를 지키고자 한 그의 모습은 오늘날 환경을 파괴하며 개인의 이익을 추구하는 우리에게 수많은 메시지를 던져준다.
좋은 책을 만나면 그 여운이 오래간다. 이 책도 그럴 것 같다. 그리스신화의 깊은 부분까지 보았고, 영웅의 모습이 무엇인지를 보았고, 결코 따르지 말아야 할 모습을 깨우쳤기에 그렇다. 아직 읽진 못한 1권의 내용도 무척 궁금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