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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욕 없는 출산 - 우리는 출산을 모른다
목영롱 지음 / 들녘 / 2021년 2월
평점 :
결혼한 여성은 반드시 아이엄마 (아줌마)가 되어야 할까? 아이 낳지 않고 살면 안될까? 요즘은 딩크족도 많다던데..
또한 ‘출산’이 그토록 중요한 문제라면 왜 여러 논의 테이블에서 좀 더 적극적으로 다루어지지 않을까?
이 책은 차별받지 않고 살았다고 자부했던 평범한 30대 후반 여성이 임신과 출산을 통해 자신이 어떻게 새로운 자아로 거듭나게 되었는지를 당당하고 솔직하게 밝힌 일종의 ‘전투 기록’이다.
외롭고 낯선 길을 홀로 걸어왔을 경험자들을 대신해서 여성만의 언어로 출산을 기록한 귀한 결과물이기도 하다. 이 모든 우문에 대한 현답을 담은 책이다
여성의 출산은 모험을 감당해도 좋을 이벤트가 아니다. 실패가 허용될 수 없다.
여성의 출산은 전쟁터에 나가 꼭 이겨야만 하는 대결이다. 실패는 산모 또는 아기에게 치명타를 입히거나 극한의 경우 죽음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은 어떤가? 좀 더 친절한 병원을 찾거나 ‘자연주의 출산’ 등 개인의 철학과 일치하는 병원에 접근하는 일은 대다수 임산부에게 어려운 일이다.
좀 더 비싸고 좋은 병원은 경제적인 여건이 허락하지 않으면 선택할 수 없다. 비용 문제로 일반 병원에서 이루어지는 출산 과정을 선택해야 한다는 것은 예비 산모가 주도적으로 출산의 방식을 선택할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른바 출산에도 경제의 원리가 적용되는 셈인데, 대한민국 같은 나라에서는 건강 형평성이 실제로 가장 이루어지기 어려운 사안 중 하나다.
저출산을 넘어 초저출산 사회가 문제라고 다들 한마디씩 거든다. 나름의 분석과 대응책을 내놓으면서 주로 경제 문제를 들먹인다.
빈부 격차, 양극화, 계층 갈등, 취업 불안, 고용 불안 등의 이유로 결혼 자체가 힘들거나 결혼 연령이 늦어지는 거라고 입을 모은다.
물론 사회가 달라졌다. 새로운 가족 형태를 모색하고, 비혼도 증가했고, 결혼 자체를 늦추거나 꺼리기도 한다.
어떤 학자는 여성들이 생명의 거룩함을 잊었다며 꾸짖고, 다른 누군가는 더는 아이를 안 낳겠다는 여성들을 이기적이라고 비난한다. 그러나 모두 틀렸다.
저출산 문제는 남성 중심의 문화와 관습, 여성의 건강에 대해 은폐되고 삭제된 지식이 누적되어 총체적으로 빚어진 결과다.
학생, 범죄자, 아동, 장애인, 소수자 등 인권에 대한 정의와 관심의 폭은 점점 더 넓어지고 세심해지지만, 이 인권의 영역에서 여전히 ‘산모’는 소외되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이 책을 읽는내내 우리가 당연시 생각했던 문제점들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
우리는 사회적 관습,규범에 일반인들과 다르게 조금만 생각을 하면 똘아이, 정신병자로 몰아가는데 당신이 세상을 ‘룰 브레이크’ 로 산다면 이 책에 나온 문제점에 대해 조금 더 공감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 책속으로:
거의 모든 여성주의 논의는 여전히 ‘어떤 엄마’의 희생을 먹고 자라 그 위에서 싹을 틔우고 있으며, 평등에 대한 열렬한 주장은 회사 문이 아니라 우리 집 문 앞에서 더 극적으로 멈춘다.
더 적확하게 표현하자면, 여성주의든 평등이나 자유에 대한 권리 주장이든 자본을 도구로 한다. ‘결혼·임신·출산’이라는 ‘만렙’을 경험하는 여성들이 자기 삶의 질이 극명하게 구분되는 것을 절감하는 것 또한 자본에 의해서다.
자본의 혜택을 받는 여성은 이 같은 3종 세트를 ‘종합선물세트’로 받아들일 수 있지만 경제적으로 곤고한 여성에게는 날이 갈수록 교묘해지는 ‘종합고문세트’가 될 수도 있다.
•P.S: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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