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 편의점 : 생각하는 인간 편 - 지적인 현대인을 위한 지식 편의점
이시한 지음 / 흐름출판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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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세!!!!!!!!!!!!!”


밑도 끝도 없이 만세라니, 의아할지도 모르지만 이 책은 나에게 환호성을 지르고도 남을 책이다. 이 책의 저자 이시한님은, 다름아닌 내 애정프로그램 tvN <책 읽어드립니다> 선정위원이라는 것! 매번 <책읽다>를 볼 때마다, 어쩜 하나같이 명서만을 고르는지. 대체 그 책을 고른 선정위원이 누군지 참말로 궁금했는데 말이다.  일단 <책 읽다> 도서 선정위원이라는 것 만으로 내 마음의 빗장 해제 ★


‘생각하는 인간편’이라는 부제를 달고 나온 이 책은, 저자가 고른 18권의 책에 대해 이야기하며, ‘인간’에 대해 생각해보는(혹은 연구해보는?) 기회를 준다. 여기서 중요한 건 이거다. 아무리 ‘생각’을 하기 위한 책이라고 해도, 책의 내용이 어려워 읽기를 포기하거나, 정말 생각이란걸 하지 않고 그냥 텍스트만 읽는 사람들도 분명히 있다. 하지만 이 책은 그 모든 것을 깔끔하게 차단! 


저자는 독자들이 쉽게 ‘생각’하며 따라 올 수 있도록 18권의 책을 레벨 1,2,3로 나눈 뒤, 진짜 정말 완전 자연스럽게 나도 모르게 조금씩 ‘생각’이란걸 하며 읽게끔 유도를 해준다. 진짜 생각이란걸 하지 않던 사람도, 나도 모르게 생각을 하게끔 해주는 책이랄까?



레벨1: 질문하는 인간

- 유발 하라리 「사피엔스」, 제레드 아이아몬드 「총, 균, 쇠」, 토머스 불핀치 「그리스 로마신화」, E.H카 「역사란 무엇인가」


<사피엔스>

사피엔스 종은 인지 혁명, 농업 혁명, 과학 혁명을 거치면서 죽음까지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인류로 진화하고 있다. p.038

사냥에 필요한 의사소통과 무리들을 엮는 데 필요한 집단이라는 개념이 ‘사회’라는 개념으로 발전하는 거죠. 150명 정도가 아니라 몇십반 몇백만을 통합하는 개념이 필요해진 겁니다. p.043

인간의 입장을 벗어나 생태계 차원에서 본다면 과연 이 지구의 빌런은 누구일까요? p.050



왜 인간만 ‘사피엔스’ 한 종일까? 다른 동,식물들은 하나의 과에도 종이 여러개인데 말이다. 참 이상하지 않은가? 심지어 우리는 꽤 오래동안 학교에서 배웠던 오스트랄로 피테쿠스, 네안데르탈인, 호모 에렉투스 등은 인간이 직렬로 진화했다고 배웠다. 실상은 전혀 아닌데도 말이다. 인간‘종’은 정말 많았지만, 유일하게 살아남은 건 바로 지금의 우리, 사피엔스다. 그렇다면 어째서 그 많던 종이 다 죽고 사피엔스 한 종만 살아남아, 이 지구에서 살아남았는가? 그건 결국 사피엔스들이 그 많은 종을 정복하고, 죽이고, 그 위에 섰기 때문이다. 이 모든게 가능했던건 사피엔스들끼리 단합이 가능했기 때문에, 일종의 ‘사회’가 만들어진 인지혁명 때문이었다.



농업혁명과 과학혁명, 그 이전에 사피엔스들을 지금의 인간답게 살 수 있게 한 제일 큰 혁명인 ‘인지혁명’. 이 혁명으로 인해 사피엔스들은 서로 의사소통을 하기 시작했고, 서로 유기적인 결합을 할 수 있었다. 그래서 사피엔스가 생존하는데 걸림돌이 되는, 다른 인간종들을 하나하나 정복해갔던 것이고, 사피엔스들끼리만 남았을 때도 역시 살아남기 위해 국가를 만들었고, 전쟁을 했다. 사피엔스들의 생존을 위한 혁명은 지금도 진행형이다.



<총,균,쇠>

제레드 다이아몬드가 이 책을 쓰게 된 동기는 뉴기니인 친구 얄리의 질문 때문이었다고 합니다. “당신네 백인들은 그렇게 많은 화물(문명의 발명품들)을 발전시켜 뉴기니까지 가져왔는데 어째서 우리 흑인들은 그런 화물들을 만들지 못하는겁니까?” p.057

환경이 어느 정도 비슷해야 따라할 수 있어 노하우가 되지 전혀 다른 환경에서 노하우는 그 가치를 잃습니다.(중략) 그래서 동불의 가축화와 식물의 가축화는 동서방향으로 축을 이루는(그러니까 기후적으로 비슷한) 유라시아 대륙에서는 쉽게 전파되었지만, 남북으로 축을 이루는 아프리카나 아메리카는 기후가 다르다보니 전수될 수 없었죠. 이것이 바로 유라시아 대륙이 중세 시대까지 인류 역사의 중심이었던 이유입니다. p.067

원래 진화생물학자인 제레드 다이아몬드는 두 번째 증거로 유전학적인 비교를 내놓습니다. 고대 조몬인은 일본의 원주민이라고 할 수 있는 아이누인과 유사하지만, 현대 일본인의 조상인 야요이인은 한국 쪽 유전자와 유사하다고 말입니다. p.071 



제레드 다이아몬드는 백인의 문명이 발전하여, 지금처럼 세계를 주도할 수 있게 된 건 그저 ‘운’이라고 했다. 발전에 적합한 환경에서 살았기 때문에, 쉽게 말하면 살아갈 땅을 잘 고른, 그저 복불복 게임에서 성공했기 때문이라는 거다. 


인간은 생존하기 위해 농사를 시작한다. 농사에서 나온 잉여농산물이 재산이 되었고, 그 재산이 사회적 계급이 되었다. 농사를 할 수 있는 비옥한 땅이 있었기에 농사를 할 수 있었던 것이고, 그런 비옥한 땅이었기에 가축을 키울 수 있었다. 농사를 짓다보니, 더욱 많은 수확을 하기 위해 보다 발전된 (쇠)농기구를 만들었고, 이러한 기술발전은 결국 서로간 정복전쟁을 할 수 있는 (총)전쟁무기가 되었다. 전쟁무기를 만들어 전쟁을 하는 것보다, 더욱 효과적으로 전쟁을 이끌 수 있는게 (균)생화학전이라는 걸 알게된다.


결국 인간의 생존본능과 쾌적한 환경이 합쳐져, 백인이 문명 발전을 주도한 것일 뿐이다. 백인이 잘나서 문명을 주도한게 아니라는 사실이다. 만약 백인들이 아프리카에 살고, 흑인들이 유럽전역에 살았다면, 역사는 지금과는 또 다른 모습으로 흘러갔을지도 모른다.



<역사란 무엇인가>

정의하자면, ‘사회’와 ‘기록’이라는 2가지 조건을 갖추어야 역사라고 부를 수 있습니다. p.093

역사에는 역사가의 해석이 개입될 수 밖에 없는데, 이는 역사가 과거와 역사가의 대화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역사가를 살펴봐야 하는데, 역사가는 개인이자 시대의 산물이므로 그의 시대를 먼저 살펴봐야 한다. 이것을 살펴보는 방법론은 모두 과학적이다.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대화이지만 현재는 과거의 미래이므로, 결국 역사를 연구하는 것은 미래를 위한것이다. p.098



학창시절 국사 첫시간에 배운건 E.H.카 “역사란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라는 한 문장이었다. 그저 명언인 줄 알았는데, 1n년의 시간이 흐른 한참 뒤에서야 유시민 작가님의 「역사의 역사」를 읽고, E.H카의 저서 <역사란 무엇인가>에 대해 알았다. 


수 많은 사람들이 ‘역사’에 대해서 논하였지만, 저마다 제각각의 신념을 그들이 저술한 역사서에 녹였다. 예컨데 이븐 할둔은 인류사를 쓰면서, 주기적으로 ‘알라신 찬양’을 끼워넣었고, 랑케는 로마-게르만 민족을 제외한 다른 민족은 미개인으로 보았다. 대부분의 역사가들은 본인들의 가치관을 그대로 주입하여 역사서를 썼다.


 E.H.카는 이런 점을 지적했다. 그래서 그는 “모든 역사는 현대사”라고 말하기도 했다. 모든 역사는, 그러니까 기록으로 남아있는 역사는 그 기록을 남긴 시대상과, 그 기록을 한 역사가를 봐야한다. 시대상에 따라 역사를 바라보는 관점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렇게 E.H.카의 시각으로 볼 때, 위 두 책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 제레드 다이아몬드<총,균,쇠>는 정말 역작이다. 기존 역사가들의 시각을 통채로 들어내고, 전혀 다른 시각으로 역사를 바라보는 방법을 제시했으니까.



레벨2: 탐구하는 인간

- 플라톤 「국가」, 움베르트 에코 「장미의 이름」, 니콜로 마키아밸리 「군주론」, 토머스 홉스 「리바이어던」, 대니얼 디포 「로빈슨 크루소」, 몽테스키외 

「법의 정신」, 장 자크 루소 「에밀」, 헨리 데이비드 소로 「윌든」, 존 스튜어트 밀 「자유론」, 조지 오웰 「1984」


<국가>

왜 이 책의 제목이 ‘정의란 무엇인가’가 아니라 ‘국가’가 되었을까요? 바로 국가 체제를 한 명의 사람에 비유할 수 있다고 보았기 때문입니다. 어떤 사람이 정의로운 것인가 설명하기는 어렵잖아요. 사람은 다 상대적이니까요. 반면 정의로운 국가에 대해서는 충분히 설명할 수 있고 정의로운 국가는 이래야 한다는 절대적인 가치를 말할 수 있습니다. p 115

플라톤의 사상은 서양 사회의 중요한 줄기가 되는데요. 고대와 중시 시대 신분제의 정당성을 제시해주는 이론이기 때문입니다. 왕은 왜 왕이고, 귀족은 왜 귀족이며, 농노는 왜 농노인가를 밝혀주고요, 현실에서 불만을 가지지 말고 자신의 직분을 잘 수행하면 나중에 하늘의 보상이 있을 것이라고 말하거든요. p.122


부패할 대로 부패했던 고려 말, 백성들은 “국지불국(國之不國)”이라 말했다. 그대로 해석하면 “나라가 나라가 아니다”. 이걸 현대식으로 바꾸면 “이게 나라냐!”라는 말이 된다. 왜 이런 말들이 나왔을까? 고려라는 국가가 국가의 모습을 잃었기 때문이다. 국가란 무릇 정의로워야하고, 정의를 잃은 국가는 국가가 아니게된다. 당장 현재 대한민국 상황만 봐도 그렇지 않은가? 나라가 나라같지 않은 모습으로 변하고 있으니.


그래서 플라톤은 국가가 지켜야 할 ‘정의’에 대해 썼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가 국가의 정의를 논한 이 책은 권력자들을 위한 책이 되고야 말았다. 플라톤이 말한 ‘정의’는 주어진 계급에 따라 생활하며, 설사 부당한 대우를 받더라도 자신의 직무를 잘 수행만 한다면 사후에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이론이니까. 물론 당시 시대상을 본다면 그가 말하는 ‘정의’가 맞을 수도 있다. 


여기서 또 한가지 알아야 할 사실은, 플라톤이 정말 순수하게 ‘국가를 위해서’ 이 책을 썼는지 여부다. 그는 스승인 소크라테스가 민주주의 세력에 의해 처형당하는 모습을 본 후 이 책을 집필했다. 그는 민주제를 우둔한 민중들의 집합체라 생각했고, 정의로는 국가는 강한 권력을 가진 통치자가 다스리는 군주제를 원했다.


고로 <국가>는 그대로 답습하면 안되는 책이다. 이 책에서 진정한 민주주의가 무엇인지를 찾고, 진정 국가가 꾸려야하는 ‘정의’를 찾는 것이, 이 책을 읽는 사람의 자세인 것이다.



<리바이어던>

『리바이어던』의 전체적인 내용은 인간은 그냥 놔두면 싸우니까 서로 싸우지 않기로 약속을 하는데, 그 약속을 지키게 강제하는 역할을 할 국가가 필요하고, 그 국가는 정의롭거나 정당할 필요는 없다, 국가는 이 계약을 이행할 만한 공권력만 가지면 된다는 정도로 얘기할 수 있어요. p 164



성악설에 기초한 이 책은 인간이 구성하는 사회를 ‘만인에 대한 투쟁’으로 보았다. 따라서 서로 해치지 않기 위해 강한 규제가 필요한데, 이 규제를 국가가 해야한다는 점이다. 어쩌면 플라톤의 <국가>와 일맥상통할지도 모르겠다.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플라톤은 인간은 계급에 맞게 살아야 한다고 하지만, 토마스 홉스는 모든 인간이 평등하다고 전제한다. 평등한 인간 사회에서 강한 규제를 위해, 강력한 공권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당시 시대상에 따르면, 결국 이 책도 강한 군주제를 옹호하는 책이다.



하지만 시대가 바뀐 지금, <리바이어던>을 읽는다면, 강한 공권력을 강한 군주가 아니라, 강력한 ‘법’으로 치환해서 읽어보자. 그러면 나름대로 도움이 되지 않을까.



<자유론>

내가 기부하는 것은 원하지 않고, 다른 사람이 기부하는 것을 통해 혜택만 누리고 싶어하는 이기적인 성향을 알 수 있죠. 사실은 우리 모두 그러할 것입니다. 인간이니까요. p.224

진정한 민주주의는 개별성을 존중하는 데서 시작된다는 기본을 잊어서는 안됩니다. 우리는 이 개별성을 지키기 위해 끊임없는 토론과 논쟁, 그에 따른 합의와 원칙들을 필요로 합니다. 이 과정들이 귀찮다고 누군가에게 위임한다면 그것은 기껏 찾아온 권리를 다시 왕이나 신과 같은 권력을 노리는 사람에게 주는 거나 마찬가지 행위입니다. p233



나는 하고 싶지 않지만, 남은 해야한다는 인간의 이기심. 존 스튜어트 밀은 이러한 인간의 이기심을 이야기 한다. 토마스 홉스처럼 인간은 악하다는 성악설을 기초한다. 이런 인간의 이기심을 규제하기 위해서는 민주주의의 꽃인 ‘법’이 필요한데, 그렇다면 과연 이 ‘법’의 테두리 안에서는 어디까지 자유가 허용될까?


우리는 흔히 민주주의하면 다수결 원칙을 이야기한다. 소수의 의견은 묵살되고, 다수의 의견을 따른다는 것이다. 이게 과연 정당한 민주주의일까? 우리는 정말 올바른 민주주의를 배운 것일까? 소수의 의견을 묵살하는 건 개인의 의견을 짓밟고, 그저 다수의 의견을 따라 획일화하는 것 뿐이다. 정당한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소수의 의견일지라도 토론과 논쟁이 필요하다. 군주제였던 조선의 왕 세종 조차도, 신하들과 끊임없는 대화를 하지 않았는가. 지금 대한민국은 소수의 의견에 대해 어떻게 반응하고 있는지, 다시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레벨3: 생각하는 인간

-마이클 샌델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리처드 도킨스 「이기적 유전자」, 올더스 헉슬리 「멋진 신세계」, 칼 세이건 「코스모스」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돈은 더 지불하고 합의와 원칙 위에 서는 것, ‘내 돈 내고 더 편하게 이용하겠다는데 뭐가 문제야?’ 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이런 사고는 곧 국민주권 국가의 기본 전제인 합의와 원칙이 때에 따라 무시되는 결과를 불러올 수도 있습니다. p256




16세기 유럽, 카톨릭을 지탄하는 종교개혁이 시작되었다. 그 이유는 하나다. 카톨릭이 부패하여 돈으로 면죄부 장사를 했기 때문이다. 돈만 있으면 아무리 큰 죄를 지어도, 카톨릭에서 판매하는 면죄부만 사면 사실상 무죄가 되었다.



그렇다면 내가 살고 있는 지금 대한민국은 어떤가. 정말 안타깝게도 중세 유럽과 다를바가 없다. 돈으로 못 사는 것이 없다. ‘유전무죄무전유죄’라는 말까지 있지 않은가. 정말 돈만 있으면 무엇이든지 다 이루어지는 바로 그런 사회가 바로 지금, 내가 사는 이 나라다. 그런데 정말 돈이면 다 되는걸까? 이런 사회가 정말 제대로 굴러가는 사회인걸까?



<멋진 신세계>

『멋진 신세계』가 소름 끼치는 이유는 『멋진 신세계』에서 그려내는 미래가 실제로 멋지게 보일 수도 있다는 사실 때문입니다. 『1984』는 두렵고 공포스러운 미래이기 때문에 읽으면서 경계하게 되지요. 반면 『멋진 신세계』는 새로운 세계의 통제자가 이 세계의 시스템을 설멍하며 주인공에게 “이만하면 멋진 신세계 아닌가?”라고 불어보는데, 단번에 부정하기가 힘들어요. 일견 합리적인 부분도 분명히 있거든요. p278

애초에 직업적 필요에 의해 설계된 대로 태거나기 때문에 실업이란 있을 수 없고 누구나 자신의 직업에 만족하죠. 애정이라는 개념이 없으니 인간 관계에서 문제가 생기지 않고요, 가족간의 문제 역시 없죠. 가족이 없으니까요. 이렇게 가족도 없고 연인도 없는 세계는 외로워야 정상일 것 같지만 외로움 역시 없습니다. 오히려 ‘만인은 만인을 위해 존재한다’는 명제를 지키며 살기 때문에 사람들은 서로 연결되어 있고, 누구와도 잠자리를 하며 외로워하지 않습니다. p.284 



위 플라톤 <국가>편을 읽으며 떠오른 게 있었으니, 바로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다. 플라톤이 말한 것 처럼 각각의 계급에 맞게 설계되어, 계급에 맞는 일을 하고, 그런 사회에 불만조차 없는 사회. 과거 같았으면 이런 책을 읽고 그저 웃고 지나갔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은 <멋진 신세계>에서 태어나는 자유 의지 없이 정해진 대로 생활하는 계급별 인간들처럼, 주입된 학습으로 자유의지가 없이 일을 하는 인공지능이 나왔다. 자, 이제 이 책을 그저 웃고 즐길 수 있을까?



지금이야 인공지능이 할 수 있는 일이 한정적이지만, 그 범위가 넓어진다면 어떻게 될까. 단적인 예가 자율주행이다. 인공지능이 운전하는 자율주행이 사용화 된다면 자율주행차를 타고 있는데, 차 앞에 차에 어린아이가 있다고 치자. 차가 어린아이를 치면 운전자인 나는 살 수 있지만, 내가 핸들을 틀어 아이를 살릴 수도 있다. 다만 아이를 살린다면 내가 죽는다. 이런 경우 자율주행차는 어떤 선택을 해야할까? 백이면 백 운전자인 나를 살리고, 어린아이를 치어 죽이는 선택을 하게 될 것이다. 물론 어떤 선택이 정답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인간은 이러한 상황에서 본인을 희생하는 선택을 하는 경우도 있다. 예를들어 tvN 드라마 <도깨비>의 지은탁 처럼..





이 책을 읽다보면, 저자가 어째서 레벨 1~3으로 구분을 했는지 자연스레 수긍하게 된다. 레벨1의 읽기는 ‘인류란 무엇인가’에 대한 깊은 고찰이다. 하지만 또 그렇다고 어렵지도 않다. 레벨2의 읽기는 그 인류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인류가 추구한 가치관이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보여준다. 레벨3 은 그 이후 미래의 인류의 삶, 앞으로 인류는 무엇을 추구하게 되는지를 생각한다.



책 한 권으로 이토록 방대한 지식과, 생각하는 방법을 배운다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다. 근데 이 책이 그 어려운 일을 아주 쉽게 해내고 있다. 


정말 이 책에서 언급한 18권의 책을 제대로 읽을 자신은 없는데, 그럼에도 읽고 싶다면, 바로 이 책 「지식편의점」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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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납 공부 - 오늘도 물건을 사버렸습니다
줄리 칼슨.마고 거럴닉 지음, 박여진 옮김 / 윌북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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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곧 새집으로 이사를 가기 때문에, 이 책을 읽었다. 최고의 인테리어를 하려면, 최고의 수납방법이 중요하니까. 하지만, 이게 참. 읽으면 읽을 수록 나와 너무 안맞는 책이었다. 뭐라고 해야할까, 모순적이라고 해야할까?



이 책의 저자는 최적의 수납을 위해서는 ①적게 사고 ②안 쓰면 버리고(기부하고) ③필요한 건 최대한 집에서 조달하고 ④정리의 달인에게 아이디어를 얻고 ⑤플라스틱은 사용하지 말고 ⑥가지고 있는 물건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⑦일상을 단순화하고 ⑧느긋하고 편안한 생활을 추구하라고 한다.

완전 이해가 되는 8가지 수칙이라 “오!” 했는데, 이게 참 읽으면 읽을수록 책 내용이 너무 모순되었다.



비우는 건 분명 동의하는데, 비우고 정리를 하기 위해 굳이 캔버스 천으로 만들어진 이케아 바구니를 사라고 한다. 부엌에 있는 각종 조미료들은 이쁜 유리병을 사서 소분해두라고 한다. 대체 이건 뭐지? 싶었다. 분명 적게 사고 비우라고 하면서, 필요한건 최대한 집에서 조달하라고 하면서 굳이 이 제품들을 사라고 하는 것도 참 당황스럽고, 부엌에 있는 간장이나 식용유, 설탕 등을 이쁜 유리병을 사와 소분해서 두라고 한다. 한 제품에 대해 굳이 공간을 2배로 쓰라는건가. 이게 정말 수납공부가 맞는 것인가. 읽으면 읽을 수록 너무 이케아 쇼룸을 보는 것 같아서 조금 당황했다. 저자가 서양인이라, 동양인인 나랑 안맞는건지. 에휴. 난 대체 어떤 도움을 받기 위해 이 책을 읽었나. 오랜만에 실패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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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탁소옆집 - 말하면 다 현실이 되는
조윤민.김경민 지음 / arte(아르테)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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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기 전 나는 당연히 에세이라 생각했다. 그도 그럴것이 아르테에서 나온 책이고, 표지나 제목만 보면 누가 봐도 에세이였으니까. 하지만 책을 읽고나니 전혀 다른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 책은 창업을 위한 지침서, 혹은 경영도서가 아닐까 하는. 과거에 식당 창업에 관련한 경영도서를 읽어본 적이 있었는데, 그 책과 이 책은 서술방식만 조금 다를 뿐 이었다. 그러니까 이 책은 에세이라는 가면을 쓴 창업지침서, 혹은 부업지침서 정도로 보면 될 것 같다.



그렇다고 오해는 금물이다. 이 책은 그저 그런 창업지침서나 부업지침서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 책의 저자 주인장 1,2는 모두 직장인이다. 나처럼 회사에서 월급을 받는 그런 직장인 말이다. 그런 주인장 1,2 자주 만나서 삽질을 하다가 시작하게 된게 바로, 맥주슈퍼 ‘세탁소옆집’이다. 주인장 1,2는 지금도 회사를 다니면서 세탁소옆집을 운영한다. 그것도 금호동 본점과, 한남동 2호점 두 군데를!



월급을 맏고 회사를 다니는 것과 순수하게 나의 사업을 하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 내가 모든 것을 결저알 수 있다는 것은 다르게 말하면 그만큼의 엄청난 책임감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그래서 우리가 택한 삽질은 바로 ‘사이드 허슬’ 이다. 사이드 허슬은 미국 스타트업의 성지인 실리콘밸리에서 사용되는 용어로, 회사를 다니면서 자기 개발을 하거나 혹은 자기가 관심있는 분야의 일을 과외로 해보는 것이다. 한마디로 회사를 그만두고 퇴사 후에 하는 것이 아니라, 회사를 다니면서 퇴근 후의 시간을 활용해서 해보는 일을 말한다. p242







그저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한 대사일 뿐이지만, 삽질하는 걸 좋아하는 주인장 1,2는 이 대사를 참 좋아한다. 삽질은 남들이 보기에는 참으로 의미없는 일이지만, 그런 의미없는 일을 함으로써 인생이 즐거워진다. 그래서 그런지 주인장 1,2는 이 대사처럼 남들이 보기에는 의미없는 삽질을 꾸준히 해왔다. 맥주슈퍼, 세탁소옆집의 탄생도 그런 삽질에서 태어났기도 했고.



‘집에서 마시는 것보다 돈도 벌고 좋은데? 그래. 이왕마시는 술, 생산적으로 마셔보면 어떨까?’ p. 020



세탁소옆집의 시작에는 사워 맥주가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워 맥주를 열심히 마시면서부터 맥주의 종류에 대해 더 깊이 파고들고, 새로운 정보에 즐거워하는 우리를 발견했기 대문이다. p.063



그저 덕질의 일부였던 맥주 라이프였는데, 지금처럼 마시고 사라지는 게 아닌 조금은 더 생산적인 방법으로 하고자 생각한게 바로 사이트 허슬을 이용하는 것. 그렇게 주인장 1,2는 퇴근 후 매일 맥주와 함께 하는 삶을 택했다.



금호동 주민들은 주로 동네에서 소비하고 문화를 즐기기보다 근처의 압구정 혹은 이태원으로 이동하는 편이었다. 하지만 분명 동네 상권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리라 생각했고, 여기에 기회가 있을 것이라 예감했다. 그래, 금호동으로 가자! p. 035



우리는 우리의 맥주 슈퍼가 맥주를 매개체로 하지만 단순히 맥주를 사는 공간만이 아닌, 콘텐츠가 살아 숨쉬는 문화 공간이 되기를 원했고 합의점을 도출했다. 첫째, 맥줏집이라고 해서 꼭 ‘맥주’ 라는 말이 상호에 들어갈 필요는 없다. 둘째, 트렌디하면서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중요하다. 이 두 방향을 바탕으로 다양한 아이디어를 브레인스토밍하기 시작했다. p.038



인테리어에서도 역시나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 간의 ‘커뮤니케이션, 커뮤니케이션, 커뮤니케이션’ 이다. 원하는 것에 대해서 명확하게 전달하는 것. 오해를 줄이고 합의점을 만들어가는 것이 시간 낭비를 줄이는 최선의 길이라는 걸 크게 배웠다. p.045



온라인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일방적이고 객관적인 정보의 제공이 아닌 주인장이 직접 하나하나 마셔보고 열심히 고민한 흔적이 담겨 있는 세탁소옆집만의 언어! 맥주 진열에도 저마다 개성이 담긴 맥주 설명 태그를 만들어 그 맛을 전달한다. p 073



맥주슈퍼 창업을 결정한 뒤로는 어디까지나, 창업자로써, 경영자로써 마인드를 가지고 접근했다. 많은 사람들이 회사를 퇴사하고, 제 2 인생을 산답시고 창업을 했다가 망하는 상황을 참 많이도 봤다. 그런 사람들이 실패하는 대부분의 이유는 사전조사 부족과 현장경험 부족에 있다. 주인장 1,2는 적어도 준비부족으로 인한 실패만큼은 없게끔 철저하게 사전조사를 했다. 철저한 상권분석과 미래가치 분석, 거기에다 단순히 맥주 슈퍼가 아닌 여러 콘텐츠를 융합시킬 수 있는 방법 등. 정말 회사 퇴근 후 제한된 시간만으로 이 모든 것을 했다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초보 창업자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열씸히 조사하고 두 발로 뛰었다. 그렇게 탄생한 곳이 금호동의 ‘세탁소옆집’ 이다.




세탁소옆집의 맥주 셀렉션은 두 주인장이 독단적으로 결정하지 않는다. 고객과 함께 만든다. 4차 산업 혁명 시대에 자주 등장하는 것 중 하나가 빅데이터 분석이다. 세탁소옆집의 맥주 셀렉션에서 고객이 중요한 까닭은 근본적으로 빅데이터 분석의 목적과 같다. ‘데이터를 통해서 고객을 이해해야 성공적인 비지니스가 이루어진다.’ 바로 그것이다. p.069



주인장들에게는 이런 커뮤니티가 자연스럽게 생기고 우리가 만든 브랜드를 진심으로 좋아해주는 사람들이 생겼다는 사실이 엄청난 자산이다. 이들은 자발적으로 주변에 브랜드를 알리는 홍보대사 역할까지 도맡는다. 부탁도 하지 않았는데 스스로 소문을 내준 많은 손님들과 단골들이 세탁소옆집의 성장에 정말이지 큰 역할을 해주고 있다. p.114



브랜딩은 인위적인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형성된다는 사실을 세옆을 통해 경험하고 있다. 다양한 아이디어 속에서 부르기 쉽고 기억하기 쉬운 태그라인으로 정체성을 찾는 과정이 코앞에서 벌어지고 있으니까. p.091



주인장1,2는 세탁소옆집은 창업 후에도 멈추지 않았다. 잠깐만 하고 문 닫을 가게도 아니니까. 본업은 회사는 회사대로 다니면서, 사이드허슬인 세탁소옆집도 즐겁게 운영하는 것. 하지만 두 가지 일을 한번에 하는 건 솔직히 쉬운 일은 아닐진데, 주인장 1,2는 어떻게 이 모든 걸 해내는 걸까? 그 저변에는 단연 세탁소옆집을 찾는 단골들이 아닐까 싶다. 



주인장 1,2가 바라던 건 세탁소옆집이 본인들만의 아지트가 아닌, 세탁소옆집을 찾는 모든 이들의 아지트가 되는 것. 그 바람은 이루어졌고, 실제로 뭐라고 해야할까? 지금의 세탁소옆집은 세탁소옆집을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이 꾸려가는 공간이 되었다.




삽질은 절대 다 성공하지 않는다. 하지만 삽질 한 번에 배움 한 번은 가능하다. 삽집의 중독성은 여기에 있는 것이 아닐까. 삽질이라는 판도라의 상자를 함부로 열지 마시라. 계속하고 싶어질 것이다. 그럼에도 과거로 돌아간다면 우리는 또 다시 삽질을 계속 할 것이다. 아무것도 안 하면 아무 일도 안생기니까. p.099



“어떻게 회사 일과 가게 운영을 같이 하세요?”


사람들이 이렇게 물어볼 때 마다 하는 대답이 있다.


“충분히 가능해요. 부모들은 회사 일 하면서 육아도 하잖아요. 실제로 아기는 스물네 시간 챙겨야 하지만, 저희아기(세탁소옆집)은 주 오 일, 하루 딱 다섯 시간만 봐주면 알아서 자거든요.” p247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건 굳이 퇴사를 하지 않아도, 의지만 있다면 창업을 할 수 있다는 것! 심지어 이런건 미국에서 ‘사이드 허슬’이라는 개념으로 너무 당연한 일이라는 것까지도. 물론 모든 직장인이 이렇게 사이드 허슬러를 꿈 꿀수 있는 건 아니다. 직장인이라는 건 같지만, 어느 직장을 다니는지에 따라 사이드 허슬 개발이 불가능할 수도 있으니까. 다행스럽게도 주인장 1,2는 우리가 꿈의 직장이라고 일컫는 그런 외국계 기업을 다니고 있는 사람들이었기에, 이렇게 성공한 사이드 허슬러가 될수있었다. 조금은 슬픈 사실이지만 직원을 소모품 취급하는 일부 국내 기업을 다니는 직장인이라면, 사이드 허슬은 꿈도 꾸지 못할 수도 있다. 그래도 이렇게 재미없는 집-회사-집-회사 루틴으로 고단한 일주일을 보내느니, 차라리 조금이라도 잠을 줄이고 주인장 1,2처럼 ‘나를 위해서’ 사이드 허슬을 개발해보는 건 어떨까? 



이 시점에서 짚고 넘어가야할 점은, 지금 우리가 다니는 회사는 우리를 책임져주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우리 스스로 우리를 책임져야하니, 한번쯤 사이드 허슬 개발을 해보는 것도 나를 위해서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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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 양념통을 받아왔을 때는 단지 새것이라는 이유만으로 ‘득템’한 기분이었다. 서랍장 형태의 통에 설탕과 소금, 고춧가루를 넣으면 되곘다고 구체적인 계획도 짜놓았지만, 슬프게도 플라스틱 양념통 역시 상부 장에 넣어둔 후 한 번도 꺼내지 않았다. - P31

이제서야 물건을 대하는 나의 태도가 확실해 졌다. 가지고 있는 물건이 절대 나를 대변해주지 않는다는 것을 안다. 물건이 아닌 나 자신을 스스로 기억하고, 추억해야 한다. 그러니까 물건에 너무 많은 감정과 에너지를 내어주지 않아도 괜찮다. - P206

처음에는 쓰레기가 우리 집, 내 공간, 내 시야에서 사라지는 것만으로 할 일이 끝난 것 같았다. 하지만 곧 내나 버린 물건들의 행선지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어디선가 다시 쓰이기를 바랐지만, 대부분은 재활용되지 못하고 쓰레기로 전락해서 매립된다는 것을 알았다. 잘 썩지 않는 플라스틱이 바다로 흘러들어가 생태계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 P95

‘쓰레기를 줄이는 방법’을 검색해보다가 아주 자연스럽게 ‘제로 웨이스트 운동’을 알게 됐다. 제로 웨이스트는 쓰레기의 사용과 배출을 최소화하려는 움직임으로, 실 생활에서 발생하는 쓰레기, 특히 비닐봉지나 플라스틱 용기 같이 썩지 않는 소재의 사용을 줄이려는 실천을 말한다. - P96

가방은 무거워졌고, 텀블러는 매일매일 세척해줘야 했다. 우리의 새로운 식수 생활은 생수를 사 먹는 일보다 훨씬 불편했다. 마시고 버리면 끝이 아니라, 손이 많이 가는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하므로 확실히 귀찮다. 하지만 생수보다 보리차가 더 맛 좋다. - P111

이제는 물건을 집으로 들일 때, 내가 물건을 제대로 쓸 수 있을지까지 생각해본다. 방법은 간단하다. 충동적으로 가지고 싶은 물건이든, 첫눈에 마음이 뺏겨버린 물건이든 간에 우선 이성을 앞세워 이 물건과의 마지막 순간이 어떨지 예상해보는 것이다. - P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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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한 분신이자, 최선의 친구이자, 생의 선후배 사이인 엄마와 딸. 엄마를 온전히 끌어안고 싶은 ㅁ아므을 가득 담아 써내려간 버킷리스트. 엄마와 안경점에 가기, 스마트폰 이모티콘 선물하기, 건강 검진 같이 받기, 노래 플레이리스트 공유하기 …….

거창하지 않지만 마냥 사랑스러운 에피소드들을 따라가다 ‘엄마를 업고 걸어가는 봄밤’을 거닐 수 있기를. 세상의 모든 설렘을 모아 엄마에게 스무 살 시절을 선물하고 싶은 딸만 있다면, 엄마에게 마음에 꽃이 피는 계절은 바로 지금이니까.

이모티콘을 이모콘티라고 말해서 딸의 짜증을 촉발시킨다. 그 엄마는 요즘은 컴퓨터의 컨트롤 브이와 컨트롤씨도 모른다고 또 딸에게 혼났다. 생각해보면 엄마는 딸에게 가나다라를 가르쳐주려고 수백 번 설명해주고, 더하기 빼기를 알려주려고 수백 번 가르쳐주었다. 걸음마를 가르쳐주려고 수천 번 알려주고 한 걸음만 떼도 물개박수를 쳐주셨다. 세상 이치를 알려주려고 수천 번이나 얘기해주시는데 딸은 이모티콘이나 컴퓨터 설명 몇 번에 짜증을 낸다. - P88

시간이 엄마의 얼굴에서 젊음을 가져갔다. 김진호의 <가족사진> 속 노랫말처럼 ‘나를 꽃피우기 위해 거름이 되어버렸던’ 엄마의 모습에 딸의 가슴이 무너진다. - P66

여행지는 어디든 좋다. 발 닿는 데로 가서 팔짱 끼고 걸으며 끝없이 수다를 떨면 된다. 무뚝뚝한 딸이라 미안하다고 속마음을 표현하기도 하고, 엄마가 내 엄마여서 행복하다는 고백도 해본다. 엄마는 내 사진을 예쁘게 찍어주고, 내가 엄마를 예쁘게 찍어주고, 이 골목 저 골목, 알려지지 않은 길을 걷다가 식당에 들어가기도 하고. 실수 좀 하면 어떤가. 엄마인데, 딸인데 ……. - P61

딸은 사실, 엄마의 아기 캥거루이고 싶다. 딸 옆에 엄마가 없으면 행복이라는 그림이 완성되지 않는다. 엄마가 딸에게 그러하듯 딸도 엄마에게 바라는 건 금은보화가 아니다. 엄마가 돈 걱정하지 말고 건강하기만 하면 된다. 옆에서 잔소리도 하고 도닥여주고 못난 딸 예쁘게 봐주면, 그러면 된다. 그러니 세상의 엄마들은, 딸을 위해서라도 건강해야 한다. - P48

저는 전생에 무슨 덕을 쌓았길래 엄마의 자식으로 태어났을까요?

엄마가 우리 엄마라는 사실은 제 인생 최고의 행운입니다.

엄마의 자식으로 태어나게 해주신 신께 감사합니다.

엄마가 계시기에 고통스러울 때마다 다시 힘을 냅니다.

엄마가 계시기에 눈물이 날 때마다 차라리 웃어봅니다.

엄마가 계시기에 무릎이 꺾일 때마다 주먹 쥐고 일어납니다.

엄마가 계시기에 땅을 보는 시선을 들어 하늘을 봅니다.

내 삶의 이유, 내 삶의 힘, 내 삶의 배경인 우리 엄마 - P1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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