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시창 - 대한민국은 청춘을 위로할 자격이 없다
임지선 지음, 이부록 그림 / 알마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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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까지만 해도 나는 장르소설 마니아였다.

(그중에서도 추리소설, 스릴러소설, 공포 소설, 과학 소설, 판타지 소설, 무협 소설이 주 종목이었다.)

지금은 다방면의 책을 두루두루 읽을려고 노력은 하지만,

그때는 노력도 안했을 때여서 지독히 편협한 독서를 했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난 상상력과 경험이 부족하여,

책을 읽으면서 아무리 감동 또는 충격받은 명장면, 명대사가 있더라도...

장면을 선명하게 그려내거나 묘사하지 못해서...다시 말해 영상화하지 못해 덜 한데,

영화나 드라마 따위로 영상화된 장면이 주는 각인 효과는 치명적이어서,

꼭 꿈에 재현되어 가위눌림을 당하는고로...

장르소설은 두루 섭렵해주시면서도 그게 영화가 되면 보지 못한다.

 

그런 의미의 연장선에서 눈감고 귀막아...멀리하려는게 또 하나 있는데,

그게 바로 시사문제, 뉴스이다.

혹자들은 보고있으면 화가 나고 울화통이 치밀어서...라고 하던데,

때문에 난, 현실을 직시하는 능력 따위는 일찌감치 밥 말아 잡수셨고,

맨날 우물 안 개구리처럼 집과 회사만을 다람쥐 쳇바퀴 돌듯 왔다갔다 하면서 지낼 뿐,

현실을 직시하는 능력 - 시사문제, 뉴스에 대해서는 까막눈이었다.

우리나라 장르소설을 접할 기회가 없었으니 당근, 내가 좋아하는 장르소설 작가들은 다 외국 작가들이었고,

그 중에서 마이클 코넬리를 좀더 좋아했는데,

그 이유가 우리주변에서 흔히 있을 법한 사회범죄를 해리보슈라는 형사를 통하여 현실감있고 진지하게 그려내고 있기 때문이었다.

해리보슈를 들여다 보고 있을라 치면, 또다른 날 들여다 보고 있는 것 같은 것이 낯설지가 않다.

고독하고 외로운 설정이 친근해 보이는 것도 그렇고, 커피를 외로움 치료제처럼 달고 사는 것도 그렇고 말이다.

 

암튼 마이클 코넬리의 해리보슈 시리즈를 그럴 법하게 쓰여진 재미난 소설이라고 생각했었던 난,

이 책을 권해준 친구가...자기는 눈물이 나서 눈물을 닦고 마음을 다져먹고 읽느라 힘들었다고 했는데,

나도 감성 충만하고 눈물 많기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위인인데도 불구하고,

이 책을 장르소설쯤으로 생각하고 읽어서 그랬는지 어땠는지 눈물이 나지 않았었다.

 

그리고 오늘 새해 첫 날, 할 일이 없길래 '타워'라는 영화를 보러갔었다.

우연히 보게 된 영화 속 장면들이 각인되어 잠을 이룰 수가 없다.

남편과 아들은 뭐 그리 눈물나는 장면이 있었냐고 하는데,

난 영화 속 장면도 장면이지만,

그때까지 글자에 지나지 않았던 '현시창'이 현실이 되어 살아 움직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주상 복합의 초고층 빌딩 타워스카이에서 벌어지는 얘기이니만큼 부자인 사람들이 나오는 얘기이고,

그들이 주축이 되다 보니,그들만 나오는 게 아닌데도...영화 '현시창'이라고 이름 붙여도 좋을 만큼 온갖 종류의 사람들이 등장한다.


최고의 부자들이 사는 초고층 빌딩에서 벌어지는 얘기이지만,

아들의 대학등록금을 위해 크리스마스에도 쉬지 않고 일하는 청소 아줌마나,

티격태격하는 요리사들이나,

타워스카이가 직장인 사람들의 삶은 '현시창'그 자체이다.

타워 스카이로 출동하는 소방 대원들도 '현시창'이긴 마찬가지이다.

그곳에 상주해 있는 극소수의 사람들을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현시창'의 삶을 살고있다.

 

그럼,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현시창'의 뜻은 무엇일까?

가수이기도 한 에미넴이 주연으로 나온 영화 <8miles>의 한구절이기도 한데,

Like when you gotta stop living up here and start living down here?

이게 원문이고, '꿈은 높은데 현실은 시궁창이야'로 번역하였다.

그걸 줄여'꿈높 현시'또는 '현시창'등으로 얘기한다.

가슴 속에 품은 꿈을 이루기에는 자신 앞에 놓인 현실이 너무 보잘 것 없을 때 자조적으로 쓰인단다.

 

부제가 <대한민국은 청춘을 위로할 자격이 없다>인데,

'타워'영화를 보면서도 든 생각이지만,

대한민국은 청춘을 위로할 자격이 있고 없고, 는 차치하고라도...

대한민국은 청춘을 위로하려 들지 않는다.

다만 돈 있는 자에게 가서 줄을 서고 아첨을 할 뿐인데, 그걸 위로라고 착각을 하는 거다.

 

내가 영화를 보는 내내 슬펐던 것은,

이렇게 저렇게 상처를 열고 헤집어 문제를 제기하려 하기만 할뿐,

그래서 이런 저런 일들이 여기저기서 펑펑 터져 볼거리가 넘쳐나는 영화이기는 하지만,

해결책을 제시하고,

상처를 치유하려...아니 적어도 봉합하려 들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얼마전 서울시에서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시켰다.

여러가지 좋은점도 있겠지만, 단점도 무시할 수는 없다.

예를 들면 정규직일 경우 연령에 제한을 두게 된다.

그렇다면 지금 정년을 넘긴 나이에 일하고 계시는 청소 노동자들의 경우,

그나마 그 일자리에서도 제외되는 것이 된다.

 

법률이나 명령, 조례, 규칙 따위는 사람을 위해서 만들어지는 것이다.

사람을 위해 만들어지는 것들이 사람을 옭아매는 도구가 되어서는 안된다.

악법도 법이다...라는 말은 소크라테스 같은 훌륭한 철학자한테나 통용되는 말이다.

우리는 일개 범인(凡人)일 뿐이다.

법이 악법이라면, 적절하게 다시 뜯어고쳐야 한다.

 

영화를 보고 분통을 터뜨린 내가,

이 책을 보고 다행이라고 생각한 이유는...

책에서는 상처를 치유하고 봉합하려고는 아니더라도,

해결책은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상처가 덧나고 옹이가 생겨 단단해진 자리를 우리는 '훈장'이라는 다른 이름으로 부르지 않았던가?

 

이 책의 지은이는 '현시창'을 '현실(現)을 직시(視)하라, 그리고 창(槍)을 들라'라고 고쳐 읽는단다.

그리고 '지금(現)' '노래부르며(詩)' '창의적으로(創)' 오늘의 현실을 이겨나가자고 제안하고 있다.

 

현실은 시궁창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런 '현시창'을 이겨나가는 힘은, 그렇더라...권력이나 명예, 돈 따위는 아니더라.

'현시창'을 이겨나가는 힘은 사랑이더라.

그리고 어차피 할 일, 이왕 할바엔 내가 하는 일에 자긍심을 갖고 즐기면서 룰루거리고 노래라도 불러가며 할일이다.

 

현실은 집단적으로 우울증이라도 걸려야 하겠지만,

그 정도로 우울하지만,

우리가 집단 우울증이 걸린다고 하여 시간을 거스를 수도 없고 선거를 다시 치를 수도 없다.

서로가 서로를 보듬어 안고 격려하고 위로하여 한걸음 앞으로 나아가는 수밖에...~--;

왜 그런 인디언 속담이 있지 않았던가?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

앞으로 5년이면, 멀고도 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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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3-01-02 07:54   좋아요 1 | URL
5년이야 짧아요.
훌쩍 지나가는걸요.
서로 사랑하며 살아가면
5년쯤이야
아주 가볍지요.
서로 즐겁게 잘 누려야지 싶어요.

sslmo 2013-01-02 10:11   좋아요 1 | URL
맞아여, ㅋ~.
하루 하루 다르게 커가는 울 아이들을 보고 있으면,
5년은 눈깜짝할새일지도 몰라여.
님도 새해 복 많이 지으시고, 복 많이 받으셔요~!

감은빛 2013-01-02 13:12   좋아요 1 | URL
장르 소설은 읽지만, 그걸 영상화시키지 못해서 괜찮다니.
그거 좀 많이 신기한데요.
저는 오히려 영화보다 책이 더 상상력을 발동시켜서 더 무섭고, 더 끔찍하던데요.
영화는 되려 여러가지 현실적인 상황들(영상물 등급제, 카메라 기술의 한계 등등)때문에
덜 무섭고 또 덜 끔찍하더라구요.

양철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oren 2013-01-02 20:34   좋아요 1 | URL
저도 지난주에 영화 '타워'를 봤어요. '비싼 등록금' 때문에 성탄절까지 아르바이트를 하던 고학생 청년이 전광판 뉴스를 통해 엄마가 바로 그 '뉴스의 현장'에 갇혀 생사조차 알 길이 없다는 사실에 절망하는 모습을 보면서 목이 턱하니 막히고 눈물이 샘솟더군요.

좀 엉뚱한 얘기이긴 합니다만, 저는 가끔씩 주위에서 힘들다는 푸념이 들리면 (욕을 먹을 각오를 하고서라도) 저쪽 '북한 주민들'을 떠올려 보라고 말하곤 합니다. 우린 일제 식민통치 36년, 한국전쟁과 지독한 가난, 거기에 유신독재와 신군부 독재까지도 어쨌든 모두 헤쳐나왔어요. 앞으로 5년이 길게 느껴지는 건 물론 MB정부 5년에 잇따른 것이기 때문에 더 그러할지도 모르겠지만, 저로서는 '5년은 금방'이라 여겨요. 문제는 어느 곳, 어느 시대와 어느 순간이든지 우리에게 주어진 매순간만큼은 늘 다시 없는 소중한 시간이라는 거죠. 너무 조급하게 좌절하지 말고 조금씩 힘을 냈으면 좋겠어요.
 
마음이 아플까봐 꿈공작소 5
올리버 제퍼스 글.그림, 이승숙 옮김 / 아름다운사람들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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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마음이 겉옷에 단추처럼,

사람들이 다 볼 수 있는 곳에 매달여 있었으면 좋겠다 싶었던 때가 있다.
그 단추처럼 생긴 마음에는 온도감지센서도 같이 달려있어서,
적정 온도 이상으로 과열되면 '삐뽀~ 삐뽀~'내지는 '쟁! 쟁! 쟁~!'하는 경보를 울려주어서...

필요 이상 정을 주고 맘 아파 하면서 살지 않아도 될텐데 하는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한편으론 마음을 겉옷의 단추처럼 사람이 다 볼 수 있는 곳에 매달면,

내가 쓸데없는 곳이나 것에까지 마음주는것처럼 보여, 헤픈 사람 취급을 받게 될까 두렵기도 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난,

마음을 내 안에 가두고는 마개로 막아 버렸다.

마음을 겉옷의 단추처럼 사람들이 다 볼 수 있는 것에 매달고 싶었을때는...

먼저 다가와 편한 호칭으로 인사해 주고,
말보다는 행동을 앞에 두고,
보이는 것만으로 판단하지 않고 나의 긍정적인 면까지 바라봐 주는 사람들이 좋았다.
그리하여,
나로 하여금 어느새 마음의 빗장을 풀고,
내가 다가가 손 내밀어 맞잡아주고,
말이나 행동보다는 마음을 앞에 두고,
보이는 것에 현혹되지 않고 나의 마음을 일관되게 전할 수 있게 되기를 간절히 원했었다.



그런데,
인사를 나눌 때조차 시선을 고정시키지 못해 불안하고,
마음이나 행동보다는 말이 앞서고,
직장 내에서의 나의 위치만으로 나를 평가하고 대접해 버리는 사람들을 만날때면,
나도 첫인상만으로 그 사람들을 판단하여 마음에 빗장을 걸어버리고는...
마음 둘 곳 없어 한다, 정 붙일 곳 없어한다.


그러고 보니,
나는 이미 마음의 빗장을 닫아 걸 수도,
손을 등뒤로 거줘들여 숨길 수도,
첫인상 만으로 사람을 판단할 수도 있는 그런,
온도감지센서나 경보장치가 작동하는 그런,

단단한 마음을 가지고 있구나 싶어...스스로에게 화들짝 놀란다.

이 책<마음이 아플까봐>는,

그렇게 마음이 아플까봐 어느 순간 마음을 병에 넣고 마개로 막아 버린 또 한사람 얘기이다.

 

한소녀가 있다.

이소녀는 할아버지와 함께 성장해간다.

할아버지와 함께 하는 세상 모든 일에 호기심과 신비로움으로 가득 차 있었고,

새로운 일을 발견할 때마다 할아버지와 기쁨을 함께 나누었다.

그러던 어느날, 그녀는 할아버지의 부재를 발견하게 되고 마음의 문을 닫아건다.

호기심도, 신비로움도, 같이 멈추었다.

 

소녀는 어느덧 성장하여 아가씨가 되고,

병에 넣고 마개로 막은 마음을,

뒤늦게 꺼내기 위하여 온갖 노력을 기울이지만 허사다.

 

작은 손으로

작은 병의 마개를 열고,

작은 입구에 마음을 집어넣었던 소녀였을 때처럼,

작은 소녀가 나타나  작은 손으로 마음을 꺼내준다.

 

이 책을 읽고 많은 것들을 느끼고 깨달았다.

그 느낌이 여느 책이 주는 그것과 좀 달랐던 것은,

이 글의 처음에서 밝힌 것처럼 이 소녀와 내가 쏙 빼닮았기 때문이다.

(이 소녀, 아가씨의 얼굴은 좀 평면적으로 생겼다, 내가 쫌 더 예쁜 것 같다, ㅋ~.)

 

나도 한때 마음을 마개로 꼭 막고,

게다가 한술 더 떠 두꺼운 허위와 과장이라는 옷을 걸쳐 안 보이게 숨겨놓고는,

'where is my mind?' 하고 돌아다녔었다.

마음은 내안에 갇혀 있었지만, 동시에 그렇게 표류하고 있었다.
길치인 나에게...누군가 이런 말을 해주었다.

길은 눈이 어두워서 잃는 것이 아니라, 마음이 어두우면 잃는 것이니...마음을 닦아 반짝반짝 밝혀두라고~.

 

오랫동안 마음에 새기고는 있었지만, 그때는 무슨 뜻인지 몰랐었는데...이제는 어렴풋이 그뜻을 알것도 같다.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라고 했던가?

모두 마음이 지어내는 일이니, 마음을 객관적으로 바라봐야 할텐데,

자기 자신의 마음을 객관적으로 말끄러미 들여다 보는 건 쉽지 않다.

내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볼때,

이럴때 자기를 쏙 빼닮은 친구를 만나게 되면,

그 친구를 거울 삼아 자신을 객관적으로 돌아볼 수 있게 된다.

그래서 누군가는 이런 시를 지었는지도 모르겠다.

 

주봉지기천배소(酒逢知己千杯少) 지기를 만나 술을 마시면 천 잔도 적고

화불투기반구다(話不投機半句多) 말과 뜻이 맞지 않으면 반 마디 말도 많다

 

다시말해, 얼마나 긍정적인 마인드의 친구를 만났는가에 따라 자신도 뒤바뀔 수 있다는 얘기이다.

 

그 소녀는 마음이 아플까봐 할아버지의 빈자리에 아무도 들이지 않게 되고,

그 순간 그 소녀 주변의 모든 것이 같이 멈추어 버린다.

어쩜 사람이 만들어낸 빈자리는 다른 사람으로 채워야 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오늘 이순간을 가열차게 제대로 사랑한 사람만이 내일 또 다른 사랑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정말 사랑하고 싶은 사람이 나타났는데 서툴러서,

어떻게 사랑하는 건지 몰라서,

망설이다가,

또는 그순간 자신의 사랑을 의심하다가 놓쳐버릴 수도 있다.

 

그러니 감히 단언컨데,

사람의 빈자리는 다른 사람으로 채워야 하고...

(이때 사람 대신 사랑을 사용해도 무방하겠다.)

사람과 다른 사람 사이를 연결시켜주는 것은 책이 아닐까 싶다.

우리는 나와 닮은 다른 사람을 거울 삼아서도 제 마음을 말끄러미 들여다보게 되지만,

그렇지 않을때는,

그렇지 못할 때는,

책을 통해서 근사하게 간접경험을 하는 수밖에 없으니까 말이다.

 

긍정적인 친구와 함께 있다보면,

행복하고 즐거운 생각만으로도 하루가 짧다.

'마음이 아플까봐' 따위는 '하늘이 무너질까봐'류의 기우이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질 않았나?

 

그래서 나도 친구에게 옮아온 긍정적인 마인드를 다른 사람들에게 마구 마구 전염시켜야 겠다.

'마음이 아플까봐' 따위의 '기우'일랑은 잊어버리고...

마개를 열고,

마음을 꺼내어 분홍분홍*^^*하게 닦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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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2-12-28 12:02   좋아요 0 | URL
이거 땡투 들어오면 하나는 접니다, 양철나무꾼님. 흣.

sslmo 2013-01-02 10:15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 세배도 안했는데 세배받는 기분이예염.
뭐라구여~?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안했는데 김칫국이라구여?
떡이 먼저면 어떻고 김칫국이 먼저면 어때여?
암튼 우리 새해 복 많이 짓고, 복 많이 받자구여.
님도, 저도~^^

숲노래 2012-12-28 12:39   좋아요 0 | URL
오늘 하루도 좋은 책으로
예쁜 얼굴 활짝 웃으셔요

sslmo 2013-01-02 10:17   좋아요 0 | URL
좋은 책은 확실한데,
예쁜 얼굴은 장담 못하는데~--;
다만 활짝 웃는건 자신 있는고로~
활짝 웃는 얼굴이 예쁜 얼굴이라고 마구 우겨야죠, ㅋ~.

루쉰P 2012-12-28 15:26   좋아요 0 | URL
후후 리뷰 1등하시면 좋겠어요 ㅋ

sslmo 2013-01-02 10:19   좋아요 0 | URL
이럴때, 떡 줄 사람은 생각지도 않는데 김칫국 먼저 마신다...는 속담이 적용되는 예라고 해야 할까여?
그리되면, 설상가상 아니고 금상첨화겠죠~^^

님도 새해 복많이 지으시고 복많이 받으셔요~^^

하늘바람 2012-12-28 17:08   좋아요 0 | URL
그림책으로 이런 멋진 리뷰를 쓰시다니 단연 일등이에요

sslmo 2013-01-02 10:25   좋아요 0 | URL
ㅎ,ㅎ...쑥쓰~^^
그림책이라면 일가견이 있으신 님한테 이런 칭찬을 받으니, 쑥쓰럽기도 하지만~
으쓱으쓱~*^^*하게 되는걸요~^^
님의 칭찬은 그냥 칭찬이 아니라,
꺼져가는 생명에 인공호흡을 하신거랍니다여, ㅋ~.

마녀고양이 2012-12-28 17:17   좋아요 0 | URL
^^........;;;;
지은 죄가 많은지라, 땀만 삐질삐질... ^^

sslmo 2013-01-02 10:27   좋아요 0 | URL
알기는 알지?
내가 자기 얼굴 보여달라고는 안함.
코알라 보여달라는데...왜 이모와 조카가 만나겠다는데...가로막는거임?
코알라랑 나랑 불륜커플도 아니고,
우리 한번만 보고살면 안되여?^^

2013-01-04 19: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1-02 10: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1-04 21: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12-28 20: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1-02 11: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1-04 19: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북극곰 2012-12-31 14:35   좋아요 1 | URL
나무꾼님,
하림의 노래를 들으니 어쩐지 맘이 따뜻해지다 못해 왜 눈물이 날 것 같은지....

내년에도 건강하시고, 복 많이 받으세요~!!

sslmo 2013-01-02 11:53   좋아요 1 | URL
하림표 위로하면 이 곡을 빼놓을 수 없죠, ㅋ~.
북극곰님도요~^^


2012-12-31 20: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1-02 12: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나쁜 식탁 VS 건강한 밥상
다음을 지키는 엄마들의 모임 지음 / 민음인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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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 누군가가 탄생한 좋은 날이라는데,

난 할일이 없어 웹서핑을 이리저리 다니다가 보니...

나의 사랑 깔때기 정봉주께서 출소하시면서 두부 커팅식을 하는 장면이 나오는 거다.

크리스마스니까 십자가 모양으로 절단하겠다는 입담을 보니,

그가 건재한것 같아 안심이다.

 

근데, 교도소를 나오면 왜 두부를 먹을까? 

 

일제 강점기에 일본인 독립 운동가들을 잡아다 가두고 음식을 제대로 제공하지 않아,

출소한 재소자들이 굶주린 상태에서 급하게 음식을 먹다 체하여 사망하는 일이 다반사였다고 한다.

이를 보고 소화도 잘되고 영양도 좋고, 구하기도 쉬운 두부를 생각해 냈고 그 관습이 지금까지 전해 오고 있다는 설이 있단다.

(157쪽 인용)

두어 가지 예가 더 제시되어있기는 하지만,

좀 야윈 그의 얼굴을 보니 위의 한 가지 이유와,

건강과 액운을 없애기 위해서 먹었다는 것만 옮겨 보기로 하겠다.

그동안 고생이 많았으니,

생두부 한 귀퉁이를 잘라먹고,

액운을 물리치고 앞으로는 탄탄대로이기만을 바란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아이를 지각을 시켜도 아침을 꼭 먹여서 학교를 보내야 한다는,

이른바 등 따시고 배 불러야 힘이 솟고 기운이 난다는 아침 예찬론자, 집밥 예찬론자이다.

아들이 초등학교 1학년 때는 학교 급식 검수 위원까지 했을 정도로 열혈이었지만,

그렇다고 친환경이나 유기농 따위를 위해 언니네 텃밭, 한살림, 흙살림, 두레생협 등을 일부러 찾아다니지는 않았는데,

다 비빌 언덕 우리 시어머니가 계셨기 때문이었다.

 

이제 비빌 언덕이 돌아가신 관계로다가...뒤늦게,

내가 그동안 알고 있었던 이런 저런 지식들을 현실에 적용시키려고 보니,

그야말로 눈과 입만 눈썹 위 머리 꼭대기에 가서 걸렸고,

손이나 몸을 놀려서 무엇 하나 해결해 낼 수 없는 그런 서글픈 상황이었다.

성질내고 까탈을 부려봐야...불안해 먹을 건 하나 없고 손가락 빨고 있어야 하는 처지다.

그런 내게, '습관이 차리는 나쁜 식탁'과 '제대로 장봐서 만드는 건강한 밥상'이 맞짱 대결을 벌이신다는 제목의 이 책은 참으로...솔깃할 수 밖에 없었다.

 

<'습관이 차리는 나쁜 식탁' VS '제대로 장봐서 만드는 건강한 밥상'>이라는 제목만으로도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습관이란 참으로 무서운 거다.

오죽하면 세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속담이 있을까 마는...

그렇기 때문에라도, 어렸을때의 식습관이 참으로 중요한 것 같다.

가정주부가 습관적이나 무의적으로 차리는 식탁이 나쁜 식탁이 되는 것은.

그동안의 가정주부의 식습관이 잘못되었다는 전제 하에서 나온 말이 되겠다.

 

그 주부의 식습관은 그러면 누구의 영향을 받았을까?

결혼을 했으니 주부가 되었을테니, 남편의 식습관에 영향을 받았을테고...

남편의 식습관에 영향을 미치는 시부모의 영향을 받았을 것이고,

좀 더 거슬러 올라가면, 주부의 친정 부모에게도 영향을 받았을 것이다.

지방색이나 국가적인 특색같은 것은 고려하지 않고서라도 말이다.

 

그렇다면 식습관이 만약에 잘못되었다면,

그것을 단절하고 바로 잡을 수 있는 것도 어렵지만 가정주부 자신이다.

 

이 얘기를 하는 이유는,

우리가 각종 성인병을 얘기할때 기왕력, 가족력...해가며 유전을 들먹이는데,

정작 부모에게서 자식에게로 대물림되는 성인병은 그렇게 많지 않다.

다 잘못된 식습관을 공유하는 가족에게서 공통으로 생기는 공통의 질병을 가지고 유전을 들먹이는 건 좀 비겁하다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이 책은 이렇게 시작한다.

세상은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들로 이루어져 있다. 먹을거리 문제를 바라보면서 제일 많이 느끼는 것은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것이 훨씬 더 많다는 사실이다.(7쪽)

수입농산물을 집 앞 슈퍼에서 싸게 사먹을 수 있는 것은 눈에 보이는 현실이고,

유독한 농약사용, 환경문제, 에너지 문제, 노동 착취 문제 따위 눈에 보이지 않는 더 많은 것들을 담고 있다.

 

이 책에서는 반드시 유기농이어야 하고 가공식품은 절대 먹지 말아야 하며 자연식만 먹어야 한다는 식의 의견 제시는 최대한 피하려고 노력하였다. 참고할 수는 있지만 이런 대안 제시가 실생활에서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에서이다. 그보다는 '보기 좋고, 싸고, 맛있고'라는, 보이는 것들에만 의지하는 것이 아니라 보이는 것에 보이지 않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가 스며들게 하고 싶었다. 표현해 보자면 '이왕이면 이렇게', '이러고도 먹어야 하나', '조금 덜 먹어 보자'는 느낌일 것이다.(10쪽)

 

이 책에서 얘기했듯이 이런 대안 제시가 실생활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게 아직도 장바구니 물가가 체감 경기라고 할 만큼 경제적으로 풍요롭지 못한게 큰 이유가 될 수 있겠다.

밥을 굶고 끼니를 걱정하는 사람에게는 참 마리앙토와네트 같은 사고방식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식생활이란 것은 대부분, 주부 스스로가 바뀌어야 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남편이나 아이들이 거부하고 안 먹겠다고 투쟁을 해서 쟁취를 할 수도 있겠지만,

대부분 주부 스스로가 변하고 바뀌어야 하는 문제인데...

세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고...그동안 수십년에 걸쳐서 고착된 식습관, 입맛을 하루 아침에 바꾸는게 쉽지 않은 노릇이다.

그리고 또 한가지는,

대부분의 주부들이 여기에 동의할텐데...이미 나쁜 식탁이 우리 주변에서 횡행하고 있어서,

아무리 다부진 결심을 하더라도, 나쁜식탁 아닌 건 눈 씻고 찾아 볼래야 찾아볼 수가 없고...

때문에 건강한 밥상을 차리려다가 손가락 빨고 쫄쫄 굶게 생기는 일이 허다하다.

 

책에 나온 여러가지 얘기들은 다 중요하고 도움이 된다.

다 옮길 수는 없고, 여러 사람들이 궁금해서 내게 물었던 것과 관련된 것만 추려보았다.

 

 쌀에 함유된 성분 중 75~85퍼센트는 전분이다. 이밖에 6~8퍼센트의 단백질과 지방, 섬유질, 회분이 각각 1~3퍼센트 정도 포함되어 있다. 현미와 백미의 영양적 차이는 섬유질과 지방, 회분에서 난다.ㆍㆍㆍㆍㆍㆍ최근 쌀의 주가를 올리고 있는 것은 그 안에 포함된 가바GABA라는 물질이다. 가바는 혈액 내 중성 지방을 줄이고 간 기능을 향상시켜 혈달을 조절해 성인병을 예방하거나 치료하는 데 도움이 된다. 뿐만 아니라 암 발생을 억제한다는 연구 보고도 나오고 있다. 가바는 현미를 발아시키면 특히 강화된다. 혈당에 문제가 있거나 비만한 경우라면 발아 현미를 섭취하면 도움이 된다.(20쪽)

 

잡곡은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과 같은 3대 영양소와 더불어 쌀에 부족한 각종 미네랄과 무기질을 골고루 함유하고 있다. 또한 배아와 껍질까지 그대로 먹을 수 있는 통곡 섭취 음식이다. ㆍㆍㆍㆍㆍㆍ잡곡 중에는 기상 이변에 강하여 농약 및 화학 비료 등을 적게 쓰거나 안 쓸 수 있는 작물이 많아 환경적 가치 역시 높다.(26쪽)

 

근데, 책을 읽다보면 의미가 혼란스러운 부분이 생기는데,

수수는 항산화력이 있는 타닌 tannin성분을 지닌 유일한 곡물이다.(29쪽)라는 부분이다.

곡물 중에서 타닌tannin성분을 유일하게 지닌 것이 '수수'라는 얘기인가 본데,

이게 별반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우리가 곡물만 먹는게 아니니까 곡물에서 섭취하지 못하는 것을 먹거리를 섭취할 수도 있는 문제이니까 말이다.

무엇보다도 항산화력이 있는 타닌tannin성분이라고 했는데,

타닌 tannin성분은 밤의 속 껍질이나 덜익은 감의 떫은 맛을 내는 성분으로 주전자에 검게 차때가 끼게 하는 성분이라고 하여 옛날에는 '가죽에 무두질을 하다'라는 의미로 씌였다.

그리고 차의 타닌 tannin성분은 따로 카테킨이라고 부르는데,타닌 tannin성분과는 약간 다르다.

그러니, 항산화를 얘기할때는 비타민E와 더불어 카테킨이라고 하는게 더 적절하지 않을까 싶다.

 

다시말해, 타닌 성분을 지닌 곡물은 수수가 유일한 것이 맞지만,

타닌 성분을 지닌 것은 그 외에도 여러가지 포도나 감, 밤 따위가 있고,

항산화에 힘주어 얘기를 하고 싶은 상황이라면, 카테킨을 얘기하는게 낫겠고,

카테킨 하면 뭐니 뭐니 해도 녹차와 홍차 되시겠다.

 

또 이 책에 나오는 것처럼 20 : 80 =육식 : 채식을 잘 지켰다 싶은데, 탈이 나는 경우가 간혹 있다.

난 그걸 '회맹판 증후군'이라고 이름 붙이는데,

그걸 이 책에서는, 몸에 좋은 채소도 한가지 문제가 있는데 '재배과정에서 과도한 농약을 사용하는 것'이라고 얘기한다.

그럼 '회맹판증후군'이란 것은 생야채, 푸성귀를 먹어서 생기는 것이 아니고...

재배과정에서 과도한 농약을 사용하기 때문에 생기는 질환인 셈이다.

우리가 흔히 해장국이라고 해서 먹는 것들,

콩나물 꼬리의 아스파라긴산,

'독이 명태를 만나면 즉각 물이 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명태나 황태의 해독 능력은 탁월하다.

 

육식을 한다는 것에 대해서도 발상의 전환이 전환이 필요하다.

광우병이나 공장식 축산의 폐해는 차치하고라도,

우리가 쇠고기의 맛을 따지는 등급 - 살코기 결을 따라 기름기가 퍼져 있는 정도(마블링)에 따라 A, A+, A++ 등으로 나타내는데, 이런 살코기를 얻어내기 위한 반생명적 사육 환경 역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겠다.

반생명적 사육 환경이라는 것은,

수소의 경우 거세를 하여 근육 생성 등을 최대한 억제하고 어린 송아지 시절부터 움직임을 최소화해 좁은 우리에서 꼼짝도 못하게 하여 유전자조작 옥수수 사료를 먹여 키우는 방식으로 고기를 얻는 것을 말한다.

과연 마블링 정도에 따라 고급육 등급을 매기는 것이 타당한 것인지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겠다.

 

또 육식에서 조리법은 상당히 중요한데,

같은 고기 부위라고 하더라도 조리법에 따라 발암 확률에 큰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특히 남성들의 질병인 전립샘(선)암의 경우,

육류의 붉은 살코기를 프라이팬이나 석쇠, 그릴에 구이로 섭취할 경우 발암 가능성이 30~40퍼센트에 달한다고 하니,

고기를 구워낼 때는 코팅된 프라이팬에 직접 굽는 것은 피하도록 하고 찌거나 삶아내는 요리법을 선택한다.

 

'MSG무無첨가'에 대해서도 우리가 정확하게 알 필요가 있다.

라면이나 과자 포장지에 'MSG무無첨가'라고 적어 광고를 하는 것을 보고 우리는 MSG가 들어있지 않다는 얘기인줄 알고 안심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MSG무無첨가'라는 표현은 추가로 넣지 않는다는 뜻이지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는 의미는 아니다.

그걸 겉 포장지에 'MSG무無첨가'라고 광고하여 MSG가 들어있지 않은 것처럼 표시하여 호도한 것이다.

 

헷갈리는 간장의 종류는 한번씩 확인하고 넘어갈 필요가 있겠으며,

설탕을 대체하는 인공당류 또한 설탕과 동일한 정제 과정을 거치는 같은 물질이라 할 수 있는데다가,

실험결과 식욕 억제 호르몬을 감소시켜 뇌의 시상 하부가 포만감을 느끼지 못하게 하여 과식을 유발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리고 100과즙과 무가당의 함정에 속지말아야겠다.

우유의 경우, 지나치게 섭취할 경우우리의 몸은 중화를 위해 뼈 안에 있는 칼슘을 오히려 빠져나오게 한다는 것, 이런 이유로 골다공증을 심화시키기 때문에 칼슘섭취식품으로는 적당하지 않다는 걸 명심할 필요가 있겠다.

물 대신 약과 함께 먹는 걸 절대 금해야 하며, 고 콜레스테롤 식품이다.

칼슘은 우유가 아닌 참깨, 시금치, 무말랭이, 멸치 등으로도 섭취가 가능하다.

 

그리고, <타임>지에서 '암을 예방할 10대 건강 식품'이라고 하여 우리가 알고 있는 '토마토'에 대해서도 많은 사람들이 잘못 알고 있다.

우리가 전림샘(선)암이나 여성의 유방암을 예방하는 능력이 있다고 알려진 토마토는,

그냥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신 맛이 강하고 완숙이 잘 되지 않는 생식용 토마토가 아니다.

전림샘(선)암이나 여성의 유방암을 예방하는 능력이 있다고 알려진 토마토의 성분은 카로틴의 일종인 리코펜(또는 라이코펜)이다.

케첩은 그런의미에서 라이코펜이라는 영양소를 넉넉하게 섭취할 수 있는 식품이다.

라이코펜은 지용성이라 좋은 기름과 함께 익혀서 섭취하면 소화 흡수율이 일곱 배 정도 올라간다.

이 책에는 안 나왔지만, 흔히 비싸다는 이유로 샐러드유로 토마토를 익혀서 섭취하는 경우가 있는데,

샐러드유와 볶음용, 튀김용 기름의 경우 비등점이 다 다르니 제대로 사용하여야 한다.

 

이 책은 위해한 것이 증명되지 않아 사카린이 다시 사용 허가된 것으로 끝을 맺는다.

위해 여부가 증명되지 않으면 '안전하다'고 생각해도 될까...이러면서...

그러면서, 우리의 밥상을 건강한 음식을 차려서 먹을 수 있는 권리를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얘기하고, 변화하는 생활환경에 맞추어 안전한 식품을 먹을 수 있도록 기업과 사회들 대상으로 지속적으로 요구해야 한다고 얘기하고 있다.

 

나는 이런 어려운 얘기들을 이 한마디로 일축하고 싶다.

제철에 나는 구하기 쉬운 음식을 먹자.

원재료의 성질에 최대한 가깝게, 최소한의 가미를 하여...

 

일하는 바쁘고 게으른 엄마의 변명인가~?

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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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2-12-25 20:10   좋아요 1 | URL
덧붙이면, 생협 회원이 되어 유기농 곡식과 열매를 알맞춤한 값으로 사다 먹는 길이 있겠지요.
그리고, 텃밭을 도시에서도 일구며 푸성귀 어느 만큼 손수 거둘 수 있을 테고요.

도시에서도 어느 만큼 '길'은 있는데,
모두 바쁘고 번거롭다며, 또 돈이 든다면서 안 하지만...
생협 물건이 '비싸지'는 않거든요.

그나저나, 아무리 '나쁜 밥'이라 하더라도,
내가 착한 마음 되어 맑은 눈빛으로 가만히 바라보면서 즐겁게 먹으며 예쁘게 웃으면,
'나쁘지 않은 밥'으로 내 몸에 스며들어
내 목숨을 씩씩하게 북돋워 준다고 느껴요.


2012-12-26 18:26   좋아요 1 | URL
보이는 것 vs 보이지 않는 것 으로 설명한 인용문 마음에 들어요. 이 부분만으로도 책에 대한 믿음이 생기네요~. 그밖에도 많이 배웠습니다. (소재가 소재이니만큼..^^)

2012-12-27 13: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지금부터 적는 얘기는 실화를 바탕으로 하여 약간의 가감이 있음을 밝혀둔다.

다만 줄거리나 내용의 가감이 아니라, 인물에 대한 감정 절제이다.

최대한 사실에 가깝게 재조명하려고 하였으나,

얼마간의 시간이 흘러 기억력이 다소 감퇴하였고,

그녀도 사람인지라 쪽 팔린게 무엇인지를 아는지라...

다분히 미화하였을 수도 있음을 밝힌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실화를 바탕으로 사실에 가깝게 접근하려 노력하였다.

 

때는 바야흐로 시간을 거슬러 흰눈이 펑펑 운치있게 내리던 며칠 전,

그녀가 사는 집은 산꼭대기, 다시 말해 언덕 위에 있는 저층 아파트이다.

폭설에 택배차가 오르지 못한다고 하여,

어렵게 어렵게 접선하듯 하여 귀하게 받은 택배 꾸러미를 풀자,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는듯 초록색 식물들이 빼꼼히 고개를 내민다.

살아있는 것,

생명이 있는 것에 쉽게 정을 주지 못하는 그녀였지만...

얼마전에 친구에게 받아 키우게 된 '로즈허브'에 재미를 붙이자,

동료며 친지들이 여기저기서 탐을 냈고,

그 얘길 전해 들은 친구가 특별히 신경쓴답시고, 유독 싱싱하고 똘망똘망한 것들로 골라 몇 녀석 더 보내주었던 것이다.

룰루거리며 택배 꾸러미를 풀던 그녀는,

'으악~'하고는 저층 아파트가 무너져내리도록 소리를 질렀다.

하느님, 부처님, 천주님, 신령님, 천지신명님, 아버지, 엄마, 온갖 종류의 구세주 이름은 다 불러 보고...

직장 때문에 늦는 남편과 야간 자율학습에 늦는 아들을 괜히 속수무책이라고 야속해 했다.

가까이 사는 남동생한테 전화를 했더니 술이 한잔 걸쳤는지,

"누나, (이제 세돌이 막 지난) 우리 둘째 보내줄까?끌끌~"하며 놀려 먹는다.

생각다 못해 해충박멸 어쩌구 하는 사이트에 전화를 했더니,

말 그대로 해충에 대해서만 수습을 해주는데,

그것도 업무시간 외 라는 상투적인 답변인 거다.

"사람 목숨 하나 살리는 셈 치고 어떻게 안되겠느냐?"고 통사정을 했더니, 주소를 대보란다.

주소를 듣던 전화기 너머에서,

"그거 산꼭대기에 있는 아파트죠? 거기 오늘 눈 많이 와서 차 올라 다닐 수 있어요?"한다.

"아니요~--;"

택배도 007접선하듯 받은게 그제서야 떠오를게 뭐람~(,.)

 

다음날 직장에서 점심을 먹으며 그 얘기를 하였더니,

점심을 같이 먹던 한명은 웃다가 턱관절(T-M joint)이 빠져 다시 맞춰주는 수고를 해야 했고,

다른 한명은 '드림파마'라는 제약회사를 대야 해야 하는데,

어이를 상실한 사람처럼 '아놀드파마'라는 의류 메이커를 대며 전화 연결을 했다.

 

이쯤되면 로즈허브에 들어있던 괴생명체를 다들 바퀴벌레 쯤으로 상상하는데,

그런데 괴생명체는 더듬이 있는것만 닮은 달팽이 되시겠다.

 

그 괴생명체가 바퀴벌레 따위가 아니라 달팽이라는 걸 안 순간 사람들의 반응은 참 가지각색이었다.

그녀가 어떤 느낌을 받았는지,

그녀가 어떤 당혹감을 느꼈고,

심지어 삶의 위협을 느꼈는지, 는 그 즈음이면 사람들의 안중에서 이미 잊혀진지 오래였다.

 

처음에 에 대해 잘 못랐을 때는 세상의 무시와 푸대접에 반발하여 잡초라는 말을 의식적으로 피했지만 지금은 그런 몰이해의 역사마저 다 끌어안고 좀 더 애정 어린 눈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고나 할까. 내 안에 잡초에 대한 어떤 부정적인 의식도 없는데 굳이 단어에 얽매일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단어 하나를 바꾸어 사람들의 의식을 바꿀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마는 지난 10년 동안 나는 의식의 변화가 아니라 유행의 변화를 목격했을 뿐이다.(5~6쪽)

굳이 단어가 주는 선입견에 얽매일 필요가 없는 것이다.

풀이 되었든 잡초가 되었든, 어떤 부정적인 의식이 없다면 단어에 얽매일 필요가 없듯이...

그 괴생명체가 바퀴벌레가 되었건 달팽이가 되었건 간에, 아무것도 달라지는 건 없다.

나는 당혹감으로 호흡곤란이 왔고,

숨이 막혀서 삶의 위협을 느꼈고,

그렇다면 그 사실만으로도 내겐 얼마든지 치명적일 수 있는 것이다.

그 얘길 '황대권'님은 '고맙다 잡초야'에서 이렇게 풀어내고 있다.

 

 

 

 

 

 

 

 

고맙다 잡초야
황대권 글.그림 / 도솔 /

2012년 10월

 

 

 

꼭 농사일에 해당되는 것은 아니지만 유독 농사짓는 사람들은 수확을 하고 나서 자신이 다 이룬 양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만큼 노동의 강도가 세고 날씨와 기후변화에 애를 태웠기 때문에 남다른 애착이 있었을 것이나 착각일 뿐이다. 애착 또는 집착을 공(功)으로 생각하면 곤란하다. 농사는 근본적으로 자연이 짓는 것이며 인간은 다만 그 과정에 이런 저런 방식으로 개입할 뿐이다. 자연의 공(功)으로 농사가 이루어지는데, 그 공(功)의 주체인 자연의 본질은 공(空)이다. 안타깝지만 인간은 공(空)으로서의 자연을 이해할 수가 없다. 텅 빈 가운데 무한한 조화를 부리는 자연의 공능(功能)을 믿고 그에 맡기면 다행히 굶어 죽지는 않는다. 굶어 죽기는 커녕 신선의 경지에 올라 자연과 더불어 유유자적하며 살 수 있다. 최초의 자연농업의 원리를 세상에 밝힌 후쿠오카 마사노부 옹의 농사철학이다.

나는 다만 조연이나 보조자에 불과한데 내가 마치 주인인 양 모든 일에 노심초사하며 일희일비하는 것은 우스운 일이다. 보조자는 보조자답게 주인이 하는 일을 주의 깊게 바라보며 자신의 역할에 충실하면 그만이다. 내가 그렇게 애를 태우고 수고한다고 해서 자연이 하는 일에 무엇 하나 더 보탠 것이 있었던가? 비료를 주어 수확이 늘어났다고? 그것은 하나를 얻기 위해 열을 잃어버리는 행위일 뿐이다. 벌레를 잡아주어 수확의 감소를 막았다고? 그것은 벌레를 매개로 작동하는 자연의 공능을 알지 못해 하는 소리다. 내가 잡은 벌레가 나비의 감소를 가져오고 나비의 감소가 꽃가루 수정을 감소시켜 농장 전체의 수확을 감소시킬 수도 있다. 물론 꽃을 보지 않고 매년 종자를 사서 쓰는 농부에게 이런 말은 황당하게 들릴 것이나, 엄밀하게 말해서 종자를 사다 쓰는 농부는 농부가 아니라 농업 소비자에 지나지 않는다. 매일 물을 주어서 말라죽지 않게 했다고? 들에 핀 야생화와 숲 속의 나무는 반질반질 윤이 나도록 잘 자라는데 누가 물을 주었을까?

그러나 다른 무엇보다 심각한 문제는 '내가 무엇 무엇을 했다'는 자의식이다. 이 자의식은 쓸데없는 근심과 걱정의 토양이기도 하지만 심하면 허위의식으로 발전하기도 한다. 이미 보조자의 역할을 주인으로 착각하는 것 자체가 허위의식인데 거기에 하나를 하고는 열을 했다고 풍을 친다. 사실 겸손이라는 말은 유한한 존재인 사람 앞에서보다 자연 앞에서 더 필요한 덕목이다. 말 못하는 자연 앞이라고 오만에 빠져 제멋대로 굴다가 낭패를 당한 인간 지사가 얼마나 많았던가! 손자병법에 '상대를 알고 나를 알면 백번을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고 했는데 무한한 공능을 지닌 자연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면서 자기가 다한 것처럼 착각에 빠져 있으니 어찌 위험에 빠지지 않으리.(117~118쪽)

 

그 출발점으로 '경물의 생활화'를 제안한다. 일상의 삶 속에서 물건이 가지고 있는 영적 차원을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그 물건들과의 합일을 추구하는 것이다. 이를 제대로 할 수 있다면 '경천애인'은 저절로 될 것이다. 하늘과 사람은 물건보다 훨씬 소중한 존재로 알고 있으니까 말이다. 물건이 그러한 모심의 대상이 되냐고 의심하는 사람에게는 복잡한 설명할 것 없이 조용히 손을 잡고 박물관이나 사원으로 데려가자. 어떠한 물건이든지 관심과 애정을 받으면 그야말로 '물건'이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84~85쪽)

 

'내가 누구다', '내가 무엇 무엇을 어떻게 했다' 따위의 자의식은 대상이 다를때 뿐만 아니라,

같은 대상 사이에서도 얼마든지 잘못을 범할 수 있다.

자신을 있는 그대로 객관적으로 파악하는데 중점을 두지 않고,

다른 사람이나 사물, 기타 등등과의 비교를 통하여 우위의 순위를 매기기 때문인데...

이 모두가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라고 생각하는 '인간우월주의'의 산물이다.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 우월주의에서 탈피하는 순간에서야...

남을 위험에 빠뜨리면 자신도 위험에 빠진다. 인간이 자연 상태에서 늘 위험을 느끼는 이유다. 역설적이게도 우리는 옷을 벗어던짐으로써 이 위험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 스스로를 유약하게 만들어 상대방의 경계심을 풀어주는 것이다. 그리고 유약해진 나는 예전처럼 함부로 상대방의 영역을 침범하거나 무시하지 않는다. 나를 지키기 위해 좀 더 세심하게 주변을 살펴보게 된다. 이렇게 상대방과 동등한 관계를 맺고 서로의 존재를 인정해주면 어느 순간에 자연이 벌거벗은 나를 보호해준다는 느낌이 든다.(21~22쪽)

하는 구절이 설명이 되고, 이해가 되기 때문이다.

 

다시말해, 그가 제시하는 우리시대 최고의 자연회귀 매뉴얼은 다음과 같다.

 

먹기 | 음식이 밥상에 오기까지의 여정을 음미하여 되도록 오래오래 씹는다.

볼일 보기 | 인도식으로 손에 물을 묻혀 씻으며 땅과 똥과 나를 일치시킨다.

옷 벗기 | 옷은 그저 피륙이 아니라 의식과 행동을 지배해온 거대한 관념이다.

추위 | 인류의 미래는 추위를 견디는 힘에 달려 있다.

운전 | 타이어의 진동과 떨림을 모두 느끼며 알아차린다.

절하기 | 허리와 목을 꼿꼿이 세우고 숨 쉬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반복한다.

종사 | 자연농업은 인류가 살아남기 위한 유일무이한 농법이다.

건강 | 방법은 오직 하나, 우리 몸을 자연의 질서에 맡기는 것이다.

노동 | 반복되는 단순노동을 통해 '거짓 나'가 소멸되는 느낌을 체험한다.

소통 | 상대방의 이야기를 잘 듣다 보면 공감대의 씨앗이 무럭무럭 자란다.

 

이것은, 다시말해 인간우월주의의 탈피이고...

다시말해 경물의 생활화이다.

우리가 애정과 관심을 갖는 그 순간이 물건이 '물건'으로 거듭나는 순간이고,

나는 경물의 숭배라고까지 얘기하고 싶지만,

그 순간 경물 우월주의로 변해버리고 아쉬울 따름이다.

 

음식을 먹는 행위, 씹는 행위만 해도 그렇다.

음식물을 입 안에 넣고 씹을 때에 온 신경과 에너지를 씹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 라즈니시 말투로 하면 '씹는 그 자체'가 되어야 한단다. 그걸, '비는 단지 흔들어댈 뿐이지만 나의 입 속에서는 격렬한 파괴와 창조가 연속적으로 일어난다.(29쪽)' 라고 너스레를 떨고있다.

 

볼일보기, 옷 벗기 등 자연과 물아일체를 넘어선다.

내가 자연과의 연애를 얘기하는 건 들어봤어도, 자연과의 섹스는 또 처음이어서 생경하기 짝이 없었다.

순간적인 오싹함 뒤에 오는 따스함의 쾌감을 꽤 긴 시간 동안 맛보면서 섹스할 때의 오르가즘과 무척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긴 운우지정이라 하여 남녀 간의 사랑을 자연의 움직임에 비유하기도 한다. 그날 나는 자연과 부인할 수 없는 사랑을 나누엇다고 생각한다. 따로 안식처를 찾지 못한 나는 적극적으로 자연을 향해 구애를 했고 자연은 - 물론 말 그대로 '늘 그러함'이었지만 - 아낌없이 사랑을 베풀어주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성애와 유사한 쾌감을 느꼈다.(51쪽)

 

내가 이해하기 힘들었던건,

반복되는 단순노동을 통해 '거짓 나'가 소멸되는 느낌을 체험한다는 부분이었는데...

이 부분은 어느 순간까지는 맞지만,

흔히들 명상이라고 하면 정적인 모습만 떠올리는데 매우 격렬한 동작일지라도 동작 하나하나를 정확히 관(觀)할 수 있다면 그 자체로 충분히 명상이 된다. 사실 도끼질은 쉬운 일이 아니다. 어느 정도 근력이 있어야 하고 연습도 필요하다. 무작정 휘두르다간 다치기 십상이다. 조급한 심정에 서투른 솜씨로 함부로 달려들어서는 장작은커녕 헛되이 기운만 쓰고 마음은 전보다 더욱 어수선해지고 만다.

ㆍㆍㆍㆍㆍㆍ도끼날과 나뭇결이 일직선이 되게 놓되 마치 제단 앞에 예물을 바치듯이 정성스럽게 놓아야 한다. 통나무의 심사를 최대한 건드리지 말자는 것이다.바야흐로 통나무가 갈가리 쪼개지고 온몸에 불이 붙어 하늘나라로 올라가려는데 그만한 예의는 지켜주어야 한다. '예의'라고 했는데 사실은 나와 통나무 사이의 주파수를 맞추는 조율과정의 하나다. 통나무를 단단히 세워놓았으면 그 앞에 적당히 다리를 벌리고 서서 호흡을 고른다. 도끼를 휘두르는 기술이나 완력보다 이 순간이 가장 중요하다. 통나무와 나의 주파수가 일치되었다는 느낌이 들 때까지 도끼를 휘둘러서는 안 된다.(56~57쪽)

그 순간을 넘어서면 타성에 빠지게 된다.

타성에 빠지는 순간을 넘어서면, 그 다음에 '거짓 나'가 소멸되는 느낌을 체험할 수 있으려나?

아직 나는 갈길이 멀기만 한가 보다.

(난 한때 이걸 갖고 심각한 고민에 빠졌었다.==> 언젠가 올렸던 '그녀의 취향' 링크

다만, 나와 통나무 사이의 주파수를 맞추는 조율 과정이야말로

사람이고 사물이고 자연이고 간에, 경계를 넘어서는 소통인듯 여겨져서 눈여겨 보고 귀담아 듣고...나도 마음을 열게 되었다.

 

난 그러고 보면 공감이나 소통이란 말에 목숨을 거는 경향이 있나 보다, ㅋ~.

 

차와 일체가 되면 도로 표면의 요철 상태에 따라 미세한 떨림이 지속적으로 전해온다. 바로 이 순간이 중요하다. 처음에는 이 진동과 떨림에 일일이 반응하도록 노력한다. 가령 차가 덜커덩하고 위아래로 흔들리면 그에 따라 몸도 같은 방향으로 움직여준다. ㆍㆍㆍㆍㆍㆍ계속 이렇게 같은 방향으로 흔들리다 보면 어느덧 차체와 혼연일체가 됨을 느낄 수 있다. 일단 하나가 된 뒤로는 제법 큰 흔들림이나 방향 전환이 와도 별 어려움 없이 평형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ㆍㆍㆍㆍㆍㆍ

주행과 흔들림에 주의를 기울이느라 잊고 있었던 호흡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왜 처음부터 호흡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는가 하면 호흡은 의지와 상관없이 신체의 움직임에 따라 자동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명상을 한답시고 억지로 호흡에 신경을 쓰다 보면 의식이 분산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이제는 차와 일체를 이루었으니 전신 호흡을 시도해보는 것도 좋으리라. 전신 호흡이란 온몸의 주의를 기울여 최대한 천천히 들이마시고 내쉬되 더 이상 들이마실 수 없을 때까지 숨을 들이켜고 더 이상 폐에 공기가 남아 있지 않을 때까지 숨을 내쉬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숨을 쉬자면 온몸의 근육과 신경 - 특히 배 부분 - 을 온전히 동원해야 한다.(69쪽)

 

위 구절처럼 차와의 혼연일체를 잠깐 시험해 보려 했었다.

바로 좌절을 하고 말았는데,

스스로 '한 섬세한다'고 자처하던 나조차도...

차에서 느껴지는 진동과 떨림에 일일이 반응하려고 노력하는게 여간 힘들고 피곤한 일이 아니었다.

차와 혼연일체는 고사하고, 영혼의 육체 이탈, 흔히들 말하는 멘탈 붕괴를 먼저 경험하겠는지라 접어 버렸다.

다만 마음을 바치고 모으는 모든 일의 근간은 '정성'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어렴풋이 느꼈다.

다시말해 공감이나 소통은 마음 바치고 모으는 일, 주파수를 맞추어야 가능한 일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낀 가장 큰 깨달음은 이것이다.

'어떤 날'의 '출발'어디에선가 나왔던 구절이기도 한데...

이제는 세월이 한참 흘러 잊어버렸는데 말이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건 있어야 할 게 제자리에 있는거다...뭐, 그런 가사였었던 것 같다.

그리고 그걸 이 책에선 이렇게 얘기하고 있다.

하나의 생명이 태어나 자랄 때 신은 그것이 있어야 할 정확한 자리를 정해준다. 각 생명은 정확히 그 자리에 있을 때에 가장 행복하고 또 번성한다. 각 생명뿐 아니라 그 생명과 연관되어 있는 다른 생명들도 그렇다. 무한한 생명의 바다에서 생명들은 대단히 복잡한 관계망을 형성하고 있는데 어떤 상태의 관계에 있을 때 각 생명이 행복한지 신은 알고 있다. 개별 생명이 그 자리를 찾아갈때 그것은 번성(행복)할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시들어갈(불행할)것이다. 자연의 섭리를 충실히 따르는 뭇 생명들은 태어나 죽을 때까지 그 자리를 찾아감으로써 삶의 의미를 완성한다(또는 자아를 실현한다). 사람들은 흉측하게 생긴 동물을 보고 진저리치면서 신이 왜 저런 걸 만들어 사람을 놀라게 하는지 의아해한다. 반대로 쓸모 있는 동식물을 보면 이들이 모두 인간을 위해 태어났다고 멋대로 생각한다. 둘 다 터무니 없는 인간 중심주의에 지나지 않는다. 그들은 인간이 뭐라 생각하든 상관없이 자신의 존재 이유를 가지고 있고, 세상에 태어나면 자신을 실현하기 위해 열심히 살아간다. 이들이 불행해지는 것은 어찌할 수 없는 자연의 힘에 의해 자신의 자리를 찾지 못할 때가 아니면 인간에 의한 부당한 간섭이 주원인이다.(96~97쪽)

 

난 이 책의 저자처럼 원시수렵시대의 자급자족을 꿈꿀 수는 없다.

그렇게 되면 현실적으로 굶어죽을 수밖에 없는 운명 1순위도 아니고 0순위 되시겠다.

다만 인간이 전지전능하다는 생각은 적어도 버려야 한다.

인간을 위해 태어난 동식물만이 쓸모있다고 생각하는 인간 중심 주의적 사고방식에서는 벗어날 필요가 있겠다.

그런 생각을 하면 적어도 겸허해 진다.

뭇생명을 함부로 할 수 없게 된다.

숙연해진다.

 

내가 '공감과 소통', '대화와 소통'에 목숨 거는줄 알았는지...이런 책이 내게 왔다.

 

 

 

 

 

 

 

 

 

가짜 우울
에릭 메이젤 지음, 강순이 옮김 /

마음산책 / 2012년 12월

 

 

제목은 '가짜 우울' 이지만,

이 책에서 얘기하고 있는 것은 '우울증은 정신장애가 아니다'는 것이다.

앞으로 멀지않은 언젠가...

정신건강 사업 팀이 생길지도 모르고,

대형할인마트의 우울증 코너에 가서,

점원에게 치료프로그램을 OX 또는 사지선다형으로 선택해서 상담받듯 처방받아야 할 날이 올지도 모른단다.

실은 이 책에서는 '만들어진 정신장애'라는 말을 벌써 쓰고 있으며,

이것은 이윤을 많이 남기는 '이름짓기 게임'일 뿐이라고 얘기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울증이란 정신장애와 정상적인 슬픔의 차이를 구분할 수 있어야 할텐데...

책의 한구절을 옮겨보자면 이렇다.

5. 수많은 사람들이 불행이 어떤 느낌이고 우울증이 어떤 느낌인지 안다고 주장하고, 그 두가지가 완전히 다르다고 확신한다. 이 사실이 우울증이 정신장애라는 증거 아닐까?

 

아니다. 그들이 두 개의 서로 다른 상태를 경험하고 있는 것은 확실하다. 어떤 사람은 그 차이를 이런 식으로 표현했다. "슬픔은 살갗이 벗겨진 듯 얼얼하고 쓰라린 느낌인 반면, 우울증은 마치 눈으로 만든 장갑과 옷을 입고 있는 것 같아서 왜 이렇게도 삶의 온기와 감촉이 느껴지지 않는지 알 수 없는 느낌이다." 그러나 어떤 것이 다른 것보다 느낌이 더 안 좋거나 다르다고 해서 정신장애라고 할 수는 없는일이다.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은 베란다의 흔들의자에 앉아 앞뒤로 흔드는 것과는 전혀 다른 느낌이다. 그러나 롤러코스터가 위를 뒤집고 비명을 지르게 만든다고 해서 장애라고 하지는 않는다.

 

이 책이 우울증을 정신장애라고 부르는 것에 딴지를 거는 것 쯤으로 끝났더라면 그저 그런 책이 되었을 것이고,

내가 이렇게 설레발을 치면서 소개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우울증이 정신장애인지 아닌지...에서 부터 의문을 품고,

문제를 제시하고 결론에 도달하는 방식으로 변증법을 택하고 있는 것도 흥미롭다.

언젠가, 리뷰로 쓸 날이 오겠지만...

이 책이 의미 있는 것은 문제를 제시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해결책을 제시해서이다.

어떤 해결책을 답으로 얻었는지는 앞으로 이 책을 읽을 다른 사람들을 위해 아껴두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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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2-12-20 07:52   좋아요 1 | URL
'어떤' 농사꾼은 당신이 모든 일을 다했다고 우쭐해 할는지 모르지만,
제가 살아가는 시골마을 이웃 어르신들한테서는 그런 모습을
조금도 느끼지 않아요.

황대권 님은 왜 이런 이야기를 썼을까요.
어차피 이 책은 도시사람이 읽을 테니,
도시사람들한테 무언가 일깨우려고 그렇게 '빗대어 보는 이야기'로 썼을까요.

곰곰이 생각해 보면,
농사꾼은 '모든 사랑'을 들여서 흙을 만집니다.
스스로 모든 사랑을 들여 흙을 만져 얻은 곡식을 바라보며
흐뭇하게 활짝 웃는 일이란,
참 아름답다고 느껴요.

아름다운 웃음은 사랑이요,
이 사랑이 있어 곡식도 열매도 한껏 무르익을 수 있구나 싶어요.
사랑받는 곡식은 더 잘 자라고,
사랑 못 받는 곡식은 알곡이 작기 마련이에요.

농사꾼은 '아무것도 안 하는 보조자'가 아니라,
농사꾼은 '스스로 무엇을 한다는 생각' 아닌 '사랑을 온통 바치는'
아름다운 '길동무'라고 느낍니다............

아무개 2012-12-20 08:30   좋아요 1 | URL
저는 오늘 '진짜 우울'하지만 <가짜 우울> 보관함에 담고 갑니다.

프레이야 2012-12-20 08:40   좋아요 1 | URL
님, 황대권의 저 책 소개하는걸 들은 적 있어요. 야생초편지 이후 반갑더군요. 저도 가짜우울 담아가요.

2012-12-20 15:08   좋아요 1 | URL
황대권님 너무 도인처럼 되어 버리셨어요. 아니, 뭐, 제 개인적인 느낌..^^

북극곰 2012-12-24 17:09   좋아요 1 | URL
나무꾼님~
내일이 크리스마스라도 제게는 별만 다를바 없는 휴일이지만 ^^
즐겁게 보내세요. 눈도 온대잖아요. 예쁘겠다.
남쪽나라에서 와서 그런지 눈이 온대면 저는 괜히 설레요.
 

시인 '서정윤'이었던 것 같다.

 

사랑한다는 것으로
새의 날개를 꺽어
너의 곁에 두려 하지 말고
가슴에 작은 보금자리를 만들어
종일 지친 날개를
쉬고 다시 날아갈
힘을 줄 수 있어야 하리라

제목도 '사랑한다는 것으로'라는 간단한 이 시를 읽고 외며,

이런 저런 경계를 나눌만큼의 사랑은 해보지 못했지만,

이건 필시 아가페적인 사랑이라고 금을 그어 버렸던 것 같다.

 

얼마전 웹서핑을 하다가, 이 노래를 만났다.

뮤지컬 체스에 나오는 노래라는데,

제법 유명한 노랜데 난 몰랐다.

 

 

I know him so well

 

 

Nothing is so good it lasts eternally
아무리 좋은 것이라도 영원한 것은 없죠.
Perfect situations must go wrong
어떤 완벽한 상황이라도 어긋나게 마련이구요.
But this has never yet prevented me
그렇지만 이런것이 날 막지는 못했죠.

From wanting far too much for far too long
난 너무나 많은 것들이 오래 지속되기를 원했으니까요.

 

Looking back I could have done it differently
되돌아보자면, 어쩌면 난 다르게 처신했을 수도 있었겠죠.

Won a few more moments, who can tell?

시간이 좀 더 필요하지는 않았을지, 누가 알겠어요?
But it took time to understand the man
그러나 그 남자를 이해할 만큼의 시간이었어요.

Now at least I know, I know him well

이제 적어도 나는 알것 같아요, 나는 그만큼은 잘 아는것 같아요.

Wasn't it good?
(Oh so good)

오, 세상에! 너무나 멋졌고,
Wasn't he fine?
(Oh so fine)

오! 너무나 근사하지 않았나요?
Isn't it madness he can't be mine

그런 그를 내것이라 할 수 없다니 미칠것만 같았어요.
But in the end, he needs a little more than before Security,

그러나 결국, 그는 과거에 안주하기보다,

He needs his fantasy and freedom

미래에 대한 꿈과 자유를 동경했어요.

I know him so well

난 이제 그를 잘 알것 같아요.

 

No one in your life is with you constantly

영원히 함께 할 수 있는 사람도 없고,
No one is completely on your side

어느 누구도 언제나 당신 편이라고 할 수도 없죠.
And though I move my world to be with him

내가 그와 함께 하겠다는 일념으로 내 삶을 온통 그에게 맞출지라도,

Still the gap between us is too wide
나와 그 사이는 너무 넓기만 해요.

Looking back,  I could have played it differently

돌이켜보자면, 난 다르게 처신했어야 했었을지도 모르고,

(Looking back I could have played things some other way)
(되돌아 보자면, 난 다른 방법을 택해야 했었을지도 몰라요)

Learned about the man before I fell

빠져버리기 전에 알았어야 했는데
(I was just a little careless, maybe)

(아마도, 난 좀 부주의했었나봐요.)
But I was ever so much younger then

하지만 그때 난 너무 어렸었던걸요.
(At least I know him well)

(적어도 나는 그를 잘 알것 같아요.)
Now at least I know, I know him well

이제 나는 알것 같아요, 적어도 그만큼은 잘 알것 같아요.

Wasn't it good?
(Oh so good)

오, 세상에! 너무나 멋졌고,
Wasn't he fine?
(Oh so fine)

오! 너무나 근사하지 않않나요?
Isn't it madness he can't be mine

그런 그를 내것이라 할 수 없다니 미칠것만 같았어요.

 

Didn't I know how it would go
어떻게 되어 가는지 나는 알지 못했어요.

If I knew from the start

만약 처음부터 알았더라면
Why am I falling apart?

내가 왜 그에게서 버려졌는지 알 수 있을까요?

Wasn't it good
Wasn't he fine
Isn't it madness
He won't be mine?

But in the end he needs a little bit
More than me, more security
(He needs his fantasy and freedom)

하지만 결국 그는 나보다는미래에 대한 보장을,

미래에 대한 꿈과 자유를 조금 더 원했을 뿐이예요.
I know him so well

나는 이제 그를 잘 알겠어요.
It took time to understand him

그를 이해하기까지 시간이 걸렸지만
I know him so well

난 이제 그를 잘 알겠어요.

 

뮤지컬을 안봐서 내용을 잘 모르지만,

사랑을 잃고 엄마와 딸이 대화를 나누는 상황인것 같다.

나라면 어떻게 할까?

상처받을까 염려되어,

내 딸을 물가에 내어놓지 않으려 할까?

보금자리까지는 아니어도,

잠시 쉬어갈 수 있도록 어깨를 내어주지 않을까?

근데 요즘은 남자만 fantasy와 freedom을 찾는게 아니다.

여자도 얼마든지 그럴 수 있다.

남자든 여자든 간에 지친날개를 잠시 쉬어갈 수 있는 '어깨'가 되었으면 좋겠다.

 

 

[수입] Josh Groban -

 Chess: In Concert -

 Live from Royal Albert Hall (2DVD) (2009)
 Various Artists / Reprise / Wea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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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hess: In Concert -

 Live from Royal Albert Hall (2009)
 Various Artists / Reprise / Wea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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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2-12-14 22:50   좋아요 1 | URL
전 이 뮤지컬 봤는데(1999년일거예요) 내용을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단지 노래를 좋아하는 이유로 봤더니 어떤 내용인지 잘 이해를 못하겠더라고요 ㅠㅠ (우리말이 아니어서)
서정윤의 저 시도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시...^^ 저 대학 다닐 때 서정윤시, 완전 유행이었잖아요. 현실성은 없다 생각하면서도 참 좋아했었어요.

sslmo 2012-12-19 21:29   좋아요 1 | URL
그렇군요, 왕부럽~--;
저는 가끔 그런 생각을 해요.
제가 간택되어지는 그런 수동적인 선택 말고,
제가 적극적으로 선택하는 그런 선택이요.
그럼 참 행복할텐데...하는 생각이요, ㅋ~.

만약에 딸을 하나 낳으면, 적극적으로...키우고 싶어요.^^

2012-12-20 15:09   좋아요 1 | URL
딸의 사랑을 생각해 보며 들으셨군요. 저는 딸이 없으니, 그냥 딸의 마음으로 가사를 읽었어요. 정말 사랑 실패담은 보편적이고 보편적이군요!!

steve 2012-12-23 18:54   좋아요 0 | URL
딸과 엄마가 아니라 한 남자를 사랑하는 두 여자입니다.
구소련의 체스 쳄피언이 미국으로 망명하며 사랑하는 미국여자와 소련에 둔 원래 부인.
어디서 찾으셨는지 모르겠지만 영어 가사도 정확하지 않고 한국말 해석도 좀 그러네요.....

sslmo 2012-12-23 20:29   좋아요 1 | URL
어휴~, 감사합니다.
님 말씀을 듣고보니 상황이 좀 이해가 되는군요.
전 저 가사만 보고 모녀지간에,
'이런 이런 남자는 조심해라~'하는 정도로 생각했었거든요.

영어가사는 넷상에 떠도는걸 긁어왔고,
번역은 제가 했는데...죄송합니다.
제 실력이 이 정도랍니다, 꾸벅~(__)

이재현 2019-02-09 16:40   좋아요 1 | URL
양철나무꾼 해석이 맞는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