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정원의 로봇
데보라 인스톨 지음, 김석희 옮김 / 열림원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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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봐 탱, 너는 쓸모가 있어. 넌 아무것도 입증할 필요가 없어. 나한테도, 다른 누구한테도. 너는 네 존재 자체로 훌륭해. [하략]”(p.384)

 

이 말 한 마디에 모든 게 들어있지 않나 싶다. 위로가 필요한 누군가와 그런 누군가에 있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되는 누군가가 있다면 그런 삶만큼 행복한 삶이 어디 있을까? 그 누군가가 사람이든 혹은 요즘 많은 이들이 선호하는 반려 동물이든 혹은 또 다른 존재이든.

 

수의사 시험을 준비한다는 명목 하에 백수로 빈둥거리며 지내는 벤과 변호사로 잘 나가는 에이미. 둘 사이에 놓인 긴장감은 달리 표현하지 않아도 될 듯하다. 하루하루를 삐걱거리며 지내는 두 사람 앞에 나타난 로봇 탱. 하지만 탱에 대한 두 사람의 입장은 정반대이다.

 

왠지 모르게 탱에게 마음이 쓰이는 벤과 그런 벤을 한심하게 여기면 얼른 탱을 치워버리길 바라는 에이미. 두 사람의 관계만큼이나 탱에 대한 서로 다른 의견으로 인해 에이미는 결국 벤에게 헤어지자고 하고. 벤은 금이 간 탱의 실린더를 고치기 위해 탱을 만든 사람을 찾아 나선다.

 

탱을 만든 이를 찾아 나선 벤의 여행은 너무 무모해보이기도 한다. 그를 찾을 만한 단서가 너무 부족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를 찾아 나선 벤은 왠지 모르게 희망에 차 있다. 그런 희망에 더해 벤과 탱은 점점 더 서로를 위로하고 아껴주는 관계로 나아간다.

 

로봇과 인간의 감정 교류라는 어쩌면 누군가는 너무 비현실적인 이야기로 치부하고 넘겨버릴 이야기지만 이 소설이 우리에게 전하는 따뜻함에는 단순히 인간과 로봇과의 관계가 아니라 삶을 살아가는 모든 이들이 듣고 싶어 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누군가에게 존재하는 그것만으로도 위로가 될 수 있다면, 존재하는 그것만으로도 누군가에게서 위로를 받을 수 있다면 우리의 삶은 지금과는 정말 다른 모습일지도 모르겠다. 사람은 결코 혼자서 살 수 없는 존재이고, 사람은 결국 톨스토이의 말처럼 사랑으로 살아가니까.

 

탱은 그런 존재이다. 사람이 무엇으로 살아가는지를 알게 해주는 그런 존재. 벤도 역시 그런 존재이다. 부족한 무언가를 늘 채워주는 그런 존재.

 

아픔이 많은 세상이지만 여전히 희망을 꿈꾸며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이다. 그런 세상에 벤과 탱처럼 서로에게 위로가 되어주는 이들이 있다면 더욱 아름답고 따뜻한 미래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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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증
후카마치 아키오 지음, 양억관 옮김 / 잔(도서출판)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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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이 소설을 쓴 작가 후카마치 아키오는 소설을 읽는 독자들을 생각해 제목을 지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책을 읽는 내내, 책을 다 읽고 나서도 한 동안 끝없이 이어지는 목마름에 어쩔 줄 몰라 했던 내 모습을 생각해보면 분명히 그렇다.

 

목마름의 이유, 제목처럼 끝없는 갈증을 느낀 이유는 무엇일까? 딸아이를 키우는 아빠로서 사라진 딸을 찾아 나선 후지시마 아키히로의 마음을 이해하기 때문일까? 아니면 소설을 읽으면서 드러나는 그의 비현실적인 모습에 너무나 큰 충격을 받았기 때문일까?

 

후지시마 때문만은 아닌 듯하다. 그런 끝없는 갈증에 사로잡힌 이유는. 어쩌면 소설 속에서 한 번도 직접 드러나지 않은 가나코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어리디 어린 소녀가 감당하기에는 너무나 큰 아픔, 그 아픔에 더해진 오가타라는 친구에게 벌어진 또 다른 사건. 그녀가 끝없는 고통과 분노에 빠져든 이유를 조금이나마 이해하기에 그녀의 상상을 초월하는 복수도 어느 정도 받아들일 수 있었지만 그래도 지나치게 도를 넘어선 그녀의 복수에 안타까움이 넘쳐흘러서 그랬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아니 그것만도 아닌 듯하다. 가나코의 복수에 제물로 사용되었다고 볼 수밖에 없는 아이들. 그 중에서도 소설의 또 다른 한 축을 이루고 있는 세오카에 대한 연민이 너무 커서 점점 더 큰 목마름에 빠져들었던 것은 아닐까? 세오카는 그저 가나코의 관심을 받고 싶은 마음뿐이었는데 그가 마주한 현실은 지옥보다 더한 고통이었으니까.

 

어쩜 이렇게 이 소설에는 독자의 마음에 안타까움을 자아내는 이들만 있는 걸까?

 

누군가의 잘못이 이렇게 끝없이 이어지면서 점점 더 큰 아픔을 만들어내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무어라고 말해야 할지 할 말을 잊게 된다. 그저 인간의 본성이라고 해야 할까? 여전히 가슴 한 쪽에 원죄를 숨긴 채 살아가는 인간의 본성 말이다. 정말 그럴지도 모르겠다. 누군가를 끝없이 탓하며 살아갈 수밖에 없는 존재가 인간일지도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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힉스 - 신의 입자를 찾아서 한림 SA: 사이언티픽 아메리칸 20
사이언티픽 아메리칸 편집부 엮음, 김일선 옮김 / 한림출판사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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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만만하게 생각했나보다. 한림 SA 시리즈가 연구자들뿐 아니라 과학을 좋아하는 일반인들도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이라는 생각에 무턱대고 덤벼들었다. 그런데 이 책은 앞서 읽었던 책들과는 조금 다르게 다가왔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이해하는 게 정말 힘들었다.

 

힉스라는 단어는 말 그대로 단어만 한두 번 들어본 정도이다. 그런데도 ‘어려워봤자 얼마나 어렵겠어’라는 마음으로 당당하게 첫 페이지를 펼쳐들었다. 헉, 이게 왠일인지. ‘들어가며’에 실린 2페이지의 내용도 쉽게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는다. 무슨 말인지 도통 모르겠다는 생각뿐이었다.

 

그래도 포기할 수는 없었다. ‘힉스’에 대해 궁금한 건 사실이니까. 1부 표준 모형, 2부 분명히 존재하는 입자, 3부 계속되는 탐색, 4부 게임은 진행 중, 5부 힉스 입자를 넘어서, 총 5부로 구성된 책을 읽는데 1부를 보다 어려워 2부로, 2부를 보다 역시 어려워 3부로, 이렇게 왔다 갔다 하면서 읽다보니 내용은 더욱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았다.

 

물질의 기본 구성 요소와 이들이 상호작용하는 기본 힘을 설명하는 표준모형을 먼저 알아야 진도가 나갈 수 있음을 깨닫고 인터넷으로 찾아보기 시작했다. 여전히 어려웠지만 그래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표준모형에 의하면, 물질은 쿼크와 경입자로 이루어져 있고, 이들은 중력, 전자기력, 약력, 강력의 4가지 힘을 통해서 상호작용한다. 다만 표준모형은 아직 완성된 이론이 아니다. 바로 힉스 보손 때문이다. 힉스 보손은 모든 기본 입자의 질량을 만들어내는 입자로 여겨지지만 아직 이를 증명할 증거를 찾지 못했다고 한다. 힉스 보손을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으면 우주를 설명하는데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즉, 힉스 보손을 통해 우주론이 얼마나 실제적인지를 증명할 수 있다고 한다.

 

책에 실린 다양한 논문들 중 이해할 수 있는 논문이 여전히 많지 않지만 호기심이 더 커진 것만큼은 분명하다. 물론 연구자가 아닌 일반인으로서의 호기심 정도이지만. 앞으로 조금 더 찾아서 공부해보련다. 힉스 보손이 어떤지, 언제 그 존재가 증명될지 관심을 가지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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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 탐사 - 붉은 행성의 비밀을 찾아서 한림 SA: 사이언티픽 아메리칸 19
사이언티픽 아메리칸 편집부 지음, 이동훈 옮김 / 한림출판사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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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이라고 하면 왠지 강한 느낌이 든다. 전쟁의 신 마르스가 화성을 대표하는 신이기 때문일까? 아니면 수많은 영화나 소설에서 다룬 행성이 화성이라서 그런 걸까? 그래서 그런지 강한 이미지를 풍기는 화성에 대한 호기심이 늘 있었다.

 

한림 SA 시리즈의 19번째 주제가 바로 화성이다. 이 책에서는 화성 탐사에 관한 내용을 다루고 있는데 크게 3부분으로 나누어 설명한다. 첫 번째는 과거에 이루어진 화성 탐사에 대한 이야기로, 과학적 근거를 토대로 화성에 생명체가 있다는 주장에서부터 시작해서 실제 우주선으로 탐사한 화성의 모습을 묘사한다. 두 번째는 현재 진행 중인 화성탐사에 대한 내용이다. 인류의 화성 탐사가 현재 어느 정도의 수준에 이르렀는지, 지금 현재 진행 중인 화성 탐사에서는 무엇을 찾고 있는 지에 대해 설명한다. 마지막 부분에서는 화성 탐사의 미래에 대해 설명하는데, 화성을 계속해서 탐사해야 하는 이유와 어떤 방법으로 탐사하는지에 대해 논하고 있다.

 

우주에 대한 호기심과 갈망은 끝없이 이어진다. 또한 외계 생명체에 대한 궁금증도 여전히 진행 중이다(개인적으로 신앙적인 면에서 이와는 다르게 생각하지만). 인류의 발전이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지 알 수 없지만 화성뿐 아니라 우주에 대한 탐사는 끝없이 이어지고, 어쩌면 수많은 영화나 소설에서 암시하듯이 어느 날 인류가 우주의 어느 곳으로 이주해서 살아가게 될지 모른다. 이 책에서 그런 여정의 과거, 현재, 미래를 조금이나마 맛보지 않았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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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밤과 서쪽으로
베릴 마크햄 지음, 한유주 옮김 / 예문아카이브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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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지다. 이렇게 멋진 삶을 살다간 사람이 있다니 그저 부럽다는 말밖에 할 수가 없다. 20세기 초반이라는 시대적 상황을 고려하더라도, 아프리카라는 공간적 상황을 고려하더라도 이런 삶을 살다간 베릴 마크햄. 정말 멋지다는 말밖에는 떠오르지 않는다.

 

그녀가 자신의 삶을 담담하게 그려낸 책이 <이 밤과 서쪽으로>이다. 76년간 전 세계에서 사랑받은 에세이의 고전으로, 이 책을 읽고 작가로서 부끄러움을 느꼈다는 헤밍웨이의 말이 궁금증을 더 크게 만든다.

 

저자 베릴 마크햄은 아버지와 함께 아프리카 케냐에서 살면서 원주민들과 함께 맹수 사냥에 나서는 등 어렸을 때부터 남다른 모습을 보였다. 아프리카를 휩쓴 가뭄의 여파로 아버지는 페루로 떠나고 베릴 마크햄은 혼자 아프리카에 남아 여성 최초로 경주마 조련사 자격증을 딴 후 스스로의 삶을 개척하면서 살아간다. 베릴 마크햄은 비행기를 고치던 톰 블랙을 도와준 것을 계기로 그에게서 조종술을 배우게 된다. 그 후 그녀는 비행을 업으로 삼고 살아가게 된다.

 

삶은 단 하루도 지루한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이런 삶을 사는 사람이 그렇게 많지는 않을 것이다. 나 역시 그렇고. 그렇기에 그녀의 삶이 너무 멋지게 느껴진다. 자신의 삶을 스스로 만들어가고 어떤 도전도 두려워하지 않는 그녀의 모습은 삶에 휘둘린 채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내게 너무나 큰 자극이 되었다. 그녀가 살았던 아프리카에 대한 호기심도 더욱 커졌고.

 

헤밍웨이의 말을 처음에는 이해하기 어려웠는데 조금씩 글의 맛이 느껴지기 시작한다. 마치 아프리카 한복판에 그녀와 함께 있는 것처럼 말이다. 그녀의 삶을 멋지게 그린 글이 주는 행복함, 이것이 글을 읽는 맛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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