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피탈
존 란체스터 지음, 이순미 옮김 / 서울문화사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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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2019년 부커상 후보작에 올라 문학성을 인정받은 작가 존 란체스터의 작품 <캐피탈>은 영국 런던의 부자들이 모여 사는 동네인 피프스 로드에 어느 날 누군가가 보낸 한 통의 엽서가 도착한다그 엽서에는 우리는 당신이 가진 것을 원한다라는 문구와 집의 모습이 찍힌 사진이 들어있었다별 거 아닌 듯이 보이는 이 한통의 엽서는 피프스 로드에 사는 사람들에게 커다란 파문을 일으킨다.

 

이 소설에서 그리는 등장인물들의 모습은 2008년 금융 사태 이후 전 세계가 충격에 빠졌던 그 당시의 모습들을 떠올리게 하는 한편 각자가 직면한 현실 앞에서 어떤 행동을 취하는지를어떻게 그런 상황에 대처하며 적응하는지를 보여준다.

 

사람들마다 하나의 사건을 대하는 시각과 대처방법은 다를 수밖에 없다누군가는 넘지 못할 벽이라고 생각하며 절망에 빠져 아무 것도 하지 못한 채 삶을 포기하기도 하고 누군가는 자신에게 닥친 위기를 또 다른 기회로 받아들이며 또 다른 도약을 꿈꾸기도 한다어떤 이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삶의 모습에 순응하며 묵묵히 하루하루를 견뎌내기도 한다.

 

이 소설은 그렇게 다양한 모습의 인물들을 그려낸다집이라는조금 더 포괄적인 시각으로 본다면 돈이라는 우리의 삶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소재로 다양한 군상들의 모습을 그리고 있기에 결코 낯설지가 않다그 속에서 바로 우리 자신의 모습을 만나기 때문이다.

 

시간과 공간이 다른 이들의 모습에서 우리를 발견하는 것그것이 소설을 읽는 재미라고 한다면 이 소설은 분명 그 어떤 소설에 뒤처지지 않는다그 속에서 삶을 받아들이는 지혜를 배운다면 재미와 깨달음이라는 더 큰 의미를 지니게 될 테고.

 

2020긍정적인 예측만큼 부정적인 예측도 적지 않은 새로운 해를 맞이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이 책으로 우리의 모습을 다시 한 번 돌아보는 것도 한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는 꽤 괜찮은 마무리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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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그리 빈테르의 아주 멋진 불행
얀네 S. 드랑스홀트 지음, 손화수 옮김 / 소소의책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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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 작가하면 떠오르는 사람은 요 네스뵈이다우연한 기회에 접한 그의 소설에 빠져 그의 모든 작품들을 읽었다장르 소설이라 많은 독자들이 좋아하지 않을 지도 모르지만 그의 작품은 평소 접하기 힘든 유럽그 중에서도 노르웨이라는 나라에 대한 깊은 인상을 심어주었다.

 

이번에 요 네스뵈와는 전혀 다른 색깔의 노르웨이 작가를 만났다현재 스타방게르 대학의 영문학과 부교수로 재직 중인 얀네 S. 드랑스홀트라는 작가로잉그리 빈테르 시리즈의 첫 번째 작품인 <잉그리 빈테르의 아주 멋진 불행>을 통해 알게 되었다.

 

이 작품은 요 네스뵈의 작품과는 색깔이 다르다장르적인 차이도 있지만 글의 분위기 자체가 다르다노르웨이 작가들의 작품이 일반적으로 좀 무거운 편이라고 하는데 비해 이 작품은 제목에서 볼 수 있듯이 가벼운 듯무거운 듯가벼운 그런 분위기를 풍긴다전체적으로 노르웨이 작가는 아니지만 프레드릭 배크만의 <오베라는 남자혹은 요나스 요나손의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과 비슷한 분위기의 소설이다.

 

이 소설은 잉그리 빈테르라는 우리 주변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평범한 워킹맘을 주인공으로 그녀가 겪는 다양한 사건들을 유머러스하게 그려낸 작품이다사실 앞에서 예로 든 작품들을 보면서 유럽식 유머가 내게는 그렇게 매력적이지는 않았기에 이 작품에 대한 첫 느낌도 비슷했다그렇지만 이런 느낌은 책을 읽어나가면서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유머라는 측면보다 삶의 일면을 보여준다는 점에서노르웨이에 사는 잉그리 빈테르나 대한민국에서 사는 나라는 독자나 별반 다르지 않는 삶을 살아간다는 사실 때문에 그랬을지 모르겠다일례로 집이라는 우리에게 아주 민감한 사안이 그녀와 그녀의 남편에게도 역시 아주 민감한 사안이었던 것처럼 말이다(물론 의도치 않게 러시아까지 간 잉그리 빈테르는 나와는 아주 다르게 행동하지만^^).

 

비슷하면서도 완전히 다른 모습의 잉그리 빈테르그녀와의 첫 만남이 유쾌하면서도 아직은 낯설지만 앞으로 두어 번 더 만나다 보면 그녀에 대해 조금 더 알게 되고그러면서 노르웨이라는 나라의 분위기와 작가의 생각도 더 깊이 알게 되지 않을까라는 기대감이 소록소록 솟아난다시리즈의 2편을 기대하는 그 마음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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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왕업 - 하 - 반룡, 용이 될 남자
메이위저 지음, 정주은 옮김 / 쌤앤파커스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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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권의 매력은 하권에서도 여전했다왕궁을 둘러싼 암투와 사건들그 속에서 왕현과 소기는 서로의 든든한 받침돌이 되지만 왕궁에서의 일들은 결코 만만하지 않다중풍으로 쓰러진 고모끝없는 권력 투쟁 속에서 맞이하게 된 어머니와의 이별이런 일들만 있는 왕궁에 미련이 남을까 싶을 정도로 권력을 향한 인간들의 욕망은 끝이 없는 듯하다.

 

상권에서는 나오지 않던 자담이 등장하지만 막상 왕현에게 미치는 영향을 미미하다이미 평생을 함께 할 낭군 소기를 만난 후이기에 그렇게 크게 동요하지 않는 왕현의 모습은 사랑하는 사람과의 진정한 관계가 무엇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만든다.

 

왕현과 금아와의 관계는 뭐라고 해야 할까사람들 간의 관계가 때로는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상황들을 살면서 수없이 만나게 되는 게 인생이라고 그렇게 말해야 할까왕현과 금아와의 관계뿐 아니라 이 소설 속에 등장하는 배신질투음모는 왕궁이라는 특수한 환경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우리의 일상에서 수없이 만나게 되는 인간의 가장 밑바닥에 숨어있는 본성일지도 모른다.

 

분명한 건 수많은 분노와 아픔이 있을지라도 그런 모든 고통을 이겨내는 힘 또한 인간의 본성이라는 것이다아니어쩌면 그 모든 악한 감정본능들보다 훨씬 강한 인간의 본능은 왕현이나 소기가 이 소설에서 보여주는 그런 모습이 아닐까.

 

원작 소설을 읽으면서 어떤 드라마로 다시 독자에게 다가올지 궁금해한 작품이 그렇게 많지 않았는데 이 작품은 꼭 드라마로 보고 싶다소설 인물들을 연기자들이 어떻게 표현했는지 영상으로 보면 또 다른 느낌이 들지 않을까 싶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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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말하기 능력 1시간 완성 - 해외여행을 위한
김성중 지음 / 언어사랑교육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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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문명이 발전하면서 참 편리해진 세상이다꿈속에서나 가능하다고 생각했던 가상현실의 세계가 직접 눈앞에 펼쳐질 때의 짜릿함은 상상 그 이상이다이처럼 과학은 인간의 상상을 훨씬 뛰어넘는 발전을 이루고 있지만 과학보다는 아날로그적인 삶을 더 선호하는 부분도 있다그 중 하나가 바로 언어가 아닐까 싶다.

 

번역기가 발전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해외여행을 할 때 번역 앱을 자주 사용하지만 영어 공부를 포기하지 않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외국인과 자연스럽게 대화하고 싶은 마음은 아마 영어 공부를 하는 이들의 공통된 이유일 것이다.

 

번역기나 번역 앱을 사용하는 대신 생활회화를 공부해서 직접 소통하고 싶은 이들에게 가장 큰 문제는 공부한 만큼 실제 생활에서 영어가 자연스럽게 흘러나오지 않는다는 점이다특히 여행을 가서 간단한 한 마디를 던지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말로 표현하기도 뭐할 정도다.

 

이런 이들에게 한 시간이면 해외여행을 위한 영어 말하기 능력을 갖출 수 있다고 자신 있게 선포한 저자가 있다. <해외여행을 위한 영어 말하기 능력 1시간 완성>의 저자 김성중이다언뜻 생각해도 이게 정말 가능한 일일까 싶지만 저자의 설명을 들어보면 나름의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

 

저자는 사람들이 평소 하는 대화의 패턴을 인사-용무-보상-인사의 형태로 이루어지고 있는 해외에 나가서 만나는 외국인들과의 대화 패턴도 동일하다고 설명한다네 가지 유형의 말하기가 연습하면 어느 정도의 대화는 가능하다는 것이다다만 원어민과 같은 유창한 영어 실력이 아니라 아이가 말을 배워나가는 과정 속의 말하기 수준이라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

 

다른 책들과는 달리 각 상황을 설명하는 내용이 많아 실제 영어 표현보다는 부수적인 이야기들이 많다는 점이 이 책의 장점이다 단점이다그렇다고 현장에서 바로 사용할 수 있는 표현들이 없다는 말은 아니다다양한 표현들도 수록되어 있어서 실제 해외여행에서 사용할 표현들도 적지 않다단지 그런 표현을 설명하기 위한 부수적인 과정이 너무 길다는 생각이 든다는 점이 조금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영어는 외국어이다. 1시간 공부한다고 절대 원어민처럼 말할 수 없다하지만 저자의 주장처럼 어린아이가 모국어를 배워가는 과정처럼 인내와 연습의 시간을 보낸다면 번역 앱의 도움 없이도 해외여행의 즐거움을 만끽할 것이다그날을 위해 오늘 이 책을 펼쳐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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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왕업 - 상 - 아름답고 사나운 칼
메이위저 지음, 정주은 옮김 / 쌤앤파커스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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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중국에서 출판된 철학이나 인문에 관한 서적은 자주 읽는 편이지만 중국 드라마나 영화소설 등은 거의 읽지 않는다철학이나 인문에 관심을 많이 가지게 된 것은 동양 사상의 주류가 중국에서 이루어졌다는 생각 때문이었던 반면에 드라마나 영화 혹은 소설을 잘 읽지 않는 이유는 중국 무협지 이후로 강력하게 다가온 책이 거의 없었고대부분의 중국 소설영화드라마 등이 비슷비슷한 소재에 글의 흐름이나 이야기의 전개가 큰 틀에 갇힌 듯한 느낌을 주기 때문이었다.

 

2020년 중국 최대 화제의 드라마장쯔이 주연 <강산고인>의 원작 소설인 메아위저의 장편소설 <제왕업>도 그런 점에서 책을 읽기 전까지 별다른 기대감이 없었다드라마로 찍는다고 하더라도 고만고만한 이야기일 거라고 지레짐작하면서 책을 펼쳤다.

 

처음 얼마 동안은 예상과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왕현과 자담의 이야기인 듯 싶었던 이야기가 왕현과 소기의 이야기로 변하고다시 왕현과 하란잠의 이야기로 흐르기 시작하면서 초반에 느꼈던 밋밋함에서 벗어나 점점 짜릿한 이야기로 바뀌기 시작했다.

 

결혼식을 올린 후 첫날밤도 지내지 않은 채 전장으로 달려간 소기와 왕현결코 평범한 부부관계라고 볼 수 없는 그들에게 닥친 하란잠의 복수는 왕현과 다양한 인물들이 얽히면서 앞으로 소설의 흐름이 어떻게 나아갈지에 대해 독자의 궁금증을 더욱 커지게 한다.

 

드라마로 제작된다는 생각에 한 장면을 읽을 때마다 눈앞에 영상이 펼쳐지는 듯한 기분이 들기도 하는데 하란잠이 왕현과 함께 소기를 잡기 위해 잠입한 부분에서 보이는 군사들의 모습을 드라마에서 어떻게 표현할지 무척 궁금하다.

 

자신의 진가를 서서히 발휘하기 시작하는 왕현그녀는 자신의 삶을 어떻게 만들어갈까제목처럼 제왕업의 길을 어떻게 걸어갈지 하권이 더욱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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