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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결코 세상에 순종할 수 없다
이외수 지음 / 해냄 / 2015년 5월
평점 :
내가 좋아하는 작가 중 한 명이 바로 이외수님이다. 그의 작품을 읽다보면 무릎을 딱 치게 만드는 기발한 상상력, 촌철살인의 한 마디, 세상을 바라보는 자신만의 시선, 이런 모든 것들이 나를 사로잡는다.
<나는 결코 세상에 순종할 수 없다>로 또 다시 이외수님의 생각을 접할 수 있었다. 하나 혹은 두 문장 정도의 짧은 글도, 몇 페이지에 걸친 글도 ‘역시 이외수님이구나’라는 생각이 들게 하였다. 그렇다고 내가 맹목적으로 저자의 생각에 동의한다는 말은 아니다. 어떤 의미에서는 그와 완전히 다른 생각을 가진 부분도 적지 않다. 하지만 많은 부분에서 그가 던지는 화두들이 내가 생각하는 바와 그 방향이 서로 다르지 않다는 것은 분명하다.
침묵이 금일 때도 있지만
침묵이 죄일 때도 있다.
닭과 개와 벌레와 사람 중에서
말을 할 줄 아는 것은 사람뿐이다.
그러나 불의 앞에서 정의를 말하지 않으면
닭과 개와 벌레와 다를 바가 없다.
정의는 언제나 침묵 속에서 처형된다. (p.50)
가슴에 확 와 닿지 않는가. 저자의 생각이. 그리고 그 생각이 정말로 우리의 온 마음과 온 몸을 적셔야 한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가. 물론 그런 삶을 살고 있지는 못하지만 말이다.
다른 이들의 글을 읽고 생각하게 된다는 것, 그것이 중요하다. 수많은 사람들이 수많은 이야기들을 하지만 사람들이 생각하고, 행동하고, 변하게 하는 글을 많지 않다. 사람의 마음을, 생각을 움직이는 글이 많지 않은 것은 다수의 글들이 너무 한 쪽으로 치우쳐 있든지, 혹은 자신의 생각을 전달하는 방법이 공감을 불러일으키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저자의 글은 그런 모든 부분에서 분명하다. 냉정하게 바라보고 분명하게 표현한다.
칼로써 흥한 자는 칼로써 망한다. 그러나 돈으로 흥한 자는 결코 돈으로써 망하지 않는다. 불쾌한 일이다.(p.199)
이 글을 보면 정말 그렇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가.
이 책에는 저자가 쓰다가 찢어버린 원고지 종이더미를 뒤져 찾아낸 미발표 시, 그림, 짧은 글들을 모아 펴낸 산문집 『말더듬이의 겨울수첩』중에서 이 시대 청년들과 공유하고 싶은 글들을 정리하고 최근 집필한 산문들을 추가한 원고와 작가가 직접 그린 그림 131점이 수록되어 있다. 그렇기에 어쩌면 우리가 눈치 채지 못했던 청년 작가 이외수의 또 다른 면을 발견할 수도 있다.
저자가 자신의 작품들을 발표하고 난 후에 쓴 글들, 이 책이 좋았던 또 다른 이유이다. 어쩌면 솔직담백한 한 사람의 영혼을 만난 듯한 그런 느낌, 그래서 더욱 마음에 와 닿았던 글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