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와 다른 아이들 1
앤드류 솔로몬 지음, 고기탁 옮김 / 열린책들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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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상시에도 책이나 드라마를 볼 때 완결이 아니면 보지 않는 습관 때문에 이 책도 처음부터 2권까지 모두 주문해서 보기로 했다. 그런데 책을 받고 보니 성급한 내 판단에 얼마나 후회를 했는지. 분량이 어마어마하다. 두 권 합쳐서 1500페이지가 넘는다. 소설이라도 쉽게 읽을 수 없는 분량이다 보니 걱정이 앞서기 시작했다. 과연 읽기로 정한 날까지 다 읽을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글을 쓸 때까지 2권 첫머리까지만 겨우 읽었다.

 

1권을 읽다가 보니 예전에 미국으로 이민 간 후배가 떠올랐다. 후배는 결혼한 후 딸을 둘 낳았는데 첫째 딸이 장애가 있었다. 그런데 그 아이의 장애를 두고 주변에서 말들이 참 많았다. 아빠가 문제가 있어서, 엄마가 문제가 있어서 그랬다는 수군거림이 수없이 들려왔다. 수많은 소문들은 후배 부부를 제대로 알지 못하는 사람들에게서 시작되었다. 정말 어이가 없을 정도였다. 그뿐만이 아니다. 아이가 장애가 있다 보니 부모들 사이에서 은근히 따돌림을 당하는 일도 점점 많아졌다. 결국 후배는 한국에서의 삶을 포기하고 미국으로 갔다. 지금도 연락하면서 지내는데 후배는 미국으로 간 이후에 마음도 편해졌고 환경도 훨씬 낫고, 아이에게도 여러모로 유용한 프로그램도 많고, 무엇보다 사람들이 그들을 대하는 태도가 한국과는 달라서 좋았다는 말을 한다.

 

후배의 말을 들으면서 여러 생각이 들었다. 끝없는 편견에 사로잡힌 이들의 시선이 얼마나 그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지, 그들이 과연 그런 시선을 받아야 하는 합당한 이유가 있는지? 이들은 소수라는 이유로 불합리하게 너무나도 많은 것들을 포기하고 살고 있다. 사람들의 이유 없는 냉대를 받으며 살고 있다. 소수인 이들이 이 땅에서 자신들의 정당한 권리를 누리며 살기 위해서는 과연 무엇이 필요한지 우리 모두 깊이 고민해 보아야 할 것이다.

 

또 하나. 이 책에서 작가가 인터뷰한 많은 부모들을 보면서 부모란 참으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모의 헌신, 희생. 자식에 대한 끝없는 사랑. 그러기에 이 책의 부제가 열두 가지 사랑인가 보다. 사실 부모라고 처음부터 모든 것을 쉽게 받아들이는 것은 아니다. 이들의 이야기들을 들어보아도 그렇다. 아픔과 분노와 고통의 시간들을 겪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과정들이 쌓이고 쌓이면서 이들은 우리와 같으면서도 다른 사랑을 키워나간다. 어쩌면 그 어떤 사랑보다 더 큰 사랑을 만들어간다.

 

책이 사람의 생각을 바꾼다고 하지만 실상 그렇게 쉽게 사람의 생각을 바꿀 수 있을만한 책은 그다지 많지 않다. 만약 내게 누군가의 생각을 바꿀만한 책을 추천해 달라고 한다면 주저하지 않고 이 책을 권할 것이다. 이 책은 아이들에 대해, 또 다른 아이들에 대해, 그리고 우리가 사는 사회에 대해, 사랑에 대해, 부모의 사랑에 대해 당신의 생각을 완전히 바꾸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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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 주식회사
사이먼 리치 지음, 이윤진 옮김 / 열린책들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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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이 대표로 근무하고, 천사들은 마치 인간들처럼 끝없는 야근에다, 승진을 노리며 라이벌을 견제하는 모습을 보이며 일하는 회사, 바로 천국 주식회사이다.

 

천국 주식회사의 모습은 생각과는 달리 우리가 근무하는 회사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 최고 경영자의 눈치를 보며 그가 원하는 대로 행동하는 고위 관리직원들의 모습은 얼마 전에 있었던 모 항공사 임직원들의 모습을 떠올리게 되어 씁쓸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반면 기적부에서 근무하는 크레이그의 모습도 인간들과 그다지 다르지 않다. 일과 야근에 치여 주변 천사들과의 관계나 데이트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모습이 우리 주변에서 항상 보는 직장인들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

 

천국 주식회사에서 근무하는 이들의 모습만 우리네 인간들의 모습과 비슷한 것은 아니다. 회사를 운영해 나가는 방식도 별반 다르지 않아 보인다. 부하직원들이 기껏 열심히 일해서 올린 기획안이 제대로 평가도 받지 못하는 모습이나 규칙에 얽매여 필요할 때 융통성을 발휘하지 못하는 경직된 모습 등도 우리들이 다니는 직장과 달라 보이지 않는다.

 

우리네 직장과 별반 다르지 않은 천국 주식회사에 변화가 찾아온 것은 기도 수취부에서 일하던 일라이자가 기적부로 승진해서 올라온 후 컴퓨터 모니터 뜬 코드 블랙을 하나님께 보고하면서 시작된다. 일라이자는 자신이 정리한 기도문들을 하나님이 읽어본 적도 없다는 사실에 실망하며 하나님께 일을 그만두는 게 어떻겠냐고 도전적으로 말한다. 그녀의 말을 들은 하나님은 대표 자리를 그만두고 지구도 한 달 후에 파괴하겠다고 말한다. 자신의 말 한 마디에 지구가 사라질 위기에 처하자 일라이자는 크레이그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일라이자를 돕기 위해 하나님을 만난 크레이그는 기도문 중의 하나를 들어주면 지구를 파괴하지 않겠다는 하나님의 답변을 듣는다. 크레이그와 일라이자는 수많은 기도문 중에서 그들이 이루어줄 수 있다고 생각되는 기도문 하나를 고르는데,

 

크레이크와 일라이자는 샘과 로라의 사랑이 이루어지도록 도와주기로 한다. 하지만 서로를 간절히 원하는 이들은 서로의 마음을 내비치지 못해 오랫동안 서로의 주변을 맴돌기만 한다. 일견 이들의 마음이 이해가 된다. 혹시나 거절당하면 어쩔까하는 생각 때문에 쉽게 다가가지 못하는 마음, 두려움이라고 하는 마음 때문에 이들은 사랑을 이루어갈 수 있음에도 그러지 못했던 것이다.

 

사랑에서 뿐만 아니라 많은 일들에서 사람들은 두려움 때문에 쉽게 이룰 수 있는 일도 시도조차 못하는 경우가 많다. 두려움은 벗어나기 어려운 그물이기도 하지만 반드시 넘어야 할 산임에는 분명하다. 이 산을 넘을 때 혼자라고 생각하지 말자. 어쩌면 기적을 도우려는 천국 주식회사 직원들이 알게 모르게 나를, 또한 당신을 돕고 있을지도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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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인, 재욱, 재훈 은행나무 시리즈 N°(노벨라) 5
정세랑 지음 / 은행나무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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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 히어로라고 하면 아무래도 슈퍼맨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어렸을 적에 본 만화나 영화에서 가장 많이 보았던 인물이 슈퍼맨이라 그런 것 같다. 평상시에는 평범한 인물이다가 누군가 위험에 처하거나 도움을 요청하는 상황이 되면 가슴에 S자가 크게 그려진 옷을 입고 날아가 사람들을 도와주는 모습이 어린 나이에도 상당히 멋져 보이면서, 나도 슈퍼맨처럼 사람들을 도와주는 슈퍼 히어로를 꿈꾸기도 하였다. 슈퍼맨 이후로 수많은 슈퍼 히어로들도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사람들을 도와준다. 그런데 사람들을 도와주는 일이 과연 특출난 능력이 있어야만 가능한 걸까?

 

재인, 재욱, 재훈 삼남매는 오늘날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그런 가족이다. 너무 가깝지도 그렇다고 아주 멀지도 않은 관계. 어느 날 사막으로 떠나는 재욱을 위해 함께 휴가를 보내고 돌아오는 길에 들른 칼국수 집에서 먹은 형광빛 나는 칼국수를 먹은 후 이들에게 놀라운(?) 초능력이 생긴다. 재인은 대전 연구실에서, 재욱은 아랍 사막의 플랜트 공사장에서, 막내 재훈은 조지아의 염소 농장에서 각각 누군가로부터 Save 1, Save 2, Save 3라고 쓰인 메시지와 손톱깎이, 레이저 포인터, 열쇠를 받는다. 밑도 끝도 없이 누군가를 구하라는 메시지를 받은 이들 삼남매에게는 어떤 일들이 생기는 걸까?

 

재인, 재욱, 재훈은 자신들에게 주어진 그저 그런 일상의 삶들을 살아간다. 하지만 이들의 평범한 행동이 종국에는 누군가의 삶을 구하는 운명으로 이어진다. 어찌 보면 그들에게 생긴 초능력은 초능력이라고 부르기에도 민망한 능력이다. 그렇지만 그 보잘 것 없는 능력이 누군가의 생명을 구한다. 이들 삼남매는 우리가 슈퍼 히어로라고 부르는 슈퍼맨, 배트맨, 캣우먼과는 완전히 다른 그저 우리와 똑같은 평범한 인간이다. 이들을 보면, 누군가를 구할 수 있는 능력은 특출난 누군가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 모두가 누군가를 구할 수 있는 능력과 삶을 살아갈 수 있다.

 

얼마 전에 읽었던 글이 떠오른다. 모 패스트 푸드점에서 장애인이 식사하는 것을 친절하게 도와주던 직원을 찍은 사진과 설명이 곁들어진 이야기였다. 별다른 일도 아닌 것처럼 보이는 작은 친절, 그것이 바로 재인, 재욱, 재훈처럼 누군가를 구하는 평범한 우리네 히어로들의 모습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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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바이블 - 신과 우리 모두의 이야기
마크 버넷, 로마 다우니 지음, 전의우 옮김 / 아드폰테스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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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어렸을 때에는 성경이 지금처럼 다양하게 번역되어 있지 않고 하나의 번역본만 있었다. 지금도 계속해서 사용하는 성경이지만 이 번역본은 우리나라에 기독교가 들어온 초기에 번역된 것이라 용어가 상당히 어렵다. 지금은 실생활에서 거의 사용하지 않는 한문체나 용어들이라 어린 학생들이 읽고 이해하기에는 쉽지 않았다. 그래서 부모님께서 그 당시에 쉽게 읽을 수 있는 성경 이야기책을 사 주셨다. 정확하게 기억나진 않지만 금성 출판사에서 나온 성경 이야기였는데 삽화와 이야기가 상당히 재미있게 구성되어 있어서 성경을 읽는 대신 그 책을 자주 읽었던 기억이 난다.

 

상당한 시간이 흐른 후 중고등부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사로 아이들과 함께 성경을 공부하다 알게 된 사실 중 하나는 중고등부 학생들이 생각보다 성경에 대해 잘 모른다는 것이다. 물론 QT를 열심히 하면서 말씀대로 살려고 노력하는 학생들도 많고, 보기와는 달리 믿음으로 모든 일을 감당하려는 아이들도 많다. 하지만 많은 아이들이 성경에 나오는 인물이나 사건들을 잘 모른다. 이런 현상에는 여러 원인들이 작용했겠지만 그 중의 하나가 아이들에게 맞는 성경 이야기가 많지 않기 때문은 아닐까 생각한 적이 있다.

 

그런 의미에서 <더 바이블, 신과 우리 모두의 이야기(A Story of God and All of Us)>은 상당히 유용하다. 이 책은 10시간짜리 텔레비전 미니시리즈로 제작했던 <더 바이블(The Bible)>의 대본을 소설로 다시 각색한 책이다. 성경의 모든 이야기를 한 권의 책에 다 담을 수 없다보니 중요한 인물과 사건들을 기준으로 순서대로 성경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 바로 이 부분이 아닐까 싶다. 창세기부터 요한 계시록에 이르는 성경의 이야기를 한 권의 책에 간략하지만 자연스럽게 이어나가면서 독자들이 성경 전체의 이야기를 그려볼 수 있도록 도와준다. 물론 이 책은 성경 강해나 설교집이 아니기에 오랜 신앙생활을 한 분들이 보기에는 별다른 내용이 없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작가의 말에서 밝혔듯이, 성경을 잘 모르는 아이들이나 새신자분들이 총체적으로 성경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디딤돌 역할을 하기에는 충분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중간 중간에 삽화를 그려 넣었다면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들도 쉽게 읽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기도 했지만 사람들을 성경으로 이끌기에는 상당히 유용한 책이다. 아이들 혹은 새신자분들과 한 챕터씩(서문 + 10부로 구성) 읽고 나눔을 해도 좋을 것 같고, 텔레비전 미니 시리즈와 함께 보는 것도 상당히 재미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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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지왕 사형집행인의 딸 시리즈 3
올리퍼 푀치 지음, 김승욱 옮김 / 문예출판사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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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사형집행인의 딸>을 읽은 후 이번에 사형집행인의 딸 세 번째 작품인 <거지왕>을 읽었다. 2부에 해당하는 <검은 수도사>를 읽지는 못했지만 서로 다른 이야기들을 다루고 있어서 <거지왕>을 읽는 데 별반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

 

물론 이 책의 주인공은 사형집행인인 야콥 퀴슬, 그의 딸인 막달레나 퀴슬과 그녀를 사랑하는 지몬 프론비저이다. 시리즈물이라서 그런지 이 책도 <사형집행인의 딸>과 동일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먼저 간략한 프롤로그로 앞으로 진행될 사건이 이와 관련이 있음을 보여주고 본 내용으로 들어간다.

 

사건은 야콥 퀴슬이 레겐스부르크에 사는 누이동생 리즈베트가 중병에 걸렸다는 매제의 편지를 받고 레겐스부르크로 향하면서 시작된다. 야콥은 레겐스부르크로 향하는 뗏목에서 증오의 눈길을 느끼지만 별일 아니라고 생각하며 무심결에 넘어간다. 하지만 레겐스부르크에서 그를 기다리는 것은 촘촘하게 엮여 있어 도저히 그가 빠져나갈 수 없는 함정이었다. 성문 앞에서 경비병들과 시비가 붙어서 하룻밤을 탑에서 보내고 동생이 하는 목욕탕으로 향한 야곱을 기다리는 것은 매제와 누이의 시체였다. 누이의 시체 앞에서 망연자실한 채 서 있던 야콥은 이를 다 알고 있었다는 듯한 레겐스부르크 경비대장에게 체포된다. 한편 막달레나와 지몬은 베르히톨트가 준 맥각을 먹고 환상에 빠져 결국 죽음에 이른 베르히톨트의 하녀 문제로 결국 숀가우를 떠나 레겐스부르크로 향한다. 레겐스부르크로 온 이들은 야콥이 함정에 빠져 갇혀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야콥을 구해내기 위해 사건의 진범을 추적하기 시작하는데...

 

이 소설에는 야콥을 향한 복수를 꿈꾸는 미지의 인물과 야콥을 고문하면서도 같은 일을 한다는 동질감을 느끼며 야콥의 무죄를 위해 그를 도와주는 레겐스부르크의 사형집행인 필립 토이버, 사라진 창녀들을 대상으로 실험을 하는 또 다른 미지의 인물, 막달레나와 지몬을 둘러싼 실비오와 거지왕 나탄 등의 인물들이 서로 얽이고 설키면서 살인사건의 진실을 향해 나아간다.

 

첫 번째 작품과 마찬가지로 이 작품에서도 중세시대의 도시 풍경, 죄인들에게 행해졌던 고문의 종류와 방법, 군중심리에 빠진 무지몽매한 군중들의 행동 등이 아주 세밀하게 묘사되어 있어서 마치 독자들이 17세기 독일의 레겐스부르크에 함께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한다. 잔인함과 폭력이 넘치는 장면들 가운데서도 막달레나, 지몬, 실비오 사이의 미묘한 분위기가 또 다른 재미를 더해준다.

 

소설의 배경인 레겐스부르크, 지금도 소설 속 배경인 된 건물이나 지역들이 남아있다는 저자의 여행안내서를 본 후에는 더욱 더 그곳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커져갔다. 아마 언젠가는 야콥과 막달레나와 지몬이 누볐던 그 곳에서 이들의 활약을 다시 떠올리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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