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차의 신
아가와 다이주 지음, 이영미 옮김 / 소소의책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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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그런 일이 거의 없지만 한때(?) 거의 매일 같이 막차를 타고 집에 들어가곤 했다. 일에 쫓겨서 그랬다기보다는 지인들과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간당간당하게 막차를 타곤 했기에 그 시간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특별히 기억나지는 않는다. 그저 피곤에 겨워 혹은 술에 취해 잠을 청하는 이들의 모습만 떠오를 뿐이다.

 

그 때 내가 보았던 이들은 어떤 사연을 품고 있었을까? 술에 취해 비몽사몽 거리던 그들에게는 어떤 아픈 사연이 있었던 걸까? 졸음에 겨워 눈조차 제대로 떼지 못하던 그들은 어떤 일에 치여 그렇게 늦은 시간까지 있었던 걸까?

 

아가와 다이주의 <막차의 신>을 보면 막차를 탄 이들의 면면을 살짝 엿볼 수 있다. 막차를 탄 그들의 삶은 평범한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다(물론 결코 평범하지 않은 취미를 가진 이는 여전히 감정적으로 공감하긴 힘들지만).

 

이 책에는 총 7편의 이야기가 서로 별개인 듯 아닌 듯 그렇게 이어진다. 다양한 삶의 모습들을 보여주는 그들을 보면 오늘을 살아가는 나와 내 주변 이들이 떠오르는 건 그들이 바로 삶의 곳곳에서 소설 속 인물들처럼 오늘을 살아가며 서로의 삶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추운 겨울날 잔잔한 이야기들이 던지는 삶의 모습들을 넌지시 바라보며 지나온 시간들을 돌아본다. 그들처럼 나도 삶의 순간순간 때로는 힘들고, 때로는 아프고, 때로는 애잔한 시간들을 보내왔는지. 또한 앞으로도 그런 시간들을 보내게 될지.

 

아마 그럴 것이다. 나 역시 그들처럼 평범하면서도 또한 자신만의 삶을 오롯이 살아갈 것이다. 막차를 타고 내가 가야할 그곳을 향해가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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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킬 박사와 하이드 생각뿔 세계문학 미니북 클라우드 18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지음, 안영준 옮김, 엄인정 / 생각뿔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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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과 악이라는 주제는 인류가 생긴 이래 모든 성현들과 철학자들이 한 번은 다룬 주제가 아닌가 싶다. 무엇이 선이고 악인지, 선과 악은 왜 생기는지, 과연 선이 악을 이길 수 있는지 등등 선과 악과 관련된 이야기들은 무수히 많다. 이를 다룬 철학, 소설 등도 많고.

 

여러 이야기들 중에서 선과 악을 다룬 가장 대표적인 소설 중 하나를 꼽자면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 <지킬박사와 하이드>가 아닐까 싶다. 소설 뿐 아니라 영화로도 만들어져 많은 이들에게 익숙한 지키박사와 하이드, 이번에 생각뿔에서 출판한 책으로 다시 읽었다.

 

누구나 존경할만한 인품을 가진 지킬 박사, 하지만 그의 내면에는 누구도 알지 못했던 또 다른 성격의 다른 이가 존재하고 있었다. 어쩌면 그냥 묻혀버릴 수도 있었던 그 존재는 지킬의 실험에 의해 현실에서 다시 태어나게 되니 그가 바로 하이드였다. 오로지 악의 화신으로 태어난 하이드는 세상 속에서 그의 성품 그대로 살아가기 시작하고 이런 그의 모습은 결국 댄버스 커루 경의 살인 사건으로 이어지면서 세간의 관심을 받게 된다. 한편 점점 변해가는 지킬의 모습에 의문을 품은 이들이 지킬과 하이드이 관계를 캐기 시작하고 지킬의 친구인 라니언 박사는 지킬과의 만남 후 결국 죽음에 이르고 마는데.

 

지킬의 내면에 있던 악의 존재는 단지 지킬에게만 있는 존재는 아닌 듯 싶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이들에게는 선의 모습과 악의 모습이 공존하고 있다. 다만 그런 악을 외적으로 표출하는 부분에 있어서는 분명 사람마다 다를 뿐이다.

 

지킬박사와 하이드, 병 속의 악마 두 작품 모두 인간의 본성, 특히 선한 본성 밑에 숨어있는 악한 본성을 보여준다. 욕망이라는 굴레에 빠져 결코 빠져나가지 못하는 인간의 모습과 무엇이 인간을 행복하게 만드는지에 대한 의문을 던지는 두 소설은 페르소나라는 심리학적 현상을 극명하게 드러내는 또 다른 이야기가 아닌가 싶다.

 

오늘을 살아가는 인간들은 어쩌면 그 어느 때보다 자신의 깊은 내면을 드러내지 않고 살아가고 있을지 모른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선을 추구하는 마음일까, 악을 멀리하는 도덕성일까? 자신의 욕망을 끝없이 억누르기만 하는 것이 옳은 것일까, 아니면 욕망의 분출을 인간이라면 당연히 느끼는 감정이라고 말하며 악을 혹은 쾌락이나 욕망을 정당하다고 말하는 것이 옳은 것일까? 이에 대한 답은 여전히 흐릿하지만 소설 속에서 확인한 건 하이드가 모든 이들에게 좋은 인상을 남기지 않았다는 점이다. 아니 하이드를 만난 모든 이들은 그에게서 불쾌감을 느꼈다. 이 점만큼은 분명하게 인식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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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알벨루치 2018-12-24 17: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포테이토님 메리크리스마스 & 샬롬! 늘 건강하소서
 
고양이 손님
히라이데 다카시 지음, 양윤옥 옮김 / 박하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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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왕자>, <동물농장>, <갈매기의 꿈>, 그리고 안도현의 <연어>와 함께 최고의 우화 5편에 선정된 <고양이 손님>. 묘하게도 올해 <연어>를 제외한 모든 책을 다시 읽었다별다른 이유가 있어서는 아니고 어쩌다보니 그냥 그렇게 됐다그래서 이어서 읽게 된 <고양이 손님>. 최고의 우화라 여겨지는 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고양이 손님>은 어떤 내용일까무척 궁금했다.

 

치비라는 고양이와 화자 부부의 일상을 다룬 소설인 <고양이 손님>은 여태까지 별다른 반려동물을 키우지 않은 내게는 조금 거리감이 느껴지는 소설이었다고양이를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화자 부부와 치비가 서로 가까워지는 일상의 모습이 낯설게 느껴지지 않겠지만 고양이든 강아지든 한 번도 동물을 키워보지 않은 입장에서는 그들이 느끼는 감정호감애정 등등이 깊이 와닿지는 않았다.

 

다만 치비와의 만남헤어짐 등의 과정이 단순히 동물과 인간의 교류만을 말하지는 않는 듯하기에 사람이 살아가면서 겪는 수많은 관계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소설이라는 점도 분명하다특히 마키아벨리를 인용한 삶의 모습은 고개를 끝없이 끄덕이게 만든다.

 

살아 있는 모든 것에는 어느 길모퉁이를 돌아들고 어느 문 틈새로 들어가고 하는 움직임에 원래부터 작은 흐름을 만들어내는 듯한 성질이 부여된 게 아닐까하루하루의 움직임이 거듭되면서 일정한 흐름이 생겨난다.(p.30)

 

담백한 삶의 모습을 담담하게 써내려간 에세이 같은 소설이지만 독자를 끌어당기는 힘은 소설을 읽어갈수록 더욱 커져 다시 처음부터 소설 속으로 빠져들겠다는 욕망을 품게 한다이 소설은 그런 힘을 가지고 있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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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 앱솔루트 달링
가브리엘 탤런트 지음, 김효정 옮김 / 토마토출판사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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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읽으면서 이렇게 글이 눈에 안 들어는 경우는 그렇게 흔하지 않은 일이다작가가 글을 너무 재미없게 썼다면 당연히 글이 눈에 들어오지 않겠지만 분명 그런 것은 아니다글을 끌어나가는 작가의 방식이나 플롯 등은 너무나 매력적이다그렇다면 도대체 뭐가 문제였을까이렇게 힘들게 이 소설을 읽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그건 내가 딸아이를 키우는 아버지이기 때문이다이 소설은 아버지로서 아무리 이해하려고 해도 쉽게 이해되지 않는 주제를 다루고 있다이 소설은 가족에게그것도 가장 자신을 아끼고 사랑해주어야 할 부모에게 학대받는 아이(그것도 딸아이)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아동 학대에 관한 소설을 이번에 처음 읽은 건 아니다이전에도 몇 권 그런 주제를 다룬 책을 읽었다그때도 이번처럼 그렇게 힘들었을까그렇지는 않았던 것 같다분명 분노에 차서 씩씩거렸겠지만 이번처럼 그렇게 답답하고 아프고 힘들지는 않았던 것 같다그렇다면 이번에는 왜 그렇게 힘들었던 걸까?

 

그건 바로 작가의 세밀한 묘사 때문이다현실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잔인한 상황과 그 상황을 견뎌내는 어린 소녀의 모습을 너무나 세밀하게 묘사하기에 머릿속에서 끝없이 상상이 된다. 14살 터틀이 얼마나 아프게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는지가 말이다.

 

그렇기에 그녀의 선택에 박수를 보낼 수밖에 없다그녀의 아픔이 어느 순간 내 살을 헤집는 아픔이었기에어서 빨리 그녀가 그런 상황에서 벗어나야 나 역시 그런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 같았기에.

 

이 소설은 그렇게 힘들고 아픈 소설이다그렇게 누군가를 끝없이 응원하고 싶은 소설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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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잃어버린 이름, 조선의용군
류종훈 지음 / 가나출판사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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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살>, <밀정>, 미스터션사인>. 모두 본 영화드라마이지만 그저 영화와 드라마로 끝났다드라마에 나오는 그들은 전혀 기억하지 못한 채이 땅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만주로 달려간 그들그 곳에서 광복의 그날까지 조국을 위해 자신을 버리고 또 버린 그들을 기억하지 못한 채 말이다.

 

일제 강점기많은 이들이 그 시대의 역사를 만들어갔지만 우리는 정작 기억해야 할 이들은 기억하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는지 모르겠다앞서 말했듯이 한 편의 영화와 드라마에서조차 이름 없이 사라져가는 그들이기에 그랬는지아니면 또 다른 무언가가 그들을 기억하는 것을 막았는지 모르겠지만.

 

그렇게 우리의 의식 속에서 사라져간 이들 중 우리가 결코 잊지 말아야 할 이들이 있다바로 조선의용군이다우리가 이 땅의 주인으로 살아가는데 수많이 이들이 자신을 버렸지만 그런 그들 중에서도 자기의 목숨조차 아끼지 않고 희생한 이들이 바로 조선의용군이다하지만 우리는 그들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한다기억하려는 노력조차 기울이지 않는다.

 

이런 현실이기에 류종훈의 <우리가 잃어버린 이름 조선의용군>은 더욱 값지다누구보다 조선의 독립을 원했던 그들그랬기에 목숨조차 아끼지 않았던 그들이지만 그들은 어느 순간 흔적도 없이 우리의 역사에서우리의 기억에서 사라졌다그렇게 사라진 그들을 중국 곳곳을 누비며 조선의용군의 참 모습을 복원시키고자 저자의 의도가 이 책에 고스란히 녹아내려 있다.

 

이 책은 조선의용군에 관한 기록만을 남기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현재까지 남아있는 그들의 모습을 찾아 중국 곳곳을 누비며 기록을 넘어선 현실로 그들의 모습을 우리에게 들려준다여전히 우리들 곁에서 그들이 살아있다고결코 잊지 말아야 한다고 말하면서.

 

혹여 한 순간의 흐름으로 끝날까봐 그들의 흔적이 남아있는 곳을 찾아가는 길을 각 장 끝부분에 싣고 있다잊지 말고 찾아보라고그들의 역사가 지금 곧 우리가 살아 숨 쉬는 근원이라고 말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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