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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임 1
정병철 지음 / 일리 / 2014년 7월
평점 :
절판
학창시절 선배들이 하던 얘기 중에 이런 말이 있었다. 신문을 볼 때 반드시 행간을 읽으라고. 요즘 말로 팩트(fact)만 읽어서는 진실을 알기 어렵기 때문에 행간에 담긴 의미와 뜻을 읽을 줄 알아야 한다는 말이었다. 이를 바꾸어 말하면 언론은 팩트라는 틀만 제시할 뿐 진실을 올바로 알려주지는 않는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야 할지도 모른다.
프레임, 틀이라는 기본 의미에 더해 사물을 바라보는 관점, 세상을 관조하는 사고방식, 고정관념이라는 의미로도 쓰인다. 달리 말하면 어떤 사실 혹은 생각의 틀에 갇혀 버렸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다. 정병철의 소설 <프레임>은 바로 어떤 틀에 갇혀 버린 관점, 사고방식에 대해 고발하는 이야기이다. 이 책은 표지부터 도발적이다. 검은 색 건물 혹은 도형 속에 빨강 색, 노란 색 눈들이 무언가를 바라보고 있는 책 디자인은 얼핏 보기에도 섬뜩한 느낌이 든다. 표지에 담긴 눈들은 과연 무엇을 보고 있는 걸까? 또 작가는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걸까?
프레임은 온 나라를 뒤흔들었던 여대생 살인 사건을 토대로 이루어진 이야기이다. 신문사 기자인 정부장의 비밀파일에 담긴 이야기를 풀어내면서 과연 여대생 살인 사건과 그 후에 벌어진 형집행정지 처분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작가 나름의 소설적 상상력을 펼쳐 독자에게 제시한다.
책을 읽으면서 얼마 전에 읽었던 <누가 국새를 삼켰는가>라는 책이 떠올랐다(<누가 국새를 삼켰는가>는 소설 형식이 아니다. 사건 전체를 조명해 볼 수 있게 만든 기록물이라고 볼 수 있다). 이 두 책은 언론, 경찰, 검찰, 여론 등이 사건의 진실을 한 방향으로 몰아갔다고 주장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과연 무엇이 진실일까? 소설을 읽다보면 무언가 께름칙한 느낌이 드는 것만큼은 부인할 수 없다. 과연 무엇 때문에 그런 느낌이 들었던 걸까?
소설 속 표현을 빌리자면, 판결이 나기 전까지 무죄추정의 원칙을 고수해야 하는 법정이 또 다른 법정인 여론 법정의 유죄추정의 원칙에 휘둘려 결국 분명한 증거를 제시하지 않았음에도 유죄 판결로 몰아갔고, 여론의 선정주의와 상업주의가 전체가 아닌 진실의 일부분만을 전달하면서 여론의 공분을 조장했다는 것이다. 결국 이런 선입견, 즉 프레임이 코앞에 있는 진실조차 보지 못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일견 공감이 가는 주장이다. 소설 속 사건의 진실에 대한 것이 아니라 프레임이라는 그 의미 자체가 말이다. 영화 <부러진 화살>에서도 그렇고, <누가 국새를 삼켰는가>에서도 그렇고, 법정이나 검찰, 경찰, 언론, 여론 등은 자신들의 머릿속에 결코 움직이지 않는 코끼리(프레임에 나오는 표현)를 담고 있다. 그렇기에 눈앞에 진실이 있음에도 자신의 틀 밖에 있다면 결코 그곳에 시선을 돌리지 않는다. 한편으로는 이런 주장을 하는 사람은 자신의 틀에서 벗어나 있는 것인가 라는 생각도 든다.
책 표지 디자인의 눈들은 무엇을 보고 있을까 라는 생각을 다시 한 번 해보았다. 갇혀 있는 그 눈들은 오로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작가의 말처럼 갇혀 있는 그 눈들, 아니 우리 모두의 눈들이 틀 밖의 것들을 보기 시작할 수만 있다면 진실이 반드시 승리한다는 말이 그저 틀에 박힌 말로만 끝나지는 않을 것이다. 프레임을 벗어난다면 우리의 삶 가운데서 진실이 반드시 승리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