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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한계급론 (무삭제 완역본) ㅣ 현대지성 클래식 24
소스타인 베블런 지음, 이종인 옮김 / 현대지성 / 2018년 10월
평점 :
베블런효과
가격이 오르는 데도 일부 계층의 과시욕이나 허영심 등으로 인해 수요가 줄어들지 않는 현상.
[출처: 두산백과]
베블런효과라는 용어를 탄생시킨 소스타인 베블런의 <유한계급론>을 읽었다. 요즘 가벼운 소설 위주로 책을 읽어서 그런지 막상 책을 펴서 읽기 시작했을 때 내용이 눈에 들어오지 않아 처음에는 상당히 애를 먹었다.
그냥 책을 덮고 싶은 마음을 꾹 누르면 한 장, 한 장 읽어나가자 저자가 주장하는 유한계급론이 무엇인지 어렴풋이 윤곽이 잡히기 시작했다. 저자가 이 책에서 말하는 유한계급(有閑階級)은 생산적 노동에 적극적인 의욕을 가지지 않고 비생산적 소비생활을 하는 계층을 일컫는다. 쉽게 말해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어 생산적 노동 대신 예술, 오락 등 비생산적인 일에 탐닉하는 사람들을 말한다.
저자는 이런 유한계급에 대해 비판의 날을 세우는데 유한계급이라는 존재 자체라기보다는 그들이 일반 대중에게 미치는 영향력과 경제적인 측면에서 가격이 올라도 수요가 늘어나는 베블런 효과에 대해 주장한다.
여러 가지로 공감되는 부분이 많은 책이지만 한편으로는 오늘날의 사회와는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대표적인 예로 유한계급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들이 생산적인 활동에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는 저자의 주장이다. 오늘날 대중에게 수많은 영향을 끼치는 이들 중에는 유한계급에 속하지만 오히려 생산적인 일에 더욱 힘을 가하는 이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여가라는 측면에서도 이를 옛날처럼 자신의 부를 과시하기 위한 것으로만 치부하기는 어렵다. 적절한 노동 후 적절한 여가를 즐기는 삶(소확행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는)은 대부분의 현대인들이 누리는 현상이 되었기 때문이다(이런 현상은 베블런이 주장했듯이 일반계층의 사람들이 유한계급의 사람들을 쫓아하는 현상은 아니다).
뿐만 아니라 유한계급의 과시적 성향도 일정 부분에서는 현실과 다르다는 생각이 든다. 자신의 부, 명예를 내세우고 싶어 하는 이들도 있지만 오히려 그런 부와 명예를 내세우지 않고 평범한 삶을 사는 유한계급의 사람들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저자 베블런의 이 책에서 주장하는 내용이 오늘날의 현실에 적용하기 어렵다는 것만은 아니다. 그의 주장처럼 끝없는 욕심에 사로잡힌 채 자신을 과시하고 싶어 하는 수많은 사람들의 모습을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여전히 과소비의 물결에 휩쓸린 사람들의 모습이 어떤 의미인지를 이해할 수 있는 베블런의 <유한계급론>, 역자의 말대로 대학교 신입생들이 이 책을 필독서로 읽으면서 사회와 인간에 대해 깊이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