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 그런 생각을 한다.
이 세상의 전쟁은 누굴 위하여 하는 건가?
내가 지금 총뿌리를 겨누는 이 대상은 나의 적이 확실한가?
니편과 내편으로 나뉘는 기준은 무엇인가?
이해관계나 입장에 따라,
나로부터냐 나로 말미암음이냐, 에 따라서도 얼마든지 오늘의 동지가 내일은 적이 될 수도 있는 것이 아니던가?
이렇게 되면 세상에 믿을 놈 하나도 없다로 이어지고...
그리하여 세상에 홀홀 단신, 나 자신 밖에 믿을 수 없어지고...
그러다 보면 세상은 더 삭막해져 가지만,
그게 다 인지상정이라고 허허롭게 웃게 되는게 우리네 인생살이 아닐까?

 

 

 

 

 

 코브라
 프레데릭 포사이드 지음, 이창식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1년 7월


이 책엔 흔들지지 않는 견고한 이념을 가진 사람 둘이 나온다.

"나는 평생 동안 두 주인을 모셨습니다. 신과 조국이죠. 신은 한번도 나를 배신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조국은 당신을 배신했단 말이오?"
"네."
"왜요?"
"내가 젊은 시절 충성을 맹세했던 조국이 더 이상 아니기 때문입니다. 부패하고 나약해졌어요. 고도비만에 걸린 오만한 멍청이들의 나라죠. 이젠 내 조국이 아닙니다. 연대도 끊어지고 충성 서약은 휴지로 변했습니다."
"난 어느 나라에도 충성을 바친 적 없소. 이 콜럼비아에도. 왜냐하면 나라는 인간들이 다스리기 때문이오. 그럴 자격이 전혀 없는 인간들이 말이지. 나도 두 주인만 섬기는데, 나의 신과 돈이오."(399~400쪽)

책을 끝까지 읽게 되면 어느 편이 끝까지 남게 되는, 흔들리지 않는 견고한 이념인지는 알게 되겠지만...
우리네 입장에선 어느 쪽이 되어도 씁쓸하긴 마찬가지이다.

코브라를 읽었다.
프레더릭 포사이스를 읽을 때는 가치관을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
그게 이 작가가 좋은 이유이기도 하지만, 그가 영국 출신이라고 하여 영국이나 미국을 좋은 나라로 묘사하고 있지 않다는 거다.
그는 사건을 나열하고 기술할 뿐이고, 모든 판단은 독자의 몫으로 남겨둔다.
가치판단을 종용하지 않는다.
 
코브라는 좀 힘들었다.
코카인 얘기가 우리랑 낯선 것이어서 그렇기도 했지만,
그의 안목이 좀 더 거시적으로 바뀌어서 전체를 조망하고 두루 꿰뚫어내는 힘을 가졌다.
책의 앞부분 조금만을 읽어서는 장님 코끼리 만지는 식으로 그의 진가를 가늠할 수조차 없다.
무조건 믿고 따라가는 수밖에 없다.
근데 무조건 믿고 따라가다 보면, 우리를 배신하지 않는다.
책의 내용과 관련하여선 이 정도 얘기밖에 할 수 없다.

책의 앞 부분, 코브라는 자신의 운명을 예견하듯...이런 얘기를 한다.

'세 사람 사이에 비밀을 지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두 사람이 죽는 것뿐이고...'(43쪽)

 덱스터가 위험을 무릅쓰고 코브라의 제안을 받아들이는 과정을 이렇게 적고 있다.

'대체로 편안하고, 스트레스 없고, 차분한 작은 마을 중산층 생활이었다. 그런데 좀 지루했다.(66쪽)

우리는 흔히  '대체로 편안하고, 스트레스 없고, 차분한 작은 마을 중산층 생활을 삶의 목표로 하는데, 단지 지루하다는 이유로 목숨을 담보로 하다니 아이러니 컬 하다 싶기도 하지만, 뭐.

코브라는 적인 돈 디에고의 사람됨을 이렇게 평가한다.

'코브라는 진심으로 감탄했다. 그는 돈 디에고도 <손자병법>을 읽진 않았기를 바랐다.(284쪽)'
'돈 디에코는 어릴 때부터 사소한 일로 짜증이 나더라도 품위를 잃지 말아야 한다고 배웠다. 큰일이 벌어졌을 땐 신사답게 조용해야 한다고 배웠다.(295쪽)
정치에서는 사실 그 자체보다 어리석은 유권자들에게 사실처럼 보이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리고 사실처럼 보이는 것은 언론 매체들이 퍼뜨리고 어리석은 시민들이 믿으면 된다.(395쪽)

코브라의 두 주인 중 하나인 조국의 배신을 이렇게 적고 있다. 

책 뒷표지엔,
'퍼블리셔스 위클리'를 인용하여, "베테랑 포사이스는 다시 한 번 정치 스릴러 장르 마스터로서의 실력을 유감없이 선보인다. 단순하지만 완벽하게 독창적이고, 힘과 장감이 넘치며 지적이다."라고 적고 있는데...(김-->'긴'의 오자)
정치물을 좋아하지 않는 내가 읽기엔 지나치게 힘이 들어갔다 싶기도 했지만 뭐, 오랫만에 전체를 아우르고 조망하는 다른 스케일의 책 읽기를 택하게 된 건 나쁠게 없었다.

찾아보니, 프레더릭 포사이스의 작품을 읽고 쓴 리뷰가 두 개 더 있다.

 

 

 

 

 

 어벤저
 프레데릭 포사이드 지음, 이창식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6월


언젠가 '동의수세보원'을 평역한 이가,사람들의 사상체질을 감별하며 줄자를 사용하였다는 얘길 듣고 기절하는 줄 알았었다.

사람의 체질이라는 게 줄자를 사용하여 규격화시키고 그 틀에다 집어넣으려 하는 이가,
적어도 인간의 몸에 대한 이해와 존중이 있어야 가능한...인체와 나아가 우주의 심오한 뜻을 담고 있는 동의수세보원을 제대로 이해하였을까 궁금하였었다.

동의수세보원이나 사상체질은 단지 '기준'을 정할 때 필요한 것이다.
사람이란 제각각의 개성과 특징을 가지고 있는 존재이기에...나름대로의 사정과 상황에 맞게 일일이 마음을 쓰고 배려하여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재미있어서 영화화된 이런 류의 작품들처럼 줄거리 면에서는 크게 다르지 않지만,
굵직한 액션 위주여서 시각적 자극만을 줬던 다른 작품들과는 다른데...
그것이 바로 작품 속 인물 개개인에 대해 일일이 마음을 쓰고 배려를 해 살아 움직이게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책을 읽을 독자들의 입장도 배려했다는 점이다.

이건 최소 작가의 내면에서 '사람에 대한 존중과 깊은 이해'가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우리는 '킬러'라고 하면 피도 눈물도 없을 줄 알았지만,
따뜻한 피가 흐르는 심장 따위는 갖고 있지 않을 줄 알지만...
작가는 이 책에서 주인공 '캘빈 덱스터'를 통하여 '사람에 대한 존중과 깊은 이해'를 녹여냄으로써 우리의 선입견을 또한번 깨뜨린다.

얘기는... 처음 철인삼종경기를 하며, 필요한 근육이 제각기 다르다며 시작한다.

"수영인의 강력한 어깨와 가슴,팔의 근육은 스피드 사이클리스트나 마라톤 선수에겐 필요없는 근육이다.그런 근육들은 달리는 데 무게만 더해줄 뿐이다."

"어느 한 운동의 반목적인 리듬은 다른 운동에는 맞지 않는다."

"그가 다른 고통과 싸우기 위해 이런 고통을 이용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특히,지문과 마찬가지로 사람의 귀도 제각각 다르며 수술을 하지 않는 한 변형되지 않는다."

같은 부분에선 탄성이 절로 나왔다. 

제목'어벤저' 만을 봤을 때,
'보복하는 사람'정도로 해석하고, 한사람이 보수의 칼날을 가는 액션 위주의 스릴과 서스펜스를 생각했었다.
그런데, '어벤저'는 2차대전 때 활약한 미군의 대표적 전투기이며, 주인공의 암호명이기도 하다.
다른 액션물에서와 마찬가지로, 시각적 효과만 클거라고 생각했었는데...복수를 하는 과정과 방법 모두 독특하다.

한가지 더, 자연스런 깨달음은 '복수자'는 '은혜도 갚을 줄 안다'는 거다.

암튼, 이 책은 아주 오랫만에 보는...재미와 작품의 완성도와 작가의 내공의 깊이 등 모두가 갖춰진 훌륭한 책이다.

재미도 재미지만, 보통의 책은 작가가 자리에 지도를 펴놓고 앉아서 머리로 썼다는 느낌이 들었다면,
이책은 작가가 직접 발품을 팔아가며 쓴 체험의 산물이라는 느낌이 든다.

가장 큰 놀라움은, 문장이 지극히 무미건조하고 사실적이다.
그런데,이런 문장만으로도 얼마든지 깊이있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아프간
 프레데릭 포사이드 지음, 이창식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6월




'아프간'이 나라 이름이라고 생각하고 읽었을 때와, 다 읽고 끝부분 '옮긴이의 말'에서 '디 아프간'이 '아프간 사람'을 나타내는 거란 걸 알게 된 후...이 책에 대한 느낌이 많이 틀리다.

그냥 '아프간'이 나라라고 생각하고 읽었을 때는, 아프간이라는 나라를 놓고 벌어지는 그냥 '스파이소설'정도로 생각되었었고,
그의 전작 '어벤저'에서 느껴졌던 '인간적임=인간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는 전혀 느낄 수 없어 다른 사람의 작품 같았다.
그러나, 'the'가 붙어 그 나라의 국민성을 대표하는 일반적인 '아프간인'이 제목이 되었을 때는 느낌이 완전히 달라진다.
진정한 의미에서 아프간인이란 이즈마트칸 뿐만 아니라, 이 책의 주인공 '마이크 마틴'도 '아프간인이라 불리워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얘기는 우연히 도청장치에 포착된 알카에다의 자금책을 잡으려다가,
'알이스라'라는 암호명의 계획을 발견하고,계획을 저지하기 위하여 영국과 미국이 편먹고 스파이를 침투시키는 것으로 시작된다.

여기서, 스파이역학을 하도록 지명된 사람이 '마이크마틴'이라는 영국과 아랍계  혼혈이다.
이 사람은 영국의 공수부대 출신으로 세계분쟁지역에서 활약하다 퇴역하여, 낡은 집이나 수리하고 여생을 평화롭게 살기를 원하다.
난 여기서, '마이크마틴'의 혼혈에 대해 궁금증을 갖게 되었는데...
서남아시아에 위치한 '아프가니스탄'이란 나라와 영국인 사이에서 혼혈이 태어날 수 있었을까?
아프가니스탄은 19세기부터 영국과 제정러시아의 침략대상이었고,
1905년 영국의 보호국으로 지정되었고,1919년 독립을 했지만,
1979년 구소련군에 공격을,
2002년 미국과 영국 등 연합군의 공격을 받은 나라라는 걸 알게 되었다.
이쯤되면 영국과 아랍의 혼혈이라는 게 일리있어 진다.

마이크 마튼의 동생 '테리마틴'은 저명한 대학교수로 아랍문제전문가이다.
'알이스라'라는 계획을 파헤치기 위해 스파이를 파견하는 문제에 있어,
'우리 형은 할 수 있는 데'라고 얘기를 해서 형을 다시 죽음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은 장본인이기도 하다.
따라서, 스파이를 부각시키기 위한 소설이거나,
아프가니스탄이라는 나라를 근거로 한 거대한 태러를 부각시키기 위한 소설이 아니라,
아프간인의 일반적인 국민성을 가진 사람들에 대해서 다루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쯤에서,아프간인의 일반적인 국민성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되는 데...
자료를 찾아보니...남성우월주의와 혈연 부족에 의해서 좌지 우지됨이라고 나오는데...
'마이크마틴'의 경우,아내보다는 국가를 우선으로 하는 것이나(P128),
동생의 실수를 떠안고 '스파이'가 되는 것들이 다 들어맞는다.
책초반부에 마이크마틴과 어린 이즈마트 탄이 만났을 때,
'고문을 당해 죽는 한이 있어도 절대 새 친구를 배신하진 않을 것이다.그것은 규약이다.'
라고 다짐하는 부분도 아프간의 국민성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다.
이리하여, '마이크 마틴'이 위장하여 '이즈마트 칸'이 되는 과정에 대한 상세한 설명이 나온다.
여기에 위장한 마이크마틴이 진짜인지 가짜인지를 조사하는 과정은 문장에 군더더기가  없고 깔끔하여 스피디함을 십분 살려내고 때문에 긴장감이 한층 고조된다.

작가가 이 책을 통하여 얘기하려던 건 이게 아니었을지 모르지만, 결국 내가 이 책을 통해서 느낄 수 있었던 것은...
9.11테러로 쌍둥이 빌딩을 무너뜨린 '오사마 빈라덴'의 '알카에다'나, '오사마 빈 라덴'을 숨겨준 '탈레반'이 무조건 나쁜 것이 아니라,
옛날부터 '아프가니스탄'이 힘의 원리에 의해 지배되는 나라였고,
영국도 구소련도 미국도...아프가니스탄을 자기네 통제하에 넣었을 때의 이득 때문에 오랜세월에 걸쳐 아프가니스탄을 건드린다.
힘이 없으면 계속 강대국의 이권에 의해 움직일 수 밖에 없음을 보여준다.
때문에, '아프간'의 입장에서 보면,
자신의 가족과 친지를 지켜준 알카에다나 탈레반보다는,
자신의 가족과 친지들의 목숨을 앗아간 미,영 등 연합국을 향하여 증오와 복수심을 키우는 건 어쩜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마이크마틴이 스파이노릇을 수락한 것이...
이들로 대변되는 엄청난 테러를 막기위해서란 거창한 이유 때문이 아니라,
자기와 가족 혈연을 끔직히 여기는 '아프간'적인 국민성 때문이 아니었을까?

우리가 알카에다, 그중에서도 탈레반을 배격하는 것은,
그들의 과격함이 '자살테러'등으로 인간을 '인간병기'처럼 사용한다는 것인데...
결과적으로 보면,'이즈마트 칸'이나 '마이크 마틴'도 대테러를 막아내기 위하여 목숨이 안타까이 스러지기는 마찬가지이다.

표면적으로 보면,9.11테러 이후...거대한 푹탄테러를 막아내는 과정에서 소수가 전사한 것이지만,
이 책에서 얘기하고자 했던 것은,
'사람이 친구를 위해 자기 목숨을 버리면 이에서 더 큰 사랑이 없나니.'
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한사람 한사람 의 목숨이 다 소중하다는 게 아닐까?
이게, '아프간'에서 보여주려 했던 일반적인 국민성이 아니었을까?
이들이 내 주변의 또 다른 나는 아닐까?

그러고 보니, 프레더릭 포사이스의 책을 제법 읽었다.
한때는 참 좋아하고 열을 올렸었는데...요번엔 예전 같지는 않다.
'코브라'의 '옮긴이의 말'을 빌리면,
포사이스의 작품을 읽고 나면 마치 지평선 너머를 바라본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작가가 지구 꼭대기에 올라앉아 세상 구석구석을 살펴보며 조곤조곤 얘기를 들려주는 것처럼 그의 넓은 시야를 만끽할 수가 있다. 그래서 포사이스를 읽은 사람은 다시는 그 이전의 사람으로 돌아갈 수가 없다고 한다. 일단 넓혀진 시야는 다시 좁힐 수가 없기 때문이다.(425쪽)
라고 되어있다.
관조적인 시야도 아니고, 지구 꼭대기에 올라앉아 세상 구석구석을 살펴보며 조곤조곤 얘기를 들려주는 거라니...'쫌' 멋지지 않은가?
하지만, '코브라'를 이해하기 위해 노 작가의 혜안을 닮으려고 나이를 먹을 수도 없고 말이다.
시간이 그렇게 그렇게 좀 지나가 주어야 하려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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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섬 2011-08-03 00:48   좋아요 0 | URL
늦게 깨어 있으니 따끈따끈한 글을 읽게 되네요.
전혀 모르는 분야의 책이네요.ㅎㅎ
폭넓은 독서를 하시는 언니가 부러울따름이에요.

sslmo 2011-08-12 09:56   좋아요 0 | URL
전 요즘 늦게까지 깨어 있는 일, 자제하려고 노력해요.^^

저도 폭넓은 독서를 하지는 않고요, 편협하게 장르소설만 들입다 파죠.
꿈섬님처럼 사랑스러운 동생을 얻게 되어 우쭐한 걸요.
잘 지내시죠?

하늘바람 2011-08-03 09:59   좋아요 0 | URL
저도 섬님 따라 부럽네요 프레더릭 포사이스 음 찾아봐야겠어요

sslmo 2011-08-12 09:57   좋아요 0 | URL
하늘바람님이 부럽다고 해주시니 몸둘 바를 모르겠네요.
찾아보니 관심이 생기시던가요?
그렇담 살짝 귀뜸해 주세요~^^

순오기 2011-08-03 10:44   좋아요 0 | URL
알라딘 서재가 좋은 이유는, 이렇게 모르는 작가와 책에 대한 친절한 안내를 받을 수 있다는 거죠.^^
더위에 잘 먹고 잘 자고... 건강하신지요?

sslmo 2011-08-12 10:35   좋아요 0 | URL
ㅎ,ㅎ...친절한 안내인지는 모르겠어요.
편협한 안내가 되지 않길 바랄뿐이죠~^^

네, 저는 그럭저럭 잘 지내요.
얼마전 그쪽 동네에 비가 많이 왔다던데 피해 없으시죠?^^

pjy 2011-08-03 17:30   좋아요 0 | URL
이렇게 애정어린? 리뷰를 보니, 모르던 작가에게 괜히 호감이 생기네요~

sslmo 2011-08-12 10:37   좋아요 0 | URL
ㅎ,ㅎ...실은 작가에 대한 '애정 어린' 리뷰가 아니라, 역자에 대한 애정 어린 리뷰예요.
암튼, 호감 가져주셔서 감사할 따름이예요~^^

프레이야 2011-08-03 21:29   좋아요 0 | URL
정말 다양한 독서영역 ^^
전쟁은 정말 무서운 후유증을 남겨요.
며칠 전 본 '그을린 사랑'도 참담했어요.
모쪼록 더운데 무조건 잘 지내세요, 양철댁님~

sslmo 2011-08-12 10:53   좋아요 0 | URL
ㅎ,ㅎ...'다양한'은 아니고, 제가 장르소설을 좀 들입다 파요.

이 책에는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한 그 정권에서, 대선을 앞두고 흐지부지 해져 버리는 얘기가 나와요.
요즘처럼 주가폭락으로 민심을 잃는 상황을 볼때, 노작가의 혜안에 혀를 내두르게 됩니다.

님도 '무조건' 잘 지내셔야 해요~^^

cyrus 2011-08-03 21:49   좋아요 0 | URL
작가의 전작들을 읽고나서 시간이 지난 뒤에 한 번에 읽었던 것들을 정리해보는 것도 좋은거 같아요.
저도 포사이드라는 작가에 대해서 알 수 있었습니다. 며칠 뒤에 폭풍이 온다던데 비 피해 없으시고
건강하셔요 ^^

sslmo 2011-08-12 11:14   좋아요 0 | URL
전 한작가의 작품이 좋으면 전작하는 버릇이 있어요.
전작을 읽다보면...일관되지 않는 작가들도 있지만, 포사이드 옹처럼 일관된 흐름을 조망할 수 있는 작가들도 있지요.
어찌되었건 닮고 싶을 따름이지만, 아직은 닿을 수 없으니 우러를 수밖에요~^^

무스탕 2011-08-04 11:25   좋아요 0 | URL
이런 책 어렵지 않으세요? ㅡ.ㅜ
사실 저같은 경우는 이런 홀딱 홀리는 리뷰를 읽으면 '아, 읽어보고 싶다'라는 호기심이 생겨 막상 책을 손에 잡으면 몇 쪽 넘기질 못해요. 취향 차이도 있겠지만 참 어려워요 ㅡ.ㅜ
그래도 나무꾼님의 리뷰는 참 좋아요 :)

sslmo 2011-08-12 11:16   좋아요 0 | URL
저도 그런 분야가 있어요~-.ㅜ
전 주로 경영, 경제 분야가 그래요.
홀딱 홀리는 리뷰라고 그래 주셔서 좋아요, 참 좋아요~^^

차좋아 2011-08-04 12:51   좋아요 0 | URL
그들의, 타인의 입장을 온전히 이해하는게 불가능 할지라도 내 입장도 아닌것을 내 생각이고 의지인양 부화내동 되어 설치지는 말아야 하는데... 그게 참 안타까워요. 여러 모습들을 지켜보면서 말이에요. 리뷰도 생각도 참 좋아요^^

sslmo 2011-08-12 11:51   좋아요 0 | URL
전, 절 좋게 봐주시는 차좋아님이 더 좋아요~^^

마녀고양이 2011-08-04 12:55   좋아요 0 | URL
프레데릭 포사이드라고 하니 귀에 무지 익었는데, '자칼의 날' 저자 맞죠?
자칼의 날은 워낙 유명한 고전인지라... 책도 영화도 참 잼나게 봤는데, 창작을 꾸준하게 했다는걸 몰랐어요.
그런데 며칠 전 신간 코너에 프레데릭 포사이드를 보고, 아 자칼의 날 하고 떠올렸잖아.

원래 그런 분위기로 쓰는 작가구나... 아하.

sslmo 2011-08-12 12:04   좋아요 0 | URL
어쩜 마고님이 흥미로워할 책일 수도 있을 듯~^^
한때 중독심리에 관심을 두었었고, 정치 현안에 일정한 관심을 유지하고 있는 그대라면 말이지.
어때, 넘겨줘?
근데 근데, 내가 얼마전에 얘기했던 리뷰를 쓰기 거시기한 그 책이야.

아이리시스 2011-08-05 23:51   좋아요 0 | URL
잘 지내셨죠? 저는 요즘 책 잘 안 읽어요. 영어공부 해야해서 그걸 붙잡고 있어요. 외국인이랑 만나면 말 한마디도 못할 거고 그럴 일도 없는데 왜 이걸 이렇게 스트레스 받으면서 해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저는 제가 언어감각과 언어배우는데 특별한 재능 같은 게 있는 줄 알았거든요. 사실 지구상 모든 언어에 관심이 있어요. 그걸 말하고 쓰는 것과는 별개로요.ㅠㅠ

보고싶어요. 저는 [아프간]도 보고싶고 나무꾼님도 보고싶어요. 더운데 건강 잘 챙기세요. 오랫동안 글이 안보이면 이 페이퍼처럼 쓰려고 열심히 책 읽고 계시는 거죠?^^

sslmo 2011-08-12 12:30   좋아요 0 | URL
아~그러시구나.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됐어요.
관심 있어 하시면 잘하게 되는 건 시간 문제일거예요, 그렇게 믿어요!
테드 창의 '당신 인생의 이야기'에 보면 외계인과 소통하는 사람이 나오는데 말이죠~^^

비로그인 2011-08-06 13:13   좋아요 0 | URL
책은 모르니 패쓰..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올려주신 책을 읽으니, 이스라엘 레바논 전쟁에 관해 얼마 전 관련 영화나 자료들을 쭉 보던 기억이 나네요.
요즘도 새벽에 또 불면이실까 좀 궁금해집니다. 저는 아마도 8월 중순 이후에 병원에서 일주일간 있을텐데 그동안 보고 싶었던 책 일주일동안 챙겨보고 오려고요 ~ ^^

sslmo 2011-08-12 12:34   좋아요 0 | URL
잘 지내시죠?
병원에서 일주일이라...좀 걱정되는걸요.
너무 아프진 않으셨음 좋겠고, 퇴원하시면 말끔하셨음 좋겠습니다.
어떤 책들을 가져가실까요?
것도 좀 궁금하구요~^^

루쉰P 2011-08-08 08:07   좋아요 0 | URL
여전히 날카로운 매의 눈으로 책을 보고 계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 저야말로 책 좀 읽어야 하는데 리뷰도 이렇게 어렵게 들어와 읽고 가네요. ㅋ

아침에 퇴근하기 전에 잠깐 시간을 내서 와서 보고 갑니다. 흠..정치적 소설은 꽤나 좋아 하는데 그것이 국내가 아니라 외국일 경우는 어렵다는 생각 밖에는 안 들더라구요. 물론 다른 국가의 상황에 대해 안 다는 것은 참으로 좋지만 전 아직도 양철나무꾼님과 같이 시간이 좀 지나가 주어야 할 듯 합니다.

폭우에다가 태풍에다가 삶도 현실도 여기 저기에서 치이는 이 속에서 양철나무꾼님의 격려와 리뷰를 읽으며 오늘도 하루를 각오하고 떠납니다. ^^

sslmo 2011-08-12 12:39   좋아요 0 | URL
잘 계신건가요?
문득 문득 교주님이 궁금해요.
요즘은 신도 관리도 엉망이시고, 알파파 발산도 뜸하신거 같아요~ㅠ.ㅠ
상처는 잘 아물고 계신거겠죠?
시간이 약일 때가 있죠.

건강하셔야 해요~^^

2011-08-14 15: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8-19 14: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8-19 15: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8-19 15: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오늘 아침 단어 문학과지성 시인선 393
유희경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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ㄲ님,
그러니까 님께서 수면제 대용으로 해주신 시집 처방은 감사하지만 실패예요.
세권 다 그렇다는 것이 아니라, 한 권이 그랬어요.

그제도 다른 날처럼 잘 준비를 하고 누웠어요.
에어컨을 틀어야 잠을 잘 수 있는 열대야의 밤이면 우리 가족은 모두 안방에 모여 복작거려요.
아들과 남편은 에어컨 바람을 직빵으로 맞는 침대 위에서,
전 에어컨 바람은 싫지만 누군가와 살이 닿지 않으면 불안해서 잠이 안오는 관계로, 발가락이라도 닿기 위하여 침대 발치의 좁은 공간에 스폰지 요를 깔고 솜이불을 가슴까지 덮고 말이지요.

읽다가 잠 들 수 있도록 가벼운 시집 한 권을 골랐어요.
설렁설렁 넘기다가 소리 내어 읊기도 하고, 몇 편은 마음 속에 새기기도 할 요량으로 말이지요.

그런데, 누워서 읽다가 이내 자세를 고쳐 앉았어요.
나와 비슷한 파장을 만났다고 해야할까요?
그동안 비슷한 파장을 만나면 자석의 같은 극처럼 밀어낸다고만 생각했었는데,
내 마음 어딘가에 감추어져 있던 더듬이가 더 가깝게 다가가기 위해 부르르 부르르 떨리는 거예요.
죄다 머릿속에 새겨넣고 싶었어요.
아니, 그동안 언어로 고착시킬 재주가 없어서 그랬지 이미 내 안에 내재되었던 감정들이라서 머릿속에 새겨넣고 말고 할것도 없었어요.

이쯤되자 유희경이 어떻게 생긴 사람인지 찾아보고 싶었어요.
전에 글에서 상상했던 것과 영 딴판인 얼굴을 만난 적도 있는지라 조심스러웠어요.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적잖이 충격이었어요.
아무도 여자라고 못 박아 얘기한 적이 없지만, 시집 겉표지의 펜화를 보고도...전 여자라고 생각했었거든요.
<오늘 아침 단어>란 시집 제목을 보곤 아침과 연결되는 희망이나 햇살 따위를 생각했었고 말이죠. 

 















아무래도 시인은 저처럼 움추러들고 숫기가 없는 사람인가 보아요.
'비극에는 용기가 필요하다(한편)'고 얘기하는가 하면,
'당신 발밑으로 가라앉는 사람이 있다면 나는 그런 사람이다(당신의 자리)'라고 하기도 해요.
'그럴땐 몰래 아프기도 하다(버린 말)'고도 하고,
또, '아내가 왜 울었는지 남편은 알 수 없었다 어쩌면 영영 알 수 없을지도 모른다'라는 표현으로 소통을 거부하고 단절과 내통하고 있으니 말이예요.

이 시대는 어쩜 누구나 다 각자의 사정으로 아파하고 있는 시대인지도 모르겠어요.
누구나 다 아픈 이 시대에 필요한 건 진단이나 처방이 아니라, 아픈 상처를 감추지 말고 드러내는 용기인지도 모르겠어요. 
환부를 드러내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한편이 되고 다독임을 얻고 위로가 되기도 한다는 걸 이젠 알겠어요.
 
저도 누군가를 애써 다독이고 위로하려 했으나 어긋나 본 경험이 있거든요.
내 자신을 그림자 속에 감추고,
우산 속에 젖어들지 않도록 가리우는 내가,
열어놓은 창문을 통해서도 마음이란 것이 전해질까봐 닫아거는 내가,
넘치거나 버거워하지 않고 제대로 할 수 있을까 조마조마 했었거든요.

그래서 시인의 '눈물, 비, 우산, 그림자'등 촉촉하고 습기를 머금은 단어들이 내게 달라붙는 것인지도 모르겠어요. 
나는 계속 젖지않을 것이고, 어둠에 물들지도 않을 거라는 걸 예감해요.
그리하여 못내 쓸쓸할 거예요.

다 좋아서 어떤 시를 골라야 할까 망설였어요.
그래도 이 시집을 선물해주신 ㄲ님과도 나누고 싶어 몇개 골라봤어요.
어쩜, 이 시집을 통째로 님께 선물해야 할지도 모르겠어요.
 

버린 말 

  버린 말 위에는 이파리 돋아나 흔들리고 꽃을 찾아내 피워 올리다가 지나가는 사람의 아래, 툭 던지기도 하다 바람이 불고 피가 놀고 거리에 찾아가 한없이 등지고 서 있다가 문득 돌아서는 버린 말 위에는 친구가 찾아오기도 하다 엿보는 사람들이 있고 애써 뒤적이는 사람들도 있고 좁은 골목으로 들어서고 그림자를 날름대기도 하는 그럴 땐 몰래 아프기도 하다 아니오와 예 사이를 끈기 있게 망설이는 사람이 있으면 어깨를 툭 치고 직장으로 돌아가는 사무원처럼 춥기만 하기도 하다 꿈이 너무 많은 아이처럼 복도를 지나가며 어떤 소리를, 추억을 불러일으킬 괴음을, 그렇지만 쓸모없지만은 않은, 그런 소리를 흉내 내는 것이 있고 애써 모른 척하기에는 너무 나이가 들지 않았는지 망설이는 버린 말은 인파를 향해 나 있는 테라스에도 앉아 있는 것이다

   

너가 오면 

 그렇게, 네가 있구나 하면 나는 빨래를 털어 널고 담배를 피우다 말고 이불 구석구석을 살펴본 그대로 나는 앉아 있고 종일 기우는 해를 따라서 조금씩 고개를 틀고 틀다가 가만히 귀를 기울여 오는 방향으로 발꿈치를 들기도 하고 두 팔을 살짝 들었다가 놓는 너가 아니 너와 비슷한 모양으로라도 오면 나는 펼쳤다가 내려놓는 형편없는 독서 그때 나는 어떤 손짓으로 어떻게 웃어야 슬퍼야 가장 예쁠까 생각하고 그렇게 나, 나, 나를 날개처럼 접어놓는 너 너 너의 짓들 너머로 어깨가 쏟아질 듯 멈춰놓는 모습 그대로 아니 그대로, 멈춰서 멈추길 멈췄으면 다시처럼 떠올려 무수히 많은 다시 다시와 같이 나를 놓고 앉아 있었으면 나를 눕히고 누웠으면 그렇게 가만히 엿보고 만지고 아무것도 없는 세계의 밋밋한 한 곳을 가리키듯 막막함이 그려져 손으로 따라 걸어 들어가면 그대로 너를 걸어갈 수 있을 것만 같아서 조금 알 수 있을 것 같아서 숨이 타오름이 재가 된 질식이 딱딱하게 그저 딱딱하게만 느껴지는 그건 너가 아니고 기실, 나는 네 눈 뒤에 서 있어서 도저히 보이질 않는 너라는 미로를 폭우를 폭우 쏟아져 내리는 오후처럼 기다려 이를 깨물고 하얗게 질릴 때까지 꽉 물고 어떻게든 그러므로, 너로부터 기어이 너가 오고

 

같은 사람 

눈을 감아도
눈을 떠도
같은 사람이라서
수천 수백 수십의
같은 사람이 살짝
웃는 거라고
두 뺨에 손을
두 손을 이마에
번질 수 있도록
내어주는 거라고
같은 사람이라서
눈을 감는 거라고

 

닿지 않는 이야기
---L에게 

 달이 있더라니 구부러진 뒤에야 밝은 줄 알았다 귀를 대고 한참 서 있었다 그저 아득하기만 한 그런 밤이었다 누가 손등을 대고 까맣도록 칠해놓은 그런 

 앉았다가 떠난 자리를 꽃이라 부르고 많은 것을 보여주고 싶었던 그래, 누가 흔들고 지나간 것들을 모아 그늘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그러니 꽃이 다 그늘일 수밖에 

 있었던 말들을 놓아주었더니 스르륵 눈이 감겼다 감고 싶었다 그랬다고 손목을 놓아주는 건 아니었을텐데 스르륵 소리가 나고 눈을 감았다 

 그것도 소원이라고 휘청거리는 바람이 피었다 아무리 잡아도 허공이었다 허공에 대고, 울어놓은 자리마다 흔적이 생겼다 그 자리는 건들지 않았다 꺾을 힘마저 놓아버렸다 

 
음, 쓰다보니 넋두리가 되었네요.
넋두리를 페이퍼도 아니고 리뷰로 올리려니 살짝 부끄러워 졌어요.
하지만 내가 이 시집의 평점에 기여하고 싶었어요.
별 다섯개를 꾹꾹 눌러주고 싶었어요.
이 글을 읽어주시는 그대라면, 이 시집을 읽으셨던지 또는 읽게되실 그대라면 제 마음을 알아주실 수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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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7-23 11: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7-23 11: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7-25 13: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7-29 13: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녀고양이 2011-07-23 12:14   좋아요 0 | URL
넋두리 무지하게 이쁘네.... 글타고 계속 창문을 닫아건다는게 맘에 든다는건 아녜요, 홍홍.

sslmo 2011-07-24 20:35   좋아요 0 | URL
무지하게 예쁜 댓글이네~^^
내 그대를 향하여 창문을 활짝 열어둡지요~!

세실 2011-07-23 14:20   좋아요 0 | URL
아 고와라...어쩜 글이 마고님 말처럼 이뻐요.
감성이 참 풍부한 시인이네요.

오늘 아이들은 해리포터 보고 전 마당을 나온 암탉 봤어요.
짠한 감동과 웃음을 주는 꽤 괜찮은 애니메이션이에요~~~

sslmo 2011-07-24 20:39   좋아요 0 | URL
전 며칠 전에 고지전 봤는데...참 좋았어요.

이 시인 참 멋져요.
나이 서른 넘은 남자의 앞날이 이처럼 궁금해져 보기는 처음이예요~^^

하늘바람 2011-07-24 10:58   좋아요 0 | URL
님 서평은 정말 멋있어요
저도 반하겠는걸요

sslmo 2011-07-24 20:40   좋아요 0 | URL
아, 쑥스러워라~^^;;;
고맙습니다.

2011-07-24 21: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7-29 14: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글샘 2011-07-25 01:30   좋아요 0 | URL
저도 유희경이 여자인 줄 알았다가, 사진 찾아보니 저 사진이 나오더군요. ㅎㅎ
이 시집을 이미 읽은 저로서도 꾹꾹 눌러 별을 주고 싶은 그 맘을 알죠. ^^
참 멋진 시집에 이쁜 넋두리입니다.

유희경의 앞날까지 궁금해 할 정도라면... 단단한 팬이 되셨군요. ㅎㅎ

sslmo 2011-07-29 14:04   좋아요 0 | URL
유희경 제대로 비타령이어서 좋았는데...
서울은 큰비로 인한 타격이 커요.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을 생각하면...이마저 조심스러워져요.

부산도 큰비가 내렸다던데, 어제는 김진숙님이 몹시 궁금하더군요~ㅠ.ㅠ

2011-07-27 19: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7-29 14: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7-28 22:28   좋아요 0 | URL
흠. 사진 보고 놀랐어요. 너무 명백히 여자 이름이었는데!!ㅎ

이 작가 나랑 비슷한 파장이다, 라고 느끼는 독서를 저도 좀 해 보고 싶어요~
"비극에는 용기가 필요하다."에 똥그래미여요~.

* 댓글 보다가 결심했어요. 고지전하고 마당을 나온 암탉 볼 거에요!

sslmo 2011-07-29 14:08   좋아요 0 | URL
ㅎ,ㅎ...섬님 고지전 강추예요.
마당을 나온 암탉은 저도 아직 못봤어요.
우리 손잡고 보러 갈까요?^^

2011-07-29 19:38   좋아요 0 | URL
후후 손이 아주 길어야 잡을 수 있을 거 같은 예감이...
나무꾼님은 수도권에 계시죠? 전 그 대각선 반대편에 거주한답니다. ㅋㅋ

오늘 고지전 결국 못 보고 집에 왔어요. 좀 오래 했음 좋겠네요. 언제 볼 수 있으려나~~
(3박4일 출타 예정에 그 이후 상당히 바쁠 거라서요~)
엊그제 케이블티비로 의형제 봤는데, 영화 잘 만들더군요. 그 감독. 아마 더 세련되어진 의형제,거나 의영제 비슷하게 세련되거나, 그럴 거 같은 느낌..^^

sslmo 2011-08-12 09:50   좋아요 0 | URL
그 대각선 반대라 하면 어디일까요?
부산?포항?일본?

3박4일 출타 후 무사귀환 하셨는지요?
남부 지방에 장난 아니게 비가 내렸다면서요~ㅠ.ㅠ

어떻게 고지전이랑 마당을 나온 암탉, 보셨어요?^^

무스탕 2011-07-29 14:35   좋아요 0 | URL
조금전에 고지전 보려고 예매했어요. 강추라는 말씀 읽으니 예매해갈 잘 했다는 생각이 또 드는군요 ^^

오늘은 슬쩍 더우려합니다 =.=

sslmo 2011-07-29 14:38   좋아요 0 | URL
ㅎ,ㅎ...고수도 고수지만 전 신하균이 제대로 멋있었다는 거 아녜요.
예전에 웰컴투 동막골에서도 군인으로 나왔었는데 말이죠~^^

네, 넉넉한 햇살이 축복처럼 느껴지는 거 있죠~^^

순오기 2011-08-01 13:40   좋아요 0 | URL
별점 다섯 개를 꾹 눌러받은 시집이군요.
유희경 하면 매창의 연인이 떠오르네요.^^

sslmo 2011-08-12 09:46   좋아요 0 | URL
아~조선 중기의 시인이요.
이 사람도 시인이었다~!
생각지도 못했던 걸 끄집어내 주시는 센스~^^

하늘바람 2011-08-04 12:15   좋아요 0 | URL
다시 와서 읽고 갑니다

2011-08-12 09: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여름이 좋다.
햇살 따가운 여름날이 되면 살고 싶어진다.
지루한 장마를 견딜만 한것은 그 뒤에 있을 이런 날들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따가운 햇살이 살갗을 내리찌르면 그걸 자극제 삼아 괜히 액티브해진다. 
 
며칠 전 점심시간에 짬을 내어, 내가 다닌 고등학교를 갔었다. 
필요한 서류가 몇개 있었는데,
가까운 동사무소 가서 인터넷으로 발급 받으면 된다는 걸 알면서도 그냥 발길이 그렇게 움직였다.
내려쬐는 햇살에 제대로 샤워가 하고 싶었나 보다. 

내가 이 학교를 마지막으로 가본게 언제였나?
그러고 보니 대학생때,
사학재단의 비리(?) 정도는 아니고, 선생님들의 처우 관련 시위에 졸업생 몇명이 참여했었다.
고딩들과 담합하여 대자보를 몇번 붙였었고, 그로인해 선생님들께 붙들려가 몇번 야단도 맞았었다.
20년 전의 일이다.
 
교문 앞에서 점심을 드시고 들어가시던 국어선생님을 맞닥뜨렸다.
선생님께서 '졸업생, 재학생 간담회'때 부를테니 연락처를 알려달라고 하셨다.
그건 대학에 갓 입학한 새내기들이나 하는건데 생각하면서도, 나는 여우 같은 수작을 부렸다. 
"어, 갑자기 제 핸드폰 번호가 기억이 안 나네요. 선생님 번호를 찍어주세요."
그리하여 선생님의 핸드폰 번호를 따는 데도 성공했다, 아흑~.
그 와중에도 선생님이 들고 계시던 책 제목은 훔쳐 보았다.
"선생님도 이 책 읽고 계시네요?"
"너도 읽었구나."
"연분과 운명 얘기, 좋았어요."
말씀은 안 하셨지만, '여전하구나, 너'하시는 표정이었다.










 
 옛 그림 보면 옛 생각 난다
 손철주 지음 / 현암사 / 2011년 5월


직장으로 돌아오면서 선생님을 떠올렸어야 하는데, 손철주를 생각했다.
언제부턴가 수사가 화려한 글은 그닥이었다.
손철주도 화려한 수사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다.
활짝 피다 못해 흐드러지는데, 왜 그의 글은 어쩌지 못하겠는 것인지, 원. 

그건 그의 화려한 수사가 본질을 과대포장하거나 왜곡시키는 것이 것이 아니라,
본질을 돋보이게 하기 때문이지 싶다.

소박한 그림일수록, 그는 깊이 파고 든다.
그러니 그의 수사라는 것은 소박한 것은 돋보이게, 화려한 것은 한풀 꺾어 숨 죽여...
나 같은 문외한도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더하고 덜어냄이 자유자재다.

옛그림에 옛글들을 접목시킨 건 또 어떤가 말이다.
원래 그림과 글이 짝으로 붙어있던 것이 아닌가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
그의 설명 하나 하나가 이치에 닿는 것이 자연스러운 깨달음을 준다.
그런 그가 침 튀기며 하는 이런 프로포즈를 나는 그냥 지나칠 수가 없는 것이다.

정 깊은 우리 옛 그림은 정 주고 봐야 한다. 아름다운 것은 예다운 것이고 예다운 것은 아름다운 것이다. 옛것의 아름다움이 새 것의 아름다움이 되려면 묵은 정을 돌이켜야 한다. 그 정을 찾아 베풀고 싶은 소망이 이 책에 도사리고 있다. 정 나눌 짝이 하마 그립다. 공감하는 그대여, 보라. 그림 밭을 일군 옛 사람의 붓 농사가 어이 저토록 풍요로운지.(7쪽)

선생님을 뵈서 반가웠지만 한편으론 좀 슬펐던 것이, 세월은 비껴갈 수 없는 것인지...좀 늙으셨더라.
나랑 열살밖에 차이가 안 나는데...
그 시절 그리 반짝거리셔서 나를 설레이게 만들었던 그 분이 맞는지, 의심스러웠다.
(참, 커트 머리 여고생이 아줌마가 된 자신은 왜 돌아보지 못하는 것인지~ㅠ.ㅠ)
이젠 어디에도 선생님의 흰 진바지를 빨아댈 사람들이 없는걸까? 
아니다, 눈처럼 흰 진바지를 입기 거북한 체형으로 바뀌셨을 일인지도 모르겠다. 

손철주는 이런걸 예견했었는지, 이런 저런 경계를 하고 있는데...살짝 옮겨보면 이렇다.

청년은 봄맞이가 즐겁고 노년은 봄앓이가 힘겹다. 하여도 젊은이들아, 우쭐대지 말거라.
봄나들이 길에 꽃 아래 취해 쓰러진 노인을 보거들랑 뒷날의 날인가도 여겨라.(21쪽)
이 그림은 추저분하지 않다. 외려 정겹다. 지나는 이도 늙은 양반의 실례를 살짝 고개 돌려 못 본 척 해줄 것 같다. 그것이 넉살과 익살로 눙치는 조선의 톨레랑스다. 무얼 봐서 용서하라고? 코 대고 맡아봐라. 지린내가 안 난다.(29쪽)

손철주는 이렇게도 한마디 건넨다.

사람들아, 숨은 이는 숨게 하고 간 이는 가게 하자. 사라져 그립거들랑 솔바람조차 그분인양 여기자.(45쪽)

손철주의 글들을 읽다보면, 옛사람들은 다 신선이 아니었나 싶다.
옛사람이 하는 건, 옛사람의 그림이랑 글 속에 등장하는 건...죄다 풍류고 신선놀음처럼 여겨진다.

눈이 내릴 때부터 매화를 기다리고,
봄이 되면 밭을 가는게 아니라, 꽃놀이 일색이다.
꽃놀이 가면 술도 한잔 씩 마셔줘야 하고,
나무에 기대 낮잠도 즐겨야 한다.
봄밤엔 낚싯대를 드리우고 달빛도 낚아줘야 한다.
꽃놀이에 술독에 빠진 이들만 나왔으면 아쉬울 뻔 했는데...
밭가는 소, 개울가에서 빨래하는 처자 등도 교묘히 섥어 넣는다. 

혜원의<연못가의 여인>을 보곤 '조선판 쩍벌녀'라고 너스레를 떤다.
김두량의 <늙은개>는 한가로움이 제대로 배어있다.
물을 보면 몸을 담글 생각을 하기 마련인데, 옛날엔 어쩐일인지 그저 구경만 한다.
겨우 발을 담그고는 '조금 벗고도 한껏 시원한 피서, 탁족의 즐거움이다'라고 얘기한다.
웃통 벗어던지고 짚신도 삼아야 하고, 매미가 시끄럽게 울어도 주어야 한다.
장대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날, 삿갓 쓰고 도롱이를 입은 이의 입성을 향하여 맨발에 하의실종이라고 눙친다.
'손에서 촉촉한 먹색이 우러남은 그린 이의 마음이 젖었던 까닭이다.(151쪽)' 같은 문장은 훔쳐오고 싶다.

가을은 추석과 풍요, 겨울은 새해 기원의 그림들이 한몫한다.

개인적으로, 조중묵의 <눈온날>이라는 그림을 처음 만났는데 참 좋았다.
눈온날, 화가는 밖에서 안을 들여다 보며 그림을 그리고 있다.
창문가에 팔을 괴고 눈구경을 하는 사람이 있어 그림에 온기가 돈다.
소나무는 매화나무가 있어, 화가는 창문가의 선비가 있어 외롭지 않을게다.

아무래도 내가 가장 좋았던 건 '어초문대'의 고사를 따라 그렸다는 정선의<어부와 나무꾼>이 아니었나 싶다.

옛 그림을 보면 옛 생각이 난다는 데,
난 옛 사람을 봤더니 또 다른 옛 사람이 생각 났다.

오랫만에 만난 사람을 옛 사람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고,
떠오르는 옛 사람과 옛 생각이 있는 것도 보니, 이제 나도 나이를 좀 먹었는가 보다.
그런 것들을 선명하지 않은 익숙함이나 타성이라고 하여 깔고 뭉개는 것이 아니라, 연륜이라는 반짝이는 혜안으로 빛내고 싶다. 


항상 그가 보고싶어 창문을 열어놓지만,
그것은 높은 곳에서 불어오는 맑은 바람에 대한 기다림 정도이고,
기실 멀리서 그의 모습이 보인다든지, 목소리가 들린다든지 하면...창문을 닫아걸만큼 난 용기가 없다.

하지만 그와 내가 속한 세계 사이에 교집합이 존재하다보니,
낯선 이에게서 바람에 묻혀오듯 그의 안부를 듣게 되면 뭉클하고 마음 아프다.
"너무 늙어 보이고 뱃살도 나오고...푸석푸석하고, 암튼 이상하더라구."
그럴테지, 수 년을 내 손으로 빚어놨던 사람인데...
CST, 알렉산더테크닉, 회맹판테크닉, 튜닝 포크에, 편도처치까지...
이름을 열거하기 힘들 정도의 온갖 처치로 그를 자극하고 깨어있게 했었는데,
그게 하루 아침에 단절되니 그럴 수도 있을테지~

실상 내가 궁금한 건, 그의 외양이 아니라 그의 내면이다.
늙어보이고,
뱃살이 나오고,
살은 푸석거리고,
이빨이 몽창 빠져 틀니를 했다고 해도 용서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사람들 사이에 있을 때 그를 반짝반짝하게 만들어 주던 그것,
가볍고 여유로운 걸음걸이,
상대방을 향한 작은 배려의 행동들,
뱃 속 깊숙한 곳에서 터져나오는 웃음소리,
그런 것들이 우러나는 따뜻한 마음을 아직도 가지고 있는지 궁금하다.

그렇다면, 세월이 더 한참 흘러...
내 몸은 늙어 사랑할 수 없더라도 마음만은 여전히 그를 사랑할 수 있을 것이다.

아, 그러고 보니 생각났다.
그 옛날, 선생님 딸내미 이름을 공모하였었는데, 내가 지었던 '다솜'이라는 이름이 채택되어...이름값을 받기로 했었다.
이름값은 그간 내가 선생님께 받은 가르침으로 퉁쳐 버릴테니,
이제 스무살이 되었을 다솜아, 아빠 셔츠와 바지 좀 깔끔하게 다려드리면 안되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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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7-21 13: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7-21 14: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하늘바람 2011-07-21 15:20   좋아요 0 | URL
조중묵의 눈온날 그림 참 좋네요 한참 바라보다 갑니다.
님도 여름좋아하시나봐요 저도 좋아해요

sslmo 2011-07-24 20:08   좋아요 0 | URL
넹, 여름이 좋아요~^^
그런데 오늘은 비가 와서 다행이라고 하고 앉았어요.
김진숙님이 고공농성 200일째라네요.
전 시원한 거 먹고 에어콘 바람 쐬면서...여름이 좋아 좋아 하는데, 그곳에서 얼마나 힘드실까요~ㅠ.ㅠ

글샘 2011-07-21 18:28   좋아요 0 | URL
가볍고 여유로운 걸음걸이,
상대방을 향한 작은 배려의 행동들,
뱃 속 깊숙한 곳에서 터져나오는 웃음소리...

멋진 분이군요. ^^
자기를 예쁘게 만드는 데 골몰하는 사람은 갈수록 추해지구요.
남을 예쁘게 보는 눈을 만드는 사람은 세월이 갈수록 보석처럼 빛난다는 이야기가 있답니다.

멋진 옛날 사람을 앞으로도 많이 만드시길 바랍니다. ^^

sslmo 2011-07-24 20:12   좋아요 0 | URL
샘 바람대로 될 거 같아요.
알라딘, 이 동네에는 도처에 멋진 사람들 뿐이어서 말이죠~^^

cyrus 2011-07-21 20:52   좋아요 0 | URL
은사님이 읽고 계신 책이 어떤 책인지 궁금하네요, 제가 읽었던 책을 은사님이 읽고 계신다면
감회가 새로울거 같아요. 갑자기 중, 고등학생 선생님들이 보고 싶어지네요 ^^

sslmo 2011-07-24 20:15   좋아요 0 | URL
은사님께서 읽고 계시던 책이 '옛 그림 보면 옛 생각 난다'였어요~^^
전 이 동네에서 나고 자라서...중,고등학교 때 선생님들은 종종 뵈요.
가끔 마트나 음식점에서 만나기도 하고, 참 목욕탕에서 원초적으로 만났을 때도 있었구요~^^

꿈꾸는섬 2011-07-21 23:18   좋아요 0 | URL
낮에 들어와서 제일 먼저 추천을 날리고는 다른 일에 정신 팔려 댓글도 못 남겼었네요.
옛사람을 추억한다는 것, 나이가 들어가는 것일지라도 너무 멋진 일인 것 같아요.^^
책도 너무 재밌을 것 같아요.^^

sslmo 2011-07-24 20:19   좋아요 0 | URL
전 한때 손철주 님 글들이 너무 좋아, 그 댁 마당쇠로 들어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어요.
추억할 사람이 있다는 것, 그리고 누군가의 추억 속에 남는다는 것...좀 외롭고 쓸쓸하겠지만, 멋진 일일 것 같아요~^^

순오기 2011-07-22 02:33   좋아요 0 | URL
서로 나이 들어서 만나는 선생님과 제자는 그 옛날을 공유하고 있으니 좋겠네요.
옛그림과 옛사람~~~ 아주 어울리는 조합이네요.^^

sslmo 2011-07-24 20:25   좋아요 0 | URL
다시 뵐 수 있을진 모르겠어요~^^
뒷모습이 참 작고 쓸쓸해 보이셔서 마음 안 좋았어요.

세실 2011-07-22 11:45   좋아요 0 | URL
"가볍고 여유로운 걸음걸이, 상대방을 향한 작은 배려의 행동들"
이런저런 일들로 조급하고 짜증나는 요즘 제게 필요한 분이예요. 아 부럽다!


sslmo 2011-07-24 20:27   좋아요 0 | URL
ㅎ,ㅎ...세실님은 님 스스로가 매력충만 에너지 발산 '한 경쾌'하시잖아요~^^

2011-07-22 13: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7-22 13: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7-24 20: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프레이야 2011-07-23 17:42   좋아요 0 | URL
은사님 만나고 오셨군요.
옛날 그림에 옛날 사람 떠올리기^^
그때 그 선생님들은 다 어떻게 살고 계실까...

sslmo 2011-07-24 20:33   좋아요 0 | URL
전 이 동네에서 나고 자라 학교를 다녀서...가끔 길거리에서 뵐 때도 있어요.
옛날에는 선생님들이 한없이 크게만 보였는데,
이젠 같이 나이 들어간다는 사실이 좀 서글프고 눈물 나요~ㅠ.ㅠ

2011-07-28 22:20   좋아요 0 | URL
햇빛 샤워. 저도 좋아해요. 특히 여름 햇빛이 제격이죠. 진짜 에너지 충전! 이에요. (장시간은 싫지만요.)

사립이니까 20년만에 가도 '그 선생님'이 계셔서 좋으네요.. 저에겐 마치 소설같은 이야기로 들려요.^^

옛사람. 말만 들어도 좋아요. 그리고 옛사람은 기억 속에 있는 것보다 연륜으로 함께 늙어가고 있는 게 더 좋아요~,이지만, 저도 추억만 할 수 있는 옛사람이 훨 더 많네요...

sslmo 2011-07-29 14:14   좋아요 0 | URL
햇살이 넉넉해요.
키 큰 해바라기나 햇살에 널어 말리닌 빨래였으면 좋겠어요.

그러고보니 그 학교에 가면 그 선생님이 계시는 것도 축복이네요~^^

2011-07-29 19:39   좋아요 0 | URL
ㅋㅋ 빨래~ 저도 햇살에 바짝 마르는 빨래가 되고 시퍼요~~

sslmo 2011-08-12 09:17   좋아요 0 | URL
엄청 늦은 답글이네요.
오늘 서울 하늘은 빗방울이 한두방울 떨어지는 것이...빨래를 내어말리긴 좋지 않아요~ㅠ.ㅠ
 


시어머니의 임종을 옆에서 지키면서 좀 힘들었다.
의사표현을 전혀 못하시는 어머니 옆에서 나는 끝까지 어머니를 놓을 수 없어하였고,
아버님은 너무 힘들어 하시니 이쯤에서 포기하자 라는 말씀을 여러번 하셨었다.
그때 난 서랍 속의 반지는 누구에게 주고 통장의 돈들은 누구에게 남겨주고...이딴 게 궁금한게 아니라
의사표현을 못하시는 어머니의 의중이 궁금하였다. 

이 세상에 오는 건 순서가 있지만 이 세상을 떠날 때는 순서가 없다.
그래서 나는 갑작스레 이 세상을 떠날 때를 대비하여, 유서를 남겨야 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장기 기증과 각막 기증, 이딴 건 벌써 여러번 내 의견을 얘기하였었고,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들을 유서로 남겨야 겠다.
근데, 막상 유서를 쓰려고 하니 그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연습이 필요하다, 하루하루 일기를 쓰는 일부터 시작하여야 겠다.

** 
나에겐 몹쓸 지병이 있었다.
밤에 잠을 잘 못자는, 굳이 이름 붙이자면 불면증인데...
그동안 난 '불면증'을 대단치않게 생각했었다.
좀 단순하게 밤에 못자면 낮에 자면 되고,
몸을 좀 혹사시키다보면 밤에도 잘 수 있다는 걸 경험도 했다.

근데, 요즘은 밤에 잠을 잘 못자면 낮에 잘 수 있게 되는게 아니라,
좀 팽팽하게 당겨진 활시위 같아서 끊어질 듯 끊어질 듯 위태위태하다.
그래서 밤에 잠을 자볼 요량으로 내린 처방이 약간의 알콜 섭취.

원래, 나의 주량은 소주 반병 정도.
주당이 봤을때는 주량이라고 하기에도 민망한 수준이지만,
온갖 종류의 술을 사다가 병아리 눈물만큼 헐어마신다.
남는 건 남편의 차지고, 이러다가 남편을 알콜리즘으로 만드는 게 아닐까 살짝 걱정스럽다. 

두보의 '곡강에서'라는 시를 보면 이런 구절이 나온다.

한조각 꽃잎이 날려도 봄빛이 줄어드는데,
온천지 바람에 날리는 꽃잎 못 견디게 시름겹다
스러지는 꽃잎 하나가 눈 앞을 시치는데,
몸이 상한다고 목을 축일 술을 마다하나


새로 얻은 병도 하나 있는데...

호흡이 짧아졌다.
예전엔 장편소설이 좋았다. 대하소설도 곧잘 읽었다.
잘 짜여진 장편소설 한권을 플롯을 따라 손에서 놓지 못하고 밤을 지새워 읽고 나면 그렇게 황홀할 수가 없었다.

요즘 책 읽기도 뜨문 뜨문이었다.
누군가는 내가 좋아하는 류의 장르소설은 하나 같이 두꺼워 손에 들고 읽기도 무겁겠다고 했는데,
그말을 들어선지 이상하게 책이 무겁게 느껴지는 것이... 
쭉 연결해 읽지를 못하니, 읽다가 그만 둔 곳을 다시 찾아 읽는 것도 벅차서 관둬 버리고,
이리저리 들춰 읽을 수 있는 시집,잠언집,명상집 따위의 짧고 굵은 것들만 이리저리 들추게 된다. 

최승자님의 신작 시집이 나왔다.
최승자님이 편찮으신 거야 예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최승자님처럼 유명한 시인도 글쓰기로 밥벌이가 힘들어 번역으로 연명하셨었고,
이젠 그것도 힘들어 국가의 보조를 받는다는 얘기는 눈물나고  맘 아프다. 
나는 글쓰기로 밥벌이가 될 정도의 실력이 안되니 이런 걱정은 기우에 불과하겠지만,
온몸을 불살라 하는 무언가가 밥벌이가 안된다는 현실이 받아들이기 버겁다.

요번 시집은 노장 사상에 한발 더 다가간 것이, 그래서 더 선문답 같고 공안 같다. 

서서히 말들이 없어진다 

                    - 최승자 -

세상이 펼쳐져 있는 한
삶은 늘 우울하다

인생은 병이라는 말도 이젠 그쳤고
인간은 언어라는 말도 이젠 그쳤고

서서히 말들이 없어진다

저 혼자 깊어만 가는 이상한 江
人類

어느 누가 못 잊을 꿈을
무심코 중얼거리는가
푸른 하늘
흰 구름 한 점
(사람이 사람을 초월하면
자연이 된다) 

 


걱정하지 마 걱정하지 마
               
                          - 최승자 -
 
태어나는 것도 아니고 죽는 것도 아니어서
우연히 연기처럼 모였다 흩어지는 걸까
 
오늘도 北海의 물고기 하나
커다란 새 한 마리로 솟구쳐 오르고
 
걱정하지 마 걱정하지 마
속살속살 눈 내리는 밤
멀리서 침묵하고 있는 대상이
이미 우리 가운데 그윽히 스며 있다. 

편찮으시다고 해서 생각나는 또 한 분은 최인호 님이다.
이분은 3년째 침샘암으로 투병 중이시란다. 그런 분이 5년 만에 <낯익은 타인들의 도시>라는 책을 내셨단다. 
난 최인호 님은 읽을 때도 있었고 건너 뛸 때도 있었다.
요번 소설은 삶과 죽음을 이야기하는 담담한 말투를 그대로 느낄 수 있다고 하니, 한번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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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lmo 2011-07-18 02:01   좋아요 0 | URL

hnine 2011-07-18 07:06   좋아요 0 | URL
전 아주 이기적이 되어서 일부러 최승자님의 시를 읽지 않고 있다지요. 그 시들이 그냥 나오는 시들이 아니라 시인의 몸이 닳고 병들어 탄생하는 시들이니 그냥 지나칠 수 없도록 마음 속에 들어앉을 것을 알고 외면하고 있다지요. 자신이 없는 거죠.
새벽에 올리시는 글들이 많은 것을 보고, 그것이 저 처럼 일찍 일어나는 새벽이 아니라 하얗게 지새운 새벽임을 알고 짐작은 하고 있었는데 불면증이 있으셨군요. 직장을 그만 두고 나니 새벽까지 잠이 안 와도, 너무 일찍 깨어도 부담이 없는 것이 좋더군요. 몸에는 분명히 안 좋을텐데 전 그냥 내버려두고 있어요. 하지만 출근하셔야 하는 양철나무꾼님은 그렇지 않으니 걱정이네요.
그때 그때 손에 잡히시는 책들 읽으시고 이렇게 글 올리시며 마음이 좀 편해질 수 있고, 그러시면 좋겠어요.

sslmo 2011-07-21 13:36   좋아요 0 | URL
늘 감사드려요.
님, 글이나 댓글을 읽다보면 저도 덩달아 생각이 깊어져요.
제 주특기는 생각이 많아 이리저리 널을 뛰는건데 말이죠~^^

술을 마시고 자는 건 접었어요.
왜냐하면, 새벽에 눈이 떠지더라구요.
그동안의 습관대로라면 막 잠들어야 할 시간에 말이죠.

그래서 다시 되는대로 살아보기로 했어요~^^

2011-07-18 08: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sslmo 2011-07-23 11:15   좋아요 0 | URL
아이쿠, 참~
왜 님의 댓글에 덧글을 빼먹었는지 모르겠네요.
더 귀하게, 오래 뵈려고 그랬나봐요.
죄송해요~ㅠ.ㅠ

님, 우리 아프지 말고...아프더라도 많이 아프지 말고, 아프더라도 잘 이겨내 보아요~

2011-07-23 17: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7-24 20: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7-26 08: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7-29 14: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울창 2011-07-18 09:35   좋아요 0 | URL
양철나무꾼님, 다독다독.....

sslmo 2011-07-21 13:45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꿈꾸는섬 2011-07-18 09:41   좋아요 0 | URL
정말 몸 상하실까 걱정되네요. 밤에 잠도 못자고, 술이라니요. 술도 그리 효과적이지 못할 것 같아요. 술 마시고 자면 숙면을 할 수 없잖아요.ㅜㅜ 편안히 잠들 수 있는 날이 얼른 왔으면 좋겠네요.^^

sslmo 2011-07-21 13:46   좋아요 0 | URL
좋은 처방 감사해요.
덕분에 해피한 날들이예요~^^

2011-07-18 09: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sslmo 2011-07-21 13:50   좋아요 0 | URL
감사해요~
님이랑 전화통화하고 많이 편안해 졌었어요.
목소리가 너무 따뜻한 것이 넉넉한 위로가 되었었어요.
그 말을 꼭 전하고 싶었는데 좀 늦었네요~^^

님 그쪽으로 직업을 바꿔 보시는 건 어떨까, 엉뚱한 상상을 했었어요.

blanca 2011-07-18 10:30   좋아요 0 | URL
토요일날 호스피스에 관한 얘기가 방영되더라고요. 영원한 이별을 그것도 속수무책으로 덮쳐 오는 것들을 저는 도저히 잘 헤쳐나갈 자신이 없어서 나이 드는 게 너무 두렵습니다. 부모님들도 때로 주변의 사람들도 결국 산다는 것은 더 많은 죽음을 견뎌 나가는 것일 테니까요. 옆지기한테 그런 얘기 했어요. 나는 부모님이 돌아가시면 감당이 안 되어 해리될 것 같다고. 어쩌면 유년시절 경험한 죽음을 저는 제대로 수습해 내지 못해서 제가 죽는 그것보다 가족이나 친우가 죽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는 것 같아요. 감히 제가 조언을 드릴 수 있다면 지금은 마음껏 슬퍼하시고 허전해하시고 억제하지 마시라는 거예요. 양철나무꾼님은 잘 해 내실 거예요.

sslmo 2011-07-21 13:57   좋아요 0 | URL
어머니의 죽음이야 예견했던 일이었기에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어요.
제가 힘들었던 건...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난 후 가족이나 친지들의 행동, 말 이딴 것에 상처받아서 였어요.
지금은 그들도 충격으로 혼란스러워 어쩌지 못했겠지 하는 쪽으로 정리하고 있어요.

이젠 햇살도 넉넉한 것이...축축한 마음 따위는 금세 내어말리면 뽀송뽀송하게 마를 것 같아요~^^

2011-07-18 10: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sslmo 2011-07-21 14:01   좋아요 0 | URL
소옹을 닮고 싶었나 봐요.
"좋은 술 마시고 은근히 치한 뒤
예쁜 꽃 보러가노라, 반쯤만 피었을때"처럼 말예요.

전 경험 처방을 중시해요.
믿고 따라 보죠~^^

알케 2011-07-18 14:27   좋아요 0 | URL
시모님의 명복을 합장.

sslmo 2011-07-21 14:01   좋아요 0 | URL
(())

하늘바람 2011-07-18 15:18   좋아요 0 | URL
아이고 양철나무님
시어머님의 임종을 지키시면서 얼마나 마음이프세요
얼마나 힘드시나요?

곡 안아드리고 싶어요

sslmo 2011-07-21 14:02   좋아요 0 | URL
와락~
우리 언젠가 이렇게 안아 봐요, 꼬옥~^^

비로그인 2011-07-18 21:59   좋아요 0 | URL
곡 하나를 올려 드리려다가 이미 올려 두셨기에. 그냥 두었습니다.

대신 양철님 올리신 글 읽으며, 음반 하나를 듣고 있습니다. 레퀴엠. 오늘은 브람스의 곡으로 골라습니다.

sslmo 2011-07-21 14:04   좋아요 0 | URL
오늘은 브람스의 레퀴엠을 듣긴 좀 그렇고,
슈만의 '시인의 사랑'을 들었습니다.
그중 '밝은 여름 아침에'를 님께 골라드리고 싶어요~^^

감은빛 2011-07-19 22:33   좋아요 0 | URL
불면증이라면 저도 보통 심각한 지경이 아닙니다.
게다가 저는 술을 확 마시면 잠이 들지만,
술을 적당히 기분좋을만큼 마시면, 오히려 잠이 안옵니다.
그래서 술을 조금 마신 날에는 어김없이 밤을 지새우는 날이 많습니다.

몰랐는데, 양철님이 다시 양철나무꾼님으로 돌아오셨군요.
하지만 그 동안 양철님이란 말이 입에 붙어버렸으므로,
앞으로도 그냥 양철님이라 부를게요.

백마디 말보다 그냥 곁에 있어주는것이 더 위로가 될 때가 있습니다.
제 마음은 양철님 곁에서 아무 말없이 그저 함께 있고 싶습니다.
부디 힘내시고, 건강 잘 챙기시길 바랍니다!

sslmo 2011-07-21 14:07   좋아요 0 | URL
그쵸~^^
새벽녁에 돌아다니다 보면 만나게 되는 닉이 몇 개 있죠.
그중 감은빛님도 제겐 참 반가운 분이셨는데 말이죠~

그냥 되는대로 하자구요.
입에 붙어버린 닉도, 제 불면증도~^^

님도 더운 날들, 맛난 거 드시고 힘내세요~^^

2011-07-20 01: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sslmo 2011-07-21 14:08   좋아요 0 | URL
저도 언제고 한 번 '우연히' 뵙고 싶어요.
제 마음은 그러고 싶어요, ㅋ~.

덕분에 좀 기운나고 살만해졌어요~^^

2011-07-20 16: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sslmo 2011-07-21 14:10   좋아요 0 | URL
문자로 넘치게 위로를 해주고서는, 뭘~^^
내가 리플라이가 더뎌 오히려 서운해할라~~~

날이 '좀' 더운데, 오히려 이런 날씨가 고마워.

2011-07-28 22:27   좋아요 0 | URL
음. 불면증이시라니. 어느 순간, 언제 그랬냐는 듯 싹 고쳐졌으면 싶군요.
6개월 불면증이었을 때 저는 거의 피곤해서 죽는 줄 알았어요.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니 어느 순간도 안 개운하더라구요...-_-; 여튼 나무꾼님이 건강하시길 기원하겠습니다.

그러고 보니 전 시집을 참 안 읽는 사람이네요. 나무꾼님 리뷰는 시집도 참 많은데 말이죠.^^

sslmo 2011-07-29 14:35   좋아요 0 | URL
계속 그러고 그러고 사는거죠, 뭐~^^
불면증은 견딜만한데, 불면증에 팽팽한 긴장까지 더해져서 좀 힘들었어요.
요즘은 그래도 팽팽함은 좀 느슨해졌어요, 덕분이예요~^^
 
풍산개 - Poongsan
영화
평점 :
상영종료


풍산은 남자다.
인옥은 여자다.

위 두 문장을 화학 반응식으로 정리해 보자면, 둘은 사랑에 빠진다...일테고,
옛날 이야기 식으로 정리해 보자면, 둘은 행복하게 오래오래 살았습니다...일 것이다.
영화 '풍산개'버젼으로 얘기하자면, '음, 음, 음 ,음, 음, 음~'인데...스포일러가 될까봐 생략~! 

잔뜩 습기를 머금은 날들의 연속이다.
내가  마치 비가 새는 천장처럼 느껴져 그대로 있다가는 무게를 견디지 못해 '푸~욱'하고 내려앉을 것만 같았다.
천장에 비가 샐때는 한쪽 귀퉁이에 구멍을 뚫어 물길을 내주면 된다고 누가 가르쳐 주었건만,
난 비가 새는 천장의 추억을 간직하고 싶지 않았는지,
'물 먹는 하마'라는 전혀 되지도 않는 처방을 했고,
그도 여의치 않아 택한 영화였다.

누군가 이 영화를 '레옹'같은 영화라며 two thumb up 했었는데,
글쎄, 그렇게 아슴아슴 눈물나는 영화는 아니었다. 
가슴에 구멍을 숭숭 뚫어 바람이 거리낌없이 드나들도록 하는 쓸쓸한 영화였다. 
결국 소가 뒷걸음질 치다가 파리라도 잡은 격이다.
하지만, 사람이 쓸쓸하다고 해서 울고 싶어지지는 않더라...
 
오히려 '김훈'의 '너는 어느쪽이냐고 묻는 말들에 대하여'가 생각났다.

"정부에 섭섭한 북파공작원이냐, 공작금이 끊긴 남파간첩이냐?"
"넌 어디야? 북조선이야 남조선이야? "
하고 물어대는 이들에게 김훈의 이 문장을 들이대고 싶었다.
"이쪽이냐 저쪽이냐를 묻는다면 나는 우습고 꼴같지 않아서 대답하지 못한다. 웃을 수밖에 없는 것이 나의 지성이다. 제발 이러지들 말라."


이 영화를 어떻게 얘기해야 할까?
로맨스영화에다, 19 금 빨간 딱지가 붙고, 노출...뭐, 이쯤 되면 엉뚱한 상상을 하는 사람들도 있을텐데...
난 '19금' 딱지가 왜 붙었는지 모르겠고,
진흙덤벅을 한 그것은 노출이라고 하기 민망한 수준이었다.
누군가는 로맨스 영화로 분류했던데, 나는 판타지 영화로 분류하고 싶다.
로맨스 영화가 되려면 둘의 사랑에 대한 언급이 있어야 할텐데...
여자 인옥은  "동무 피에선 이상하게 피 비린내가 나지 않아요." 가 고작이고,
남자 풍산은 그것도 못해 짐승처럼 포효하며 피눈물을 흘리는게 전부이다. 
 

이들의 로맨스라인 보다는 풍산의 서울과 평양을 3시간만에 주파하는 축지법이 맘에 들었다.
풍산은 인옥을 만나기 전까진 남과 북을 넘나들며 죽음을 목전에 둔 사람들의 회한을 배달하는 배달부에 지나지 않았다.
죽음을 목전에 둔 사람들이다 보니, 촌각을 다투어야 할테고, 그래서 그의 배달은 3시간만에 이루어진다.
영화 속의 사람들은 하나 같이 낮은 목소리로,'미안하다, 사랑한다, 고맙다'라고 하는데...
내가 본 현실에서의 죽음은 긴 혼수상태와 의식불명 끝에 맞닥들이게 되는 그런 것이었다.
내가 보기에 판타지 영화가 될 수밖에 없는 또 하나 이유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가 인상적이었던 이유를 꼽으라면, 말하지 않고 말을 하는 풍산을 빼놓을 수 없다.
김기덕의 전작을 본 사람들이라면,  
나도 하루종일 말을 많이 한 날은 조가비처럼 입을 닫아 거니, 낯설지 않은 설정이었는데 말이다. 

사람의 목소리는 경험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추억을 끌어당겨 준다. 사람의 목소리에는 생명의 지문이 찍혀 있다. 이 지문은 떨림의 방식으로 몸에서 몸으로 직접 건너오는데, 이 건너옴을 관능이라고 말해도 무방하다. 그러므로 내가 너의 목소리를 들을 때, 나는 너를 경험하는 것이다. 
김훈의 '너는 어느쪽이냐고 묻는 말들에 대하여'의 이런 구절이 이해가 되는 순간이었다.

배우들의 연기는 훌륭했지만...
김기덕 감독의 작품이 아니라고 했다면 나는 그래도 이 영화를 봤을까는 미지수이다.
그걸 전재홍 감독은 이렇게 얘기하고 있다.

그건 보통 사람이라면 불가능해요. 우리는 살면서 타협하게 마련이잖아요. 타협하지 않으면 굶어 죽거나 외톨이가 되거나 뒤처지는데, 그걸 다 감수하고라도 표현하려는 분이니까. 그 분의 작품에 참여했다는 것만으로도 저는 정말 영광입니다. 

말이 아니어도, 말하지 않고도 소통을 할 수 있는 방법이 아직은 있다고 생각하고 살고 싶다. 
부처님이 웃으면 가섭이 웃는다는 염화시중까지는 아니어도 말이다. 

처음의 두문장을 염화시중 버젼으로 옮겨보자면,
'창공은 온통 그대들의 것이다.' 정도가 되지 않을까?
영화 <풍산개>버젼이라고 해야 하나?
아니다, 김기덕 버젼이라고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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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jy 2011-07-14 14:14   좋아요 0 | URL
저는 관람전인데 부모님에게 추천을 했었습니다~~
엄마랑 아빠의 감상평도 절대 액션물은 아니며 로맨스도 아니고, 판타지라고 하시더군요ㅋ

전 귀퉁이말고도 사방에 구멍투성이 입니다만-_-; 기냥 천장이 막혀있는거에 감사?하면서 비새는걸 감수하고 있습니다~

sslmo 2011-07-18 02:11   좋아요 0 | URL
이쁜 샌들에, 영화 관람에 제대로 효녀이신걸요~^^

천장이 한껏 물기를 머금어 한번에 '푸욱~'만 아니면 그럭저럭이요~^^

마녀고양이 2011-07-14 16:30   좋아요 0 | URL
양철댁은 바쁜 와중에서 이 영화를 봤네?
나는 결국 놓쳤소... 비가 오니까 집 쇼파에 궁둥이 붙이고 꼼짝도 하기 싫어서
모든 약속 펑크내고 들어앉아 있는 중이거든. 이런지 얼마나 됐을까.

여러가지로 너무나 바쁜 자기에게 이런 투정은 정말 미안. 그리고... 천장에 물길 내자. 그게 좋겠어.
받칠 양동이 사줄까?

sslmo 2011-07-18 02:12   좋아요 0 | URL
천장에 물길 내는 의미를 알다니...

양동이, 그거 요즘 팔기나 할까?^^

프레이야 2011-07-14 18:38   좋아요 0 | URL
한쪽을 뚫어주는 방법, 좋으네요.
창공은 온통 그대들의 것이다, 너무 멋진 리뷰에요.
마지막 장면처럼 님의 리뷰로 가슴에 창공이 확~~ 들어안기는 느낌이에요.
쓸쓸하지만 기분 괜찮은 바람도 같이 확~
풍산도 인옥도 모두이자 아무도 아닐까요?

sslmo 2011-07-18 02:16   좋아요 0 | URL
님도 보셨군요?^^

실은 '창공은 온통 그대들의 것이다'도 좀 길죠.
'와락'어떨까요?

님의 해석이 더 멋진걸요~^^
모두이자 아무도 아닌...

2011-07-14 23:41   좋아요 0 | URL
김기덕 영화는 말 없는 주인공이 참 많더군요. 그게 굉장히, 늘 효과적이었어요. 시적이거나, 서정적이거나, 더 깊이있는 언어(말없음의 강력한 말)이거나 그랬지요. -한 네 편 정도 봤는데 말입니다.
하긴 말은 늘 너무 가벼워요. 그리고 뭐든 덜어내는 게 늘 더 힘들고요.. 사실 나무들도 풀들도 말이 없어서 더 멋있어요.

인용하신 김훈의 두 문장은 완전 매력적이에요. 왜 김훈, 김훈 하는지 알겠군요.

sslmo 2011-07-18 02:19   좋아요 0 | URL
그래서 최승자님은 '사람이 사람을 초월하면 자연이 된다.'그랬나 봐요~^^
전 김훈은 소설도 좋지만, 저런 글이 더 좋아요.

gimssim 2011-07-15 08:28   좋아요 0 | URL
천장에 비가 샐 때, 저도 한 번 써먹어봐야겠어요.
제가 필이 꽂힌 김훈의 일성은요,
"아들아 정당하게 돈을 벌어라. 그리고 써라.
아버지는 아버지가 벌어 쓰겠다."
너무가 김훈다운 문장 아닌가요?

sslmo 2011-07-18 02:22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답다'는 말을 쓰는 게 조심스럽지만, 김훈에게만은 넘치거나 부족하지 않은 것 같아요.
김훈스러운 문체, 김훈다운 문체요~

전 중전님다운 사진을 이젠 알 것 같아요.
오다가다 중전님을 닮은 사진을 만나게 되면 생각이 나던걸요~^^

꿈꾸는섬 2011-07-15 22:40   좋아요 0 | URL
김기덕 영화는 제 정서에 맞질 않아 늘 보면 후회하게 되어 이번 영화도 안 보기로 했어요.
근데 양철나무꾼님 리뷰는 정말 좋으네요.^^

sslmo 2011-07-18 02:24   좋아요 0 | URL
ㅎ,ㅎ...리뷰가 좋다고 해주셔서 좋아요~^^

저도 이 영화가 그렇게 제 정서에 맞진 않았어요~'속닥'

무스탕 2011-07-16 14:08   좋아요 0 | URL
이 영화를 보고싶은 마음 반, 관둘까 하는 마음 반, 그래요 :)

지금 김훈의 '개'를 거의 다 읽었는데 지금까지 읽었던 몇 권과 비슷것 같으면서도 특이하면서도 재미있게 읽었어요.

sslmo 2011-07-18 02:30   좋아요 0 | URL
아직 상영하고 있는데가 있을까요?
이걸 보면 왠지 '고지전'을 짝으로 봐주어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말이죠.

뭐라고 표현해야 될지 모르겠었는데, 님의 표현 참 적절하네요~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조금씩 다른 게 김훈의 매력인 것 같아요.^^

세실 2011-07-16 15:40   좋아요 0 | URL
이곳 청주엔 모처럼 맑게 개었습니다.
뜨거운 햇살이 참 반가웠습니다.
맑은 햇살덕에 통통한 다육이 잎이 빠알갛게 물들어 가는 모습이 또한 좋았습니다.

전 과속스캔들 같은 코믹 로맨스물 보고 싶어요.

sslmo 2011-07-18 02:33   좋아요 0 | URL
서울도 오늘은 비가 내리지는 않았어요.
잔뜩 찌푸리기만 한 하늘이 낮게 드리워져 있었지만요~

저도 배꼽 잡고 웃을만한 거요~^^

루쉰P 2011-07-16 16:04   좋아요 0 | URL
김훈과 풍산개라 ^^ 어떤 대상을 떠 올리며 거기에 맞는 문장을 쓰는 것은 고수가 아니면 하기 힘든 일이라 사료됩니다.

그나저나 양철댁님이 양철나무꾼으로 바뀌셨어요. ^^ 대문의 글도 바뀌시구요. 그림도 바뀌시고 근데 원래 양철댁님은 그대로시죠. ^^??

sslmo 2011-07-18 02:38   좋아요 0 | URL
교주님은 신도를 너무 과대평가하시는 경향이 있어요~^^

저, 원래 양철나무꾼이었거든요.
오즈의 마법사에 나오는 그 양철나무꾼이요.
그러니 양철댁이 그대로가 아니라, 양철나무꾼이 그대로인거죠.

양철나무꾼이던지 양철댁이던지...제 본성이 바뀌거나 하는 건 아닐테죠.

저 대문 사진은 전주의 혼불 최명희 문학관 앞뜰에서 업어온 거예요~^^

순오기 2011-07-16 17:05   좋아요 0 | URL
오, 김훈의 문장과 졀묘하게 어우러지는 영화였는데 저는 생각도 못했습니다~역시 고수는 달라요!!
말없는 풍산이 좋았고, 3시간의 환상은 현실이 되기를 간절히 빌었어요.

sslmo 2011-07-18 02:41   좋아요 0 | URL
오늘 아니다, 어제...바람 쐬러 임진각에 다녀왔어요.
임진각, 영화에서 본 풍경은 전혀 볼 수도 없는 것이 놀이동산인 줄 알았다니까요.
소리 지르면서 바이킹도 타고 말이죠~^^

잘 지내시죠? 아프지 마세요~^^

2011-07-17 09: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7-18 02:47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