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아닌 것이 없다 - 사물과 나눈 이야기
이현주 지음 / 샨티 / 2012년 3월
평점 :
절판


지난 주 언젠가, 저녁 모임에서 꾸물거리다가 야.자.가 끝날 무렵 아들의 교문 앞으로 갔다.

아들이 다니는 고등학교에서 집까지의 길은 세가지 코스가 있었다.

뭐, 낭만적인 데이트코스를 생각한건 아니지만,

그래도 모자 간에 집 밖에서 만나는 건 실로 오랫만의 일이었던지라 두런두런 얘기라도 하며 귀가를 하게 될 줄 알았다.

웬걸~.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의 A길이 있었지만 산길이어서 밤에는 웬만한 강심장이 아니면 이용할 수 없었고,

B길은 산을 삥 둘러서 있는 대로여서 대중교통편까지 있었지만, 차를 타고 한참을 움직여줘야 하는 길이었다.

C길은 A길과 B길의 중간 정도 거리였지만, 산길만 아니었다 뿐이지 한적하고 외진 정도가 A길에 못지 않았다.

B길을 생각하던 나는 C길을 향하여 앞장 서는 아들을 바쁘게 따라 걸으며 한마디했다.

"한밤중에 꼭 이렇게 위험한 길로 다녀야겠어?"

"엄마, 아님 나?"

"엄마 혼자 여기 올 일이 뭐가 있니? 행여 너 혼자 다닐때 말야."

"엄마, 이 한적한 길에서 누구랑 만나게 되면 내가 위험하다기보다 그에게 위협적이지 않을까?"

 

위험하다기보다, 위협적이지 않을까...에서 요즘 읽은 '사랑 아닌 것이 없다' 이 책이 생각났다.

요번 제목보다 먼젓번 제목 '物과 나눈 이야기(이레,2001)'가 이 책의 취지를 짐작하기 쉬웠는데 말이다.

그걸 '다시 책을 펴내며' 부분에서 '그래서 눈에 띄는 대로 사물들과 대화를 시도해 보았지요.' 이렇게 얘기하고 있다.

 

'사물과의 대화'까지는 아니어도,

사물을 의인화하고, 사물에 감정 이입하길 좋아하는 나도...이현주 목사님-이분께는 명함을 못 내밀겠다.

 

"앞이 캄캄했고, 내가 길 위에 놓여 있었고, 자네 발이 나를 밟았고, 게다가 내 모양이 퉁겨나기 좋게 되어 있었고, 그래서 자네가 꽈당 하고 넘어졌지만, 그뿐일세. 사람이 밤길에 돌을 밟고 넘어진 것뿐이야.얼마든지 있을 수 있는 일이지. 사실은 자네가 넘어진 것도 아니네. 넘어진 것은 자네가 아니라 자네 몸이거든. 자네 몸이 곧 자네는 아니지 않은가?"

ㆍㆍㆍㆍㆍㆍ

"고맙구먼. 먼저 있던 자리로 돌려보내 주시니

ㆍㆍㆍㆍㆍㆍ산다는 게 무엇인가? 나는 이리저리 굴러다니다가 사람 발에 밟혀도 보고ㆍㆍㆍㆍㆍㆍ그러는 게 사는 것 아니겠나? 자네가 넘어져 상처를 입는 것도 그게 다 자네가 살아있어서 겪는 일일세. 그러니, 그래도 굳이 '너 때문에'라는 말을 쓰고 싶거든 이렇게 한번 해보시게. '너 때문에 사는 맛 한번 봤다. 고마워.' 눈 한번 뜨면 모든 것이 합력하여 善을 이루는 세상이 바로 거기 있다네."(14~15쪽)

 

암튼, 참 독특하시다.

밤길 작은 에 걸려 넘어지고도, 그 속에서 '때문에'가 아니라 '덕분에'라는 교훈을 이끌어낸다.

 

내가 아는 이 중에도 이런 긍정적인 마인드가 있다.

처음엔 '때문에'는 눈 씻고 찾을래야 찾을 수 없고 '덕분에' 투성이인 그가 너무 작위적이라는 생각도 들었었다.

''때문에'가 내 기본적인 정서인걸 어쩌란 거야~'하고 툴툴거리기도 했었다.

그런데, 이 '긍정적인 마인드'라는 건 바퀴벌레보다 생명력과 전염성이 강한 것인지...

어느새 나도 옮았는지 '때문에' 대신에 '덕분에'라는 말을 되뇌고 있는 거다.

아직 범사에 감사할 정도로 초 긍정 마인드로 거듭나지는 못했지만, 

매사에 감사하고, 좋고, 행복한 마음이 퐁퐁 샘 솟기는 한다.

 

사실은 긍정적인마인드는 그에게 옮은 것이 아니라 그에게서 배운 것이다.

영화 '이보다 좋을순 없다'의 대사를 슬쩍 차용하자면,

'You make me want to be a better woman.'이다.

 

그러니까, 사람 사는 세상은 불을 피우면 따뜻해지는 것이 아니라,

마음 먹기에 따라 천국도 되고 지옥도 되고 그런 것 같다.

 

그런가 하면, 나무젓가락과 관련하여서 내가 생각해본건 '불일이불이(不一而不二)'였다.

ㆍㆍㆍㆍㆍㆍ

"나는 나무젓가락이 아니오."

"그럼 무엇이냐?"

"나는 나무요. 당신이 '나무'를 부러뜨릴 수 있다고 생각하오?"
"그런 불가능하지."

"좀 더 깊이 들여다보면, 나는 나무도 아니오."

"ㆍㆍㆍㆍㆍㆍ?"

"구태여 말한다면 나는 땅이오."

"네가 땅이라고?"

"숲의 모든 나무와 풀이 땅에서 나온 땅의 분신인 줄 모른단 말이오?"

"ㆍㆍㆍㆍㆍㆍ"

"그러니 나는 하늘이기도 하지요."

"ㆍㆍㆍㆍㆍㆍ"

"따라서 당신과 나는 본질상 하나인 것이오."

"동의한다. 이왕 입을 열었으니 도움이 될 말 한 마디 들려다오."

"누구를 만나든지 그에게서 도움이 될 무엇을 얻어야 직성이 풀리나요?"

"ㆍㆍㆍㆍㆍㆍ"

"그리고 왜 처음부터 나에게 반말입니까?"

"ㆍㆍㆍㆍㆍㆍ"

"내가 당신을 만나서 잠시 젓가락 구실 즐겼듯이, 당신도 좋은 주인 만나서 잠시 사람 구실 즐기시오."

"고맙네. 잘 가시게."

"가긴 어디로 가란 말인가? 나는 늘 여기 있다네."(34~35쪽)

아래 쓸쓸함과 외로움에 관한 얘기는 참 여러곳에서 여러 변형으로 접했었다.

여기서는 '쓸쓸한 감정을 느낀다는 것을 살아있음의 증거라고 해서 축하한다'고 하는데,

어딘가에선 '내게온 손님이니 대접하라'고 한다.

 

아무래도 '손님이니 대접하라'보다는 '살아있음의 증거'가 잘 와닿는다.

 

외로움과 관련하여서도,

실재가 아닌 관념이고, 관념에서 오는 착각이라고 얘기한다.

이쯤되어야 세상 모든것이 '마음 먹기에 달린것'이 되고,

긍정적 마인드를 옮기고 배우는 것이 설득력 있어 진다.

 

스스로 문을 닫아 걸고 나는 외롭다, 나는 어둡다...한 삶은 아니었는지 돌이키는데...뜨끔하다.

"쓸쓸한 자네 감정에 대하여 나는 책임도 없고 할 말도 없네만, 축하한다는 말 한마디는 해주고 싶군."

"쓸쓸한 감정을 축하한다고?"

"아니, 쓸쓸한 감정을 느낀다는 사실, 그것을 축하한다는 말일세."

"ㆍㆍㆍㆍㆍㆍ?"

"자네가 쓸쓸한 감정을 느끼는 것은 지금 자네가 살아있다는 증거라네. 사람이 살아있다는 것보다 더 축하받을 일이 무엇인가?"

ㆍㆍㆍㆍㆍㆍ

쓸쓸한 느낌은 그냥 거기 그렇게 두고, 나 아닌 것들로 가득 차 있는 나를 바라본다.

나는 나 아닌 것들의 총합이다. 나는 나의 비어 있음이요 나 아닌 것들의 차 있음(盈)이다. 이 쓸쓸한 감정도 나를 이루고 있는 것이면서 그러나 나는 아니다. 나는 나그네로 가득한 주인이다. 세상은 얼마나 완벽한 조화인가? 가짜가 없으면 진짜도 없는 것이다. 적어도 이 세상에서는 그렇다.(73~74쪽) 

 

 

"외로움이란 실재實在가 아니라 관념이다. 관념에서 오는 착각이다. 자네들이 말하는 '외로운 사람'이란 자기가 외롭다는 착각에 갇혀 있는 사람이다. 외롭다는 것은 혼자 떨어져 있다는 말인데 神은 만물을 지을 때 아무리 작은 것도 그것만 따로 떼어내어 짓지 않았다. 사실 그것은 신의 능력으로도 불가능한 일이었다. 보라. '이웃'이 없는 존재가 세상에 있는가? 나무는 흙에 뿌리 내리고 새는 허공에 날개를 띄운다. 특히 인간에게는 여섯 개나 되는 문이 있고 거기에 맞추어 여섯 경계(六界)가 엄연히 존재하는데(눈-色, 귀-聲,코-香, 혀-味, 살갗-觸, 생각-法), 스스로 문을 닫아놓고서 나는 외롭다, 나는 어둡다고 말하는 것이야 어쩔 수 없는 일이겠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공연한 엄살이요, 무지에 뿌리 내린 착각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193~194쪽)

 

 

"그건 사실이다. 그러나 나의 모든 날카롭지 않은 부분들은 내 몸의 지극히 작은 부분인 '날카로운 끝'을 위해서 있는 것이다. 내 몸을 이루고 있는 모든 부분이 날카로운 끝 한 점에 수렴收斂될진대, 송곳이란 곧 날카로움이라고 해도 잘못은 아니겠지."

"아무렴. 끝이 뭉툭한 송곳은 더 이상 송곳이 아니니까."

"그렇다면 자네의 '뾰족한 끝'은 무엇인가?"

"ㆍㆍㆍㆍㆍㆍ?""그것 아니면 자네가 자네일 수 없는 그것이 무엇인가?"

"ㆍㆍㆍㆍㆍㆍ?"

"그것 아닌 자네의 모든 부분이 오직 그것으로 수렴되는 그것이 무엇이냔 말이다."

"ㆍㆍㆍㆍㆍㆍ?"

"참고삼아 말해주지. 바울로라는 사람은 일찍이 그것을 '사랑'이라고 했네."

송곳의 날카로운 끝에 가슴이 찔려 나는 지금 아무 말 못하겠다. 다만, 바라건대 나 또한 바울로처럼 그렇게 말할 수 있기를ㆍㆍㆍㆍㆍㆍ그리하여 송곳이란 곧 날카로움이라고 말할 수 있듯이, 내가 곧 사랑이라고, 그렇게 말할 수 있기를ㆍㆍㆍㆍㆍㆍ(78~79쪽)

 

 

"법광 모습의 내가, 부채 모습의 나를, 관옥觀玉 모습의 나에게 선물한 것이다."

"그런즉 내가 나에게 나를 선물한 것이란 말인가?"

"정확한 표현!"

"불가에서 말하는 삼체개공三體皆空(주는 자도 공이요, 받는 자도 공이요, 주고받는 물건 또한 공이다)이 그것 아닌가?"

"맞다."

"그렇다면 내가 나에게 나를 선물하는 까닭이 무언가?"

"선물을 주고받음은 '사랑'의 표현이다. 그리고 나는, 나를 표현하지 않고서는 존재할 수 없는 '사랑'이다. 사랑하지 않는 사랑은 사랑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랑은 명사가 아니라 동사다."

ㆍㆍㆍㆍㆍㆍ

"논리라는 그릇으로는 담을 수 없는 신비가 여기 있다. 그림자가 그림자로 존재하려면 먼저 빛이 있어야 한다. 그림자는 빛의 다른 표현이다. 마찬가지로, 사랑 아닌 것도 사랑의 다른 표현인 것이다. 명심해 두어라. 이 세상에는 사랑의 표현 아닌 것이 존재할 수 없음을ㆍㆍㆍㆍㆍㆍ모든 것이 내가 나에게 드러내는 나의 모습이다. 그래서 내 일찍이 천상천하에 유아독존이라 하지 않았느냐?"(83~85쪽)

위 부분을 읽으면서, 잠시 이현주 목사님의 종교를 의심했었다.

그러다가 그런 생각이 들었다.

모든 종교나 철학을 막론하고 거슬러 올라가다보면 어느 순간엔가 하나로 연결되고 통하여 넘나드는 경계없는 어떤 상태를 맞닥뜨리게 되는데, 이현주 목사님이 바로 그 경지인 것 같다.

'사랑 아닌 것도 사랑의 다른 표현'이라는 말 뜻을 이해할 수 없었는데, '그림자는 빛의 다른 표현'이라는 부분을 보고 이해할 수 있었다.

 

겉으로 의연한 척하고 쿨한 척 하지만, 속으론 늘상 조바심내고 안달하고 그러면서 사는 일상이었다.

모든 걸 우아한 백조의 물속 발길질로 정당화시키려 하였다.

노력만이 살 길이라고 생각하였고 열심히 하는 것만이 능사라고 생각하였다.

진인사( 盡人事)한 후엔 대천명(待天命)해야 하는데, 출처를 알 수 없는 조바심과 안달 속에 속이 시끄러웠다.

"누군가 나를 버려도 그가 한짓이지 나하고는 아무 상관이 없네. 그의 '버림'을 내가 '받아들이지' 않는 한, 나는 버림받지 않는다네."(92쪽)

모든것이 마음먹기에 달린거란걸, 긍정적인 마인드가 중요하다는 걸 다시 한번 깨닫게 되는 순간이다.

 

"한 마디만 더 하지. 충고로 들어도 좋아. 누구한테 쓰임을 받으려고, 세상에 필요한 존재가 되려고 안달하지 말게. 창 밖에 내리는 비한테 물어보라고. 너는 지금 누구한테 무슨 쓸모가 되려고 하늘에서 내려오는 거냐고. 부디 자네한테 지금 있는 것으로 오늘 하루만 사시게. 지금 자네가 가진 것만으로도 넉넉히 재미있게 살 수 있어. 그렇게 날마다 그날 하루만 살게나. 무엇보다도 자네의 건강을 위해서 하는 말일세. 그리고 그것이 바로 자네가 말하는 자연법, 그러니까 하느님의 命에 순종하는 삶 아니겠는가?"(101~102쪽)

이 책을 읽으며, 가장 큰 울림을 주었던 구절이다.

지금 내게 있는 것으로 오늘 하루만 살라...

지금 내가 가진 것만으로도 넉넉히 재미있게 살 수 있다...

'모든것이 마음먹기에 달린 것'이란 말의, '긍정적인 마인드'의 다른 표현이지 싶다.

 

내가 자주 느끼고 어쩌지 못했던 쓸쓸함이나 외로움은 실재가 아니라 관념이었단다.

실체가 없기론 마음도 마찬가지이다.

때문에 마음은 닦을 때 빛나는 것이 아니라, 쓸(用) 때 빛난다.

(실체가 없어 닦을 수 없으니까~--;)

제대로 쓸 궁리나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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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5-30 20: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6-04 11: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차트랑 2014-06-03 08:36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아주 무모했다는 ㅠ.ㅠ
하여 저를 아주 곱아쥐고 있는 분들이 있을 것이라는
그 불길한 예감...
빈틈이 보이면 전 융단폭격을 당할 운명에 처해있습니다요 ㅠ.ㅠ

그러나 양철나무꾼님 만은 알아주셨으면 해요.
저는 한 달 전 스텔라님께 욕을 바가지로 먹고(안보이는 댓글로 ㅠ.ㅠ)
스텔라님과는 영영 결별한 상태랍니다.
스텔라님...제게는 안이쁜 분이에요^^
행여 관계의 회복?? 이건 불가능...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무모한 짖을 왜했냐면요...
"한사람을 뺀 모든 인류가 의견이 다르다는 이유로
그 한사람을 침묵시키는 것이 정당화되지 못하는 것은,
그 한사람이 같은 힘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인류를 침묵시키는 것이
정당화 되지 않는 것과 같다..."

라는...어디에서 읽은 글 때문입니다 ㅠ.ㅠ

무모한 짖을 한 저를..
이쁘게 봐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양철나무꾼님에게 이쁨받게 될 줄은 몰랐어요.
쿠더덩~^^

고맙습니다 양철 나무꾼님~


2012-05-30 20: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sslmo 2012-06-04 11:27   좋아요 0 | URL
님의 글들을 다시 종종 볼 수 있게 되어 '정. 말.' 기뻐요.

계속 이곳의 사람들로 인하여 맘 상하고 상처 받고 하는데,
가만 돌이켜보면,
또 제 상처를 치료해주고,
그리하여 제게 살아갈 힘을 주고 하는 것도 이곳이더군요~^^

네, 우리 서로의 자리에서 그렇게 그렇게 살아가면...
'왕의 남자'의 그 버젼,
너 거기있고 나 여기있고~^^
그것만으로도 때론 위안이라는 거,
님이 제게 그런 존재라는 거,
알고 계실까요?^^

글샘 2012-06-01 10:24   좋아요 0 | URL
마음은 닦을 때 빛나는 것이 아니라, 쓸(用) 때 빛난다...
참 좋은 말이네요~ ^^
그래서 '인연'이 중요하다잖아요.
직접적 원인인 '인'과, 간접 환경인 '연'이 잘 맞으면... 크게 쓰이는 거고 초긍정 마인드도 생기는 거고...
그게 자꾸 꼬이는 인연을 만나면... 속이 상하고 마음에 그림자가 드리우는 그런 거...

sslmo 2012-06-04 11:33   좋아요 0 | URL
샘은 '인연'따위보다는 노력으로 개척해야 한다는 주의일 줄 알았는데, ㅋ~.

저기 자꾸 꼬이는 인연이란 '악연'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그냥 흘러가는 대로,
흐르는 대로...그렇게 사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요~^^

하늘바람 2012-06-03 10:56   좋아요 0 | URL
오붓한 데이트를 꿈꾸기엔 아드님이 넘 커버렸나봐요
사실 큰게 아니라 큰 척 하고 픈게지요 빨리 어른이 속박을 벗어버리고 싶을 때일테니까요

sslmo 2012-06-04 11:36   좋아요 0 | URL
하늘바람님의 댓글은 길지 않아도...
은근 멋스러운 거 알까요?^______^
오늘 이 댓글 참 맘에 들어요.

'사실 큰게 아니라 큰 척 하고 픈게지요'
이걸 기억하면...이해 못 할것도 없을텐데,
맨날 툴툴거리는 야박한 엄마예요~--;

jeweleye7 2013-03-03 02:23   좋아요 0 | URL
이 책 읽다가 이해 안 되는 부분이 있어서요. 어떻게 이해 하셨는지 궁금해요.
p18 "여기 입원한 환자... , 저 사람들도 세상의 온갖 정신적 쓰레기를 자기 몸에 담아서 그만큼 세상을 깨끗하게
하고 있는 것이다....." 제 생각은 정신병 걸린 사람들은 자기 자신을 잊어버리고 외부에 의해 복잡하게 프로그래밍 되어 있는 사람이고 그 것을 풀어 줘야 하는데, 아무리 봐도 이 부분의 의미를 모르겠네요. 왜 정신병을 앓는 사람이 세상을 깨끗하게 하고있는지... 무슨 뜻 일까요?
 

나이 마흔의 언저리이다.

공자는 '불혹'이라고 하여 세상일에 정신을 빼앗겨 갈팡질팡하거나 판단을 흐리는 일이 없게 되었다고 하는데,

그 논리대로라면 난 불혹의 나이에 한참 못 미쳤어야 하거나,

벌써 세상일에 미혹되지 않아야 하는데...이도 저도 아니니, 원~--;

그렇다고 공자도 터득하는데 40년이 걸린 그 불혹의 묘를 하루 아침에 터득할 수도 없는 일이고,

다른 사람의 삶을 엿보고 몸소 체화하여 한걸음 다가가는 수밖에 없다 싶다.

 

공자와 같은 훌륭한 학자도 40년 동안 전력을 다하여 공부하고 갈고 닦아서 도달한 경지인데,

나같은 범인이 마흔 언저리라고 하여 범접할 수 없음은 어쩜 당연지사인듯 하다.

다시 말해, 나이 마흔 언저리에서 '불혹'에 이르지 못했다고 부끄러워 하고 손 놓고 앉아 있을게 아니라,

다른 사람의 삶을 엿보고 내 삶에 적용 익히고 체화하려고 노력하면 되는 것이다.

다른 사람의 삶을 엿볼 수 있는 가장 손 쉬운 방법이 책을 통한 간접경험이 아닐까 싶다.

 

 

 

 

 

 

 

 

 시인의 서랍
 이정록 지음 / 한겨레출판 /

 2012년 4월

 

 

이 책 이정록 산문집 <시인의 서랍>은 그런 의미에서 펼쳐들게 되었다.

하긴 이 책 뿐만 아니라, 요즘 내가 펼쳐드는 모든 책은 다 그 연상선 상에 있었다.

 

이 시인은 '불주사'라는 시로 처음 만났다.

시가 수려하다기보다는, 꾸밈이 없고 수더분해서 좋았다.

그도 우리네 사람사는 세상의 일들을 고스란히 겪고있는 듯 느껴져...수선스럽거나 호들갑스럽지 않게,

다시말해 세상 일에 미혹되지 않고 감정이입할 수 있었다.

문턱이나 경계 따위가 없어 쉽게 다가갈 수 있었다.

 

이번엔, 그런 그의 산문집이다.

산문집은 시보다 형식적인 면만 보더라도 더 자유스럽다.

하지만, '불혹'을 '자유'와 등가(等價)로 놓기에는 기준과 방향이라는 제재가 따른다.

 

암튼, 그의 글은 시면 시, 산문이면 산문...일단 글이 뛰어나다.

하지만, 뭇사람들이(아니, 쟁쟁한 소설가들이) 그에게 소설을 쓰라고 했을 정도로, 이야기는 더 감칠맛이 난다.

소설을 쓰라는 권고에 대한 그의 대답 또한 일품인데,

"시 속에 소설을 뭉뚱그려 품어보겠습니다."

였단다.

 

             불주사

                          - 이 정 록  

 


내 왼 어깨에 있는 절이다

낭떠러지에 지은 절이라서

탑도 불전도 사라지고 없다

눈코 문드러진 마애불뿐이다

귀하지 않은 아들 어디 있겠냐만

어머니는 줄 한 번 더 섰단다

공짜라기에 예방주사를 두 번이나 맞혔단다

그게 덧나서 요 모양 요 꼴이 됐다고

등목 해줄 때마다 혀를 차신다

보건소장이 아주 좋은 거라고 해서

한 번 더 맞히려했는데 세 번째는 들켰단다

부처님도 자라는 흉터는 어쩔 수 없는 거라고

이것 때문에 가방 끈도 군대 삼년 소총 멜빵도

흘러내리지 않아 좋았다 말씀 드려도

내가 네 몸 버려놨다고 무식한 어미를 용서하란다

인연이란 게 본래 끈이 아닌가

내 왼 어깨엔 끈이란 끈

잘 건사해주는 불주사라는 절터가 있다

어려서부터 난 누군가의 오른 쪽에서만 잔다

하면 내 인연들은 법당마당 탑신이 아니겠는가

내 왼 어깨엔 어머니가 지어주신

불주사가 있다 손들고 나서려고만 하면

물구나무 서버리는 마애불이 산다

'불주사'말고 내가 아끼는 시는 '더딘 사랑'이라는 시인데,

시인 스스로가 읽고 또 읽어 건진 다섯 문장 중에 들어가는 시라는 걸 알게 되자 더욱 더 애착이 간다.

 

               더딘 사랑
                          - 이 정 록 -
 
돌부처는
눈 한 번 감았다 뜨면 모래무덤이 된다
눈 깜짝할 사이도 없다

그대여
모든 게 순간이었다고 말하지 마라
달은 윙크 한 번 하는 데 한 달이나 걸린다

암튼, 그의 글들을 읽다보면 여기저기서 어머니가 무게있게 등장한다.

'불주사'란 시에서도 그랬었고,

이 '시인의 서랍'이란 산문집의 첫머리에서도 그렇다.

그의 어머니가 등장하는 책의 1/3까지는 시인과 어머니의 대화가 선문답 같은것이 너무 재밌어서 책속에 머리를 박고 헤어나지를 못했던 반면, 나머지 2/3는 책장을 설렁설렁 바람을 일으키며 넘겼다.

그러고 보면, 그의 불혹은, 다시 말해, 그가 쓰는 글의 원천은 아무래도 어머니인가 보다.

아니면, 어머니는 모든 불혹(= 미혹되지 아니함)의 원천인지도 모르겠다.

 

처음 '세상 모든 말의 뿌리는 모어母語다'라는 부분에서부터 어머니는 기선을 제압하고 들어간다.

표준어로 구사하여, 모든 사투리는 통역이 필요한 나의 경우에도,

'농사천재'라는 별명으로 통하는 어머니가 하시는 말씀이 따옴표 처리가 되어 책에 글자로 들어가 박혀 있는게 아쉬웠다.

첫 장을 채 넘기기도 전에,

오디오 북 같은 것이나 보이스 레코더로 따서, 어머니의 목소리를 리얼버젼으로 듣고 싶다는 열망으로 이어진다.

물론 글에서 그런 느낌이 들게 했다는것만으로도 충분히 글쓴이의 저력을 느낄 수 있는거지만 말이다.

 

하지만, 그의 시 또는 산문 모두 소재의 일정 부분을 어머니가 담당하고 있고,

그런 그의 글들을 읽는 독자라면, 어머니를 향하여 새록새록 솟아나는 관심과 흥미는 어쩔 수가 없다.

그런 의미에서 시인의 어머니는 '농사천재'일뿐만 아니라, 어찌보면 인생에 도통한 '도사'이시다.

 

가로등에서 빛이란 걸 배웠다고 했다가는 이내,

"인생 농사도 그늘 농사라고 혔지. 아내 그늘, 자식 그늘, 지 가슴속 그늘! 그 그늘을 잘 경작혀야 풍성한 가을이 온다고 말이여."

라며 그늘 예찬론자로 말을 바꾸지만,

그런 당신을 향하여,

"왜 이랬다 저랬다 말을 바꾸고 그러세요~?"

하며 툴툴거리게 되지는 않는다.

행여 이리 저리 늘어놓으시던 감칠맛 나던 얘기들이 쏙 들어가지나 않을까 그게 조심스럽다.

조용히 멍석을 내다 펴게 만드신다.

"그늘이 짙으면, 노을도 되고 단풍도 되는 거여. 사과도 홍시도 다 그늘이 고여서 여무는 거여. 뭣도 모르는 것들이 햇살에 익는다고 허지. ㆍㆍㆍㆍㆍㆍ."

이런게 제대로 된 불혹(= 미혹되지 아니함)이라고 하겠다.

 

그의 글에선 어머니 뿐만 아니라, 아버지도 일정 역할을 담당해 균형(=불혹)을 잡아주고 있다.

아버지의 지팡이에 새겨진 '꼭 필요한 사람이 되어라'라는 글귀가 아버지의 유언이 되는 까닭은 그래서이다.

지팡이를 떠받들고 있는 걸레를 보고,

'그려, 걸레가 돼야지. 걸레는 저렇게 숭엄하지.'하는 것도 그렇고,

그가 쓰는 시는

'지팡이, 걸레, 행주, 발수건이지. 내가 쓰는 시는 이 네가지에다 주소를 둬야지. 그러다보면 시보다도 어렵다는 삶이란 녀석도 지팡이 짚으며 따라오겠지.'

라며 마음을 다잡는것도 불혹(= 미혹되지 아니함)에 다름 아니다.

 

난 여기서 지팡이의 종류와 효용에 대해서 잠깐 생각을 했다.

'걸을 때에 도움을 얻기 위하여 짚는 막대기'를 '지팡이'라고 한다.

크게 피켈(pikel)이라고 불리우는 등산용 지팡이와 노인용 지팡이로 나눌 수 있다.

등산용지팡이는 끝이 뾰족하게 되어 있어서, 짚는 용도 외에,

계곡의 물 깊이나 설산의 눈 깊이, 낙엽의 쌓임 정도를 가늠할 수 있게 해주고,

무엇보다 설산이나 빙벽을 오를 때 발판을 만들어주는 작업을 하기도 한다.

노인용 지팡이는 짚는 게 가장 큰 역할이다.

 

때문에 등산용 지팡이와 노인용 지팡이를 효용에 맞게 골라 드는게 중요하다.

등산객들이 노인용 지팡이를 드는 경우는 흔치 않으나,

개중에 나뭇가지를 아무렇게나 꺾어 짚는 용도로도 보조적 역할만 할뿐이고,

가늠하는 역할도, 작업용 삽 또는 곡괭이의 역할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기는 하다.

 

하지만, 내가 지팡이의 종류와 효용을 들먹인 이유는, 후자때문이다.

노인용 지팡이는 짚는 역할만을 담당한다.

신선이 드는 이리저리 꼬인 지팡이라면 한번쯤 멋스러움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으려나?

미적 기능은 고려의 대상이 아니다.

노인이 짚는 거니 우선 가벼워야 하겠고 그리고 체중을 지지할 수 있을 정도로 단단해야 하겠다.

우리나라에선 '청려장'이라고 하여 명아주라는 한해살이 풀을 잘 말려 지팡이의 재료로 사용하곤 한다.

 

노인용 지팡이를 등산용 지팡이처럼 끝을 뾰족하게 하면 짚는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없다.

보통은 고무캡을 씌워서 지지면을 넓히고 마찰을 최대화하여 잘 짚도록 하는데,

사용하면서 고무캡이 닳아 없어진 것을 방치하였다가 미끄러져 넘어져 다치는 것을 여러번 보았다.

세심한 관찰과 배려가 필요하겠다.

 

책의 다음 부분에서 한참, 아주 오래 머물렀다.

요즘 내 서재대문의 이름으로 사용하는 '안전거리 확보'와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어서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너무 억지스러운지 모르겠지만, '안전거리 확보' 또한 내겐 불혹(= 미혹되지 아니함)으로 작용한다.

 물끄러미, 마음속 하늘을 들여다본다.

 누구에게나 눈물 몇 모금의 웅덩이는 있는 것이어서, 언제고 세상의 미꾸라지와 개구리는 내 안에서만 흙탕물을 일으킨다. 가슴속 하늘에는 황사 구름이 사철 부옇게 서려서, 도대체 이놈의 마음에 언제 모내기를 하고 추수를 마친단 말인가.

 하지만, 누추한 삶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일은 얼마나 대견하고 고즈넉한 일인가. 내 마음에 안치해놓은 풍경 위에 나를 덧대어, 새로운 풍경으로 감싸 읽는 것은 얼마나 위무적인 일인가. 풍경은 자신의 영역 안으로 들어오는 자에게 부단한 치유의 능력을 보여준다.

 

 오래도록 마음속 왜가리의 목덜미와 진흙 묻은 부리를 어루만질라치면, 못자리에 뜬 하늘처럼 나도 우련히 깊어지기도 하는 것이어서, 부끄러운 지난날들의 흙탕물이 고요히 가라앉는다. 마음의 앙금 안쪽에 실뿌리가 뻗는다. 부유하는 삶은 흐리다. 정처가 없다. 정처가 없으면 뿌리가 내리질 않는다. 뿌리를 기르지 않는 풍경은 힘이 없다. 바닥이 없다.

 오늘 나는 작은 거울에 입김을 불어 넣고 이 말을 쓴다.

 '물끄러미!'

 아, 저녁 같은 이 말의 촉촉함에 나를 비빈다. 내치는 것도 아니고, 와락 껴안는 것도 아니다. '물끄러미'라는 말속에는 적정한 거리가 있다. 대상이 녹아서 나에게 스며들 때까지의 묽은 기다림이 있다. 째려보는 것도 아니고 쏘아보는 것도 아닌, '넌지시'가 있다. 몰아세우고 닦달하는 것이 아니라, 안쓰러운 나를 보리밥에 열무김치처럼 비비는 것. 비빔밥 옆 찬물 한 그릇의 눈을, 가슴에 들이는 것!

 물끄러미, 오래 젖을 것! 풍경에 나를 덧대고, 내 안에 서려온 그늘이나 설움을 오래 문대며 들여다볼 것!(163~165쪽)

책을 통한 간접 경험임에도 불구하고, 이 시인의 그것들이 내게 깨달음을 주는 이유는...앞에서도 얘기했었지만,

그도 우리네와 마찬가지로 지지고 볶고 사람사는 세상을 살고 있기 때문이고,

사람 사는 세상의 일들을 겪은 그대로 꾸밈없이 담담하게 써내려가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말해, 내가 책을 통해 하는건 간접경험이지만,

이 시인이 하고 책에 적어내려간 것은 생생한 날 것, 직접적인 체험이어서...내게 감동적으로 와닿았던 것 같다.

 

공자같은 훌륭한 학자도 불혹이라는 것을 터득하고 체화하는데 40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모든 것은 자신이 직접 체험하였을때에만 아무리 보잘 것 없는 결과를 낳더라도 자신의 것이 된다.

그런 의미에서 다음 구절은 내게 '불혹'이고 '지팡이'이고,

때문에 'insure safety distance'인 셈이다.

 그러나 손길은 바로 곁에 있을 때만 유효하다. 손길이 닿아야 할 곳이 멀다면 그곳까지 손을 옮길 수 있는 것은 발길이다. 가닿아야 할 손길이 사랑의 편지이거나 책과 옷을 묶은 소포라면, 그 발길은 우표와 우체부가 대신할 것이다. 빨리 뛰어가야 할 손길이 돈이라면, 금융기관의 온라인과 체신부의 우편환이 발길이 되어줄 것이다. 빈손으로 가는 가난한 손길이라면 그 손길의 따뜻함은 다리품만이 온전히 가지고 갈 수 있다.(167쪽)

그런 후에야 '파파로티와 친구들'이나 'live like horses'따위를 들먹이지 않고도, '불혹'과 '지팡이'를 맘껏 얘기할 수 있겠다.

 

 

 

 

 

 

 

 

 

 

 

  4집 For War Child - 1996년 실황 /ABCD006
  유니버설뮤직 / 200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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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5-22 18: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sslmo 2012-05-23 14:32   좋아요 0 | URL
등을 등짝이라고 표현하신건 무슨 이유가 있어서 인가요?
좌우대칭의 개념으로 짝이란 표현을 사용하셨을 것 같지는 않은데 말이죠.
부위를 구체적으로 집어주시구요.
아프신 시간대가 있는지요.
또는 그동안 안 드시던 음식을 드시는 건요.

위 내용만으론 집작하기 어려운데, 부자나 초오 쪽으로 과한 약을 드시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렇다면, 가장 좋은 건 우리나라 동해 해풍을 받아 말린 황태로 끊인 황태국이요~^^

2012-05-23 20: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5-23 01: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sslmo 2012-05-23 14:35   좋아요 0 | URL
위 댓글로 궁금증을 일갈 하셨으리라 짐작됩니다.
고명, 박후...저도 덤으로 새기겠습니다.고맙습니다~^^

글샘 2012-05-23 08:54   좋아요 0 | URL
공자가 살던 당시에... 인간 수명이 40세쯤 됐을 거예요.
그러니 50이면 벌써 하느님 맙소사~(지천명)가 나오죠. ^^
지금은 100세쯤 됐으니 말입니다. 80세쯤 불혹으로 하죠~
아직 마흔이시면 '물혹'이나 조심하시고~ ㅋ

손길의 따뜻함...을 읽다 보니, 길손,이란 단어가 생각나네요~
물끄러미 보니깐 왠지...
우리가 걷는 길~ 누구나 길손이잖아요. 따뜻한 손길은 길손에게 참 큰 위안이 되겠다는...

2012-05-23 10: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sslmo 2012-05-23 14:38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책도, 약(오름)도, 손길의 따뜻함도~
'뭇'과 '최대화' 수정했습니다, 꾸벅(__)

설렘나라 2012-05-23 10:36   좋아요 0 | URL
지은이 이정록입니다.
감지덕지한 찬사와 후춧가루같은 꾸짖음 감사합니다.
이리도 유연하고 멋진 독후감이 있군요.
자신의 이야기와 책의 내용을 잘 비벼서
참기름만 치면,맛난 비빔밥이 되겠네요.
메주에 구슬끈이군요.
저는 님의 독서에 비하면, 쇠꼬리에 마른 소똥, 소똥 위에 쇠파리 정도랄까?

이정록 두손

sslmo 2012-05-23 14:52   좋아요 0 | URL
시인이 직접 왕림하여 주시고, 제가 오히려 설레이는걸요~^^
비빔밥이 될 것을 짐작했었는지,
아무리 되짚어 봐도 후춧가루를 사용한 예는 발견 못했는 걸요.
맛난 비빔밥의 관건은 참기름이 좌우하는건데,
참기름만 치면 이라 하시면...한참을 더 비벼야 할 것 같고,
'막걸리에 마늘꽁에 고추장 척'이 더 가까울 것 같은데...
(마늘꽁이 뭔지 몰라 국어사전을 찾아봤습니다여.)
죄송합니다,마늘꽁을 못 먹는다는~--;

암튼, 무한 영광입니다. 꾸벅(__)

감은빛 2012-05-23 15:30   좋아요 0 | URL
우와! 정말 멋진 시인에, 정말 멋진 글이로군요!
"시 속에 소설을 뭉뚱그려 품어보겠습니다."
저 한마디에 저도 이 책을 꼭 읽고 싶어졌습니다.
바빠서 시도 소설도 못 읽고 사는 요즘.
어디 시원한 나무 그늘에 앉아 책을 읽다가 졸다가 시간을 보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시인이 직접 칭찬의 댓글까지!
역시 양철님 대단하셔요~! ^^

oren 2012-05-23 23:20   좋아요 0 | URL
지팡이에 대한 흥미로운 얘기를 쭈욱 읽다보니 도산서원에서 보았던 퇴계선생님께서 생전에 쓰셨던 (신선 할아버지가 던져준 게 아닌가 싶을만큼 멋진) 명아주 지팡이도 떠오르고, '왼 어깨에 있는' 불주사와 '눈 한 번 감았다 뜨면 모래무덤이 된다'는 돌부처에 관한 시를 읽어보니 어느새『월든』 속의 '쿠우루의 지팡이'에까지 생각이 미칩니다. 든든한 지팡이 하나만 있어도 불혹 이전에 이립(而立)이라도 제대로 한번 해볼 수 있을텐데 말이지요...
* * *
쿠우루에 완전을 갈구하던 한 장인이 있었다. 어느 날 그는 지팡이를 만들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불완전한 일에는 시간이 한 요소가 되겠으나 완전한 일에는 시간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 그는, 비록 한평생 딴 일은 아무것도 못하는 한이 있더라도 모든 점에서 완벽한 지팡이를 만들리라고 스스로에게 다짐했다. 부적당한 재료를 써서는 안 되겠다고 결심했으므로 그는 재목을 구하러 즉시 숲으로 떠났다. 그가 쓸 만한 나무 하나하나를 살피다가 퇴짜를 놓는 사이에 그의 친구들은 점차로 그의 옆을 떠났으니, 그들은 각자의 일을 하다 늙어서 죽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는 조금도 늙지 않았다. 한 가지 목표를 추구하는 그의 결심과 숭고한 믿음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에게 영원한 젊음을 주었기 때문이다. 그는 시간과 어떠한 타협도 하지 않았으므로 시간은 그의 길에서 비켜나 그를 굴복시키지 못한 것을 한탄하며 멀리서 한숨만 지을 뿐이었다. 그가 모든 점에서 알맞은 재목을 찾아냈을 때는 쿠우루는 폐허가 된 지 이미 오래였다. 그는 그 폐허의 어느 흙 둔덕에 앉아 지팡이를 깍기 시작했다.

지팡이의 모양이 채 갖추어지기도 전에 칸다하르 왕조가 망했다. 그는 지팡이의 끝으로 모래 위에 그 왕조 마지막 왕의 이름을 쓰고는 다시 일을 계속했다. 그가 지팡이를 매끄럽게 다듬어놓았을 때 칼파는 이미 북극성이 아니었다. 그리고 그가 지팡이 끝에 쇠붙이를 달고 보석으로 장식된 지팡이의 손잡이 부분을 달았을 때는 브라마 신은 수없이 잠이 들었다 깼던 것이다. 그런데 지금 내가 왜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인가?

그의 작품에 마지막 손길이 가해지자 지팡이는 깜짝 놀라는 장인의 눈앞에서 브라마 신의 창조물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것으로 승화되어갔다. 그는 지팡이를 만드는 가운데 새로운 체계, 충실하고도 균형 잡힌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낸 것이다. 그리고 옛 도시들과 왕조들은 사라졌지만 그보다도 더 아름답고 영광스러운 도시와 왕조들이 그 안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그리고 그제서야 그는 발밑에 수북이 샇여 있는 나무 깎은 부스러기를 내려다보았는데, 그것들이 아직도 생생한 것을 보고 이제까지의 시간의 경과는 단지 하나의 환각에 지나지 않았으며, 브라마 신의 두뇌에서 나온 한 섬광이 인간 두뇌의 부싯깃에 떨여져서 불붙은 시간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의 재료가 순수했고 그의 기술도 순수했으니 그 결과가 경이로운 것 외에 무엇일 수 있겠는가?
-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월든』 중에서

하늘바람 2012-05-27 11:53   좋아요 0 | URL
범인이라 하셔서 깜짝 놀랐어요
어떤 범인이신가 하니 너무 비범한 범인이시잖아요.
시인의 서랍이란 말 자체가 참 이븐 거 같아요

차트랑 2012-05-29 09:32   좋아요 0 | URL
하늘 바람님 놀라시면 안되는데~^^

하늘바람 2012-06-03 10:56   좋아요 0 | URL
ㅎㅎㅎ
 

친구가 책 몇 권을 보내줬다.
계절이 계절인지라 그랬겠지만,

난 바쁘다는 핑계로 그 중 한권을 제대로 들춰 읽지는 못하고,

'김탁환'의 '열하광인'에 나오는 '명은주' 버젼으로 연모하는 사내 대하듯 책에자신의 감정을 옮겼다. 겉표지에 입 맞추고 손바닥으로 쓸고 글자 하나하나를 검지로 만지며 내려가고 옆구리에 끼거나 젖가슴에 댄 채 잠들고 머리맡에 두었다가 새벽잠에서 깨자마자 냄새 맡고 여백에는 검지로 도장 찍는 흉내를 내며, 이 책과 영원히 함께 머무를게요 맹세만 해대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가, 그래도 그럼 안되겠다 싶어 집어든 책이 제일 가벼운 이 시집이었다.

 

 

 

 

 

 

 

 

  다정한 호칭
  이은규 지음 /

  문학동네 /

  2012년 4월

 

 

 

시인은 명은주를 흠모하는 내 마음을 엿보았나 싶게...아무렇게나 펼쳐든 시집  구석 구석에서 이런저런 시구절로 나를 유혹한다.

언젠가 당신에게 빌려줬던 책을 들춰보다

보이지 않는 지문 위에 가만히, 뺨을 대본 적이 있었다

어쩌면 당신의 지문은 바람이 수놓은 투명의 꽃무늬가 아닐까 생각했다.

                                                                   ('바람의 지문' 부분)

책의 주요기능이 '시각적 효과'를 이용한 '보기'이니까,

바람의 '보이지 않는 지문', '수놓은 투명의 꽃무늬' 등으로 미루어 잠시 나도 시각적 효과에 집중 했었다.

하지만, 차근차근 읽다보니 생각이 달라진다.

'뺨을 대본 적이 있었다'로 미루어 다분히 촉각적, 말하자면 감각적인 시가 되어 버렸다.

책 한 권 위에 가만히 뺨을 대보았을 뿐인데,

책 한 권 위를 거쳐간 보이지 않는 당신의 손길과 지문을 느낄 수도 있고,

책 위의 보이지 않는 지문 위로 내 뺨을 댄 건데도,

뺨을 간질이는 바람을 느낄 수 있는거다.

내 뺨을 스치는 바람이 아니라,

어느새 바람의 손길에 내 뺨을 내어 맡기는 게 되어버리고,

그렇게 내맡긴 나와 내 뺨을 어루만지고 간 바람(wind)의 손길을 기억하고 싶은 바람(wish)은 어딘가에 '각인'되게 마련이고 그걸 '지문'이라고 부른다.

 

지문은 '오래된 근황'이라는 시에선 마침표 대신이 되기도 한다.

이건 햇볕이나 바람 등 자연이 주는 선물에 오롯이 자신을 내맡겨 본 적이 있는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일종의 축복이다.

그저 비치는 햇살인데 나를 따사롭게 비춰주는 넉넉한 햇살이 되고,

그저 부는 바람인데 '괜찮다, 괜찮다~' 나를 다독여주는 바람이 된다.

그렇게 보면 햇살이, 바람이, 삶이, 그리하여 당신이 그저 고맙다.

 

나를 발명해야 할까

                

 정말 구름을 집으로 데려오는 일이 불가능하다고 믿는 걸

까 사람들은 조그쯤 회의주의자일 수도 있겠구나 설령 빙하

를 가르는 범선이 난파를 발명했다고 해도 깨진 이마로 얼

음을 부술 거야 쇄빙선에 올라 항로를 개척할 거야 열차가

달리는 이유를 탈선이라고 말하지는 않겠지만 말이야 사람

들은 궤도를 이탈한 별들에게 눈길을 주는 걸 몹시 염려해

평범한 게 좋은 거라고 주술을 멈추지 않지 누군가 공기보

다 무거운 비행기를 띄운 오만함이 추락을 발명했다고 말

한다면 그럴 수도 그럴 수도 있겠다 하지만 모든 이동은 늘

매혹적인 걸 나로부터 멀어져 극점에 다다르는 것으로 나

를 발명해야 할까 흐르는 구름을 초대하고 싶은 열망으로

 

'나를 발명해야 할까'라는 시도 좋았다.

이 시는 내게 시점의 전환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해주었다.

'시점의 전환'이란 쉬운 말로 하자면 '입장 바꿔 생각해 봐' 정도 되려나?

입장이란 참 오묘한 것이다.

같은 위치에서 바라보는 방향만 바뀌었을 뿐인데도...'나로 인함이냐'와 '나로 말미암음'처럼 전혀 다른 결과를 가져올 수 있으니까 말이다.

말로 하기는 쉽지만,

시점을 전환시키는거, 즉 입장 바꿔 생각하는 건 쉽지 않을 뿐더러...게다가 생각을 실천으로 옮기는 건 더더욱 쉽지 않다.

긍정주의자와 회의주의자,

데려오는 일과 마중가는 일,

불가능하다고 믿는 것과 가능하다고 믿지 않는 것 등...

 

세상일이란 것이 시점의 전환, 입장 바꿔 생각하는 것 정도는 가능한 일이라면...

까짓것, 초긍정 자아의 시점으로 전환하고 싶다.

시점만 살짝 바꾸는 것만으로도...햇살도, 바람도, 그리하여 삶도 한없이 넉넉해진다는데,

그리하여 구름을 초대할 수도 있다는데,

그 정도 모험을 마다하겠는가 말이다.

 

하지만 뭐니 뭐니해도 나를 송두리째 흔들어 놓은건 '허밍, 허밍'이라는 시였다.

입을 벌리지 않고 소리를 내기때문에 소리가 크거나 분명하지 않아,

가사를 전달할 수 없지만 기분은 충분히 전달할 수 있는게 '허밍'이다.

이 콧소리, 허밍은 나의 경험에 미루어 기쁘거나 즐거울 때나 나오지...슬플때는 나와 줄 수가 없다.

 

또 일반적인 음악소리보다는 한참 작기 때문에 보통 합창이나 중창곡에서 많이 쓰인단다.

허밍은 함께 기뻐하고, 즐거움을 함께 나눌 수 있는...

가만히 있다보면 어느새 기분이 흠뻑 담굼질해 물든 것 같이 되는 느낌이라고 해야할까?

 

                               허밍, 허밍

                                               

  종종 구름을 눈에 담는 습관, 당신의 폐활량이 천천히 부

풀 때 그날의 공기를 부러워한 적 있다 구름을 가리키며 바

람의 춤이라고 말하는 당신의 허밍은 입술에 기대는 음악일

까, 기대지 않는 음악일까

 

  바람의 춤이 보인다면 그건 구름의 몸을 빌렸거나 폐활량

이 푸른 여름잎의 소관일 것, 구름은 바람으로 흐르고 바람

은 여름잎으로 들리니까

 

  언젠가 고원의 사라진 호수에 대해 이야기 나눴지 수면을

맴돌던 그때의 구름은 지금 어디 있을까 가장 낮은 하늘을

흐르고있을 호수 저편, 깃털무늬구름이거나 물결무늬 구름

 

  당신은 잠시 구름사전 속 이름들을 덮는다 구름과 노닐기

에 알맞은바람이므로, 구름의 후렴은 음악이다 마지막 소

절이 첫 소절로 흐르는 허밍, 허밍

 

사라진 호수 저편

팔랑, 수면을 깨뜨리는 나비 한 점도 좋을 오후

 

허밍의 연장선상에서 요즘 feel충만하여 듣는 음반 중에 zaz가 있다.

 

 

 

 

 

'제2의 에디트 피아프'라고 불릴 정도로 유럽에서는 이미 유명하다는데,

그녀의 히트곡이라는  'Je Veux(난 원해요)'를 우연히 듣게 된게 시작이었다.



"뭔가를 만든다는 것, 그건 두려운 게 아니다.난 만들고 난 뒤를 생각한다"는 그녀의 소신을 엿보는 일은,

프랑스 대중 음악의 밝은 미래를 예감할 수 있다는 의미에서 즐거운 일이기도 하다.

노래를 듣다보면 중간 중간에 애드 립(ad lib)이 나오는 데, 난 여기서도 이은규의 시'허밍, 허밍'을 떠올렸다나, 어쨌다나?
하긴 중간의 이 애드립은 '허밍'이라기 보단 스캇에 가까울테지만 말이다, 암튼~.

 

암튼, 무한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고,

그 가능성을 다방면으로 발휘하는 그녀가 참 멋지다.

zaz를 통하여 재발견하게 된 곡이 있는데, All of me라는 곡이다.

이 곡도 중간에 나오는 애드립이 압권이다.

 

 

zaz 버젼의 이 노래를 듣다가, 이 영화가 생각났다. 

다소 황당하지만, 유쾌했던 이 영화...나른한 이 봄날 오후에 딱인 그런 영화였다. 

 

 

 

영화 (all of me)두영혼의 남자 -첫장면

 

영화 (all of me)두영혼의 남자 -ending cred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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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2-05-18 16:01   좋아요 0 | URL
나 머리 아파, 나 목 아파, 나 어깨 아파, 나 몸 아파,
코알라도 머리 아파, 코알라도 목 아파, 코알라도 몸 아파,

둘이 멀 했는지, 오늘 정신차리니, 봄이 훅 날아갔더라.... ㅠㅠ

숲노래 2012-05-19 04:41   좋아요 0 | URL
즐겁게 부르는 노래는
온누리를 따사롭게 보듬으리라 생각해요

2012-05-19 16: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이 땅의 5월은 노동절과 함께 시작된다.

때문에 나같은 평범한 사람은 '김제동이 어깨동무 합니다'라도 읽으며,

'더불어 함께 사는 세상' 따위를 꿈꾸어야 하겠지만,

1년 열두달 연예계의 소식이나 소문 따위엔 별무관심인 나도,

노총각의 대명사인 김제동은 '이 봄 과연 결혼을 할 수는 있을까?' 따위가 궁금해도 좋을 만큼,

청춘남녀의 핑크빛 얘기가 만발한 계절이기도 하다.

 

지난 번 <김제동이 만나러 갑니다>의 인세는 기부를 했다는데,

요번 <김제동이 어깨동무합니다>의 인세는 결혼자금으로 쓰겠단다.

 

 

 

 김제동이 어깨동무 합니다
 김제동 지음 / 위즈덤경향 /

 2012년 4월

 

 

 김제동이 만나러 갑니다
 김제동 지음 / 위즈덤경향 /

 2011년 4월

 

 

그래서 책 한권을 읽고 제대로 속물 노릇을 하기로 했다.

'어깨동무'라든가 '더불어 함께 사는 세상'따위를 김제동이 얘기하려는 방향으로가 아니라,

내 맘대로 해석해 버리는 우를 범하기로 했다.

뭐, 아무렴 어떤가?

똑같은 물을 먹고도 뱀은 독을, 소는 우유를 만든다는데...

책 한권을 인문학서로 읽든, 연애지침서로 읽든...

김제동을 어떻게 올 봄 노총각 신세를 면하게 하는데 심정적으로 일조를 하는데 의의를 두고 읽으면 되는 거 아닌가? 아님, 말고~--;

 

보통 이런 인터뷰집을 읽게 되면 인터뷰이의 이야기에 주목을 하게 되지,

김제동 같이 인터뷰어의 목소리에 주목을 하게 되지 않았었다.

하지만, 이 책을 읽다보면,

차근차근 되짚어 읽고 천천히 곱씹어가며 읽느라고 자꾸 속도가 늦어졌는데,

그렇게 그렇게 한박자 쉬어가며 읽다보면 어느새 그의 매력에 서서히 빠져 들어,

왜 우리가 그에게 열광할 수밖에 없는지,

그의 한마디 말이나 행보에 일희일비할 수밖에 없는지, 를 자연스레 깨닫게 된다.

 

*그래서 우리 같은 사이를 축복이라고 하는 거야. 서로 땡기는 것도 축복이지만 서로 전혀 안 땡기는 것도 축복이야.(136쪽)

김제동이 상대를 향하여 농담처럼 눙치는 이는 이효리이다.

그냥 농담처럼 뱉어내지만, 이 부분에 아주 심오하고 중요한 철학이 담겨 있다.

아무리 절절하고 좋은 감정이라도 상대와 같아야 축복일 수 있는 것이지, 서로 어긋날땐 그렇지 않다는 거다.

전혀 안 땡겨서 서로 밀어내는 감정이어도 상대의 것과 내 것이 같다면 오히려 축복일수도 있겠다.

 

*ㆍㆍㆍㆍㆍㆍ봉사하러 모인 사람들끼리의 만남은 정말 행복하더라.

->나도 그래. 봉사하면서 만난 친구와 예전에 술자리에서 만난 친구와는 유대감이 완전히 달라. 의지하는 마음도 생기고, 동지 같다는 느낌도 있어.ㆍㆍㆍㆍㆍㆍ그냥 나와서 웃겨주고 즐거움을 주던 연예인이 안 보여서 서운하다가 아니라, 나와 뭔가를 함께 하던 동지를 잃은 안타까움을 주는 그런 사람으로 남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 신념을 공유하는 사람끼리 만나서 느끼는 희열은 달라. 게다가 그 목표나 신념이 내 자신이 아니라 타자를 위한 것일 때 내 마음속에 채워지는 보람, 그 느낌이 너무 좋아.(139~140쪽)

*ㆍㆍㆍㆍㆍㆍ그래. 원망이나 미움이 고마움으로 바뀌는 순간 네 마음이 편해지는 걸 느낀 거네? 사랑받을 때가 행복하니, 사랑할 때가 행복하니?

->당연히 줄 때가 행복하고 좋지. 내가 지금까지 적극적으로 뭔가를 사랑하려고 노력하고, 피해를 감수하면서 희생했던 기억이 없었거든. 그래서 지금 행복해.(141쪽)

 

이부분에서 느낄 수 있었던 것은, 단순히 김제동과 이효리의 유대관계만은 아니었다.

김제동은 사람을 편안하게 해주는 재주를 가졌다.

이런 저런 인터뷰이들이 다수 등장해서 산만해질 우려가 있음을 인식해서 였는지 모르겠지만,

인터뷰어로써 인터뷰이들에게 얻고자하는 대답의 포인트를 제대로 집어서 묻는다.

이미 질문이 많은 것들을 함축하고 있고, 질문을 읽는 것만으로도 어떤 대답들이 등장할지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고,

인터뷰집을 읽게 될 다른사람들에게 적어도 책을 읽으면서 나름대로 삶의 방향을 설정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안내자 역할을 자처한다.

봉사에서 함께하는 동지라는 개념을 끄집어내고,

그런 것들을 함께 할 수 있게 해주는 신념을 끄집어내고,

신념의 밑바닥에는 '공유'가 전제되어야 한다는 것까지 이끌어낸다.

 

내자신이 아니라 타자를 위한 것일때 내 마음 속에 채워지는 보람을 '봉사'라고 한다는 것과,

원망이나 미움이 고마움으로 바뀌는 순간 마음이 편안해진다는 것,

사랑을 받을때보다 사랑을 할때가 행복하다는 것 따위를 강요가 아닌,대화를 통하여 자연스럽게 끄집어 낸다.

 

'밑줄 쫙, 별표 다섯개, 돼지꼬리 꽁약' 해서 김제동 앞에 놔주고 싶었던 부분도 있었다.

김제동이 아직까지 결혼을 못한 이유가 밝혀지는 순간이었다.

인터뷰이가 하정우라서 더 그럴듯 했다.

 

*어떻게 그럴 수 있죠? 전 저쪽에서 아니다 하면 '찌질'해지기 싫고, 한편으론 저쪽의 확신이 없는데 내가 표현하는 건 이 사람에게 부담을 주는 것 같고, 진짜 좋아하는 사람이면 편하게 해줘야 한다 싶고 ㆍㆍㆍㆍㆍㆍ.

->그러면 안 되는데ㆍㆍㆍㆍㆍㆍ. 생각을 바꿔야 해요. 일단 결실을 맺고 편하게 해 줘야지, 그 전에 상대를 편하게 해주는 건 아무 의미가 없어요.(206쪽)

 

또 하나 깨달았다.

일단 결실을 맺고 편하게 해줘야 한단다.

그전에 상대를 편하게 해주는 건 아무 의미가 없단다.

이건 언젠가 도인이라 불리우는 이와 나누었던 깊은 속과 넓은 맘, 이 얘기와도 일맥상통한다 싶다.

속이 깊다는 것은 한가지 사안에 대해서 깊이 생각한다는 것이고,

마음이 넓다는 것은 넉넉하게 둘러 감싸안아 그 안에서 맘껏 펼치고 누릴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라고 했다.

이 모두는 기준이 있어야 하고,

기준을 갖고 경계를 나누었을 때 의미가 있겠다.

경계를 나누기 전에, 결실을 맺기 전에 편하게 해주는 건 무관심이지 배려가 아니다.

어쩜 너무 편안해서 아무것도 아닌 관계가 되어버릴 수도 있다.

 

*그렇게 해주는 분도 흔치 않죠. 어쨌든 그걸 받아들이는 것은 정우 씨가 가진 그릇의 크기이자 복이죠.(210쪽)

하정우를 향하여 이런 말을 할 수 있는 김제동이 멋져보이는 순간이다.

김제동이라는 그릇의 크기도, 그가 가진 복의 크기도 만만치 않아 보이는데,

이런 건 저절로 그렇게 된 것이 아니라 그가 빚어낸 그릇의 크기이고, 그가 지은 복의 크기만큼 되돌려 받고 있는 것임을 알겠기에 더더욱 그렇다.

하정우는 그림을 그린다고 했다. 그림을 그릴 때마다 식물이 되는 느낌이란다. 자신을 달구고 위로하고 치유하는 존재, 모든 것이 휩쓸리듯 속도감 있게 들고 나는 현실에서 자신의 빈 부분을 채워주는 존재가 그림이란다. 처음엔 자신이 그린 그림을 남들이 볼까 창피해 하기도 했으나 어느 순간 그 자체의 가치와 매력을 발견하게 됐다고 한다. 그러고 나니 단점에 연연하지 않고 장점을 통해 자신감을 찾는 에너지를 갖게 됐다는 것이다.(212쪽)

 

이 구절은 하정우와의 대화후 느낌을 다시 옮겨적은 부분인가 보다.

하정우의 말을 그대로 옮겨적은건지, 김제동이 약간 가감하여 적은건지 모르겠지만...

내겐 이 책 전체를 통틀어 가장 멋진 부분이었다.

 

살면서 누구나...바쁘게 돌아가는 현실 속에서 결여를 느끼게 마련이고...

그런 현실에서 자신의 빈 부분을 채워주는,

그리하여 자신을 달구고 위로하고 치유하는 매개로써의 무엇인가를 갈구하게 되는데,

그게 하정우의 경우 그림이었단다.

사람에 따라서는 음악이나 책이, 또는 춤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것이 무엇이 되었든 간에...

시선을 타자에게서 자기 자신에게로 옮아가는 순간,

다시말해 자기 자신이나 남의 단점을 찾기보다는,

가치와 매력과 장점을 찾고 계발하는데 에너지를 집중하는게, 긍정적이고 발전적이고 건설적이라는 얘기인 것 같다.

아닌가? 아님 말고~--;

 

그중에 가장 큰 위로가 되는 사람은 도현이 형이죠. 그리고 이승엽의 홈런 한 방이고요. 제 목표가 도현이 형이나 승엽이 같은 사람을 자꾸 확대해 나가는 것이죠. 친해지는 것을 확대해 나간다기보다 저 사람의 기쁨이 곧 나의 기쁨이 되는 것입니다. 저 사람도 아마 나만큼 기쁘지 않을 걸,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말이죠. 승엽이가 홈런 치면 잘은 모르겠지만 나만큼 기쁘지 않을 걸, 도현이 형('나는 가수다'에서) 1등 했을 때 그 속에 안 들어가 봐서 모르겠지만 아마 나처럼 기쁘지 않았을 걸, 이런 범위가 확대돼 나가는게 바로 제 행복이 확대돼 나가는 거니까요. 자아가 느끼는 기쁨을 자꾸 확대해 나가고 싶은 거죠.(249쪽)

김제동의 이 말은 은연 중에 큰 깨달음을 주었다.

내가 기쁘면 그 (또는 그녀도) 기쁘고,

내가 행복하면 그 (또는 그녀도) 행복하다는...

아기가 잘 먹는 걸 보면 안 먹어도 배부르다는 엄마마냥 포만감을 느낀다는 사람을 이해할 수 없었다.

요 며칠 아빠와 같이 움직일 일이 있었다.

아빠가 너무 행복해 하시니까, 나로선 별로 흥미롭지 않은 일이었는데도 불구하고...

행복이 내게까지 배어 물드는 느낌이었다.

행복이 배어 물들 수 있으려면 매질이라는 조건이나 환경이 같아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잠깐 하기도 했었는데,

뭐 그렇게 거창한 것이 아닌지도 모르겠다...는 쪽으로 생각을 정리하였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슬프고 안타까웠던 건, 이땅의 많은 대학생들이 학자금대출에 신경을 쓰느라고 대학생활을 제대로 즐기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수업, 아르바이트, 과외, 집...을 되풀이 하는 것으로도 빡빡한 그들에게 동아리 생활이나 연애는 요원하다 싶었다.

*그럼 이번 학기 마치면?

호산) 또 휴학해야겠죠. 그렇게 휴학해도 학자금은 대출로 해결해요. 당장 생활비를 벌어야 하니까. 한 달 하숙비가 40만 원이고 학자금 대출이자 10만 원에 휴대폰 요금 내고 용돈 쓰면 한 달에 100만 원 가까이 들거든요. 등록금은 졸업하고 어떻게 되겠지 생각해요.

소현) 학교에 종종 선배들이나 유명한 분들이 특강을 오세요. 그분들 말씀이 열심히 공부하면서 열심히 놀라고 해요. 여행도 많이 다니고, 취미생활도 하고, 많은 경험을 쌓으라고. 그런데 진짜 말도 안 되죠. 전 동아리 생활도 못해요. 수업, 아르바이트, 과외, 집. 이게 끝이거든요. 다른 건 상상도 할 수 없어요. 곧 방학인데, 방학 때도 잠자는 것 빼고는 빡빡하게 계획 다 세워놓고 살아야 해요.

 

 웃음의 기본적인 구조를 살펴보면 사람들은 익숙하지 않은 것에 웃고 새로운 발상을 해냈을 때 웃습니다. 혁명이라는 게 그런 겁니다. 누구도 봄을 예상하지 못했을 때 이렇게 꽃을 땅 위로 밀어 올립니다. 꽃이 땅을 뚫고 나온 게 아니라 땅의 깊숙한 기운이 꽃을 밀어 올려주는 것이죠. 그래 아이고 내 새끼들 세상에 나올 때가 됐다, 이게 혁명 아닙니까. 꽃잎이 떨어지는 것도 혁명이고 낙엽이 지는 것도 혁명이죠. 그렇게 보면 웃음은 늘 혁명과 맞닿아 있습니다. 끊임없이 변화하지 않습니까. 고정돼 있는 것은 절대로 웃음을 줄 수 없습니다. 끝없이 변해야 되는 것입니다.

                                                                                                  <김제동 심층 인터뷰 중에서>

 

끝부분에 김제동이 인터뷰이가 된 <심층 인터뷰>도 읽을만 하다.

암튼, 이 책을 읽으면서 든 생각은...

이 땅의 결혼 적령기의 모든 여자들은 김제동 같은 남자를 놔두고 뭐하나 모르겠다는 것이고...

반대로 김제동은 눈이 너무 높은 것은 아닌가,

또는 결혼이나 여자에 대해서 직접 부딪혀 보지 않고,

책에서만 읽은 것으로 미루어 짐작하는 우를 범하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요번 <김제동이 어깨동무합니다>도 대박이 나서, 결혼자금 걱정은 붙들어 매도 좋을 듯 하니,

빨리 결혼상대자나 찾았으면 좋겠다.

 

또 하나, 내가 참 좋아하는 정인이 조정치와 연인사이라는 것을...

그래서 결혼 날짜를 잡았다는 걸 얼마전 알게 됐다.

아, 좋다~^^

 

 조정치 - 미성년 연애사
 조정치 / Beatball(비트볼뮤직) /

 2010년 7월

 

 신치림 - episode 01 旅行
 신치림 노래 / 미러볼뮤직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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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트랑 2012-05-08 0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아직 김제동곤련 책을 읽어본 적이 없습니다만
글로 보건데 그 역시 '우환의식'이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우환의식을 가진 다는 것은
자기 스스로의 영역을 넘어서는
결코 쉽지 않은 일이라고 들었습니다.

바른 우환의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존경받을 만한 사람임에 틀림이 없을 것입니다..

sslmo 2012-05-09 14:07   좋아요 0 | URL
아, 우환의식 도올에게서 들어본 적이 있어요.
암튼, 편안할때 위태로움을 생각하는 거 평범한 사람으로선 쉬운 일이 아닌 것 같아요.

그런 의미로 본다면,
차트랑공님도 충분히 현실에 안주하지 않으시고 꾸준히 노력, 발전을 꾀한다는 의미에서
거안사위(居安思危-편안할 때 위태로움을 생각한다)의 자세가 엿보이시고,
그런 의미에서 우환의식을 가지고 계신듯 사료되며,
그런 의미에서 존경 받을 만한~^^

김제동, 읽어보세요~^^

차트랑 2012-05-10 01:33   좋아요 0 | URL
어구구....
이야기가 그렇게 진행이 되다니요 ㅠ.ㅠ

김제동에 대해서 저도 알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중입니다. 고맙습니다 양철나무꾼님~

하늘바람 2012-05-08 04: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물보고 사람 판단하던 철없는 시기.
그래서 김제동처럼 멋진 사람을 당연히 놓쳤을 시기
지금 와서 보니 김제동 참 멋지네요
소통이 되는 그리고 마음이 울리는 대화를 할 줄 아니까요

sslmo 2012-05-09 14:16   좋아요 0 | URL
전 인물 보고 사람 판단하던 그 시기에도 김제동 마시마로 그 눈이 참 좋았다는~^^

지금은 김제동 보단 양동근이 더 멋지지만,
그래도 김제동도 그럭저럭이요~^^

어느 책에서 그러는데, 소통이 되는 대화보다 중요한 것은 끊이지 않는 관심과 애정, 그리고 서로에 대한 존경심이래요~^^

순오기 2012-05-08 06: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는 지난 중에 김제동과 꼭 닮은 -목소리는 진짜 한 목소리 같은- 분의 강의 들었어요.
바로 김제동의 스승이라는 방우정씨~ 말을 빌면 김제동 엄청 고생했더라고요.
빨리 장가가서 김제동을 키운 어머니께 손주 안겨드렸으면 좋겠어요~~~~ ^^

sslmo 2012-05-09 14:26   좋아요 0 | URL
잘 지내시죠?^^
제가 먼저 찾아뵙고 인사 드려야 되는데...ㅎ,ㅎ.

저도 방우정 이 분 뵌 적 있어요.
전 지역 사투리에 익숙하지 않아서 그런지,
그 지역 사투리 쓰면 다 목소리가 비슷비슷하게 들린다는~--;

암튼, 저도 김제동이 빨리 장가 갔음 좋겠어요, ㅋ~.

북극곰 2012-05-08 1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읽었어요!!!! ^------^
인터뷰이의 제각각의 색깔을 잘 살렸더라구요. 내용에서도, 어투에서도.
김제동만의 '듣는 재주' 덕분이 아닐까 싶어요.

읽는데, 이효리가 너무 이뿌더라구요.
더불어 김제동이하고 친구 먹고 싶어졌어요. 힛! ^^

sslmo 2012-05-09 14:31   좋아요 0 | URL
아하~
북극곰님은 그러니까, 김제동이하고 이효리 하고 동갑~?^^

그쵸~?
김제동의 소신이야 뭐, 여기저기서 주워 들었었고,
이효리의 베지테리언 발언도 참 예쁘고 소신있게 들렸었어요~!

북극곰 2012-05-10 10:03   좋아요 0 | URL
에이~~ 제동이한텐 누나고 효리한텐 언니죠.
그래도 친구할래요. ㅋㅋ

제가 페이퍼 기타 등등 정황을 참고해서
나무꾼님 나이를 추측해봤는데요
저보다 한 살 정도 많으실걸요?? ㅋㅋ
(아니믄 어카지.막.. 동생이면.... ㅠ.ㅠ)

글샘 2012-05-08 1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김제동을 이제서야 알아 주시다니...
제가 2004년에 김제동 페이퍼를 만든 걸 링크해 드릴게요.
한번 읽어 보세요.
반하지 않을 수 없을 걸요?

http://blog.aladin.co.kr/silkroad/529458

http://blog.aladin.co.kr/silkroad/529457

http://blog.aladin.co.kr/silkroad/529456

sslmo 2012-05-09 14:37   좋아요 0 | URL
샘, 이건 링크라고 하지않고 나열 또는 열거라고 해야하거든요.
암튼 땡큐요~^^

이 곡도 참 예쁘거든요.
왈츠 포 글샘~?
쿵짝짝 쿵 짜~ㄱ



세실 2012-05-09 06: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제동은 참 겸손한 사람이죠. 그의 강연 듣고나니 더 좋아지더라구요. 하정우도 참 멋지군요^*^

sslmo 2012-05-09 14:40   좋아요 0 | URL
우와,세실님이다~^^
잘 지내시죠?
엄청 바쁘시죠?

김제동 강연을 가까이서 들으셨나 봐요, 왕 부럽--;
하정우는 책으로도 읽었는데, 쫌 멋지더라구요~^^

2012-05-16 17: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지난 총선 관련,

우리 동네의 지역구 국회의원 후보 중에 한명은 천호선이었고,

그의 상대는 여당의 대표주자 격인 '이재오'여서 다들 박빙의 승부니, 접전을 예상하니 했었다.

이제 총선이 끝났으니까 하는 말이지만,

선거운동 기간 중에 천호선이 보여준 모습은 내게 좀 실망스러웠었다.

 

이재오 측의 과한 고개 숙임으로 인하여,

어쩜 천호선 측이 목에 뻣뻣이 힘을 준 것처럼 보인 걸 수도 있었겠지만,

그랬다 하더라도,

시시각각 변하는 여론에 귀를 기울이고 이미지 변신의 노력을 보여주는 것도 필요했을텐데 싶은 마음에서이다.

물론 그의 사람 됨됨이나 그가 내세우는 선거공약 따위가 그의 한 순간 보여지는 태도에 다 반영되어 나오는 것은 아니지만,

순간적인 인상을 가지고, 그 사람의 전체를 미루어 짐작해 버리는 우리의 경향 상,

그에게 가해졌을 '마이너스 시너지 효과'를 완전 무시해 버릴 수는 없지 싶다.

 

지난 주 언젠가 아침 지하철 역을 지나다 보니, 그런 천호선이 낙선인사를 하고 있었다.

어깨에 힘을 빼고 고개 숙여 인사를 하는데, 뭐랄까 그의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져 오는 것 같아 '짜~안'했다.

그의 어깨라도 그러모아 쥐고 '가드올려~'하며 힘을 실어주고 싶었지만, 단지 마음이었을 뿐이고~ㅠ.ㅠ

 

진작 낙선인사 하듯이 제대로 마음이 담긴 인사를 했었다면, 지난  4ㆍ11 선거의 결과가 혹 바뀌지 않았을까 하는 엉뚱한 생각으로 이어졌다.

"모두 '예'라고 할때 '아니요'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이 좋다." 하는 TV 증권 회사 광고를 본 적이 있다.

 

도떼기시장이나 전쟁터를 방불케했던 요번 선거판에서 이재오 측에서 보여준 전략이 바로,

'모두 '예'라고 할때 '아니요'라고 하는 그 전략'이었다.

목청높여 고래고래 소리 지르지도 않고,

그 잘하던 가두방송도 제대로 하지 않았고,

떼거지로 몰려다니며 수(數)적 우위를 과시하던 선거운동도 한 명씩 흩어져 다니며 나지막이 고개 숙이는 걸로 대신했다.

선거때만 되면 가두방송에, 길거리 유세에, 떼거지 과대 공략에...정신이 없던 나같은 유권자들은 참신하다는 생각을 했고,

오히려 그의 선거공약이 무엇일까 찾아보는 수고를 하게 됐다.

이재오, 본인은 또 어땠나?

그는 수행원도 없이 허름한 점퍼 차림으로 지하철 역에 서서 허리를 깊숙이 숙였다.

 

전에 어느 페이퍼에선가 살짝 밝힌적도 있지만,

나를 비롯한 어떤(=일반적인) 사람들은 No라는 대답에 익숙하지 않다.

어떤 물음에 대한 대답이 때론 Yes가 될 수도 있고 때론 No가 될 수도 있는 건데도 불구하고, No가 되었을때 남는 각인이 더 뚜렷한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이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는 전쟁터를 방불케하는 선거판을 Yes의 상황이라고 놓고 본다면,

최대한 몸을 낮추고 조용히 고개 숙였던 이재오가 보여준게,

수많은 Yes의 상황들 가운데 '단 하나' No의 상황이어서 단연 두드러지고 돋보였던 거였을 지도 모른다.

 

만약 천호선의 그것이 이재오 같은 상황이었다면 Yes가 되었든 No가 되었든 간에,

단 하나 의 상황이어서 두드러지고 돋보이는 일 따위는 없었을테니...

처음부터 이재오에게 유리한 싸움이었는지도 모르겠지만,

그런 하늘이 주신 기횔 알아채고 잡아낸걸 보면,  하늘은 그의 편이었나 보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던 중에,

'아니오! 라고 말하지 않는 청춘은 죽은 청춘이다!'라고 외치는 카피라이터, 정철의 책 <나는 개새끼입니다>를 만나게 되었다.

그는 일개 기업을 위한 카피가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을 위한 카피를 써서 국민이 광고주인 카피라이터란 과분한 이름을 얻었다고 겸양을 부리는데,

촛불을 응원하고 물대포를 꾸짖는 카피를 써서 '촛불 카피라이터'라는 별칭을 얻기도 했단다.

'나는 개새끼입니다', '5월은 노무현입니다' 등 노무현과 노무현재단에 관한 카피를 도맡아 쓰고 있는데,

이는 카피라이터라는 직업의 경계를 뛰쳐나와 세상과 소통하려는 시도를 보여주는 예란다.

 

 

'5월은 노무현입니다'의 현수막, 작년 5월.

 

 

 

 

 

 

 

 

 

 

 나는 개새끼입니다
 정철 지음 / 리더스북 /

 2012년 2월

 정철의 블로그

 

 

암튼, 이 책의 첫장을 펼치자마자...언젠가 no를 refuse로 해석했던 내 해석이 얼마나 잘못되었던건가 깨닫게 되었다.

'no = refuse'의 엉뚱한 등식은 말끔히 지워버리는 계기가 되었다.

 

'아니오!'는 부정인가.

아니다.

부정이 아니라 새로운 생각의 시작이다.

권력과 허위의식을 허물고

그 위에 새루운 세상을 세우는 가장 긍정적인 한마디다.

 

카피라이터야 원래 멋진 직업이라고 생각했었지만, 이쯤되면 그의 기지에 혀를 내두르지 않을 수 없다.

 

다람쥐

 

미안하네.

요즘엔 자네까지 미워보이네.

 

 

ㆍ역사를 배우게 될 우리 아이들을 생각하면, 한나라 대통령의 별명이 쥐라는 사실은 슬프다 못해 화나는 일입니다.

 

유죄삼인

 

좌파.

 

왼쪽으로 걷고, 왼손으로 밥 먹고. 왼쪽머리로 생각하고, 왼쪽 눈으로 윙크하는 사람. 신체 사용이 한쪽에만 치우쳐 고른 성장에 지장을 주므로 유죄.

 

친북.

 

친척이 북에 있거나, 친구가 북에 있거나, 친정이 북에 있어 늘 북쪽 하늘 바라보며 한숨짓는 사람.남쪽에 있는 친구, 친척, 친정을 외롭게 하므로 유죄.

 

용공.

 

덧셈을 못하는 사람. 뺄셈을 못하는 사람. 곱셈을 못하는 사람. 나누셈만 유난히 잘하는 사람. 나눠 쓰고 나눠 갖자는 공산주의 사상을 닮았으므로 유죄.

나도 '좌파'가 될뻔 하였으나 어렸을 적 할아버지 밑에서 꾸중들어가면서 습관을 고쳐 양손잡이가 되었다.

그런데 아직도 왼손으로밖에 하지 못하는 게 딱 두가지가 있다.

퀴즈로 내볼까?

(맞히는 분께 소정의 선물을 드리겠습니다~^^)

 

웃프다

 

웃다 더하기 슬프다.

웃다 더하기 아프다.

 

웃는 게 웃는 게 아니라는 뜻.

웃고 있지만 가슴 한쪽은 아프다는 뜻.

 

왜 이런 말이 만들어졌을까?

왜 이렇게 상반된 두 가지 뜻을 단어 하나에 우겨넣었을까?

 

시대가 웃프기 때문이다.

 

이 시대는 웃프다라는

웃픈 말이 만들어질 정도로

 

충분히

웃프다.(54쪽)

이런 조어가 생성되는 현실이 웃프다.

내가 웃는게 웃는게 아니야~

내가 우는게 우는게 아니야~

내가 웃픈게 웃픈게 맞~아~

이런 노래가 나오지 말란 법도 없다, ㅋ~.

 

국가보안법

 

요거,

딱 한 글자만 바꾸면 안 될까?

국가보관법이라고.

 

어디 국립박물관 같은 곳에 보관해두면 될 텐데.

돌도끼나 청동검 곁에.(63쪽)

 

쉼표

청와대 직원이 쓴 위 문장에는 쉼표가 하나도 없습니다. 당신은 글을 읽으며 언제 쉼표 나오나 하며 숨을 참고 또 참가 하마터면 질식하할뻔 했을 것입니다. 쉼표 없는 문장은 나뿐만 아니라 남까지 피곤하게 합니다. 쉼표 없는 각하의 노가다정신 역시 청와대 직원들은 물론 국민 모두를 피곤하게 합니다. 좀 쉽시다.

언론은 이명박 대통령이 얼마나 국정을 열심히 챙기는지 중계방송을 합니다. 타고난 일꾼이라느니, 촌각을 아껴 쓴다느니, 왕이 들어도 낯간지로울 용비어천가를 거의 랩 수준으로 편곡하여 노래합니다. 하지만 휴일도 없고 휴식도 없는 이런 부지런은 오히려 일의 능률을 떨어뜨립니다. 제발 국가나 국민 생각하지 마시고 그냥 푹 쉬셨으면 좋겠습니다.(69쪽)

 

 

 

11년 12월 이상득 의원 보좌관 구속

형님

 

형님으로 살았다.

이제 형을 살아야 한다.

 

형제는 용감하십니다.

 

 

지우개

 

잘못 쓴 글 한 줄을 지우지 않고 그냥 두면

그 한 줄의 체면을 위해 억지와 허세를 반복하게 된다.

 

부끄러운 건 잘못 쓴 역사가 아니라 이를 지우지 않고 그냥 두는 것이다.

 

우리 현대사에 나타나는 모든 억지와 무리와 허세와 과장과 고함과 통곡과 울분과 절망과 분노와 눈물은 잘못 쓴 근대사를 박박 지우지 않아서 생긴 일들입니다.(177쪽)

 

가위

 

분리.

분단.

분열.

분할.

분해.

 

가위는 단 한번도 누구를 껴안은 적이 없다.

맞아도 쌀 짓만 했으니 주먹을 겁내는 건 당연한 일이다.

 

보수는 부패로 망하고, 진보는 분열로 망한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편을 나누는 일에는 천재적인 소질을 발휘하는 우리. 통합이라는 값진 단어를 너무 오래 먼지 쌓이게 하고 있는 건 아닐까요?(186쪽)

 

 

 

 

 

 

 

 

 

 

 눈물이란 무엇인가
 심노숭 지음, 김영진 옮김 /

 태학사 / 2006년 5월

 


또 한명, '만약 살아있다면...분 모두들 'Yes'라고 할때 'No'라고 할 것 같은 사람'은 바로 조선 시대의 문인 '심노숭'이다.

그는 서른한 살에 아내를 잃고 환갑이 넘을 때까지 아내를 그리워하고, 그 절절함을 글로 남겼다는데ㆍㆍㆍㆍㆍㆍ.

(근데, 그런 그도 재혼을 하고 쉰이 넘어 아들을 낳긴 하는 걸 보면 아웅~ㅠ.ㅠ이다~.)

"눈물은 눈에 있는 것인가? 아니면 마음(심장)에 있는 것인가? 눈에 있다고 하면 마치 물이 웅덩이에 고여 있는 듯한 것인가? 마음에 있다면 마치 피가 맥을 타고 다니는 것과 같은 것인가? 눈에 있지 않다면, 눈물이 나오는 것은 다른 신체 부위와는 무관하게 오직 눈만이 주관하니 눈에 있지 않다고 할 수 있겠는가? 마음에 있지 않다면, 마음이 움직임 없이 눈 그 자체로 눈물이 나오는 일은 없으니 마음에 있지 않다고 할 수 있겠는가? 만약 마치 오줌이 방광으로부터 그곳으로 나오는 것처럼 눈물이 마음으로부터 눈으로 나온다면 저것은 다 같은 물의 유(類)로써 아래로 흐른다는 성질을 잃지 않고 있으되 왜 유독 눈물만은 그렇지 않은가? 마음은 아래에 있고 눈은 위에 있는데 어찌 물인데도 아래로부터 위로 가는 이치가 있단 말인가?"

 

"눈물은 눈에 있는 것인가? 아니면 마음에 있는 것인가?"라는 물음으로 시작하는 이 글 '누원(淚原)'은,

아내와 셋째딸(네살때)을 비슷한 시기에 잃고, 슬픔을 극복하고자 읽었던 많은 책들 중 '능엄경'의 영향을 받아 쓴게 아닌가 싶다.

능엄경 1권의 내용;

  제1권에서는 칠처징심(七處徵心)을 주제로 하고 있다. 석가모니가 제자 아난과의 문답을 통하여 마음을 어느 곳에서 얻을 수 있는가를 밝힌다. 마음은 몸안[在內], 몸밖[在外], 감각기관[潛根], 어둠으로 감춰진 곳[藏暗], 생각이 미치는 곳[隨合], 감각기관과 대상의 중간지점[中間], 집착하지 않는 곳[無着], 그 어느 곳에도 있는 것이 아님을 밝혔다.

 

내가 그를 그리 짐작하게 된 이유는,

요즘도 아니고 조선시대에 아내를 잃고 맨날 눈물 바람을 하는 걸로도 모자라,

누원(淚原)이라는 절절한 글을 쓸 정도로 감성 충만, feel 충만한 로맨티스트였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조선 효종 때 영의정을 지낸 심지원(沈之源)의 7대손인데도 불구하고,

"유자 儒者의 의관 벗어버리고 불교의 계율을 받고 싶네"라고 시를  읊조릴 정도로,

궁함과 고통이 극에 달할 때면 유학이 아니라 불교에 의지한 문학인으로서 자유분망한 품성을 지닌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이옥과 김려의 관계처럼 속마음을 털어놓고 왕래할 친구도 없었으며, 글을 함께 나눠 읽을 글벗도 없었다 한다.

친구라고는 오로지 아내와 동생 노암 뿐이었는데,

아내마저 일찍 세상을 떠나고, 동생 심노암은 일찌기 정통 유학자의 길을 걸었기 때문이다.

 

거문고 소리만으로 상대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는 친구를 지음이라 했던가.

세상에 그런 사람을 만나기도 쉽지 않지만, 그런 사람을 만난 행운을 지금 누리고 있다면 감사하고 볼 일이다.

심노숭처럼 일찌감치 지음을 잃고 "모두 '예'라고 할때 '아니요'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이 좋다."고 하며 다소 까칠하게 살아갈게 아니라면 말이다.

 

지난 금요일 날, 해피바이러스 코알라를 만났다.

친구를 만나기 위해서가 아니라, 친구의 딸내미 해피 바이러스를 만나기 위해서 피곤을 무릅쓰고 무리를 했다고 하면 친구가 서운해 하려나?

이 친구를 향하여 아직 '지음'이라고 할 수 있는지 감은 못잡고 있지만, 이 친구도 "모두 '예'라고 할때 '아니요'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의 부류에 넣어도 전혀 손색이 없겠다.

가면서, '너무 우울하고 기운이 없다'고 문자를 남기자...

'코알라도 그렇다는데, 우리 맛난거 먹고 훌훌 떨쳐버리고 기운 내자.'이런 답 문자를 보내왔다.

 

막상 코알라를 만나자, 맑게 웃으며 지가 어른인양 곰살맞게 챙긴다.

'코알라'라는 닉도 그럴싸하지만, 내가 즐겨부르는 '해피 바이러스'가 딱이다 싶었다.

뷔페여서 엄마가 음식을 가지러 간 사이, 둘이 남게 되자 이런저런 얘기를 하는데...너무 예쁘고 조곤조곤한 거다.

언젠가 읽은 '나니아연대기'의 한구절이 생각났다.

'넌 가정교육을 잘 받은게 틀림없구나. 사물의 긍정적인 점을 볼 줄 아는 눈을 가진 걸 보니...'

잘 생각나진 않지만, 뭐...이런 뉘앙스의 구절이었던 것 같다.

 

코알라가 해피 바이러스인 이유는, 자신의 의견을 전달할 줄 아는데...

우리 어른들처럼 무조건 '안돼~'하고 부정을 한번 먼저 하고 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의견을 조리있게 전달할 뿐더러, 그 방법에 있어서도 지극히 긍정적이어서...

가만히 바라보면 눈꼬리가 점점 내려오고 입꼬리가 점점 올라가는 것이...서서히 행복함에 물들어가는것 같다.

다시말해, 해피바이러스에 전염되는 것 같다.

 

해피바이러스, 코알라도 지금...때때로 "모두 '예'라고 할때 '아니요'라고 소신껏 얘기해서" 고초를 겪고 있기도 한가 보다.

하지만, 그런 고초를 겪으면서 부딪히기도 하고, 그 관계 속에서 한뼘 성장해 가기도 할터이다.

 

해피바이러스, 코알라는 이런 얘기를 내게 들려주었다. 

 "정말로 호일에 싸오는지 아닌지 물어보셨어요?"

전에 아들의 김밥을 싸면서 호일에 둘둘 말라는 아들의 말을 듣지 않았다가 다 풀러서 다시 쌌던 '하이데거, 기획투사'랑 관련해서 였다.

 "정말로 호일에 둘둘만 김밥을 가져오는 아이들이 있니?"

 "네, 거의 다요."

옆에서 코알라의 엄마가 거들었다.

 "아마 버리기 편해서 그렇겠지. 다들 그렇게 가져오는데 자기만 안 그러면 왕따당하는 느낌도 들고 말야~

  그렇지, 코알라?"

 "?"

나는 반 아이들, 거의 전부 호일에 둘둘 말아온다는 것 자체를 상상할 수 없었다.

 "그게 아니구요, 그렇게 예쁘게 싸오면요.

  자기 스스로는 아무것도 못해서 부모님께 의존하는 듯한 느낌이 들거든요.

  스스로 할 수 있는 걸 부모님께 의존한다는 게 좀 쪽 팔리는 일이라는 거죠."

내가 호일에 둘둘 말아오는 김밥을 상상할 수 없었던 것과는 좀 다른 이유로,

나의 아들과 코알라는 부모로부터 자립과 독립을 하나씩 배워나가고 있는 중이었다.

내가 아들에게 김밥 싸는 법을 가르칠게 아니라면,

그리하여 스스로 김밥을 싸먹는 묘미를 터득할 게 아니라면,

어쩜 난 아들이 김밥을 호일에 둘둘 말아가든, 김으로 주먹밥을 버무려가든...하고싶은 대로 하게 놔두었어야 했다.

이제 어느 정도 성장하여 김밥을 호일에 싸달라고 했으면, 난 딱 그만큼만 준비해주면 됐을텐데...

내 기준으로, 내맘대로 상상하여 판단하여 버리고는...아들을 완전 마마보이로 만들어버린 꼴이 된거다.

 

코알라는 자기가 하고 싶은 얘기를 상대방이 알아듣기 쉽도록 조곤조곤 전달하고 있었다.

"?"

나는 놀라 벌어진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6학년인 저희가 그런데...고1인 오빠는 더 더욱 그렇겠죠?"

아들녀석이 진작 이렇게 얘기했다면 새벽같이 일어나 '하이데거, 기획투사'해가며 김밥을 싸지도 않았겠지만,

김밥을 내맘대로 싸서 담아놓고, 성의를 무시했다고 서운해 하며 눈물바람을 하지 않아도 좋았을텐데 말이다.

자기가 하고싶은 얘기와 상대방이 듣고 싶어 하는 얘기의 접점을 찾아, 조율해가며 예쁘게 얘기할 수 있는게 코알라를 해피 바이러스로 느껴지게 하는 달란트였다.

 

부디 코알라의 장점을 잃지말고, 여기저기 해피바이러스를 퍼뜨려가며...그렇게 그렇게 예쁘게 자라줬으면 좋겠다. 

 

 

 

아웅~ㅠ.ㅠ

제가 그동안 바빠 댓글 관리나 알라딘 마실을 등한시 해서 그런가요?

선물을 드리겠다고 퀴즈를 냈는데도 불구하고, 너무 저조하여서...의욕상실입니다여~

퀴즈는 답을 발표하고 조기마감합니다.

댓글을 달아주신 하늘바람, 차트랑공,된장,마녀고양이,북극곰 님은 원하시는 책 한권과 주소 3종 세트 남겨주시면,

책 보내드리겠습니다.

 

퀴즈의 답은, 지폐 세기, 화투 섞기와 화투치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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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12-04-23 20:08   좋아요 0 | URL
저도 해피바이러스 만나고 싶네요
저도 얼마전 김밥 싸면서 낑낑 끙끙 대었는데 언제 은박지 김밥을 원할지~
웃프네요^^

sslmo 2012-04-24 09:41   좋아요 0 | URL
태은양도 많이 컸겠죠?
태은양도 함 보고싶은데 말이죠~^^

언제 은박지 김밥을 원할지~
그건 아무도 모른다, 가 정답 이겠죠~.
하늘바람님이 웃프시다니, 저도 웃프네요~^ㅠ.

차트랑 2012-04-23 20:35   좋아요 0 | URL
선거 전에는 목의 기부스 완전 풀고,
선거 후에는 목에 다시 완전 기부스하시는 분들이 종종 계셔요^^

선거 전이나 후 에나 한결같은 분 어디 안계셔요??
그런 분 계시면 소개좀...ㅠ.ㅠ

sslmo 2012-04-24 09:44   좋아요 0 | URL
저어기 천호선 님이 선거전에 고개 빳빳이 들고 어르신 들에게 손 흔들어 카퍼레이드 인사하는 등 시행착오를 많이 겪으셨었죠.
트윗 보니, 이제 좀 정신을 차리신 것 같던데 말이죠~
좋은 경험은 힘이 되기도 할테죠~^^

숲노래 2012-04-23 22:54   좋아요 0 | URL
오늘도 따스하고 좋은 하루가 저뭅니다~
저녁나절 아이들과 예쁘게 쉬셔요~

sslmo 2012-04-24 11:53   좋아요 0 | URL
된장님~
저, 저녁나절 같이 예쁘게 쉴 아이들 없는데...
하나뿐인 아들 고1인데 밤 11시나 되어야 귀가한다는~ㅠ.ㅠ

전 된장님의 사금벼리, 산들보라와의 지금이 마냥 부럽기만 하다는~^^

보통은 지나고 있을때는 따스하고 좋은 줄, 그래서 소중한 줄 모른다는데...
된장님은 그 모두를 제대로 만끽하고 계신 듯 하여마냥 부럽습니다.

마녀고양이 2012-04-24 03:34   좋아요 0 | URL
울 코알라를 이렇게 이쁘게 묘사해줘서 너무 고마와...
이 밤에 잠 못 이루어 다시 컴터 켠 보람이 있네. 울 코알라도 나무꾼 이모가 좋대...
이모 이모 하고 부르지 않았어, 그날? 만나기 전에 연습하던데... ^^

즐거운 하루 되기를.

추가로.. 왼손으로 할 수 있는 것, 공 던지기, 과일 깎기.
내가 그렇거든.. 왼손잡이를 어거지로 오른손잡이로 만들어도 두가지는 오른손이 안 됩니다.

sslmo 2012-04-24 11:58   좋아요 0 | URL
코알라, 자기가 키운게 아닌게지.
지 스스로 알아서 큰게지~^^
암튼 참 이뻐, 해피 바이러스야.

코알라가 먹는 걸 보고 있어도,
조곤조곤 하는 얘길 듣고 있는것도,
시시각각 풍부한 얼굴표정이 각양각색으로 바뀌는 걸 보고 있는것도...너무 행복할 것 같애.

자긴 조~오켔다.
(솔직히 자기라고 밝힐 맘까진 없었는데...^^)

마녀고양이 2012-04-24 12:32   좋아요 0 | URL
코알라라고 쓰여있으니.... 머..... 이미 밝혀진거였지. ^^
밝힐 맘이 없었으면 다른 이름으로 쓰지 그랬어, 홍홍.

그런데, 답이 뭡니까? 궁금~

북극곰 2012-04-24 09:43   좋아요 0 | URL
왼손으로만 할 수 있는 것: 가위질, 과일깍기

(간만에 나타나서 정답맞추기 놀이만 하고 사라집니다. 하하하)

sslmo 2012-04-24 12:01   좋아요 0 | URL
우와, 반갑!북극곰님~^^
가위질, 과일깎기, 다 양손가능합니다여.
오히려 오른손이 더 이쁜것 같기도 하다는~.
왼손으로밖에 안되는 건, 저 두가진데...
어른이 될때까지 경험을 못한 것들이라서,
오른손으로 익힐 시간이 없었다는~ㅠ.ㅠ
순전히 왼손으로만 할 수 있는 건 저 두가지 뿐이네요.^^

북극곰 2012-04-24 12:42   좋아요 0 | URL
오홍... 그렇다면, 술 따르기, 술잔 받아 마시기로군요. ㅎㅎㅎ

(또 점심시간에 들어와 이러구 있답니다요. ㅋㅋ)

차트랑 2012-04-24 19:56   좋아요 0 | URL
어구, 북-큭-콤-님~^^ 반갑심더~!

2012-04-26 00: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4-26 10: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4-26 12: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4-26 15: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4-28 09: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4-30 10: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4-26 23: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sslmo 2012-04-28 09:47   좋아요 0 | URL
이거 삐치기 있기 없기...'있기' 그 버젼이죠?
모두 '예'라고 할때 '아니요'라고 하시는 분, 님 혼자 뿐이신 거 알까요?

며칠 후도 기약할 수 없는 우리들인데, 몇 년후는 더더욱 장담할 수 없지만여~
암튼, 마지막으로 한번 더 권해보구요, 싫으심~--;

2012-04-27 19: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sslmo 2012-04-28 09:48   좋아요 0 | URL
알라딘은 5월 2일 발송여서, 따로 구해 보내드릴게요~^^

2012-04-27 19: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sslmo 2012-04-28 09:48   좋아요 0 | URL
--;

2012-04-28 20: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4-29 14: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5-04 18: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sslmo 2012-05-07 15:35   좋아요 0 | URL
전, 여행 다녀왔어요~^^

아프셨나 보네요? 저런~--;
건강이 젤 중요해요, 잘 챙기세요.

2012-05-06 09: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sslmo 2012-05-07 15:37   좋아요 0 | URL
님이 좋아하시니, 오히려 제가 더 기뻐요~^^
왠지 제가 센스쟁이가 된 것 같고 말이죠.
님한테 필요한 색일 것 같아 골랐는데, 잘 어울릴지는 장담할 수 없어...
좀 망설였다는~~~.

하늘바람 2012-05-08 04:29   좋아요 0 | URL
망설이셨을거 같았어요. 원래 그렇잖아요
어울릴지, 좋아할지,
센스쟁이 당근 맞으세요
사실 저도바 옆지기가 더 탐을 낸답니다.^^
주황은 에너지가 넘치는 따뜻한 색이어서 그 색의 에너지가 제게 온 것같아 정말 좋답니다.
저도 님꼐 그런 센스를 드릴 수 있어야 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