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함과 마음은 전혀 별개의 것이다. 그것은 그냥 습관이지 마음과는 다르다. 마음을 잃는다는 것은 가장 슬픈 일이다. 삶을 잃는 것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때때로 자기의 마음이 밖으로 나가버린 것을 모를 때가 있다. 자신이 기르는 짐승이 집 밖으로 나가면 찾으려고 애쓰지만, 자기의 마음은 찾을 줄을 모른다. 이 세상에서 마음을 잃지 않고 끝까지 간직하고 있는 사람은 아마 어머니일 것이다. 그림자가 죽어버린 뒤에도 어머니의 마음은 남는다. 그 마음 속에 우리가 살아 있다. 그러므로 그 마음의 편린이라도 물려받았을지 모른다. 마음은 스스로 일으키며, 일으킨 것을 타인에게 전할 때 더욱 아름답다. 마음이란 바람과 같아서 불어가는 쪽으로만 불어간다. 마음은 나이를 먹지 않아, 늙지도 않고 죽지도 않는 것이다. 결국 마음이란 자기 자신이다. 그것은 닦을 때 맑고, 쓸 때 빛난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어떤 소설에서 읽은 구절이예요. 

지난 화요일 아침 글을 올리다 말고 달려갔었습니다.
미국에 나가 있는 막내 아들까지 들어오고, 보고 싶은 사람들을 한자리에 불러 모으기 위해...어머니는 잘 참고 견디셨었습니다. 

꼬박 두달 동안 어머니 병간호와 직장생활을 병행했습니다.
병간호 중에 힘든 일도, 맘 아픈 일도 많았습니다.
사람이 사람에게 상처를 입히는 것 중 으뜸은 말이라는 걸 확인하는 나날들이었고,
그런 중에 이 곳 서재의 많은 분들의 위로와 격려가 힘이 되었습니다.
전 최선을 다했고, 때문에 여한이나 아쉬움 따윈 없을 줄 알았는데...
어쩌지 못하겠는 감정의 자락들이 남아 있나 봅니다. 

큰 일은 잘 치렀지만, 며칠 마음을 어쩌지 못하겠는 것이 참 힘든 날들이었습니다.
무수한 말들로 회복 불가능한 상처를 입었다고 생각했었습니다.
그 상처가 들여다보이지는 않는데...
걷다가 길을 잃게 하고, 밥을 먹다가 눈물나게 하고, 때론 상처에 고춧가루를 흩뿌린 듯 가슴이 화끈거려 견디기 힘들었습니다.  

이리저리 걷다가 이런 간판을 만나기 전까지는 말입니다.

사물의 밝은 측면 만을 바라보는 건 진실이 아니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진실은 그런 의미에서 이 사진 한장과 동의어가 아닐까 싶습니다. 
사람의 마음도 그런 것 같습니다.
나와는 너무 달라서 이해할 수도, 적응할 수도 없는 타인의 마음의 영토...까지를 이해하고 받아들일 순 없어도 인지하기는 해야 겠지요.

이번 일을 겪으면서 몇가지 깨달은 바가 있었는데... 

하나는 말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말이 얼마나 날카로운 비수가 되는 지
날카로운 말들에 찔려 만신창이가 된 저는, 아마 말을 더 아끼고 조심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또 하나, 병간호를 할 때...또는 환자를 대할 때...가족들을 눈여겨 봐야한다는 걸 배웠습니다.
어머니가 아프신 동안, 아버님은 이런 저런 고민을 하시고 혼란에 빠지셨었었는데...
아버님이 어머님에게 또 하나의 병인으로 작용한다는 걸 간과했었습니다.
아버님을 챙길 생각과 여력 까지는 없었습니다.

또 하나, 그동안 전 외로워, 외로워...하고 살았었습니다.
그런데 나이들면 누구나 다 외로워진다는 걸 이번에 알았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외로움은 숙명이 아닌가 싶습니다. 

전 이렇게 미리미리 외로움을 연습하고 있으니, 외로움이란 감정을 향하연 고수가 되어 있을 겁니다.
외로움 속에서 아침이 오고 점심이 오고 저녁이 와도, 저 혼자 스스로 외롭고 그래서 스스로 행복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제 전 일상으로 돌아왔습니다.
다시 예전처럼 그렇게 그렇게 살아가겠죠.

그동안 전화로, 메일로, 문자 메시지로 안부를 물어주시고 챙겨주신 많은 분들 감사합니다.
치근 차근 답장을 드리겠습니다, 아직은 돌이키면 눈물이 앞서서 말이지요.

이젠 제 차례예요.
귀뜸해 주시면 열심히 달려가 귀 기울여 듣고, 위로하고 다독여 드리고 하겠습니다.  

 

 

 

 

 과학, 죽음을 죽이다
 조너던 와이너 지음, 한세정 옮김 / 
 21세기북스(북이십일) / 2011년 7월 

안락사, 존엄사, 연명치료, 품위 있는 죽음 따위에 대해 한참 생각했습니다.
과학이, 발달한 의학이...어느 누구에겐 참 모질지 싶기도 했고 말이죠. 

 

제가 참 아끼는, 그래서 숨겨놨던 곡인데...같이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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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1-07-08 15:08   좋아요 0 | URL
어머님이 멀리 떠나셨군요, 그동안 장손며느리로 애 많이 쓰셨습니다~ 토닥토닥

다락방 2011-07-08 15:16   좋아요 0 | URL
양철나무꾼님, 잘 견디셨습니다. 눈물이 난다면 눈물을 흘리시고, 천천히 천천히 회복하세요.
그리고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hnine 2011-07-08 15:20   좋아요 0 | URL
안그래도 어제 그제, 오는 비를 보며 양철나무꾼님 생각이 자꾸 나더라고요.
애쓰셨습니다.
좀 쉬도록 하세요.

꿈꾸는섬 2011-07-08 15:29   좋아요 0 | URL
어머님 보내시며 얼마나 많이 힘드셨을까요? 이런 저런 생각들에 많이 공감이 되어요.
토닥토닥~~ 꼬옥 안아주고 싶어요.
언니, 아프신데는 없는거죠?
언제 한번 만나서 소주 한잔하며 이런 저런 얘기해요. 우리.^^

pjy 2011-07-08 15:51   좋아요 0 | URL
그동안 어머님만큼 양철댁님도 잘 참고 견디셨었습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마노아 2011-07-08 15:58   좋아요 0 | URL
고생 많으셨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한이 남을 수밖에 없는 우리들이네요.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양철나무꾼님도 몸과 마음 잘 챙기시고요.

애쉬 2011-07-08 16:25   좋아요 0 | URL
참으로 힘드셨겠어요. 결코 마음의 짐이 가벼워진 것도 아닐 거라고 짐작하고 있어요.
하지만, 또한 계속 힘내서 살아가셔야 하잖아요.
멀리서 마음으로 응원하겠습니다.

감은빛 2011-07-08 16:43   좋아요 0 | URL
아, 그랬군요.
안그래도 한동안 안보이셔서 조금 걱정을 했었습니다.
힘든 일을 겪으면서 깨달으셨다는 부분들 공감이 갑니다.
위로의 말씀을 건네고 싶지만, 그럴 재주가 없다는 것이 안타깝네요.
그냥 힘내시라는 말씀만 전하겠습니다.
양철님 몸과 마음의 건강도 잘 추스리시길 바랍니다.

비연 2011-07-08 18:08   좋아요 0 | URL
애 많이 쓰쎴어요...양철나무꾼님.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사는 게 참...마음결 잘 다스리실 수 있는 시간들이길 바랄께요.

비로그인 2011-07-08 18:56   좋아요 0 | URL
애쓰셨네요. 어쨌든 남겨진 건 남은 사람들의 몫이겠지요.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2011-07-08 21: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1-07-08 21:24   좋아요 0 | URL
요즘 잘 안 보이셔서 걱정했는데,, 그 때동안 안부라도 물어봐야했었는데,,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마음 잘 다스리고 힘내시구요,, 더운 날 몸 건강하셔요.

blanca 2011-07-08 21:58   좋아요 0 | URL
아, 그러셨군요. 양철나무꾼님이 손을 가만히 잡아 드리고 싶어요. 좋은 곳으로 가셨을 거예요. 왜 몸이 아픈 사람이 생기면 서로들 마음을 더 아프게 하는지 모르겠어요. 번번이. 양철나무꾼님의 상처도 빨리 아물기를 바랍니다.

프레이야 2011-07-09 02:11   좋아요 0 | URL
그동안 정말 고생 많으셨어요.
편안히 가셨길 빕니다.
몸도 마음도 휴식이라도 좀 취하셔야 될텐데 또 일상이 기다리고 있겠지요.
인생부동산, 저런 곳에 가면 왠지 인생상담 한 자락 들을 수 있을 것도 같은 푸근한 이름이네요.

무스탕 2011-07-09 12:07   좋아요 0 | URL
애 많이 쓰셨어요. 같은일을 겪은지 얼마 안되는지라 남의 일 같지가 않네요..
몸도 마음도 많이 힘드실거에요. 당분간 많은 생각 하지 마시고 쉬세요.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2011-07-09 13: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saint236 2011-07-09 13:54   좋아요 0 | URL
이상하게 살아계실 때는 서운했던 것들이 생각이 나는데, 돌아가시고 나면 서운하게 해드린 것들이 생각이 나더라고요. 힘내세요.

반딧불이 2011-07-09 22:12   좋아요 0 | URL
못와보는 동안 큰일을 치루셨군요. 어떤 위로의 말씀을 드려야 할지 모르겠습니다만, 우선 어머님의 명복을 빕니다. 마음과 몸 잘 추스리시기 바래요.

쉽싸리 2011-07-10 21:00   좋아요 0 | URL
지리하게 나리는 비입니다. 어떤 균열이 생길법한 날들입니다. 잘견뎌내셨다고 믿고싶어지는 날입니다. 그래요, 잘 견디셨어요...

세실 2011-07-11 04:27   좋아요 0 | URL
아 많이 힘든 시간 보내고 계시는군요. 그렇게 그렇게 힘든 시간 잘 견디면서 우리도 나이를 먹어 가나 봅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2011-07-12 22:49   좋아요 0 | URL
뜸하신 동안 큰 일을 치르셨군요. 정말 고생 많으셨지요.. 그 동안 보낸 힘든 시간들이 양철나무꾼님 마음에 잘 갈무리되길 바랍니다.

느린산책 2011-07-14 13:03   좋아요 0 | URL
인생부동산 참 맘에 들어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양꾼님의 활기찬 컴백을 기다리며^^

oren 2011-07-14 15:59   좋아요 0 | URL
정말 힘든 일을 치르셨군요.
그리고 무어라 드릴 말씀이 없군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잘잘라 2011-07-15 00:08   좋아요 0 | URL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루쉰P 2011-07-15 04:05   좋아요 0 | URL
저 역시 뒤늦게 이리 들어와 글을 남깁니다. 무엇보다 양철나무꾼님의 건강을 생각합니다. 인생의 숱한 바람들 중에 한 바람을 보내신 것 같아요. 그동안 많이 피곤하셨겠어요. 몸도 마음도 말이죠. 저도 영 상태가 안 좋았어요. 정말 이제는 비도 그치고 웃는 날만 왔으면 해요. 힘 내세요. 정말요. 반드시 말이죠.
 
스틸 라이프 아르망 가마슈 경감 시리즈
루이즈 페니 지음, 박웅희 옮김 / 피니스아프리카에 / 2011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오랫만에 참 좋은 책 한권을 읽었어요.
장르소설을 늘상 읽기는 하지만, 장르소설이야말로 기호를 탄다는 걸 알기 때문에 이렇게 누군가에게 권하는 경우는 흔치 않은데...침을 튀겨가며 이 책을 들이대요.
별 다섯개로 부족해요.
수려한 번역에 별 하나를 더해야 하고, 오탈자가가 반을 덜어내서 별 다섯개 반이예요.
오탈자까지 들먹인다는 얘기는 책이 다른 걸로는 흠 잡을 것 없이 훌륭하다는 얘기도 돼요.
(엊그제 출간된 책이 발행일 2010년 6월 30일은 좀 그래요, 뭐...그렇다구요.)

아, 이 책을 어떻게 얘기해야 할까?
긴장해서 말을 더듬게 될까봐, 감탄사를 빙자하여 생각을 정리해 봐요.
그래요, 반전은 뛰어나지만 화려한 액션이나 불현듯 공포감을 조장하지는 않아요.
아드레날린이 마구 솟구치지도 않아요.
얘기가 어떻게 펼쳐져도 좋고, 어떤 결말을 맞게 되더라도 상관없어요.
하지만 스트레스로 돌아가시게 생겼을때, 사망을 면할 수 있는 치료약은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이 책 속에는 그런 것들이 들어있어요.

참 멋진 여자들과 남자들이 나와요.
작가 루이즈 페니는 이 멋진 여자들에게 자신의 과거, 현재, 미래를 그려넣었고,
멋진 남자들에게 함께 지내고 싶은 사람들을 그려넣었다네요.
특히 아르망 가마슈 경감에게 자신이 결혼하고 싶은 남자의 성품을 부여했대요. 

그런데 읽다보니 처음에 들었던 멋지다는 생각을 잠깐 보류시켜야 할 것 같아요.
선한 사람들이 산다는 마을 스리 파인즈가 꼭 고인 물처럼 느껴졌달까요.
<스몰플레인즈의 성녀>의 '스몰플레인즈'라는 마을이, 영화 <도그빌>에 등장했던 마을 '도그빌'이 생각나지 뭐예요.
참, 얼마전 읽었던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에 등장하는 그 마을도 있구나.

이 마을들의 공통점은 적어도 한때는 선한 사람들이 사는 천국이나 다를 것 없는 마을이었다는 거지만,
여지없이 고인 물처럼 썪고 곪아 버려요.
전에도 말했지만 고여서 미동도 않는 물이 있다면 에너지 이동의 차원에서라도 한번씩 건드려 보기예요. 

마을에 모인 사람들은 상처가 두려워서 또는 아파서 모여든 사람들은 맞지만, 
이들이 상처를 치료했는지는 의문이예요.
상처를 감추거나 비껴가려고 하진 않았는지 되짚어 봤어요. 
상처를 긍정적인 에너지나 옹이로 만들던 제인 닐이 이제 없으니, 누가 그 역할을 할까 싶기도 하고 말이죠. 

제인이 했던 역할을, 제인의 자리를 이제는 누군가가 대신 하지 않으면 안되고, 그런 사람이 그대여서 다행이라는 얘기를 꼭 하고 싶었어요.

'제인이라면 울라고, 실컷 울라고 내버려두겠지. 그리고 필요하다면 접시라도 던져서 속을 풀라고 했을거야. 제인이라면 달아나지 않을거야. 제인이라면 큰 소용돌이 앞에서도 꿈적하지 않을거야. 그러고는 나를 안고 위로하고 내가 혼자가 아니란 걸 알게 해줄 거야. 절대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그리하여 클라라는 가만히 앉아 지켜보며 기다렸다. 그리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것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알았다. 서서히 울음소리가 잦아들었다.
클라라는 애써 침착하게 자리에서 일어났다.클라라가 품에 안자 제인이 삐걱거리는 늙은 몸을 바로 세웠다. 클라라는 은총을 베풀어준 신에게 짧은 감사 기도를 올렸다. 우는 은총과 지켜보는 은총에 대해.(14쪽)

'...그녀는 제인에게 달려가고 싶었다. 그녀에게 가면 다 해결되리라. 그 부드러운 가슴을 활짝 열어 그녀를 포옹하고 그 마법의 주문을 외리라. '괜찮아, 괜찮아.'(158쪽)

내가 이 책에 멋진 사람들이 많이 나온다고 하는건 이런 이유에서예요.

"...제인을 좋아했고, 아마 사랑하기도 했을 거요. 하지만 미치진 않았지. 우리도 더러 사랑의 아픔을 겪지만 그런다고 자살을 하진 않아요. 아니, 그건 단순한 사고였을 뿐이라오."(85쪽)

 이렇게 무게 중심을 제대로 잡고 있는 사람들이 있어요. 올리비에는 또 어떻구요.

"우리 모두 대외용 이미지가 있다는 겁니다."
올리비에는 고개를 끄덕였다. 맞는 말이라고 생각했다. 게이들 사이에서 특히 그렇지 않은가. 그 세계에서는 재미있고, 영리하고, 냉소적이고, 무엇보다 매력적이어야 하니까. 늘 그렇게 보이려다가는 심신이 지치고 만다. 그것도 그가 시골로 달아나고 싶었던 한 가지 이유가 아니었던가. 스리 파인스에서는 자신에게 충실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다만, 그 '자신'이 누구인지 알아내는 데 그렇게 오래 걸리리라는 건 예상하지 못했었다.(94쪽)

멋진 사람하면 아무래도 가마슈 경감님을 빼놓을 수 없죠.
그를 쫒다 보면,
우리가 누군가를 향하여 두런두런거리는 게 아니라...
우리는 누군가가 하는 얘기들을 가만히 들어주는(들어야 하는),
제인 닐이나 아르망 가마슈 같은 사람이 되어야 하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이런 생각만으로도 좀 숨막히는 거라서, 엉뚱한 일탈을 꿈꾸게도 하지만 말예요.
뭐, 가마슈가 싫은 건 아녜요.
이런 섬세함을 가진 남자를 어떻게 싫어할 수 있겠어요.
그는 주검을 이렇게 관찰해요.

그의 깊은 갈색 눈이 그녀의 적갈색 점이 있는 갈색 손에 머물렀다. 정원에서 오랜 시간 일을 해서 거칠고 햇볕에 탄 손. 손가락에는 반지도 없었고, 반지를 낀 흔적도 없었다. 그는 갓 죽은 사람의 손을 볼 때면 언제나 아픔을 느꼈다. 그 손이 잡았을 온갖 사물과 사람들이 상상이 되는 것이다. 음식, 얼굴들, 문손잡이들. 기쁨이나 슬픔을 표하기 위해 취했을 온갖 손짓. 그리고 마지막 손짓은 틀림없이 자신을 죽인 그 타격을 막기 위한 것이었으리라. 가장 가슴을 아프게 하는 건 자기 눈을 가리는 흰머리를 무심결에 쓸어내 본 적이 없을 젊은이들의 손이었다.(54쪽)

 
숨막힘은 어쩜 지나치게 매력적이란 말과 동의어인지도 몰라요.

가마슈는 몸을 뒤로 젖히고 자신이 가장 잘하는 일을 했다. 지켜보는 것, 사람들, 그들의 얼굴, 행동을 빨아들이고, 가능하면 그들이 하는 말도 빨아들이려 했으나 사람들이 그가 앉아있는 잔디 위 나무 벤치에서 너무 멀어 많은 걸 듣지는 못했다.(70쪽) 
사냥에 대해서는 가마슈도 벤과 같은 감정이었지만 사람들의 본성이 변하지 않는다는 것에 대해서는 동의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런 대화는 그 사람의 성격을 나타나게 하는 것이었고, 그게 그의 일이었다. 사람들로 하여금 자신을 드러내게 하는 것.(77쪽) 

가마슈는 또 버지니아 울프의 '올랜도' 첫 대목이 생각났다. 올랜도가 몇 세기에 걸쳐 추구한 것은 부나 명예나 지위가 아니었다. 그렇다, 올랜도가 원한 건 단 하나, 진정한 사귐이었다.(112쪽) 

가마슈 경감은 자신의 장점, 이른바 매력을 잘 알고 있어요.
그리고 그걸 자신의 훈련생, 즉 경찰이 사건 해결을 위해 갖추어야 할 덕목쯤으로 생각하고 조언하고 있어요.
근데 글쎄요, 경감님의 그것은 매력적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훈련생이 지켜보고 관찰하되 행동하지 않는다면 그것도 좀 그럴 것 같아요.
훈련생이니까 시행착오할 수 있는 게 아닐까요?

그런 의미에서, 언젠가 그대를 만났을때...날 당황시켰어요.
나는 여지껏 하고 있는게 '지켜보고 관찰하되, 행동하지 않는 것'이거든요.
내 직업을 가진 이후로 누구를 향해서든 그랬죠.

다른 사람 어느 누구도 내가 말을 하기보다는 듣는 편이라는 것에 대해서 얘기를 한 사람이 없었는데,
그대는 내가 말을 아끼는 것을 갖고 불공평하다고까지 했었으니 말예요.
생각해보니, 내가 그대를 직업적으로 만난게 아닌데...전혀 무장해제를 하지 못했었던 거죠.
그걸 깨닫게 해 줘서 고마워요. 

"나는 지켜보네. 관찰해서 뭔가 알아차리는 걸 아주 잘하지. 그리고 들어. 귀담아듣는 거야. 사람들이 어떤 낱말과 어떤 목소리를 택해서 무얼 말하는지, 혹은 무얼 말하지 않는지. 그리고 이게 핵심이야, 니콜 형사. 바로, 선택이지.
...
배울 수 있지. 보고 들을 수 있고, 지시받은 대로 행할 수 있어. 자넨 훈련생이야. 자네가 뭔가 알거라고 기대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네. 뭔가 아는 것처럼 행동한다면 제대로 배우지 못하게 돼.
...하지만 귀 기울여 듣기도 해야 해. 마을 사람들의 말, 용의자들의말, 소문, 자네 자신의 본능이 하는 말, 동료들이 하는 말을 잘 들어야 해. "(121~122쪽 발췌인용)

가마슈는 돈주고도 얻을 수 없는 아주 중요한 몇가지에 대해서 얘기하고 있어요.
지켜보는 것, 귀담아 듣는 법, 그리고 배우는 법.
특히 배우는 건 달라지지 않으면 안되잖아요, 몸에 밴 걸 버려야 해요.

"...나이 문제는 아니라고 봅니다. 인성문제죠. 그녀는 노력하지 않는다면 쉰이 되어도 달라지지 않을거고, 오히려 더 나빠질 걸요. 그녀가 배울 수 있느냐고요? 물론이죠. 하지만 진짜 중요한 건 그녀가 그동안 배운걸 잊을 수 있느냐는 거예요. 몸에 밴 태도를 버릴 수 있느냐."(161쪽)
"하지만 머리가 좋은 것만으로는 부족해. 그걸 써야지. 그런데 자넨 쓰질 않아. 보지만 주의 깊게 보지 않고 듣지만 귀 기울여 듣질 않아."(235쪽)
"내가 생각할 수 있는 건 그녀가 더 많은 팀원들을 만나면서 풀어지기 시작했다는 것뿐이야. 그런 사람들이 있지. 일대일일 때 아주 잘 하는 사람들. 스포츠로 치면 개인종목 선수라고나 할까. 그런 사람을 팀에 집어넣으면 끔찍하지. 니콜이 딱 그 꼴인 것 같아. 협력해야 할 때 경쟁을 하거든."(263쪽) 
"...시간이 약이라고들 하지만 내 생각에 그건 헛소리요. 시간은 아무것도 하지 않으니까. 시간은 그 사람이 원할 때만 치유하는 거지. 나는 아픈 사람의 경우에 시간이 상황을 더 악화시키는 것을 보았어. 그들은 충분한 시간이 있으면 사소한 일을 되새기고 곰곰 따져서 결국 재앙으로 만들어 버리지."(349쪽)

이 책에 나오는 심리상담사도 비슷한 얘길 해요.

"저는 환자들과 공감을 상실했어요. 스물다섯 해 동안 그들의 불평을 듣다가 마침내 꺾인 거죠. 어느 날 아침, 잠에서 깨었는데 한 내담자 때문에 몹시 속이 뒤틀리는 거예요. 마흔셋인데도 열여섯 살 짜리처럼 행동하는 사람이었는데, 매주 똑같은 문제를 가지고 왔어요. '어떤 사람 때문에 속상하다. 인생은 불공평하다. 그건 내 잘못이 아니다.' 삼년 동안 이것저것 권해 보았지만 그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어요. 그러다가 어느 날 다시 그 소리를 듣고는 퍼뜩 깨달은 겁니다. 그가 변하지 않는 건 그 자신이 변하고 싶어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거죠. 그는 변하려는 마음이 없다. 이후로 이십 년이 흘러도 우리는 똑같은 헛수고를 하고 있을 거다. 그때 내담자들 대다수가 그와 똑같다는 걸 깨달았죠."(205쪽) 

한때는 나도 선한 사람들이 사는 스리 파인즈를 꿈꿨던 적이 있어요.
외로운 사람들의 얘기를 들어주는 제인 닐이 되고도 싶고,
가마슈 경감처럼 따뜻한 시선으로 사람을 지켜보고 관찰하고도 싶었어요. 
선한 사람들끼리 모여살면 악이 물들지 않으리라고 생각했었던 거죠.
"악은 특별하지 않고 언제나 인간적이어서, 우리와 함께 자고 우리와 함께 먹는다."
오든을 깜박했었던 거죠. 

실행불가능한 상상들을 혼자 하지만,
혼자 상상하는 것만으론 죄가 되지도 않고 남한테 피해를 주지도 않는다고 자위하며 하루하루를 그렇게 살아갔었던 거죠, 뭐. 

이제는 알겠어요.
들어주는 것도 중요하고, 내 말을 하는 것도 중요하고...그 사이의 여백과 여운들도 중요하다는 걸 말예요. 
그걸 깨닫게 해주셔서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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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한모리군 2011-06-28 09:08   좋아요 0 | URL
네 양철댁님 저도 아주 즐겁게 읽었어요. 인성이 정말 모든 것이죠.

느티나무 2011-06-28 09:13   좋아요 0 | URL
양철댁님의 심미안을 믿으니까 구해서 읽어보겠습니다. (며칠 전에 도그빌-세 번째-을 봤습니다.)

아이리시스 2011-06-28 12:31   좋아요 0 | URL
네, 알았어요. 다음 주문 때 꼭 사서 볼께요. 잘 계시죠?^^

하늘바람 2011-06-28 13:17   좋아요 0 | URL
오 그래요 아주 궁금해졌어요

비로그인 2011-06-29 09:34   좋아요 0 | URL
양철댁님이 그리 말씀하시니 저도 봐야겠군요. 안그래도 양철댁님과 좀 더 독서 목록이 겹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더랬어요. ^^

마녀고양이 2011-06-29 09:59   좋아요 0 | URL
아이고, 완전 지름신 서재구나, 양철댁님....
그냥 빠져드네.. ^^

항상 건강 챙기라고 잔소리하는거 알죠. 요즘 그대, 감탄스럽고 멋지더라. 원하는대로 잘 되어가길.

프레이야 2011-06-29 19:04   좋아요 0 | URL
여기서 스틸은 '여전히'의 그 스틸인가요?
여전함,이란 말이 새삼 다가왔더랬어요.
여전한 삶, 그것의 소중함, 그것의 행복을 미처 몰랐더랬어요.^^
오늘 어떤 분, 교통사고로 온몸이 부서져서 공중에 들어올려져 매달려있어도
그렇게 아파도 죽어지지가 않더란 말이 맴돌아요. 그래서 아파죽겠단,말을 그 이후론 절대 안 쓴대요.
사랑의 아픔으로도 죽지는 않지요. 그냥 교통사고 정도일 뿐이겠지요.

루쉰P 2011-06-30 09:49   좋아요 0 | URL
힘든 날 어떤 것을 털어버릴 수 있는 책을 만나셔서 다행이에요. ^^ 그 어떤 고통도 고난도 숨 쉴 수 있는 무언가가 있다면 그것으로 버틸 수 있겠죠. 이 책 극찬을 하시다니 안 볼 수가 없네요. 미친듯한 비에요. ^^ 비 조심하세요.

2011-07-01 20:16   좋아요 0 | URL
안 읽을 수 없겠네요. 알라딘의 매출은 이렇게 오르는 것이 아닐깡. 올 여름에 꼭 읽겠다고 결심했어요. (여름엔 좀 한가해지리라 기대하며~)

2011-07-04 23: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흩으시든가 괴시든가/고정희

하느님......죄 없는 강물에 불지르는 저 열사흘 달빛을 거두시든가
어룽어룽 광을 내는 내 눈물샘 단번에 절단 내시든가
건너지못할 강에 다리 하나 걸리게 하.시.든.가

하느님......시월 상달 창틀 밑에 밤마다 우렁차게 자진하는 저 풀벌레 울음을
기어코 흩으시든가 내 간음의 가을을 뒤엎으시든가
짱짱한 아궁이에 장작을 피우시든가

하느님......우리 밥숟갈의 정의에 묻어 있는 독을 닦아주시든가
적멸보궁 진신사리 별밭 속을 운행하는 심판의 불칼을 멈추시든가
능곡지변 갈대밭에 늡늡한 능금나무 향기롭게 하.시.든.가

슬프다.
내가 얘기하려는 이 책은 참 좋은, 그러나 아쉽고 안타까운 책이다. 
고정희 버전으로 얘기해 보자면, 그야말로 '흩으시든가 괴시든가'해야 하는데 일관성이 없다.

장르소설을 즐기는 사람들이라면 혹 할만한 라인업이다.
하지만, 이 중 반 정도는 우리나라에 소개되지 않은 작가들이고,
그리고 소개된 작가의 작품들도 우리의 정서에 반하거나, 지명도가 떨어지거나, 옛날 옛적에 번역된 작가들이다.

아는 몇 명 작가들의 그것만으로도 황홀할 수 있었다고 얘기하기에는, 황홀함은 너무 뜨문뜨문이고 필력은 들쑥날쑥이다. 
작가의 작품 필력을 얘기하는 게 아니라, 이 책의 글들의 필력을 얘기하는 거다.
위대한 작가들이 자신이 만들어 낸 인물에 대해 이전에 알려지지 않았던 사실들을 말하기 위해 택한 다양하고 화려한 접근법을 보게 될 거라고 했는데, 글쎄~.

이 책의 소개글에서 어떤 이는 '일주일 치 점심값'을 걸었었다.
그가 우리나라 사람이 아닌 게 천만다행이다.
우리나라였다면...여럿에게 일주일 치 점심값을 지불해야 했을 거고, 그의 파산은 명약관화하다.

오히려 소설을 쓰려는 사람에게 도움이 될 수 있겠다.
어떻게 영감을 얻고, 어떻게 인물들을 만들어 내는지, 그 인물들에 어떻게 살을 입히고 피를 돌게 하는지에 대해서 언급한 작가들이 몇몇 있다. 

하지만, 소설을 쓰려는 사람에게도 더 좋은 작법의 책은 얼마든지 있을터. 
평점을 주기 거북하면 리뷰를 쓰지 않고,
그냥 읽은 공이 아까웠다, 툴툴 거리고 퉁 쳐 버리는데... 

나는 이 책의 번역을 칭찬하기 위해 이 글을 쓰고 있는 것이다.
잘 다듬어진 수려한 번역은 아니다.
하지만, 수려한 번역을 얘기할 필요 없는 것이 이 역자는 '콰이어트 걸'에서 이미 충분히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스물 한명이나 되는 작가의 글들을...
역자가 개입하지 않고 작가의 문체와 개성을 그대로 살려 번역하고 있는데, 군더더기 없고 맛깔스럽기가 이를데가 없다. 

전에, 내가 글을 쓸 때 문단 단위로가 아니라, 호흡대로 끊는다고 했었는데...그런 의미에서 켄브루언은 짱이다.
그의 작품은 아직까지 읽은 게 없어서 그가 얼마나 간결하고 응축된 글을 썼었는지는 모르지만,
난 이 짧은 글만으로도 간결한 문장의 반복에서 느껴지는 운율감을 맛볼 수 있었고 충분히 그에게 홀릭할 수 있겠다. 

우리나라엔 선셋대로를 모티브로 한 <런던대로>만이 번역되어 있단다.
런던대로를 읽어보고 괜찮으면 원서를 욕심내 봐야겠다. 

때로 상상했던 사람들을 속속들이 알게 되면 실망하는 경우도 있다.
리 차일드의 '잭 리처'가 그런 사람이었는데...
한 곳에 머물지 못하고, 누구에게도 정을 주지못하는 그가 쓸쓸하게 느껴졌었는데,
그래서 그 쓸쓸한 등을 안아주지는 못하더라도, 한번 씩 지나는 바람처럼 툭 쳐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키 195센티미터에 체중이 113킬로그램인데 온몸이 근육질이란다.
툭 쳐주는 것이 다독거림이 되지 못하고 튕겨져 나올 것 같다. 

그래도 리 차일드는 몇 권 번역되어 있고, 다 그런대로 재미있다. 

그 다음은 마이클 코넬리다.
나는 번역되어 나와있는 마이클 코넬리를 한 권도 빼놓지 않고 챙겨 읽었었고, 
그를 나름대로 분석, 내 맘대로 규정해 놓았었다.
이곳에서 비교 페이퍼도 여러번 썼었다.

해리 보슈를 가지고도 했었고,----->으으음 으으음 우~우 우우
해리보슈와 조 파이크를 가지고도 비교했었다.----->고독 계의 지존, 절대 최강자

그런 내게 마이클 코넬리의 글은 오히려 약하다는 느낌이 들었지만, 
그래도 이 한 구절로 나도 안도하게 되었고, 앞으로의 그도 응원할 수 있겠다.
<angel flight>, 아직 번역 전인 책인가 본데, 성냥갑 점괘에 이런 말이 나온단다.
"자신의 내면에서 안식을 찾는 사람이 행복한 사람이다. 해리에게는 그 말이 앞으로 다가올 일을 짐작할 수 있게 해주는 힌트였다."(77쪽)
해리는 임무를 수행하는 동시에 자신의 내면에서 안식을 찾고 있었던 것이다. 

라인업의 글만으로 멋진 사람을 선택하라면 단연 '존 코널리'이다.
사실 존 코널리의 작품들을 좋아하지는 않았었는데,(난 공포물이 별로다~ㅠ.ㅠ) 
이 책에 등장하는 그의 작품에 대한 변은...그의 작품관 뿐만 아니라 인생관을 짐작하게 해준다. 

그는 로스 멕도널드를 존경한다.
내 생각에 인간과 인간이 겪는 고통에 대한 맥도널드의 따뜻한 시선이 벨린다 페레이라의 죽음에 대한 내 반응에 영향을 미친 것 같다...(중략)...주인공인 사립탐정 찰리 파커는 분노와 복수에 대한 욕망이 아니라 그가 받는 고통으로 규정되는 인물이다. 그는 직접 고통을 겪어봤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고통받게 놔두려 하지 않는다. 이렇게 타인의 아픔에 공감하는 능력 덕분에 그는 이기심이나 비탄으로 자신을 망가뜨리지 않을 수 있었고, 그가 쫒는 부인과 아이의 살인범에게 파괴되지 않을 수 있었다...(중략)...나는 모든 것을 잃고 살아남기 위해, 모든 것을 잃은 후에도 인간으로 남기 위해 애를 쓰는 남자에 대해 쓰고 싶었다. 최악의 악몽이 현실로 실현되면 거기에는 일종의 끔찍한 자유가 존재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누구든 일단 그 정도로 끔찍한 일을 견뎌내면 다시는 어떤 것도 그를 그 정도로 아프게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내가 그에게 찰리 파커란 이름을 지어준 이유는 그와 같은 이름의 재즈 뮤지션인 찰리 파커의 별명인 버드에서 풍기는 비행, 자유, 영성의 느낌이 좋았기 때문이었다. 죽음에 얽매여 있는 그를 위로해주기 위해 그 이름을 주고 싶었다.(91쪽)
찰리 파커나 버드를 이름이나 닉으로 사용해서, 무언 중에 그를 위로하고 격려할 수 있다는 발상이 참 좋았다.
 
가장 재미있게 읽은 부분은 '로버트 크레이스'이다. 
난 이 사람이 만들어낸 엘비스 콜과 조 파이크 캐릭터를 다 좋아한다.
엘비스 콜은 좀 껄렁껄렁하게 작가와 수작을 걸고 있다.
난 로버트 크레이스가 엘비스 콜을 향하여,
"넌 희망을 상징하거든."
이라고 하는 부분에서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
"만약 네가 경찰이거나 FBI 요원이었다면 거대한 관료 체제의 일부였을 거야. 너는 네가 등에 업고 있는 체제의 전적인 영향력과 권한을 행사했을 것이고. 내가 널 그 체제 내에서 그 권위에 반해 노력하는 인물로 묘사한다고 해도 넌 여전히 그 체제의 일부야. 권력을 가지고 있는 거라고. 난 그걸 원하지 않았어.
...
넌 혼자 힘으로 살아가야 해. 나처럼. 보통 사람들처럼. 너도 우리 같은 평범한 사람들 중 하나니까 우리를 대변하는 메타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지. 
... 

저 아래 있는 사람들, 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믿을 사람이 자신밖에 없어. 크리스마스 일주일 전에 변속기가 고장 나고, 어떤 나쁜 놈이 새로 산 차를 훔쳐가고, 집세가 미친 듯이 올라가도 모두 어떻게 이 난국을 헤쳐나가야 할지 혼자서 고민하지. 그때 네가 짠 하고 나타나는 거야."  
"난 변속기는 안 가는데."
"너도 가진 거라곤 너 자신밖에 없잖아."
"내겐 파이크가 있어."
"너도 내 말이 무슨 뜻인지 알잖아. 이 미친 세상에서 홀로 어둠에 맞서는 캐릭터가 내게 영감을 불어넣어준단 말이야. 만약 네가 살아남을 수 있다면 나도 살아남을 수 있어. 네가 견뎌낼 수 있다면 저기 밑에 있는 사람들도 스스로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어. 내 말 뜻 알겠어?"(109~110쪽 부분 발췌)

좀 길지만 두 남정네의 수작이 나쁘지 않았고, 내가 장르소설을 읽는 이유와도 부합하여 옮겨봤다. 

조 파이크는 더 멋지다. 

로버트 크레이스는 어딘가 작자후기에서, 글쓰는 것도 새벽녁에 일어나서 운동을 하는 것도 조 파이크처럼 한다고 해서 놀라웠고 존경스러웠다.
나는 인간에 대해 쓴다. 내가 느끼는 성취감은 드러나지 않던 플롯의 반전을 썼을 때가 아니라 독자에게 다가가 감동시키고 독자를 이야기 속에 끌어 들이고 놀라게 하는-예상치 못했던 플롯의 반전 때문에 독자들을 놀라게 한다는 것이 아니라 인간에 대한 이해에서 나오는 여운 때문에 놀라게 되는-그런 캐릭터에서 나온다.(120쪽)
이쯤되면 난 로버트 크레이스에게 제대로 홀릭할 수 있겠다.

제프리 디버의 경우는 얘기할 것이 없다.
그의 전작을 읽은 경우라면 다 알 수 있는 이력에다가, 짧은 단편 소설 하나를 추가하였다.
그럭저럭 재밌다.
126쪽 첫 줄에 '과학 동아리와 클래식 동아리 회장으로 활동했다.'고 되어 있는데,
클래식 음악을 지칭하는 건지, 전반적인 클래식 모든 것을 통칭하는 건지 모호하다. 

이언 랜킨은 우리나라에 '부활하는 남자들' 두권만 번역되어 나와 있는 걸로 안다. 
아무래도 취향을 좀 타는 것으로 여겨졌었지만, 참 좋았고 멋있었다.
이언 랜킨의 경우, 수없이 많은 작품을 쓴 후에 차차 빛을 발하고 성공한다.

그는 문학을 전공한 학생답게 주인공에게 책을 너무 많이 읽히고 시를 외우게 한다.
근데 주인공은 경찰관이다.
경찰이 책을 많이 읽고 시를 외워서 안 되는 법은 없지만, 스물 네 살의 작가는 경찰로 일하는 게 어떤 건지 잘 몰랐을 수도 있다. 

그는 여기서 소설 작법의 큰 격언을 몸소 보여준다.
"네가 아는 것을 써라." 

알렉산더 메컬 스미스의 경우, '존 코널리'와 일맥상통하는 얘길한다.

하지만 삶이 정말로 그런 것일까? 사람들이 음마 라모츠웨 같은 여자에게 망신을 당하고 야단맞았다고 해서 단지 그것 때문에 개심하고 새사람이 되는 것일까? 아마 그렇진 않을 것이다. 인간 본성에 대해 현실적으로 바라봐야 할 필요가 있는데, 사실 사람의 본성이란 상당히 삐딱한 면이 있다...(중략)...용서는 큰 덕성이지만 유감스럽게도 우리는 가끔 복수심에 사로잡혀 용서를 잊을 때가 있다. 하지만 사람들을 증오하거나 해치려고 하는 것보다 먼저 용서할 줄 알아야 한다. 용서를 하게 되면 과거에 사로잡히는 대신 미래를 바라볼 수 있게 된다. 용서는 상처를 낫게 하는 힘을지니고 있다.(494~495쪽 발췌 인용)

이 책을 통틀어 가장 서정적인 구절을 찾으라면 이 구절을 꼽겠다. 

...그녀는 한 번도 바다를 본 적이 없지만, 가끔 바다를 보는 꿈을 꾸긴 한다. 그녀는 바다에서 나는 소리를 상상하는 걸 좋아하는데, 아마 유칼립투스 나뭇잎이 바람에 살랑거리는 소리가 바다 소리와 같을 거라고 믿는다.

옮긴이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장르소설, 축소시켜 탐정이야기 역시 삶에 대한 이야기. 사랑하고, 이별하고, 용서하고, 화해하는 이 모든 이야기를 담고 있다.
나도 책을 읽는데서 그칠 것이 아니라,
삶에 적용...사랑하고 이별하고 용서하고 화해할 수 있어야 하겠지만,
요즘 같아선 이 모두가 요원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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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1-06-22 15:28   좋아요 0 | URL
흐흐흐, 며칠 전 책 주문하면서 살까 말까 무지하게 고민하다가
다른 사람 리뷰 보고 사자 하고 빼놨는데, 지인짜 잘 했다는 안도감에 댓글을...
땡스, 몰모트가 되어주어서. 머, 소장하기 싫으면 선물로 줘도 돼..
(뻔뻔한 마녀괭이~, 우리 그런 사이자너? 자기두 나한테 좀 뻔뻔하게 굴어도 봐줄게... 으하하)

sslmo 2011-06-22 16:52   좋아요 0 | URL
잠깐만 기다려 봐봐~
요즘 내가 집을 옷 갈아 입으러 들어가는 곳으로 알고 있어서 말야.

옷도 갈아 입고 밥도 먹고 잠자는 곳이 되면...쟁여놓은 이언 뱅크스 부터 챙겨 볼게.
그러니까...그 샌들...응???^^

마녀고양이 2011-06-22 19:36   좋아요 0 | URL
헉........... 내가 아끼는 그 샌들을! ㅡㅡ;;;;;;;;;;;
모른척..... 누구세요?

2011-06-22 16: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꿈꾸는섬 2011-06-22 20:44   좋아요 0 | URL
고정희 시, 오랜만이네요. 매일 시를 읽어야지 하면서도 매일 시를 읽지 않고 있어요.ㅜㅜ

루쉰P 2011-06-22 21:13   좋아요 0 | URL
양철댁님의 독서 취향에는 놀랄 적이 많습니다. 양철댁님이 소개해 주신 구절들과 작가들을 보고 있으면 저도 읽어서 도전을 해보고 싶다는 의욕이 마구 마구 솟아요. ^^ 겉치레 말이 아니라 진짜로요. ㅋ 그전에 양철댁님이 주신 나머지 두 책을 얼른 빨리 읽어야 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나저나 인용문도 너무나 좋은데요. 존 코널리의 인용문이 지존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양철댁님이 지존이라고 생각한 작가를 저도 읽어볼려고 합니다. 왠지 너무 기대가 돼요. 저도 지금 이 책, 저 책 사고 있어서 지금 10층 석탑에 가까워 지고 있습니다. 읽는 속도가 사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데 그래도 삽니다. 책은 나올 때 사야지 안 그러면 못 산다는 마인드를 지녔기 때문이죠. 풉!

그나저나 병 간호 하시면서 페이퍼 쓰시기 힘 드실텐데, 그런 모습 속에서 많이 배워요. 전 공부를 하는 것도 힘겨워 다른 일을 못하고 있거든요. 왠지 이 공부가 인생의 마지막 찬스인 것 같은 생각이 자꾸만 들어서요. 그치만 독서도 지지 않고 도전한다는 것! 양철댁님께 배웁니다. ^^

2011-06-22 22: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프레이야 2011-06-23 08:03   좋아요 0 | URL
병간중에 놀라워요. 용서하면 정말 나아갈 수 있는거죠. 건강 돌보며 힘내요.♥

2011-06-23 13: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하늘바람 2011-06-23 13:42   좋아요 0 | URL
헉 라인업 좋은 책 소개받았어요 그런데 양철댁님고 마녀괭이님의 댓글이 넘 재미나요

같은하늘 2011-06-24 18:23   좋아요 0 | URL
양철댁님도 그 동안 안녕하셨어요?라는 인사를 드릴 수 없는 상황이시네요. -.-;;;
그 와중에도 이리 열심히 독서하시는 양철댁님 대단하세요~~~

2011-06-27 05: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6-27 22:25   좋아요 0 | URL
제가 만화를 들입다 팔 동안, 양철댁님은 장르문학을 파셨군요...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세계이옵니다.
여튼 무척 알찬 글이에요.^^

잭 리퍼를 툭 쳐 주고 싶었는데, 그는 근육질의 사나이, 툭 쳤다간 튕겨 나올 뻔했다고 하신 대목에서 푸하하하하~ 웃었어요. 그치만 툭 치면 푹 날아가버리는 빈약한 허약남도 곤란은 하겠어요. 후후후..

+ 힘든 병간호 중에 이 글을 쓰셨다는 게 믿기지 않아요! 건강 유의하세요. 양철댁님.
 

남극의 쉐프라는 영화를 보면 라면에 환장한 남자가 '내 몸은 라면으로 이루어져 있나 봐' 하고 울먹이는 대사가 나온다.
요즘 같아선 '내 몸은 커피로 되어 있나 봐'라고 하고 싶은 심정이다.
체액은 물론 피까지도 커피로 되어있지는 않을까 살짝 걱정을 했었는데...
어제 간단한 검사를 하려고 블리딩하는데 보니 커피 빛깔은 아니더라.  

정말 피곤했었는지 죽은 듯 자고 일어나서 보니...
내가 이런데서 어떻게 잠이 들었었나 싶다, 몸이 가려운 것 같아서 북북 긁고 앉아있다.
난 청소에 관해서 너무 깔끔 떠는 남편이 싫어서 돼지우리에서도 살 수 있다고 투덜거리곤 했었는데,
지금 보니...난 돼지우리에선 살 수 없는 존재였다. 

정신이 사나와서 아무 일도 할 수가 없는데,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
남극의 쉐프에선 '면과 스프면 돼. 고명도 필요없어.'라고 울먹이던데...
내 몸은 남편의 갈비뼈로 이루어져 남편이 꼭 필요하다...뭐, 이런 거창한 얘기를 하려는 게 아니라,
'청소하는 남편만 있으면 돼, 밥도 혼자 먹을 수 있고 잠도 혼자서도 잘 수 있어.'이렇게 외치고 싶은 심정이다.

나는 요리는 그럭저럭 되는데 청소가 영 젬병이다. 
지금 남편을 청소하라고 불러 들이면, 내가 어머니 옆에 가 있어야 하는데...오늘 그건 좀 싫다.
그런데 문제는 이렇게 집안이 지저분해선 그럭저럭 되는 요리도 하고 싶지가 않고,
요리를 했다고 해도 이 속에선 먹을 수 있을 것 같지가 않다.  

이 시를 빗대어서 남편을 불러들여야겠다.
내 實用의 마음이 남편에게 가 닿았으면 좋겠다.

빈 하늘에 걸린 빨랫줄 / 정진규

남들도 다 그런다하기 새 집 한 채를 고향에 마련할 요량으로 그림을 그려가다가 늙은 아내도 동차미켜 원하는 걸 그려보라 했더니 빈 하늘에 걸린 빨랫줄 하나와 원추리랑 채송화가 피는 장독대가 있는 집이면 되었다고 했다 남들이 탐하지 않도록 눈에 뜨이지 않게만 하라고 한 마디를 더 덧붙였다 實用도 끝이 있구나! 나는 놀랐다 내 텅빈 實用 때문에 텅빈을 채우려고 육십평생을 소진했구나 아내의 實用이 바뀌었구나 눈물이 한참 났다 이제서야 사람 노릇 좀 한 번 하려고 實用 한 번 하려고 나는 實用의 그림들을 잔뜩 그려넣었는데 없는 實用의 實用을 아내가 터득했구나 눈에 뜨이지 않게까지 알아버리다니 다 지웠구나 나는 아직 그냥 그탕인데 마침내 一字無識으로 빈 하늘에 걸린 아내의 빨랫줄이여! 구름도 탁탁 물기 털어 제 몸 내다 말리는구나 염치없음이여, 조금 짐작하기 시작한 나의 일자무식도 거기 가서 잠시 끼어들었다 염치없음이여, 또다시 끼어드는 나의 一生이여 원추리 핀다 채송화 핀다

미이라 /정진규 

천년 썩지 않은 미이라를 두고 썪지 않았음을 찬탄하는 사람들은 썩었어야 정상이라는 정답을 내리고 싶은 거겠지만 앞으로 천년 동안 욕망의 날내가 두고두고 진동할 사람들이다 썩지 않을 사람들이다 다만 사랑은 다르다 천년동안 썩지 않을 미이라로 네게 남겠노라고 뻔한 거짓말을 한 바 있다 지우려 했으나 지워지지 않았다 사랑은 본래 형체가 없는 것이니 본래 디딜 가장자리가 없었던 것이니 거짓말이 상습常習이다 사랑은 

'몸詩 66--병원에서'/ 정진규


몸이 놀랬다

내가 그를 하인으로 부린 탓이다

새경도 주지 않았다

몇십 년 만에

처음으로

제 끼에 밥 먹고

제때에 잠 자고

제때에 일어났다

몸이 눈 떴다

(어머니께서 다녀가셨다)


 

어쨌든 '정진규'가 누구인지 참 좋다.

내 實用의 마음이 아직 남편에게 가 닿지 않았는지 연락은 없고,
주위를 둘러보니...여기저기서 주문하고, 선물 받고, 공수해온 책 박스가 쌓여 7층 석탑을 이루었다.

잘못했다, 심심하면 박스를 갖고 테트리스라도 해서 한칸씩 지웠어야 했다. 
잘못은 심심하다고 알라딘 이 동네에 들어온 그때로 거슬러 올라가야 하는지도 모르겠다~ㅠ.ㅠ
<살인의 해석>을 읽은 내가, 제드 러벤펠드의 새 책을 보고 지르지 않고 참을 수 있냔 말이다.  



  

  

 

 

 

 

이 노래를 들으면서, 뭘 먼저 할지 고민을 좀 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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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11-06-19 21:52   좋아요 0 | URL
전 청소는 좀 되는데 요리는 하기 싫어요.
그래도 오늘 삼계탕 끓였어요. 하루만 딱 더 쉬고 싶은 일요일 밤이예요. 아.쉽.다!!

sslmo 2011-06-20 15:55   좋아요 0 | URL
저랑 정반대시네요~^^
삼계탕도 여름 보양식으론 그만이죠, 저도 삼계탕 먹고 싶어요, 추릅~

마녀고양이 2011-06-19 22:02   좋아요 0 | URL
살인의 해석을 읽은 줄 알았는데, 아닌가봐...
그럼 여의사 나오는 책은 제목이 머였지? 너무 더워서 머리가 멍... ㅠㅠ

청소라, 그러니까 남편은 청소기였구먼.... =======33333333333

sslmo 2011-06-20 16:03   좋아요 0 | URL
심리학이나 정신의학을 공부 하는데, 제드 러벤펠드 기억해 두면 좋을 듯~^^
여의사 나오는 게 어디 한둘이어야지...
퍼트리샤 콘웰은 너무 지 잘난 맛에 사는 여자라서 난 별루고,
테스게리첸이 좀 낫더라~

성능 좋은 청소기보다는 남편이 훠~얼~씬~이지...ㅋ~.

꿈꾸는섬 2011-06-19 23:56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마녀고양이님ㅎㅎㅎㅎ양철댁님 옆지기님을 청소기ㅎㅎㅎㅎㅎㅎ 어째요. 저 마녀고양이님때문에 너무 웃었어요. 죄송해요. 양철댁님.

sslmo 2011-06-20 16:05   좋아요 0 | URL
무더운 여름엔 웃음이 보약이죠.
남편도 당근 알거예요, 자기가 큰 웃음 주고 있다는 사실을...

아이리시스 2011-06-20 04:40   좋아요 0 | URL
히히 그럼 청소는 제가 해드릴까요?^^ 양철댁님이 요리를 하실 수 있게요. 그러면 잠시만요. 금방 갈게요. 으흐흐흐.

sslmo 2011-06-20 16:06   좋아요 0 | URL
아직도 꿈나라는 아니실테고...
아직 안 오셨는뎅.

아이리시스님도 청소가 낫단 말이죠?^^
으흐흐흐.

하늘바람 2011-06-20 09:01   좋아요 0 | URL
옆지기님에 대한 걱정을 청소로.
정진규 시 정말 좋네요

sslmo 2011-06-20 16:09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예민해서 병원 한번 다녀오면 두번씩 씻고 소독하는 남편보단,
병원 밥 20년 먹어 그쪽으로 수더분한 제가 훨~ 낫긴 한데...어젠 정말 병원 가기 싫었다는...
근데 제가 하루만 안 보여도 더 막 안 좋아지시니, 원~ㅠ.ㅠ

2011-06-21 16:03   좋아요 0 | URL
남편님께 실용의 마음이 빨리 가 닿기를요..하핫
그나저나 정진규도 그의 아내도 그의 시도 모두 좋아요. 이 시들를 소개해준 양철댁님도 좋아요.ㅎ

청소기.ㅎㅎㅎㅎ
아내를 위해 기꺼이 청소기가 되어주는 남자 있음 기꺼이 집에 들일 요량입니다~!

sslmo 2011-06-22 14:35   좋아요 0 | URL
정진규 님도 정진규 님이지만, 시 곳곳에 등장하는 이 분의 아내도 참 좋았는데...역쉬, 수필가라고 하시네요.

이 분에 대해서 꼬치꼬치 찾다가 흡~중단했는데요.
이 분 사진은 글이랑은 많이 다르네요~ㅠ.ㅠ

루쉰P 2011-06-22 21:01   좋아요 0 | URL
갈비뼈이신 남편을 둔 양철댁님이 너무나 부럽네요. ^^ 실용이라 할지라도 사랑이 있어야 실용이 되는법, 청소기라 불리우는 남편 분과 청소는 싫으나 다른 것은 자신 있는 예를 들면 책으로 7층 석탑을 쌓으시는 양철댁님의 조화가 뭐랄까 수레의 양 바퀴 같다고 할까요? 양철댁님과 남편 분 두 바퀴가 짝을 이루어 지금은 병석에 누워 힘드신 어머님도 태우고 기타 좋아하는 아드님도 태우고 굴곡 많은 인생의 길을 굴러 굴러서 가고 있는 것 같아, 지나가는 양철댁님 부부 수레에 대고 행복하게 잘 사시라고 외치고 싶은 마음이 팍팍 솟아나는 글이네요. 그래도 씻으셔야 병 안나요. ㅋㅋ
교주도 씻기는 합니다. ^^

비로그인 2011-06-24 22:38   좋아요 0 | URL
에고고.
더운 여름에 하늘도 낮은데.. 얼른 청명한 바람이 불어오는 것처럼 맑음이 오시길 빌겠습니다. 양철님~
 
느낌의 공동체 - 신형철 산문 2006~2009
신형철 지음 / 문학동네 / 2011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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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ㅁ양이 '자긴 사랑을 해야 해..드라마도 보고..^^' 이런 문자를 보내왔을 때만 해도,
'ㅋ,ㅋ...점심시간에 잤어.  드라마 볼 시간 있음 사랑을 해야 하고, 사랑할 시간 있음 잠을 자겠어. 상태가 메롱이야'
하는 답 문자를 보냈었다.
(이 책을 시작하기 전이었다.)

또 얼마전 '지인과 도인' 얘기를 들은 몸도, 마음도, 직업도 자유분망한 내 오랜 친구는, 
말 안해도 뭐든 다 안다는 듯,
나를 아프게 한 것도 사람이고, 그런 사람의 빈 자리를 대신 할 수 있는 것도  또 다른 사람 뿐이라며...
1,2,3...리스트를 뽑아 내 코 앞에 " 입맛 맞춰 골라봐~"하며 들이댔었다.

"또 다른 사람이라니, 친구야..."
말 안해도 다 알아주는, 한참을 어긋나 앞서 나가는 이 친구의 자유분망한 사고에 속으론 경악을 했었는데,
(당근, 이 책을 시작하기 전이었다.)
오늘은  이 친구에게도, 내게 땡큐한 문자를 보내준 ㅁ양에게도 하고 싶은 말이 생겼다.

나, 사랑하고 싶은 사람이 생겼어. 

기실, 생각이 이리저리 널을 뛴다는 소리를 듣는 나는...개떡 같이 말해도 콩떡 같이 말해주는 사람에게 홀릭하는 경향이 있다.
'하물며' 이 사람은 말을 안해도 알아듣는 묘한 재주를 지녔다.
이 사람이 건네는 시에 대한 한마디 한마디가 나를 뚫고 들어와 심장에 콕 하고 박혔고, 나를 어루만졌으며, 나를 울고 헤헤거리고 의기소침하고 지분거리게 만들었다. 
이 사람이 쓴 산문들은 다소 헐거워 내 손가락이나 마음 한자락을 집어 넣어 그를 만지고 쓰다듬고 침 발라 넘길 수도 있겠다. 

내가 이 사람을 사랑하기로 작정한 것이,
"세상의 모든 정은씨, 살아서, 꼭 살아서 행복하십시오."(123쪽)
라는 구절 때문이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난 눈물을 뚝뚝 떨어뜨렸다.
이 사람도 '내키는 대로 아무 네나 펼쳐 읽다가 '이것이 날개다'라는 제목의 시에 걸려 넘어지고 말았다. 시를 읽는데, 기습처럼 눈물이 고여들어, 그 눈물이 잦아들 때까지 가만히 도사려야 했다.'고 하고 있으니, 나의 눈물을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요즘 나는 제대로 '비틀리고  구겨지고 흔들린다'는 느낌을 받았었고, 몸에서 빠져나와 날아오르려는 몸부림 따위는 헛되이 느껴지던 터였다.
'파시즘의 시대에 자연을 노래하는 것은 범죄나 다름없다'를 내 삶에 대입시켜 보자면, '희망'이나 '행복'따위를 얘기하는 게 가혹한 형벌 같았으니 말이다.

   
 

뇌성마비 중증 지체 언어장애인 마흔두살 라정식 씨가 죽었다.
자원봉사자 비장애인 그녀가 병원 영안실로 달려갔다.
조문객이라곤 휠체어를 타고 온 망자의 남녀 친구들 여남은 명뿐이다.
이들의 평균수명은 그 무슨 배려라도 해주는 것인 양 턱없이 짧다.
마침, 같은 처지들끼리 감사의 기도를 끝내고
점심식사중이다.
떠먹여주는 사람 없으니 밥알이며 반찬, 국물이며 건더기가 온데 흩어지고 쏟아져 아수라장, 난장판이다.
                                                                                                     - '이것이 날개다' 중에서  

첫째 연이다. "그 무슨 배려라도 해주는 것인 양"을 제외한다면 (이 구절, 참 야속하고 절묘하다) 죄다 덤덤한 진술로만 돼 있다. 시인이 이런 식으로 시치미 떼면 읽는 쪽이 외려 조마조마해진다.(121쪽) 

      (...중략...) 

입관돼 누운 정식씨는 뭐랄까, 오랜 세월 그리 심하게 몸을 비틀고 구기고 흔들어 이제 비로소 빠져 나왔다, 다왔다, 싶은 모양이다. 이 고요한 얼굴.
일그러뜨리며 발버둥치며 가까스로 지금 막 펼친 안심, 창공이다.
                                                                                    - '이것이 날개다' 중에서 

마지막 연이다. 이제야 시인이 끼어든다. 정식씨는 뇌성마비 장애인이었다. "몸을 비틀고 구기고 흔들어" 겨우 말했다. 몸에서 빠져나와 날아오르려 몸부림쳤던 일생이었는가. 그리되어서 라정식 씨의 얼굴은 이제 이토록 고요한가......시인은 이렇게 이해해버렸고, 읽는 나도 수긍해버렸다. 그래야 망자의 영혼에 날개를 달아줄 수 있으니까.(122쪽) 

 
   

그리고 나는 이 사람을 사랑하게 되었다.

내가 골랐다면 이런 류의  시는 안 읽었을 것이다.
읽다보면 눈물을 뚝뚝 떨구게 마련인데...
(나는) 너무 자주 마주치게 되는 일상을 가지고,
사회적 약자를 부러 재현하고 동정의 눈물을 흘리듯 여겨져서이다.
나는 '부러' 재현하는 그것을 막아보고 싶었다.
하지만, 시인은 "좋겠다. 죽어서......"라는 아픈 말을 모질게 옮겨놓는 것으로 진심을 얘기했고,
이 사람은 말을 안해도 알아듣는 묘한 재주를 발휘하여,
시인이 끝내 절제한 그 문장을 경박한 내가 대신 써야겠다. "세상의 모든 정은씨, 살아서, 꼭 살아서 행복하십시오."
라고 얘기하고 있다.

이 책에는 여러가지 시 쓰는 마음이 나온다.
당연히 시를 읽는 마음도 나온다.
시를 쓰는 마음에 시를 읽는 마음이 널을 뛰듯 화답을 하고 있는데,
나는 시 대신 사람 또는 사랑을 대입시켜 보기도 했다. 

김경주의 몽상가를 얘기하며 다음과 같이 얘기한다. 

   
 

불가피하게 오늘은 내가 너를 사랑한다 사랑하는 사람이 없으니 오늘은 내가 너를 사랑한다 내 눈이 너로 인해 번식하고 있으니 오늘은 내가 너를 사랑한다 내 눈이 너로 인해 번식하고 있으니 오늘은 너를 사랑한다 오늘은 불가피하게 너를 사랑해서 내 뒤편엔 무시무시한 침묵이 놓일 테지만 너를 사랑해서 오늘은 불가피하다 
                                                                                                                  - '몽상가' 중에서 

그의 첫 시집에서 이보다 더 잘 만들어진 시는 얼마든지 있다. 그러나 이런 문장들 앞에서 유독 서성거리게 된다.
...우리를 사로잡아 사유를 강제하는 것은 절차탁마된 노회한 시들이 아니라 온몸이 악기인 자가 연주하는 이와 같은 혼신의 노래들이다. 그래서 그의 시는 때로 난해하지만 그 난해함은 읽는 이를 소외시키지 않고 외려 빨아들이는 이상한 난해함이다. 이모든 것이 다 '사유하는 감각'의 권능일 것이다.(29쪽)

 
   

시 쓰는 마음 하나를 배웠다, 읽는 이를 소외시키지 않는 마음.  

문태준을 두곤 이렇게 얘기한다.

   
  부럽다. 자신의 마음을 '뒤란에서 수런거리는' 것들에게 몽땅 주는 방심(放心)이 먼저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가 그런 것들의 존재를 혼신으로 호명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는 어떤 것들이 단지 '있다'는 사실만을 지극하게 기록한다. 깨달음의 발설을 자제하고, 감탄문이나 느낌표를 아낀다. 혹은 그럴 때 아름다워진다.출석을 부르는 시간만큼은 모든 학생들이 평등해지듯, 그가 이것도 '있고' 저것도 '있다'고 그 존재를 호명해줄 때 만물은 서정적 사해동포주의로 느릿느릿 물든다.(38쪽)  
   

시 쓰는 마음 또 하나, 그런 것들의 존재는 혼신으로 호명하되 깨달음의 발설을 자제한다.

이 사람의 문태준을 향한 마음을 옮겨보면 이렇다.

   
  몰인정의 시대에 그의 시는 갸륵하다. 그의 다정(多情) 때문이다. 이조년은 "다정도 병인 양하여"라 했다. 병 맞다. 이를 다정증이라 부르려 한다. 문태준은 우리 시대의 가장 탁월한 다정증 환자다. 이 환자가 우리 딱한 '정상인'들의 가슴을 찌른다. 저 환자의 눈에 우리는 도대체 얼마나 휑하고 뻔한 인생일까 싶어진다. 그래서 돌연 아연하게 옷매무새를 가다듬게 되는 것이다. 서정시란 그런 것이다. 언제 그 맥이 끊어질지 모를 이 소중한 환후(患候)를 우리는 아껴 기린다. 그는 낫지 마라. 그래야 우리가 산다.(39쪽)  
   

손택수를 향해선 이렇게 얘기한다.

   
  앞뒤 문을 다 열어놓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나도 마음을 놓아 버리고 드러누워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
'결심'이 아니라 '방심'을 해야 하는 것이다. 마음을 편히 내려놓아야 그 틈으로 시도 찭아들어오곤 하는 거이다.
그 방심은 마음을 내려놓는 일이기도 하지만 마음을 여는 일이기도 하다. 열린 마음속으로 타인들의 곡절이 흘러들어온다. 그의 시들은 사연을 품고 있을 때 특히 아름다워진다.(42쪽)
 
   

시를 쓰는 마음 또 하나, 마음을 편히 내려놓기. 

이 사람의 사랑법, 연애하는 방식은 덤으로 얻었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 받침의 모서리가 닳으면 그것이 사랑일 것이다. 사각이 원이 되는 기적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말을 좀 들어야 한다. 네 말이 내 모서리를 갉아먹도록 내버려 두어야 한다. 너의 사연을 먼저 수락하지 않고서는 내가 네게로 갈 수가 없는 것이다. 서정시가 세상과 연애하는 방식이 또한 그러할 것이다. 내 말을 하기 전에 먼저 너의 사연을 받아 안지 않으면 내 말이 둥글어지지 않는다. 이것은 기교의 문제가 아니라 태도의 문제일 것이다.손택수는 문태준과 더불어 1970년대산 서정시의 본령이다. 방심한 자가 뜨는 사랑의 눈 덕분에 얻은 성취라고 믿는다.(43쪽)  
   

내가 개인적으로 깨달음을 얻었던 구절이 있는데,
지금 내가 떠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일상에 충실하기 때문이 아니라 일상에 충분히 지극하지 못하기 때문이다.(47쪽)
나는 충분히 지극했고... 고로, 나는 지금 떠나야 한다. 

<읽어야 할 것 투성이>는 내 직업과 관련하여 몰입하여 읽었으며,
내가 이 사람을 사랑하기로 마음을 굳힌 건 <여인숙으로 오라>이다.
제대로 남자이다. 여기 옮기지는 않겠다.
옮기기에 길기도 하지만, 너무 좋아서 나눠 갖기 아깝다. 

시에 노이즈를 도입하는법(136쪽)도 나오고,
시인을 향하여 '낫지 마라'라고 모질게 말해 놓고, 시인의 직업은 문병(137쪽)이라고 얘기한다.
또 어디서는 시인의 직업은 발굴(154쪽)이라고 얘기한다.

존 버거를 인용하지 않아도 될 뻔했다.
시의 일은 부상당한 이를 돌보는 것이라고 했는데, 
위에 시 쓰는마음, 시 읽는 마음을 살짝 바꾸기만 하면...시란 마음의 빨간 약임을 알겠다.

좋은 시가 아름다운 것들에 대해 아름답게 말할 때, 그것은 지금 이 세계가 충분히 아름답다는 뜻이 아니라 아름다운 것들이 이 세계의 주인이어야 한다는 뜻(196쪽) 이란다.

그를 사랑하기 위해선 그가 들려주는 사랑론을 귀담아 들어놓을 필요가 있다.

   
  사랑으로 일어나는 싸움에서 늘 먼저 미안하다고 말하는 이는 잘못을 저지른 쪽이 아니라 더 많이 그리워 한 쪽이다. 견디지 못하고 먼저 말하고 마는 것이다. 그래야 다시 또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으니까. 더 많이 사랑하는 사람은 상대방에게 지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 진다. 나는 계속 질 것이다.(12쪽)   
   

나는 내 자신에게 백전백패할 것이다.
no woman, no love 
제목을 신형철 식으로 옮겨보자면 이렇다. 

마오, 여인아, 사랑하지를 마오......땡! 
여자가 없으면 사랑도 없다......땡! 
여자가 없으니 사랑도 못하겠네......땡!

그대, 사랑할 일만 남았다......딩동댕 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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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1-06-16 07:59   좋아요 0 | URL
양철님 흐리고 눅눅한 아침이에요.
아침부터 사랑스러운 페이퍼에 복작대는 마음 한켠 다듬어봅니다.
밑줄긋기한 문장 일부는 제가 안아서 가요~
어떤 것일까요? 너무 좋으네요.
황인숙 시인의 "사랑은 그 사람의 생을 한번더 사는 것이다"와 일맥상통하는...
지치지 마시고 그런대로 나쁘지 않은 하루 되길 바래요.^^

sslmo 2011-06-19 16:48   좋아요 0 | URL
서울은 흐리고 눅눅하지는 않은데, 덥고 불쾌지수가 높아요.

님이 사랑스럽다고 해주셔서 참 좋아요.
실은 페이퍼를 쓸때만 해도 복작대는 마음을 어떻게 눌러 감춰야 하나 했었거든요.
요즘은 '내 속엔 내가 너무 많아~'하는 가시나무가 제 주제곡 같다니까요~^^

마녀고양이 2011-06-16 11:18   좋아요 0 | URL
이거야 원, 책을 통해서 저자와 사랑에 빠졌단 말이지....
음, 안 돼 안 돼, 그건 내 처방이 아니란 말이야. 아하하.

자신을 사랑해야쥐........ 난 그거였어! 본인을 혹사 좀 시키지말란 말이야!!!!!!!! (고래고래~ 악 쓰는 중. 흐흐)

그런데, 자기 넘 바빠서 여름 번개 못 하겠지?

sslmo 2011-06-19 16:54   좋아요 0 | URL
그거였군, 내 자신을 사랑해라~
난 다요트해서 바람 피우자...뭐, 그렇게 알아들었지=3=3=3

여름 번개라...이제 여름 시작이잖아.
여러 명이 만나는 번개는 시간 조율이 그래서 힘들것 같고,
어떻게 울 둘이라도 한번 보자, 여름 가기 전에~^^

루쉰P 2011-06-16 12:54   좋아요 0 | URL
양철댁님과 같은 사랑에 빠져야 진정한 독서이지 않을까 생각을 해요. ^^ 전 나름 독서를 한다고는 하지만 그렇게 깊이 있게 사랑을 하지 못하거든요. 무어랄까? 양철댁님은 진짜 책을 사랑한다고 할까? 그런 느낌을 받아요. 전 항상 겉으로 또 겉으로 도는 것은 아닌지하고 생각을 해요. 아주 극심하게 사랑에 빠질 정도의 책에 대한 몰입이 저에게는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을 많이 하거든요.
기분이 우울하고 무거울 때..그럴 때 특히나 필요한 듯 싶어요. 그래도 사랑할 것을 만나 그 속에서 자신의 모든 것을 이겨낼 수 있는 그런 강함을 보여주시는 면에서 대단하십니다!! 흠...전 항상 배웁니다.

sslmo 2011-06-19 17:07   좋아요 0 | URL
저, 교주님과 같은 AB형이예요.
변덕이 죽 끓듯 한걸 AB형의 전형으로들 생각하지만,
전 한번 제 안에 들여 놓으면 꾸준히 오랫동안 사랑할 자신 있어요, 들이기 전에 한눈을 좀 팔아서 그렇지...ㅋ~.

사람이랑은 사랑하다가 어긋나고 헤어지기도 하고 그래 봤는데,
책이랑은 아직 없어요.
영원히 사랑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루쉰P 2011-06-22 20:48   좋아요 0 | URL
오우 역시 어쩐지 양철댁님과 뇌파가 맞는다고 생각을 했는데 같은 혈액형이셨군요. ㅋ 양철댁님의 지적처럼 AB형의 특징 중에는 사랑하는 대상에 대한 미칠듯한 스토커성 기질도 있다고 보거든요. 풉!
저도 책은 영원히 사랑할거에요. 헤헤헤

글샘 2011-06-16 14:38   좋아요 0 | URL
신형철이 힘드신 양철댁님을 잘 잡아주고 있군요.
책 참 좋죠?
매력적인 글로 가득한 책, 만나기 힘든 세상인데 말입니다.
상태가 메롱일수록 마음을 기댈 데가 있어야 돼요.
이렇게 양철댁님이 알라딘에라도 기대고 계신 거 같아서 마음이 조금 놓이네요. ^^
힘내세요~~(비록 이런 말이 힘은 안 될지라도 말입니다. ^^)

sslmo 2011-06-19 17:11   좋아요 0 | URL
그냥 알라딘이 아니고 샘도 계신 알라딘이라고 해야 겠죠~^^
때론 알라딘 때문이기도 하고, 때론 알라딘 덕분이 될 때도 있어요.

샘도 제가 개떡같이 하는 말,콩떡이나 찰떡 같이 알아듣는 재주 있으시잖아요.
문제는 샘이 하시는 콩떡이나 찰떡 같은 말들을 제가 개떡 같이 못 알아 들어서 그렇지...
늘, 고맙습니다~^^

아이리시스 2011-06-16 18:55   좋아요 0 | URL
저도 이거 어제 샀어요. 그런데 왜 이 사람이예요? 저도 있는데, 아하하하. 그냥 저를 사랑해요. 요즘 어때요, 좀 쉬고 계세요? 아, 이 책 실물로 만나고도 펼쳐보기 전에 양철댁님 리뷰 보게 되어서 좋아요~^^

sslmo 2011-06-19 17:13   좋아요 0 | URL
지금쯤 읽고 계실까?
좋죠, 좋죠?^^

님도 읽고 나시면 저 따위는 쳐다보지도 않고, 이 사람과 연애하겠다고 하실걸요~^^
저, 님의 리뷰 기다리고 있어도 되는거죠?^^

2011-06-16 20: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세실 2011-06-18 00:39   좋아요 0 | URL
"그대 사랑할 일만 남았다" 아 사랑스러워라~~~~
"불가피하게 오늘은 내가 너를 사랑한다."
사랑이란 표현은 남용해도 좋을꺼 같아요. 불륜만 아니라면요. ㅋㅋ


sslmo 2011-06-19 17:18   좋아요 0 | URL
'아 사랑스러워라~~~~'라고 표현하실 수 있는 님도 '쫌' 사랑스러우세요~^^

전 정신건강에 '사랑만큼'좋은게 없다고 생각해요.
간혹 그 사랑이 길을 잃기도 하고, 번지수를 잘못 찾아서 그렇지~

2011-06-18 22:19   좋아요 0 | URL
음. 'ㅁ'은 역시 마녀고냥님이신거죠~
전 진짜 좋아하게 될까봐 좋아한다고 못해요.ㅎㅎ 그나저나 글 참 맛있게 쓰시옵니다요.

sslmo 2011-06-19 17:21   좋아요 0 | URL
헤,헤...들켰네.

전 넷상에서랑 책이랑을 향해선 좀 남발하는 경향이 있어요.
맛있다고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섬님의 맛있고 멋있는 글들에 비하면 저야...쑥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