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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러진 사다리 - 불평등은 어떻게 나를 조종하는가
키스 페인 지음, 이영아 옮김 / 와이즈베리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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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지금 돌이켜보면 어렸을 때 우리 집은 그렇게 가난하지 않았다. 공무원으로 근무하신 아버지와 집에서 부업으로 다양한 일을 하셨던 어머니. 두 분이서 열심히 일하신 덕분에 우리 집 장만도 내가 아주 어렸을 때 이루어졌다. 그런데 나는 늘 우리 집이 가난하다고 생각했다. 도대체 왜 그렇게 생각했던 걸까?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 이유를 어렴풋이 알 것 같다. 우리 집보다 훨씬 잘 살았던 친구들 때문이었다. 친구들 부모님 중에는 사업을 하시고, 정치를 하시고, 고위 공무원으로 일하시는 분들이 상당히 많았다. 그 친구들의 가정과 비교하면서 상대적으로 우리 집이 못사는 것처럼 이상한 열등감에 사로잡혔다.
이처럼 불평등은 절대적 기준이 아닌 상대적 기준에 의해서 이루어진다. <부러진 사다리>의 저자 키스 페인은 실제적인 가난보다 가난하다는 인식이 우리의 생각, 행동, 건강 등 삶의 모든 부분을 어떻게 바꾸는지를 보여준다.
놀라운 주장이었다. 불평등이란 그저 삶의 한 부분에만 영향을 주는 것으로 생각하던 내게 그의 주장은 정말 놀라웠다. 그러면서 그의 주장이 실제 내 삶 속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바로 건강이라는 점에서.
앞서 말한 것처럼 상대적 박탈감에 나는 종종 소화불량에 걸리곤 했다. 지금도 그런 상황은 여전하고. 신체적인 이상이라기보다 심리적인 문제로 그런 상황이 자주 반복되다 보니 약보다 안정을 취하라는 얘기를 듣기도 했다. 이런 문제 또한 결국 불평등에 대한 인식이 내 건강을 해친 극명한 사례가 아닐까?
이런 상대적 박탈감은 나만 느끼는 문제는 아닐 것이다. 학교, 직장에서 공정하지 못한 대우를 받는 이들이 얼마나 많을까? 이런 불평등, 혹은 그런 인식이 정치적 성향에 영향을 미치고, 건강에 영향을 미치지만 이런 생각과 현실에서 벗어나기는 쉽지 않다.
저자는 이런 상황에서 현명한 비교(상향비교이든 하향 비교이든)를 하라고 제안한다. 이를 위해서 자신의 목표를 명확히 인지하라고 말한다. 각 사람의 상황에 따라 어떤 비교가 유용한지 정확하게 판단하라는 의미이다.
또한 저자가 마지막으로 강조한 것처럼 자신에게 무엇이 중요하지를 깊이 생각해보아야 한다. 저자의 말처럼 자신에게 중요한 가치를 생각해보면 사회적 사다리와는 그다지 관계없는 정말 소중한 개인적인 가치나 대의(가족, 우정, 사랑 등)를 떠올리게 되고, 이를 통해 놀라운 효과를 볼 수 있다.
불평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국가적, 사회적 차원에서 불평등 시스템을 바꿔야한다. 또한 개인적인 차원에서도 현명한 비교, 자신에게 소중한 가치를 분명하게 인식해야 한다. 이렇게 국가, 사회, 개인이 모두 발 벗고 나설 때 진정으로 행복한 사회가 이루어지질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