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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리터리 세계사 1 - 고대편
이세환 지음, 정기문 감수 / 일라시온 / 2020년 4월
평점 :
아주 우연한 계기였다. 작년이었나, 재작년이었나? 무심코 TV채널을 위로 쭉죽 올렸는데, 국방TV라는 채널이 나왔다. 그리고 그 때 방송되고 있던 프로그램에서는 임진왜란에 대해 설명을 하고 있었다. 일반적인 교양 방송이라던가, KBS 특유의 역사다큐 같아보이지는 않았다. 근데 그렇다고 내용이 비어있는 것도 아니었다. 임용한 교수님이나 이세환기자, 허준MC, 윤지연 아나운서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분명 가벼운 것 같으면서도, 완전 알맹이가 꽉꽉 들어찬게 아닌가. 정말 나름대로 역사 다큐를 비롯하여, 꽤 전문적인 방송도 나름 봐왔는데 뭐랄까, 이 프로그램은 정말 신박했다. 그 프로그램 덕분에 처음으로 국방tv 홈페이지를 들어갔고, 다시보기를 시청했다. 지금은 종영한 프로그램 <토크멘터리 전쟁사>에 대한 이야기다.
토전사를 처음 본 이후로 매주마다 챙겨보고, 주말 재방도 다 챙겨봤다. 토전사 덕분에 한국사 뿐만아니라, 정말 쥐약이었던 세계사까지도 머리속에 콕콕 집어넣었다. 그런데 이게 왠걸, 정말 아주 갑자기 200회를 끝으로 종영하고 말았다. 그렇게 내가 사랑한 토전사 패널들 4명도 사라졌다. 그런데, 불과 얼마전 YTN에서 <토전사>와 아주아주 비슷한 프로그램이 시작했다. 아니 어쩌면 방송국만 바뀌었지, 토전사 시즌2라고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었다. 그 이름은 <뉴스멘터리 전쟁과 사람> 정말 제목부터 토전사를 이은 느낌? 제일 중요한건 패널들이다. 토전사 패널이었떤 임용한 교수님과 이세환기자, 허준 MC가 고대로 돌아왔다. 윤지연 아나운서가 없는 건 조금 아쉬웠지만 ㅜㅜ 무튼, 정말정말 볼 거 없으면 YTN뉴스만 주구장창 틀어놓던 내 쓸데없는 습관덕분에 얻어걸린 행운이었다.
이렇게 장황하게 이야기를 늘어놓은 이유는 뭐냐하면, 이 책 「밀리터리 세계사」는 <토전사/전쟁과사람> 주요 패널인 이세환 기자님이 쓰셨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읽다보면 <토전사>를 다시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1. 리더란?
최근 몇 주간 <토전사> 초반부를 다시 보고 있었다. 근데 때마침 그 내용들이 바로 서양전쟁사 고대편! 그리스-페르시아, 그리스 내전, 로마제국의 확대, 로마-카르타고 등등등. 정말 방송을 다시본지 얼마 안된 상황이었는데, 이 책 덕분에 제대로 복습한 느낌이랄까? 그래도 방송을 보는 것과, 책으로 다시 읽는 것에 차별점을 두어야 한다는 생각에............라는 건 개뿔, <토전사> 보는 것 만큼이나 「밀리터리 세계사」 읽는 것도 흥미진진하고 재밌어서 그냥 폭 빠져서 빠르게 읽었다.
그럼에도 조금 짚어볼 점이 있다면, 역시 리더의 모습이랄까? 어떤 리더가 전쟁을 지휘하느냐에 따라 승리로 이끌거나, 혹은 패배로 이끌거나?!
“역사상 살라미스 해전만큼 정신의 힘이 물질의 양보다 우월하다는 사시을 명백하게 드러낸 적은 없었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한 발 더 나아가 그 불굴의 정신을 가질 수 있게끔 한 원동력을 찾아볼 필요가 있다. 그것은 바로 현실을 냉정히 판단하고 미래에 대한 건전한 혜안을 가진 리더의 존재와 판단이다. 만약 테미스토클레스의 함대 건설론이 먹히지 않았다면 2차 그리스-페르시아 전쟁에서 그리스는 한낱 페르시아의 속국으로 전락했을지도 모른다. 위기의 순간에 냉철한 판단을 할 줄 아는 리더의 존재는 모든 시대에 요구되지만, 항상 그런 리더가 존재했던 것은 아니다. 그러기에 걸출한 리더는 항상 역사에서 귀하고 찬양받는 법이다. p 057
“아테네가 세지면 스파르타를 지원하고, 스파르타가 세지면 아테네를 지원해서 서로 지치게 만들어라. 그래야 페르시아에 이득이 된다.”
그리고 알키비아데스는 바로 이오니아 도시국가들을 다시 아테네 쪽으로 돌려세우는 데 성공한다. 단 한명의 사나이가 에개해 모든 국가들의 운명을 쥐락펴락하는 순간이다. p 075
전권을 잡은 옥타비아누스는 본격적인 개혁에 착수했다. 먼저 군제개편이 있었다. 카이사르나 안토니우스 몰락의 공통점은 사병제도에 있었다. (중략) 필연적으로 암살이나 배반 등의 부작용이 일어날 수 있었다. 옥타비아누스는 이를 폐지하고 국가상비군제도를 도입한다. 시민들에게 세금을 거둬서 군인들에게 월급을 지급하는 시스템이었다. 그리고 상속세를 신설해 부자들이 낸 세금으로 군인에게 월급을 줌과 동시에, 군 전역 시 특별 보너스와 약간의 토지를 지급하는 제도를 확립했다. p 232
살라미스에서 페르시아를 격파시킨 그리스의 테미스토클레스, 그리스/페르시아를 오가며 그 존재를 제대로 각인시킨 알키바데스, 그리고 세계사 시험에서 단골로 나오는 옥타비아누스까지. 어째서 그들이 전쟁을 승리로 이끌었고, 어떻게 나라를 꾸려갈 수 있었는지, 리더란 어떤 조건을 갖추고 있어야 하는지를 대번에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대체 이런 리더들은 어디 살아있는건지, 왜 주변에는 없는건지 알수 없는 자괴감까지 ㅜㅜ..
어찌되었든 위대한 정복왕은 요절했고, 이후 마케도니아는 심한 분열끝에 별 볼 일 없는 나라로 전락한다. 정복왕이었으나 성군은 되지 못했던 알렉산드로스는 전사였지만 제국을 경영하는 경영자는 되지 못한 것이다. 하지만 그가 원정하는 곳마다 헬레니즘 문화를 전파했고, 군사적 측면에서 알렉산드로스의 전술은 모든 현대 전술의 교본이 될 정도로 시대를 앞서나간 혁신적인 것이었다. p 107
사실 카르타고의 문명은 찬란한 것이었다. 세계 최초의 아파트도 카르타고에서 나왔고, 진흙과 조개껍질을 섞어 방수하는 방법도 카르타고가 원조였다. 이렇게 찬란했던 카르타고가 왜 정치나 외교, 그리고 전투에서는 로마에게 궁극적으로 패배했을까? 카르타고는 상업에 치중한 나머지 그 외의 성장은 지지부진했다. 특히 군사력을 지속해서 용병에 의존하는 매우 좋지 않는 정책을 고수했다. 뭐든지 돈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p 184
반면에 리더가 갖춰야할 조건을 갖추지 못한 사람들이 리더가 된다면 어떻게 되는지도. 예컨데 정복왕 알렉산드로스는 전쟁은 탁월했으나, 정치는 잘 몰랐기에 그가 죽은 뒤 마케도니아는 대 제국이 되지 못하고 분열했다. 부자 나라 카르타고는 돈만 너무 믿은 나머지 몰락해버렸다. 마케도니아도 몰락하고, 카르타고도 몰락했다. 그리고 그 자리는 로마가 꿰찼고, 로마는 대 제국이 되었다.
우리 회사를 포함하여 수 많은 기업체는 자사 직원들에게 ‘좋은 리더’가 되라며 수 많은 책을 읽기를 강요한다. 하지만, 대체 좋은 리더란 무엇인가? 회사에서 말하는 책들을 읽으면, 좋은 리더가 가져야 할 조건이 무엇인지 확실히 보인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우리에게 이런 책을 읽고 좋은 리더가 되라고 하는 상위 직책자들은 과연 그런 책을 읽었을까? 본인들은 어떤 리더인지 생각이나 해보았을까?
확실한 사실은 지금까지 내가 본 리더들은 ‘좋은 리더’는 아니었다. 오히려 책 속에 나온 조직을 망가뜨리는, 기업의 효율을 떨어트리는 리더들만 있었을뿐이다. 다만 그 사실을 본인들만 모를뿐!
2. 그 유명한 삼국지, 정사와 소설의 차이!
소설은 소설일 뿐, 위촉오의 진짜 역사는 위나라 다름 왕조인 사마씨의 진나라 시절, 역사가 진수가 쓴 <삼국지>에서 봐야한다. 나관중의 <삼국지연의>에는 엄청난 각색이 들어갔기 때문이다. 따라서 소설 <삼국지>내용은 정사와는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p 238
또한 <삼국지연의>에서 묘사한 유비, 조조, 손권의 모습은 정사와는 많이 다르다. 이들에게 공통점이 있다. 소설 <삼국지>는 셋을 완전히 다른 캐릭터로 묘사하는데 (중략). 예를들어 유비를 이야기해보자. 유비하면 덕으로 상징되기 때문에 소싯적부터 공부를 열심히 한 착한 인물로 묘사된다. 하지만 정사에서 유비는 옷과 음악, 그리고 여자를 꽤나 좋아했던 사람이다. 또한 소설에서는 홀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가난한 돗자리 짜는 청년으로 나오는데, 실상 유비네 집안은 지방 토호 수준은 되는 나름 중산층 집안이었다. p 244
소설에서 이들의 무기는 전문 무기 제작자의 손을 거친 무기가 아닌 동네 대장간에서 만든 것으로 묘사되는데, <삼국지연의>의 원작자 나관중은 진수의 <삼국지>에 주로 유랑극단의 연극 등에서 수집한 자료를 집대성해 소설을 완성한다. 다시 말해 중국인 특유의 과도한 각색과 창작이 오히려 역사적 사실을 압도하며 사람들의 뇌리 속에 각인된 것이다. p 249
내 개인적으로 이 책을 읽으면서 내 마음에 쏙 들었던 것은 바로 삼국지 부분이였다. 그도 그럴것이, 불과 2달전에 「설민석의 삼국지」를 읽고 정말 답답한 마음을 금치 못했었기 때문이다. 오죽 답답하면 리뷰조차 안했다. 리뷰를 쓰다보면 부정적으로 이야기할 것이 자명하다보니. 하하. 그래서 삼국지에 대한 답답함을 끌어안고 있었는데, 이 책 「밀리터리 세계사」 덕분에 답답함이 뻥 뚫린 느낌이랄까?
<토전사>에서도 종종 삼국지 이야기가 나오면 임용한 교수님을 필두로 진수의 「삼국지(정사)」와 나관중의 「삼국지연의(소설)」가 얼마나 다른지, 어떻게 다른지, 나관중이 어떤 상상을 해서 썼는지를 적나라하게 알려준다. 그도 그럴것이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고 있는 삼국지는 정사가 아닌 소설 쪽 이야기다. 예를 들어 도원결의라던가, 뭐 그런 거? 한마디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고 있는건 소설쪽인데, 그 소설을 역사적 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이야기다. 즉, 역사왜곡!
그런데! 이렇게 왜곡하는 행위를 설쌤의 삼국지가 그대로 답습한다. 물론 서문에서 본인이 인용한건 소설인 나관중의 삼국지 연의라고 명백하게 밝혀두긴 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서문일뿐이다. 제일 중요한 본문에 소설 삼국지 내용을 나열하고, 본인의 생각도 소설에 맞춰서 쓰셨기에. 하다못에 본문 중간 중간에 ‘정사 삼국지는 이렇게 진행됩니다~’ 라는 내용이라도 있으면 좋으련만, 그런내용조차 없었다. 덕분에 설쌤의 삼국지를 읽는 사람들은 아주 자연스레 소설 삼국지를 정사로 인식하게 되어, 본인도 모르게 역사를 왜곡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그래서!!!!!!!! 내가 얼마나 답답하고 분통이 터졌는지. 휴(이래뵈도 방송에서 역사를 널리 알려주는 설쌤을 좋아합니다. 물론 조미료를 많이 치시기는 하지만...).
그 답답한 마음을 이세환기자가 쓴 「밀리터리 세계사」가 뚫어주었다. 아주 뻥-!. 정사와 소설을 찬찬히 비교해주면서, 정사는 어떻게 진행되는지도. 흑흑흑. 내가 원한건 바로 이런거였는데. 그런 의미에서 다음 편은 언제나오려나..........하 벌써부터 읽고싶다 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