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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언자
칼릴 지브란 지음, 류시화 옮김 / 무소의뿔 / 2018년 1월
평점 :
대학교에 입학하고 어느 사람 여자 친구가 생일 선물로 준 책, <예언자>. 그 때 받은 책은 문예출판사에서 나온 아주 얇은 책자였다. 칼릴 지브란이라는 낯선 이름과 예수님을 닮은 듯한 이미지의 책표지가 상당히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책을 읽은 후에는 그 인상이 더욱 더 강렬해졌다.
오랜 세월이 흘러 다시 읽은 <예언자>. 이번에 읽은 예언자는 무소의뿔에서 류시화 번역으로 출판한 책이다. 그전에 읽은 책과는 달리 조지 키랄라와 역자의 칼릴 지브란에 대한 설명과 영어 원문이 곁들여 있어서 처음 읽었던 책보다 두께가 상당히 두툼하다. 본문만 수록한 구성보다 당연히 칼릴 지브란과 그의 대표작 <예언자>를 이해하는 측면에서 상당히 유용하고.
시간이 흘러 다시 본 <예언자>는 확실히 처음 읽었을 때와는 완전히 다른 느낌이다. 사랑, 결혼, 아이 등 피상적이기만 했던 부분들이 이제는 삶의 구체적인 모습 중 하나로 바뀌어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세월이 흘러 유연했던 사고가 이제는 자기만의 고정된 생각을 갖게 되어서 그런 것인지 명확하게 구별하기는 어렵지만 분명 그 때의 생각과 느낌이 지금의 생각과 느낌과는 확연하게 달랐다.
하나만 예로 들어보자. 다음은 ‘결혼에 대하여’에 나오는 구절이다.
서로 사랑하라. 그러나 사랑으로 구속하지는 말라.
그보다도 그대들 혼과 혼의 두 언덕 사이에 출렁이는 바다를 놓아두라.
너무나 어렸던 그 때. 사랑으로 구속하라는 말도 두 영혼 사이에 바다를 놓으라는 말도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 사랑이라 말하면서, 결혼이라 말하면서 어떻게 떨어져 있으라는 말을 하는 건지. 하지만 이제는 이해한다. 두 영혼 사이의 그런 거리야 말로 서로를 영원히 이어주는 강력한 원동력임을. 물론 여전히 모른다. 어느 정도의 거리를 두어야 할지는. 때로는 너무 가까워서, 때로는 너무 멀어서 상처를 받기에.
칼릴 지브란이라는 이가 20대에 <예언자>를 처음 쓴 후 20여년이 걸려 완성했던 것처럼 20대에 처음 읽은 후 20여년에 후에 다시 읽은 <예언자>는 세월이 흘러 새로운 맛을 내는 장맛처럼 그렇게 새로운 맛과 향기로 독자를 빠져들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