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탐정 버티고 시리즈
로버트 크레이스 지음, 윤철희 옮김 / 오픈하우스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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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리 소설을 꽤 많이 읽는 내게 오픈하우스의 시리즈는 상당한 즐거움을 준다. 한 권, 한 권에 담긴 정성이 느껴지는 시리즈로, 작가 선정에서부터 작품에 대한 번역, 디자인까지 딱 내가 좋아하는 취향의 작품들이라 어지간하면 빼놓지 않고 읽으려고 한다.

 

이번에 읽은 작품은 로버트 크레이스의 <마지막 탐정>이었다. 그가 쓴 작품 중 <LA 레퀴엠>을 읽었는데, 이 작품은 상당히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소설이었다. 단순한 장면 묘사에 그치지 않고, 세밀한 심리묘사, 치밀한 사건 구성 등으로 독자의 눈을 확 사로잡는 작품이었다. 이처럼 강렬한 인상을 준 작가의 작품이었기에 상당한 기대감을 갖고 이번 작품을 읽기 시작했다.

 

이 소설은 엘비스 콜 시리즈의 아홉 번째 작품으로 콜을 향한 복수심을 유괴라는 극단의 상황으로 이어나가는 사건을 다룬 작품이다. 엘비스 콜은 연인인 루시의 아들 벤과 함께 자신의 집에서 시간을 보내던 중, 루시와 짧은 통화를 하는 사이에 벤이 사라진 것을 발견한다. 콜은 베트남에서 있었던 일 때문에 이런 일을 벌였다는 유괴범의 전화를 받고 누구보다 먼저 유괴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자신의 파트너인 조 파이크와 함께 유괴범을 추적하기 시작한다.

 

유괴 과정, 과거와 연결된 현재, 복수라는 미명하에 벌어진 범죄, 유괴를 당한 벤의 심리, 벤의 생부인 리처드와 루시와 콜의 심리 등 다양한 요소들이 어우러져 독자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특히 엘비스 콜의 어린 시절에 얽힌 이야기들을 드러나면서 콜이라는 인물을 파악하는데 상당한 도움을 준다.

 

사실 범죄 소설 중에서 유괴를 소재로 한 작품들에는 이상하게도 거부감이 들어 잘 읽지 않았다. 읽어도 대충 훑어보는 정도로 보고 넘기곤 했다. 아마 부모의 입장에서 유괴라는 말 그 자체만으로도 엄청난 압박감을 받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런 트라우마 속에서도 이 작품은 처음부터 끝까지 단 한 단어도 놓치지 않고 꼼꼼히 읽을 수밖에 없었다. 도대체 베트남전에서 있었던 사건의 진실이 무엇인지, 그들이 말하는 복수란 무엇 때문인지, 벤은 구하는 과정과 범인을 찾는 과정은 어떻게 진행되는지, 루시와 콜의 관계는 어떤 결말을 맞게 될지. 궁금한 게 너무 많았다. 한 단어, 한 문장도 놓치고 싶지 않을 만큼.

 

호쾌한 액션 무비를 보다 순간적으로 콜의 심정에 공감하며 왠지 모를 우울함과 불안함에 빠져들게 만드는 소설, 견고한 문학적 바탕으로 미스터리 소설을 쓰는 작가라는 평처럼 문학적으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소설, 그래서 결코 놓치지 말아야 할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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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유대인의 생각훈련 - 흔들리는 삶을 바로 세우는 5,000년 탈무드의 지혜
심정섭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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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가장 똑똑하고 지혜로운 민족이 어디냐고 물어본다면? 개인적으로는 우리나라라고 생각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아마 유대인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유대인의 활약상을 보면 그 말에 수긍할 수밖에 없다. 정치, 경제, 과학, 문학 등 모든 분야에서 유대인이 이룬 업적은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정도니까.

 

세상을 좌지우지 할 만큼 유대인이 그렇게 똑똑한 민족으로 성장한 이유는 무엇일까? 탈무드로 대변되는 그들의 축적된 지혜? 아니면 유대인의 자녀 교육법으로 유명한 ‘하브루타’의 영향일까? 아니면 선민사상으로 대변되는 그들의 종교적 신념 때문일까?

 

여러 가지 가정을 해볼 수 있겠지만 이 책에서는 유대인들의 세계를 좌지우지하는 능력의 밑바탕에는 탈무드식 생각훈련이 있다고 말한다. 저자는 우리가 탈무드에 대해 잘못 알고 있다고 말한다. 우리는 마빈 토케이어라는 랍비가 일본인들을 위해 쓴 소개서에 담긴 우화들을 탈무드의 전부인 양 생각하지만 탈무드는 73권이나 되는 방대한 분량으로 유대인들도 평생 한 번도 다 읽지 못한다고 한다.

 

저자는 이 책에 탈무드 원전을 바탕으로 우리 사회와 개인의 삶을 성찰할 수 있는 내용들을 담았다고 한다. 네 부분으로 나누어 1% 인생의 답, 개인과 가정과 세상을 위한 생각 등을 소개한 후 논리력을 키워 해답을 찾아가는 유대인의 ‘두뇌 트레이닝’인 탈무드에 대해 종합적으로 설명한다.

 

각 이야기마다 탈무드식 생각훈련이라는 코너를 마지막에 덧붙여 독자들마다 앞에서 읽은 글을 깊이 생각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 코너는 탈무드식 토론에 맞춰 여러 사람이 함께 생각을 나눠볼 때 상당히 유용하지 않을까 싶다.

 

책을 읽으면서 탈무드를 이해한다는 것이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님을 깨달았다. 특히 히브리 원어에는 모음이 없기 때문에 모음을 어떻게 읽느냐에 따라 의미가 달라진다는 설명에 탈무드를 원전으로 읽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다.

 

앞으로 탈무드를 원전으로 읽을 일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탈무드식 생각이라는 논리적 토론만큼은 삶을 살아가는 한 방편으로 삼고자 한다. 그들의 지혜가 결국은 누군가 위대한 한 사람의 생각이 아니라 수많은 평범한 이들의 생각이 모여 이루어진 것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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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러진 사다리 - 불평등은 어떻게 나를 조종하는가
키스 페인 지음, 이영아 옮김 / 와이즈베리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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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돌이켜보면 어렸을 때 우리 집은 그렇게 가난하지 않았다. 공무원으로 근무하신 아버지와 집에서 부업으로 다양한 일을 하셨던 어머니. 두 분이서 열심히 일하신 덕분에 우리 집 장만도 내가 아주 어렸을 때 이루어졌다. 그런데 나는 늘 우리 집이 가난하다고 생각했다. 도대체 왜 그렇게 생각했던 걸까?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 이유를 어렴풋이 알 것 같다. 우리 집보다 훨씬 잘 살았던 친구들 때문이었다. 친구들 부모님 중에는 사업을 하시고, 정치를 하시고, 고위 공무원으로 일하시는 분들이 상당히 많았다. 그 친구들의 가정과 비교하면서 상대적으로 우리 집이 못사는 것처럼 이상한 열등감에 사로잡혔다.

 

이처럼 불평등은 절대적 기준이 아닌 상대적 기준에 의해서 이루어진다. <부러진 사다리>의 저자 키스 페인은 실제적인 가난보다 가난하다는 인식이 우리의 생각, 행동, 건강 등 삶의 모든 부분을 어떻게 바꾸는지를 보여준다.

 

놀라운 주장이었다. 불평등이란 그저 삶의 한 부분에만 영향을 주는 것으로 생각하던 내게 그의 주장은 정말 놀라웠다. 그러면서 그의 주장이 실제 내 삶 속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바로 건강이라는 점에서.

 

앞서 말한 것처럼 상대적 박탈감에 나는 종종 소화불량에 걸리곤 했다. 지금도 그런 상황은 여전하고. 신체적인 이상이라기보다 심리적인 문제로 그런 상황이 자주 반복되다 보니 약보다 안정을 취하라는 얘기를 듣기도 했다. 이런 문제 또한 결국 불평등에 대한 인식이 내 건강을 해친 극명한 사례가 아닐까?

 

이런 상대적 박탈감은 나만 느끼는 문제는 아닐 것이다. 학교, 직장에서 공정하지 못한 대우를 받는 이들이 얼마나 많을까? 이런 불평등, 혹은 그런 인식이 정치적 성향에 영향을 미치고, 건강에 영향을 미치지만 이런 생각과 현실에서 벗어나기는 쉽지 않다.

 

저자는 이런 상황에서 현명한 비교(상향비교이든 하향 비교이든)를 하라고 제안한다. 이를 위해서 자신의 목표를 명확히 인지하라고 말한다. 각 사람의 상황에 따라 어떤 비교가 유용한지 정확하게 판단하라는 의미이다.

 

또한 저자가 마지막으로 강조한 것처럼 자신에게 무엇이 중요하지를 깊이 생각해보아야 한다. 저자의 말처럼 자신에게 중요한 가치를 생각해보면 사회적 사다리와는 그다지 관계없는 정말 소중한 개인적인 가치나 대의(가족, 우정, 사랑 등)를 떠올리게 되고, 이를 통해 놀라운 효과를 볼 수 있다.

 

불평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국가적, 사회적 차원에서 불평등 시스템을 바꿔야한다. 또한 개인적인 차원에서도 현명한 비교, 자신에게 소중한 가치를 분명하게 인식해야 한다. 이렇게 국가, 사회, 개인이 모두 발 벗고 나설 때 진정으로 행복한 사회가 이루어지질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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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크 DNA - 쓸모없는 줄 알았던 정크 DNA의 비밀
네사 캐리 지음, 이충호 옮김 / 해나무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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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모없는, 쓰레기, 잡동사니'라는 의미의 정크(JUNK). 긍정적인 분위기보다는 부정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이 단어가 무언가를 설명하는데 사용된다면 진위 여부와 관계없이 일단 무조건 나쁘다고 생각할 확률이 크지 않을까 싶다. 그런데 DNA의 중 일부가 정크 DNA라고 한다면? DNA가 나쁘다 혹은 쓸데없다는 말인가?

 

분자세포생물학자로 학계와 기업 현장에서 활동하는 저자는 독자에게 DNA의 98%를 차지하는 정크 DNA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저자는 과학자들이 말하는 정크 DNA가 무엇인지부터 설명하는데, 정크 DNA란 그 어떠한 단백질도 암호화하지 않는 DNA를 말한다. 한때 대다수의 과학자들이 정크 DNA를 무시했지만 현재 이런 견해는 점점 사라지고 있다고 한다. 이는 DNA의 98%를 차지할 정도로 정크 DNA의 양이 엄청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정크 DNA의 기능은 도대체 무엇일까? 저자는 자동차공장에 빗대어 정크 DNA를 설명한다. 자동차공장에서 2명이 자동차를 조립하는 일을 하고 나머지 98명이 전체 작업이 원활하게 돌아가도록 나머지 일을 처리하듯이 정크 DNA도 주요 DNA가 해체되거나 손상되지 않도록 막아주는 일을 한다. 또한 단백질을 암호화하지 않는 대신 RNA를 암호화하여 단백질의 활동을 유전체의 특정 지역으로 향하게 하고, 유전자 발현을 조절하기도 한다.

 

불과 몇 십 년 전만해도 알지 못했던 이런 정보에 일단 상당히 놀랐다. 또한 과학의 발전을 통해 밝혀진 이런 사실들이 앞으로 어떤 식으로 인류에게 도움이 될지를 생각하면 그 또한 상당히 흥미롭다(저자는 19장 약은 효과가 있다(때로는)이라는 장에서 현실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에 대해 간단하게 들려주기도 한다).

 

과학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는 있지만 평소 많은 정보를 접하지는 못했기에 바로 이해하지 못한 부분도 있었지만 전체적으로는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수준이라 과학 분야에 문외한이라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물론 비전공자라면 최소한 두세 번은 읽어야하지 않을까 싶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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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량으로 투자하라 - 개정판
버프 도르마이어 지음, 신가을 옮김 / 이레미디어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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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투자를 시작하면서 여러 추천 도서들을 읽고, 여러 고수들의 조언을 들었다. 이러저런 이야기들을 듣다보니 주식 투자 전략은 크게 두 가지 형태로 나눌 수 있었다. 가치투자와 기술 투자. 누군가는 가치투자가 진정한 주식 투자라고 하고, 누군가는 기술 투자가 주식 투자의 참된 전략이라고 주장한다. 개인적으로 가치 투자에 더 공감해 현재 투자하는 주식들을 대부분 가치주이다.

 

<거래량으로 투자하라>는 이런 내게 또 다른 시각을 안겨준 책이다. 저자는 펀더멘털(가치) 투자와 기술 투자가 모두 가능하다고 말한다. 그렇기에 어느 투자 방식이든 각각의 장점이 있음을 자신의 실제 사례를 통해 설명한다.

 

그러면서도 저자는 기술적 투자가 인류 역사에서 더 오랫동안 이어져왔다고 주장한 후 기술적 분석, 특히 거래량이 주식 매매의 기본이 되는 지표라고 말한다. 거래량은 시장의 힘을 나타내며, 주가에 선행하고, 주가를 해석하는 기능을 갖추고 있다. 지지와 저항 등의 개념을 설명한 후, 저자는 다양한 거래량의 의미를 자세히 설명한다.

 

가치 투자자들 중에는 기술적 분석을 의미를 인정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하지만 그들에게 기술적 투표는 말 그대로 참조 사항에 불과한 보조지표이다. 그렇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이런 생각에 의문을 품게 되었다. 다른 모든 이야기들은 차치하고 하나의 측면, 어쩌면 가장 중요한 측면일 수 있는 수요와 공급의 문제, 좀 더 넓게는 인간의 심리에 관한 문제를 생각하면 거래량에 담긴 의미가 결코 가볍게 보고 넘길 문제가 아님을 이해할 수 있다.

 

이후에도 여전히 가치 투자에 중점을 두고 주식을 매매할 것이다. 그렇지만 거래량이라는 또 다른 지표를 결코 가벼이 여기지는 않을 것이다. 주식 시장은 말 그대로 인간 심리가 녹아있는 또 다른 하나의 사회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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