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화와 칼 - 일본 문화의 틀
루스 베네딕트 지음, 김윤식.오인석 옮김 / 을유문화사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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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문화, 일본인에 대해 제일 객관적인 저서로 꼽히는 책인 루스 베네딕트의 국화와 칼. 일본과 일본인을 주제로 한 대부분의 자료에서 공통적으로 인용한 책이 바로 이 책이다. 덕분에 이 책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 지를 쉽게 알 수 있었고, 꼭 읽은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던 책이기도 하다. 단 한 번도 이 책을 읽어본 적이 없음에도 말이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내 오판이었다. 나는 단순하게 이 책은 일본인의 이중성 내지는 양면성, 혼네/타테마에 등에 저술했다고만 생각했다. 이 책을 다 읽은 지금, 이 책의 의도가 단순히 일본인의 이중성을 밝히는 거라고 단언하기에는, 이 책은 일본인에 대해 너무 많은 것을 담고 있었다.

 

이 책, 국화와 칼의 저자 루스 베네딕트는 일본인에 대한 내용을 쓰면서, 정작 일본에는 단 한번도 방문한 적이 없었다. 솔직히 너무 충격적이었다. 일본을 방문한 적이 없는데, 어떻게 이렇게 기록할 수가 있지? 싶었다. 이 책은 서양인의 눈으로 본 일본인이되, 그 일본인을 아주 오랫동안 옆에서 관찰하고, 그들과 동거동락하며 기록한 내용처럼 정말 세밀했기 때문이다. 아니,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자세하게 쓸 수 없다고 생각한다. 헌데도 이렇게 방대한 양을 기록했다는 건 그녀는, 그녀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일본에 관한 많은 서적을 읽었고, 일본은 가지 못했지만 일본이 아닌 제 2국에 있는 일본인을 만나서 관찰했다는 거다. 루스베네딕트, 그녀는 정말 대단한 문화인류학자다.

 

루스 베네딕트가 국화와 칼이라는 책을 집필하게 된 계기는 태평양 전쟁이 끝나갈 무렵의 미국 정부의 요청이었다. 당시 일본은 미국이 생각했던 것 과는 너무 다른 모습으로 전쟁에 임했기 때문이다. 분명 전세는 미국으로 기울었는데, 일본은 계속 죽음을 불사하며 전쟁에 임했다. 전세를 바꾸는 데 1도 도움이 되지 않았음에도, 일본은 자살특공대를 활용했다. 심지어 일본의 자살특공대는 그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했다. 지금 우리가 봐도 충격적인데, 당시 이런 일본을 상대한 미국은 얼마나 황당했겠는가. 그래도 일단 전세는 미국쪽으로 기울었으니, 일본이 패전하게 될 경우 이 나라를 어떻게 이끌어가야 할 지 연구도 필요하고 그렇기에 일본이라는 나라에 대해 아는게 시급했다.

 

일본에 대해 연구한 루스 베네딕트는 일본이 어떤 나라인지를 알기 위해 연구했다. 그리고 그녀는 그 답을 찾았다. 대체 무엇으로 일본인의 행동을 설명할 수 있는지, 일본인을 지배하는 관념이 대체 무엇인지를 말이다. 그녀가 찾은 해답은 바로 이 것들이다.

 

일본인이 사용하는 범주와 상징을 조금만 이해한다면, 일본인의 많은 행동적 모순은 이미 모순이 아니라는 점을 발견 할 것이다._ P 043

 

알맞은 위치 - /(/, /) - 의리/義理 - 수치/- /- 인정/人情

 

우리가 알고 있는 수 많은 일본인의 이중성, 모순된 행동은 위의 다섯가지 항목으로 충분히 설명이 된다. 다만 여기서 우리가 알아야 할 점은 우리가 생각하는 은()과 일본인이 생각하는 은()이 다르고, 우리가 생각하는 의리(義理)와 일본인이 생각하는 의리(義理)가 다르다는 점이다. 수치, , 인정도 모두 우리가 생각하는 의미와는 다르게 보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아마 평생 일본을 이해하지 못할 지도 모른다.

 

어떤 포로는 죽여 달라고 요청했고, “그러나 당신들의 관습이 그것을 허락하지 않는다면, 모범적인 포로가 되고싶다.”라고 말했다. 이들은 모범적인 포로 이상이었다. 오랫동안 군 생활을 한 극단적인 국가주의자였던 그들은 탄약고의 위치를 알려 주고, 일본군의 병력 배치 상황을 상세히 설명해주고, 미군의 선전문을 쓰고, 미군의 폭격이에 동승하여 군사 목표로 유도해주기까지 했다. 그것은 마치 새로운 페이지를 넘기는 것 같았다. 새로운 페이지에 쓰인 것과 낡은 페이지에 쓰인 것은 정 반대였지만, 그들은 새 페이지에 쓰인 구절을 한결같이 충실하게 실천했다. 물론 포로 전부가 그랬던 것은 아니다. _P 071

 

미국은 이러한 일본인의 모습을 이해할 수 없었다. 분명 죽창을 들고 자기를 죽이기 위해 미친듯이 달려오던 일본군이 그 태도를 180도 바꾸는 모습, 근데 심지어 그 모습이 정말 진실된 모습이라는 사실이 얼마나 당황스러웠을까? 하지만 포로로 잡혔던 저 일본군 입장에서는 그 나름대로 자기가 현재 처한 알맞은 위치에 맞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끈임없이 죽여달라고 요청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던 포로들은 자기 위치에 맞지 않는 행동을 했느냐? 그것도 아니다. 끊임없이 죽고자 했던 포로는 당시 일왕에 대한 으로, 적군에게 잡힌 수치심으로, 자기 이름에 대한 의리를 지키기 위해 죽고자 한 것이다. 정말 소름돋게도 서로 다른 행동을 한 일본군 포로들이지만, 이 포로들은 전부 본인들의 살면서 새겨온 그 가치에 따라서 움직인 것이다.

 

일본이 태평양전쟁을 일으킨 이유도 알맞은 위치라는 가치관에서 설명이 가능하다. 무엇보다 이는 일본이 자국 국민들에게 태평양전쟁에 대해 가르고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당시 일본은 자기네 나라가 아시아에 있는 여러 국가들의 형이라고 생각했다. 모름지기 형이라는 위치는 동생들을 잘 돌보아야 하는 법이다. 일본의 가정은 아버지(연장자)가장이 되어 가정을 진두지휘한다. 아버지가 가장의 위치에서 내려오면, 다음 가장은 장남이된다. 일본은 자기들이 말하는 대동아 공영권에서, 지네 나라가 형의 나라이기 때문에 그 가장의 역할을 하려고 한거다. ‘가장의 대표적인 역할이 우리를 괴롭히는 사람들로부터 우리를 지키는 것인데, 이 때 일본이 말하는 우리를 괴롭히는 사람들은 서양이었다. 그러니 일본은 형(가장)이라는 위치에서 동생들과 힘을 모아 외세와 맞서 싸웠다는 이론이다. 이게 일본이 말하는 태평양 전쟁, 아니 대동아전쟁이다.

 

그렇다면 저 가장의 알맞은 위치, 일본이 규정하는 알맞은 위치는 대체 무엇일까.

 

그 어떤 나라든 근대화가 되기 이전에는 전부 계급제가 있었다. 일본도 그러했다. 하지만 그 계급제도가 여타 다른 나라와는 조금 달랐다. 대부분의 나라는 을 비롯하여 귀족, 백성, 천민 으로 구성된다면, 일본은 그렇게 간단히 말하기가 어려운 구조다. 왕은 있는데 그 왕이 정치를 하지는 않았다. 근데 또 그 왕을 무시하자니, 그 왕이 정치를 하는 쇼군을 임명했다. 그러면 쇼군이 일본이라는 나라를 다스렸나? 그건 또 아니다. 이라 부르는 지역별로 다이묘(영주)들이 있었다. 각 번에는 다이묘를 모시는 가신집단이 있었고, 그와 별도로 농사를 짓는 농부들이 있었다. 물론 고대, 중세, 근세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기는 하지만, 일본의 계급제는 다른 나라의 그것과는 확실히 달랐다. 이렇든 저렇든 계급제 국가에서는 쿠테타 내지는 혁명이 일어나기 마련이다. 한국의 역사만 봐도 그렇지 않은가. 가깝게는 조선시대 동학농민운동, 조금 더 올라가면 고려시대 만적의 난 등.. 하층 계급에 있는 사람들이 들고 일어났다. 하지만 일본은 그런게 없었다. 일본에도 분명 하층계급이 있었는데, 그들은 그걸 당연시 했다. 불합리하다는 의문을 갖지 못했다.

 

이렇든 저렇든 일본에서도 서민 계급은 분명히 있었다. 높으신 분들에게 피 쪽쪽 빨리는 계급이 있었다는 말이다. 하지만 그들은 그것에 대해 의문을 갖지 않았다. 그들은 이라는 테두리 안에 있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였고, 그게 본인들의 위치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정말 쉬운 것에서 찾을 수 있다. 바로 저들이 말하는 천황이다. 만세일계 현인신이라는 천황은 일본의 국교인 신토의 중심에 서 있는 사람이다. 일본인의 정신을 사로잡고 있는 신토, 그 중 최고신인 태양신 아마테라스의 직계 후손이 바로 천황가라는 것이다. 3자의 눈으로 봤을 땐 뭐 저런 제도가 있지? 싶을 수 있는 그 천황제가 일본인에겐 태어나면서 접하는 살아있는 인간신 이라는 이야기다. 신이 우리 곁에 있으니, 우리도 당연히 이 자리를 지켜야된다. 라는 거랄까.

 

그래서 미국은 태평양전쟁이 끝난 뒤, 천황제를 없애지 않고 오히려 이용했다. 일본인은 천황이 하라고 하면 당연히 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천황이라는 존재가 계속 있어야만 전쟁 후 일본을 통치하는데 수월하다는 것을 안 것이다.

 

12세기 이래 쇼균이 실권을 박탈당한 천황의 이름을 가지고 이 나라를 통치했던 것이다. 어떤 시대에는 직능이 극단적으로 분할되어, 유명무실한 주권자인 천황이 세습의 세속적 수장에게 위탁한 실권이, 그 수장의 세습적 정치 고문에 의해 행사되는 경우도 있었다. 기본적 권력은 항시 이중 삼중으로 위탁되었다. 도쿠가와 막부의 명백이 끊어지려는 최후의 시기까지도, 페리 제독은 일본 권력 구조의 배후에 천황이 존재하고 있음을 알아차라지 못했다. _P 102

 

성조기에 대한 충성이 정당 정치를 초월한 영역에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천황은 침범할 수 없는 것이었다. 우리는 만일 그것이 인간이라도 온당치 않은 것으로 생각할 정도로 국기를 정중하게 다룬다. 그런데 일본인은 더없는 상징성을 지닌 인간을 철저하게 활용했다. 국민은 공경을 다하고 천황은 거기에 응답했다. 그들이 천황이 국민을 염려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황송하여 눈물을 흘렸다. 그들은 폐하의 마음을 편안케 해드리기 위해온 몸을 희생했다. 일본처럼 완전히 개인적 유대 위에 입각한 문화에서는, 천황은 국기 따위는 감히 미치치 못하는 충성의 상징이었다. _P 178

 

일본인의 삶은 태어나면서 짊어지는 의무가 있다. 그게 바로 은혜()이다. 이 은혜가 무엇인고 하면, 평생 다 갚지 못하지만 갚아야 하는 부채이다. 그럼 대체 무엇이 은인가? 대표적인 것이 바로 천황에 대한 보은()이다. 부모에 대한 은()이다. 이 두 가지는 일본인으로 태어났다면 절대 벗어날 수 없는 개념이다. 특히 일본인의 정신을 지배하는 가치관 중 제일 우선시 되는 것이다. 만약 충과 효에 충돌이 생긴다면, 당연히 충을 따라야한다. 물론 여기에 함정이 있긴 하다. 충을 따르면서 효를 저버리게 되는 경우가 생기면, 효를 저버렸다는 것만으로 자기 이름 내지는 명예를 모욕한 것이 되버린다. 그럼 그 끝은? 결국 할복이다. 두 가지의 가치관이 충돌할 경우, 그 끝이 할복(자살)로 끝나야만 하는 것이다. 그래야 충도 지키고 효도 지켰다는 명예를 얻게 된다. 일본인들이 유독 자살에 열광하는 이유가 이런 이유다. 사무라이 할복, 연인의 자살, 전쟁의 자살특공대 등, 유독 자살에 개의치 않고 오히려 미화가 되는 이유는 이러한 점에서 기인한다.

 

국화와 칼164P - 일본인의 의무 및 반대 의무 일람표

 

일본인에게 형성되는 이런 가치관을 보다보면 의문이 생긴다. 저런 이론이라면 태평양 전쟁에서 패전했을 때, 당시 천황은 할복했어야 했다. 일본 전국시대에서 각 다이묘들의 전쟁만 봐도, 전쟁에서 질 경우 자신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할복을 한다. 일개 다이묘들도 그랬는데, 일본을 대표한다는 천황이 전쟁에서 졌고, 자기 나라의 명예를, 본인 이름의 명예를 더럽혔다. 일본인의 가치관으로 보면 더럽힌 명예를 깨끗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은 할복 밖에 없는데, 천황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근데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천황의 태도 역시 일본의 가치관으로 설명이 가능하다는 거다. 바로 알맞은 위치’. 전쟁에서 졌고, 본인은 패전국의 수장이라는 위치를 지키며 유례없이 미국에 충성을 했다. 정말 반항 1도 없이..

 

천황이 입을 열자 전쟁은 끝났다. 천황의 목소리가 방송되기 전에 강경한 반대자들은 궁성 주위에 비상선을 치고 정전선언을 저지하려 했다. 그런데 그 선언을 일단 발표한 다음에는 모든 사람이 그것에 승복했다. 만주나 자바의 현지 사령관도, 일본에 있던 도조(도조 히데키, A급 전범), 누구 하나 그것을 거역하려 하지 않았다. 미군은 비행장에 착륙하여 정중한 환대를 받았다. 한 외국인 기자가 서술한 바와 같이, 아침에는 소총을 겨누며 착륙했지만, 점심 때는 총을 치워버렸고, 저녁때는 이미 장신구를 사러 외출할 정도였다. 일본인은 이제 평화의 길을 따름으로써 천황의 마음을 편안케해드렸다. 1주일 전까지 그들은 천황의 마음을 편안케 해드리기 위해 죽창으로라도 오랑캐를 격퇴하기 위해 몸을 바치겠다고 했었다. P_181

 

현대 일본인이 자기 자신에게 행하는 가장 극단적인 공격 행위는 자살이다. 그들의 신조에 따르면, 자살은 적절한 방법으로 행한다면 자신의 오명을 씻고 죽은 후 평한을 회복하는 역할을 한다. 미국에서는 자살을 죄악시 하여 절망에 자포자기하여 굴복한 것으로 치부하지만, 자살을 존경하는 일본인에게는 명확한 목적을 지니고 행하는 훌륭한 행위가 된다. 자살이 이름에 대한 의리에서 당연히 선택할 수 밖에 없는 가장 훌륭한 행동방식이 되는 경우도 있다. _P 225

 

일본은 시작부터 모순적이었다. 모순은 그 땅에서 나고 자라는 사람들이 곧이 곧대로 받아들여 그들의 삶의 방식이 되었다. 우리가, 주변의 여러국가가 모순적이라고 말하는 그들의 삶이, 그들에게는 너무나 당연하고 정상적인 삶이었다. 그건 일년이 흐르든, 십년이 흐르든, 시간이 흘러도 절대 변하지 않았다. 그렇게 일본은 그 모순을 들먹이며 이웃나라를 침략하였으며, 침략한 사유를 모순적인 가치관을 들어 정당화시켰다. 아니 지금도 정당화시키고 있다.

 

 

 

성조기에 대한 충성이 정당 정치를 초월한 영역에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천황은 ‘침범할 수 없는 것’이었다. 우리는 만일 그것이 인간이라도 온당치 않은 것으로 생각할 정도로 국기를 정중하게 다룬다. 그런데 일본인은 더없는 상징성을 지닌 인간을 철저하게 활용했다. 국민은 공경을 다하고 천황은 거기에 응답했다. 그들이 천황이 ‘국민을 염려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황송하여 눈물을 흘렸다. 그들은 ‘폐하의 마음을 편안케 해드리기 위해’ 온 몸을 희생했다. 일본처럼 완전히 개인적 유대 위에 입각한 문화에서는, 천황은 국기 따위는 감히 미치치 못하는 충성의 상징이었다. - P178

현대 일본인이 자기 자신에게 행하는 가장 극단적인 공격 행위는 자살이다. 그들의 신조에 따르면, 자살은 적절한 방법으로 행한다면 자신의 오명을 씻고 죽은 후 평한을 회복하는 역할을 한다. 미국에서는 자살을 죄악시 하여 절망에 자포자기하여 굴복한 것으로 치부하지만, 자살을 존경하는 일본인에게는 명확한 목적을 지니고 행하는 훌륭한 행위가 된다. 자살이 이름에 대한 의리에서 당연히 선택할 수 밖에 없는 가장 훌륭한 행동방식이 되는 경우도 있다. - P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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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보니 초라한 스물아홉이 되었다
김세미 지음 / 지식과감성#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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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책 제목을 보자 느꼈다. 이 책은 꼭 읽어봐야 된다고 .

 

반짝 반짝 빛나던 나의 10대 때, 난 지금 이 나이가 된 내 모습이 어떨지 막연하게 생각했다. 적어도 10대의 내가 생각했던, 지금의 내 모습은 언제나 당당했다. 적어도 지금처럼 내 의지와는 다르게 하루하루 치열하게 살며 사회에 굽신거리는 모습은 아니었던 것 같다. 특히 올해 들어 유독 삶이, 정확히는 회사에 찌들어 하루하루 치열하게 살고 있는 내 삶이 너무 힘들었다. 아니지, 지금도 힘들다.

 

그 동안 나는 얼마나 일 했을까? 문득 궁금해졌다. 20~29, 10(120개월) 동안 내가 일한 기간이 얼마나 될까? 나름대로 아르바이트는 열심히 했었던 것 같은데. 평생 이렇게 한량으로 지냈던 것 같지는 않은데 말이다.대충 주말, 파트타임, 단기 아르바이트 등 전부 합쳐 55개월 (47개월) 정도 일했더라. _P 021

 

30살이 가까운 성인이 돼서도 10대 때와 변함없이 부모님의 희생으로 살아간다는 게 참 비참한 거더라. 나이 먹을 만큼 먹어 놓고도 여전히 자기 인생 하나 간수하지 못하는 무능력함이 사람을 참 초라하게 만든다. 어쨌든 나는 부모님의 삶을 지불하고 나의 편안함을 누리고 있다. _P 025

 

저자는 스물 아홉인 지금 백수다. 이 책을 다 읽은 지금 저자가 백수인 이유는 딱 두가지다. 반은 사회를 쉽게 바라보고 하루하루를 보낸 탓, 나머지 반은 어쩔수 없는 저자 본인의 건강 탓일 것이다. 하지만 저자가 겪는 희귀병, 이러한 건강 문제는 많은 사람들에게 일어나는 일은 아니니, 일단 그 부분은 잠시 뒤로 하고 그 외의 저자의 삶을 보자. 저자는 정말 사회를 쉽게 바라본 듯 하다. 그저 사람들이 말하는 희망적인 문구를 믿었고, 그에 수반되는 노력을 등한시했다. 시간이 흐르면 자연히 뭐든 될 거래 생각했다. 그리고 10년이 지난 지금이 되어서야, 본인이 그 노력을 안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 책은 저자 본인이 치열하게 살지 못한 자신의 삶을 반성하고, 후회하며, 한창 잘 살아야하는 그 10년을 아무 생각없이 보내면 어떤 모습이 되는 지를 몸소 보여주고 있다.

 

20~24살 조금더 놀고, 이 고민 저 고민 하면서 정신 못 차리고 흐지부지 시간을 보내며 그렇게 오래 딴짓을 해도 여전히 20대 초반일 것만 같았다. 그러다 어느 날 분득 내 나이가 몇인가 생각해 보니 어느새 20대 중반이 돼 있었다. 20대 초반에 쌓았어야 할 스펙과 경력이 텅텅 비니까 20대 중반부터 줄줄이 안좋은 상황이 터지기 시작했다. _P 104

 

난 대학을 졸업하자 마자 지방 세무서 인턴을 반 년 정도 하다가, 지금 회사에 입사한 지 벌써 만 9년 하고도 몇 개월이 지났다. 사대보험을 따박 따박 내면서 경제생활을 한 지가 벌써 10. 물론 그 이 전 학교를 다니며 아르바이트를 한 것 까지 생각해보니, 정말 난 언제나 돈을 벌며 하루 하루를 살아왔다. 그렇다고 우리집이 생활하기 어려운 집안도 아니었다. 우리집은 어느 집에서나 볼 법한 평범한 맞벌이 가정이었고, 두 분은 나와 내 동생을 부족함 없이 키워주셨다. 그저 나를 너무 강인하게 키우신 부모님 덕택에, 내 용돈은 내가 벌어 써야될 것 같았고, 학자금도 내 돈으로 내야 될 것 같았으며, 결혼자금과 집 구매도 내 돈으로 해야될 것 같았다. 그래서인지 또래보다 경제생활을 더 빨리 시작했고, 덕분에 또래보다 수중이 넉넉하기도 했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뭐든 이라는 게 있다. 공부를 열씸히 해야할 때, 아무 생각 없이 그 날을 즐기며 놀아야 할 때, 미래를 생각하며 열심히 일을 해야하는 때. 하지만 나는 그 를 잘 못 맞췄던 것 같다. 특히 놀아야 할 때를 말이다. 청춘이 빛나는 시기라는 20. 나의 20대는 전부 지금의 회사였다. 그저 회사에서 열씸히 일했다. ! 그 중간 중간에는 공부를 더 해보고 싶다며 몇몇 자격증을 따기도 하고, 방통대 편입을 하여 2년만에 졸업하기도 하였다. 아무래도 많은 친구들이 아직 대학을 다니고 있었기에, 그래서 더욱 학업에 대한 욕심이 생겼던 걸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공부를 좀 하고 보니, 이제는 놀고 싶어지더라. 내 또래 친구들이 놀러다니던 시간에도 나는 회사였으니까. 그래서 또 상대적 박탈감이 들었다. 그리고 친구들을 자주 만나지 않게 되었다. 여기까지가 나의 20대 중반 이야기다.

 

예전에 나는 20대 후반에도 20대 초반처럼 능숙하게 할줄 아는 일이 없어도 신입이어도 별 문제가 없을 줄 알았다. 그리고 특별히 좋아하는 일도 없고 전공으로 배운 것도 없다 보니 언제든 이전과는 전혀 다른 분야의 직업을 가질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20~23살에 하는 공부, 하는 일들이 20대 후반에 영향을 미칠 거라는 생각을 딱히 하지 않았고, 그러다 보니 뭔가 하나를 특별히 배워야 할 필요성도 느끼지 못했다. _P 108

 

20대 후반이 되었다. 또래보다 빠르게 경제생활을 한 덕택에 대출없이 내 집 마련을 했다. 내 힘으로 결혼도 했다. 결혼까지 하고 나니까 본격적으로 놀고 싶어지더라. 결혼 전에는 대게 부모님 의견을 따랐다면, 결혼 후인 지금은 오로지 내 의사대로 결정하게 되었으니까. 그래서 주말마다 치열하게 놀러다녔다. 물론 그 사이에 이런 저런 일도 많았다. 내가 살던 집이 재건축이다 뭐다 하면서 부서지고, 팔자에도 없는 전세살이. 그러다 또 다른 새 아파트 청약 당첨 기타 등등등. 어라, 이렇게 보니 내 20대 후반은 썩 나쁘지 않은 것 같기도 하고...?

 

우와, 아이러니하게도 난 이 책을 읽으며 위로 아닌 위로를 받았다. 20대 때 내가 부러워하던 사람은 저자같은 삶을 살던 사람이었는데, 시간이 지난 지금 저자가 부러워하는 사람이 바로 나 같은 사람이었다.

 

나는 지금 동갑 친구가 0, 서로 연락하고 지내는 지인은 1명이다. 대인관계가 1명이라는 소리다. 너무 심한가? 처음부터 이랬던 건 아니다. 하지만 지금은 서로의 가치관 차이, 오로지 가치관의 차이로 하나 둘 멀어져 갔다. _P 198

 

나 역시 대인관계가 너무 좁다. 핸드폰 연락처를 보면 가족을 포함하여 몇 안되는 내 사람들과 회사사람들이 끝이다. , 원체 폭 넓게 사람 사귀는 것을 싫어하는 내 성향이 일부 있기도 했다. 가족들과도 가치관이 안맞아 다투는 경우가 허다한 데, 생판 남인 사람들은 더 심하지 않을까? 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사람 사귀는 데도 많은 생각을 했다. 이 사람과는 오래갈 인연, 이 사람은 이 곳을 떠나면 연락이 금방 끊어질 인연, 이렇게 판단했다. 후자에 대한 인연은 정말 알아차리기 쉬웠다. 그래서 나 역시 딱 그 정도로만 사람을 대했던 것 같다. 하지만 전자는 반반이었다. 정말 오래갈 인연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서로 처한 상황이 다르니 그 때 그 때 생각하는 방향이 달랐다. 예를 들어 나는 또래들 보다 경제생활을 먼저 했고, 결혼도 빨랐다. 반면 동 시간대 내 또래들은 학교를 다니거나, 놀러다니거나 둘 중 하나였다. 당연히 만나도 서로 대화가 안 통할 수 밖에. 행여 놀기만 하는 친구들이, 사회를 쉽게 보는 친구들이 걱정되 하는 내 말을 고깝게 들으면 어쩌지? 싶은 생각도 들었다. 무엇보다 정말 걱정어린 이야기를 하면 너무 쉽게 받아치는 친구들을 보며, 이후 더 이상 깊은 말을 안하게 되었고, 그냥 멀어지기로 했다. 서로 처한 상황이 다르면 대화가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깨닫게 된 거다.

 

주변에 꼭 이런 사람 있다.

1. 기승전결 세상에서 내가 제일 힘들어인 사람

2. 심하게 부정적인 사람

3. 불행한 얘기만 하는 사람

그들은 일상에서 생긴 작은 스트레스부터 저 깊숙한 곳에 꾹꾹 눌러 있던 시커먼 고민까지 잔뜩 쏟아 놓고는 한다. _P 202

 

위 대인관계의 연장선 인 것 같다. 저렇게 고민을 이야기 하는 사람에게 진심 어린 이야기를 하면, 외려 화를 낸다. 넌 잘 모른다고, 이해 못할거라고. 세상에서 자기가 제일 불행한 사람인데 왜 이해를 못하냐고. 그래서 그냥 내가 이해 못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그리고 이런 사람들의 연락을 끊었다. 무엇보다 자기가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저 아이들을 보면서, 난 그저 그들이 사치를 부리는 거라 생각하기도 했고. 불행도 시간적 여유가 있어야 느낄 수 있는 거 아닌가? 내 하루하루 삶이 정말 치열하고, 고단하며, 쉴 틈이 있을 때 정말 온전히 쉬기 바쁜 사람들은 불행을 느낄 시간도 없다고 생각하니까. 뭐 그렇다.

 

누구든 무조건 어른이 되면

자신의 인생을 책임지게 되어 있다.

그 책임이라는 게 별것 아니다.

자신의 선택에 대한 결과가 무엇이든

모두 본인이 감당해야 한다는 뜻이다.

어쩌다 보니 초라한 스물아홉이 되었다_ P 2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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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 만한 인간 - 개정증보판
박정민 지음 / 상상출판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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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산문집의 저자는 박정민이다. 누군가는 배우 박정민이라고 말하고, 또 누군가는 작가 박정민이라고 말한다. 물론 둘 다 같은 사람이긴 하지만 말이다. 적어도 나에게는 작가 박정민이었다. 내가 보았던 영화나 드라마에서는 배우 박정민이 나온 적이 없기 때문이다. 어쩌면 그래서 더 배우라는 편견없이 이 산문집을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작가의 말에 있듯 이 산문집에는 그럴 듯한 문장이나 서사는 없다. 그저 박정민이라는 사람이 세상을 살아 낸, 그리고 지금도 살 고 있는 이야기다. 어쩌면 또래의 누군가와 비슷할지도 모르는 그의 삶이 특별해서 책으로 나왔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는 그저 자신이 이겨낸 하루 하루를 자기만의 형식으로, 문자를 빌려 몇 페이지의 글로 옮겨 적었다. 하지만 이렇게 그의 이야기가 책으로 나오고, 심지어 발간된지 몇년 만에 개정증보판이 나왔다는 건 그 만큼 그의 이야기가 사람을 끌어들이는 매력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나 역시 그 매력이 끌려 그의 이야기를 읽었다. 아니, 들었다.

 

이 세상을 사는 모든 사람들에게는 전부 처음이 있다. 처음으로 학교를 가거나, 처음으로 돈을 벌거나, 혹은 처음으로 사랑을 하거나. 이 처럼 처음이란 정말 중요하다. 그리고 이 처음은 항상 성공으로 끝나지는 않는다. 좌절과 실패를 맛보는 처음도 수두룩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우리가 어떤일을 하든 처음을 두려워 하지 않는 건, 언젠가 이 처음으로 한 경험이 익숙한 일이 될 것이며, 내 성장에 자양분이 될 것 임을 알기 때문이다.

 

! 정말 중요하다. 생각보다 정말 많은 사람들이 책을 멀리하고 산다. 멀리하는 이유는 정말 다양하다. 웹툰 볼 시간도 있고, 드라마를 볼 시간도 있고, 뉴스를 볼 시간도 있는데 책을 읽을 시간은 없다. 참 이상하다. 책을 안 읽어버릇 하니 같은 글을 읽어도 내용을 이해 못하는 사람이 늘고, 카톡이나 SNS 등을 보낼 때 간단한 문장을 쓰는 것도 못한다. 인간이란 글과 멀어질래야 멀어질 수 없는 동물인데, 이렇게 책을 안 읽는 사람들이 늘어만 가니 가끔은 십 년후, 이십 년 후 대한민국이 걱정될 때도 있다.

 

아무튼 나이를 한 살씩 먹어갈 수록 상실하는 것돠 상실되는 것이 하나씩 늘어가는 모양이다.

나에게는 어떤 감정의 알 수 없는 형태일 수도 있겠고 ()

어짜피 끝내는, 다 잘될 거다. _P 084

 

당신은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강하다고.

그리고 나도 생각보다 강한 사람이더라는 것이다._P 097

 

이 책은 저자가 살아가는 이야기지만, 어찌보면 지금을 살고 있는 청년들을 위로해주는 이야기 같기도 하다. 읽다보면 꼭 나같은 사람도 이렇게 살고 있는데, 너는 뭐가 무섭니?”라고 이야기를 해주는 것 같다. ‘어짜피 다 잘될 거다.’, ‘당신은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강하다라는 말은 삶에 지쳤던 저자 본인에게 하는 말이면서, 지금을 사는 모든 이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겠구나 싶었다.

 

그들은, 그리고 우리는 그저,

의 침묵과

그랬구나. 가끔은 그럴 수 있어.”의 동의가 필요한 순간인데 말이다. _P 161

 

 

이야기를 잘 들어준다는 것은 생각보다 힘든 일이다. 누군가 나에게 힘들다고, 혹은 오늘은 이런이런 일이 있어서 매우 화가 난다고 이야기를 했을 때 나는 얼마나 잘 들어줬을까? 아무리 생각해봐도 잘 들어준 적은 없었던 것 같다.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게되면 꼭 답을 내려줘야 할 것 같고, 그 상황을 분석해야할 것 같고, 잘잘못을 따져줘야 될 것 만 같았다. 그래서 이야기를 들어야 하는 상황을 아예 만들지 않기도 했다. 그래서 내 인간관계가 좁은 건가 싶기도 하고. 하 뭔가 급 내 삶을 반성하게 된다. 지금 내 곁에 남은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잘 들어주는 사람이 되야겠다 싶다.

 

당신은 정말 중요한 사람이다.”

 

저자가 이 산문집을 읽는 독자들에 정말 해주고 싶은 말은 바로 이 한 문장 이었을 것이다. 내 인생에서 제일 중요한 사람은 바로 일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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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밀한 세계사 - 잔혹한 범죄에서 금지된 장난까지, 금기와 금단을 넘나드는 어른들의 역사 이야기 풍경이 있는 역사 4
이주은 지음 / 파피에(딱정벌레)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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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오래전부터 즐겨 찾는 블로그가 있다. 옛날 이야기를 워낙 맛깔나게 해주시는 그분은 유독 서양사에 정통한 블로거였다. 무엇보다 그녀의 글은 한 번 읽으면 헤어나올 수 없는 중독성이 있기에 (...) 결국 책으로 출판되었는데, 그 책이름은 스캔들 세계사시리즈. 그 번외편으로 나왔던게 바로 이 책 은밀한 세계사이다. 출판 당시에 구매해서 읽고, 다음 책은 언제나오나, 블로그에 포스팅은 언제 올라오나 오매불망 기다렸었는데.. 어느새 또 다른 새책 출간! 그 이름하야 개와 고양이에 관한 작은 세계사. 새 책을 바로 읽으려다가, 문득 앞서 나왔던 책들을 다시 읽어보자 싶었다. 그렇게 책장 밖으로 나온 이 책! 역시 다시 읽어도 재밌다 ㅠㅠㅠ

 

저자는 머릿말에서 이런 이야기를 했다. 정치 경제사, 사회사, 사상사 등만 역사가 아니라 사적인 영역의 내밀한 이야기 역시 역사라고. 정말 맞는 말이다. 심지어 나한텐 이런 내밀한(?) 이야기가 정치사 보다 훨씬 취향이기도 하다..ㅋㅋㅋㅋㅋ 평소에는 대놓고 말할 수 없는 조금은 부끄러운 이야기부터 시작해서, 그저 악녀라고 욕했던 마리 앙투와네트의 이야기라던가. 영국 빅토리아 시대의 잔혹함이라던가. 얼마나 흥미진진한지!

 

! 우리가 흔히 말하는 동화 원작들에 대한 배경도 있다. (이에 대해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다면 보통 그림형제의 잔혹동화를 떠올지도!) ‘잠자는 숲 속의 미녀’, ‘빨간모자’, ‘피노키오등 원래의 이야기는 어떻게 흘러갔는지, 어떤 식으로 이야기가 구전 되었는지, 왜 이런 이야기가 만들어 졌는지. 그 이면을 안다면, 우리가 알고 있는 아름다운 동화...의 원작은 아이들에게 섣불리 들려줄 수 없는 이야기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많은 각색을 거친 후에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잠자는 숲속의 미녀가 되는 , , 그리고 탈리아를 정리한 내용입니다. 맨 마지막에 쓰인 속담도 원작에 포함되어 있으니, 남자가 잠자고 있는 여성을 성폭행해서 피해자는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의 자식을 잠든 채로 낳고 강간범이 심지어 유부남이어서 가해자의 부인이 매우 분노하였는데 그 부인은 남편에 의해 산 채로 불에 태워지고 피해자는 강간범이랑 결혼하게 된 것이 행운이라는 이야기네요!_P 034

 

원작 스토리도 이 책에 쓰여있으나 각설하고, 저자가 요약한 부분만 옮겼다. 이토록 잔인하고 비상식적인 이야기는 1697년 프랑스 유명 동화작가 샤를 페로에 의해 그나마 우리가 아는 이야기로 변경된다고 합니다. 하지만 변경된 이야기 조차도 왕자의 엄마가 식인귀라는 모티브라서 (...) 하하하하.

 

여기서 조금 더 생각해보자. 우리는 왜 이렇게 동화가 잔혹해! 라고 이야기 하겠지만, 곰곰히 생각해보면 동화를 비롯한 모든 이야기는 당대의 시대상을 반영한다. ‘잠자는 숲속의 미녀이야기는 구전으로 전해지다가 14세기에 집필된 문헌이 처음 발견된게 저 이야기고, 그나마 조금 순화시키고 왕자의 엄마가 식인귀로 변한 이야기가 17세기다. , 이 동화들은 당시 사회가 여성을 어떤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는지 아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는거다.

그나저나.....정말 디즈니 없었으면, 우리 아이들의 동심은 누가 지켜줬을까 ㄷㄷㄷㄷ...

 

그런데 이 중간에 가리는 천이 위치가 위치인지라 남성들이 입다보면 약간 튀어나올 수 밖에 없었는데 이게 참 민망하게도 누구는 약간 튀어나오고 누구는 많이 튀어나오다보니 남자들 사이에서 자존심 대결이 시작됩니다. 처음에는 코드피스 속의 소중한 부분을 더욱 보호하기 위해서 얇은 패딩을 넣은 정도였는데 시간이 갈수록 그 안에 들어가는 것들이 많아지게 됩니다. 솜에서 시작해서 쇠로 만든 장식에 이르기까지 코드피스의 발전은 끊이 없었습니다. (중략) 게다가 코드피스는 심지어 자신감 넘치는 젊은 청년의 상징이었습니다._P 044

 

14세기 말 부터 등장한 코드피스의 이야기다. 정통 역사서에서는 절대로 이야기 하지 않을 이야기다.ㅋㅋㅋ 심지어 안다고 해도 아이들에게도 알려주지 않을 이런 이야기. 정말 흥미롭다. 무엇보다 예나 지금이나 (....) 표현하는 방식만 달라졌을 지언정, 자랑하고 싶어하는 그 마음은 변하지 않나보다. 그러나! 이런 코드피스도 엘리자베스1세 여왕이 영국을 통치하면서 자연스럽게 사라졌다는 점!

 

마리 앙투아네트가 누군가와 불륜을 저질렀다는 증거는 없다거나, 아이들에게 늘 감사하고 검소할 것을 가르쳤다거나, 마리 앙투아네트의 측근들과 시종들이 그녀의 겸손함과 친절함을 늘 칭찬했다거나, 백성들의 탄원에 귀를 기울이고 문제를 해결하려 노력하고, 다친 사람을 위해 의사를 불러주고 그의 가족들이 먹고 살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는 등의 선행은 알려지지도 않았고 믿지도 않았습니다._P 088

 

마리 앙투아네트를 비하하는 중상비방문은 수도 없이 인쇄되었고 파리 전역으로, 그리고 프랑스 전역으로 날개 돋친 듯 퍼져나갔습니다. 이전 선전물들 속에서 마리 앙투아네트는 심지어 인간이 아니라 반인반수로 까지 묘사되었으며, 특히 마리 앙투아네트를 성적으로 모욕하고 성적인 소문을 퍼트리는 것은 유행 수준으로 까지 널리 퍼져서 다양한 언론이라는 것이 아죽 존재하지 않았던 당시 사람들에게 마리 앙투아네트의 이미지는 불륜을 저지르고, 수간과 동성애를 즐기고, 시동생들과 잠자리를 갖는 색정광으로 자리잡았습니다._P 089

 

마리앙투아네트, 개인적으로 서양사 에서 안타깝다고 생각하는 여성 중 한명이다. 오스트리아 궁정에서 사랑받던 막내 공주가 프랑스에 시집와서, 본인은 나름대로 잘 한다고 했는데, 심지어 남편 루이16세와 결혼생활도 나쁘지 않았는데, 루이 16세가 애첩을 두지 않는 다는 이유로(!!!) 왕실에서 온 갖 비난의 화살을 맞아야 했다. 정말 이해가 안가지만, 프랑스 왕들은 대대로 유부녀 애첩을 두는게 관행이어서 (쓰레기 관행!!) 그런 쓰레기 관행을 좋아하는 프랑스 귀족들은 도덕적인 루이 16세가 눈 꼴 시렸나보다. 근데 왕에게 뭐라고 할 수는 없으니, 아주 자연스레 다른 나라에서 시집온 왕비한테 비난의 화살이 간거다. 프랑스 왕비로써 왕실에서 그렇게 비난을 받은 것도 억울한데, 프랑스 대혁명 이후에는 위와 같이 입에 담기 조차 더러운 욕을 먹고 단두대에서 처형됬다. 혁명군 입장에서는 프랑스 왕실을 모욕할 수록 좋다지만, 이건 뭐 저질도 이런 저질이 없다. 문제는 이런 일이 중세, 근세가 아닌, 현대에서도 계속 된다는 거다.

 

21세기를 사는 우리는 과연 이런 정치적 마케팅에서 자유로울까요? 다시 200년 뒤에 오늘날을 되돌아본다면 지금 이 지구상 어딘다게는 또 다른 마리 앙투아네트들이 있을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_P 099

 

우리는 알고 있다. 저런 더러운 정치 마케팅에 의해 희생된 한 사람을. 그 누구보다 인간적이었고, 그 누구보다 우리 같은 서민의 편에 섰으며, 그 누구보다 국민을 사랑했던 대통령을. 지금은 저 하늘 어딘가에서 우리를 내려다 볼 그 분을. 정말 가짜뉴스를 뿌리며 정치 마케팅을 하는 쓰레기 집단은 사라져야돼!!!

 

그나저나 오랜만에 읽었는데 역시나 재밌으니, 스캔들 세계사도 정주행해야겠다 ㅋㅋㅋㅋ

 


21세기를 사는 우리는 과연 이런 정치적 마케팅에서 자유로울까요? 다시 200년 뒤에 오늘날을 되돌아본다면 지금 이 지구상 어딘다게는 또 다른 마리 앙투아네트들이 있을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 P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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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셀프트래블 - 2019-2020 최신판 셀프 트래블 가이드북 Self Travel Guidebook
앨리스 리 외 지음 / 상상출판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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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몇일 책장에 꽂혀있는 셀프트래블 시리즈를 다시 읽고 있다. 모름지기 여름이란, 근로자들에게 리프레시를 주는 휴가가 있기 마련인데 올 여름은 그게 불가능했다. 여름휴가가 없는 여름은 얼마나 슬픈 여름인지................ 그래서 그 마음을 달래고자 셀프트래플 시리즈를 다시 독파했다. 그러던 중 간만에 신간 발매! 이번엔 캥거루의 나라 호주!! 코알라의 나라 호주 !!! 오스트레일리아 라고도 불리는 호주 이다.

 

책 첫페이지를 폈는데 순간 낙타가 있어서 당황했다. 호주에 대한 배경지식이 1도 없다보니...하하하. 근데 정확히 셀프트래블 호주 325페이지에서 나의 궁금증을 해결해주었다. 사진속의 저 장소는 아마도 울룰루. 호주 울룰루에는 호주에서 가장 큰 낙타농장이 있으며, 낙타 투어도 가능하다고 한다.

 

일단 목차부터 찬찬히 살펴보았다. 호주에 대해 1도 모르는 나같은 초심자들은 맨 뒤에 있는 398페이지부터 먼저 보아야 할 듯 싶다. 호주라는 나라의 기본정보와 역사, 국경일, 축제 등이 전부 있기 때문이다. 기본정보를 독파했다면? 첫 페이지로 돌아와서 순서대로 읽으면 된다.

 

호주, 어디까지 가봤니?

호주는 10개의 지역으로 나뉜다. 호주의 랜드마크 시드니, 남반구의 유럽 멜버른, 여유가 넘치는 도시 브리즈번, 황금빛 해변의 휴양도시 골드코스트, 액티비티의 천국 케언스, 호주 최고의 와인산지 애들레이드, 호주의 톱 앤드다윈, 호주 원주민들의 신성한 땅 앨리스 스프링스&울룰루, 매력적인 서호주 퍼스, 청정자연과 호주의 역사가 만나는 태즈메이니아.

 

각 도시별로 특징이 있으니 호주 여행을 생각한다면 각 도시의 특징을 알아두는 것도 좋다.

 

호주 Q&A

한국인이라면 외국에 나갈 때 꼭 챙겨가는 것이 있으니, 라면-김치-담배 3종 세트다. 저자의 Q&A에 따르면 호주는 검역이 아주 까다롭다고 한다. 음식물이 있는 경우에는 꼭 입국신고서에 체크를 하는게 중요하다. 또한 호주에서는 담배 25개비까지 면세 반입이 가능한데, 호주에서는 담배한 갑에 만원이 넘다보니 담배를 밀반입 하려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밀반입 하다 걸리면 어마무시한 금액을 벌금으로 낼 수 있으니, 한국 면세점에서 담배를 보루로 구입하고 세금을 내는 편을 택하는 게 좋다고 한다.

 


여행가이드북의 꽃은 뭐니뭐니 해도 추천여행코스가 아닐까 싶다. 이 책에는 각 코스별로 짧게는 6일 부터 길게는 15일까지 호주를 즐길 수 있는 추천 여행코스가 있으니, 호주 여행 초심자라면 참고할 만 하다.

 

그래도 호주를 대표하는게 무엇이 있는 지는 알아야 하니까, 역시 책을 정독해야 한다. 호주 베스트10에는 호주의 각 도시별 랜드마크가 있으니, 참고하면 좋다. 랜드마크에서 조금 더 보자면, 호주의 명물 동물들이 있다. 호주 하면 떠오르는 부동의 1,2위 동물인 캥거루, 코알라를 비롯하여 요새 핫하게 뜨는 웃는 얼굴 쿼카도 있다.

 

여행에서 빠질 수 없는게 바로 먹거리다. ..근데 우리나라에서 정말 보기 힘든 요리가 있었으니 바로 캥거루 고기’. ,깜짝놀랐다. 뭐 그 외에는 무난무난한 요리들이다. 맥주나 와인은 뭐....난 노알콜이니까

 

시드니

호주의 랜드마크 시드니. 호주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곳이다. 많은 사람들이 시드니 시내 구경을 즐겨 하지만, 그 중에서도 지금 힙한 곳이 있다면 바로 브로드웨이 시드니&글리브’, ‘뉴타운이라고 한다. 우리나라로 치면 XX리단길 같은 느낌도 살짝 들기는 하지만, 그 나라의 힙한 곳은 꼭 가줘야 하니까! 여행계획에 추가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 무엇보다 놀라웠던 건 개발한 도시로만 생각했던 시드니에 팜 스테이가 있다는 것이다. 우리로 치면 그야말로 농촌체험이다. 시드니 팜스테이는 외곽에 있는 농장에서 농장체험을 한다고 한다. 농장마다 천지차이겠지만, 캥거루나 웜뱃 등 야생동물을 쉽게 볼 수 있다고 하니 정말 색다른 여행을 하고 싶다면 추천할 만 하다.

 

퍼스

서 호주의 수도이자 호주에서 네 번째로 큰 도시 퍼스. 하지만 호주에 오는 대부분의 관광객들은 동 호주로 간다고 한다. 하지만 알고보면 서 호주에는 인도양의 멋진 해변들과 때 묻지 않는 섬, 로트네스 아일랜드 등 멋진 휴양지가 많다. 특히 웃는 얼굴로 유명한 동물 쿼카는 이곳 서 호주에서만 만날 수 있다고 하니, ‘쿼카와 셀카를 찍고 싶다면 서 호주 여행을 추천한다.

 

진짜 8월 중순이 끝나가는 이 시점에서, 짧은 시간동안 마음이라도 여름휴가 가는 기분을 느끼겠다고 읽어 재낀 여행가이드 북이 몇 권인지 모르겠다.

 

... 내 여름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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