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을 만든 사람들

중국을 만든 사람들 - 일생에 한번은 역사에 미쳐라!
현경병 지음 / 무한 / 2014년 6월

역사 속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존재한다. 그런 인물들 중에서도 더욱 도드라지는 사람들이 있다. 때로는 영웅으로, 때로는 역적으로 우리들의 기억 속에 남아있는 이들은 어떤 형태로든 역사의 흐름에 분명한 영향을 끼쳤다. 단 한 명의 인물이 역사를 만든 것은 아니겠지만 단 한 명의 인물이 역사의 물줄기를 이끈 경우는 분명히 존재한다.

우리나라에 가장 많은 영향을 준 나라를 꼽으라고 한다면 누가 뭐라고 해도 중국을 얘기하지 않을 수 없다. 수천 년 역사의 중국에는 과연 어떤 인물들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 그들은 어떤 생각과 삶을 살았는지, 그리하여 중국의 역사에 어떤 물줄기를 이끌어내었는지를 보여주는 책이 바로 <중국을 만든 사람들>이다.

이 책에서는 공자에서 등소평에 이르기까지 중국의 역사를 이끌어간 12명의 인물들을 소개한다. 그렇지만 여타의 책에서 소개하듯이 그들의 치적이나 삶의 모습을 나열하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이 책의 특징 중 하나는 12명의 인물들을 설명하기에 앞서 진시황은 강력한 카리스마를 가진 일방주도형, 주원장은 술의 대가인 기회포착형, 등소평은 인내의 리더십을 가진 낙관생존형이라고 표현하는 등 이들이 어떤 유형의 사람들이었는지를 한 마디로 정의하였다는 점이다. 이런 분류를 통해 각 인물이 특징을 한 눈에 파악한 후 그들의 삶을 세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하였다.

이 책의 또 다른 특징은 이들 12명의 삶을 우리의 삶에 적용할 수 있는 팁을 곳곳에서 제공한다는 점이다. 저자는 진시황을 빗대어 올바른 지도자나 경영자의 모습이 무엇인지를 제시한다. 진시황의 강력한 리더십과 추진력이 지도자나 경영자가 가져야 할 자세로 언급한다. 또한 고난 속에서도 꺾이지 않은 등소평의 모습을 묘사하면서 역경과 어려움 속에서 뒤로 빠지거나 회피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이처럼 저자는 각 인물의 모습을 통해 우리가 배워야 할 자세가 무엇인지를 두리뭉실하게 말하고 넘어가는 것이 아니라 꼭 집어 명확하게 설명한다.

마지막으로 각 챕터별로 우리가 바르게 알아야 할 역사적 사실이나 사자성어의 유래 등을 설명하는 부분을 별도로 제공한다. 어떤 부분은 이미 알고 있었던 이야기이기도 하고 어떤 이야기는 전혀 알지 못했던 혹은 잘못 알고 있었던 이야기이기도 하다.

저자의 말처럼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비록 우리 역사 속의 위인들은 아니지만 우리의 삶 속에서 롤 모델로 삼을 만한 인물들이다. 각자의 성품이나 행동양식이 다르기에 내게 맞는 롤 모델이 누구인지(꼭 한 명일 필요는 없을 것이다)를 생각해보고 그 인물(들)이 살아간 모습을 내 삶에 적용해보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 될 것이다. 지금 바로 자신의 롤 모델을 찾아나서 보면 어떨까 싶다.

열두 개의 바람

열두 개의 바람
줄리안 김 지음, 이순미 옮김 / 반니 / 2014년 7월

역사소설이나 추리소설을 상당히 좋아하는데다 주변에서 재미있게 읽었다고 하시는 분들이 많아서 기대가 되었다. 진시황릉과 페루에서 벌어진 일련의 사건들을 풀어나가는 수수께끼 같은 이야기들도 상당히 흥미롭게 보였다.

열두 개의 바람을 다스리면서 하늘을 날 수 있는 송수호, 사람의 과거와 전생을 읽는 디에고, 아시아 최대의 부호인 로니 탄, 우연치 않게 페루에서 만나 미션에 합류하게 된 오드리. 이들 네 명은 진시황릉에 담긴 수수께끼와 페루에서 벌어진 일련의 사건들을 하나씩 풀어나가면서 페루를 정복한 후 세상을 자신들의 발아래 놓으려는 악의 세력과 맞서 싸우는데...

진시황릉이나 잉카 제국에 얽힌 신화를 토대로 과거와 현재의 인물들이 얽히고설킨 채 수수께끼를 풀어나간다는 소재나 설정은 상당히 좋았다. 다만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이 꼭 교과서를 읽는 듯한 기분이 들게 하였다. 나름대로 역사적인 사실과 사상을 설명하려는 의도였겠지만 그 부분이 너무 지나치게 길게 이어지면서 소설이라는 느낌보다는 철학이나 역사서를 축약해 놓은 듯한 느낌이 들었다. 특히 린카이푸의 암호를 풀어나가는 장면에서 사실 영화 인디애나 존스의 모험처럼 뭔가 좀 더 긴장감 있고 스릴 넘치는 그런 장면이 나오길 내심 기대했다. 작가 나름대로 여러 설정을 해놓아 영화 같은 장면이 이어지기는 하지만 소설 속 인물들과 함께 모험을 한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상당히 아쉬운 부분이었다.

주인공 4명이 과거의 인물들과 연결되는 설정도 너무 쉽게 추측할 수 있었다는 점도 나에게는 아쉬운 부분이었다. 윤회설에 대한 작가의 사상이 담긴 것일지도 모르지만 과거의 인물과 현재의 인물을 서로 이어주려 하다 보니 너무 쉽게 독자의 눈에 띈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반면 열두 개의 바람이라는 제목과는 달리 이에 대한 설명이나 묘사는 상대적으로 너무 적어 제목과 내용이 어울리지 않는다는 느낌도 지울 수가 없었다.

기대가 너무 컸던 걸까? 좋았던 점도 많았지만 아쉬움이 많이 남는 작품이었다.

난 너에게 장미정원을 약속하지 않았어

난 너에게 장미정원을 약속하지 않았어
조앤 그린버그 지음, 윤정숙 옮김 / 챕터하우스 / 2014년 7월

어렸을 때, 아니 요즘도 혼잣말을 중얼거리면서 돌아다니는 사람들을 어쩌다 한 번씩 볼 때가 있다. 혹 핸드폰으로 통화하는 사람인가 해서 다시 보면 통화를 한다고 생각할 만한 물건은 전혀 보이지 않다. 소위 말하는 정신분열증 환자들이다. 예전에 아는 사람 중에 고시 공부를 하다 어느 날 갑자기 정신분열증을 앓던 이가 있었는데 어찌 보면 정상인 같고 어찌 보면 무언가 넋이 나간 사람 같기도 해서 과연 이 사람은 어떤 상태에 놓여있는 걸까 궁금해 했던 적이 있었다.

시대가 바뀌었다고는 하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은 정신질환자 하면 아직까지도 봉두난발을 한 채 광기 어린 모습을 한 사람들을 떠올린다. 그러면서 우리와는 완전히 다른 별개의 존재로 간주한다. 그만큼 우리는 정신분열증 환자에 대해 아는 것이 그다지 많지 없다.

<난 너에게 장미정원을 약속하지 않았어>는 작가의 자전적 소설로 정신분열증을 앓는 10대 소녀 데버러에 관한 이야기이다. 작가의 자전적 소설이기에 정신분열증을 앓는 사람을 매우 세밀하게 그려내면서 그들의 아픔과 고통에 독자들이 충분히 공감할 수 있도록 이끌어준다.

현실 세계와 이르 왕국이라는 자신만의 세계를 오가는 데버러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광기어린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이 책에서는 데버러의 정신적 방황, 갈등, 분열증을 앓게 된 원인과 과정, 또한 그녀 주변 인물들의 모습이 담담하게 그려진다. 잔잔하고 애잔한 모습이 이어지다보니 사실 지루한 면도 없지는 않다. 또한 이르 세계의 말들이 수시로 나오면서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들도 많다. 그런 모든 면을 고려하더라도 이 책은 나에게 몇 가지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었다.

먼저, 종양, 캠프, 아파트로의 이주 등 데버러와 그녀의 엄마 에스터가 생각하는 과거의 일이 서로 너무 다르다는 것이다. 에스터는 자신이 충분한 도움을 주었다고 생각하지만 아이에게는 그렇지가 않았다. 결국 이런 차이가 원하지 않던 결과로 이어졌을 것이다. 에스터와 데버러의 관계는 우리 생활에서도 많이 보게 된다. 자신의 시각으로 바라보다보니 상대방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 진정으로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보지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 그런 균열이 서로에게 상처가 되기도 하고, 씻어낼 수 없는 아픔이 되기도 한다.

우리가 바라는 아이들의 꿈이 미래에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주세요(p.174)

두 번째, 병든 사람들(신체적이든, 정신적이든)이나 건강한 사람이나 사람 간에 필요한 가장 기본적으로 필요한 것은 바로 인간에 대한 존중이라는 점이다. 동등한 인간이라는 존중이 서로에게 기쁨을 준다. 두말할 필요도 없는 것이지만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나만 아프다는 생각, 나만 힘들다는 생각, 나만 피해자라는 생각이 더 큰 슬픔과 고통을 만들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가족이다. 데버러가 힘든 과정을 이겨낼 수 있었던 것은 그녀의 가족이 기다릴 줄 알았기 때문이다. 별다른 차도가 없는 상황에서도 미래를 꿈꾸며 기다릴 수 있었던 가족이 있었기에 데버러는 세상에 다시 나갈 기회를 가졌던 것이다.

데버러는 그녀를 위해 이 싸움을 준비한 사람은 자신의 부모라는 생각을 했다.(p.354)

무거운 만큼 많은 생각을 하게 해 준 책이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번역이 자연스럽지가 않은 부분들이 있어서 책에 몰입하기 어려웠다는 점이다. 원문을 보지 않았기에 구체적으로 얘기하기는 힘들지만 원문을 그대로 옮기려 한 듯한 번역체가 오히려 역효과를 가져온 것은 아닌가 싶다.

최고의 석학들은 어떤 질문을 할까

최고의 석학들은 어떤 질문을 할까? - 스스로 새로운 생각을 이끌어내는 90가지 물음
필립 코틀러 외 지음, 허병민 엮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4년 7월

“나는 매일 스스로에게 이렇게 묻습니다.”

책 표지에 실린 이 질문이 이 책의 모든 것을 말해준다. 이 책은 전 세계 90명의 석학들이 인생의 변화를 위해 꼭 던져야 할 단 하나의 질문을 정하고 그에 대한 그들의 생각을 모은 책이다. 처음에는 무슨 심오한 철학적 질문이나 우리가 흔히 들어오던 질문이 아니라 전혀 생각하지도 못했던 질문들이 아닐까 생각했다. 책에 실린 90가지의 질문 중에는 누구나 한 번쯤 품어봤던 질문도 있고, 우리가 재미 삼아서 서로에게 던지던 질문들도 있고, 정말 가슴 깊이 새겨보아야 할 질문들도 있었다.

90가지 질문의 내용은 서로 달랐지만 그 모든 질문들이 지향하는 바는 하나인 것 같다. 그 무엇보다도 자신을 올바로 알라는 것이다. 자신을 강하게 단련시키라는 것이다. 물론 이 질문들 중에는 자신만이 아니라 함께 이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한다고 말하는 질문들도 있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의 토대는 결국 자신이 진정으로 어떤 존재인지, 나를 위해서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어떤 목표를 가지고 살고 있는지, 그 목표를 이루는 목적은 무엇인지 등 자신에 대한 궁금증을 가지고 이를 풀어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때때로 다른 사람보다 내가 나 자신에 대해서 더 모른다고 느껴질 때가 있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를 때도 있고, 왜 화가 나는지 모를 때도 많다. 때로는 일을 하면서도 정말 하기 싫다는 생각을 하지만 막상 뭘 하고 싶은지는 알지 못한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더 그런 것 같다. 나 자신을 바라보고 되새기는 시간은 전혀 가지지 않은 채 그저 다른 사람처럼 시간의 흐름에 몸을 맡긴 채 하루하루를 덧없이 흘려 보낸다.

이 책은 그런 나 자신을 채찍질할 수 있는 하나의 명상록이다. 그렇다고 책에 수록된 90개의 질문을 매일같이 모두 고민하라는 의미는 아니다. 분명 이 질문들 중에는 자신의 상황에 가장 맞는, 혹은 가장 공감되는 질문들이 있을 것이다. 아니면 이들처럼 자신을 찾는 자신만의 질문을 곰곰이 생각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나는 이 책을 읽고 이런 질문이 떠올랐다. 게리 클라인의 ‘사람들이 나를 이렇게 말해주면 좋겠어’라는 질문과 비슷할지도 모르겠다. 내게 떠오른 질문은 이것이다. ‘나는 아내에게 어떤 사람인가? 나는 우리 아기에게 어떤 사람인가? 나는 함께 일하는 동료에게는? 부모님이나 가족들, 친구들에게는?’

이 질문으로 나는 나를 다시 바라보게 되고, 내 주변 사람들의 생각과 바람을 알게 되고, 결국 존 판던의 ‘결국 모두가 행복해지는 게 좋잖아’라는 질문처럼 우리 모두가 행복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을 읽는 모든 이들이 90명의 석학들이 제시한 질문을 통해, 혹은 자신만의 질문을 통해 진정으로 나아가야 할 삶의 방향을 다시 한 번 찾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극해

극해
임성순 지음 / 은행나무 / 2014년 7월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에 나와 처음으로 입사한 회사가 해운회사였다. 해운회사 업무 중에서도 선박 운항과 관련된 일을 하다 보니 선장이나 선원들과 이야기를 나눌 경우가 많았다. 특히 국내에 선박이 들어오는 경우에는 선박을 방문해 배의 이곳 저곳을 돌아볼 기회를 갖기도 하였다. 작가의 후기에서 밝혔듯이 선원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옛날에는 배에서, 특히 원양어선처럼 오랫동안 바다에서 지내야 하는 선박에서 우리가 상상도 못하는 일이 생기기도 하였단다. 선장이 경찰권을 가지는 등 선박 자체가 완전히 별세계였기 때문에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임성순 작가의 <극해>는 포경선 유키마루에서 벌어지는 일을 그려내고 있다. 일제의 패망이 짙어지던 시기에 제4차 남방개발 대표단이 발족되고 각자의 사연을 간직한 채 유키마루에는 일본인, 조선인, 필리핀인, 대만인 등 여러 민족의 사람들이 모여든다. 해군에 식량을 조달하라는 임무를 수행하던 유키마루에 어느 날 정찰 임무가 떨어진다. 기타이오지마에서 정찰 임무를 마치고 복귀하던 유키마루는 미국 정찰기의 폭격을 받아 엔진이 고장 나면서 바다를 표류하게 된다. 엔진을 수리한 후 유키마루는 남극으로 향해 나아가고, 일본인 상급선원과 조선인 등의 하급 선원 사이에는 서로를 향한 적대감이 더욱 커져만 간다.

이 책에서는 유키마루라는 한정된 공간, 다시 말하면 극한의 상황에 처한 인간이 어떻게 변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또한 얼마나 쉽게 피해자가 가해자로 바뀔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처음에는 갑판장이라는 인물이 새롭게 유키마루에 합류한 하급선원들을 폭력으로 길들인다. 이런 폭력성은 조선인의 반란 이후 필리핀인과 대만인을 폭력으로 대하는 만덕이라는 인물에게서 다시 찾아보게 된다. 그렇지만 과연 이들만이 폭력을 휘두르는 존재일까? 이성적으로 모두를 대했다고 스스로를 변명하는 일급 항해사는 어떨까? 그는 폭력과는 거리가 먼 존재일까? 아니면 폭력의 불길을 지피는 불꽃같은 존재일까? 폭력은 결코 누구 한 사람의 문제가 아니다.

왜 고통받는 사람들이 오히려 타인의 고통에 무감한 것일까? 고통받는 사람들은 타인의 고통을 보며 생각한다. 겨우, 그걸 가지고! (p.124)

채찍질 내내 무감했던 조선인들은 순식간에 동요하기 시작했다. 비로소 타인의 고통이 자신의 고통이 되는 순간이었다. (p.192)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고, 자신과 상관없으면 무관심으로 대하는 이들이 결국 폭력의 동조자인 셈이다.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수많은 학교 폭력, 가정 폭력 등 모든 폭력의 이면에는 이처럼 방관자적인 태도를 보인 이들의 무의식적인 협조가 있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이 책은 무겁다. 읽는 내내 묵직한 고통이 가슴속을 헤집었다. 깨끗하고 순수했던 영혼이 변해가는 모습이 이루 말할 수 없는 통증으로 다가왔다. 그 모습이 바로 내가 만들어낸 모습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더욱 가슴이 무거워지는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