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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원 (양장)
백온유 지음 / 창비 / 2020년 6월
평점 :
✅ 은정동 화재사건에서 살아남은 아이의 이야기.
우연한 사고 ➡️ 살아남은 유원 ➡️ 윤리적 딜레마
이 책의 주인공은 유원이다. 유원의 이름의 뜻은 원하다, 희망하다의 ‘원(願)’이다.
이 책은 감당하기 어려운 무게를 지거나 지우면서도 미움에 사로잡히지 않는 것, 상실과 함께 살아가는 것, 강해지는 동시에 가벼워지는 것을 우리에게 알려준다. 각자의 자리에서 아픔을 딛고 성장해 나가는 십 대, 그 시기를 지나온 사람이라면 이 책을 통해 누구든 치유의 순간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죄책감의 문제는 미안함으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합병증처럼 번진다는 데에 있다. 자괴감, 자책감, 우울감. 나를 방어하기 위한 무의식은 나 자신에 대한 분노를 금세 타인에 대한 분노로 옮겨 가게 했다.”
유원은 열여덟 살 고등학생으로, 십이 년 전 화재 사고가 일어난 아파트에서 살아남은 아이다. 위층 할아버지가 피우던 담배꽁초에서 시작된 불길이 아래층까지 옮겨붙자 집에 있던 언니가 물을 적신 이불로 동생의 몸을 감싸고 11층 베란다에서 사람들이 지켜보는 아래로 떨어뜨려 살렸다.
사고 당시 유원은 여섯 살로, 그날의 기억과 장면은 돌이킬 수 없이 유원의 가슴을 파고들었다.
이야기는 죽은 언니의 생일에 교회 손님들이 찾아오면서 시작된다. 언니가 세상을 떠나기 며칠 전 생일 축하를 해 받았다는 사실이 가족에게는 거의 유일한 위안이다.
많은 이들에게 자랑스러운 존재였던 언니가 자신을 구하고 죽었다는 사실에 유원은 죄책감과 부담감을 느낀다. “언니 몫까지 행복”해야 하고, “두 배로 열심히 살”아야 한다고....
하지만 유원은 언니가 세상을 뜬 지 십이 년이나 지났는데도 사람들이 여전히 언니를 너무나도 세세하게 기억하고 있다는 사실이 의아스럽고 터무니없이 느껴지고, 언니를 기리는 일이 점점 버겁기만 하다.
유원을 괴롭게 하는 존재는 또 있다. 사고 당시에 11층 베란다에서 떨어지는 유원을 받아 낸 사람, 아저씨. 아저씨는 언니의 생일날에 맞춰 어김없이 유원의 집을 찾는다.
그가 절뚝이며 거실로 걸어 들어오는 순간 집 전체에 불편한 분위기가 감돈다.
유원을 살리면서 다리가 망가져 버린 아저씨는 십이 년이 지난 지금까지 종종 부모님에게 돈을 빌리기도 하고 저녁을 얻어먹고 가기도 한다.
한때 ‘용감한 의인’, ‘시민 영웅’이었던 그가 가족에게 매달리는 모습은 유원에게 모종의 연민과 불안함, 죄의식, 그리고 혐오로 다가온다.....
인생은 깨달음의 연속이라는 말이 생각나는 책이였다. 아마도 사람은 죽을 때까지 성찰 하고 있다면 그 사람은 성장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 책의 섬세한 문장은 성장과 회복을 사려 깊게 고민하는 작가의 노력이 엿보이는 작품이였다.
📚 책속으로:
그날 이후, 이전에 나를 몰랐던 사람들조차도 기적적으로 살아남은 나를 위로하고 축복했다. 그러나 그들은 내가 웃을 때면 생전 처음 보는 풍경을 보는 것처럼 낯설어하고 약간 의아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내 행복을 바랐다면서도 막상 멀쩡한 나를 볼 때면 워낙 뜻밖이라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알 수 없다는 듯 당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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