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유발 하라리의 르네상스 전쟁 회고록 - 전쟁, 역사 그리고 나, 1450~1600
유발 하라리 지음, 김승욱 옮김, 박용진 감수 / 김영사 / 2019년 7월
평점 :
✅ 회고록의 저자는 자신을 개인으로 묘사하지 않는다.
진실이 문체보다 더 중요하기 때문에, 사건을 직접 목격한 사람만 역사를 집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예를 들어, 발비 데 코레조의 글 맨 앞에 나오는 ‘독자를 위한 소네트'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검을 휘두르는 사람이 펜을 들었을 때 최고의 진실한 전쟁사가 나온다"
- 유발 하라리의《르네상스 전쟁 회고록》중에서 -
이 책은 #유발하라리 의 옥스퍼대 박사학위 논문 을 책으로 만들어냈다.
과연 회고록은 쓴 사람들의 역사는 진실일까? 거짓일까?
하라리는 날카롭게 비판적으로 때론 예리하게 분석하면서 글을 써내려간다.
르네상스 시대 군인들의 회고록은 오늘날의 기준으로 보면 구색을 갖춘 글이라고 하기 어렵다.
인과관계로 이어진 이야기라기보다 제각각인 에피소드의 건조한 나열이고, 독자를 이해시키려 하지도 않은 채 독자의 기억에 남으려 하고, 역사적 사건과 자전적인 현실이 마구잡이로 뒤섞여 있는, 알쏭달쏭한 글이다.
게다가 일상생활은 거의 대부분 무시한 채 전쟁터의 무용담뿐인 기록들을 어떻게 보아야 할까?
기존 이론에는 ‘진실한 목격담’ 가설(회고록 저자가 역사적 사실의 목격자로서 진실성을 담보)과 ‘개인주의’ 가설(회고록 저자가 근대적 개인으로서 개체성을 창조하거나 표현)이 있다.
그러나 하라리는 당대 진실성의 원천이 목격 등의 경험보다는 귀족의 명예에 더 기대었다는 점을 들어 ‘진실한 목격담’ 가설을 논파한다. ‘믿을 만하다’는 말은 명예와 동의어였으며, 진실은 목격자가 아니라 명예를 지닌 귀족에게서 나왔다는 것이다.
실은 르네상스 시대 군인은 명예를 목숨처럼 여긴 전사 귀족warrior noblemen이었다.
귀족이 아니면 역사 속에서 자리를 차지할 수도 없었고, 정체성도 빼앗기고 말았다.
한편, 자율적인 내면과 심리 상태를 기술하지 않은 회고록 저자들을 근대적 개인으로 볼 수 없다는 이유로 ‘개인주의’ 가설 또한 기각된다. 물론 그들에게도 생각과 기분이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개인적인 내면을 언급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당시는 모든 일이 누구나 볼 수 있는 외적인 현실에서 벌어지는 세계였다.
르네상스 시대의 군인회고록은 폭넓은 역사인식을 바탕으로 하고 있으며 , 이 역사인식은 귀족 개개인의 개인사외 역사를 전혀 구분하지 않고 그들 각자의 개인사를 집단적인 이해관계의 문제로 본다.
많은 회고록 저자들이 글을 쓰면서 오로지 ‘진실’ 만을 이야기 해서 자신과 동료들에게 불후의 명성을 안기고자 했을 것이다.
어쩌면 물질적인 보상까지 바랐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들의 글은 귀족적인 정체성이라는 맥락을 벗어나지 않았으며 , 그들의 이야기하는 진실은 귀족적인 역사 속의 진실이었다.
귀족적인 역사인식을 보존하고 왕조, 민족의 역사를 밑에서부터 무너뜨린 전사 귀족 집단의 명예와 지위를 단언하고 지키는 것 또한 회고록의 집필의 목적이었다.
이 책의 가중 중요한 화두는 전쟁 회고록의 잘못된 진실 앞에서 우리는 사실을 직시 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 책속으로 :
르네상스 시대 군인들에게 역사는 명예의 전당이었다. 역사는 기억할 만한 것을 기념하는 것이지, 지식을 전달하거나 교훈을 주는 수단이 아니었다.
그들에게 기억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은 영웅적인 행위, 즉 무훈이었다. 전투의 이유나 영향보다는 개인이 전투에서 세운 무훈이 훨씬 더 중요했는데, 용맹한 행동들이야말로 기념할 만한 가치가 내재한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독일의 직업군인 베를리힝겐은 자신이 참전한 주요 전투와 원정은 간단히 요약해버리고, 자신의 명예를 위해 싸운 일 같은 개인적인 사건들에 훨씬 더 관심을 보였다
인간의 현실 중 ‘역사적인’ 일부가 먼 과거에 속할 때는 ‘역사’라고 불리고, 가까운 과거나 현재나 미래에 속할 때는 ‘정치’라고 불린다.
역사적 현실의 경계선이 어디인가 하는 문제는 학문적인 질문이라기보다 정치적인 질문이다.
경계선 안의 사람과 사건들에서 새로운 권력과 역할이 생성된다. 반면 역사적 현실에서 밀려나면 정치의 세계에서도 밀려난다
#유발하라리의르네상스전쟁회고록 #책 #글 #유발하라리 #르네상스전쟁회고록 #책리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