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이혼 1
모모세 시노부 지음, 추지나 옮김, 사카모토 유지 원작 / 박하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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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설적인 듯한 두 단어의 조합, <최고의 이혼>. 꿈에서조차 이혼을 생각한 적 없는 내게 이 책은 처음에는 그렇게 유쾌한 느낌으로 다가오지 않았다종교적인 이유 때문일지도 모르고이혼하면 왠지 모르게 불행한 상황만을 떠올리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이혼은 여전히 기분 좋은 단어는 아니다.

 

하지만

 

이 소설은 일단 유쾌하다아직 1권만 읽은 상태라 앞으로 어떤 식으로 전개가 될지는 모르지만 1권에서 주는 느낌은 아주 유쾌하다이혼이라는어쩌면 누군가에게는 끔찍한 느낌으로 다가오는 이 단어를 이렇게 시원하면서도 가볍게 그려낼 수 있다는 사실이 놀랍기도 하다.

 

미쓰오와 전부인(?) 유카미쓰오의 전여친 아카리와 그녀의 남편(?) 어쩌면 함께 한다는 것 자체가 이상한 네 명이 얽히고설키면서 사랑이 무엇인지이혼이 무엇인지에 대해 가볍지만 진지하게 그려나간다.

 

현재 드라마라도 방영중이라고 하는데 아직 드라마는 보지 못했지만 어떤 분위기일지 무척 궁금하다소설 속에서는 작가가 드라마를 염두에 두고 쓴 흔적일지 모르지만 이야기의 흐름이 상당히 빠르고대화체 위주라 읽는 속도도 다른 책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다.

 

중간 중간 툭툭 던지는 유카나 아카리의 의미심장한 한 마디한 마디가 사랑과 결혼혹은 헤어짐에 대해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한다또한 치과 위생사 나나에게 던지는 미쓰오의 독백(?)에서 어쩌면 많은 남성들의 문제가 드러나기도 한다.

 

서로를 향한 마음이 이혼한 후에 조금씩 드러나는 걸까미쓰오와 유카의 관계가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지 궁금하다두 사람의 관계만큼 궁금한 이들은 아카리와 류너무나 다른 듯한 두 사람은 다시 행복해질 수 있을까드라마를 보기 전에 빨리 2권을 볼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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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각자의 말로 사랑을 했다
조성일 지음, 박지영 그림 / 팩토리나인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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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표지 디자인에 그렇게 크게 관심을 두는 편은 아니지만 이 책의 표지는 굉장히 오랫동안 내 눈을 사로잡았다디자인이 너무 예뻐서라기보다는 무언가 제목 사이에 남겨진 여백이 내게 자신을 채워달라고나만의 말로 사랑을 표현해보라고 말하는 듯한 느낌을 받아서다조성일 글박지영 그림의 <우리는 각자의 말로 사랑을 했다>는 그렇게 내게 다가왔다.

 

나는 어떤 사랑을 했을까내게 사랑은 무엇이었을까나는 사랑을 어떻게 말했을까정말 나만의 말로 사랑을 말했을까이러저런 생각을 하면서 책을 보니 각자의 말로 했다는 건 결국 서로를서로의 모습을서로의 사랑을 이해하지 못했다는 것이라는 생각이 가시질 않는다.

 

책을 읽으면서 그런 생각이 다시 바뀐 건 그저 나만의 말로 사랑을 하지는 않았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저자의 글은 오히려 사랑을 하는 이들이 한 번쯤은 경험했을 그런 말들이었다물론 그걸 모두가 똑같이 표현하지는 않았겠지만.

 

마음에도 없는 말이

마음보다 먼저 나갔다.

 

[중략]

 

어색한 침묵이 우리를 가두었고

그 순간 우리는

세상 어떤 관계보다 못한 사이가 되어버렸다. (p.53/마음에도 없는 말)

 

그래정말 그랬던 순간이 있었다생각과는 다른 말이 나가서 한순간 꼼짝도 할 수 없었던 그 때나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나만의 말로 여전히 사랑이라고 말하고 있었던 걸까?

 

수많은 생각이 오간다과거의 지나간 사랑에 대해서또한 지금 하고 있는 사랑에 대해서.

 

나는 여전히 나만의 말로 사랑을 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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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한계급론 (무삭제 완역본) 현대지성 클래식 24
소스타인 베블런 지음, 이종인 옮김 / 현대지성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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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블런효과

가격이 오르는 데도 일부 계층의 과시욕이나 허영심 등으로 인해 수요가 줄어들지 않는 현상.

[출처두산백과]

 

베블런효과라는 용어를 탄생시킨 소스타인 베블런의 <유한계급론>을 읽었다요즘 가벼운 소설 위주로 책을 읽어서 그런지 막상 책을 펴서 읽기 시작했을 때 내용이 눈에 들어오지 않아 처음에는 상당히 애를 먹었다.

 

그냥 책을 덮고 싶은 마음을 꾹 누르면 한 장한 장 읽어나가자 저자가 주장하는 유한계급론이 무엇인지 어렴풋이 윤곽이 잡히기 시작했다저자가 이 책에서 말하는 유한계급(有閑階級)은 생산적 노동에 적극적인 의욕을 가지지 않고 비생산적 소비생활을 하는 계층을 일컫는다쉽게 말해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어 생산적 노동 대신 예술오락 등 비생산적인 일에 탐닉하는 사람들을 말한다.

 

저자는 이런 유한계급에 대해 비판의 날을 세우는데 유한계급이라는 존재 자체라기보다는 그들이 일반 대중에게 미치는 영향력과 경제적인 측면에서 가격이 올라도 수요가 늘어나는 베블런 효과에 대해 주장한다.

 

여러 가지로 공감되는 부분이 많은 책이지만 한편으로는 오늘날의 사회와는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대표적인 예로 유한계급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들이 생산적인 활동에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는 저자의 주장이다오늘날 대중에게 수많은 영향을 끼치는 이들 중에는 유한계급에 속하지만 오히려 생산적인 일에 더욱 힘을 가하는 이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여가라는 측면에서도 이를 옛날처럼 자신의 부를 과시하기 위한 것으로만 치부하기는 어렵다적절한 노동 후 적절한 여가를 즐기는 삶(소확행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는)은 대부분의 현대인들이 누리는 현상이 되었기 때문이다(이런 현상은 베블런이 주장했듯이 일반계층의 사람들이 유한계급의 사람들을 쫓아하는 현상은 아니다).

 

뿐만 아니라 유한계급의 과시적 성향도 일정 부분에서는 현실과 다르다는 생각이 든다자신의 부명예를 내세우고 싶어 하는 이들도 있지만 오히려 그런 부와 명예를 내세우지 않고 평범한 삶을 사는 유한계급의 사람들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저자 베블런의 이 책에서 주장하는 내용이 오늘날의 현실에 적용하기 어렵다는 것만은 아니다그의 주장처럼 끝없는 욕심에 사로잡힌 채 자신을 과시하고 싶어 하는 수많은 사람들의 모습을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여전히 과소비의 물결에 휩쓸린 사람들의 모습이 어떤 의미인지를 이해할 수 있는 베블런의 <유한계급론>, 역자의 말대로 대학교 신입생들이 이 책을 필독서로 읽으면서 사회와 인간에 대해 깊이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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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인 생각뿔 세계문학 미니북 클라우드 10
알베르 카뮈 지음, 안영준 옮김, 엄인정 해설 / 생각뿔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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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책 사이즈에 대해서 말해야겠다이번에 생각뿔에서 출판한 <이방인>의 사이즈는 딱 남자 어른 손바닥 정도의 크기이다책 크기가 작으니 당연히 글자도 작아 나이 드신 분들이 읽기에는 적합하지 않지만 책이 작고 가벼워 무언가 들고 다니는 걸 싫어하는 사람이도 별다른 부담 없이 가지고 다니면서 읽을 수 있는 책이다.

 

본문 뒤편에 작품 해설과 작가 연보가 실려 있어 본문을 읽고 난 후 작품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작품 해설을 읽으면서 다시 한 번 작품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다또한 작가 연보를 통해서 까뮈의 모습을 한 번쯤 그려보는 것도 괜찮지 않나 싶다.

 

한 때 <이방인>의 번역과 관련해 논란이 일었던 적이 있었다그래서였을까소설을 읽으면서 번역도 유심히 살펴보았다원어를 제대로 번역했는지를 논하는 건 내 능력 밖의 일이라 일단 차치하고 읽는 데 부담이 없는 자연스럽고 매끄러운 번역인지만 확인했다개인적으로 어색하거나 문맥이 이상한 부분은 없지 않나 싶다.

 

까뮈의 <이방인>은 이번까지 합쳐서 모두 3-4번 정도 읽었다. 4번 읽는 동안 뫼르소를 이해할 날이 올까 생각한 적이 있는데 역시 이해하기 어렵다그의 생각도그의 행동도그의 의식의 흐름도자기 나름의 기준으로 바라본 세상과 인간 세계의 부조리함을 대하는 그의 모습은 또 다른 부조리함이라는 생각이 들뿐이다.

 

언제일까뫼르소를 이해하고까뮈의 생각에 공감할 수 있을 그 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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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0-05 12: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거울 속 외딴 성
츠지무라 미즈키 지음, 서혜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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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에게 꼭 필요한 책’ ‘인간을 구원하는 작품’ ‘한 번 펼치면 덮을 수 없는 소설’ 등 입소문을 타기 시작하며 주목받았던 소설. 2018 서점대상 수상작서점대상 수상작 중 역대 최고 점수를 갱신한 작품.

 

이 소설에 대한 일본의 뜨거운 반응은 앞서 소개한 문구들로 충분히 가늠할 수 있다일본 열도를 뒤흔들 정도의 매력을 가진 <거울 속 외딴 성>이 우리나라에 발을 내딛자마자 일본에서와 똑같은 반응이 터져 나오고 있다이런 반응은 이 소설에 담긴 이야기가 인간의 가장 근본적인 부분을 어루만지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어느 날 거울 속 고성으로 초대받은 고코로그곳에는 그녀와 비슷한 상황의 아이들이 모여 있다그들을 초대한 늑대 가면의 소녀는 정해진 기간 안에 소원 열쇠로 소원의 방을 여는 사람의 소원이 이루어진다고 말한다.

 

늑대의 말을 들은 후 거울 속 고성을 계속 찾게 된 일곱 명의 아이들은 저마다의 상처가 있다그렇기에 쉽게 서로에게 다가서지 못했지만 어느 순간부터 그들은 고성에 모인 서로를 의지하면서 자신들의 상처를 하나씩 치유해가기 시작한다서로가 서로에게 가장 큰 힘과 위로가 되어준다.

 

학교라는 공간을 벗어나 서로의 상처를 치료하고 보듬어주는 거울 속 외딴 성이라는 환상의 공간에서 이루어진 꿈같은 이야기이기에 어쩌면 나랑은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생각하는 독자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런 독자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다이 소설은 학교에서 벌어지는 왕따에 관한 이야기만은 아니라고이 소설에는 모두가 비슷한 아픔을 가졌기에 서로를 가장 잘 이해할 수 있었던 아이들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모두가 서로를 이해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감동의 서사시라고.

 

세상에 나 혼자만 남겨졌다는 생각이 들 때아이들을 이해하지 못하는 혹은 어른들을 이해하지 못하는 순간에 이 소설을 읽어보길 바란다우리가 서로 다르지도결코 세상에 혼자 남겨진 것도 아님을 깨닫게 되는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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