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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르노빌 히스토리 - 재난에 대처하는 국가의 대응 방식
세르히 플로히 지음, 허승철 옮김 / 책과함께 / 2021년 6월
평점 :
필자는 경력 30년된 토목공학도 ( #civil_engineer) 이자 원자력 발전소 시공자로서 평소에 핵원자력에 관심이 많고 원자력에 관해서도 특수교육을 받았다.
이 책의 저자는 검증된 자료를 이용해 치밀하게 진행한 연구를 바탕으로 체르노빌 원전 사고를 생생하게 재현하는 동시에 사고의 근본 원인이 소련의 허술한 관리 체계와 과학기술에 대한 맹신과 오만에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당시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는 총 4기의 원전을 가동하고 있었고 사고가 난 4호기는 1983년에 완공된 RBMK형 원자로였다.
일반인들은 잘 모르겠지만 RBMK는 구소련에서 개발한 원자로로 흑연을 감속재, 경수를 냉각재로 사용한다. (감속재,냉각재의 뜻은 사전을 찾아보고 참고)
운전 중 핵연료 재장전이 가능하고 출력이 크다는 장점이 있지만, 제어가 어렵고 낮은 출력에서 불안정해진다는 단점이 있는데 이는 체르노빌 사고의 요인이 되었다.
사고는 전력 공급 상실 시, 비상 전원 공급 전까지 터빈이 얼마나 오랫동안 전력을 공급할 수 있을지를 시험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4월 25일 시험 준비 중 운전 미숙으로 열출력이 30MW 정도로 떨어졌다. 출력을 올리기 위해 많은 제어봉이 인출됐고 노심에는 기준치 이하의 제어봉만 남게 되었다.
26일 새벽 냉각수 유량이 증가해 증기압이 감소하자 관계자는 저증기압 신호에 의한 원자로 정지를 막기 위해 자동 정지 기능을 차단했다. 이 상태로 실험은 계속됐고 외부전원 대신 터빈 전력이 공급되자 전력 부족으로 냉각수 펌프 회전이 줄면서 유량이 감소했다.
그 결과 온도가 상승하며 수증기가 대량으로 발생했으며, 결국 원자로 출력 폭주가 일어나면서 높은 증기압으로 첫 번째 폭발이 일어났다. 연이어 핵연료와 감속재의 화학 반응으로 인한 두 번째 폭발이 발생했다.
이 폭발로 4호기 노심과 원자로 건물 지붕이 파괴되고 화재가 발생해 고온·고방사능의 핵연료와 흑연 파편이 공중으로 치솟았다.
약 10일간 아이오딘(I-131), 세슘(Cs-137) 등 방사성 물질이 대량으로 방출됐다. 발전소와 가까운 벨라루스, 우크라이나, 러시아 일부 지역이 심하게 오염됐으며 작은 입자들은 중부 유럽까지 바람을 타고 퍼졌다.
5월 초까지 헬리콥터가 원자로 상부에 수천 톤의 붕소와 납, 진흙과 모래 등을 투하하는 방식으로 화재를 진압하고 방사능 누출을 막았다. 화재 진압 후 10층 높이의 콘크리트 구조물로 4호기 잔해를 둘러싸는 공사를 진행해 11월경 완료했다.
소련 정부는 발전소 주변 약 30 km를 출입 금지 구역(Exclusion Zone)으로 지정하고 주민들을 대피시켰다. 5월 중순까지 약 11만 6천 명의 주민이 다른 지역으로 이주했다.
당시 세슘-137이 제곱미터당 555킬로베크럴(kBq/㎡) 이상으로 심각하게 오염된 지역(SCZ)에 거주하던 사람은 약 40만 명, 37킬로베크럴 이상 오염된 지역에 살던 사람은 약 500만 명이다.
불타오르는 원자력 발전소 위로 흑연이 공기에 산화되며 푸른빛의 빛 기둥을 만들었는데 프리피야티 도시 철교위에서 밤하늘에 빛 기둥이 아름다워 감상한 사람들은 모두 사망하였다.
구 소련 정부는 별거 아니라고 사실을 은폐하였고 4월 26일 러시아, 우크라이나, 벨라루스 등.. 소비에트 연방 국민들은 방사능에 계속 노출되었다.
4월 27일 오후가 되어서야 소개령이 내려 사고지역 30킬로 국민들을 외부로 대피 시킨다.
체르노빌 원전사고로 죽은 사망자는 지금까지 공식적인 집계는 없으나 4천명에서 9만3천명 사이라고 말한다.
구 소련 정부는 사고 후 1년까지(1987년) 공식적인 사망자가 31명이라고 발표 했기 때문에.. 그 후 공식적인 집계가 없다는 뜻이다.
구 소련이 해체되고 우크라이나, 벨라루스 에서 암 발병율이 급속하게 늘었다고 하는데.. 소아암이 심각하다. 왜냐하면 어린태아가 산모의 방사능을 흡수하기 때문이다.
방사능의 피해를 어린 아이들이 받게 된다는게 정말 슬픈 일이 아닐수 없다.
마지막으로 이 책의 특징은 대하소설 처럼 흥미진지해서 한번 손에 잡으면 끝까지 내려놓기 어렵다.
앞으로도 원전 사고나 코로나 사태와 같은 국가적, 환경적 재난이 일어나는 것을 완전히 막을 수는 없겠지만, 인간의 오만과 책임 회피가 재난의 규모를 키우는 일이 없도록 인류는 체르노빌에서 미래의 교훈을 이 책으로 배워 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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