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야공주 일본에 가다 - 한국.일본.인도.중국을 무대로 한반도 고대사의 원형 찾기
이종기 지음 / 책장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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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 중고매장에서 서성이던 중 내 눈에 들어온 책 한 권, 가야공주 일본에 가다. 나에게 가야란 한국 역사 속에서 통합된 고대국가로 나아가지 못했던, 그런 안타까운 연맹국가다. 무엇보다 우리의 역사지만 다른 고대국가에 비해 그 흔적이 적고, 미스테리에 둘러싼 나라이기도 하다. 심지어 가야 건국신화 속에는 여타 건국신화와는 달리 왕비가 바다 건너 외국, 아유타국에서 온 공주라는 내용도 있다. 하지만 아쉽게도 딱 여기까지, 나에게 있어서 가야는 뛰어난 철기 문화를 가지고 있었으며, 주변국가를 비롯하여 일본에도 철을 수출했다정도 였다. 그 이상, 이하도 없이 딱 이 정도였다. 이후 일본 여행을 하며 한일 고대사 및 도래인에 큰 관심을 갖게 되었고, 관련 서적을 보면서 꽤 많은 가야인들의 흔적을 보고 놀라기 시작했다.


 

난 지금 일본 일왕가 및 일본 역사와 관련된 대부분의 도래인은 당연히 백제 계열이라 생각했다. 고대 백제와 일왕가는 사이가 워낙 끈끈하기도 했고, 백제 관련 지명도 곳곳에 남아 있었으며, 아키히토 일왕은 자기의 뿌리는 백제라고 인정하기도 했으니까. 하지만 이게 왠일인가, 아이러니하게도 일본 규슈 전 지역을 비롯하여 꽤 많은 곳에서 가야와 관련된 수 많은 지명이 많이 남아 있었다. 가야는 일본에 철기 문화만 수출한 게 아닌 걸까? 전방위적으로 가야와 관련된 이야기가 곳곳에 남아 있는 건, 내가 생각한 것 이상으로 많은 가야인이 일본으로 왔고 꽤 힘이 있는 위치에 있었던 게 아닐까 싶었다.

 

가야와 일본의 관계가 너무 궁금했던 이 타이밍에 이런 책 제목은 내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다. 저자는 김수로왕의 딸이 일본으로 건너 갔고, 일본사에서 배우는 야마타이국 히미코 여왕이 되었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서론을 읽고 이 책을 읽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살짝 고민을 하긴 했다. 가야와 일본의 관계가 너무 궁금하긴 했지만, 이 이야기는 너무 멀리 가는 게 아닌가 싶기도 했고 무엇보다 저자는 정통 사학자도 아니었으니까. 살까 말까 계속 고민을 하던 중, 책을 얼핏 보니 이 책은 그저 허무맹랑한 내용을 저술한 것 같아 보이지는 않았다. 적어도 저자는 해외여행이 어렵던 1970년대에 자기가 주장하는 바를 증명하기 위해 직접 일본, 인도, 중국 등을 직접 찾아 다녔다. 이 책은 그에 대한 역사기행 혹은 답사기였다. 누군가처럼 책상머리에 앉아서 허무맹랑하게 음모론, 떡밥만 던지고 지껄이는 게 아니었다. 저자는 해외를 넘나들며 자기의 주장을 뒷바침 할 증거를 찾으려 했고 증명하려 했다.

 

가야의 시조 김수로왕, 그리고 그의 부인인 아유타국에서 온 허왕후. 그 둘 사이에서 난 딸이 일본으로 넘어가 히미코 여왕이 되었다는 이야기를 시작으로 저자는 한국과 일본, 인도 등을 오갔다. 그가 답사를 하기 위해 끈임없이 참고한 문헌은 진수의 삼국지, 일연스님의 삼국유사, 고려 때 편찬한 가락국기, 당나라 때 편찬한 수서, 인도의 성전 베다이렇게 다섯 가지다. 이렇게 오래전에 나온 문헌들은 어떻게 해석하냐에 따라 그 주장이 달라질 수 있다는게 큰 함정이지만, 여튼 저자는 정사(正史)를 바탕으로 본인지 주장하는 바를 증명하고자 했다.

 

이 책은 시작이 조금 불친절하다. 시작부터 가야공주가 히미코여왕이라고 주장은 했는데, 대체 왜 어떠한 근거로 두 사람이 동일 인물인 지를 알려주지 않았으니까. 무엇보다 저렇게 주장하고 나서, 갑작스레 수로왕의 부인이자 아유타국 공주였던 허왕후의 이야기로 넘어가서 당황스럽기도 했다. 뭐 여튼... 결과적으로 가야공주가 왜 히미코 여왕인지에 대한 근거는 책 중반 이후에나 나왔다는 점이다. 조금만 더 늦게 나왔어도 책을 그냥 덮었을 지도. 한국와 인도를 오가며 쓴 내용 중 일부는 조금은 과한 추측이 아닐까 싶었던 부분도 분명히 있긴 했다.

 

일문(日文)으로 적은 문장은 한문을 풀이한 번역이 아니라, 한문의 위치를 그들이 창안한 법칙에 따라 바꾸면서 군데군데 가나를 박아서 읽은 일본식 한문읽기이다. 더 설명할 것 없이 어계가 다르고 구문법이 다른 한족의 글을 여지없이 일본어로 둔갑시켜 읽은 절묘한 기교를 그들 일본인은 긴 세월 끝에 만들어 낸 것이다. P085 (일본식 한문 읽기의 함정)

 

완전 뼈를 때리는 저자의 일침에 박수치고 싶었다. ,,일 분명 같은 한자를 쓰는 데 유독 일본은 같은 한자임에도 다르게 읽는 경우가 너무 많으니까.

 

진짜 나도 일본어를 하고 있는 사람이지만, 정말 일본식 한문읽기는 너무 고역이다. 단적인 예로 JLPTJPT 등의 일본어 어학 시험을 보게 되면, 청해 부분은 거의 만점을 받는데 반해, 독해는 정말 개판 오브 개판의 점수가 나오니까 ㅠㅠ 한자를 지들 맘대로 멋대로 해석하고 있으니, 우리를 분노케 하는 역사왜곡도 하는 거겠지?

 

깡마른 체구에 곧추세운 허리가 유난히 꼿꼿해 보이는 미노다씨는 내가 야쓰시로에 온 내력을 듣더니 작업하는데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며 자신이 쓴 야쓰시로시의 역사라는 책자 두권을 선물로 주었다. 국판 462쪽의 두꺼운 책으로 책장을 넘기니 삽화가 많이 들어 있어 무엇보다 반가웠다.

 

우선 눈길이 간 것은 최초의 야쓰시로 성이라는 설명이 붙은 그림이었다. 해발 376m의 핫초야마 북쪽 비탈의 작은 봉우리마다 옛 성터가 표시되어 있는데 묘견궁을 향해 8개의 성이 일정한 간격을 두고 삥 둘러 있었다. 그랬구나, 야쓰시로는 여덟개의 성이었구나! - P110

 

야쓰시로. 현재 야쓰시로의 한자풀이는 八代(팔대) 이다. 일본어를 공부한 사람이면 순간 갸우뚱하게 할 수도 있는 일본식 한자 독음. 저자는 일본인에게 받은 책 덕분에 야쓰시로의 내력에 대해 알았고, 야쓰시로의 시로가 원래는 시로()가 아니라, 성을 뜻하는 시로()였을 거라는 추측을 하였다. 이 곳을 부르는 이름인 야쓰시로는 그대로 전승되었으나, 성을 연상시키지 못하게 글자를 바꾼 것이라 생각한 것이다. 성을 연상시키지 못하게 한다는 것은 이 곳의 역사를 감추겠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일본의 역사를 잘 모른다면, 과한 추측이 아닌가? 싶기도 하겠지만 적어도 이러한 추측은 꽤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일본은 메이지 유신을 기점으로 꽤 많은 지명을 바꾸었다. 한반도와 관련된 모든 지명을. 그들 입장에서는 한반도 역사를 깔봐야 했으며, 식민지화를 위해서는 일본이 고대 한반도에서 문물을 들여왔다는 내용은 싸그리 없어져야만 했으니까. 혹은 해석을 달리하여 일선동조론의 근거로 보기도 했고. (물론 일부 도시에서는 몇 십년이 흐른 뒤, 옛 지명 쿠다라등을 다시 사용하는 곳도 나오기 시작했다)

 

여왕의 궁터를 찾는 일은 또 하나의 가설로부터 출발했다. (중략) “, 고미도상 말인가요? 묘켄님과 함께 온 신이지요.” 말하자면 고미도상은 방위를 담당한 신으로서 그는 묘켄을 모셨다는 것이다. 현지에서는 묘켄상으로 불리는 일본 왕조의 첫 왕 비미호가 거북을 타고 뱀을 앞세워 상륙해서 70여 년간의 정착을 거쳐 신으로 받을리는데 이 묘켄상이 받드는 신, 레이후님이라는 신을 모신 사당은 일본국 최초의 신사였다. - P128

 

저자는 너무나 당연하게 비미호(히미코 여왕)이 가야공주라고 주장한다. 또한 일본 규슈 야쓰시로에서 받드는 신인 묘켄상은 히미코의 다른 이름이라고 하였다. 일본이 도래인 역사를 지워가는 과정에서 야마타이국 여왕 히미코는 사라졌지만, 마을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남은게 바로 묘켄상이라는 것. 뭔가 뒷받침하는 근거가 별로 없는 상태에서 너무 당연하게 이런 결과 도출을 하신 지라....읽으면서도 조금 당황스럽긴 했다. 하지만 .. 역시나 저자가 이렇게 말한 근거는 책 후반에 나왔다는게 함정이다. 히미코 여왕이 왜 가야공주인지에 대한 근거가 후반에 나온 것 처럼. 이 책은 정말 읽는 사람에게는 너무나 불친절한 책일지도 모른다.

 

언렴의 아들 신무(진무)가 즉위하여 다시 텐노로 칭호를 바꾸고 야마토주로 옮겨 다스렸다이는 여왕 비미호 33세 손의 본격적인 일본 열도 개척에 관한 신당서의 증언이다. 즉 당시 왕인 진무가 즉위하면서 텐노(천황)’이라 호칭을 바꾸고, 큐슈의 쓰쿠시를 더나 지금은 혼슈라 부르는 대화주로 왕도를 옮긴 사실을 밝히고 있다. 결국 진무는 일본의 역사가 최초로 받드는 천황이 됐다. 또한 그의 등장은 야마이의 시대가 끝이 나고 이른바 야마토 조정의 시작을 의미하며, 이로코 미모토의 칭호는 사라지고 텐노 시대가 개막된 것이다. 그리고 여기서부터는 분명 일본인의 역사다. 이에 한반도에서 태어나 삶의 뿌리를 좇아 해매던 나의 왜국 탐사도 이쯤에서 마감하는 것이 당연한 순리 인줄 안다. -P234

 

어떤 사람들은 저자를 보고 허무맹랑한 이야기를 믿고, 쓸데없는 일에 인생을 바친 사람이라고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가야공주의 흔적을 찾기 위한 저자의 답사는 무의미한 일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물론 히미코 여왕=수로왕의 딸, 가야공주라는 주장이 아직까지 받여들여지는건 아니나, 적어도 야츠시로를 비롯하여 갓파(가랏파), 레이후 신사, 에비야 고원, 선견왕자 이야기, 오레오레 데리이다 축제 등 저자가 가야와 연관이 있을거라고 생각한 그 모든 것들은 현재 가야계 도래인 집단에서 나온 것이라고 추정한다.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연구하고 있고 관련 서적도 나오고 있다. 어쩌면 언젠가 저자가 주장한 가설이 타당하다고 받아들여지는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고대사는 지금도 수 많은 미스테리에 쌓여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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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여행 가이드북 - 아이가 좋아하는 사계절 여행지
권다현 지음 / 상상출판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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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단을 하면서 여러 여행 가이드 북을 읽었고, 간접여행을 하는 기분이라 너무 좋았다. 그런데 이번에 읽은 여행가이드북은 조금 묘한 책이다.

여행의 주체가 오롯이 가 아닌, ‘내 아이와 함께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아직까지 아이가 없는 나는 작가와 공감하는 것이 조금 어려웠다ㅠㅠ

그래도 향후 3년 이내에는 2세 계획을 생각 중...이긴 하니까..!! 현재의 내가 아닌, 미래의 내가 여행 주체라고 생각하며 읽기 시작했다.

 

 

이 책은 제목에서도 보이듯 내 아이와 함께 하는 여행이 주제다. 그러다보니 여행지를 선정하는 데 있어서 제일 중요한 건 내 아이가 좋아할 장소, 내 아이가 즐거워 할 체험, 내 아이가 맛있어할 음식이다. 그렇다고 아이 관련 여행지만 있느냐? 그건 또 아니다. 지금도 많은 어른들이 즐겨 가는 유명 여행지도 이 책 속에 들어 있다. 어찌 보면 너무 자주 봐서 식상할 지도 모르는 유명관광지. 사람에 따라서는 유명 관광지에 대한 단락은 굳이 봐야 되나 싶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책은 아이와 함께하는 여행서이다. , ‘어른들이 좋아하는 유명 관광지에서 어떻게 아이와 함께 즐길 수 있나?’에 대한 팁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는 이야기다.


 

책장을 넘기면 바로 차례가 나온다. 개인적으로 아쉬운 점이 바로 이 부분이다.

차례를 자세히 들여다 보면 봄·여름·가을·겨울, 각 계절에 가볼 만한 네 단락으로 구분되어 있으며 스페셜 단락인 제주가 있다. , 여행지 구분을 동일한 지역별로 묶은 게 아니라 계절별로 묶었다는 이야기다. 계절별 차례를 넘기면 그제서야 지역별 차례가 나온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지역 하나를 선택해서 가는 엄마, 아빠들에겐 조금 불친절한 부분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예를 들자면, 내가 아이와 함께 해남여행을 하고 싶다! 라고 가정하고 국내 여행서적을 본다고 치자. 보통 여행서적이라면 해남 지역에 대한 여행정보가 연이어 나온다. 이런 구성은 여행자 입장에서도 보기에 편하다. 하지만 이 책에서 해남 지역에 대한 여행정보를 보려면, 봄 단락에 있는 해남, 여름 단락에 있는 해남 등 최소 몇 십 페이지를 왔다 갔다 해야 한다. 여행지 구성을 할 때 메인을 계절이 아니라 지역별로 구성했으면 더 좋았을 텐데, 그 점이 참 아쉽다. 내 기준에서는 정말 유일한 옥의 티이다 ㅠㅠ


 

여행서적 답게 당연히 추천 코스도 있다. 아무래도 여행지 메인 구성이 계절이다보니, 추천코스 자체도 계절 별로 나뉘어져 있다. 지역별로 여행지를 구성하기 어렵다면, 차라리 이렇게 계절별 추천코스를 따라 여행하는 방법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아이와 여행을 할 때는 신경써야 할 부분이 많다. 아이가 사용하는 용품부터 시작해서 해당 장소가 노키즈존인지 아닌지까지. 저자는 이런 부분에 대해서 똑부러지게 알려준다. 어떤 용품을 챙겨야 하는 지부터, 키즈프렌들리한 여행지까지. 하지만 그럼에도 저자가 강조한 점이 있다.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 속상한 현실이지만 여행을 하다 보면 상식 이하의 행동을 하는 부모들을 가끔 만날 때가 있어요. 상대방을 원망하기 전에 일단 우리부터 아이들이 공공의 질서를 잘 따르도록 조금은 엄격한 부모가 되어야 해요. 그리고 식당을 선택할 때 아기의자가 있는지 미리 확인해요. 아기의자를 비치한다는 건 그 만큼 가족손님을 배려한다는 의미니까요. 식사 후에는 덕분에 아이와 편하게 식사를 헀어요라며 꼭 고마움을 표시해요. “키즈프랜들리식당에 그만큼의 보상을 해준다면 예스키즈존도 더 많아지지 않을까요.

 

부모는 아이의 거울이라고 그랬다. 부모가 어떤 행동을 하면 아이는 그 행동을 그대로 따라한다. 아이들은 그 행동이 옳은지 그른지를 판단할 수 있는 개념이 생성되기 전이니까. 그저 배울 뿐이다. 그런 아이들이 버릇없는 행동을 한다? 그 모든 건 부모한테 배웠을 확율이 매우 높다. 이 땅에서 노키즈존이 나온 이유가 몰상식한 일부 부모때문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지금이라도 아이에게 바른 모습을 보여준다면 노키즈존도 점차 사라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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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일본편 3 - 교토의 역사 “오늘의 교토는 이렇게 만들어졌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유홍준 지음 / 창비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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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유명한 유홍준 교수의 문화유산 답사기 일본편이다. 앞서 발매되었던 일본편 1,2권이 규슈, 아스카, 나라 지역의 이야기라면 오늘 리뷰할 3권은 내가 제일 사랑하는 도시, 교토에 얽힌 한일고대사 이야기다. 아 일부 근대사까지도 포함하고 있기는 하다. 뭐 여튼! 교토는 지붕없는 박물관이라고 불러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엄청난 문화유산이 있는 도시라서 그런지, 유홍준 교수는 교토에 대해 3,4권으로 나누었다. 3권에서는 교토의 역사에 대해 주로 다룬다면, 4권은 교토의 명소에 대해 다룬달까? 하지만 나는 아직 4권을 읽지 못하였기에 (...) 일단 3권에 대해서만 이야기 하려 한다.

 

난 이상하게 TV속에서 강의하는 유홍준 교수는 너무 좋은데, 책으로 만나는 유홍준 교수는 좀.. 나랑 안맞는 것 같다. 아무래도 tv속에서 강의를 하는 모습은 보다 대중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이야기를 하는 거라면, 책 속에 있는 유홍준 교수는 조금은 더 딱딱하고 권위적이게 느껴진달까. 뭐 그렇다.

 

이렇든 저렇든 유홍준 교수의 답사기는 실존하는 문화유산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되고, 그에 얽힌 이야기를 폭 넓고, 깊이 있게 알 수 있다는 점에서 정말 큰 도움이 되는 건 확실하다. 거기다 답사를 같이 했던, 다른 전공자들이 해당 문화유산을 보는 시선이나 이야기도 담겨져 있기 때문에 하나의 문화유산에 대해 여러 관점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교토는 워낙 문화 유산이 많이 남아있는 도시지만, 각 유산마다 지어진 시대가 다르고 유래가 다르다. 그래서 어떤 식으로 설명을 하려나 궁금했는데, 부제인 교토의 역사답게, 시대 순으로 답사를 진행하였다. 일부 장소는 내가 갔던 곳도 있었고, 일부 장소는 가고 싶었지만 못 간 장소도 있었다. 결과적으로 이 책은 ... 나보고 다시 교토에 오라고 손짓하고 있었다 ㅠㅠㅠ

 

교토의 서쪽, 우즈마사 지역에 있는 고류지(광륭사). 세 번째 교토여행을 했던 당시에 가보려고 했던 절이었는데, 사정상 못 갔다. 그래서 정말 정말 엄청나게 미련이 남는 절이다. 고류지는 교토 도래인 하면 빼놓을 수 없는 집단인 하타씨(:)’가 씨사(氏寺)로 세웠던 절이었고, 교토에서 가장 먼저 지어진 절이다. 심지어 이 안에는 우리나라 국보인 금동미륵반가사유상과 똑 닮은 목조미륵반가사유상이 있다. 또한 이 절을 지은 하타씨, 즉 진하승 부부의 목상도 남아 있다.

 

고류지 주변으로는 하타씨 지도자의 무덤으로 추정되는 고분, 정확히는 석실도 남아있다. 저자에 따르면 이 근방에서는 진하승의 무덤이라고도 한다. 여튼! 지금의 교토 땅에서 관광지로도 유명한 후시미이나리타이샤(여우신사), 마츠오신사, 아라시야마 제방 등 이 모든 것의 시작은 하타씨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그런 하타씨가 묻혀 있는 장소가 바로 지척에 있었음에도 가지 못했다는 게 그저 안타까울 뿐이다ㅠㅠㅠ

 

그럼에도 한국인으로서 진하승을 모른다는 것은 아일랜드 사람이 미국의 케네디가 아일랜드 사람임을 모르는 것과 같고, 스코틀랜드 사람이 미국의 카네기가 스코틀랜드 사람임을 모르는 것과 같은 셈이다. 그리고 이미 이민간 지 150년도 더 지난 하타씨의 진하승을 여전히 한반도 도래인이었다고 강조하는 것은 아일랜드 사람이 케네디를 아일랜드 사람이라고 말하고, 스코틀랜드 사람이 카네기를 스코틀랜드 사람이라고 말하는 것이나 진배없다. 결국 하타씨와 진하승은 한민족 이민사에서 첫번째 보이는 위대한 성공사례 정도로 기억하는 것이 마땅할 것이다. P 091

 

정말 중요한 사실을 콕 집어 주었다고 생각한다. 나 역시도 많은 한국 사람들이 교토를 가서, 하타씨가 만든 수많은 유명 신사와 사찰을 가는 모습을 보며 너무나 당연하게 일본의 관광지라고만 생각하는 사실이 안타까웠다. 물론 일본의 유명 관광지이기는 하지만, 그 속에 담겨져 있는 이야기를 조금이나마 알고 있다면 조금이나마 느끼는 바가 다르지 않을까 생각하기 때문에.

 

실제로 내 첫 교토 여행 당시 여우신사를 갔을 때 , 여기가 그 유명한 여우신사구나!’ 하고 사진만 열나게 찍고 나왔다. 그 이후 한일고대사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여우신사를 누가 만들었는지, 그 안에 무슨 이야기가 있는지 다 알고 난 다음 두 번째로 방문했을 때는 소감이라고나 할까? 조금 남달랐다.

 

뿐만 아니다. 교토에서 그 유명한 기요미즈데라(청수사)를 처음 갔을 때도 기념사진만 열나게 찍고 왔다. 하지만 이후에 기요미즈데라를 세운 사람이 백제인 후손인 사카노우에 다무라 마로 장군이라는 사실을 알았고, 청수사에서 다무라 장군을 지금까지도 모시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난 뒤에 다시 찾았을 때는 역시 그 느낌이 남달랐다.

 

이렇듯 교토의 유명 관광지 대부분은 한반도 도래인의 손에서 만들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니, 자세히는 몰라도 기본적으로 이 곳을 만든 사람들이 한반도에서 건너 온 후손들이라는 정도는 알고 있어야 하는게 아닐까?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모든 게 우리 조상들이 만들었다고 강조하는 것은 조금 위험한 생각인 면도 있긴 하다. 한반도에서 살다가 바로 일본으로 넘어간 도래인 1,2세대가 만들었다고 한다면 모르겠지만, 이미 여러 세대가 지난 뒤의 후손들이니 도래인의 핏줄을 잇고 있을 지 언정, 그들은 일본에서 나고 자랐고 생각하는 방식 역시 일본인이었을 것이다. 그저 조상 대대로 내려온 한반도의 문화를 유지했을 뿐일테니. 그러니 그냥.. 교토의 수많은 명소를 만든 그들에게 우리와 같은 한반도의 피가 흐르고 있었고, 우리가 멋지다고 생각하는 그 모든 것을 그들이 만들었다는 것, 그 정도만 기억하면 좋지 않을까?

 

교토 북부에 있는 히에이잔(히에이산). 일본의 영산으로도 불리는 이 곳에는 엔랴쿠지라는 엄청나게 큰 사찰이 있다. 나에게 엔라쿠지는 엔닌스님과 신라대명신, 장보고 정도의 키워드로 만 떠오르는 이 곳에는 내가 몰랐던, 관심을 갖지 않았던 일본의 역사도 있었다.

 

히에이산 연력사는 난폭한 승병으로 악명 높았다. 연력사는 창건 이래 왕족과 귀족의 기진으로 많은 장원을 소유하여 든든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막강한 불교세력으로 성장했다. 돈이 생기니 이를 지키기 위해 승병까지 조직했던 것이다. 나라 흥복사와 세력다툼이 일어나면서 급기야 첨예하게 대립하게 됐다. 이를 남도북령이라고 했다. 남도는 흥복사, 북령은 연력사를 말한다. 남도북령의 승병들이 싸우면서 불태운 절이 하나둘이 아니다. 이들은 무사들도 압도하는 무력을 갖고 있었다. (중략) 이렇게 전투와 합전으로 군사력을 키우고 신불을 앞세우고 나오는 승병들을 조정에서도 감당하지 못했다. 이리하여 조정과 귀족은 경호와 진압을 위해 무사를 키웠다. P195, 198

 

일본 왕실에서 여러 방면으로 불교를 지원한 것 까지는 좋았지만, 결국 일본 불교의 폐단이 일어난 것이다. 바로 무력을 앞세우는 승병을 조직하는 것. 오죽하면 당시 원정정치를 했던 시라카와 법황도 내 생각대로 되지 않는 것이 세 가지가 있으니, 가모가와의 물, 쌍륙의 주사위, 그리고 산법사(히에이잔 승병)이다.” 라고 했을까. 결과적으로 폭력적인 승병에 맞서기 위해 무사라는 집단이 만들어 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생겨난 무사들은 변해가는 시대에 올라타 서로의 힘을 과시하기 시작하고, 전국시대가 열렸다. 그리고 그 유명한 마왕, 오다 노부나가 등장. 이 때 이야기를 하려 치면 할 말이 정말 많지만(ㅋㅋㅋ) 각설하고, 히에이잔 승병들이 오다와 반대편에 있던 아자이 나가마사(알고보면 오다 노부나가의 매제)의 편을 들게 되었다. 이게 빡친 오다는 승병을 처리하는 방법으로 히에이잔 통채로 불태우는 것을 택했다. 그렇게 히에이잔은 사흘 밤낮으로 불탔다. 산이 불탔다는 건 당연히 산 속에 있던 엔랴쿠지도 불탔고, 그 안에 있던 수많은 승병들이 죽었다는 말이 된다. 기록이 따르면 약 2천명이 죽었다고...

 

이 후 엔랴쿠지를 포함하여 그 어떤 절에서도 승병은 조직되지 않았다고...... 오다가 괜히 마왕으로 불리는게 아니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ㄷㄷ

 

다시 본론으로 돌아오자면, 히에이잔 엔략쿠지는 위에서 내가 언급했듯 신라명신, 장보고 와도 연관이 깊다. 838년 견당사로 당나라에 갔던 일본의 엔닌스님은 당시 장보고가 창건한 적산법화원에서 묵었다고 전한다. 심지어 엔닌스님이 장보고 에게 쓴 편지도 남아있다. 엔닌 스님에 이 곳에 돌아온 뒤 장보고의 은혜를 잊지 않고자, 적산법화원에서 모시던 신라명신을 그대로 이 곳에 모셔왔다. 또한 장보고 기념탑도 엔랴쿠지에 남아있다.

 

위에서 잠시 언급했던 사카노 우에 다무라 장군의 조각상이다. 기요미즈데라 전촌당 전각에 모셔져 있다. 실물을 한번 보고 싶지만, 내가 볼 수 있는 건 그저 전촌당 건물 뿐. 이 조각상은 정말 어쩌다 한번 씩만 공개된다고 하니 이거 뭐. 내 생에 볼 수나 있으려나 싶다.

 

일본에선 오래된 전문 상점을 노포라 쓰고 시니세라 읽는데, 그냥 오래된 것이 아니라 한자리에서 4, 5대를 이어가며 집안의 전통을 이어가는 전문 상점을 말한다. 단팥죽 장사를 해도 남에게 꿀릴 것 없이 당당히 살아가는 일본인의 생활 자세는 부럽고 배울 만 하다.

 

모두가 그 전문성을 높이 사고 장하게 생각해준다. 이거 해서 돈 벌면 때려치우고 딴 것 하겠다는 자세나 내 자식은 큰돈 되지 않는 이런 일을 시키지 않겠다는 마음으로는 전통이 지켜지지 않는다. 전문인의 자부심, 장인정신을 존중하는 자세가 낳은 전통이다. 그것이 바로 현대 일본을 경제대국으로 성장시킨 정신적인 하나의 원동력이었다고 생각된다. P252

 

내가 일본을 높게 생각하는 점 중 하나이며, 우리나라에서는 절대 볼 수 없는 점이라고 생각하는 대표적인 내용이다. 유학자들이 입맛대로 바꾼 이상한 유교사상 아래 조선이라는 나라가 어떻게 망해갔는지를 보아서 그런 것일까? 우리나라는 전통이라는 것에 대해 막연한 거부감이 있어 보인다. 심지어 지금은 돈이라는 물질적인 것에 제일 큰 가치를 두고 이 일은 돈이 안돼라고 생각하면 애초에 시작 하지를 않는다. 물론 나 역시도 그렇고. 지금 까지 시대가 많이 변화해 왔지만 지킬 건 지켜가며 나라가 변화했다면, 우리가 일본을 아무리 욕해도 배울건 배워야 된다고 말하지는 않았을텐데..

 

나는 분명 한일관계사에 관련된 역사 기행을 본 건데, ... 뒷 맛이 이리 씁쓸한지 모르겠다 ㅠㅠ

 

유학자들이 입맛대로 바꾼 이상한 유교사상 아래 조선이라는 나라가 어떻게 망해갔는지를 보아서 그런 것일까? 우리나라는 전통이라는 것에 대해 막연한 거부감이 있어 보인다. 심지어 지금은 돈이라는 물질적인 것에 제일 큰 가치를 두고 ‘이 일은 돈이 안돼’ 라고 생각하면 애초에 시작 하지를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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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배운 백제는 가짜다 - 부여사로 읽는 한일고대사
김운회 지음 / 역사의아침(위즈덤하우스)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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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혹 내 돈 주고 산 책 중에서 내가 이 책을 왜 샀지?’ 라는 의문이 드는 경우가 있다. 근데 이 책은 그것보다 더해서 내가 이런 책을 사다니! 돈 아까워 죽겠네라는 생각을 하게 했다. 정말로. 그래서 이 책 리뷰를 해야하나 말아야 하나 엄청 고민을 했다. 내가 리뷰를 하기 위해 포스팅을 한다면, 많은 사람들에게 이 책이 노출이 될 테고, 내 리뷰를 읽지 않고 오로지 책 제목만 보고 책을 구입하는 경우도 분명 있을 거기 때문에.

 

이 책은 정말 부정적인 의미로 위험하다. 특히 자라나는 학생들, 학교에서 국사를 배우는 학생들은 절대로 읽으면 안된다. 뿐만 아니라 한국사를 제대로 공부하고 싶은 사람들도 읽으면 안된다. 절대로 정말 읽으면 안되는 책이다. 이 책의 저자는 교수라는 직위를 가지고 있지만 역사학이 아닌, 전혀 다른 학문의 교수이다. 타 학문 교수라고 역사를 공부하지 말라는 법은 없지만, 문제는 저자가 유사사학을 신봉하고 있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지금은 모르겠지만 적어도 이 책에서 보이는 저자는 그랬다.

 

물론 정말 어쩌면 진짜 극소수의 확률로 저자가 추측하는 내용이 진실 수도 있다. 하지만 그를 뒷받침하는 기록이나 확실한 증거는 지금까지 확인되지 않았다. 저자가 근거라고 내세우는 유명한 역사서 기록들은 저자 개인의 입맛대로 해석한 것에 불과하다. 심지어 저자가 근거라고 내새우는 기록들을 인용할 때도 본인이 해석하기 유리한 문장만 쏙쏙 빼오고, /뒤 기록은 어물쩡 넘어간다고나 할까? 전문적인 단어를 구사하거나, 사람들은 잘 모르는 고서를 인용하여 자기 말이 진실인 것처럼 속이는 그런 사짜의 느낌이 심해도 너무 심하다. 진짜 책을 덮고 싶은 마음을 몇번이나 참고 또 참았는지...

 

역사에 대해서 하나의 시각 만 고집하는 건 좋지 않다고 생각했기에, 그래도 나름 이런 저런 역사 관련 책을 읽어 왔다. ‘, 이런식으로 생각할 수도 있겠구나라고 깨달았던 점도 정말 많았다. 과거에는 정설이 아니었으나, 뒷받침 할 만한 무언가가 발견되면서 정설이 바뀐경우도 꽤 있었으니까. 그렇기 때문에 무조건 이 내용은 틀렸어라고 할 수 없는 부분이 역사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하지만!! 이 책은 그 범주를 완전 넘어 섰다. 정설이고 학설이고 나발이고, 근거 따위 없는 그냥 주장이다. 문제는 저자 스스로가, 자기가 내세우는 그 주장이 100% 완벽하다고 생각한다는 점이랄까. 심지어 본인의 주장은 소수 의견이라 학계에서 무시당하는, 매우 안타까운 피해자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적어도 이 책을 읽은 내가 느끼기엔 그랬다.

 

결국 한 150 페이지 정도까지 읽다가 책을 내려 놨다. 대체 이런 책을 쓴 사람은 누구인가 하고 검색해봤더니, 왠걸 하 ㅋㅋㅋㅋㅋ 내가 왜 책을 읽으면서 저런 기분을 느낄 수 밖에 없었는지 알게 되었다. 우선 저자가 삼국지에 대해 기술할 때 정사 삼국지가 아닌, 소설 삼국지연의를 바탕으로 썼다는 사실에 일단 1차 충격. 삼국지 지도를 표기하는 데 일본 게임 삼국지의 지도를 가져와 썼다는 사실에 2차 충격. (진수의 삼국지가 아닌, 나관중의 삼국지연의를....)

무엇보다 책을 읽으면서도 느꼈지만, 저자는 완벽한 유사사학 신봉자였다.

 

더 분노가 치미는 것은 춘분히 신빙성 있는 가설, 추론, 기타 등등 그러한 모든 이야기를 거론하면서 그 끝을 본인의 주장으로 끝낸다는 점이다. 그가 거론한 한일 고대사 부분은 정말 많은 학자들이 꽤 오래전부터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발로 뛰고, 직접 보면서 힘겹게 알아낸 내용들이다. 이런 이야기를 너무 쉽게 거론하는 건 물론이오, 심지어 터무니 없는 자기 주장의 뒷받침으로 쓴다는 점이 나를 더욱 분노하게 했다. 덕분에 더욱 깊이 있게 연구되어야 할 한일 고대사 부분이, 저자 덕분에 전부 거짓처럼 느껴졌다.

 

이 책을 읽고 나서 얻은 유일한 교훈은 온라인으로 책을 살 때, 장르&제목에 꽂혀서 사면 안된다는 것이다. 저자에 대한 확인은 필수다. 마음 같아서는 이딴 책을 우리집에 두고 싶지 않기에, 알라딘 중고매장에 바로 내다 팔고 싶은데 그러면 누군가가 이 책을 읽게 될 것이다. 그건 또 두고 볼 수 없으니, 그냥 집 창고 구석에 처박아 두는 걸로 마음을 돌렸다.

 

아참, 또 하나 얻은 교훈이 있었으니... 대형 출판사에서 출판한 책이라고 전부 다 제대로 된 책은 아니라는 것 !! 위즈덤 하우스 책을 이 전에도 꽤 읽어 봤었는데, ... 실망 실망 대실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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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milyyu 2020-06-05 22: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교수이름을 검색해보고 싶네요. 일독을 막아주셔서 감사해요.

2021-05-31 18: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crono 2022-07-26 1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책 본문에 “쥬신”이라는 말을 썼던데, 스스로 환빠를 입증한 셈이죠.
“쥬신”이란 말 자체가 어디에서 나왔나 생각하면..

42zone 2023-04-09 18: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히려 책을 읽어보고픈 욕구가 불끈 생기네요.역사적으로 인류에게 새로운 시각을 열어 위대한 진보를 열어준 책 중 위험한 금서로 탄압당하지 않은 책이 있었던가요?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
김명국 지음 / 지식과감성# / 2019년 4월
평점 :
절판


오랜만에 포토 에세이. 과거 내 독서 편력에는 에세이란 장르는 없었다. 그러다 올해부터 출판사 서평단을 하기 시작하면서 차츰 읽게 되었다. 뭐랄까, 에세이를 읽으면서 느낀 사실 하나는, 요즘 같이 날카로워진 세상을 견디며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잠시나마 위로를 주는 기분이랄까? 에세이를 읽기 전에는 몰랐었던, 대체 왜 에세이를 읽는 지 이해가 안 갔던 그 이유를 찾게 되었다.


 

사진을 업으로 삼은 저자는 이 곳 저 곳 여행을 다니며 많은 사진을 찍었다. 정확히는 사람을 찍었다. 저자가 찍은 대부분의 사진에는 사람이 있었다. 내가 여행을 다니며 찍는 사진에는 사람이 거의 없기 때문에 그럴까, 뭔가 새롭달까 신기하달까. 나랑은 너무나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는 저자에 대해 호기심이 생겼다.

 

그 지겹던 여행이 무덤덤하게 몸에 익숙해져 갈 무렵 천천히 사람들이 눈에 들어왔다.

누구 하나 나를 기다리고 잇었던 사람은 없었다. 정해진 약속도 없었다.

그저 길을 가다 늘 만나던 사람들처럼 바라보고 인사하고 함께 웃었다. P008


 

여행을 떠날 때 과감하게 버려야 할 것이 있다면

친절한 가이드 북과 좀도둑에 사로잡힌 불안감과 1달러에 대한 미련일 것이다.

여행은 스스로 만들어가는 인생과 같아 모험을 즐길 준비만 되어 있다면 매일 더 풍성한 날들이 될 것이다. P019

 

나에게 해주는 말 같았다. 난 여행을 할 때, 시간 단위로 쪼갠 여행계획표를 짠다. 일종에 나만의 가이드북이다. 왠지 계획 없이 먼 타국으로 가게 되면 불안해질 것 같고, 괜히 쓸데 없이 시간을 낭비하는 것 같기도 하고. 근데 또 이런 마음과는 모순되게 무계획으로 여행을 떠나고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어디론가 떠난다는 것은

익숙하지 않은 것에 점점 익숙재혀 가는 것이고

새로움을 친밀함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며

작은 약속을 오래도록 기억하는 것이다. P037

젊음은 젊기에 아름다우며 노년에는 인생을 담아가기에 아름다워지는가 보다.

젊을 떄는 외면의 멋스러움이 돋보이지만

노년에는 내면의 멋스러움이 더욱 돋보이게 되나 보다.

나는 믿고 있다.

내 생에 가장 아름다운 날은 바로 오늘이었다고 P167

 

저자의 사진에는 하나같이 사람이 있다. 어떤 경우는 누군가의 손이나, 뒷모습, 발이 나오는 경우도 있지만 결국 전부 사람이다. 사진 속에 있는 사람을 보고 있노라면, 그들이 삶을 대하는 모습도 조금이나마 느껴진다. 이는 아마도 사진을 찍고 있는 저자 본인이, 사진에 찍히는 피사체를 향한 애정이 있기 때문에 그런게 아닐까 ?

가만히 귀를 기울이면 미처 듣지 못했던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살짝 불어오는 바람 소리와 온기를 전해주는 햇살이 쏟아지는 소리와

땅속 깊은 곳에서 생명을 깨우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P173

 

우린 가난한 시대에 살아가고 있다.

너무 많은 것들이 오히려 빈곤하게 하고

너무 바쁜 일상이 소소한 즐거움을 잊어버리게 만들고 있다. P355

 

쉼 없이 앞만 바라보며 내 달리던, 바쁜 우리 삶. 하지만 삶 속에는 이라는 것이 포함되어 있다. 삶에 지친 많은 사람들이 이런 사실을 하루라도 빨리 깨닫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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