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로 읽는 류큐 왕국
정진희 지음 / 푸른역사 / 2019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일본사를 공부하면서 공부하면서 궁금했던 부분이 있었다. 일본사를 공부할 때는 류큐처분’, ‘전쟁의 전초기지’, ‘미군정등의 단락적인 부분만 알려져 있는 곳, 오키나와의 역사이다. 지금 나에게 오키나와는 그저 일본이나 일본이 아닌, 일본 내에서도 엄청난 차별을 받는 섬이다. 헌데 이 책을 읽다보니 류큐는 내가 생각한 것 이상으로 더욱 일본의 식민지가 되었구나 싶었다.

 

난 지금의 오키나와가 아닌, ‘류큐였을 때의 역사를 알고 싶었다. 우리 빛나는 문화재 조선왕조실록에서도 수십, 수백번 이름이 나오는 그 류큐에 대해서 궁금해졌다. (류큐=유구)

 

조선왕조실록

-태조실록 1, 태조 1818일 정묘 1번째기사 / 유구국의 중산왕이 사신을 보내 조회하다

-태조실록 2, 태조 1년 윤1228일 갑진 2번째기사 / 유구국 중산왕이 신하라고 칭하면서 예물을 바치고, 포로 8명을 송환하다

-태조실록 6, 태조 399일 병오 1번째기사 / 유구국 중산왕이 망명한 산남왕의 아들을 보내 달라고 청하다

-태조실록 13, 태조 7216일 계사 1번째기사 / 진양에 우거 중인 유구국 산남왕 온사도가 소속 15인을 거느리고 오니 의복과 양식을 주다

-정종실록 6, 정종 21015일 병오 7번째기사 / 유구 국왕 찰도가 사신을 보내 방물을 바치고 또 왕세자에게 예물을 바치다

-태종실록 20, 태종 101019일 임자 2번째기사 / 유구국 중산왕 사소가 모도결제를 보내 조현하고 포로 14명을 송환하다

-성종실록 81, 성종 866일 신축 1번째기사 / 유구 국왕이 내원리주 등을 보내어 글과 토산물을 보내다

-성종실록 105, 성종 10610일 을미 1번째기사 / 제주도 표류인 김비의 등으로부터 유구국 풍속과 일본국 사정을 듣다

-선조실록 25, 선조 241024일 병진 2번째기사 / 김응남이 중국에 갔을 때 유구의 사신이 와서 일본의 침략 의도를 보고하자 황제가 칙서를 내리다

 

 

조선왕조실록을 펴보니 유구에 대한 기록은 정말 너무 많아서 뭘 포스팅해야할지 모를 지경이었다. 류큐는 류큐는 신생 국가 조선의 건국을 축하하기 위해 사신을 보내오기도 했었고 그 이후에도 수 많은 사절을 보냈다. 그 뿐이랴? 조선왕조 실록에는 류큐의 역사에 대해 생각보다 많이 기록되어 있다. 예를 들어 태조실록 2권에 있는 유구국 중산왕이 망명한 산남왕의 아들을 보내 달라고 청하다이 기록을 보면, 당시 류큐는 조선처럼 통일 국가가 아닌 최소 2개 이상의 국가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수 있다. 뭐 잡소리는 여기서에 멈추고, 자세한 내용은 이제 본 책인 신화로 읽은 류큐왕국으로 돌아와본다.

 

책 처음에 나오는 부분은 바로 용어풀이다. 그리고 이 용어풀이가 정말 중요하다. 현재 오키나와가 일본의 영토가 되었다고 해서, 당연히 일본사에 익숙한 일왕가, 일본 신도, 창세신화 등 단어가 쓰인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나 역시 그런생각으로 이 책을 폈다가 호되게 당했다. 오키나와 아니, 일본의 영토가 되기 전의 류큐국은 일본과는 전혀 다른 독자적인 왕조, 종교체계가 있었다. 당연히 용어도 다르다.

 

일본 본토에서 신을 모시는 신녀(미코)들이 있었듯 류큐에도 그에 상응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다만 직급별로 부르는 명칭이 다르다. 일본에서 각 지역을 통치하던 영주를, 류큐에서는 아지라고 불렀으며, 그 영토에 지어진 성곽에 대해서는 구스쿠라고 부른다. 정말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용어가 다르다.

 

용어풀이로 기본적인 개념을 머리속에 넣고 나면, 류큐국 중산왕조에 대한 연표가 나온다. 근데 이게 참 이상하다. 연표의 시작년도가 ‘1118~’이다. 이 당시면 우리나라에선 고려라는 통일왕국이 있었으며, 심지어 이때는 당대 내노라하는 외척 집안인 인주 이씨, 이자겸이 권세를 주무를 때다. 이런 시기에 류큐라는 왕조가 시작된건가? 라는 생각이 스쳤더랬다. 하지만 책을 읽고 알게 된 사실은 조금 달랐다.

 

류큐는 1118년 중산왕조(순천왕통~)이 시작되기 전 까지 여러 지역에서 각각의 지배자, 즉 아지가 있었다. 뭐 고려로 치면 호족이라고나 할까? 아니면 옛 고구려, 백제, 신라가 성립되기 전 군장국가들이 넘쳐났던 삼한시대라고 해야하나?뭐 여튼 그런 시대였다. 물론 그 때도 중산왕조는 있었나보다. 다만 그 중산왕조는 류큐 창세신화와 연결된, 하늘의 후손인 천손가 25대까지 그 지역을 다스렸다는 것. 그러다 순천왕통으로 넘어오면서 군장국가들이 싹 정리되고 중산왕조 하나로 합쳐지는 뭐 그런 왕조시대로 넘어온다. 이후 17C에 일본 규슈지역 사쓰마번 (시마즈)에서 류큐를 침공할 때 까지 중산왕조는 계속 이어진다. 근데 이상한게 ... 이 왕조가 혈연으로 이어진게 아니라는 점이다. 순천왕통이 끝난 다음, 과거 류큐를 만들어 초기 중산을 다스렸다는 천손이 후손 영조 왕통이 들어서고, 그 다음에는 혈연관계 1도 없는 그냥 농민의 아들인 찰도 왕통이 들어섰다가, 그 다음에도 역시나 혈연관계 1도 없는 찰도 왕통, 1상왕조, 2 상왕조가 들어선다. 이거 참 신기하기 그지 없다. 어떻게 한 왕조 안에서 여러 왕통이 들어설 수 있지? 나라이름 바꿀 생각이 없었나...?

 

, 근데 여기서 중요한 점은.. 류큐의 역사서라고 알려져 있는 중산세감, 채탁본 중산세보, 채온본 중산세보, 류큐국유래기등이 전부 일본 규슈, 사쓰마 침공 이후 기록되었다는 점이다.

 

신화의 문자화, 다시 말해 사유나 관념, 상징으로 향유되는 신화가 이야기의 형태로 기록될 때, 그것은 신화를 즉정한 의미를 지니는 것으로 재편하려는 의도에서 이루어진다는 신화 일반론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_P 175

 

이 책에서는 각 왕통의 시조들에 대한 신화를 이야기한다. 그리고 하나같이 그 시조들은 하늘()과 연관이 있다. 아 중산왕조를 시작한 순천왕통은 좀 다르다. 순천씨의 부친은 글쎄.... 일본 본토에서 호겐의 난 때 이즈오시마로 유배를 당한 미나모토 다메토모 라는 것. 미나모토는 겐지라고도 불리며, 당시 일본 일왕가의 방계가문이었다. 아 근데 또 일본 일왕은 창세신화로 보면 또 태양신 아마테라스의 후손이니, 결국 하늘의 자손인건가?

 

근데 이런 순천씨의 이야기는 정말 실제일지는 의문이 들 수 밖에 없다. 위에서도 말했듯 류큐의 역사서는 사쓰마의 류큐 침공 이후에 집필되었기 때문이다. 일본 본토는 류큐를 상대로 일류동조론을 펼쳤다. 아마 순천씨 이야기가 그 일류동조론의 일환이 아니었을까? 1백년전 일본이 우리나라를 침략했을 때 우리를 상대로 일선동조론과 내선일체론을 펼쳤던 것 처럼 말이다.

 

...무튼 영조 왕통의 영조는 순천씨 이전의 천손의 후손이니 당연히 하늘의 자식이며, 찰도 왕통의 시작인 찰도는 그 유명한 선녀와 나무꾼설화에 나오는 선녀가 엄마다. 1, 2 상왕조의 시조는 죄다 하늘의 선택을 받은 왕이다. 근데 또 미묘하게 이 하늘의 선택 혹은 하늘의 후손이라는 일화를 보면 우리의 왕조 신화같은 느낌이 들지 않는다. 오히려 유교에서 나오는 그런 하늘()의 느낌이랄까?

 

조선과 거의 겹치는 역사적 시간위에 존재했던 류큐왕국은 동아시아 책봉-조공 체제의 일원이었고 동아시아 문명권의 공통적 문화기반이었던 유교와 불교, 한자문화를 공유했다. 동아시아 중세 왕조 국가로서의 일반적 특성을 지닌 듯 보이지만, 왕국을 지배한 류큐 왕권의 주요 기조 가운데 하나는 고유의 신화적 논리였다. _P 019

 

그럴수 밖에 없었던 거였다. 류큐라는 나라는 위에서도 언급했던 독립국가였다. 또한 섬으로 이루어진 나라이기 때문에 먹고 살기 위해서는 이웃 국가와의 교류가 절실 할 수 밖에 없었다. 그 옛날 장보고가 해상무역에 통달했던 것 처럼, 류큐 역시 해상무역에 일가견이 있는 나라였다. 그렇기에 배를 타고 중국까지 가서 책봉-조공관계를 맺었고, 한반도에도 주기적으로 왔었다. 그러니 중국과 한반도에 퍼져있는 유교적 세계관이 류큐에 도입될 수 밖에 없었던 거다.

 

외부적으론 해상무역 활동으로 어엿한 동아시아 일원이었던 류큐, 내부적으론 다른 나라에 비하면 많이 늦었기는 하지만 하나의 왕조로 통일해가고 있었던 류큐였다. 그들 나름대로 평화적으로 살았겠지만, 아 물론 왕조를 통일해가는 과정이나 왕통이 변경되는 과정에선 분명 피튀기는 혈전이 있었겠지만(중산왕 연표를 보면 각 왕들이 재위기간이 정말 짧....), 적어도 외부인 입장에서 류큐는 나름대로 평화로웠던 것 같다. 그러다 일본 규슈세력 사쓰마번(시마즈)가 류큐를 침략한거다. ? 당시 일본은 임진/정유재란에서 패배하고 그 활로를 모색했어야 했으니까. 그 방안 중 하나가 바로 류큐였다.

 

사쓰마의 침략과 간섭으로 왕조의 독립성에 심각한 훼손을 입게되었지만, 류큐 왕조는 지속될 수 있었다. 그 까닭은, 임진왜란으로 중국과 교류를 차단당한 일본 막부가 류큐를 그 통로로 남겨놓으려 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통설이다. 사쓰마 침입 이전 류큐 왕국은 중국과 조공-책봉 관계를 맺고 있던 동아시아 국제 사회의 당당한 일원이었다. 일본 막부는 류큐 왕국을 존속시키는 한편 자신들의 세력을 노골화하지 않음으로써, 류큐와 중국 간의관계를 유리하게 활용하려 헀던 것이다._P 178

 

조선왕조실록에도 사쓰마의 류큐 침공에 대한 기록이 나와있다.

 

조선왕조실록

또 유구(琉球)와 일본 양국의 일을 물으니, 대답하기를,

"유구는 일본에 소속되었는데, 남경과 복건 사람들이 또한 양국과 서로 왕래하고 있다." 하였다.

-효종실록 8, 효종 3330일 신축 2번째기사 1652년 청 순치(順治) 9/ 정의현에 표류한 중국 상인에게 중국·일본의 상황을 물어보다

 

이렇게 류큐는 중국이 아닌, 일본에 조공을 하는 류큐번이 되었다. 그리고 시간이 더 흘러 1879년 일본 메이지 정부 폐번치현의 일환으로 류큐번은 사라지고, 오키나와 현이 생긴다. 이를 일본사에서는 류큐 처분이라고 부른다. 지들 멋대로 류큐라는 지역을 처분한거다. 그 이후? 오키나와는 일본의 제국주의의 피해를 고스란히 받았고, 2차 세계대전 중 일본 영토에서는 유일하게 전쟁영토가 되었다. 그것도 아주 치열한 오키나와 전투가 있었던 지역말이다(오키나와 전투로 오키나와 주민이 최소 이상이 학살당했다). 일본이라는 나라는 그 어떤 전쟁을 하던 자국이 아닌 남의 나라에서 했는데, 오키나와에서 전쟁을 했다는 사실은 오키나와를 자국 영토가 아닌 식민지로써 혹은 처음부터 전쟁기지로 사용하기 위한 수단이었던 것이다.

 

 

류큐 라는 역사를 지닌 채 일본의 일부가 된 오키나와는 일개 지방이 아니라 제국 일본의 내부 식민지 였다._P 026

 

하지만 평화의 나라로 환기되곤 하는 류큐도 실제가 아닌 이미지에 가깝다. 류큐 왕국 역시 여느 왕국처럼 투쟁과 정복 위에 세워진 국가였고, 왕권을 둘러싼 피의 쟁투와 그로 인한 왕통의 변화도 겪었다. ‘평화왕국 류큐라는 유토피아에 대한 상상은, 많은 민간인 희생자를 낸 오키나와 전투의 경험, 제국 일본의 패전 이후 실시된 미군정, 섬 곳곳에 설치된 미군 기지로 인해 상존해온 전쟁에 대한 공포 등 평화롭지 않은 현실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빚어낸 또 하나의 허상이다. _031

 

지금 일본에게 오키나와는 또 다른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다. “일본은 전쟁의 피해자다라는 슬로건을 걸고 말이다. 지들이 일으킨 전쟁인데!!! 오키나와 전투 당시 이렇게나 많은 사람들이 죽었으니, 당연히 일본이 피해자다라고 생각하는거다. 물론 오키나와 한 섬만 봤을 때는 전쟁의 피해지역이라고 부를 수 있다. 하지만 여기서 죽었던 수 많은 오키나와 사람들이 누구 손에 죽었나?라는 측면에서 보면 대체 가해자는 대체 누구인가? 싶은거다. 학살당한 수 많은 오키나와인이 일본군인 손에 강제 자살당했다. ‘미군에게 잡히는 수치를 당하느니, 그냥 죽어라라는 미명하에. 일본은 그 점을 묵살하고 있다. 오로지 오키나와의 전쟁의 피해자의 이미지를 부각시키고 있다. 원폭을 맞은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와 함께.

 

오키나와라는 섬은 전쟁의 피해자는 맞지만, 그게 일본이라는 나라가 전쟁의 피해자라는 공식이 성립되지 않는다. 아우 걍 도쿄올림픽 망해라 하고 저주를 퍼붓고 싶어졌다.

근데 또 이렇게 일본을 욕하자니, 오키나와와 비슷한 우리 제주도의 역사를 봤을 때.... 참 꽁기꽁기 하다ㅠ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핀과 제이크의 어드벤처 타임 코믹스 Volume 2
라이언 노스 지음, 브레이든 램 외 그림, 서애경 옮김, 정한결 감수 / 작가정신 / 2019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핀과 제이크의 어드벤쳐 타임 코믹스 Vol. 2

 


앞선 스펙타클한 모험이 1권이라면, 이번에는 2!

2권이라서 그런지 이번에는 인물소개 페이지가 없다. 대신 핀과 제이크가 사는 집이 대문짝만하게 뙇! 뭔가 이런 모양의 집을 본 듯한 기분이 드는데..! 어떤 만화인지는 기억이 안난다 ㅠㅠㅠㅋㅋㅋㅋ 속표지도 1권과는 다른 일러스트!


 

2권의 시작은 메인 이야기가 아닌 아주 짤막한 에피소드다. 이 에피소드가 끝나고 메인 이야기가 시작되지만, 요 에피소드... 짧은 이야기라고 그냥 지나치면 안된다. 무려 또 다른 를 만나는 시간이니까 ㅋㅋㅋㅋ (뭐 정확히는 날 닮은 너?!)



 

특히 중요한건...! 이 짧은 에피소드에 무지개콘(레이니콘)이 등장한다는거 !!! 물론 제이크의 아내 무지개콘이 아닌, 또 다른 무지개콘이지만..ㅋㅋㅋ

 

#핀과제이크#어탐 이 미국 만화인지라, 당연히 미국스타일의 만화지만... 이 무지개콘은 유일한 #한국 캐릭터다. 미국판 애니메이션을 보면 무지개콘만 혼자 한국말을 한다. 미국 애니메이션에서 한국말이 나오니, 한국어를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영어자막이 붙는 다는 건 또 다른 TMI.

 

뭐 여튼...그렇다 ㅋㅋㅋ

 


자 드디어 메인 스토리 !!!! 모든 일은 매드 사이언티스트(ㅋㅋㅋㅋ) 버블검 공주가 만든 타임머신에서 시작된다. 아 이렇게 말하니 꼭 버블검 공주가 문제인 것 만 같은 느낌이 들지만.....뭔가 일러스트가 너무 매드 사이언티스트 ㅠㅠㅠㅋㅋㅋㅋ

 


현재에서 타임머신으로 인한 발생한 문제는 뒷처리가 힘들지언정, 나름 수습하기 편할......뻔 했는데!! 우리와 핀과 제이크, ....커다란 난관이 둘 앞에 들이닥친다. 이 난관을 어떻게 헤쳐나가는가...! 는 역시나 책을 직접 읽는 걸로 >.<ㅋㅋㅋ

 


#핀과_제이크의_어드벤쳐_타임 ! 만화인데도 불구하고 어린아이 뿐만 아니라, 어른들에게까지 인기가 있는 이유를 이제서야 알았다. 핀과 제이크 덕분에 오랜만에 동심으로 돌아간, 말 그대로 어드벤쳐 타임을 즐긴 독서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핀과 제이크의 어드벤처 타임 코믹스 Volume 1
라이언 노스 지음, 셀리 페럴라인 외 그림, 서애경 옮김, 정한결 감수 / 작가정신 / 2019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올해 박대리님을 통해 알게 된 출판사 #작가정신. 순수문학이나 일반문학과는 담을 쌓았던 나에게, 문학이 무엇인지를 조금이나마 알려준 출판사다. 독서편식을 조금이나마 완화시켜주는데 도움이 되었고! 얼마전에 작가정신에서 #작정단 (작가정신 서평단!)을 뽑는다 하여 슬쩍 지원을 해보았는데, 세상에나 마상에나 문학신님의 은총(!!)인건지 작정단에 선정되었다.

 

그리고..

 

두근반 세근반 되는 마음으로 받아든 첫번째 책은 글쎄 핀과 제이크의 어드벤쳐 타임 코믹스. 문학 소설을 받을 거라 생각했던 나는 순간적인 동공지진@.@ 하지만 생각해보면.... 내가 가지고 있는 무민코믹 스트립도 작가정신에서 출판되었다는 점! 전혀 이상할 게 없었다. 덕분에 오랜만에 동심으로 돌아간 것 같고 ㅋㅋㅋㅋㅋ 심지어 과거에 카툰 네트워크 파워퍼프걸도 재밌게 봤었기에, 그 때를 떠올리며 읽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핀과제이크어드벤쳐타임 (일명 #어탐 )은 현재 케이블 채널 카툰 네트워크에서도 방영을 하는 최신 인기 만화라는 것!

 


핀과 제이크의 어드벤쳐 타임 코믹스 Vol. 1

 


이 만화에 나오는 캐릭터들.. 기본적인 생김새는 이렇다. 단순하면서도 특색있는, 특히 눈 보다 입모양을 강조하는 전형적인 미국식 캐릭터의 모습을 갖췄다. ‘인간이 주로 나오는 만화책을 보던 사람들에게는 조금 생소할지도 모르지만, 이 캐릭터들...볼 수록 정말 정겹다 ㅋㅋㅋ

 

특히 캐릭터 생김새와 이름이 아주 똑! 떨어진다. 특히 이 책을 보다보면 진심 이름이 딱 그대로구나 싶다. ! 정확히는 주인공인 #핀과제이크 를 제외한 나머지 캐릭터들의 이름들이다. 핀과 제이크는 주인공이라서, 딱 주인공 다운 이름? 딱 입에서 대뇌면 딱 떨어지는 듯한 이름으로 지어진 것 같다.

 

이렇든 저렇든 캐릭터 생김새며 행동이며 이름과 딱 떨어진다는 점!

 

1권은 어드벤쳐 타임이라는 제목에 걸맞게, 정말 스펙타클한 어드벤쳐(모험ㅋㅋ!!)가 핀과 제이크를 기다리고 있었다. 바로 핀과 제이크가 사는 우 대륙을, 그 곳에 사는 모든 생명체를 파괴하려고 하는 악당과의 대결!!!!!

 


지금은 몇시?!

어드벤쳐 타임!!

 

핀과 제이크가 핀치를 타개하려는 이 상황에도 작가만의 개그코드가 페이지 구석구석에 담겨있다. 특히 페이지 하단에 있는, 보일랑 말랑하는 작가의 말들. 이게 정말 소소하게 웃긴다 ㅋㅋ

 

너도 지금 우주에서 숨 쉬고 말할 수 있게 해주는

마법의 옷을 입고 있을 수도 있어. 모를 일이잖아?

 

때로는 어릴 때 믿었던, 지금도 믿고 싶은 그런 문구도 있다. 누군가는 피식-하고 웃고 지나갈 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나에게는 순간의 위로를 주는 그런 말들이었다.

 

악당 리치를 상대하기 위해서는 핀과 제이크 두 사람의 힘만으로는 역부족! 핀과 제이크는 친구들(?)의 도움을 받기 위해 #어벤져스 결성!!!!

 

다음 이야기는? 직접 책으로 읽는걸로 >.<ㅋㅋㅋㅋㅋ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개와 고양이에 관한 작은 세계사 - 애완동물에서 반려동물로, 인간의 역사와 함께한 사랑스러운 동물들의 이야기 풍경이 있는 역사 6
이주은 지음 / 파피에(딱정벌레) / 2019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눈숑눈숑 밀푀유님의 신간, 「개와 고양이에 관한 작은 시계사」.

「스캔들 세계사」 시리즈나 「은밀한 세계사」를 너무 재밌게 봤기에 이 책 역시 당연히 재밌을 거라 생각하고 구입했다. 그리고 역시나 재밌었다 ㅋㅋㅋ 정말 밀푀유님은 말솜씨가 기똥차다. 한 번 읽으면, 끊을 수 없다. 완전 중독성 갑!! (밀푀유님 블로그.. 왕좌의게임 포스팅 이후로 업데이트가 안되서 슬픔 ㅠㅠ)


이번 세계사 이야기는 앞선 세계사 시리즈와는 조금은 다른 느낌이다. 지금까지 역사 이야기를 읽노라면 그 주인공은 당연히 사람이었다. 근데 이 책에서 나오는 이야기 주인공들은 다름 아닌 동물, 그것도 반려동물 이야기다. 심지어 종류도 다양하나. 언제든 친숙하게 볼 수 있는 개와 고양이, 비둘기를 시작으로 앵무새, 코끼리, 기린, 코뿔서, 북극곰 등등등. 더 놀라운건 이런 반려동물의 이야기를 연대순으로 보면 기원전 1세기까지도 올라간다는 사실!


앞선 세계사 시리즈 처럼 이 책 역시 단편들을 한 데 엮은 책이다. 다만, 이 책을 읽기 전 감안해야 할 부분이... 이 이야기는 어디까지나 과거의 이야기라는 것. 고로 지금 처럼 ‘반려동물’에 대한 개념이 없었다는 거다. 동물별로 다르긴 하지만 어떤 시대에서는 ‘신’으로 추앙받는 경우도 있었고, 또 어떤 시대에서는 ‘악마’로 취급받는 경우도 있었다. 물론 대게는 ‘주인을 기쁘게 하는 애완동물’인 경우가 훨씬 많았지만 말이다.


예나 지금이나 반려동물 관련 사업은 핫한가보다. 요새도 길가는 반려견을 보면 각종 옷, 목걸이, 심지어 가방까지 수 많은 장식을 한 모습을 볼 수 있다. 근데 이게... 옛날부터 그랬다는게 넘나 소오름이다.

기원전 1401년부터 기원전 1391년까지 이집트를 통치했던 제18왕조 제8대 왕인 투트모세 4세 시절 살았던 왕실 부채관리인이자 24살쯤에 사망한 마이헐프리라는 사람의 무덤에서는 유리잔, 도자기, 화살통 2개, 화살 75개, 고기, 빵과 더불어 개목걸이 2개가 출토되기도 하였습니다. 선인장 꽃과 말들이 그려진 개몰걸이에는 황동 단추가 장식되어 있고, 아이벡스와 가젤을 사냥하는 개들이 그려진 다른 목걸이네는 개의 이름인 ‘탄타누트’가 새겨져 있습니다. _P 016

유럽의 왕족들은 반려동물들을 호화롭게 장식하는 데 특히 공을 들였습니다. 개들은 세밀하게 장식된 밥그릇에서 고급 음식을 먹었고 원하는 것을 모두 들어주는 하인들이 있었으며 벨벳이나 실크로 만든 쿠션, 또는 아예 왕의 침대에서 늘어지게 잠을 자곤 했습니다.
프랑스의 샤를 5세는 작은 강아지를 위해 종이 달린 은목걸이와 백합문양을 금실로 수놓고 금으로 만든 걸쇠를 단 파란 비단 목걸이를 주문했습니다. 파란 천 위의 금색 백합은 프랑스 왕실의 상징이니 누가 보아도 왕의 기앰을 알 수 있었습니다. 프랑스 왕 루이11세의 그레이하운드는 무려 20개의 진주와 11개의 루비가 장식된 붉은 목걸이를 하고 다녔습니다. _P 022


와... 정말 그야말로 ‘개팔자가 상팔자’다. 심지어 이건 개에 한정된 게 아니다. 왕족/귀족들의 사랑을 받은 다양한 새, 족제비, 다람쥐 등도 이런 호화스런 장신구를 달았다고 하니, 와. 왕족/귀족만 살기 편한 시대인 줄 알았더니, 왕족/귀족이 키우는 애완동물까지 살기 편한 시대였다. 이런 동물들을 보는 서민들은 얼마나 박탈감이 느껴졌을까. 그래서 그랬을까? 불만을 품던 서민들은 불만의 칼끝을 귀족이 키우는 애완동물에게 향했다.

제대로 먹지도, 자지도 못하고 죽어라 일만 하며 스트레스로 폭발 직전이던 일꾼들은 신이 나서 나무 몽동이와 쇠막대를 들고 길거리에서 눈에 띄는 고양이란 고양이는 죄다 잡아 죽이기 시작했습니다. 주인마님이 애지중지하던 라그리즈도 예외는 아니었죠. _P 065


정말이지 난 강형욱 훈련사 같은 사람은 이전에도, 이후에도 없을 거라 생각했다. 진짜 본인 스스로 강아지‘강’씨라고 할 만큼 강아지에 대한 사랑이 지극하신 분이니까(과거에 세나개 본방사수하며 겁나 팬이 된1인). 헌데 왠걸? 과거에도 있었다. 심지어 이 사람은 개 뿐만 아니라 각종 동물들을..ㄷㄷ

아 물론 동물을 극심하게 사랑한다고 하기엔 어패가 있.......긴 하지만, 뭐 그래도 동물을 사랑하기는 엄청 사랑한 사람이었나보다.

19C 중반에 세상을 떠난, 그의 이름은 윌리엄 버클랜드. 그는 웨스트 민스터의 주임 사제이자 고생물학자이자 지질학자이자 광물학자이자 신학자이자 동물수집가이며 동물학자였다. 그가 발견한 것 중 제일 유명한 건 ‘메갈로사우르스’. 당시에는 공룡이라는 존재 자체도 없었던 시대였다. 그런 시대에 버클랜드가 발견한 거대한 뼈는 얼마나 충격적이었을까. 오죽하면 그 이름을 ‘거다란 도마뱀(메갈로사우르스)’라고 붙였겠나. 근데 뭐 이건 고생물학자로써 버클랜드이고, 동물학자로써의 버클랜드는 또 새로운 면모를 보인다.

동물이라면 살아 있는 것도, 갓 죽은 것도, 죽은 지 아주아주 오래된 것도 모두모두 좋아했던 버클랜드의 집은 동물원을 넘어서 거의 야생수준이었습니다. (중략) 버클랜드 부부는 이 동물들과 함께 잠을 자고 밥을 먹고 연구하고 먹었습니다. 응? 잠깐 멈칫한 당신을 위해 다시 말씀드리면, 버클랜드는 자기가 키운 동물은 물론, 곤충까지 대부분 먹어치웠습니다. _P 112


하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동물을 정말 사랑해서 동거동락하지만, 그 동물을 먹어치웠습니다. 정말 난 무엇을 읽었나 싶었지만, 뭐 지금 우리 가치관으로 당시의 사람들을 이해하려 하면 안되는거니까. 하 ㅋㅋㅋㅋㅋㅋ그래도 뭔가 막, ...하 ㅋㅋㅋㅋㅋㅋ근데 버클랜드는 동물이나 곤충만 먹은게 아니었다.

버클랜드는 동물한테서 나온 거라면 고기뿐만 아니라 피도 먹고 배설물까지 먹었습니다. 이와 관련된 일화도 있답니다._P113


강형욱 훈련사도 과거에 강아지 배설물을 직접 맛봤다고 했었는데, 하...... 버클랜드는 종류 불문, 동물한테 나오는 거라면 죄다 맛을 봤다. 이거 참 뭐라해야할지, 참ㅋㅋㅋㅋ 건강에도 안좋을 것 같은데, 정작 본인은 73세까지 산 거 보니 건강했었나 싶고. 동물학자, 훈련사 등등 관련 직업을 가지려면 이 정도는 해줘야 하나 싶고.......정말 놀라울 따름이다.


이 책에는 고양이에 대해 극명하게 대비되는 이야기가 몇 편 나온다. 고대 이집트에서는 신으로 추앙받았고, 중세 유럽에서는 마녀가 키우는 동물이라며 악마취급을 당했다. 그러다 근대에 들어와서는 특히 뱃사람들 사이에서 행운의 상징으로 추앙받았다. 정말 고양이만큼 다사다난한 이야기를 가진 동물이 또 있을까 싶다.

기원전 1세기 무렵의 그리스 역사가인 디오도로스 시켈로스에 따르면 만약 이집트에서 누군가가 신성한 동물들, 고양이라든가 따오기 등을 살해할 경우 무조건 사형에 처했습니다. 군중은 고양이 살해자에게 손톱만큼의 자비도 보이지 않고 아주 잔인한 처벌을 요구했으며 가끔은 재판조차 치르지 않고 사형을 집행하기도 했습니다. _P 033


이렇게 고대부터 신으로 추앙받던 고양이들. 이후에는 농사꾼의 천적인 쥐를 잡아먹는 다는 것이 알려진 뒤 이집트를 떠나 전 유럽에서 사랑받았다.

그런데..! 문화적 발전이 엄춰버린 암흑기, 중세유럽인들은 고양이를 이상하게 쳐다보기 시작한다. 고양이의 생활습관 및 사냥습관, 심지어는 아름다운 눈동자까지 악마와 연결시키며, 잔혹한 대 학살극까지 벌어진 것이다.

‘내가 돼지우리에 고양이가 있기에 그 고양이의 오른쪽 뒷다리를 곡괭이로 후려쳤더니, 저쪽 오솔길에 혼자 사는 수상한 여자가 다음날 오른쪽 다리를 절고 다니더라! 마녀가 고양이로 변신했던 것이 틀림없어!’. ‘얼마전에 숲의 노파한테 비키라고 욕을 했는데, 얼마 뒤에 왠 고양이가 우리 집 소 등위에 앉아있더라. 그 소는 다음 날 갑자기 피를 토하고 죽었어. 마녀가 저주를 내린거야!’ _P 054

당시 교황이었던 그레고리9세는 1233년 6월 13일에 교서를 발표했다. 악마 숭배자들에겐 철퇴를 내려야한다고. 당시 고양이는 마녀가 키우는 동물이라는 풍조가 팽배하였므로.. 길거리에 있는 모든 고양이들은 그렇게 참혹하게 죽어갔다. 책 속에는 당시 중세유럽인들이 어떻게 고양이를 죽었는지 자세하게 나와있지만, 차마 포스팅으로 옮길 수가 없을 정도로 잔혹한 죽음이다. 정말 중세 유럽은 암흑기다. 문화적으로만이 아니라 정말 모든 분야에서.

그래도 꽤 오랜시간이 흐른 덕분인지, 중세시대가 종말을 고했기 때문인지 알수는 없으나 고양이에 대한 평판이 바뀌기 시작했다. 중세유럽에서는 악마로 보였던 고양이의 쥐 사냥이, 근대에 들어와선 사람들에게 정말 유익한 행동으로 변한 것이다. 심지어 악마 그 자체라고 했던 검은 고양이는 근대에 와서는 행운의 여신이 되었다.

‘배를 탄 고양이는 태풍을 몰아낸다’, ‘검은 고양이를 키우면 그 힘이 바다에까지 미친다’, ‘고양이 꼬리에는 태풍을 불러낼 수 있는 마법이 있다’, ‘고양이가 다가오면 행운이지만 오다가 돌아가면 불운이다’ _P 164

1900년대 후반, 바다사람들 사이에서 떠돌던 미신이다. 바닷사람들이 배를 탈 때는 고양이를 배에 두는 것이 필수였고, 배에 고양이가 없다면 쥐가 화물을 갉아 먹었을 경우, 화물 주인은 배의 주인에게 고소를 할 수 있었다고 한다. 즉, 고양이는 바다사람들의 축복이자 신이었다.

그리고 지금, 고양이는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다. “나만 없어, 고양이!!!” 라는 영화와 명언까지 만들어 냈으니 말 다 했다. (나도 없다, 고양이 ㅜㅜ)


이 책에는 두 마리 코끼리에 대한 이야기가 있다. 한 코끼리는 이름이 점보, 또 다른 코끼리의 이름은 메리이다. 이 두 코끼리의 이야기는 ‘세상에서 제일 잔인한 동물은 인간이다’라는 사실을 뇌에 선명하게 각인시켜 주었다.

아기코끼리 점보. 점보는 사냥꾼들에게 가족을 잃고 홀로 서커스단에 팔려왔다. 점보는 서커스 상품으로써, 수많은 아이들을 자기 등에 태웠다. 서커스단은 그렇게 많은 돈을 벌었다. 하지만 그 당시 ‘동물 보호’에 대한 인식이 없었기에, 점보의 사육환경은 상상이상으로 최악이었다. 서커스단 단장은 더이상 점보를 케어할 수 없는 상황까지 왔는 데, 때 마침 그 시기에 점보가 기차에 치어서 죽는 사건이 발생한다. 정황상 사고보다는 서커스단에서 고의로 죽인 것으로 보이지만, 뭐. 그래도 죽어서나마 자유로워지려나 싶었던 점보는 죽어서도 자유롭지 못했다. 사람들은 죽은 점보의 시신을 박제하여 역시나 돈벌이로 사용하였다. 상아는 조각내어 팔았고, 고기는 정육점에다 팔았으며, 내장은 불태웠다. 심지어 점보의 기름은 진통제라며 병에 담겨 팔려 나갔다. 당시 점보의 뱃속에는 호루라기, 동전, 열쇠 등 별의별 물건들이 발견되었다고 한다.

아기 코끼리 메리. 메리 역시 점보처럼 사냥꾼에게 잡혀와 서커스단에 팔려왔다. 점보와 똑같이 서커스 상품으로써 활용되었다. 역시나 ‘동물 보호’는 개나 줘버리는 인식이 팽배했다. 당시 메리에게는 오래된 충치가 있었는데, 하필 조련사가 이 부분을 건드리는 사고가 발생했다. 메리는 몸부림을 쳤고, 조련사는 메리의 발에 치여 사망하고 말았다. 사람들은 사람을 죽인 코끼리를 죽여야 한다고 강하게 외쳤고, 실제로 메리를 죽였다. 그것도 아주 잔인하게.

메리를 죽이기 위해 수 많은 살해방법이 거론되었는데 하나 같이 잔인하기 그지 없는 방법들이었다. 그 중에서 그나마 채택된 방법이 철도 조차장에 있는 기중기에 목을 매다는 것. 메리가 죽어가는 과정 역시 참혹하기 그지 없었다.

어린 코끼리가 두려움에 떨다가 식음을 전폐하면 억지로 입을 열고 위스키를 강제로 먹였고, 훈련 중 말을 듣지 않으면 채찍이니 불훅같은 도구로 피부가 찢어지고 뚫리도록 인정사정없이 폭행했습니다. 피부가 두꺼워 보인다고 해서 고통을 느끼지 않는 것은 아닌데도요. 불훅은 코끼리를 사람의 입맛에 맞게 움직이게 할 때 사용하는 잔인한 도구로, 새의 부리처럼 휘어진 뾰족하고 날카로운 쇠가 막대 끝에 달려있습니다. 코끼리 조련사들은 갓 잡혀 온 아기코끼리의 온몸을 묶고는 귀 뒤, 항문, 무릎, 정수리, 코, 잎, 눈가를 세게 찔러대며 불훅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를 기억하게 합니다. 불훅 트라우마에 몸부림치던 아기 코끼리는 훗날 4톤이 넘는 강한 어른 코끼리가 되어서도 불훅 앞에서 공포에 떨며 반항하지 못하고 인간이 시키는 대로 고분고분하게 되지요. 이러한 끔찍한 도구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사용되고 있으니 코끼리가 묘기를 부리는 서커스나 코끼리를 탈 수 있다는 관광상품을 보신다면 한번쯤 다시 생각해보면 어떨까요. _P 215


이 지구상에서 제일 위험하고 무섭고 잔인한 동물은 다름 아닌 인간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름다웠던 우리에게
이창현 지음 / 지식과감성# / 2019년 8월
평점 :
절판


작년까지만 해도 읽지 않던 장르 중 하나가 #에세이 였다. 올해들어서 독서편식을 줄여보고자 에세이도 한 권, 두 권 읽기 시작했다. 다만 지금까지 읽은 에세이는 일종의 일기 형식으로 쓰여진 글이었다. 그래서 이번에 읽은 이창현 에세이 「아름다웠던 우리에게」 역시도 그런 류라고 생각했는데, 웬 걸!

이 에세이는 짧은 글이라고 해야할까, 감성 시(詩) 라고 해야할까, 뭐 여튼 그런 형식의 에세이였다. 뭐 독서편식을 타파하기 위해 읽기 시작한 에세이니까. 긴 글이면 어떻고 짧은 글이면 어떠하랴. 다만 감성적인 짧은 글은 어떤 마음으로 읽어야 할지 모른다는게 함정이라면 함정이다.



학창 시절 문학 시간에 ‘시(詩)’에 대해 배울 때 유독 어려웠던 나였다. 그나마 이해했던 분야는 시대 불문 ‘정형시’로 적힌 것들. 그 외의 시는... 하....

내가 이해 못할 것들은 ‘시적 허용’이라는 이름 하에, 시에서만 허용이 되는 것들이었다. 물론 같은 시적 허용이어도 흐름이 끊기지 않는 시는 예외다. 눈으로 읽고, 소리내어 읽을 때 흐름이 끊기지 않는 시라면 좋았다. 어떤 시든 좋았다. 대표적인게 윤동주님의 시랄까?


하지만 ‘틀’에서 벗어나고, 읽을 때 흐름이 끊기는 시는 이래저래 불편했다. 이런 시가 그렇다. 시라고 해야하나, 짧은 글이라고 해야하나. 하지만 나의 편협한 생각과는 다르게 이 분도 이런 글을 쓰며 누군가에는 감성 깊은 시, 좋은 시라고 박수를 받았을 거다. 그렇게 박수를 받고 호응을 받았기에, 자신의 글을 모아 에세이집을 발행했겠지. 무엇보다 이 책은 저자의 세 번째 에세이집이다. 지금에 와서 깨달은 건 이런 짧은 글이나 시는 분석하려는 눈으로 보는게 아니라, ‘감성’이라는 눈으로 봐야 한다는 사실이다. 하.. 난 심지어 문과생이었는데, 감수성이 메말랐는지ㅜㅜ 수련이 부족한가보다.



나름 틀에서 벗어나서, ‘감성’이라는 눈으로 읽으려고 노력하다보니 꽤 마음에 드는 구절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정확히는 뭔가 생각을 할 수 있는 구절이랄까?


당신이란 꽃은 아름다워요.
당신이 가지고 있는 아름다움을
잊지 말았으면 해요.
예쁘게 피어난 이 꽃 처럼
내게 항상 예쁜 사람이 되어주세요.


사람은 저마다 꽃을 피울 꽃봉오리와 같다. 꽃 한송이를 피우기 위해 물도 주고, 벌레도 쫓아내는 등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듯, 나를 위한 꽃을 피우기 위해서는 내 자신에 대해 먼저 알고, 내가 무엇을 잘하는지, 내가 좋아하는 건 무엇인지 등 나를 알아가는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나를 위한 이 꽃을, 온전히 나만을 위해 피우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꽃을, 자기가 원하는 데로 피우기에는 시간이 부족하고 여유가 부족하지는 않을까? 물론 온전히 내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나를 위한 꽃을 피우려면 정말 많은 시간을 들여야 한다. 하지만 그 시간 동안 이 힘든 세상을 살아내는데 내 온 힘을 쏟게 마련이다. 나를 돌아 보며 내 자신을 알아가야 하는 그 시간에, 먹고 살기 위해 아등바등 바쁜 일상을 보낸다. 아마 그게 나를 포함한 모든 현대인이 겪는 일이 아닐까. 안타까운 일이다. 언제쯤 우리 모두가 나만을 꽃을 피우기 위해, 내 자신을 온전히 바라 볼 수 있을까?

(뭐지????! 난 ‘감성’의 눈으로 보고 있는 것이 맞는건가. 이건 감성의 눈으로 보는게 아닌 것 같은데 ㅠㅠㅠㅠ... )


내가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항상 좋은 날만 가득하길 바란다.
가끔은 슬픈날도 있겠지만, 오래 슬프지 않기를 바란다.

(아..... 역시 이런 감성글은 나랑 거리감이 있..다......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