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학교 - 이정록 시집
이정록 지음 / 열림원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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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책을 읽다보면 저자의 얼굴이 궁금할 때가 있게 마련이다.

하지만, 이 저자의 경우는 저자 어머니의 얼굴이 참 궁금했다.

(물론 저자의 얼굴은 책 날개 안쪽에 단정하게 실려 있고,

인터넷에 저자 이름 석자를 치는 수고를 해도 나오니까~^^)

그런데, 나같은 오지랖이 또 있었는지, 요번 작품에선 원없이 당신의 얼굴을 볼 수 있다.

얼굴을 보면서 든 생각은,

"나도 참...그어머니에 그 아들이지 ...뻔히 미루어 짐작할 수 있게끔 판박이구만,

 뭐가 한참 다를 줄 알고 얼굴을 궁금해했나? ㅋ~."

속 좋은 듯 허연 이를 한껏 드러내고 눈꼬리에 자글자글 주름을 만들어가며 웃는 모습이 꼭 닮았다.

 

 

 

처음엔 모자의 웃는 모습을 쳐다보며 따라 웃다가, 이내 꺼이꺼이 울고 말았다.

작년 초여름에 돌아가신 시어머니가 생각나서였다.

그러고보면, 어머니란 단어는 만국공통어쯤 되고,

어머니라는 발음만으로도 만인을 아우를 수 있을 정도로 넉넉한 것인가 보다.

 

아니, 어쩜 한숨과 고초당초보다 매운 시집살이,농사일...

이 모두가 이 세상 모든 어머니의 공용어인지도 모르겠다.

 

한숨의 크기

어머니 학교 19

 

미꾸라지 한 마리가 온 냇물 흐린다지만,

그 미꾸라지를 억수로 키우면 돈다발이 되는 법이여.

근심이니 상심이니 하는 것도 한두 가지일 때는 흙탕물이 일지만

이런 게 인생이다 다잡으면, 마음 어둑어둑해지는 게 편해야.

한숨도 힘 있을 때 푹푹 내뱉어라.

한숨의 크기가 마음이란 거여.

 

어머니의 한숨 수를 세어봤더라면 아마 우리 남편이 일등 공신이 아닐까 싶다.

하루는 한숨을 쉬다 나한테 들키시곤 겸연쩍으신지,

'식용소다'라고 적힌 봉지의 흰가루를 한 숟가락 가득 떠서 입 안에 떨어넣으셨다.

"어머니, 그걸 왜 드세요?"

어머니는 눈을 곱게 흘기시며,

"이 신맛보다 더 신게 시집살이라는 데, 너도 한술 먹어볼래?"

 

한숨을 유난히 많이 쉬셨던 어머니.

한숨의 기전은 따로 있지만,

'한숨의 크기가 마음이란 거여.'하는 이 시에서처럼이라면,

어머니의 마음 크기는 망망대해 같았을게다.

아니, 실제로 망망대해 같았다.

근심이니 상심이니 인생사 간난고초를 거두어 감추기만 하셨지,

한번도 흔들리는 부표처럼이라도 수면 위로 드러낸 적이 없으신 분이었다.

 

하늘 벼루

어머니학교22

 

 

너무 바쁘고 힘드니까

 

 

밤낮없이 밤밤이었으면 싶어.

 

 

하느님은 붓글씨 안 배운다니?

 

 

벌건 해 벼루 삼아 밤밤으로

 

 

흥건하게 먹이나 좀 갈지.

 

시인의 어머니는 '힘들다'는 말을 소리내어 하셨을까?

'힘들다'소리내어 말씀 하실 수 있는 분이라면,

한숨이 아니라 크게 심호흡 한번 하고 호탕하게 웃어 떨어버릴 수 있는 분이실게다.

어머니가 한번도 '힘들다'소리내어 말씀하시는 걸 들어본 적이 없다.

그 힘들다는 항암치료를 받으면서도 그랬었고,

임종을 눈앞에 두고 숨을 가쁘게 몰아쉬면서도 그러셨다.

'너무 바빠서 힘드니까'내지는 '너무 바쁘니까 좀 쉬었다가 하게'가 되어도 좋겠다. 

 

언젠가 새벽에 너무 일찍 일어나서 움직이시는 어머니 때문에 마음이 안좋아서,

알람 시계가 고장났다고 한 적이 있었다.

천천히 일어나서 움직이실 줄 알았더니 웬걸, 어머니는 밤새 못 주무시고 깨어 계셨다.

 

사랑

어머니학교 29

 

 

편애가 진짜 사랑이여.

논바닥에 비료 뿌릴 때에도

검지와 장지를 풀었다 조였다

못난 벼 포기에다 거름을 더 주지.

그래야 고른 들판이 되걸랑.

병충해도 움품 꺼진 자리로 회오리치고

비바람도 의젓잖은 곳에다가 둥지를 틀지.

가지치기나 솎아내기도 같은 이치여.

담뿍 사랑을 쏟아부을 때

손가락 까닥거리는 건 절대 들키면 안 되여.

풀 한 포기도 존심 하나로 벼랑을 버티는 거여.

젖은 눈으로 빤히 지릅떠보며

혀를 차는 게 그중 나쁜 짓이여.

요번 시집에서 내 마음에 가장 들었던 시는 이 시 '사랑'이다.

'편애가 진짜 사랑'이라고 얘기할 수 있는 당신이야말로,

고른 사랑을 얘기할 수 있는 분이다.

 

뛰어난 것을 북돋워주는게 사랑이 아니라,

부족하고 모자란 것을 곧추 세워 고르게 만들어 주는 것이라고 얘기하고 있다.

그리고, 담뿍 사랑을 쏟아부을 때,

쏟아붓는 당사자 외에는 수혜자나 어느 누구도 그 사실을 알아선 안된단다.

존심이 걸린 문제란다.

사랑과 동정을 명확히 구분할 줄 알아야 함은 당근이다, ㅋ~.

 

가슴 우물

어머니 학교 48

 

 

허물없는 사람 어디 있겄냐?

내 잘못이라고 혼잣말 되뇌며 살아야 한다.

교회나 절간에 골백번 가는 것보다

동네 어르신께 문안 여쭙고 어미 한 번 더 보는 게 나은 거다.

저 혼자 웬 산 다 넘으려 나대지 말고 말이여.

어미가 이런저런 참견만 느는구나.

늙을수록 고양이 똥구멍처럼 마음이 쪼그라들어서

한숨을 말끔하게 내몰질 못해서 그려.

뒤주에서 인심 나는 법인데

가슴팍에다 근심곳간 들인 지 오래다 보니

사람한테나 허공한테나 걱정거리만 내뱉게 되여.

바닥까지 두레박을 내리지 못하니께

가슴 밑바닥에 어둠만 출렁거리는 거지.

샘을 덮은 우덜거지를 열고 들여다봐라.

하늘 넓은 거, 그게 다 먹구름 쌓였던 자리다.

어미 가슴 우물이야, 말해 뭣 하겄어.

대숲처럼 바람 소리만 스산해야.

 

그동안도 그랬고, 요번 시집에서도 그렇고...

어머니를 옮겨놓았다는 그의 시를 통하여 느끼는 걸 하나로 압축시켜보면, '배려'라고 할 수 있겠다.

말을 할때고,

글을 쓸때고,

행동을 할때고,

상대방이 왜 그렇게 말하고 글 쓰고 행동했는지...를 한번만 생각해 본다면,

상대방의 입장이 되어 본다면 누구나 다 그 같은 시인이 될 수 있을텐데 말이다.

 

일흔 두 편 중 내맘대로 골라낸 네 편은 코끼리 뒷다리의 발톱 만지기이다.

가슴을 울리는 감동적인 시와 사진들이 시집엔 더 다양하다.

일독을 권한다.

난 한동안 이 시집에서 헤어나지 못할 것 같다.

어머니가 그리울 때마다 보듬고 쓰다듬고 어루만져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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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1-01 21: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11-02 09: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숲노래 2012-11-02 06:57   좋아요 0 | URL
'배려'란 바로 '마음'이잖아요.
마음으로 어머니를 만나고,
동네 어르신을 만나고,
내 가까운 동무랑 이웃하고 인사하고,
그러면서
시가 태어나는구나 싶어요.

sslmo 2012-11-02 09:24   좋아요 0 | URL
맞다~, 된장님도 바로 그런 시인이시잖아요.
늘 그런 귀한 맘이 담긴 시들, 사진들 잘 받아보고 있어요, 꾸벅~(__)
아참참, '사자성어 한국말로 번역하기'출간 축하드려요.
지금 읽고 있어요.
깜냥은 안 되지만 읽고 느낌을 끄적거려 보기로 하죠, ㅋ~.

hnine 2012-11-02 13:47   좋아요 0 | URL
이 시집 읽다가 시 두편 서재에 올려두고 검색해보니 양철나무꾼님께서 바로 어제 올리신 페이퍼가 있네요!
추울때마다 꺼내 읽으면 좋은 시들이 잔뜩이지요? 마음이 따뜻해질거예요.

sslmo 2012-11-05 10:34   좋아요 0 | URL
잘 지내시죠, hnine님~^^
계절 참 빠른거 같아요, 며칠 전까지만 해도 '더워, 더워~' 하며 시원한 곳을 찾아다녔는데 말예요.
가끔 들려 읽는 님 서재 글들은 계절에 관계없이 마냥 마음이 따뜻해지는 것 같아 좋아요.
그쵸? 이정록 님 요번 시집도 정말 좋죠?^^

하늘바람 2012-11-02 15:54   좋아요 0 | URL
어머니 그림이 참
와닿는 책이네요
좋은 시들이 잔뜩이라니
언제나 님 서재에는 보물이 가득한 느낌입니다

sslmo 2012-11-05 10:45   좋아요 0 | URL
보물이라고 봐 주시는 하늘바람님 눈에는 보물창고인거죠, ㅋ~.

블루데이지 2012-11-03 17:58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hnine님 서재에서 이.시집읽고 너무 가슴이 찡해 양철나무꾼님께서 올리신 글도 읽어보려고 왔어요!
추워지는.계절 가슴도 따뜻해지고, 삶도 더 진지해지는 글들.잘.읽고 얻어갑니다!

sslmo 2012-11-05 10:47   좋아요 0 | URL
네, hnine님 서재는 언제 읽어도 따뜻한 글들이 많죠, ㅋ~.
전 블루데이지님 예전에 즐.찾.해 놓고 몰래 엿보곤했었는데...
이렇게 커밍 아웃해주시다니 반갑습니다여, 꾸벅~(__)
 

어제도 손석희를 들으며 아침을 먹는데...

히야~, 거참...

가진 재산이 29만 원뿐이라던 그 누군가의 땅이,

누군가의 아내의 것이 되었다가,

처남 소유가 되었다가,

딸에게 상속이 된것이 밝혀졌단다.

근데 그 과정에서 무려 250배 뻥튀기가 되었단다.

이는 1673억이라는 추징금의 공소시효 만료를 1년여 남겨놓고 있는 시점이었다.

아니, 검ㆍ경의 수사는 오래전에 끝난 상황에서,

어느 기자가 87년부터 하나 하나 이잡듯 파헤치고 끈질기게 추적하여 밝혀낸 것이란다.

1억6천, 아니 1천6백만원이었어도...언뜻 감이 오지 않을 정도로 숫자에 둔한 나는, 한참을 형광등처럼 눈을 꿈뻑거리고 앉아 있었다.

그러다가 다음 코너에서 경제전문가란 사람이 나와,

'지금은 경제위기이고, 경제위기에서 살아남으려면 무조건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고 하는데,

나도 모르게 '발끈~'하고 말았다.

 

숫자야 기상천외한 액수여서 언뜻 감이 오지않아 형광등처럼 꿈뻑거리고 앉아 있었지만,

'무조건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는 말의 의미는 잘 파악한다.

게다가, 흥분도 잘하는 성격인지라...

서둘러 아침을 먹고 출근을 해야 하는데, 갑자기 손 놓고 아무것도 하기 싫어졌다.

 

그렇다고 실제로,

아무것도 하지 않을 수는 없고,

아무것도 하기 싫은 감정을 이입하여 이 책을 읽었다.

 

 

 

 

 

 

 

 

 아무것도 하기 싫은 날
 신현림 글.그림 / 현자의숲 /

 2012년 8월

 

이 책에서 말하는 '아무것도 하기 싫은 날'은 '나를 사랑하기 좋은 날'이라는데,

실상에서의 나는...아무것도 하기 싫을뿐더러, 나를 사랑할 수는 더더욱 없는 날이다. 에효~--;

 

「갓 태어난 수달은 물을 두려워한다. 그래서 어미가 어린 수달을 개울가나 호수로 데리고 가 물을 조금씩 뿌려준 다음 물속으로 데리고 들어가 점차 물에 적응시킨다. 그렇게 하면 어린 수달은 두려웠던 경험이 기쁨과 좋은 것이 됨을 알게 된다.」

이렇게 수달이 기뻐하니 강가의 물은 더 즐겁게 찰랑거리는 듯 했어요.

ㆍㆍㆍㆍㆍㆍ

아기 수달과 엄마 수달이 말하는 소리가 들렸어요.

 ㆍㆍㆍㆍㆍㆍ

"엄마랑 있으면 뭐가 달라도 달라요. "

"뭐가 다른데?"

"강물 색은 더 푸르고, 해는 더 빨갛고, 엄마도 더 반짝여서 특별한 수달로 보이고, 엄마랑 있어 편안해선지 나도 멋져지는 거 같아요."

"그래, 우리가 사람이 아닌 수달인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

엄마 수달은 아기 수달을 끌어안고 무척 행복해하는 표정으로 말했어요.(15~16쪽)

 

그래, 난 수달도 아닌 사람이면서 무슨 배짱으로 사람 하나 끌어안고..

강물 색은 더 푸르고, 해는 더 빨갛고, 그대는 더 반짝여서 특별한 수달로 보이고, 그대랑 있어 편안해선지 나도 멋져지는 거 같아요...읊조리며 행복한 표정을 짓는단 말인가~--;

 

나의 행복이, 곧 그대의 행복인 따위는 천연기념물인 수달의 세계에서나 가능할 수 있는 일이고,

인간의 세계에서는 절대 금지 사항 인가 보다.

 

그렇고 그런 감정들이 헤프게 흩어져 있는 사이를 이리저리 유영하듯 건너다가,

'손편지로 울게 해봐'에서 '손편지'란 단어에 제대로 낚여 주셨다.

 

ㆍㆍㆍㆍㆍㆍ

오늘은 컴퓨터 냄새가 싫으니까

손으로 쓴 편지로 나를 울게 해봐

ㆍㆍㆍㆍㆍㆍ

 

암튼,

'아무것도 하기 싫은 날'이 곧, '나를 사랑하기 좋은 날'이라는걸 그냥 터득하게 되지는 않았고,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때는 바로 지금 이 순간이고, 가장 중요한 사람은 지금 함께 있는 사람이고, 가장 중요한 일은 지금 내 곁에 있는 사람을 위해 좋은 일을 하는 것"이라는 톨스토이 옹의 말처럼, 상대가 있기에(상대가 북돋워 주기에) 가능한 상호적인 것이라는 걸, 몸소 체험한 결과이고 소산이다.

 

또 한 권, '나는 가수다'의 '김영희'PD의 책 '소금사막' 되시겠다.

 

 

 

 

 

 

 소금사막 
 김영희 지음 / 알마 /

 2011년 10월

 

아무것도 하기 싫은 날,

김영희 PD는 혼자만의 여행을 택한다.

혼자하는 여행이 참 외로웠습니다...라고 한다.

나는, 외로워서 나를 사랑하기 좋았습니다...라고 조용히 덧붙인다.

 

남자는 일단 강해야 돼!

 

 

 

그러나...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이 강한 것이지만

강하다고 마음대로 해서는 안되지요.

가장 강한 사람은 자신의 마음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닐까?

변하지않고 자신을 지키는 것/살면서 가장 어려운 일인 것처럼 말이다.

 

안데스가 나에게 준 것.

사람!

사람이 중요하다는 것.

사랑하는 사람이 중요하다는 것.

어떤 이유로든

그 사람을 아프게 해서는 안된다는 것.

신현림도, 김영희 PD도 같은 얘길 단어와 어법만 바꾸어 하고 있는듯 하다.

내가 대접받고 싶은대로 상대방을 대접하라.

돈처럼 대접받고 싶으면 돈처럼 대접하면 되고,

내가 사람으로 대접받고 싶으면 나도 사람으로 대접하면 된다.

내가 꽃으로 대접받고 싶으면 나도 꽃으로 대접하면 된다.

그런데, 실상은...

해처럼 떠받들었는데, 해바라기로 되돌아 오기도 하더라만...ㅋ~.

 

 

'그리워하다보면 닮나봐'하는 이 그림은 누가 봐도 잘 그린 그림은 아니지만,

비참하고 구질구질한 생각이 들때면 가끔 꺼내보고,

나를 되돌아 보고 자극하는 계기로 삼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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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st the way you are

 

Don't go changing, to try and please me
You never let me down before
Don't imagine you're too familiar
And I don't see you anymore
I wouldn't leave you in times of trouble
We never could have come this far
I took the good times, I'll take the bad times
I'll take you just the way you are

Don't go trying some new fashion
Don't change the color of your hair
You always have my unspoken passion
Although I might not seem to care

I don't want clever conversation
I never want to work that hard
I just want someone that I can talk to
I want you just the way you are.

I need to know that you will always be
The same old someone that I knew
What will it take till you believe in me
The way that I believe in you.

I said I love you and that's forever
And this I promise from the heart
I could not love you any better
I love you just the way you a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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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전생 체험 프로그램이 한창 인기였을때,

텔레비젼에 한 여자연예인이 나왔었다.

그녀는 전생에 가난한 집의 사내아이였는데,

구걸을 갔다가 부잣집 딸을 보게 되고 첫눈에 사랑에 빠진다.

암튼 전생의 그 사내아이가 죽은 이유가 죽은 이유가 상사병이었는지, 아사(餓死)였는지는 가물가물 하지만,

그 여자연예인의 현재모습은 부잣집 딸의 모습과 꼭 같았단다.

얼마나 그리고 염원하였으면 그렇게 꼭 닮은 모습으로 태어났을까 싶어...꺼이 꺼이 울었었다.

 

'배 부른 돼지보다 배 고픈 소크라테스가 낫다'는 둥 육체적ㆍ정신적 경계를 나눠가며 행복해지라고 강요할 만큼,

'행복해지소서~'하는게 어찌보면 괜찮은 덕담처럼 들리는 세상이지만,

고인 물은 썪는다는 차원에서 생각해보면,

과학이고 철학이고 종교고,

하찮은 장르소설에서조차 행복할때는 아무런 역사도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역사는 불행의 기록이고 소산이다.

 

왜 이런 연결도 안되는 것 같은 엉뚱한 얘길 하는지는 상상에 맡기겠다.

너무 행복해서 책 읽을 시간이 없었다고 하고 싶은건지,

너무 바빠서 책 읽을 시간이 없었다고 하고 싶은건지,

내 자신을 나도 모르겠으니까 말이다.

 

서론이 길었다.

내가 오랫만에 빼꼼, 고개를 내민 이유는...

'Y씨의 최후' 라는 너무 너무 근사한 책을 얘기하고 싶어서다.

책 뒷표지에 '영문학과 소속이지만 물리학심리학에 더 관심이 많아 보이는 에어리얼 만토.'

그리고 '영리하고, 우아하고, 아찔하고, 그리고 매우 위험한 스릴러'

라고 되어 있는 것으로 미루어 알 수 있듯이 쉬운 책이라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지레 겂을 먹어 이렇게 근사한 책을 놓치는 것 또한 정말 너무 너무 아쉬워서 이렇게 떠벌인다, ㅋ~.

 

 

 

 

 

 

 

 

 Y씨의 최후
 스칼렛 토마스 지음, 이운경 옮김 /

 민음사 / 2010년 10월

 

 

이 책의 주인공은 에어리얼 만토라는 여자다.

대학교 영문학과 소속이라고 해서 알 수 있듯이,

지적 호기심은 풍부하지만, 육체적ㆍ정신적 경계를 나눌 것도 없이 최저의 삶을 살아간다.

그녀는 우연한 기회에 그녀의 지도교수가 관심을 갖던 'Y씨의 최후'라는 책을 손에 넣게 되고,

그로 인하여 그녀 또한 인생에 최후를 맞게 되는데...

 

 

 

 

 

 

 타나토노트 1 (양장)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00년 9월

 

 타나토노트 2 (양장)
 베르나르 베르베르 / 열린책들 / 2000년 9월

 

 

옛날에 '타나토 노트'를 읽었을때 그런 내용이 있었다.

그때 죽음을 체험하는 게 묘사되는데,

죽음의 세계가 너무 근사하여...

죽음의 문턱에 들어서면 누구나 그쪽으로 넘어가 버리게 된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사형수 중에서 정의감에 불타는 사람을 뽑아,

그중에서도 다시 이승으로 돌아와야 하는 타당한 개연성을 부여했던게 관건이었다.

이 책 'Y씨의 최후'에도 비슷한 내용이 등장한다.

 

내가 이 책을 너무 너무 근사하다며 침을 튀기는 이유는,

과학, 철학, 심리, 물리, 천문 등...온갖 학문의 여러가지 학설들이 경계도 없는 듯 자유자재로 넘나들며 활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에드거 앨런 포' 같은 경우 '검은 고양이'를 쓴 작가로만 알고 있었지, 과학적 사고자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이를 계기로 장르소설에선 경험과 실험외에도 과학적 사고 또한 필수불가결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자연세계에서 보편적 진리나 법칙의 발견을 목적으로 한 실험과 같이 검증된 방법으로 얻어낸 체계적 지식과학이라고 한단다.

하지만, 과학이라고 하여 논리정연하고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우리가 우리가 보편적인 진리나 법칙이라고 부르는 것들의 유효기간은, 새로운 진리나 법칙이 발견되기 전까지이다.

 

 에드거 앨런 포는 올레르스의 역설을 해결하기 위해 사고실험의 원칙들을 이용했다. 그리고 혹자는 그가 다른 어떤 사람들보다 족히 몇백 년 앞서 사고실험의 원칙들을 이용하여 대폭발이론을 만들어 낸 거나 마찬가지라고 믿는다. 그는 산문시 '유레카'에서 자신의 다양한 과학적, 우주론적 사고들을 상세히 설명한다. 그러나 포는 실험적 과학자가 아니었다. 그래서 이러한 이론들은 사고실험 형태로, 혹은 그가 무한을 묘사하는 방식이라고 했던 '생각에 대한 생각'으로서 발현되었다. 그가 올베르그의 역설을 풀어 낸 방식은 역사상 가장 우아한 사고실험들 가운데 하나이다.ㆍㆍㆍㆍㆍㆍ에드거 앨런 포는 이에 대해 곰곰이 생각했고 "우리의 망원경이 셀 수 없이 많은 방향에서 찾을 수 있는 빈 공간들"에 대한 더 간단하고 개연성 있는 해답은 별들 가운데 일부가 단순히 너무나 멀리 떨어져 있어서 빛이 아직 우리에게 도달할 시간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결론을 내렸다.(134~135쪽)

 

삶은 무 자르듯,그렇게 흑백논리로 명확히 잘라낼 수 없는 게 아닐까?

좋고 나쁜 신념이란 것만 해도, 나로 비롯함이냐 나로 말미암음이냐, 에 따라 결과는 엄청 달라질 수 있으니까 말이다.

 

"글쎄, 그 남자들이 나쁜 사람들이라고 했는데, 그러면 자네는 좋은 사람들에 속하는 건가? 만약 그렇다면 좋은 사람들은 무엇을 대변하지? 자네가 그들과 싸울 예정이라면 왜 그들과 싸우는건지 이해할 필요가 있어."(310쪽)

 

 말을 하는 동안 내 목소리가 점점 높아져 내가 다음에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우는 것뿐이라는 걸 깨닫는 지점까지 간다. 그러나 나는 울 수가 없다. 울면 끝장이다. 아드레날린이 모두 씻겨 나갈 텐데. 아드레날린이야말로 내게 남은 유일한 것이다.(330쪽)

이 부분은 그동안 내가 생각하던 눈물이랑 다른 견해여서 옮겨봤다.

울기까지 감정이 고조되고, 교감신경이 항진되어, 아드레날린이 분비되는 것은 맞지만,

난 울고난 후, 아드레날린이 분비되고 난 후 카타르시스를 느끼고 오히려 개운하고 홀가분함을 느끼는데,

이 책에서는 자신을 지키는 마지막 무기쯤으로 표현하고 있다.

다시 얘기하면, 이 페이퍼의 제일 처음에서 얘기했던 것처럼 가열차고 치열하게 사는 사람을 잘 대변하고 있다고 하겠다.

행복에 겨워 우는 사람이 '울면 끝장이다'라고 하지는 않을테니까 말이다.

 

 "나는 자기 파괴적인 사람이에요. 적어도 잡지에선 나를 그런 식으로 분류하더군요." 내가 말한다.

 "자기 파괴적이라. 흥미로운 용어네요. 나는 나야말로 자기 파괴적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좀 더 문자 그대로의 의미로 그렇죠. 그것이 바로 도(道)가 당신에게 요구하는 것이거든요. 자신을 파괴하고 자아를 제거하라."애덤이 말한다.(346쪽)

"나는 내가 신을 잃어버렸고, 그 다음엔 나 자신을 잃어버렸다고 말하려고 했어요. 일반적으로 종교는 사람들이 자기 자신을 찾고 그리고 신을 찾도록 돕는다는 걸 당신도 알 거예요. 그런데 나는 모든 것을 잃어버리는 데 성공했죠. 나는 그것이 핵심이라고 생각했어요. 욕망을 버리고 자아를 버리는 것에 관해 내가 읽은 모든 책들ㆍㆍㆍㆍㆍㆍ그것은 모두 문자 그대로 영혼을 파괴하는 것이었죠. 그 모든 책을 읽었어도, 난 전혀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어요. 종교의 일부분이 아닌 상태에서 종교를 객관적으로 인식할 준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았다고요. 성경은 다른 여느 책들처럼 그저 한 권의 책이 되었어요. 나는 여전히 그것을 읽을 수 잇었고, 이런저런 부분이 의미하는 그것을 읽을 수 있었고, 이런저런 부분이 의미하는 것에 대해 의견을 개진할 수 있었죠. 하지만 그걸 믿을 수는 없었어요."

 "영혼을 파괴하는 거죠. 자아를 파괴하는 것처럼."

"그래요. 난 진정 무아(無我)의 상태를 경험했어요. 그리고 그건 빌어먹을 만큼 무서웠죠."

"애덤ㆍㆍㆍㆍㆍㆍ."

"다른 사람들과 연결되는 것. 그들 속에서 자기 자신을 잃는 것. '하나'가 되는 것. 그것은 지옥이에요. 타인은 지옥이라고 누가 말했죠?"

"사르트르요."(348쪽)

게다가, 이 책이 좋았던 것은...

우리가 흔히 절대적이라고 얘기하는 종교도 결국 입장에 따라 변하더라 하는 걸,

또 다른 화자의 목소리를 통해서 얘기하고 있다.

'도(道)를 자신을 파괴하고 자아를 제거하라'라고 해석한 것도 흥미롭기 그지없다.

 

"그러니까 만약 우리가 모두 쿼크와 전자로 이루어져 있다면ㆍㆍㆍㆍㆍㆍ."그가 운을 뗀다.

"뭐라고요?"

"우리는 사랑을 나눌 수 있고, 그것은 쿼크와 전자를 서로 비비는 것에 지나지 않겠군요."

"그보단 낫죠. 미시적인 세계에서는 아무것도 실제로 '서로 비비지' 않아요. 사실 물질은 다른 물질을 결코 건드리지 않죠. 그래서 우리는 서로의 원자를 건드리지 않으면서 사랑을 나눌 수 있을 거예요. 전자는 다른 전자들을 밀어내면서 원자의 외부에 자리를 잡는다는 걸 명심해요. 그래서 우리는 사랑을 나누지만 동시에 서로를 밀어낼 수 있는 거죠." 내가 말한다.(352쪽)

이 글을 읽으면서, 처음엔 과학자들은(음, 물리학자들은) 이렇게 무미건조하고 멋대가리 없이 사랑을 표현할까 싶었었다.

하지만, 다른 수식이나 미사여구 없이도 그대로 표현해 낼 수 있는 것이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고갱이가 아닐까 하는 생각으로 이어졌다.

도(道)를 '자신을 파괴하고 자아를 제거하라'라고 한 것과 일맥상통하지 않을까 싶었다.

 

그렇다고 언어학자들은 좀 나은가 하면 결코 그렇지 않다.

언어는 끝없이 어긋나면서 맞물리기도 하는 등,

정확한 의미를 전달하는 것이 어쩜 불가능하기 때문에...

표정이나 몸짓, 주변 상황 등을 고려하는 상호적인 것이다.

그래서 자아는 타자가 존재하기 때문에 존재한다고 단언하고 있는 것이다.

라캉은 의식이 언어와 연결외어 있다는 정신분석학적 주장을 폈다. 그에 의하면 옹알이 하는 아기, 즉 무의식적인 상태에서 '상징 질서'의 일부가 되는 것(즉 의식적인 세계를 갖는 것)으로의 도약은 정확히 우리가 언어를 획득하는 바로 그 순간에 일어난다. 이것은 우리가 세상세서 개별적인 존재들이라는 것을 깨닫는 바로 그 순간이기도 하다. 우리는 우리의 어머니들이 아니다. (주여, 고맙습니다.)우리는 자아라고 불리는 무언가가 되는데, 자아는 오직 타자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존재할 수 있다.

 그러나 세계는 언어로 만들어져 있다. (혹은 적어도 나의 세계는 언어로 만들어져 있다.) 그리고 우리는 그것이 얼마나 신뢰할 수 없는 것인지를 잘 알고 있다. 그것은 시뮬라크르이다. 그것은 수학처럼 닫힌 체계로, 모든 것은 오직 그것이 다른 무언가가 아닐 때에만 의미가 있다. 2라는 숫자는 그것이 1이나 3이 아니기 때문에 의미가 있다. ㆍㆍㆍㆍㆍㆍ나는 오직 내가 다른 누군가가 아니기 때문에 나이다. 이것은 기의 없는, 오직 기표만 있는 존재의 체계이다. 이 모든 존재의 체계는 마치 자물쇠를 채워놓은 호버크라프트처럼 무(無) 위를 떠다니는 닫힌 체계이다.(466쪽)

그렇다면 언어 외에  표정이나 몸짓, 주변 상황 등에 제약이 따른다면 그땐 어떻게 해야할까?

자아는 타자가 존재하기 때문에 존재한다는 전제하에,

타자에 대한 배려가 우선 시 되는 수밖에 없다.

 

'언어' 만으로 사랑을 할때는,

그래서 '언어'가 서로를 어루만지고, 비비고, 느끼면서 사랑하는,

자아를 드러내고 타자를 수용할 수 있는 유일한 '도구'가 되는 것이다.

 

감정(emotion)을 그냥 '움직임(motion)'으로 부를 수도 있을걸세. 실제로 감정이란 단어가 단순히 움직임, 혹은 한 가지에서 다른 것으로의 이동을 의미했다는 걸 나는 기억하네. 언어로 만들어진 이 세계에서는, 의미가 실제로 쓸모없어지는 경우는 결코 없어. 이 경우 움직임은 질량을 가지지 않는 어떤 것, 즉 움직임 그 자체에 관한 것일세. 그래서 그것이 운반하는 의미는 불가해한 속도로 이동할 수 있지. 자네를 거꾸로 이동시킬 수 있을 만큼 빠른 속도로도 말이야.ㆍㆍㆍㆍㆍㆍ.(478~479쪽)

 

 

그리고 이 책을 읽었다.

 

 

 

 

 

 

 

 

 

 과학은 없다
 맹성렬 지음 / 쌤앤파커스 /

 2012년 8월

 

 

이 책에서 나는 현대 주류 과학의 입장에서는 '아웃사이더'나 마찬가지인 UFO와 미스터리 서클, 초능력과 죽음 뒤의 삶을 논할 것이며, 이들의 향후 과학의 경계선 안으로 들어올 가능성을 검토할 것이다. 하지만 나는 "당신이 아는 과학은 모두 허구다!"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내가 던지고자 하는 메시지는, 아직까지 제대로 밝혀지지 않은것은 무조건 과학이 아니라고 말하며 인류의 사고를 일정한 틀 안에 가두려 하는, 역사에서 반복되어온 오류를 걷어내자는 것이다.

 

 창조는 파괴를 필요로 한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파괴해야만 한다. 나는 이 책을 통해 최첨단 주류 과학에 갇힌 현대인의 상상력을 무한대로 넓혀주고 싶다. 주류 과학계가 애써 외면하는 초상현상을 탐구하는 일은 과학의 재도약을 준비하는 첫번째 작업이다. 이 작업은 우리 스스로 머릿속에 그어놓은 상상력의 한계를 확장하는 일이기도 하다. 인류가 그 한계를 넘어서지 못한다면 인간에게 주어진 가장 축복된 재능은 빛을 보지 못하고 녹슬어버릴 것이다.(12~13쪽, 프롤로그 중에서)

내가 얘기하고 싶었던 건,

과학이라고 하여 논리정연하고 절대불변은 아니라는 거다.

그것들의 유효기간은, 새로운 진리나 법칙이 발견되기 전까지이다.

우리가 절대불변이라고 알고 있는 신이나 종교도 마찬가지이다.

새롭게 유일신이나 절대 종교가 나타나기 전까지로 보면 된다.

사실 나는 이 글을 쓸 때만 해도 이런 최근접 체험은 공군 조종사들이나 관제요원들에 의해 비교적 먼 거리에서 목격되는 사례와는 구분되는 현상이라 생각했고, 그래서 책 제목에 '정확히 실체를 알 수 없지만 여러 유사 증상이 한꺼번에 나타나는 현상'을 의미하는 '신드롬'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그런데 그 후 다양하고 면밀한 연구ㆍ조사를 거치면서 그 모든 현상을 동일한 것으로 보아도 무방하다는 믿음을 갖게 되었다.(63쪽)

 

그렇다고 내가 이 글을 이렇게 멋대가리 없게 끝낼까?

절대 그렇지 않지, ㅋ~.

세상에 절대불변한 것이 있긴 하다.

그건 '사랑'이다.

'사랑'이 절대불변한 것이 아니라,

'사랑'이 눈 멀게 하여 물불 안가리게 되면,

세상은 온통 분홍분홍*^^*하게 변하고,

그땐 절대불변이 되고,

마냥 행복해진다.

 

하지만, 마냥 행복해지는 이 상황을 경계해야 할지 말지를 놓고 고민하는건 각자의 몫으로 남겨둔다.

다들 각자의 고민으로 이 가을 秋男, 秋女가 되어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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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2-10-22 17:56   좋아요 0 | URL
물질과 물질은 '서로 건드리거나 만나지 않는다'는 것이
양자물리학에서 밝힌 이야기예요.

따지고 보면, 이 댓글을 쓴다며 자판을 두들긴다 하더라도,
자판과 내 손가락은 '본질로는 서로 스치지도 부딪히지도 않'아요.

어쩌면, 이 댓글에 담기는 제 마음도
어느 곳으로도 안 간다고 할 수 있지만,
어떤 씨앗을 살며시 뿌린다고도 할 수 있겠지요... @.@

아이리시스 2012-10-22 18:15   좋아요 0 | URL
다시 봐도 저 세 종류의 책은 양철나무꾼님 아니면 연결할 수가 없는 것 같아요.
뭐하느라 행복하신지 저도 좀 알려주세요, 책 좀 집어치우게요( '')
청춘을 책과 보내기에는 좀 억울하다는 느낌이 어제쯤부터 들기 시작했거든요.........
그동안은 아무도 저더러 책을 덮으라고 말해주는 사람이 없었거든요...........
저는 이 글도 책 덮고 사랑하라는 말로 읽혀요 히히

자주 오세요^-^

프레이야 2012-10-22 22:47   좋아요 0 | URL
양철나무꾼님이 있어서 저도 있군요. 동감~
타자에 대한 배려가 결국 자아를 존중하는 길이군요.
진리! 새삼 이렇게 풀어주시니 참 좋아요.
절대불변은 없는 것 같구요. 마냥 행복해지는 순간을
경계하라. 저에게 내리는 명령ㅋ
자주오세요2.ㅎㅎ

감은빛 2012-10-23 11:18   좋아요 0 | URL
저는 추남입니다. ^^
양철님 글 오랫만에 읽네요.
가을을 맞아 관심있는 소설 몇 권을 주문해서 일터 책상 한쪽 구석에 쌓아놓았는데,
바빠서인지 아니면 마음의 여유가 없어서인지,
한번 들춰보지도 못하고 며칠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기온이 갑자기 확 떨어졌어요.
따뜻하게 입고 다니셔요!
 

나는 그러니까 기다리는 걸 잘 못한다.

어려서 할머니, 할아버지 밑에서 컸었다고는 얘기했었고,

그러니 무엇 하나 아쉬워서 기다릴 일이 없었다.

할머니, 할아버지, 다섯 명의 고모들 중 결혼 안하고 남아있던 고모들은 내가 분부만을 내려주기를 기다리는 사람들인줄 알았다.

이러고 성장한 나는,

커서 단체 생활, 집단 생활을 하면서 그 차이에서 버거워했었지만,

그래도 직업 자체가 보수적이고 고리타분하다보니 그럭저럭 잘 견뎌내고 있다.

모르는 사람들은 내가 시간 약속을 철저히 잘 지키는 줄 알지,

그게 안달이 나고, 불안과 초조의 소산이라는 걸 모른다.

 

지난 주에 남동생이 상의할 일이 있다고 만나자고 하였다.

남동생은 만나기로 한 주점에 잠깐 얼굴을 들이밀었다가는,

무슨 전화를 받고 급히 나갔다가 한참만에 들어왔다.

남동생은 딸 둘을 둔 이른바 '딸딸이'아빠다.

첫째와 둘째의 나이 차이가 무려 열 살이나 난다.

 

나와 같은 방식으로 키워져 오던 큰조카는 갑자기 생긴 동생으로 인하여,

관심이 분산되었고...

올해 중1인 사춘기 소녀답게 나름의 방식으로 온갖 일탈을 감행하여 남동생의 속을 있는대로 썪이는 중이었다.

 

동생을 향하여 별로 해줄 얘기가 없었던 난, 위로주나 살 요량이었는데...

그때 동생에게 걸려 온 전화 한통이 나까지 광분케 하였고,

그리하여 술독에 같이 빠져 버렸다.

얘기인즉,

학원에 가기 싫다고 친구와 패스트푸드점에 앉아있는 조카를 발견하여,

집으로 들여보내는 과정에서,

조카 친구의 부모에게도 연락을 하겠다고 하여 부녀 간에 말다툼이 있었나 보다.

그걸 순찰을 돌던 순찰차가 보고 조카가 탄 마을 버스에 같이 타서는,

누구냐

아빠다.

가정폭력이냐?

아니다.

꼬치꼬치 캐묻더라는 것이다.

 

아무리 실적 위주의 업무 행태가 판을 치는 세상이라고 하지만,

어떻게 그 부녀를 가정폭력으로 엮을 생각을 했을까 싶었다.

 

그로부터 며칠 뒤,

이번엔 더 기가 막히는 얘기를 들었다.

부녀는 화해를 했고...

어찌 어찌하여 기분이 좋아진 조카는 마을 버스 안에서,

마을 버스 밖의 남동생을 향하여 손바닥을 자기 입술에 쪼옥~ 댔다가 날리는 손바닥키스를 날렸고,

남동생도 마을버스 밖에서 조카를 향하여 똑같이 화답하였다고 한다.

마을버스가 떠난 뒤, 남동생은 뒤에 서있던 순찰에게 아동 성폭력 전과가 있는지 조사를 받았는데...

불쾌하였지만, 자기도 딸 둘을 키우는 입장이다 보니 어쩌지 못하고 응할 수밖에없었다고 했다.

 

어제, '노자 할아버지 같이 놀아요!'란 그림책의 발상에서 참 좋았던게,

헝겁을 이렇게 저렇게 짜집기 한것도 물론이거니와,

거기다가 노자 '도덕경'의 몇 글자를 발췌하여 수실로 한땀 한땀 수놓은 정성이었다.

요즘은 어디서고 바빠 바빠를 외치는 속전속결의 세상에,

자기밖에 모르는고로,

남을 기다리거나, 남에게 정성을 들일 줄 몰라서 참신하게 느껴졌는지도 모르겠다.

 

'수실'하면 떠오르는 책이 바로, '나는 기다립니다'이다.

 

 

그림책의 '끝'을 '끈'으로 바꾸어 표현해 놓았지만, 사실은 수놓을 때 쓰는 수실이다.

 

 

 

  나는 기다립니다...
  다비드 칼리 지음, 세르즈 블로크 그림, 안수연 옮김 /

  문학동네어린이 / 2007년 7월

 

책의 표지로 미루어 내용을 짐작할 수 있듯,

사람 사이의 관계, 삶을 '빨간 수실'로 표현해 놓았다.

이쯤에서 난 딴지를 걸고 싶어지는데,

이미지에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서라도,

더 복실거리고 탐스러운 털실뭉치도 놔두고,

하필 탄력 제로, 툭툭 잡아당기는 대로 끊어지는 수실을 사용했을까 하는것이다.

 

난 원색의 옷을 좋아하는데,

그런 옷의 단추가 떨어지면 단추를 달 실이 없어 난감할 때,

알록달록한 수실을 이용하여 단추를 달때가 있다.

작은 단추는 그럭저럭 견뎌내는데,

겨울 외투의 큰 단추는 반나절도 못 버티고 떨어져 단추마저 잃어버리는 낭패를 본 경험이 있다.

단추 마저 버텨내지 못하는 수실을,

기다림의 용도로 표현하다니,

사실을 알고보면 아이러니컬 하다.

 

기다림의 용도로는 짱짱한 고탄력 스타킹을 만드는 함섬섬유실이나,

필라테스할때 쓰는 고무로 된 밴드,

또는 자전거포에 가면 자전거 바퀴 속에 들어 있는 짱짱한 고무를 갈라만든게 짱이다.

폼은 안나더라도 무릇 인연이라면 그래야 하지 않을까?

수실처럼 어디에선가 조금만 힘을 주어 잡아당기면 툭툭 끊어져 버려선,

어디 성질 나빠져서 도 닦듯 인내하며 놓아야 하는 수인들 제대로 놓겠는가 말이다.

 

찰떡이나 점성 좋은 치즈도 좋겠다.

쭈욱 잡아 당기면 늘었다 줄었다 자유자재여서,

연결은 되어 있으면서 자신의 본성은 유지하는 그런 인연이어야 하겠다.

왜냐하면 '세살 버릇 여든까지'라는 속담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이 나이에 자기 자신이 나아지는 쪽으로의 변화라고 하여도 쉽지가 않은데,

누굴 내 입맛에 맞게 변화시키고 바꿀려고 하느냐 말이다.

다름을 인정하고 받아들일 때 관계는 발전할 수 있고, 인연은 유지될 수 있다.

수실처럼 '톡톡~' 끊어져 버리면 아무 짝에도 쓸모없어진다.

 

그렇다면 기다리는걸 잘 못하는 나는 무엇을 기다리고 있나?

석봉이 시험에 합격하기를...?

아니, 석봉이 건강하게 시험을 치르기를...

셤 공부를 너무 열심히 하느라 몸 상하거나 하지 말고,

셤 마치고 무탈하게만 일상으로 돌아와 주기를 기다린다.

모든 석봉 모친의 마음이 그렇듯~!

 

'다비드 칼리''세르주 블로크' 커플의 책이 한권 더 있다, '너에게 뽀뽀하고 싶어'

 

 

 

 

 

 

 

 

 

 

 

 

 

 너에게 뽀뽀하고 싶어
 다비드 칼리 지음, 길미향 옮김, 세르주 블로크 그림 /

 아트버스(Artbus) / 2012년 8월

 

이 책도 '나는 기다립니다'처럼 참신하고 이쁘다.

 

다비드 칼리 홈페이지 링크 클릭~!

세르주 블로크 블로그 링크 클릭~!

 

웹서핑을 하다가 든 생각인데,

불어판의 경우,

저자가 '다비드 칼리'라고 되어 있고,

그 밑에 저자의 다른 작품들로 링크되는 란에 가서,

'다비드 칼리'와 '세르주 블로크' 두명이 나란히 놓여있다.

두 명은 공저자일수도 있는데,

번역하는 과정에서 그동안 우리의 관행상 '한명은 글, 한명은 그림' 이렇게 적어준 게 아닐까 싶었다.

 

둘 다 글도 쓰고, 그림도 그리는 사람들인데,

한명은 글만 쓰고, 한명은 그림만 그렸는지, 그렇지 않은지는 정작 본인들이 아니면 알 수가 없는 것이 아닐까?

 

'뽀뽀'니 '키스'를 '성인'의 전유물로 생각하는 것 자체가 편협하고 낡은 가치관 속에 빠져버리는 게 아닐까 싶다.

'너에게 뽀뽀하고 싶어'는 참으로 예쁜, 시간과 공간을 아우르는 책이다.

누군가는 결혼한 사람들의 '프렌치 키스'에 방점을 찍어 한정시켜 생각 했었는데,

그런 키스도 있는가 하면,

굿모닝 키스,

갈구하거나 허기질때 하는 키스,

가슴 설레이는 첫키스의 추억,

그 장소여서 아름다운 키스,

그 사람이어서 의미가 있는 키스,

화해의 몸짓으로서의 키스,

프로포즈로서의 키스,

영화를 보다가 필이 동하는 키스,

장엄한 광경에 동화되어 하는 키스,

등 갖가지 키스가 예쁘게 그려져 있는게,

프로포즈할때 한권쯤 준비해도 좋을 것 같다.

난 낭만적인 비오는 날 우산 속의 뽀뽀도 좋을 것 같고,

언덕 위에, 까만 하늘 아래에서,

쏟아지는 별들을 바라보노라면,

뽀뽀를 하지않고서라도 두고 두고 황홀할 것 같다.

 

 

 

 

그림은 파스텔톤의 손톱달이 뜬 이런 분위기가 맘에 든다.

 

 

 

당근,

아이디어는 돌맹이를 하트로 표현한 게 가장 맘에 들고...ㅋ~.

그리고 잠든 여자의 사랑스런 눈썹 그늘과,

그 눈썹 그늘을 바라보는 남자의 그윽한 눈빛이,

뽀뽀가 없어도 가장 맘에 들었다.

(남자가 들고 있는 책이 분홍분홍*^^*하다.)

 

 

 

책은 '나는 기다립니다'와 '너에게 뽀뽀하고 싶어', 두권 다 참 예쁘고 좋았다.

하지만, 남동생네와 관련된...'폭력과의 전쟁'관련 에피소드는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겠다.

실적이나 성과 위주의 보여주기 식으로 끝나 버리지나 않을까 하고 우려하는 건 나혼자만 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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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2-09-28 11:09   좋아요 0 | URL
동생네 부녀의 일은 정말 웃지못할 에피소드네요.ㅠ
늘 풍성한 책 이야기, 독자로서의 찐한 사랑이 느껴지는 리뷰~ 언제나 좋아요!
명절 잘 지내시고 올해가 저물기 전에 한번 봐야지요.^^
 
노자 할아버지 같이 놀아요! 학고재 그림책 2
정현주 글.그림, 목우스님 한자도움 / 학고재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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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님이 카카오 스토리에 올려놓은 이 사진을 보고 어디냐고 물으셨는데,

이 사진은 그러니까 선암사 꽃담이다.

그러니까 이 사진을 거기에 올린 이유는 바로 이 책'노자 할아버지 같이 놀아요'를 읽고 제대로 필 충만 하셔서이다.

 

선암사 꽃담 사진이 이 책과 어떤 상관 관계가 있냐 하면 한자 도움을 주신 목우스님 이란 분이,

'마하연 명상선원'과 '선암사'에서 부처님의 가르침과 명상을 지도하고 있다고 책 날개에 적혀 있길래 수선을 떨어봤다.

 

내가 리뷰의 제목에서 엄지 손가락이 두개 뿐인게 못내 아쉽다고 한건 실은 잘못된 표현이다.

내노라 하는 영화 평론가 둘이 엄지 손가락을 들어올려가며 two thumb up한데서 연유한 말이니,

흉내를 내려면 좀 그럴 듯 하게 냈어야 하는데 말이다, ㅋ~.

 

암튼, 날 이렇게 홀라당 발라당 반하게 한 이 동화책을 만든 사람은 정현주란다.

글ㆍ그림 정현주

1965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홍익대학교와 홍익대학교 대학원에서 회화를 전공하였고,

잠시 미국에 머물면서 텍스타일 작업에 몰두하였다.

'천자문아! 나와라''너, 나 우리' '아제 아제 바라아제''멸치' 들에 그림을 그렸다.

라고 되어 있는 걸로 보아서 미술을 전공한 사람인가 본데,

이번 동화책은 글도 이사람이 심혈을 기울였는데 빼어나다.

내공이 보통이 아니다.

 

실은 내가 이렇게 설레발을 치는 이유는,

이 책의 겉표지와 관련 떠오르는 분이 계셔서이다.

 

해님을 가려 보겠다고 아무렇게나 밀짚모자를 눌러쓰셨던 분.

바람을 갈라 보겠다고 자전거의 페달을 설렁거리며 돌리셨던 분.

농약 대신 오리를 풀어 벼 농사를 지으셨던 분.

 

自 스스로 자, 然 그럴 연.

스스로 그러함.

어떻게 되어야만 한다고 정해지지 않은 것.

그걸 '자연'이라고 해.

 

어찌보면 자연같으신 분이 자연의 품으로 돌아가신 건 자연스러운 게 아닌가 싶다.

범인의 눈으로 세태를 바라보니, 못내 아쉬울 따름이어서 그렇지.

 

분위기를 바꾸어,

내가 정현주 이분의 내공 운운하는 이유는,

이런 기법 때문이다.

이걸 패치워크라고 하는지, 뭐라고 하는지 모르겠지만,

한땀 한땀에 땀방울들이 방울방울 맺혀있는 듯하다, ㅋ~.

 

 

 

아주 옛날, 노자 할아버지가 말했어.

가장 좋은 마음은 물을 닮았대.

왜 그런지 궁금하지?

 

이 구절을 난 이렇게 읽는 오류를 범하고 말았다.

아주 옛날, 노 할아버지가 말했어.

 

 

물은 세상 모두를 도와줘.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흘러가면서 말이야.

가다가 큰 바위가 막아서면 클클클

작은 돌이 막아서면 잘잘잘

돌아서 내려가지.

다투지 않고 흘러가.

 

 

샘물은 퐁퐁

시냇물은 졸졸졸

물길따라 아래로 흘러가지.

사람들이 싫어하는 낮은 곳에 머물러.

흙탕물에 섞여 더러워지기도 하지만

물은 가지 않는 곳이 없어.

 

 

어느새 바다에 이르지.

 

 

그래서 좋은 마음은 물을 닮았대.

 

얼마든지 어려워질 수 있는 애기를 쉽게 풀어냈다.

쉬운 얘기를 어렵게 하는 것도 그렇겠지만,

어려운 애기를 쉽게 하는 것은...

본인이 직접 깨닫고 체화하여 자기 것으로 만든 연후에나 가능한 것이다.

아, 좋다.

그림이고,

글이고,

억지스러운 구석이 없고 자연스러워서 좋다.

이런 그림책을 보다 보면,

그림 책을 아이들만 봐야 한다는 생각은 편견이라는 걸 깨닫게 된다.

 

오랫만에 단순해질 수 있어서 좋았고,

분홍분홍*^^*한 동심에 빠져볼 수 있어서 좋았다.

 

내 마음을 붙든 문구는 이것이었다.

動善時

(무엇을 하면) 좋을지 때를 맞춰 행동하는 (마음)

 

집을 만들때도 안이 비어 있어야 우리가 그 안에 머물러 쉴 수 있듯이,

우리 마음도 비어 있어야,

사랑도 담을 수 있고, 호기심도 솟아나 마음이 재미있어 진단다.

봄이 가면 여름이 오고, 가을이 가면 겨울이 오는 것처럼

모든 생겨난 것들은 언제나 사라지지.하지만 다시 돌아와.

우리네 사랑이나 삶도 그런 것이리라.

달도 차면 기울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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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2-09-24 16:31   좋아요 0 | URL
가끔 정신이 피곤할 때나 빽빽한 활자의 책 때문에 눈이 피로하면 그림책 한 권의 삶의 비타민인거 같아요. 선암사 꽃담 사진이랑 책 속 삽화가 좋습니다. 잠시나마 학교 생활에 대한 피곤함을 달랠 수 있었습니다. 좋은 사진과 그림, 감사합니다. ^^

잘잘라 2012-09-24 17:55   좋아요 0 | URL
휘둥그레~~~~~ 사진도 글도 그림(이라기보다는 작품 사진..인건가요? 아무튼)도 참 좋네요.
리뷰 쓰신 님의 마음도요. 진달래 분홍빛이 너무 고와서 오랜만에 인사 남기고 갑니다요~~~

프레이야 2012-09-25 16:58   좋아요 0 | URL
정말 멋진 그림책이네요. 맛배기만 봐도 느낌이 온다는...^^
제 손가락 두 개도 같이요.ㅎㅎ

하늘바람 2012-09-25 22:17   좋아요 0 | URL
선암사 꽃담이었군요

하늘바람 2012-09-25 22:26   좋아요 0 | URL
홀딱 반할만한 그림책이네요 꼭 봐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