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이렇게 우울한 것일까
김정선 지음 / 포도밭출판사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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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그분이 이 동네에서 후와 님이라는 닉네임으로 불리울때,

그 분의 서재를 방문하여 단정하고 군더더기 없는 글들을 읽고 댓글을 남기곤 하였었다.

어느 날은 지하철의 시 한편을 인용하면서 집에 가서 어머니 저녁밥을 지어야 한다는 코멘트를 남기셨다.

그 글을 보고 난 '효녀 후와 님'이라는 댓글을 남겼더니 성별을 정정해 주셨었다.

어쭙잖은 호기심에 저녁밥을 짓는다는 말만으로 성별을 '여자'라고 짐작했던 것이다.

두고두고 미안한 일이지만 표현하지는 못 했었다.

 

그런데 리뷰 소설이라는 이 책을 읽다가 이 구절을 발견했다.

병원에서나, 어머니를 부축하고 땀을 뻘뻘 흘려가며 한의원을 오가는 길목에서나, 이렇게 저렇게 부딪히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어이구 효자 아들을 두셨네요"라며 말을 건네곤 했다. 처음엔 칭찬일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아니었다. 이 말은 말하자면 사회적 은어인 셈이었다. 저런 인간들을 효자나 효녀, 효부라고 칭하자. 그래야 우리 맘이 편하니까.

  아니, 그게 아닐지도 모른다. 부모를 간병하는 건 착한 아들이나 딸이라면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고 여기게 만들려는 전략인지도 모른다. 그래야 부모와 자식 간에 개인적인 관계가 이루어지지 않을 테니까.(103쪽)

 

소설 속의 상황이 저때쯤이었을 것 같은데,

저 구절을 읽다보니 미안한건 성별을 오해한거 정도로 끝나는게 아니라,

효자라는 굴레를 씌워버린 것 자체를 두고 정중하게 사과할 문제임을 알겠다.

나도 효녀나 효부 따위의 사회적 은어의 무게에 허리가 굽고 무릎이 꺾인 기억이 있다.

그리고 그건 아직도 진행형이다.

 

이 책에는 이런 구절도 등장한다.

어머니가 아팠고, 집이 아팠고, 내가 아팠다. 내 아픔만 티가 나지 않았다. 티가 나지 않는 아픔처럼 골치 아픈 아픔도 드물다. 마흔이 넘을 때까지 입에 대지도 못하던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처음엔 잠을 잘 수 있다는 생각에 홀짝홀짝 들이켰지만, 나중엔 생각을 하지 않으려고 투명한 소주잔에 조용히 술을 부었다. 생각없는 기계가 되는 게 차라리 낫겠다 싶었다.(105쪽)

 

나의 현재 상황과 맞물려 깊이 공감하겠다.

아들을 잃고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나는 아팠지만 통증을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창의적인 생각이나 행동을 하지 못했고 조금만 시간이 주어지면 멍때리고 있기 일쑤였다.

나는 괜찮은데(괜찮은지 어떤지조차 모르는데) 사람들이 나를 이상하게 생각했다.

상황을 거칠게 설명하면 그제서야 수선스럽게 호들갑을 떨었고,

그게 상처를 헤집어 놓아 아팠다.

처음엔 통증을 잊기 위해 술을 마셨는데,

꿀잠은 덤으로 따라왔다.

 

오래전 우울감에 시달릴 때 우연히 셰익스피어의 책을 찾아 읽으셨다는데,

이 책엔 다양한 셰익스피어의 작품들이 곳곳에 인용되고 재편성된다.

제대로 읽어보지도 않고 안다고 생각했던 많은 작품들이 이 소설을 통하여 해석되었고 그리하여 한걸음 바짝 다가왔다.

 

재밌게 읽지는 못 하고 아프게 읽었지만,

우울할때면,

아니 팬텀 사인처럼 나의 어딘가가 아파올때면 다시 읽어보고 싶다.

나의 어디에도 없는 그 상처를 이 책은 어루만져 줄 수 있을테니까 말이다.

너무 늦게 깨달아 미안하다는 말은 시기를 놓쳤지만,

이런 책을 써줘서 고맙다는 말은 하고 싶다.

그 어떤 정신의학이나 심리학 책보다 제대로 위로가 되었다.

 

이 구절을 옮겨보며 이 글을 끝맺어야겠다.

다만 한 가지 깨달은 건 있다. '행복'은 '사랑'과 달라서 내가 온전히 주도할 수 없다는 것. '사랑하다'는 동사여서 주어인 내가 그 시작과 끝, 처음과 마지막을 온전히 주재할 수 있지만, '행복하다'는 형용사여서 주어인 '나'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것. 나는 다만 그 '행복한' 형용, 즉 행복한 그림 안에 들어 있을 때 행복을 느끼고, 그렇지 않을 땐 행복을 느끼지 못할 뿐이다. 따라서 사랑과 달리 행복은 내가 추구할 수 없으며, 단지 그 상태를 누리고 오래도록 기억할 수밖에 없다는 것.(196쪽)

 

사는 동안 행복했던 기억을 되새길 수는 있어도 또 다시 행복하긴 힘들거라는 생각을 했었다.

이 구절을 읽으며 행복할 순 없어도 사랑할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살아있는 동안 마음껏 사랑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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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9-01-18 15:15   좋아요 0 | URL
저도 후와님 글 좋아했었고 이 책 역시 보관함에 넣어두고 있었는데 읽어봐야겠네요.

sslmo 2019-01-19 08:34   좋아요 0 | URL
알라딘 서재에 계실때도 후와님 글은 여전히 좋았었죠.
이 책은 읽는 동안은 좀 슬프고 아팠지만,
읽고나니 묘하게 위로되는 느낌이었어요.
님도 그러하실 수 있을 듯~!^^

2019-01-18 18: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1-19 08: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북극곰 2019-02-01 10:16   좋아요 0 | URL
후와 님이 쓰신 책이군요.
저도 그분 글 좋아했었는데.
저도 읽어보고 싶어지네요.

sslmo 2019-02-02 11:10   좋아요 0 | URL
사실 엄청 위로받긴했지만,
셰익스피어니 그의 작품들에 문외한인 나로서는 좀 겉도는 부분도 있었는데,
님이라면 충분히 좋아하실 수 있을 듯~^^

그나저나 명절 잘 지내세요~!
 

책을 읽다가 작가에 필이 꽂히면 그의 작품을 두루 섭렵하는 것은 물론, 그가 좋다고 한 책도 일단 사들이고 보는 경향이 있다.

'서효인+박혜진'님의 '읽을 것들은 이토록 쌓여가고'의 서효인 님이 그랬다.

길잡이 역할을 하는 느낌이랄까.

처음 헐렁하다고 생각했던 것도 잠시,

내가 좋아하는 음식으로만 골라 잘 차려진 소박한 한끼 밥상을 선물받는 느낌이었다.

 

 

 

 읽을 것들은 이토록 쌓여가고
 서효인.박혜진 지음 / 난다 /

 2018년 12

 

사실 난 다른 사람이 쓴 독서일기나 서평집 따위 보는 것을 즐기지만,

그 독서일기나 서평집을 통해서 내가 읽거나 또는 읽지 않을 책들을 골라내는 건 쉽지 않다.

하긴 나만 하더라도 별로인 책을 향하여 '별로'라는 평을 남기는 건 웬만해선 조심하는 일이니까 말이다.

그 책을 만드는데 공들인 사람들과 베어 넘겨진 나무의 소중함을 알기 때문이라고 해야할까, 암튼 그렇다.

그런데, 이 책의 박혜진 님이 이렇게 말씀하시는거다.

속으로 백만번의 땡큐를 날려드리고, ㅋ~.

그 책 재미없다고 말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건 얼마나 좋은 일인가. 신뢰하는 독서가가 곁에 있어서 좋은 건 훌륭한 책을 추천받을 수 있다는 것만큼이나 보지 않아도 될 책을 걸내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오늘 효인 선배가 ***을 읽고 가볍게 한마디했다. "이 책은 안 봐도 될 듯."(235쪽)

 

서론이 길었던 이유는 바로 이 책 때문이다.

전지현 님의 '정신과는 후기를 남기지 않는다'

 

 

 

 정신과는 후기를 남기지 않는다
 전지현 지음, 순두부 그림 / 팩토리나인 /

 2018년 12월

 

웹서핑을 하다가 필이 꽂히면 책을 들이는 편인데 책의 상세 정보 따위를 살피는 일은 거의 없다.

책 소개를 보고 일단 재밌을 것 같아서 들였는데,

실물을 받아보곤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정가 12000원짜리 책인데, 책의 크기도 작고 얇다( 176쪽 짜리).

책 제목 아래 부제를 보면 '여덟 해 동안 만난 일곱 의사와의 좌충우돌 현재진행형 우울증 치료기'라고 되어 있는데,

내용을 보면 8년의 세월을 과감하게 생략하여 뜨문뜨문이고,

일곱 의사라는 것도 한의사와 내과의사, 지금은 소아청소년과 의사에 이르기까지 버라이어티하기도 하다.

뭐랄까, 난 좀 자세하고 깊이있는 무엇인가를 원했었나 보다.

 

좀 자세히 읽다보니, 초창기엔 이분한테 맞는 의사를 만나지 못해서 설렁설렁한 느낌이 들었던 거고,

중반부로 넘어가면서 밀도도 있고 안정적인 책이 된다.

그렇게 만난 세 번째 의사는 학원 친구 같았다. 같은 학교는 아니지만 동질감은 충분히 느낄 수 있는, 오히려 적당한 물리적 거리감에서 오는 편안함이 있는 그런 친구.

이 의사는 과거가 아니라 현재와 미래에 초점을 맞춰 진료를 했다. 그러면서 우울증을 대하는 나의 태도도 많이 달라졌다.

 

"당뇨나 고혈압을 생각해보세요. 평생 약을 먹는다는게 이상한가요? 약을 먹어도 치료되지 않는다며 병원을 거부하나요? 아니면 병을 숨기나요? 오래 먹어도 괜찮다는게 입증된 약들이에요. 비타민 드신다고 생각하세요. 몸에 좋다는 건 다들 고민 없이 잘 챙겨들 먹잖아요."(81쪽)

 

148쪽 밑에서 셋째 줄의,

애긴데-->얘긴데

 

이쯤에서 고백해 보자면,

내 서재의 이름인 'insure safety distance'는 내가 이곳에서 적당히 물리적 거리감을 느낀다는 의미로 지었다.

거기서 내가 편안함과 위안을 느낀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적당한 거리감이 주는 익명성에서 편안함을 느끼고 있었던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알라딘 서재 이곳이 좋은 것은,

책으로 '연결'되었다는 소속감이 좋은 것이고,

힘들어할때 수선 부리지 않고 조용히 의지가 되어주시고 손 내밀어 잡아주시는 분들이 계시기 때문이다.

그럼을 확신하기 때문이다.

 

그런 내게 대기 중인 책은 김정선 님의 '나는 왜 이렇게 우울한 것일까'이다.

해답을 찾을 순 없어도 위로가 되어줄 수는 있겠지.

 

아참참, 우리 아들과 이름이 한 끗 차이인 이정록 님이 수필집을 내셨나 보다.

난 이정록 님의 경우 시보단 수필을 애정하는 경향이 있는데,

요번 책엔 내가 왕애정하는 시인 어머님의 그림이 등장하나 보다.

어젠가는 상품 준비중이더니,

오늘은 나를 향하여 달려오고 있나 보다.

이제 받아서 재밌게 읽을 일만 남았다.

 

나는 왜 이렇게 우울한 것일까
김정선 지음 / 포도밭출판사 /

2018년 10월

시가 안 써지면 나는 시내버스를 탄다
이정록 지음 / 한겨레출판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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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깨비 2019-01-17 15:50   좋아요 1 | URL
저도 별로인 책은 별점을 매기지 않거나 아예 리뷰를 남기지를 않고 조용히 되파는데요. 가끔 북플 벗님들의 카리스마 넘치는 원스타 투스타 리뷰에 카타르시스를 느끼곤 합니다. 그럴땐 소심하게 좋아요 누르고 사라지죠. ㅎㅎㅎ

sslmo 2019-01-17 16:03   좋아요 2 | URL
전 예전에 별 하나도 주기 싫었던 책인데 별 하나를 줬더니,
저자는 가만 있었는지 어쩐지 모르겠는데,
문하생들이 악플을 달고 난리도 아니었어요.
얼마 있다가 확인해보니 제 리뷰가 블라인드 처리된것인지,
제 서재에서조차 삭제되어있더라구요.
암튼 그런 일이 있은 후론 책이 별로이면 별점을 매기지 않아도 좋은 페이퍼로 돌려버립니다.
님과 저 찌찌뽕이었네요, ㅋ~.
저도 원스타 투스타 리뷰 통쾌할때가 있거든요~^^

2019-01-17 15: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sslmo 2019-01-17 16:12   좋아요 3 | URL
맞아요, 알라딘이 책이야기를 할 수 있는 유일한 곳이예요.
저 예전에 다른 인터넷 서점에, (인터파*)에 잠깐 잠깐 리뷰를 올린 적이 있었는데,
이곳보다 더 간단하게 100자평 정도로 쓰면 되는데,
그게 되게 공식적이고 형식적으로 느껴졌어요.
알라딘 서재 이곳은 거기에 비하면 내밀하고 친밀하죠~^^

저도 주변에 책얘기 나눌 분 없습니다.
다는 아니겠지만 어르신들은 책읽기를 포기하시고,
저희 남편만 하더라도 저랑 독서취향에 교집합이 없습니다~--;
그래서 책 얘기 맘껏 할 수 있는 이곳이 좋습니다~^^

쎄인트saint 2019-01-17 16:19   좋아요 0 | URL
살아가며 좋은 책을 만나는 것도 복입니다. 저는 다른 인터넷 서점 블로그 대문에 이런 글을 남겼지요. “좋은 책을 만나는 것은, 애틋한 사랑을 만남과 같다.” 사실 내가 불러서 오는 책들보다, 나를 일부러 찾아온 책들은..“너 참 못생겼다. 종이가 아깝다. 나무가 불쌍하다.”하기 참 힘들어요. 어떤 땐 아예 그 책을 리뷰는커녕 조용히 다시 종이로 보낸 적도 있습니다(아주 가끔). 아무리 못 나도 예쁜 구석을 찾아보려고 애쓰기도 하구요. 그러나 권책가(勸冊歌)는 안 부릅니다. 못 부르지요. 책과의 만남도 福不福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sslmo 2019-01-17 16:31   좋아요 1 | URL
네, 살아가면서 좋은 책을 만나는 것도 복이지만,
책 얘기를 나눌 수 있는 사람들을 온라인이 됐든 오프라인이 됐든 만나는 것도 복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게다가 좋은 책을 권해주긴 쉽지만,
별로인 책을 가려내주는건 쉽지않은 일이겠지요.
그래서 저 책의 박혜진 님을 보면서 부러움을 금할 수 없었습니다.

“좋은 책을 만나는 것은, 애틋한 사랑을 만남과 같다.” 라 완전 멋집니다.
김탁환 님이 쓰신 ‘열하광인‘이었나(?) 하는 책에 보면 명은주라는 여자가 저렇게 책과 애틋한 사랑을 했었는데 말이죠~^^

이박사 2019-01-17 18:10   좋아요 0 | URL
저도 서효인X박혜진 님 책 구매했습니다^^

˝이 책은 안 봐도 될 듯˝이라는 말이 참 부럽네요.

책 이전에 그 사람을 잘 알아야 할 수 있는 말 같아서.

sslmo 2019-01-18 09:32   좋아요 0 | URL
오래간만입니다, 잘 지내시죠?
한번씩 맥을 짚어주는 장르소설 리뷰(?) 100자평 잘 보고 있습니다.

그러게요.
˝이 책은 안 봐도 될 듯˝이라는 말 속에 참 많은 배려가 담겨 있죠.
저는 박혜진 님이 완전 부럽더라구요.
서효인 님이 소개하신 책들 뿐만 아니라 서효인 님의 책들을 다 들이는 중입니다~^^

서니데이 2019-01-17 19:37   좋아요 0 | URL
온라인 서점의 미리보기나 상품소개란이 잘 되어있지만, 그래도 가끔은 오프라인 서점에서 실물을 확인하고 사고 싶을 때가 있어요. 그렇게 사도 예상했던 것과 조금 다른 책도 있기도 합니다.
좋은 책을 만나는 것도 기분 좋은 일이겠지요.
잘읽었습니다.
양철나무꾼님, 따뜻한 하루 보내세요.^^

sslmo 2019-01-18 09:44   좋아요 1 | URL
한 10년 전까지만 해도 온라인, 오프라인 서점을 반반씩 이용했던 것 같은데,
이젠 온라인 서점만, 그것도 알라딘 서점 한곳만 이용해요.
그래도 산 책을 또 사고, 선물 받고...똑같은 책을 4권까지 들여봤습니다, ㅋ~.

가끔 오프라인에서 실물을 확인하고 사고 싶을 때가 있지만,
일부러 가게 되진 않네요.

오늘은 어제완 다르게 포근하고 따뜻한거 같아요.
님 따뜻한 댓글 덕분에 하루를 경쾌하게 시작하네요~^^
 
읽을 것들은 이토록 쌓여가고 읽어본다
서효인.박혜진 지음 / 난다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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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시작했을때 조금 당황하였다.

두 사람의 책일기라고는 알고 있었지만, 실물을 영접했을때는 헐렁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헐렁하다는 느낌에 당황을 한 이유는,

대충 책장을 넘기다 보니 이 정도의 글은 알라딘 서재를 마실 다니다 보면 흔히 만나게 된다 싶었기 때문이다.

그걸 구태여 책값을 지불하고 사읽는다고 생각하니 약이 올랐었나 보다.

책을 펼치면 왼쪽은 서효인 님의 글이고, 오른쪽은 박혜진 님의 글로 나누어져 있다.

처음엔 순서대로 차근차근 읽었으나,

느낌이 쭈욱 이어지지 않고 하루 분량으로 단절되는 느낌이어서 찌라시를 보는 느낌이었다.

책을 한쪽으로 밀쳐두었다가,

이번엔 왼쪽의 것들만 쭈욱 모아서 읽어보고,

오른쪽의 것들은 따로 모아서 읽어봤다.

그랬더니 좀 낫다.

 

난 서효인 님의 글들이 조금 더 공감이 갔는데,

그게 아무래도 책 얘기를 하고 있지만,

책 얘기를 빙자한 일상을 얘기하고 있어서 그런 것 같다.

간혹 양념처럼 가정, 육아 얘기가 등장하는 것도 좋았고,

내가 취약한 분야인 그림책 얘기가 등장하는 것도 좋았다.

 

읽으신 책들도 오래 전의 것들이 아니라,

작년에 인기가 있었고,

그리하여 그렇게 나를 거쳐간 책들이 많아서 공감하기 쉬웠는지도 모르겠다.

 

눈에 띈 책들도 여러 권 있었는데,

읽지않고 덩치로 쌓아놓은 책들이 밀려있으면서도,

몇 권은 당장 구입하는 호기를 부려보았다.

 

서효인 시인은 여행보다는 거실의 쇼파나 방구석을 즐기는 것도 나랑 닮았다.

여행을 텔레비전이나 책으로 즐기는 것도 나랑 똑같다...라고 생각할 즈음,

 

어느날 조혜은 님의 '신부 수첩' 일기에서 시인과 시집의 거리감에 대해서 얘기한다.

어떤 시집에선 시인의 얼굴이 보이기도 한다는데,

일그러진 표정과 한한 표정을 구분할 수도 있다. 나아가 시인의 생활을 떠올리기도 한다. 슬프게 자랐구나, 외롭게 버티고 있구나, 단단하게 맞서고 있구나, 하는 추측을 해본다.(150쪽)

고 하는데,

여기서 '쓸쓸히 늙어갈' 내 모습이 언뜻 엿보여 '헛헛'하고 웃게 되었다.

 

음, 책의 리뷰와는 상관없는 얘기인데,

책을 통해서, 책의 구절들을 통해서 위로받았으니 얘기해봐도 좋을 것 같다.

 

며칠전 [그장소] 님의 부고를 접했고, a님을 제일 먼저 떠올리기는 했었다.

아, a님 어떻게 하냐...싶었지만,

난 여태 지난 슬픔에 침잠하여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었다.

며칠을 그렇게 망설이고 있었는데 a님이 먼저 전화를 해주셨다.

목소리가 너무 예쁘고 단정했다.

예쁘기만한게 아니고 어투도 예쁘고 발음도 단정했다.

그때가 점심시간이라 쪽잠을 청하고 있었던 터라, 목소리를 자장가 삼아 잠들고 싶었으나,

점심시간이 끝나갈 무렵이라 그렇게 '안녕'을 고해야 했다.

 

때론 그런 것 같다.

어떻게 위로해줘야 할까 망설였는데,

전화 통화만으로도,

전화기를 붙들고 그렇게 보이지않게 연결되어 있다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놓이고 위안이 되는 그런 관계가 있는 것 같다.

 

세상이라는 것은,

삶이라는 것은,

때로 때때로 그렇게 의외의 작은 행동 하나에서 엄청 위로를 받기도 하는 그런 것인가 보다.

 

통화를 마치고 이 책을 마저 보는데 이런 구절이 등장한다.

a님을 향하여 별말 못했지만,

꼭 들려주고 싶었던 말들이라...여기에 옮겨 본다.

 

시간은 멈춤이 없이 뚜벅뚜벅 앞으로 갈 것이다. 처제의 언니에게도 시간은 그러하였다. 조금 덜 지치길. 많이 지치면 기대길. 위대한 시간 앞에 인간은 손을 맞잡는 것 말고 다른 적절한 대처가 없을 것이다.(96쪽)

 

아들을 잃고 백일이라는 시간이 지나온 나로서도 기대고, 손을 맞잡는 것 말고는 적절한 대처가 없다는 걸 실감하고 있으니 말이다.

 

아참,

자꾸 안으로 움추러들려는 내게,

이 구절도 참 좋았어서 옮겨본다.

솔닛처럼 멋진 아이디어를 떠올리기엔 그 여름의 걷기는 너무나 심각한 고난이었지만, 사유 대신에 용기를 얻을 수 있었다. 이 삶을 지속시킬 수 있을 것만 같은 용기.(34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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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1-15 14:3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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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1-15 16:3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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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1-15 18:3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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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1-16 11:1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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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1-16 04:5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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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검루수필
백검당주.양우생.김용 지음, 이승수 외 옮김 / 태학사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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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검당주, 양우생, 김용이 쓴 수필 모음집이란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이 책은 잘못 구입한 책 되시겠다.

책이 별로여서가 아니라, 내 능력 밖의 책이어서 과분하다.

한때 중국 무협 소설을 즐겨 읽었었다.

중국 무협의 세계를 조금만 아는 사람이라면 김용이라는 이름만 봐도 눈이 번쩍 뜨일 정도여서 구입했지만,

이 책은 내게 어려워도 너무 어려웠다.

근데 찬찬히 읽다보니,

이 어려움은 낯섬이었다.

우리나라만 하더라도 1950년대의 삶이나 문화에 대해서 얘기하면 그것들이 낯설고 이질감이 느껴지게 마련인데,

이들이 활동하던 1950년대에 쓰여진걸 오늘날, 대한민국의, 내가 읽으니 더 더욱 그렇다고 자위하면서 읽었다.

 

암튼 중국 무협 소설의 향수를 느낄 수는 없었지만,

맨 처음 '역자 서'를 읽으면서 감동하였는데,

이 책이 나오게 된 배경과 노고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고고한 품격 같은 것이,

뭐랄까, 팔뚝에 소름이 돋는듯한 서늘한 상쾌함 같은 것이 느껴졌다.

 

여러 명이 편역했다고 되어있는데,

내가 이쪽으로 지식이 부족하여 평가를 할 깜냥이 안되니 그런 것일 수도 있지만,

편차를 느낄 수 없을 정도로 고르게 다 좋았다.

 

아는 내용은 집중하여 읽었고,

모르는 내용은 어쩔 수 없이 설렁설렁 읽었다.

아무래도 '홍콩 문단의 3검객'이라서 그런지 하나 하나 품격과 깊이가 느껴졌다.

 

김용의 글들엔 어느 정도 기대가 있어서 였을까, 수필만의 매력을 느끼기엔 좀 부족했고,

개인적으로 양우생의 글들이 좋았다.

이런 글은 작가적 통찰력이 엿보인다.

발자크는 귀족생활에 열광했지만, 그의 작품은 귀족을 예리하게 풍자하는 것이었다. 톨스토이는 백작이었지만 농민들 속으로 들어갔다. 부패한 환경은 절대로 양심 있는 작가의 영혼을 옭아매지 못한다.(44쪽, 양우생 편)

 

'김용'의 '수수께끼에 대하여'는 영어와 중국어의 글자의 형태를 가지고 노는 수수께끼에 관한 내용인데,

한자에 대해서 조금만 알고 읽으면 얼마든지 재밌게 읽을 수 있다.

 

'백검당주'의 '시를 읊거나 대련을 짓는 일'에 이런 구절도 나온다.

 

대련을 지을 때는 평측과 허실을 고려해야 한다. ㆍㆍㆍㆍㆍㆍ이 구칙은 매우 엄격하다. 내 생각에, 문자에 기대어 밥 벌어 먹는 사람에게 있어 이런 작은 일에 주의하는 것은 절대로 나쁘다고 할 수 없다. 정말 쓰잘 데 없는 것이 아니라면, 마음을 기울여보는 것도 괜찮다.ㆍㆍㆍㆍㆍㆍ저명한 작가 노사는 글을 쓰는 사람들에게 반드시 운문을 섭렵할 것을 권장했다. 중국의 운문이 그만큼 엄격하게 음률에 주의하는 것도 한 가지 이유였을 것이다. 이 방면으로 중국에는 허다한 입문서가 있었지만, 사람들이 마음을 두지 않거나 중시하지 않았을 뿐이다.(177~179쪽)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김용의 작품 중 읽지 않은 것이 제법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어쩜 읽었더라도 합쳐져서 다른 제목을 달고 나와서 모르고 지나간 것도 있는 것 같다.

'서검은구록'은 김용의 최초의 무협소설이라는데,

우리나라 제목은 '청향비'란다.

나는 아직 읽어보지 못 하였다.

기회가 되면 찬찬히 다시 읽어보고 싶다.

'모비 딕'을 힘주어 얘기하는 것도 흥미로웠고,

양우생 님의 '수학과 논리' 같은 글도 재미있었다.

 

'바둑과 장기' 꼭지의 글들은 누가 썼는지를 막론하고 다 흥미로웠으며,

양우생 님이 '부계'를 설명하는 것도 재밌었고,

'꿈과 이야기' 꼭지의 글은 결국 전부 양우생 님이 쓰셨다.

무협소설을 얘기하면서 '돈키호테'를 언급하는 방식도 흥미로웠다.

기회가 닿는다면 돈키호테를 읽어보고 싶다.

 

처음 낯설어서 진입하기가 좀 힘들었는데,

읽기 시작하니 재밌게 읽을 수 있었다.

책 뒤에 역자 소개를 하는 코멘트도 흥미로워 한참을 들여다봤다.

문득 한양대 국문과에 다니는 사람들은 행복하겠다, 는 생각이 들었다.

정민 님(정민 님의 책들은 좀 읽었다.)도 계시고,

이승수 님도 같은 한양대 국문과에 몸담고 계시단다.

찾아보니 '거문고 줄 꽂아놓고'란 책이 눈에 띤다.

계속 이런 책만을 읽는다면 머리가 뽀글거리겠지만,

가끔 한번씩 끼워읽기로 읽어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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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1-11 13: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sslmo 2019-01-11 16:12   좋아요 1 | URL
저는 좌백의 것들을 좀 읽었습니다, ㅋ~.

진짜 젊은 날, 아니 꽃다운 어린 시절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 참 많이도 찾아 읽었네요.
노년에 독서라...참 좋은데, 아주 좋은데,
전 노안 수술을 하든, 성능 좋은 돋보기를 구비해야 할 것 같습니다.

오래간만에 추억 돋아서...쓸데없는 농담을 해봤습니다, 헤아려 주시길~^^

transient-guest 2019-01-11 14:28   좋아요 0 | URL
양우생 와룡생 고룡 같은 분들의 작품은 제대로 번역되어 나오지도 못했지만 일단 다 절판되었기 때문에 구할 길이 없죠 너무 아쉽습니다

sslmo 2019-01-11 16:16   좋아요 0 | URL
와룡생, 고룡도 추억 돋는 이름이지요.
그러고 보니 전 김용 것도 몇 작품 못 읽었고,
와룡생, 고룡도 그러하니,
명함을 내밀기가 민망합니다.

절판되었군요, 재출간된다면 구매의사 있습니다~^^

서니데이 2019-01-11 14:55   좋아요 0 | URL
백검당주는 잘 모르겠네요. 아마 우리 나라에서는 작가 중에 김용선생이 제일 유명할 것 같아요.
오늘도 날씨가 많이 흐려요.
양철나무꾼님, 좋은하루 보내세요.^^

sslmo 2019-01-11 16:20   좋아요 1 | URL
저도 끝도 잘 모를 젊은 시절(어린 시절)에 읽어서 잘은 모르지만,
뭐랄까, 삶의 모든 것들이 녹아있는 것 같앴어요.
저도 백검당주는 낯선데,
양우생의 글이 김용보다는 저에게 잘 맞았어요.

네, 날씨는 흐린데 그래도 따뜻해서 살만해요.
님도 좋은 하루보내세요~^^

2019-01-11 15: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2-15 15: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며칠전 중국의 탐사선이 달의 뒷면에 착륙했다는 기사를 접했다.

탐사선 만으로는 지구와 교신을 할 수 없어 통신 위성도 쏳아올렸다는 기사는 내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탐사선이 달의 뒷면에 착륙했다는 것도 그러했지만,

그게 중국의 그것이라는 점이 놀라웠다.

이 책 '삼체'를 읽는 중이었다.

 

 

 

 삼체
 류츠신 지음, 이현아 옮김, 고호관 감수 /

 단숨 / 2013년 9월

 

 

이 책의 뒷표지에 보면 휴고상, 네블러상, 로커스상에 빛나는 '데이비드 브린'의 이런 서평이 나온다.

"최첨단 과학을 바탕으로 다채롭게 상상력을 자극한다. 류츠신은 어떤 언어로 읽어도 최고인 픽션을 만들었다."

어떤 언어로 번역되더라도 멋진 작품임에는 틀림이 없지만, 과학적 용어를 읽어내지 못한다면,

바꾸어 얘기해 컴퓨터의 원리나 물리학ㆍ천문학적 용어가 낯설다면 진입하기 힘든 소설이 되겠다.

과학적 상상력과 다채로움을 빵빵하게 장착한 과학 전용 고급 부페 같은 느낌이지만,

과학적 상상력이 빈약하거나 그쪽으로 노출이 없다면 거부감이 들 수도 있겠다.

난 이 책이 다른 의미에서 좀 힘들었는데,

사람의 죽음을 가볍게 생각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나쁜 놈을 죽이려다가 어처구니 없이 남편이 같이 죽게 되거나,

난세가 되면 사람을 탈수시켜 돌돌 말아들고 다니다가,

어떤 탈수자는 불태워지거나 다른 사람이 주워 먹어버리기도 하고,

항세기가 되면 물에 들어가 다시 살아나기도 한다.

이건 물론 게임 속 가상현실이지만 말이다.

이 책 속에 레이철 카슨이 쓴 '침묵의 봄'이 중요하게 언급된다.

나도 언젠가 읽기는 했었지만, 그냥 스치듯 읽었던 터라,

큰 의미를 부여하진 못 했었는데,

예원제와 문화대혁명을 비교하여 인용하니 무게감을 알겠다.

이 책이 내게 의미있게 다가온 건 '인간 중심'의 사고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해준다는 것이다.

대자연의 시각에서 본다면 인간도 대자연의 일부일뿐, 미미한 존재이니까 말이다.

폭넓은 주제를 다루는 것도 아닌, 그저 살충제 남용이 환경에 미치는 위해를 말하고 있는 책이었지만 작가의 시각이 예원제를 뒤흔들었다. 레이철 카슨이 쓴 인간의 행위, 즉 살충제 사용은 예원제가 보기에 그저 정당하고 정상적이며 적어도 중립적인 행위였다. 그러나 대자연의 사각에서 보면 위 행위는 문화 대혁명과 별 차이가 없었다. 우리의 세계에 끼치는 폐혜는 마찬가지로 심각했다. 그렇다면 자기가 보기에 정상이거나 심지어 정의라고 생각되는 인간의 행위 중 사악한 것이 얼마나 된단 말인가?(113쪽)

이런 구절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당신들의 생각을 교란하는 거지. 사람을 죽이면 다른 사람이 나타나겠지만 생각을 교란시키면 과학은 끝이거든.(156쪽)

거칠게 요약해보자면,

이 책은 중국 문화혁명 당시 아버지를 잃고 어머니께도 버림 받은 여자-에원제-의 인류를 대상으로 한 대대적인 복수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을 읽고 우리가 왜 기초과학에 집중해야 하는지 한번쯤 생각해 보게 됐고,

인간의 존재에 대한 근원적인 물음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됐다.

인간의 목숨이, 삶이, 그리 대단할 것은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마냥 하찮기만 한 존재도 아니다.

적당히 묻고 적절하게 대답할 수 있는 혜안이 필요하겠다.

3권은 아직 번역 전인 것 같고, 2권은 대기 중이다.

2권은 우주대함대의 격투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RPG게임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더 재밌게 접근할 수 있겠다.

중국에선 영화로도 나왔다는데,

과학이론이나 과학적 상상력을 어떻게 영상화했을지 궁금하다.

 

 

 

 삼체 : 2부 암흑의 숲
 류츠신 지음, 허유영 옮김 /

 단숨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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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19-01-08 01:46   좋아요 0 | URL
양철나무꾼님 늦었지만 새해 복많이 받으셔요^^

sslmo 2019-01-08 17:09   좋아요 0 | URL
제가 먼저 인사 드렸어야 하는데, 한발 늦었네요.
카스피 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