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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신처에서 보낸 날들
장길수 지음 / 열아홉 / 2021년 11월
평점 :
이 세상에서 가족을 잃은 것 보다 더 큰 슬픔이 또 있을까? 지독한 북한의 굶주림을 벗어나기 위해 가족과 생이별을 하고, 고향땅을 등질 수밖에 없었던 열다섯 살 장길수 소년.
낯설고 물 선 이국땅 중국을 떠돌던 어느 날, 한 조선족 여인을 운명처럼 만나면서 그의 삶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된다.
장길수 소년의 일기는 '큰어머니'(조선족 여인)를 만난 1999년 8월부터 중국탈출 직전인 2001년 5월까지 22개월 동안 숨 가쁘게 이어진다. 마지막 일기를 남기고 채 한 달이 되기 전 2001년 6월 26일, 세상을 깜작 놀라게 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일기의 주인공 장길수 소년과 일가족 6명이 중국 북경의 유엔난민기구(UNHCR)를 향해 목숨 건 진입을 감행한다. 중국 정부도 놀라고 세상도 놀랐다.
유엔난민기구UNHCR에 성공적으로 진입하자, 중국 정부는 일찍이 유례가 없었던 전격적인 조치를 취한다.
그 결과, 진입 사흘 만에 길수 소년을 비롯한 가족 7명은 3국을 경유하여 한국으로 올 수 있었다. 아무런 신분증도 지니지 않은 무국적자 난민 신세인 장길수 소년이 중국 공안(경찰)의 삼엄한 경비망을 뚫고 유엔난민기구로 들어갈 수 있었던 것은 아직도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다.
국제사회에서 북한 인권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출판된 장길수 소년의 중국 은신일기는, 지금도 여전한 탈북자의 고통을 세상에 알리는 좋은 선례가 될 것이다.
장길수 소년의 일기는, 지구상 가장 암울한 동토의 땅에 두고 온 부모형제를 끝없이 그리며 눈물짓는 애틋한 사향가(思鄕歌)이며, 분단 시대를 살고 있는 또 다른 우리들의 슬픈 자화상이기도 하다.
통일은 여전히 요원하기만 하고, 장길수 군은 위태로운 신변으로 먼 이국땅을 헤매고 있다.
길수 군이 앞으로 걸어갈 길을 위해서라도, 우리는 그가 버텨내 온 시간들에 마땅히 박수를 쳐줘야 하지 않을까.
📚 책속으로:
한국 사람이란 과연 어떤 존재인가? 남보다 무엇이 특출해서 중국인들과 조선족들이 그렇게 우러러 보는가? 모두가 키가 크고 잘생겼을까? 아니면 다른 사람들보다 코라도 다 삐죽하게 나왔을까?
나는 북한에서 살 때 텔레비전으로 한국 사람들이 거리에서 시위 투쟁하는 장면을 식구들하고 보았다. 그때 아버지가 하시는 말씀이 “남조선은 못살고 거지 판이라더니 어디에 천이 많아서 구호들을 써 들고 다니고, 옷도 다 저렇게 잘 입었을까?” 하시곤 했다.
P.S: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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