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먼 다이슨의 의도된 실수 - 과학과 인문학의 논쟁 그리고 미래
프리먼 다이슨 지음, 김학영 옮김 / 메디치미디어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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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먼 다이슨이 누구지? 처음 듣는 이름에 일단 고개를 갸웃거렸다. 과학 분야에 대한 지식도 많지 않고, 그렇게 많은 관심이 있는 편도 아니어서 과학 분야 서적을 일부러 찾아 읽을 정도는 아니다 보니 저자의 이름이 낯설기만 하다.

 

그렇게 낯선 이름의 저자가 쓴 <프리먼 다이슨의 의도된 실수>라는 이 책을 선택한 이유는 아주 단순하다. 자신의 이름을 걸고 ‘의도된 실수’라는 저자의 의도가 정말 궁금했고, 그만큼 자신이 주장하는 내용에 자신이 있다는 반증이 아닐까 싶어서였다.

 

프리먼 다이슨은 20세기의 과학 부흥을 이끈 천재 물리학자란다. 솔직히 이런 표현 조금 부담스럽다. 과학 서적들을 쓴 저자들을 소개하는 글을 보면 대부분 빠지지 않고 ‘천재’라는 표현이 사용한다. 천재라는 표현 자체에서 알게 모르게 무언의 ‘벽’을 느끼기 때문인지 아니면 ‘천재’라는 표현을 너무 남발한다는 생각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여하튼 그렇게 유쾌한 기분이 아닌 것은 사실이다.

 

천재 물리학자 파이슨이 이 책을 낸 이유는 무엇일까? ‘한국의 독자들에게’ 보낸 글에서 저자는 자신의 글이 지금까지 ‘진실’이라고 믿었던 것들에 반기를 든 내용이라고 말한다. 저자의 성격이 보이는 듯한 이 문장에 앞서 느꼈던 거부감이 일순간 모두 사라졌다. 모두가 진실이라는 것에 대한 반기를 든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실제 경험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이 책에 실린 글들은 <뉴옥 리뷰 오브 북스>에 실린 서평들을 모아 엮은 것이다. 서평이지만 단순히 책 소개하는 글은 아니다. 역사적인 책들과 그 속에 등장하는 역사적 인간들, 그들이 이룬 역사적 사건들을 소개하는 글이다.

 

21편의 글들은 여타의 서평과는 상당히 다르다. 분량적인 면에서도 그렇게 적지 않다(대부분 20 페이지 이상). 또한 각 글 마지막에 실린 분노의 편지로 저자의 글이 어떤 반향을 불러일으켰는지를 가늠해볼 수 있다.

 

저자가 천재 물리학자인지는 문외한이 나로서는 판단할 수가 없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그가 다양한 분야에 대한 지식이 얼마나 깊이 쌓았는지를 분명하게 알 수 있다. 또한 그만의 시각을 거침없이 내세우며 독자에게 새로운 시각을 열어주기도 한다.

 

책을 읽고 서평을 쓰는 이들에게 시사하는 바도 적지 않다. 어떻게 책을 바라보고, 어떤 글을 써야 독자들에게 유익할지 프리먼 다이슨의 글을 읽고 깊이 생각하게 되었다. 글이란 누군가와 나누는 깊은 교제의 수단이기도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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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역과 제자도 - 앤드류 머리의 Echo Book 6
앤드류 머리 지음, 임은묵 옮김 / 샘솟는기쁨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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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드류 머리. 그 분의 글을 처음 읽은 건 <겸손>을 통해서였다. 막연히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가겠다는 결심을 했지만 막상 어떤 삶이 참된 그리스도인의 삶인지를 깨닫지 못하고 있을 때 <겸손>은 예수님의 성품을 보고 그 분을 따르는 것이야말로 기독교인이 가져야 할 가장 기본적인 성품임을 알게 되었다. 그 후로 겸손이라는 단어를 품은 채 매일의 삶을 살아가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번에 앤드류 머리의 또 다른 글, <사역과 제자도>를 읽을 기회가 생겼다. 사역이라는 말이 나와는 동떨어진 목회자 혹은 선교사들의 삶을 말한다고 생각하며 깊이 고민하지 않던 내게 이 책은 사역이 결코 특정한 누군가에게 주어진 일이 아님을 분명하게 깨닫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책 제목처럼 사역은 제자가 걸어가야 할 길이다. 선택의 문제가 아닌 모든 제자들이 걸어가야 할 길. 하지만 많은 이들이(내 자신을 포함해) 사역을 다른 사람의 길로 생각하며 자신들만의 길을 걸어가고자 한다. 이는 사역에 대한 깊은 이해와 통찰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저자 앤드류 머리는 하나님 사역의 위대함을 사역자들에게 전하고자 이 책을 기록하였다고 한다. 사역은 하나님의 영광이 이 땅에 이르고, 그분의 영광을 드러내는 일이라고 말하면서 우리 안에서 일하시는 성령과 그리스도의 능력을 믿고 따르라고 말한다.

 

저자는 30편의 짧지만 사역에 담긴 깊은 의미를 깨달을 수 있는 30편의 말씀을 우리에게 전해준다. 먼저 사역에 관한 말씀과 그에 대한 설명을 통해 사역이 갖는 의미가 무엇인지를 분명하고 확실하게 인지할 수 있도록 독자들을 이끌어준 후 마지막으로 ‘INSIGHT’를 통해 본문 내용을 간추린 핵심 사항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게 한다.

 

<겸손>에서 그리스도인이 가져야 할 성품에 대해 배웠다면 <사역과 제자도>에서는 그리스인으로서 가지는 기쁨과 축복을 배울 수 있었다. 이 책에는 내 안에서 능력의 하나님의 당신의 일을 이루시며 생명으로 역사하시는 것을 깨달을 수 있는 귀한 은혜의 말씀들이 담겨 있다. 모든 신자들이 이런 귀한 말씀으로 오늘 우리 안에서 역사하시는 하나님을 더욱 깊이 만나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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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에게 사람됨을 배우고 조조에게 일하는 법을 배우다 - 나를 다루는 인성의 道, 세상을 다루는 처세의 道
천모 지음, 홍민경 옮김 / 정민미디어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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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에 읽은 책들은 공교롭게도 모두 두 사람의 역사적 인물을 등장시켜 두 사람의 강점을 대비시켜 보여주는 책이었다. 먼저 읽은 책은 <다산처럼 읽고 연암처럼 써라>라는 책으로 독서와 글쓰기에 대한 내용을 다루고 있고, 두 번째로 읽은 책은 <공자에게 사람됨을 배우고 조조에게 일하는 법을 배우다>라는 책으로 인성과 처세의 도를 설명하고 있다.

 

<공자에게 사람됨을 배우고 조조에게 일하는 법을 배우다>라는 책은 중국의 사상을 대표하는 공자와 삼국지의 주요 등장인물인 조조를 대비시켜 사람으로서의 바른 됨됨이를 갖추면서 세상에서 어떻게 살아야할지를 알려준다.

 

공자에 관한 내용들은 공자의 말을 인용한 후 동서양의 다양한 사례들을 제시하면서 올바른 인성을 갖춘 인물이 되기 위해 필요한 심성이 무엇인지를 들려준다. 반면 조조에 대한 이야기에서는 처세에 관한 일반적인 내용을 먼저 들려준 후 조조의 이야기를 통해 이를 다시 확인하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 두 사람에 관한 내용 모두 마지막에는 ‘인생의 나침반’이라는 짧은 글로 앞서 설명한 각 내용을 요약 설명한다.

 

이미 시중에 나와 있는 공자나 조조에 관한 책들과 내용면에서 큰 차이를 보이지는 않는다. 물론 사례로 든 이야기들은 새로운 것들이 많지만 인성과 처세의 도라는 큰 틀에서 보면 여타의 책들과 비슷한 내용을 전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 책의 장점은 무엇일까? 아마 두 사람의 위대한 인물인 공자와 조조 두 사람을 통해 인성과 처세라는 두 가지 삶의 중요한 도를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자신을 올바르게 세우지 못한 채 성공을 움켜지거나 올바른 인성을 갖췄지만 세상에서 낙오된다면 둘 모두 바람직하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그렇기에 두 사람을 통해 인성과 처세의 도를 배우는 기회는 이 세상을 살아가는 모두가 놓치지 말아야할 순간이 아닌가 싶다.

 

각자 자신의 롤 모델이 있겠지만 혹시 아직 인생의 롤 모델을 찾지 못한 사람이라면 이 책에서 들려준 공자와 조조를 자신의 롤 모델로 삼아보는 것은 어떨까? 인품과 능력을 갖춘 이 시대의 진정한 리더가 될 수 있는 길을 지금 그들이 당신에게 알려주고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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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그녀의 머리 없는 시체
시라이시 가오루 지음, 이소담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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헉, 이런 제목을 사용해도 되는 걸까? 너무 강하도 못해 약간의 혐오감마저 드는 이런 제목을 쓴 작가는 누굴까? 그 혹은 그녀가 쓴 이 작품은 또 어떤 내용이고. 제목 하나만으로도 독자를 사로잡을 수 있는 책은 있다면 바로 이 소설일 것이다. <나와 그녀의 머리 없는 시체>.

 

혹자는 이 제목보다 더 강한 느낌을 주는 책들도 있다고 말하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이 책 제목만큼 강하게, 어쩌면 조금은 혐오스럽게 다가온 느낌의 책은 없었다. 나는 누구이고, 그녀는 누구일까? 나와 그녀의 머리 없는 시체는 어떤 관계인 걸까?

 

제목만큼 시작도 강하게 다가온다. 도쿄 시내의 하치코 동상 앞에 여성의 머리를 가져다놓은 주인공 시라이시 가오루. 이런, 이게 무슨 상황인 걸까? 주인공 시라이시 가오루는 엽기적인 살인마인 걸까? 시내 한복판에 시체의 머리만 가져다놓다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시작에 소설 속으로 더 깊이 빠져든다. 그런데 사건이 진행될수록 시라이시라는 인물이 묘하게 가슴을 후벼 판다. 그냥 제멋대로 행동하는 사람처럼 보이는 이면에 냉정하게 사물을 보고, 필요할 때 결코 물러서지 않는 강한 성격을 드러내는 시라이시. 매력적이면서도 묘한 반감도 품게 하는 시라이시. 흠, 주인공에 빠져들 사람이 적지 않을 것 같다.

 

사건 중간에 일어난 지진과 이에 대한 묘사는 상당하다. 정말 지진이 일어난 도시 한복판에 있는 듯한 느낌이 들면서 얼마 전 우리나라에서 있었던 지진 상황이 떠오른다. 추리 혹은 스릴러 분야의 소설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이에 더해 사회 전반의 모습을 슬며시 보여주는 사회 미스터리 혹은 사회 고발적 내용에 다른 곳에 눈 돌릴 틈도 없이 소설 속으로 더 깊이 빠져든다.

 

생각했던 것과 비슷한 흐름으로 나아가서 나와 그녀의 관계, 그녀를 죽인 진범도 예상과 같았지만 시라이시라는 주인공만큼은 내 생각과는 다른 행보를 보였다. 현실에 이런 사람이 정말 있을까 싶을 정도로 색다르다. 현실과 동떨어진 듯하지만 가장 현실과 밀접하게 연결된 듯한 인물.

 

 

작가는 이 작품을 쓴 후 주인공 이름을 필명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얼마나 자신이 창조한 인물에 스스로 매료되었으면 그럴까 싶었는데 이해할 수 있다. 작가의 마음을. 나 역시 시라이시가 나오는 다음 작품을 빨리 찾아보고 싶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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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으로 밀려난 기독교 - 지금은 기본으로 돌아갈 때다!
손봉호 지음 / 도서출판CUP(씨유피)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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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 지성인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분들이 몇 분 계신다. 대표적으로 생각나는 분 중에는 이어령 교수, 김형석 교수, 손봉호 교수 등이 있다. 그 중에서 손봉호 교수님은 어린 시절부터 다양한 저서를 통해 많은 영향을 받은 분이다.

 

이번에는 손봉호 교수님이 쓴 <주변으로 밀려난 기독교>라는 책을 읽었다. 제목부터 의미심장하다. 오늘날 기독교가 가진 위상을 그대로 보여주는 듯한 제목에 씁쓸한 기분이 들면서도 우리 자신을 다시 돌아보게 만드는 제목이다. 과연 이 시대의 기독교를 저자는 어떤 시선으로 바라본 것일까?

 

저자는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기독교적인 입장에서 오늘날의 상황과 사건들을 바라보고 이를 대중에게 알리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신념을 토대로 <월드뷰> “대표주간 칼럼”에 기고한 글들을 추려 책으로 출판하게 되었다고 한다.

 

프롤로그부터 강렬한 질타로 시작한다. 세상이 아주 잘못되고 있다는 한 마디로.

 

저자는 세상이 잘못된 이유가 돈과 기술을 우상시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기독교인의 입장이 아니라도 충분히 공감할만한 주장이다. 오늘날의 사회는 돈이면 다 된다는 물질 만능주의와 기술로 인간이 하나님이 되고자 하는 헛된 욕망이 인간 세상을 더욱 불행하게 만들고 있는 시대이다.

 

저자의 따끔한 일침이 이제부터 시작이다. 끝없는 경쟁에 빠져버린 한국 사회, 참된 그리스도인의 역할을 하지 못한 수많은 기독교인들, 과학적 발전으로 인한 정보의 홍수 속에서 올바른 길을 찾지 못하고 헤매는 현대인들 등 오늘날 기독교가, 사회가, 인류가 어떤 길을 걷고 있는지를 저자는 날카롭게 지적하고 있다.

 

교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성은 어디일까? 저자의 말처럼 사적인 영역을 넘어서 공적인 영역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하던 기독교의 모습이 우리가 지향해야 할 방향일까? 아니면 수동적으로 보일지라도 신앙이라는 측면에 더 깊이 매진해야 하는 걸까?

 

사람마다 각자 생각이 다르겠지만 분명한 건 하나님의 섭리는 모든 만물 위에서 이루어진다는 사실이다. 천지를 창조하신 하나님의 주권이 미치지 않는 곳은 없다는 것이다. 이 진리 위에서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찾아내는 것, 그것이 오늘을 사는 우리 기독교인의 자세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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