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에 관하여
안현서 지음 / 박하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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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하에서 나온 책은 늘 내게 큰 감동과 즐거움을 준다. 작년에도 <심장박동을 듣는 기술>을 읽고 얼마나 오랫동안 책이 준 감동에 젖어 지냈는지. 이번에도 마음 한 견에 불안한 마음이 있었지만 박하에서 나온 작품이기에 두말 않고 선택했다. 불안한 마음을 가졌던 이유는 작년에도 비슷한 연령의 작가가 내놓은 작품을 읽고 너무 큰 실망을 했기 때문이었다. 내용도 문장도 아쉬움이 상당히 컸던 작품이라서 나이가 가진 한계를 볼 수밖에 없었다. 그랬기에 이 작품의 작가가 열여섯이라는 이야기에 솔직히 기대감보다는 우려와 염려가 더욱 컸다.

 

어떻게 얘기해야 할까? 일단 원고지 1200매가 넘는 글을 단 8일 만에 써냈다고 하니 그 재능에 감탄을 금하지 못하겠다. 짧은 시간에 쓴 글이지만 문장이 어색하지 않고 책 속에 담긴 세 편의 이야기가 따로 또 같이 이어져 흐르기에 책 구성도 나름대로 탄탄하다. A씨라는 가상의 인물인 듯한 현실의 인물을 그려내면서 사람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치료해준다는 책의 소재도 작가의 마음처럼 따뜻하다.

 

첫 번째 이야기 <개가 있었다>는 마음의 상처 혹은 숨겨둔 마음의 이야기가 다른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는 여섯 존재로 나타나고 A씨의 도움으로 이들 여섯 존재가 어떤 의미인지를 깨닫는 김한의 이야기이다. 요즘 TV 드라마에서 대세처럼 다루는 다중 인격의 일환이라고 봐야 할까? 물론 사람이 변하는 것이 아니라 감정이나 과거의 일, 생각 등을 표현하는 관념이 존재의 형태로 드러나는 것이라 다중인격과는 조금 다르겠지만 그 의미는 유사하다는 생각이 든다.

 

두 번째 이야기 <고래를 찾아서>는 마지막 반전이 상당히 좋았다. 글 초반에 마지막 반전에 대한 암시가 드러나는 내용이 담겨있어 눈치 빠른 독자라면 어떤 결말로 이어질지 추측해볼 수 있을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어떤 결말로 이어질지 추리해보는 것도 재미있을 듯.

 

세 번째 이야기 <Ticket, Ticket>A씨의 도움으로 죽음을 벗어난 환자의 이야기로 조금은 환상적인 내용의 이야기이다.


나쁘지 않다. 그렇지만 책에 완전히 빠져들어 큰 감동을 받았다고는 말하지 못하겠다. 어디선가 본 듯한 설정들을 서로 섞어 놓은 듯한 구성과 무언가 좋은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어 하지만 왠지 덩어리를 그대로 들어다 놓아 그 맛이 글 속에 녹아내리지 못한 느낌이 들어 조금은 아쉬웠다. 다음 작품에서는 좀 더 맛있게 버무려지고 깊은 맛을 우려내는 듯한 이야기를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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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너
존 윌리엄스 지음, 김승욱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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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너. 말 그대로 윌리엄 스토너라는 인물의 일생을 그린 작품이다. 한 사람의 일생을 그린 작품이다 보니 조금은 밋밋하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어떤 의미에선 그렇기도 하다. 윌리엄 스토너는 열아홉의 나이에 컬럼비아에 있는 미주리 대학에 입학하여 1956년에 사망할 때까지 미주리 대학에서 영문과 교수로 근무한다. 스토너의 삶은 그렇게 굴곡이 넘치는 인생이 아니다. 어찌 보면 너무 단조로운 삶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런데 그 삶이 나를 사로잡았다.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농과대학에 입학하지만 영문학의 즐거움에 빠져 가업인 농사 대신 영문학과 강사가 되는 길을 선택한다. 그러다 리셉션에 만난 이디스를 첫 눈에 사랑하게 되어 결혼을 하지만 그들의 결혼생활은 그렇게 행복하지 않다. 직장에서도 평탄하지 않다. 직장 동료인 로맥스와는 그의 제자인 워커로 인해 결국 평생토록 서로 반목하는 사이가 되고 만다. 어디 이뿐인가? 아내 이디스로 인해 하나밖에 없는 딸 그레이스와의 관계도 점점 소원해진다.

 

이렇게 보면 스토너의 삶은 완전히 패배자의 삶이다. 스토너의 모습도 그렇다. 아내 이디스가 드러나게 스토너를 무시하지만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로맥스를 대하는 태도도 별반 다르지 않다. 스토너는 스스로 고립된 삶을 사는 은둔자 같은 모습을 보인다. 너무 답답해서 내가 달려가 그를 대신해 이디스와도, 로맥스와도, 한바탕 드잡이 질을 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이런 스토너의 모습에 답답함을 느끼는 이유는 그가 나와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살아가면서 자신의 뜻을 온전히 드러낼 수 있는 기회가 혹은 그런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부당하다고 느끼는 삶의 부조리에 큰 소리 한 번 내지도 못한 채 그저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갈 뿐이다. 그렇지만 스토너의 인생은 실패자의 모습이 아니다. 그는 마지막 순간까지 영문학이라는 자신의 길을 끝까지 걸어간다. 그런 그가 실패자일까? 아니 그렇지 않다. 그는 오히려 한순간도 승리의 길에서 멀어진 적이 없었던 참된 승리자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그에게서 깊은 감동을 느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소설에서 참 안타깝다고 느낀 인물은 스토너의 딸 그레이스이다. 부모의 관계 때문에 어떤 의미에서는 희생양이 되어 어머니인 이디스라는 감옥에 갇혀 살 수밖에 없었던, 그 감옥에서 탈출하고자 자신의 삶을 내팽개칠 수밖에 없었던 그레이스. 아마 그녀는 늘 가슴 한견에 아픔을 지니고 살았을 것이다. 그 삶이 너무나 안타깝고 애처롭다.

 

스토너를 만날 수 있어서 너무나 행복했다. 그의 인생은 내게 큰 힘을 주었다. 자신이 그랬듯이 계속해서 내 길을 가라고 독려해주는 그의 모습이 눈앞에 선하다. 2015년 내가 아는 모든 이에게 스토너, 그를 소개해주고 싶다. 그의 삶을 따라갈 수 있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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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켈러, 당신을 위한 로마서 1 팀 켈러, 로마서
팀 켈러 지음, 김건우 옮김 / 두란노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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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은 신앙적으로 상당히 힘든 한 해였다. 이것저것 드는 생각에 신앙의 기초마저 흔들릴 정도였다. 가장 큰 문제는 의로움에 대한 문제였다. 인간인 나는 아무리 노력한다고 해도 도저히 죄에서 빠져나올 수 없다는 사실을 너무 버거웠다. 자포자기의 심정에 빠져 있을 때 교회에서 성경공부를 개강하였다. 신약성경을 개략적으로 배울 수 있는 시간이었다. 로마서를 배우면서 이신칭의와 성화에 대해 깊이 깨닫게 되었다.

 

믿음으로 구원받는 과정을 설명한 로마서는 그만큼 중요하다. 그렇기에 성도라면 깊이 있게 로마서를 묵상해야 한다. 하지만 혼자서 공부하기에는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누군가와 같이 공부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이 또한 쉽지 않다. 그럴 때 성경 강해집을 참조하기도 하지만 강해집은 상당히 어려운 신학적 용어나 내용들이 포함되어 있어서 일반 성도들이 이해하기가 쉽지는 않다.

 

이 때 참조할 수 있을 만한 책이 바로 팀 켈러 목사님의 <당신을 위한 로마서>이다. 1권만 출판되었는데 1권에서는 로마서 1-7장까지의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그렇다고 이 책이 로마서에 대한 주석은 아니다. 이 책은 일상의 삶 속에서 성경 말씀을 어떻게 적용해야 할지로 알려주는 실제적인 지침서이다.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내용은 믿음과 선한 행위를 사과나무에 비유한 것이었다. 작년에 성경공부를 하면서 관심을 가졌던 부분이 칭의와 성화부분이었기에 이를 어떻게 쉽게 설명할 수 있을까 라는 고민을 늘 했었는데 사과나무 비유는 누가 들어도 너무나 쉽게 믿음과 행위의 관계를 이해할 수 있을 만한 표현이었다.

 

구원받는 믿음이란 우리에게 구원이 보장되었다는”(16) 하나님의 약속을 신뢰하는 것이어서 우리의 순종이 아닌 하나님의 약속을 의지하기 때문이다. (p.166)

 

사실 순종이 제사보다 낫다는 말씀처럼 우리는 순종의 자세를 중요시한다. 하지만 순종을 우리의 힘이나 능력에 의한 것이라는 생각은 분명히 잘못된 것이라고 저자는 단언한다. 저자의 설명처럼 믿음은 우리의 힘이나 능력으로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 또한 하나님께서 주시는 선물이다. 우리는 그런 하나님과 그분의 약속을 신뢰해야 한다.

 

팀 켈러 목사님의 <당신을 위한 로마서>는 진실로 나를 위한 로마서였다. 가장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말씀의 의미에서부터 그 말씀이 삶 가운데서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는지 조목조목 상세하게 설명되어 있기에 나의 삶을 다시 돌아보고 말씀대로 살아갈 수 있도록 이끌어주었다. 로마서의 나머지 부분을 들려줄 다음 권이 벌써부터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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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가의 살인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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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은 늘 기대감을 품게 한다. 과연 이번에는 어떤 이야기로, 혹은 어떤 반전으로 즐거움을 줄까? 이번 작품도 역시 그런 나의 기대감을 저버리지 않았다. 학생가에서 일어난 세 건의 살인사건과 그 속에 담긴 반전의 이야기. 여기까지는 다른 작품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 하지만 이 작품에서 히가시노 게이고는 좀 더 깊이 있는 화두를 던진다.

 

현대 사회는 점차 인공지능 분야가 발전하면서 인간의 능력을 넘어서는 컴퓨터나 로봇들이 생산되는 시대로 나아가고 있다. 저자는 이런 상황에서 과연 인간 존재의 의미가 무엇인지, 특히 조직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기계 이하의 인간은 필요 없어진다는 거지. 우수한 인간과 우수한 컴퓨터가 사회를 이끌어 가게 될 거야.”(p.224)

 

인간의 가치는 어디에 있는 걸까? 인간이란 존재의 가치는 오직 그가 능력에 의해서만 평가받는 것일까? 회사라는 조직은 실적이 떨어지면 가차 없이 내쳐야할 존재로 사람들을 바라보는 걸까? 그렇지 않다고 말하고 싶지만 현실의 세계는 점점 더 능력에 의해서 평가받는 시대가 되어가고 있다. 소수를 제외한 대부분의 인간들은 이런 경쟁에서 살아남기가 쉽지 않다. 더욱이 인간들만의 경쟁이 아니라, 컴퓨터 등 인공 지능을 겸비한 기계들과의 전쟁까지..

 

조직, 인간의 존재 가치 등 작품에 담긴 내용을 보면서 히가시노 게이고가 사회파 미스터리 작가라고 불리는 이유를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던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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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자의 스케치북 - 컬러링으로 떠나는 세계 여행
제롬 메이어비쉬 지음 / 어바웃어북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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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당히 재미있다. 정말 오랜만에 해본 색칠 놀이라서 그런가? 일단 색칠하는 자체가 즐거웠다. 밑그림을 보고 어떤 색이 어울릴까, 이곳은 어떤 모습일까, 상상해보며 한 칸 한 칸 채워나가는 기쁨이 적지 않았다. 온 가족이 모여 이것저것 말하면서 함께 색칠해보기도 했는데 나나 와이프뿐 아니라 아이도 너무 너무 즐거워했다.

 

각 페이지에 담긴 여행지의 밑그림에 색칠을 하면서 사진보다 그림을 그린다는 저자의 생각에 저절로 공감하게 되었다. 사진은 거의 순간적인 감상에 지나지 않지만 그림은 시간을 두고 지긋이 감상하지 않는 한 제대로 된 그림을 그릴 수 없다. 그렇기에 사진처럼 잠깐만 보고 넘어가지 않는다. 오랫동안 보고 느끼고 생각해야 한다.

 

이 책은 여러 면에서 유용하다. 일단 아이와 함께 할 수 있는 놀이이다. 여행지에 관한 이야기를 살짝 들려주면서 아이가 상상해보게 할 수 있다. 상상하면서 그리는 그림(물론 밑그림은 있다. 색칠만 하면 되지만 이 또한 상상력이 필요한 놀이이다^^), 그 재미가 솔솔하다. 또한 상상으로 그린 그림을 가지고 직접 그 곳에 갔을 때 내가 그린 그림과 실제 여행지를 비교해보는 재미도 있다. 혹은 실제 여행지에 가서 색칠한 그림과 상상으로 색칠한 그림을 나중에 비교해도 좋을 것 같다.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은 제목 그대로 스케치북으로 만들었으면 어떨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책 형태로 되어 있다 보니 제본한 안쪽 부분은 색칠하는 데 어려움이 조금 있었고 책이 갈라지려고 해서 조금 불편하였다. 책 형태라면 한 장씩 찢어서 색칠해야 편하겠지만 스케치북처럼 링으로 연결하면 색칠하기도 편하고 보관하기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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