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의 아이 미야베 월드 (현대물)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욱 옮김 / 북스피어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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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베 미유키. 일본 소설에 관심을 가지게 된 이유 중 하나는 그녀의 작품 <모방범>을 보고 난 이후이다. 그만큼 충격적이고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흡인력이 강한 작품이었다. 적지 않은 분량의 작품을, 그것도 범인을 초반에 드러낸 이후에도 세밀한 심리적 묘사로 독자의 눈을 사로잡은 그녀의 문장력은 가히 천재적이라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였다.

 

그런 그녀의 작품이기에 서슴없이 선택했다. 어떤 작품일지 너무 궁금했다. <눈의 아이>는 다섯 편의 작품으로 이루어진 단편 모음집이다. 그런데 오랜만에 읽은 그녀의 작품이라서 그런가, 이전에 읽었던 작품들과는 조금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기존에 읽었던 작품들과는 달리 영혼이니, 귀신이니, 탈을 쓴 사람들의 모습 등 조금은 몽환적이고 기묘한 이야기라서 그런 느낌이 들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다섯 작품은 어쩌면 인간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게 한다는 점에서 공통적일지도 모르겠다. 그 중에서도 <눈의 아이>는 어른이 된 내게도 여전히 남아있는 시기, 질투 등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기에 더욱 섬뜩한 느낌이 들었다.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바로 내 이야기였기에.

 

사람은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본다. 보는 것은 자기 마음의 내면뿐이다. 좋은 것도, 좋지 않은 것도, 아름다운 것도, 추한 것도

 

현재 내가 바라보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누군가를 향한 질투일까, 아니면 어릴 적 내가 아끼고 사랑했던 그 무엇인가, 그것도 아니면 정의라는 이름하에 또 다른 광기를 품어내는 독선의 모습일까? 그렇게 내가 보는 그 모습은 진정 내 마음의 한 단편인 걸까? 글쎄, 아직은 잘 모르겠다. 정말로 그런 것인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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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중석 스릴러 클럽 33
할런 코벤 지음, 최필원 옮김 / 비채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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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런 코벤. 많은 사람들이 추천하는 작가였지만 이상하게 그의 작품을 읽지 않았다. 맛난 음식을 마지막까지 남겨두었다 먹으려는 마음이었다고 할까. 그러다 더 이상은 미룰 수 없어서 손에 든 작품은 모든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할런 코벤의 최고 작품이라고 말할 만한 작품 <>이었다.

 

소설에서는 두 가지 사건이 병행을 이루며 진행된다. 첫 번째는 현재 일어난 샤미크 존슨의 강간 사건이고, 두 번째는 20년 전 캠핑장에서 벌어진 살인 사건이다. 이 두 사건은 모두 에식스 카운티의 검사인 폴 코플랜드와 관련이 있다. 정치적 야망을 가지고 있는 폴 코플랜드는 샤미크 존슨의 사건에서 정의를 실현하고자 하지만 강간 용의자들의 아버지들은 힘 있고 돈 있는 능력자로 사건을 무마하고자 폴의 과거를 들춰낸다. 한편 캠핑장 살인 사건 당시 폴의 여자 친구이었던 루시는 학생이 제출한 저널이 사건이 있던 날의 이야기임을 알고 놀라는데 도대체 누가 그녀의 옛 이야기를 알고 이런 저널을 쓴 것일까?

 

20년 전 폴의 사라진 폴의 동생 카밀은 도대체 어떻게 된 것일까? 그녀와 함께 사라졌던 길 페레즈는 마놀로 산티아고라는 가명으로 살아왔음이 밝혀졌는데 그렇다면 그녀도 역시 살아있는 걸까? 사건은 의문투성이로 무엇이 진실인지 알 수 없는 상태에까지 이른다.

 

사실 마지막 순간까지 폴이 20년 전 사건과 관련이 있다고, 좀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 <가면산장 살인사건>이 생각나면서 그가 범인이 아닐까 생각했다. 하지만....

 

책을 덮기 전까지는 끝이 아니라는 말이 이 책에 딱 어울린다. 마지막 반전. 아마 그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최고로 추켜세우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할런 코벤, 이제 나는 그의 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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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 라디오
이토 세이코 지음, 권남희 옮김 / 영림카디널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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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랍다. 책 제목이 <상상 라디오>이기는 하지만 이런 상황을 그려낼 수 있는 작가라니 대단히 놀랍다. 평범한 나로서는 감히 상상도 해보지 못한 내용이다.

 

<상상 라디오>는 총 5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에서는 동일본 대지진으로 세상을 떠난 DJ 아크가 영문도 모른 채 삼나무 꼭대기에 걸쳐져 하늘을 보는 자세로 상상으로 라디오 방송을 시작하여 청취자들과 이야기를 나눈다. 2부에서는 자원봉사를 하고 돌아오는 작가 S 5명이 나무 위 남자의 상상 라디오에 대해 서로의 생각을 들려주고, 3부에서는 청취자들의 이야기를 통해 자신이 처한 상황을 이해하게 된 DJ 아크의 이야기가, 4부에서는 작가 S와 세상을 떠난 S의 연인과의 대화, 5부에서는 모든 상황을 정리하는 DJ 아크의 마지막 방송이야기가 그려진다.

 

작가는 소설을 통해 죽은 자와 산 자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특히 우리로서는 결코 알 수 없는 죽은 자의 이야기를 들려주고자 한다.

 

아무리 귀를 기울인다 해도 물에 빠져서 가슴을 쥐어뜯다 바닷물을 마시고 세상을 떠난 사람의 괴로움은 절대로, 절대로 살아 있는 우리가 헤아릴 수 없습니다.”(p.83)

 

나오의 이야기처럼 우리는 죽은 자의 이야기를, 그들의 마음을, 그들의 생각을, 그들의 괴로움과 분노와 아픔을 결코 알 수 없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그들의 슬픔과 괴로움을 그들의 몫으로 남겨두어야 하는 걸까? 또한 사랑하는 이들을 떠나보낸 채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은 또 어떻게 대해야 하는 걸까?

 

힘내, 힘내자, 라고 할 때마다 현 상황과의 차이에 절망한대. 그래서 현실을 꾹 참고 있는 시아버지를 말없이 존경해주라고. 젊은 의사는 그렇게 말했나봐.”(p.135)

 

가까운 이를 떠난 보낸 이들은 말없이 보듬어주고, 기다려주어야 한다. 시간이 얼마가 걸리든지 묵묵히 그들 옆에서 기다려주어야 한다. 그것이 우리가 해야 할 일이다.

 

죽은 이들에 대한 작가의 생각은 무엇일까?

 

죽은 사람은 이 세상에 없어. 바로 잊고 자기 인생을 살아야 해. 정말 그래. 언제까지고 연연하고 있으면 살아남은 사람의 시간도 빼앗겨 버려. 그런데 정말로 그것만이 옳은 길일까. 시간을 들여 죽은 사람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슬퍼하고 애도하고, 동시에 조금씩 앞으로 걸어가야 하지 않을까. 죽은 사람과 함께.”(p.146)

 

산 사람이라도 살아야지 라고 말하며 우리는 은연중에 죽은 이들에 대한 생각을 빨리 떨치고 일어나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작가는 이와는 다른 의견을 말한다. 그들을 오랫동안 기억하는 것. 그것이 죽은 자에 대한 산 자의 예의라고 말한다.

 

살아 있는 자와 죽은 자는 서로 떨어진 관계가 아니다. 죽은 자는 살아남은 자의 기억 속에서 그와 함께 영원히 존재한다. 이를 통해 산 자도 죽은 자도 고통과 아픔에서 벗어나 미래를 향해 걸어 나갈 수 있다.

 

책을 읽는 동안 자연스럽게 세월호 사건이 떠올랐다. 어느덧 1년에 가까운 시간이 흘러간 지금 얼마나 많은 이들이 그 차가운 바다 속에서 고통과 아픔을 남긴 그들의 이야기를 기억하고 있을까? 어느덧 우리들 마음에서 떠나버린 듯한 그들의 이야기가 너무나 가슴 시리게 다가온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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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비록 - 유성룡이 보고 겪은 참혹한 임진왜란
김기택 옮김, 임홍빈 해설, 이부록 그림, 유성룡 원작 / 알마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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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복 교수님의 <류성룡, 나라를 다시 만들 때가 되었나이다>라는 책을 읽은 이후로 서애 류성룡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어났다. 특히 그가 쓴 <징비록>은 어떤 내용을 담고 있을지 너무 궁금했다.

 

임진왜란 당시 서애 유성룡은 영의정이자 도체찰사라는 직책을 맡고 있었다. 그는 이순신 장군, 권율 장군처럼 전쟁터에서 몸을 바쳐 싸우지는 않았지만 전쟁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 물자 공급, 명나라와의 외교 전략 등 드러나지 않은 곳에서 수많은 기여를 한다. 임진왜란의 숨겨진 영웅인 유성룡은 7년 동안 백성을 지옥으로 몰아넣은 전쟁이 끝난 후 이런 치욕의 역사가 다시는 반복되지 않기를 바라며 징비록을 기록한다. 유성룡은 징비록을 쓴 이유를 시경의 말을 인용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시경에 지난 일의 잘못을 주의하여 뒷날에 어려움이 없도록 조심한다라고 했는데, 이것이 <징비록>을 쓴 이유다. (p.13)

 

징비록을 읽으면 누구나 느낄 수밖에 없는 감정이 있다. 분노다. 백성을 버리고 전쟁터에서 그 누구보다 먼저 도망치는 관리와 장수들. 나라의 존위와 백성의 안전보다 왕이라는 자신의 직책을 더 중히 여기는 듯한 선조. 애초에 당리당략에 따라 현실과는 다른 보고를 올리는 김성일의 근시안적인 태도.

    

이들의 무책임에 정작 고통을 겪는 이들은 힘없는 백성들이었다. 이는 임진왜란 때만의 일이 아니다. 그 후의 병자호란, 일제 강점기 등으로 이어져 나라의 근간인 백성들이 뿌리 채 흔들리는 국난으로 이어진다.

    

그렇게 훗날을 대비하라며 징비록을 쓴 유성룡의 마음은 어디로 사라진 걸까? 그의 뒤를 이은 사람들은 그렇게 쉽게 임진왜란의 고통을, 수치를, 분노를 잊어버린 걸까?

    

유성룡의 피맺힌 절규는 지금도 이어진다. 그렇지만 지금 이 땅에 그의 절규를 제대로 듣고 준비하는 위정자들이 과연 몇 명이나 있을까? 문득 그것이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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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레, 살라맛 뽀
한지수 지음 / 작가정신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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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레, 살라맛 뽀(친구, 고맙네), 낯선 언어의 제목이 눈에 들어왔다. 뜻이 참 좋다. 친구, 고맙네. 친구라는 단어도, 고맙다는 단어도. 그런데 책 내용은 제목과는 영 딴판이다. 노인을 납치해 살해하는 어설픈 사기꾼들의 이야기. 전혀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 제목과 내용은 어떻게 된 일일까?

 

천사들의 도시 앤젤레스 시티에서 후배를 대신해 중고차 매매점을 관리하는 제임스 박. 그는 중고차 매장을 관리할 뿐 아니라 영사관의 자잘한 업무들도 대신해 처리해주는 인물이다. 문득 영화 <어디선가 누군가에 무슨 일이 생기면 틀림없이 나타난다 홍반장>이라는 영화 속 주인공 홍반장이 떠올랐다. 하지만 제임스 박은 홍반장과는 전혀 다른 인물이다. 알고 보면 제임스 박은 한인들을 대상으로 사기를 치는, 한 마디로 사기꾼이다. 그런 그에게 어느 날 자신의 시아버지를 죽여 달라는 청부 살인을 맡게 된다. 제임스 박은 그 옛날 한국에서 살 때 자신에게 사기를 친 대니와 함께 노인을 납치 살해하고자 하는데, 그게 말처럼 쉽지 않다. 막상 납치한 노인은 화려한 언변으로 제임스 박과 대니를 주눅 들게 한다. 이들은 몇 차례에 걸쳐 노인을 죽이려고 하지만 모두 미수에 그치는데...

 

제임스 박과 대니는 참 어설프다. 이들은 살인자가 아니라 사기꾼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태생적으로 악하지 않은 인물들이여서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 어쩔 수 없이 살아가고자 범법 행위를 하지만 노인을 대하는 이들의 모습은 그저 순박하기만 하다. 또한 작가의 말처럼 이들은 위악을 떨지언정 위선하지 않는 인물들이다. 그렇기에 제임스 박을 대하는 마음에 너그러움이 묻어난다. 그들의 행동은 분명 잘못된 것이지만 그들에게 처벌이 아니라 오히려 따뜻한 온정을 쏟아 붓고 싶어진다.

 

제임스 박, 대니의 숨겨진 마음이 소설을 따뜻하게 만든다. 그렇기에 이 책을 읽고 나면 왠지 모를 훈훈함에 빠져든다. 어쩌면 제임스 박이나 대니와 같은 삶을 사는 이가 바로 우리 자신이기에 그럴지도 모르겠다. 삶의 힘든 속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하지만 그 속에 담긴 따뜻함은 사라지지 않은, 평범한 우리의 모습을 보았기 때문에 그런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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