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세 기적의 뇌과학 육아 - 컬럼비아대 뇌과학자 엄마가 알려주는 생후 1,000일 애착 형성 가이드
그리어 커센바움 지음, 이은정 옮김 / 21세기북스 / 2024년 7월
평점 :
일시품절


아이가 첫 돌이 되기 전까지는 육아책을 자주 읽었던 것 같다. 하지만 첫 돌이 지난 후부터 두 돌이 된 지금까지, 한동안 육아책을 보지도 사지도 않았다. 일단 회사-육아 쳇바퀴 일상으로 바쁜 것도 있었고, 과거에 읽었던 육아책에서 하지 말라는 것들은 대게 1분 1초가 바쁜 워킹맘에게는 지키기가 너무 어려운 게 많았으니까. 예컨데 일상 생활습관 면에서.




나는 출근을 해야 한다. 하지만 출근하기 전에 아이 깨우고, 밥먹이고, 씻기고, 옷입히고, 등원을 시켜야 한다. 육아책에서는 엄마가 다 해주면 안된다고, 떠먹여주면 안되고, 아이에게 ‘보상’을 주면서 하게 하면 안되고, 어쩌고 저쩌구. 죄다 하면 안된다는 비현실적인 이야기가 태반. 그래서 난 육아책을 멀리했다. 



그렇게 내 아이는 이제 두돌이 지났다. 놀랍게도 육아책에서 하지말라던 그런 것들을 해왔음에도, 내 아이는 너무 정상적으로 잘 자랐다. 너무나 독립적이며, 심지어 또래 개월수보다 성장 발달도 빠르다. 전문가가 하지 말라는 것만 골라했는데도 너무 잘 자라줘서, 내 아이가 예외인가 싶었다. 



이제 어느정도 육아관 정립이 되었기에 #육아책 한 권을 골랐다. 오늘 리뷰하는 육아책 『0~3세 기적의 뇌과학 육아』다.



이 육아책을 읽으면서 깨달은 사실 하나. 내 아이가 또래보다 발달이 빨랐던 건 예외 케이스가 아니었다는 사실이다. 거기다 이 책에 따르면, 놀랍게도 나는 내 아이 뇌가 잘 발달할 수 있는 육아를 하고 있었다는 거다!! 이것은 마치 소가 뒷걸음 치다가 쥐를 잡은 느낌!! 


※흔히 널리 알려진 육아에 대한 ‘오해’ ▶ 진짜 ‘오해’인 이유※


아기는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므로 영아기의 경험은 중요하지 않다 ▶ 영아기의 기억은 뇌에 암묵적 기억으로 저장되어 정서뇌와 무의식을 구성한다.


아기가 울 때 무조건 달래주면 버릇이 나빠지고 의존성이 높아진다 ▶ 아기가 보내는 신호에 충분히 반응해주어야 정서뇌가 발달하며 독립성 또한 커진다.


아기는 스트레스 상태에서 스스로 빠져나올 수 있다 ▶ 3세 이전의 아이는 그럴 능력이 없다. 해마와 전전두피질이 성장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이와 무언가 활동을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다 ▶ 아이와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아이와 부모의 뇌가 성장한다.


마땅한 이유가 있을 때만 아이의 스트레스와 감정에 귀를 기울이는 편이 좋다 ▶ 아이의 모든 스트레스와 감정에 대해 그렇게 느껴도 된다는 안정감을 주어야 한다.


아이의 뇌 발달에 도움이 되는 제품을 사야한다 ▶부모의 존재 자체가 아이의 뇌 발달에 가장 중요하다.


아이가 잘 자라려면 많은 수업에 참여하고 사회활동을 하게 해야한다 ▶ 아이에게 필요한 건 부모의 몸으로부터 느끼는 감각 경험이다.


밥은 정해진 시간에 줘야한다 ▶ 아이가 생리학적 신호를 느껴 배고픔을 표현할 때 밥을 주면 된다.


우는 아기를 안아줘도 큰 변화는 없다. 아기들은 어쨌든 운다 ▶ 얼마나 오래 울든 간에 우는 아기를 안아주는 행위 자체가 좋은 육아다.


아기가 혼자 다시 잠드는 법을 배우려면 수면 훈련이 필요하다 ▶ 아기들은 늘 자라고 있다. 뇌 발달 과정에서 큰 변화를 겪으면 간혹 더 자주 깨는 경우가 있다. 이 시기가 지나면 뇌가 더 발달하며 수면 패턴도 안정된다.




정신 건강은 대체로 태어나 3세가 퇼 떄까지의 시기에 형성된 복잡한 정서적, 인지적 뇌 회로의 변화를 통해 형성된다. 영아기에는 네 개의 주요 뇌 회로가 생성된다. 편도체, 시상하부, 해마, 전전두피질이라 불리는 네 영역은 정신 건강, 관계, 인지 등 모든 뇌 기능의 근간이다. 뇌과학적 관점에서 정신적, 정서적 건강은 회복탄력적인 스트레스 체계에 뿌리를 둔다. p 008



안정적으로 보살펴주는 양육자가 있을 때 영아의 뇌는 옥시토신으로 시작해 폭포처럼 쏟아져 내리는 도파민, 세로토닌, 엔도르핀, 가바로 이어지는 호르몬과 신경전달물질 종합선물 세트를 분비한다. 아이의 뇌가 옥시토신에 둘러쌓이면 스트레스와 감정, 관계, 갈등을 다루는 능력이 크게 향상된다. 회복탄력성이 커진다는 의미다. p 033



부모는 언제나 내 아이의 사회성, 사교성, 학업성취도, 공감능력 등을 걱정한다. 걱정이 너무 많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나 역시 그랬으니까. 근데 아이를 낳고 보니, 정말 이 모든 걸 걱정할 수 밖에 없더라. 내 아이를 향한 수많은 걱정들은 너무 당연한 일이었다. 그런데 내가 걱정하는 이 모든 것들은 생각보다 쉽게 해결할 수 있다. 전부 건강한 정신과 신체에서 발현되기 때문이다.



자, 그렇다면 내 아이가 건강한 정신과 신체를 지니기 위해선 어떻게 무엇이 필요할까? 바로 회복탄력적인 스트레스 체계가 정립되어있어야 한다.



스트레스 회복탄력성이 부족한 아이가 성인이 된다면, 이러한 일들이 발생할 것이다. 이들은 사회에서 맞닥뜨린 각종 시련과 사고에 대처할 능력이 부족하여, 그로 인한 스트레스, 불안, 우울 등 부정적인 감정에 잠식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성인이 된 이들 중 일부는 이런 부정적인 감정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정신의학적인 치료나 명상 등의 도움을 받을 지도 모른다. 



만약 내 아이가 이런 어른이 된다면, 얼마나 마음이 아플까. 이렇게 자라지 않게 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할까. 그 방안은 생각보다 단순하다. 회복탄력적인 스트레스 체계를 정립하는 시기를 잘 케어해주면 되는 것이다. 그 시기가 언제인가? 다름아닌 0세 ~ 3세, 영아기다. 



영아의 뇌는 이미 기능하고 있는 생존뇌 회로, 미성숙하고 아직 발달 중인 스트레스 체계를 포함한 정서뇌 회로, 이제 막 생겨나기 시작하는 사고뇌 회로라는 독특한 구성을 보인다. 정서뇌와 사고뇌회로가 아직 성숙하지 않은 이 시점에서 양육은 뇌에 큰 영향력을 행사한다. 태어나 첫 3년 동안 유전적 요인과 경험에 의해 이 회로의 뇌세포가 연결되며, 개인으로서 지녀야 할 능력이 점차 성숙된다. p 046



기존의 연구는 두 가지 중요한 점을 보여준다. 첫째, 부모가 되는 누구든 커다란 뇌의 변화를 겪는다. 둘째, 부모의 뇌는 더 큰 변화를 경험하며, 육아에 필요한 능력은 생후 초기에 아이를 돌보는 데 쏟는 시간에 비례해 얻는다. 부모가 되고 처음 몇 달 동안은 ‘부모의 뇌’가 발달하는 시기로, 이때 부모의 뇌가 부모 자신과 아이에게 도움이 되도록 변하게 하려면 양육의 시간이 꼭 필요하다. p 077



여러 연구에 따르면 ‘어머니기’와 ‘아버지기’는 성인기에 발견되는 가장 놀라운 되 변화와 신경가소성 발현의 시기다. 즉 육아를 위해 건강한 뇌 회로를 새롭게 만들 기회이자 우리 정신 건강의 기저에 있는 정서뇌 회로를 바꿀 기회다. 영아기의 아이들을 풍부하게 양육할수록, 가까이 있을수록, 더 반응해줄수록 옥시토신이 더 많이 분비된다. (…)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에게 이는 먼 나라 이야기다. 특이 열악한 육아 문화에서는 부모의 변화를 넓은 마음으로 포용하거나 보듬어 주지 않으며, 마땅히 받아야 할 존경심도 보이지 않는다. 부모에게 그 어떤 사회적 지원도 제공하지 않는다. 따라서 사회와 직장 문화 개선을 요구하는 동시에 부모로서 필요한 사항을 요구하고 구축해가는 건 우리의 몫이다. p 078



부모가 되며 뇌가 변화할 때 많은 부모가 양가감정이라고 하는 상반되는 감정을 느낀다. 부모로 변화하는 과정에서 당연히 생기는 일이다. 진심으로 아이를 사랑하지만, 자기만의 시간을 보내도록 누군가 와서 아이를 좀 데려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아이가 꺄르르 웃는 소리에 완전히 매혹되었다가도 제대로 잠을 자지 못한 데서 원망이 느껴지는 때도 있을 것이다.


이 과정에서 여러 상반되는 감정을 동시에 느끼게 되리라는 점을 꼭 이해하면 좋겠다. 깊은 사랑은 물론 깊은 슬픔을 동시에 느끼게 될 것이다. 많은 초보 부모가 이럼 감정이 들 때 부모로서 잘못하고 있다고 느낀다. 이를 부모가 되는 과정에서 겪는 주요한 인생 경험의 자연스러운 일부로 인식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상반되는 당신의 감정을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모두와 공유하자. 당신의 감정을 당연한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p 092



아이를 낳고 키운지 이제 2년이 지났다. 지금까지 내가 들어왔던 육아 정보들 중 제일 큰 비중을 차지했던 건 부모 없이 혼자 잘 수 있는 ‘수면교육’, 너무 자주 안아주면 버릇이 나빠지며 아이 ‘독립심’도 키울수 없다 등이었다. 그래서 나 역시 애 낳고 초반에는 수면교육이다 뭐다하며 아이를 울리는 일이 잦았다. 그러다보니 어느순간부터 의구심이 들기 시작했다. 



이렇게 아이가 싫다며 우는데, 수면교육을 하는게 맞는건가? 오히려 같이 자면서 아이를 편안하게 해주는게 맞지 않나. 뭐 이런 거? 물론 같이 자면 부모 수면의 질이 떨어지긴 하지만, 아이와 달리 우리는 성인이니 그 정도야 어떻게든 버틸만하니까. 그래서 갓 두돌이 지난 지금도 나는 아이와 같이 자고 있다. 



위에서도 말했듯 나는 육아 전문가들이 하지 말라는 것만 골라했다. 하지만 이 육아책에 따르면, 나는 의도치 않게 아이 뇌 발달을 돕는 뇌과학 육아를 하고 있었다. 그런 우리 아이, 두 돌이 된 우리 아이는 이렇게 자랐다. 



독립심이 엄청나다. 뭐 지금이 그런 시기이기도 하지만, 뭐든 ‘스스로’ 하는 걸 좋아한다. 수면도 그렇다. 부모와 같이 잠들면 편안하게 잘잔다. 물론 예외적인 상황도 있다. 예컨데 아프거나, 치아가 나오거나, 혹은 성장통! 근데 이런 예외상황은 일정 시간이 지나면 다시 평소처럼 돌아온다. 



그 뿐만이 아니다. 또래 개월수 대비해서 성장발달이 꽤 빠르다. 빠르다고 생각해본적이 없었는데, 얼집 선생님 말씀을 들어봐도 그렇고, 얼집에서 같은 반 아이들을 봐도 그렇고 우리 아이가 확실히 빠른 편이다. 대화는 기본이고 긴 문장 구사도 잘하며, 타인의 슬픈 감정을 인지하여 위로할 줄도 안다. 



정말 소 뒷걸음치다 쥐 잡은 격이었던 내 육아법이 잘못된게 아니란 사실에, 알고보니 과학적이라는 사실에 두 번이나 놀라게 한 육아책  『0~3세 기적의 뇌과학 육아』. 내년에 엄마가 될 내 친구에게 선물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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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동화’라 하면 권성징악 따위를 말하는, 아이들에게 들려주기 좋은 아름다운 이야기를 일컫는다. 심지어 동화의 ‘동’짜는 한자로 ‘아이’를 뜻한다. 하지만 의외의 사실 하나. 동화는 생각보다 잔혹하다. 의아하게 생각할지도 모른다. 우리는 보통 편집되고 각색된, 아름다운 이야기만 보고 자라왔으니까. 하지만 그런 동화의 원본을 거슬러 올라가면, 뭇사람들은 깜짝 놀랄 정도로 잔혹한 이야기가 많다. 



실제로 “백설공주”, “라푼젤”, “피노키오”, “빨간모자” 등 원전은 아이에게 읽어줄 수 없는 잔혹한 내용을 담고 있다. 비단 서양 뿐이랴? 동양, 특히 우리나라 동화인 “콩쥐팥쥐”도 별반 다를 바 없다. 이렇게 무서운 동화를, 진정 동화라고 해도 되는가? 그래서 사람들은 이렇게 부르기 시작했다. 이름하야 ‘잔혹동화’ 다.



우화외 괴담을 한 접시에 플레이팅한 어른을 위한 야식

강지영 소설가 추천사



이 장편소설 『귀여운 것들』  실로 ‘잔혹동화’에 걸맞는 책이다. 제목만 봤을 땐 아름다움을 이야기하는 동화같지만, 책을 펼치면 잔혹한 세상이 펼쳐진다.


이 책속에 나오는 등장인물과 등장인형(?). 등장인형이라고 하니 좀 이상하긴 한데, 진짜 등장인형이다. ‘도살자 깔랑’, ‘그로테’, ‘어디든 뼈다귀’ 등 전부 인형이니까. 이희지의 애착인형이었던 깔랑, 인형 공장에서 불량품이었던 그로테, 혹 난 쥐라 불린 뼈다귀, 그리고 지점토 인형까지. 모두 인형이다. 사람에게 사랑받았고, 사랑받길 원했고, 사랑받기 위해 사람 손에서 태어난 인형들.


난 첫 단락인 ‘깔랑’편에서부터 꽤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나를 잊었어? 내가 보이지 않아?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가 있어? 우리는 정말 좋은 친구였잖아. 나밖에 없다고 그랬잖아!’ 

하지만 깔랑은 인형일 뿐이었다. 움직이지 못하고 말도 못하는 인형. 짧은 시간 동안 사람에게 사랑받다가 쓰레기봉투 안에 버려진 후에 매립지에 묻힐 운명을 가진 인형 말이다. p 021


한편으로 이희지가 밉고 원망스러웠으나 또 다른 한편으로는 그리웠다. 이희지는 깔랑의 평생을 지배하고 있던 유일한 인간이었으니까. p 048


깔랑은 그걸 알고 있었다. 어떤 것들은 제 처지를 그저 수용하며, 모든 상황을 꾸역꾸역 감내해내기도 했다. 그게 바로 이희지였다. 깔랑은 그런 주인에게 힘이 되어주고 싶었다. 주변에 아무도 없는 인간 곁에 저라도 찰싹 달라붙어 손톱만 한 온기라도 전해주고 싶었다. p 058



네발로 기던 한 여자아기의 애착인형이었던 ‘깔랑’. 깔랑은 아기의 일상을 온전히 함께했다. 하지만 아기가 아이가 되고, 청소년이 되갈수록 깔랑은 아이의 관심에서 멀어져갔다. 비단 깔랑이 하나만의 일일까? 한 아이의 애착인형이 되었다가, 그 아이가 커가면서 어느새 잊혀져 서랍장 구석에 쳐박히고, 소각용 봉투에 들어가는 것. 대다수의 인형의 삶이다. 나역시도 어렸을 땐 분명 애착인형이 있었을 터인데 당장 기억나는게 없기도 하고.



이제 두돌인 우리 뿡뿡이도 없으면 울고 불고 난리날 애착인형이있다. 이미 해질대로 해진 애착인형. 혹시나 안에 솜이 터질까, 똑같이 생긴 인형을 하나 더 사서 보관중인 애착인형. 이 인형들의 끝은 어떨까? 우리 뿡뿡이가 더 커서, 더 재미있는 무언가에 빠지게 되면 애착인형의 존재를 잊게 될테고, 그럼 나는 정리를 한답시고 해져버린 이 인형들을 버릴지도 모른다. 아무 양심의 가책도 없이. 그래서 이런 소설이 나왔나보다. 


인간의 이기심으로 인해 탄생했으나, 쓸모가 다하면 버려지는 귀여운 것들을 위해.


사랑도 받아봐야 제대로 줄 수 있다고 했던가. 검은 여자가 홧김에 지점토 인형을 때려 부수고 다시 이어 붙여줬던 것처럼, 지점토 인형이 다른 인형들에게 줄 수 있는 종류의 애정도 그런 것들뿐이었다. (…) 하지만 그로테는 달랐다. 그로테는 익숙한 길로만 달리던 지점토 인형의 방향을 틀어주었다. p 160


지점토 인형은 엄마가 만들어주었으니 그저 존재하면 됐다. 돌망치가 내리쳐 지점토를 깨부쉈으니 파괴되는 수밖에 없었다. 다시 엄마가 지점토를 뭉쳐줄 때도, 그냥 가만히 있으면 모든 게 해결됐다. 그러니까 이제까지 지점토 인형은 간절했던 적이 없었다. 나를 위해서도, 내가 아닌 누구를 위해서도. 이토록 가슴 뭉클해진 적이 없었다. 그래서 지점토 인형은 선택해다. 건너도 될지 아닐지 모르겠는 신호등을 그냥 건너버리기로. p 180


어찌보면 한국판 ‘처키’ 이야기가 아닐까 싶었던 이 소설의 시작. 헌데 이 책을 읽다보니 어느 순간부터, 이게 정말 ‘인형’만 겪는 일이 맞는가 하는 의구심이 들기 시작했다. 인형 ‘깔랑’은 누군가 키우다 버린 반려동물과 오버랩되고, 지점토 인형은 가정에서 학대받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해자에게 사랑을 갈구하는 어린 아이와 오버랩된다. 또다른 등장인형인 뼈다귀, 그로테도 사회적 약자인 누군가를 떠올리게 된다. 분명 버려진 애착인형 ‘깔랑’에서 시작된 소설인데, 이상하게도 이 소설은 사회적 약자들의 모습이 보인다.



 소설 속 인형의 눈으로 본 인간 세상과, 내가 살고 있는 현실. 소름끼치도록 오버랩되서 되려 찝찝함과 왠지모를 답답함만이 가슴에 남았다.



​마지막으로, 이토록 차가운 도시에서 자신만의 자유를 찾아나설 나의 깔랑, 그로테, 뼈다귀, 흰털, 곰 그리고 동그라미가 된 지점토, 너희의 내일을 응원할게! p 234 (작가의 말 中)



부디 이들이 억압되지 않고, 자유로이 날 수 있는 날이 오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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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교주다 - 사이비 종교 전문 탐사 기자의 국내 최초 잠입 취재기
장운철 지음 / 파람북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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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많은 책을 읽어봤지만, 오늘 리뷰하는 이 책은 조금 다르다. 뭐가 다르냐고? 결이 다르다 결이. 나는 이런 주제를 한 책을, 살면서 단 한 번도 읽어 본 적이 없으니까. 아, 대신 이런 주제를 한 시사고발 프로그램을 시청한 적은 많았다. 예컨데 스브스에서 방영하는 《그것이 알고싶다》같은. 그렇다. 이 책은 무언가를 사회의 문제점을 ‘고발’하는 책이다. 무엇을 고말하는 책인가? 우리 사회를 멍들게한 ‘사이비단체’를 고발하는 책이다.



『나는 교주다』 이 책 제목이다. 작년 넷플릭스에서 방영한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를 떠오르게 한다. 이쯤에서 저자인 장운철 기자를 소개해볼까? 그는 30년간 사이비단체를 취재한, 사이비단체 전문 보도기자다. 앞서 말한  《나는 신이다》, 《그것이 알고싶다》 등 시사고발 프로그램에서 사이비종교를 다룰 때마다 필요한 자료를 제공하고, 자문을 맡기도 했다. 그런 그가 30년간 사이비 단체를 취재하며 겪은 온갖 경험과 피해사례를 이 책 한권에 담았다. 이유는 단 하나다. 




“사이비 교주의 전략과 전술을 고발하고, 내 이웃이 사이비 교주의 유혹에 걸려들지 않게 하기 위해”



저자는 오랜시간 사이비 단체를 취재하며, 왜 사람들이 사이비 교주에게 빠지는지를 보았다. 어떤식으로 피해를 입는지도 보았다. 여기서 저자가 깨달은 사실은 하나. ‘예방이 최선의 대책’이라는 점이다. 그리하여 이 책이 세상에 나왔다.




목차부터 신랄하기 그지없다. 사이비 교주들의 실태와, 피해사례들이 넘쳐난다. 피해자들에게는 안타까운 일이지만, 피해사례로 인해 사이비 단체가 어떤식으로 대상을 물색하고, 범행을 저지르기 위해(예컨데 성범죄 같은) 어떤식으로 다가가는지를 알 수 있다. 저자가 사이비단체에 잠입하여 취재를 할 수 있는 것도, 결과적으로 피해자들을 분석하여, 자신을 사이비단체가 좋아하는 먹잇감처럼 변신했기에 가능한 일이었으리라.



저자는 사이비 단체에 접근하기 위해서, 자신을 새로 만든다. 사이비 단체가 좋아하는 먹잇감의 형태로. 만약 내가 믿고 있는 종교단체가 사이비인지, 혹은 나에게 사이비 단체가 접근했는지 궁금하다면 아래를 읽어보자. 저자가 사이비 단체에 잠입 취재할 때 취하는 행동이다. 만약 아래 항목 중 일부가 자신과 비슷하다면, 음-곰곰히 생각해보기를 바란다. 



1. 이 지역에 새로 이사 온 주민

2. 직장을 다니다가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는 중년의 남성(또는 여성)

3. 경제적으로 부족함이 없고 결혼하여 가정을 꾸림

4. 신앙생활 경력 2~3년. 신앙에 대한 열정은 있으나, 방법은 모르는 상태(신앙생활 하는 동안에는 대충 n요일 예배만 참석하고, 어떤 교단/교파의 교회를 다녔는지는 잘 모르는게 중요).

5. 새로 이사온 지역에서 신앙생활을 하고 싶어서, 다닐만한 교회 또는 단체를 찾고 있는 중

6. 어려운 것은 종종 이해하나, 쉬운 것은 의외로 이해 못하는 ‘헛똑똑이’ 스타일(의외로 고소득 전문직에서 피해자가 나오는 이유)



저자는 이렇게 자신을 변장하고 사이비 단체 잠입취재를 나선다. 그렇게 들어간 단체는 보통 여러 질문을 하며 신상명세를 수집한다. 약간의 스몰토크를 한 뒤, 자기들의 먹잇감이 되기 충분한 사람이다! 라고 판단되면, 그들은 이렇게 나온다.


우리 교회(교단, 단체 등)에 들어오려면

3개월 정도 교리 공부를 먼저 하셔야해요^^


책 속에서 확인한 사이비 단체의 교리공부는 일반인이라면 바로 눈치챌 정도로 한심한 수준이었다.



1. ‘교주는 신’이다.

2. 사람이 어떻게 신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해 설명한다.

3. 천국에 가기 위해서는 교주를 빋어야 한다.

4. 우리 교회는 일반 교회와 달리 신을 직접 만날 수 있기 때문에 천국행이 보장된다.

5. 교리 교육이 성공리에 마무리 되면, ‘세례’를 받는다.

6. 세례를 받고나서야 본격적으로 집회에 참석할 수 있다.

7. 집회에서 합창하는 주기도문은 대체로 이렇게 시작하고, 끝났다. “하늘에 계신 우리 하나님 교주님이시여, 이 모든 말씀을 이 시대의 구원자 되신 거룩하신 우리 교주 하나님 이름을 받들어~(생략)”. 물론 단체마다 단어가 조금은 다를 수 있다. 하지만 일반적인 ‘주기도문’과 다르고, ‘하나님’ 이라는 단어 앞뒤로 또 다른 누군가를 지칭하는 단어가 들어있다면 빼박이다.


자 다시한번 말한다. 내가 다니는 교회(또는 단체)에서 이런 교육을 받았다면? 당신은 사이비 단체 먹잇감이 확실하다. 본격적으로 단체 중추로 들어가 세뇌당하기 전에 빠른 탈출만이 답이다. 부디 피해자가 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개인적으로 이 책은 20대들에게 추천하고 싶어서, #20대책추천 이라는 키워드를 사용했다. 저자는 중년 남성이기에 사이비에 피해를 당한 경제력이 있는 '중년 남성'을 분석하여, 그 모습으로 위장했다. 하지만 사이비 단체는 경제력 있는 중년층만 타겟으로 삼는게 아니다. 이제 막 사회에 발을 디딘 20대를 노린다. 나 역시 사회초년생 시절 당시 동네에서 유명했던 ‘여ㅎ와의증인’ 듀엣에게 몇 번 걸려봤으니까. 다만 나는 그들이 사이비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 동네에서 워낙 유명했을뿐더러, 근거지가 어디인지도 유명했었기에. 그래서 나는 처음부터 쳐낼 수 있었다.



하지만 보통 사회초년생인 20대는 생각보다 이런 유혹에 흔들리기 쉬운 나이다. 왜? 20대는 이제 막 온갖 시련을 겪기 시작하는 나이다. 시험, 취업 등 낙방하는 사례가 많다. 학창시절과는 차원이 다른, 처음겪는 시련에 마음이 매우 약해져있다. 사이비는 그래서 20대를 노린다. 어디에나 있을법한 사람좋은 언니, 오빠의 모습으로.



▶ 여신도를 상대로한 사이비 교주의 성범죄 사례

-너는 그게 좋았어?

-뭐가?

-교주랑 같이 옷 벗고 있는 거….

-어…. 나도 사람이잖아. 처음엔 나도 싫었지. 그런 일을 겪어보지도 못했고. 그런데 ‘신과 함꼐 영의 차원에서 좀 더 깊이 알아가는 시간이다’라고 생각했지. 내가 이제 막 홍보팀에 들어와서 지금은 알아가는 시간이니까.

-그런 행위가 옳다면 교주가 당당하게 신도들 앞에서 나는 여러분과 성관계를 해도 된다고 말하면 되지, 왜 몰래 너 같은 애들을 따ㅗㄹ 불러서 그런 짓을 해?

-아니야. 그것은 오히려 우리에게 감사한 일이지. 교주님이 우리를 선택해주신 것이잖아.


사이비 교주에 의한 전형적인 ‘그루밍 성범죄’의 모습이다. 여신도를 오랜 시간 동안 심리적으로 지배한 뒤 성폭행을 가하는 일이다. 피해자는 자신이 성폭행당했다는 것조차 인식하지 못하고 오히려 교주의 못된 짓을 ‘감사’한 것으로 여기게 된다. 사이비 종교에서 자주 발생하는 일이다. p 022


그 교주는 오랫동안 그 단체 안에서 신격화 놀음을 해왔다. 그 단체에는 교주를 신격화시키는 몇 명의 특별한 신도들이 존재했다. 소위 ‘신매자’들이다. 신매자는 ‘신과 신도 사이에 매개가 되어 신으로부터 직접 받았다는 메시지를 전달해주는 역할’을 해왔다. (…) 신도들 특히 어려서부터 위와 같은 메시지를 들으며 성장해온 신도들에게 교주는 말 그대로 ‘전능한 신’이었다. 이렇게 가스라이팅당한 신도들 중 이쁘고 날씬한 여성을 교주와 연결시켜 주는 손이 있다. 그들에 의해 교주의 못된 행실이 나타나게 된 것이다. 이러한 일을 싫어하는 신도들은 눈치채고 이미 그 단체를 떠났다. 남아 있는 신도들은 그대로 ‘세뇌’ 당할 수 밖에 없다. p 025


성범죄는 피해자가 신고하는데 있어서 다른 범죄보다 더 가혹하고 힘들다. 성폭행 피해사실을 다시 기억해내야하고, 기억을 바탕으로 진술해야되기 때문이다. 특히 진술은 구체적이고 일관되야하며, 한번이 아닌 여러번 진술한다. 여기서 피해자들은 많은 고통을 받는다. 그 뿐이랴? 성폭행 입증사실을 증명할 객관적 증거도 필요하다. 사이비 교주 측에서는 무조건 ‘합의하에’ 맺은 관계라고, 값비싼 변호사를 동원하기 때문에 한다. 만약 피해자 뿐만 아니라, 온 가족이 사이비 신도라면 더 심각해진다. 이 단체는 피해자 가족을 포섭하여 회유한다. 피해자는 철저하게 고립된다.



위 사례는 피해자가 이 모든 고통을 감내하며, 해당 사이비 교주를 상대로 소송을 진행했다. 1심 15년형이 나왔다. 가해자는 사이비 교주는 당연히 반발하고 항소를 했다. 놀랍게도 항소심에서 2년형이 더 늘어나, 징역 17년이 나왔다. 보통 소송은 항소심을 가면 줄어들기에, 이는 모두가 놀란 결과였다. 사이비 교주는 굴복하지 않고 상고를 했는데, 상고심에서도 17년을 확정했다. 대한민국이 기존에 보아왔던 성범죄 판례와는 사뭇 다른 이 결과는, 대한민국 사법에 조금은 기대를 걸어도 되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만들어냈다. 



이 사건으로 인해 교주 17년 징역살이는 물론이고, 해당 사이비단체에서 많은 신도들이 탈퇴했고, 지방에 있는 지부들이 묻을 닫았다고 한다.



교주는 자신이 기독교는 물론이고 불교, 유교 등 모든 종교를 통합한다고 주장했다. 그 증거로 자신의 집회 중에는 ‘영적 이슬’이라는게 내린다고 했다. 그들이 제시한 사진엔 어떤 것이 빠르게 ‘휙~’ 지나간 듯한 흔적들이 나온다. 신도들은 길거리에서 포교할 때 이런 사진들을 사용한다. 그 사진들을 대형 액자로 만들어 길거리에 걸어놓고 시민들에게 접근하기도 했다.


그런 사진들이 진짜일까? 이런 식의 사진을 이용하는 사이비 교주들이 꽤 있다. 집회 때, 수련회 때 또는 개인 사진들에 특이한 흔적이 나타났다며, 그것을 신비스러운 영적 현상이라고 주장하곤 한다. 그런게 정말 신비스러운 영적인 현상일까? 인터넷을 통해 그런 사진들을 찾아보았다. 일반적으로 사진 촬영 때 나타날 수 있는 ‘플레어 현상’이라는 설명이 많았다. 밝은 광원이 있을 때 그 광원이 렌즈의 경통 안에서 반사되고 또다시 필터에 반사되어 나타나는 현상이다. 주로 야간에 많이 발생하고 낮에도 밝은 광원에 의해 자주 나타난다고 했다. 그런 류의 사진들이 인터넷에 많이 있었다. p 081



그곳 신도들은 모두 주머니에 교주의 증명사진을 한 장씩 갖고 다닌다. 그 사진을 갖고 다니면 만약에 교통사고의 순간 등 어떠한 위험한 상황 속에서 교주의 영이 순식간에 날아와 자신을 안전하게 지켜준다고 신도들은 믿고 있었다. 인간의 육신의 생명이 죽지 않고 영원히 산다는 ‘영생’을 핵심 교리로 내세우는 교주들이 꽤 많다. 신도들은 영생을 받았다는 증거로 교주가 써준 어떤 ‘증서’나 ‘인감도장’ 또는 사진이나 꿈속에서 만남등을 제시한다. 심지어 신도들의 신체 특별한 곳의 안수나 교주와의 잠자리가 영생의 그 증거라고 주장하는 이도 있다. p 082


저자는 이른바 신비스러운 영적현상 사진을 찍어보았다. 늘상 카메라를 들고 사진을 찍어온 보도 기자이니, 이론만 알면 손쉽게 찍을 수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영적 사진은 그저 사진찍는 스킬로 만들어낸 조잡한 사진이라는게 판명되었다. 사실 이런 사진들은 일반인이 보면 그저 그런 조잡한 사진에 불과하다. 하지만 세뇌당한 사람들 눈에는 다른가보다. 그 뿐만인가? 영생을 준다는 교주하나만 바라보며, 교주의 사진도 품에 지니고 다닌다하니, 이들은 갱생하기는 글렀다 싶다.



여기서 중요한 사실은, 저 사이비 단체의 교주는 지병으로 죽었다는 사실이다. 신도들에게 영생을 준다던 사람이 영생을 살지 못하고 죽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 단체는 아직도 존속한다고 한다. 다시금 생각한다. 세뇌당한 사람들 눈에 보이는 것은 무엇일까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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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세 유럽과 미국의 마녀사냥꾼들은

수천 명의 사람들을 고문하고 사형대로 보냈다.

그런데 마녀사냥이란 과연 무엇이었는가.

그리고 무엇이 이러한 참사를 일으켰을까.

마녀의 역사 p 06



오늘 읽은 세계사 책은 『마녀의 역사』다. 제목만 본다면 진짜 마녀가 있어? 라고 질문을 하는 사람도 있을지 모르겠다. 우리가 사는 21세기는 진일보한 문명아래, 과학기술 없이는 살 수 없는 세상이다. 고로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마녀’라는 존재는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되는 존재이다. 그렇다면 이 책 『마녀의 역사』는 허구일까?


정답은 ‘아니오’다. 실제로 이 땅에는 ‘마녀’가 있었다. 그렇다고 이들이 정말 ‘요술’을 부리고, 빗자루를 타고 하늘을 날아다니는 그런 존재가 아니었다. 그저 같은 동네에 살던 약초를 조금 잘 다루던 여성, 외지에서 이사온 여성, 집안에 불운이 꼈던 여성, 재산이 남들보다 조금 더 많았던 여성, 그저 흔하게 볼 수 있는 여성 중 한명이었을 뿐이다. 


이런 여성들은 고대부터 현재까지 어느 시간대에나 존재해왔다. 여성숭배가 일반적이었던 고대(석기시대)에는 이런 여성들이 중요한 위치에 있었다. 뿐만 아니라 고대에는 농경, 수렵, 채집 등 생존활동에 있어서 노동력이 곧 ‘힘’이었기에, 노동력을 생산하는 여성은 중요했고 그만큼 여성의 지위가 높았다. 한마디로 고대는 여성숭배(여신숭배)가 당연시되는 모계사회였다. 이는 동, 서양 막론하고 동일했다. 전 세계적으로 발굴된 나체 여인상이 이를 뒷바침해준다.


하지만 청동기-철기 시대에 이르며, 사회가 급변하기 시작했다. 금속기가 제작되자 예전만큼 노동력이 필요 없어졌으며, 잉여 농산물이 생기기 시작했다. 잉여농산물이 늘어나고, 노동력이 남아돌게 되자 서로간의 땅따먹기가 시작되었다. 무거운 금속무기를 들고 싸우는 남성의 지위가 높아졌음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그렇게 숭배받던 여성들은 그 지위를 잃기 시작했다. 모계사회가 부계사회로 변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래도 다신교를 믿던 시대에는 여성의 위치가 떨어졌을 지언정, 암흑기는 아니었다. 하지만 예수가 등장하며 또 한번 격변을 맞이한다. 정확히는 중세시대, 유일신을 믿는 기독교가 등장하면서다. 중세시대 수많은 여성들이 ‘마녀’로 지목되어, 사탄의 앞잡이라는 모함아래 죽어나갔다. 



유럽 각지에 개신교 교회가 설립되면서 마녀사냥이 본격적으로 벌어졌고, 덴마크와 스코틀랜드 등 수많은 왕실이 힘을 보탰다. 종교탄압으로 탄력을 받은 히스테리가 파도가 되어 밀려와 처형자가 급증했다. 여성들은 '질병, 죽 음, 재앙(자연재해, 그 외)을 일으켰다, '마을 외곽에 살고 있다, 이상한 사람으로 보인다, 이방인이다라는 이유만으로, 혹은 우연히 장소와 타이밍이 좋지 않아 마녀라고 비난받았다. 고발 동기도 독단적이어서 마녀가 공동체에 재앙을 일으켰다고 정말로 믿었던 경우도 있는가하면 권력자의 사회 통제나 피고의 재산을 몰수하는 것을 노린 악의적인 사례도 있었다. p 10



마녀재판의 시대, 일정한 표적 패턴이 생겨났다. 사회의 변두리에서 생활하는 이성과 두세 번 결혼한 여성, 의료행위를 하는 여성이다. 풍작이고 가족이 건강한 때는 이러한 존재도 허용되나, 한겨울 혹한으로 작물이 시들거나 가족이 병으로 쓰러지는 상황은 인간의 이해의 범위를 넘어, 마을 외곽에 사는 외부인이 의혹의 시선을 받았다. p 18



심문자는 여러 끔찍한 방법을 동원해 그럴싸한 자백을 이끌어냈다. 마녀 용의자에게서 자백을 이끌어내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고문이다. 심문자는 우선 자백을 재촉하고 용의자가 협력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으면 고문을 암시했으며, 그래도 무죄를 주장한다면 용의자를 고문했다. 당연히 고문 방법은 끔찍했고, 용의자는 상처로 인해 매우 쇠약해졌다. (…고문방식은 너무 잔인해서 생략;;…) 고문에서 자백한 사람은 대부분 처형당했다. 마녀를 처형한다고 하면 화형이 떠오르겠지만 참수나 교수도 일반적이었다. '운 좋은' 희생자는 화형당하기 전에 교수 혹은 참수당해 신과 공동체 앞에서 죄를 속죄했다. 밤베르크 마녀재판의 불쌍한 희생자 요하네스 유니우스가 처형 전에 딸에게 몰래 써보낸 편지에 그가 맛본 끔찍한 고통이 상세히 적혀, 결백을 호소하고 있었다. 고문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백하고 사형을 당했으나, 자백 자체가 허위였다. p 87



 


18세기 이성과 과학의 시대가 찾아오면서, 오랜 ‘마녀사냥’에 종지부가 찍혔다. 영국 조지 2세는 ‘요술행위 금지령’을 반포하며, 자신이나 타인에게 마력이 있다고 말하거나, 마녀로 부르는 것을 위법으로 정했다. 한마디로 ‘마력, 마녀’라는 단어 언급 자체를 금지한 것이다. 그러자 주변 여러나라도 이에 동조하기 시작했다. 2백년간 이어진 마녀사냥의 종착점이다. 연구자들에 의하면 마녀사냥으로 처형된 사람들만 7만 명 정도로 추정하지만, 공식적으로 기록에 남은 건 수는 1만 2천 건 정도라고 한다. 


자, 여기까지는 간추린, 정말 실존했던 마녀의 역사다. 아니 정확히는 ‘마녀’라는 이름뒤에 가려진 여성 수난사다. 놀랍게도 이 책 『마녀의 역사』는 마녀만 다루지 않았다. 마녀는 아니었으나, 비밀리에 활동했던, 교황의 인가를 얻었으나, 교황에게 이단으로 몰려 처형당한 ‘성전기사단(템플기사단)’ 이야기도 실려있다. 심지어 제법 비중있게 다룬다. 


성전기사단이라 하면 성배를 떠올리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볼프람 폰 에센바흐의 중세 로맨스 소설 『파르치팔(Parz val),부터 댄 브라운의 『다빈처 코드』까지 역사상 성전기사단은 신비로운 성유물과 엮어서 등장했다. 창작물에서는 기독교가 최후의 만찬에서 사용한 잔이나 심원하고 드라마틱한 비밀의 수호자로 그려지는 경우가 많다. 흥미롭게도 기사단의 요람의 땅, 프랑스의 트루아는 초창기의 성배 이야기가 만들어진 곳이기도 하다. 기사단과 성배의 관계는 기사단의 최전성기인 12세기부터 13세기에 성배 전설이 전파된 것으로 추정된다. 기사단은 사회의 일부였으나 지금처럼 당시에도 수수께끼인 조직이었다. 신비로운 성배가 기사단과 엮인 것도 당연하다 할 수 있다. p 43



성전기사단이 몰래 토리노의 수의를 숨겨 숭배하고 있다는 소문은 성배 전설보다 신빙성이 높다. 예수 그리스도의 얼굴이 비치는 이 천을 처음 공개한 사람은 조프루아 드 사르니의 일족으로, 그가 몰레와 함께 화형당하며 수의와 성전기사단의 관계는 바로 소문의 대상이 되었다. 고발당한 단원 중 한 명인 아르노 사바티에도 입회식에서 '남자의 얼굴이 그려진 긴 아마포'를 보았고, 그 가장자리에 세 번 입맞춤을 하고 받들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증언했다. 그래서 기사단이 숭배하고 있다고 규탄당한 우상은 사실 토리노의 수의가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방사성탄소연대측정 결과, 수의는 1260년부터 1390년 사이의 물건이라고 한다. 이는 연대적으로 일치하며, 수의의 얼굴이 예수가 아닌 몰레의 얼굴이라고 주장하는 자도 있다. p 44



이 세계사책은 『마녀의 역사』라는 제목을 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조금 더 포괄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왜 그들이 ‘마녀’로 몰려 죽을 수 밖에 없었는지, ‘마녀사냥’으로 이득을 볼 수 있게 사회적 그물망을 촘촘히 쌓은 가해자들은 누구인지를 말이다. 특히나 ‘마녀’의 역사를 따라 올라가면 필연적으로 특정한 종교의 역사도 같이 떠오른다는 사실은 눈여겨 볼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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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교생활백서 리뷰... 폐교 방문 전에 두 권 모두 포스팅하려고 했는데, 현실은 지박령님 버전만 리뷰하고 폐교로. 잠시 폐교생활백서 에세이가 아닌, 폐교 방문 리뷰를 하자면?



프로개님 블로그와 책에서만 보던 폐교와 파티원들을 실제로 보니, 신기하기 그지 없을 뿐이고

분명 폐교에 있는 식물들 중 일부가 우리집에도 있는데, 압도적인 크기 차이에 놀랄 뿐이고

분명 폐교에 있는 식물들 중 일부가 우리집에도 있는데, 압도적인 무늬 차이에 놀랄 뿐이고

분명 퀘스트 시작은 같이 했는데, 왜 우리집에만 얘가 없는가!!에 슬플 뿐이고

하지만 그 중에서도 와따는 환영 화환이 바나나라는 것!

심지어 운동장에도 바나나가 얼차렷. 심지어 바나나가 달려있다는 것!!


끝!



자 이제 에세이, 프로개의 폐교생활기로 돌아와서.....


​아내는 안식년 용돈으로 1,000만 원을 지원해 주었습니다. 방을 내어줄 테니 식물을 더 키워 실험해보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그것으로는 부족할 것 같아서 크라우디펀딩 사이트에 프로젝트 계획을 올렸습니다. 4,900여 개의 식물을 다양한 환경에서 키워보고 기록하는 프로젝트는 그렇게 시작되었습니다. 하지만 그 많은 식물을 아파트에서 키울 수는 없었습니다. 부랴부랴 장소를 찾은 다음 짐을 쌌습니다. 어느 날 우리는 그렇게 폐교로 떠났습니다. p 009


처음에는 시골에서 흔하게 사용하는 화물 수레를 알아보았습니다. 그런데 가격이 만만치가 않더라고요. 수레값에 트럭 배송비를 더하자 제법 큰 금액이 나왔습니다. 조금 더 보태면 전기로 움직이는 카트도 살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렇게 ‘조금 더 보태면, 조금 더 보태면’으로 나아가다가 ‘차라리 트럭을 살까?’에서 정신을 차렸어요. 결국 그냥 만들기로 했습니다. p 030


통큰 아내, 지박령의 배려로 안식년과 용돈으로 시작된 식물 프로젝트는 판이 커져서, 결과적으로 5년 간 폐교 생활 확정!!!


그렇게 프로개는 폐교를 어엿한 건물로 만들어냈다. 사무실 겸 침실을 만들었고, 부엌을 만들었다. 온갖 연장을 가져다 둘 도구실에, 수레, 택배보관함도 만들었다. 그렇게 만들다 만들다 비닐하우스와 텃밭, 울타리까지 만들었으니. 이쯤되면 그는 식물 드루이드라는 호칭에 연금술사라는 호칭까지 더해야 하지 않을까? 모든 연금술사의 바람인 금 생성은 못하겠지만.....^_T


시골로 간다고 했을 때 텃세를 걱정하는 분이 많았어요. 그런 게 없지는 않을 거에요. 하지만 낯선 마을의 사람들과 잘 지내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한 건지도 모릅니다. 내가 먼저 다가가 손을 내밀면 되는 것 아닐까요? 내가 먼저 경계를 풀고 녹아들면 마을 사람들은 더 많은 것으로 돌려줍니다. 호의는 그렇게 호의로 돌아왔습니다. p 028




시골 사람들 인심 좋다고 하지만, 그만큼 텃세도 무섭다는 건 익히 들어와서 알고 있다. 하지만 이 에세이에서 본 프로개님 폐교 적응기도 그렇고, 내 외조부모가 살고 있는 시골을 봐도 그렇고, 시골 텃세란 각박한 도시에 살고 있던 도시민들의 편견이란 생각이 든다. 어릴 때 우리네 부모님, 조부모님이 그러셨듯, 이사오면 동네 사람들에게 인사하며 떡도 돌리고, 길가다가 마주치면 인사하고, 기쁜 일이 있으면 같이 기뻐하고, 도울 일이 있으면 서로 돕고. 우리가 시골 사람들이라 말하는 그분들은, 그저 예전처럼 사람냄새 나는 삶을 살고자 했던게 아닐까. 옆집에 누가사는 지도 모르는, 이웃 얼굴도 모르는, 사람 냄새 사는 삶을 잊어버린 각박한 도시민들이 오히려 반성해야 하지 않을까?


이 에세이 저자 프로개는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 사람냄새 나는 삶이 무엇인지를. 그래서 이사 떡을 돌리고, 이웃 주민들에게 먼저 다가갔다. 물론 귀찮은 일이 없을거라면 그건 거짓말이다. 고령화된 시골에, 젊은 사람은 말 그대로 노동력이니까. 귀찮은 일을 대거 떠맡게 되는 건 당연지사다. 프로개는 이 모든 것을 감수하고 시골에 녹아들기를 선택했다. 그러자 저자에게 ‘시골 인심’이 배가 되어 돌아왔다. 


김장철에는 김장김치가 배달되고, 마을 앞으로 나온 영농지원금 명단에 자연스럽게 포함되고, 어느날 문앞에 사방신 먹이가 배달된다. 심지어 저자가 폐교 운동장 한켠에 텃밭을 만들기 위해 말그대로 삽질을 하고 있을 때, 마을 어르신이 트랙터를 몰고와서 한 큐에 땅을 갈아엎어주었던 것을 보면, 프로개는 아주 완벽하게 이 마을에 녹아들었것 같다. 오죽하면 폐교임대 기간이 끝나 이사를 간다하니, 주민들이 아쉬워할까!


장뇌삼 씨앗을 뿌리는 과정에서 모과나무 군락지를 발견했습니다. 마을에 오래 사신 어르신께 들어서 알게 되었는데요. 이 학교에서 관리하던 모과원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게 80년대쯤이었다고 하네요. p 068


이번에는 딸기밭을 발견했습니다. 이미 딸기가 무르익어 있었어요. 수확해서 맛있게 먹기만 하면 됩니다. p 070


목재에 꾸을 발라 벌들이 많은 곳에 가져다 놓았습니다. 여왕벌을 유도했죠. 그런 다음 벌집 통을 만들었습니다. 어라? 벌이 정말로 벌집 통에 들어가고 말았습니다. p 078


작년에 쫓아냈던 박쥐가 돌아왔습니다. p 162


송이버섯은 다음 해에도 또 이듬해에도 보였습니다. 송이버섯을 많이 채취한 날에는 친구들에게 택배로 보내주기도 했어요. p 178


폐교에는 실험 중인 식물 외에 개인적인 취향으로 키우는 식물도 많습니다. 바나나, 파파야, 용과, 망고스틴, 페페론치노 등 말이죠. 대부분 열대성 기후에서 자라는 식물입니다. 그렇기에 겨울에도 따뜻하게 관리해주어야 합니다. 빈 교실 하나를 선택합니다. 온실을 만들려고 해요. p 142



폐교에 들어올 때만해도, 그 이유는 5천가지 식물 테스트를 위함이었을 텐데. 우리의 프로개는 수많은 자체 퀘스트를 발생시켰다. 일부 퀘스트는 블로그에서 많은 드루이드들과 같이하는 퀘스트이기도 했고, 또 어떤 퀘스트는 본인 스스로 만들어서, 깨부시는(?) 퀘스트이기도 했다. 그 퀘스트 주인공들 사진이 에세이에 실려있는데, 와아.


누가 알았을까. 안동 폐교 운동장에 바나나, 파파야가 심길거라고. 심지어 바나나, 파파야 열매가 맺혔고. 그 뿐이랴? 폐교 곳곳에 퀘스트 주인공인, 파종부터 시작한 망고스틴, 페페론치노, 파인애플 등이 우람한 크기로(?) 그 곳을 지키고 있을거라고는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여기서 조금 슬픈 TMI 보태면, 나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퀘스트 시작을 같이 했지만 강제로 중도 탈락했다는 뭐 그런 소소한 이야기?


그런데! 하늘도 이런 프로개 됨됨이를(?) 알아봤나보다. 프로개 자체 퀘스트 발동과 별개로, 어떻게는 처리를 해야만 하는 퀘스트를 던져주니 말이다. 예컨데 박쥐 발견! 이라던가, 말벌 발견! 이라던가. 모과, 산딸기, 송이 던전 발견 뭐 이런 거?



이렇게 5년 간의 폐교 생활이 끝나가고, 마무리만 남은 지금. 폐교 생활을 응원하며 지켜본 나도 이렇게 아쉬운데, 프로개 본인은 얼마나 헛헛할까. 그래도 폐교가 훗날 프로개의 숲을 위한 한걸음으로 기억될거라는 생각을 하면, 프로개도 지박령도 모든 파티원들도 아쉬운 마음은 접어두고 폐교와 웃으며 안녕할 수 있겠지!


안녕, 폐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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