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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이트 - 왜 혐오의 역사는 반복될까
최인철 외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21년 9월
평점 :
개인적 행동으로서의 혐오는 내가 받은 상처를 적절하게 표출할 수 없을 때, 비정상적으로 표출될 때 나타나는 현상이다.
일종의 ‘묻지 마 화풀이’ 같은 것이다. 여기서 ‘묻지 마’라는 말이 ‘아무나’라는 뜻은 아니다. 그보다는 심리적으로 낙인찍힌 대상에 대한 화풀이이다. 자기의 고통이 저들 때문이라는 피해 의식을 동반하면서 말이다.
마녀사냥이나 홀로코스트와 같은 비극적 사건을 접할 때면 어떻게 인간이 인간에게 그토록 잔혹할 수 있을까 하는 충격과 슬픔이 함께 밀려온다. 안타깝게도 그러한 어둠은 지금도 다른 양상으로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소수자에 대한 혐오 표현은 그 자체로 폭력이지만 더 큰 폭력을 수반하기도 한다. 처음에는 상대의 반응을 엿보다가 만만하다 싶으면 더 큰 혐오 표현을 한다.
그러다가 말이 아닌 행동으로 옮긴다. 성희롱을 일삼던 사람이 상대가 취약한 상태, 술에 취했다거나 심리적으로 약해졌을 때 성추행, 혹은 성폭력을 시도하는 경우가 그렇다.
폭력의 속성이 그렇다. 천천히 조금씩, 그러다가 노골적으로 강하게 행사한다. 설마, 하다가 당하는 피해자들이 많다.
이 책은 심리학, 법학, 미디어학, 역사학, 철학, 인류학 등 다채로운 분야 학자들이 ‘혐오’라는 단일 주제에 초점을 맞춰 참여한 컨퍼런스에서 출발한 책이다.
제한된 통념에 갇힌 시야를 넓히는 강연과 토론, 질의응답의 내용을 생생하게 담고 있다.
혐오표현 문제를 철학적 관점에서 고찰해 온 저자들의 독보적인 연구 성과가 대중의 언어로 고스란히 담겼다.
혐오표현의 해악을 구체적인 한국 사례들로 알기 쉽게 설명하고, 규제 일변도의 해법이 가진 한계를 날카롭게 비판한다.
혐오는 사회의 건강성을 해치고, 혐오의 대상이 된 사람들에게는 큰 고통을 주기에 내가 누군가를 대상화하며 혐오와 차별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야 한다.
혐오에 대항하여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우리가 혐오에 대응하고 이를 없애려 노력하는 궁극적인 목적이 평화이기에 혐오 문제는 대화와 설득의 방식으로 해결되어야 할것이다.
📚 책속으로:
순망치한(脣亡齒寒)이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입술이 사라지고 나면 치아가 시리다고 하는 것인데, 처음 누군가를 공격하고 폄하할 때 그걸 용인하고 방조하고 속으로 동조하게 되면 그들이 사라지고 난 다음에는 다른 누군가가 또 타깃이 되고, 결국에는 내가 그 피해자가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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