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박상천을 읽는다. 

시작은 '5679는 나를 불안케 한다'였지만, 읽다보니 여럿 더 읽게 되었다. 

 

난 담을 높이 쌓아놓고 살았었다.
언제부턴가 담은 조금씩 허물었지만, 낮아지면 낮아질수록 더 견고해진 것 같다.
영화를 보다가도, 책을 읽다가도, 신문을 보다가도 꺼이꺼이 잘 울지만... 

돌이켜보면 내 자신의 일로는 울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아주 작은 곳에서라도 한번 새어나오면 감당할 수 없이 허물어질 것 같아서였다.

어제 남동생이랑 다퉜다.
저녁을 먹기 위한 모임이었는데, 남동생이 자꾸 이런 저런 딴지를 거는 거였다.
이렇게 저렇게 받아주는데도 딴지를 거는 게 뭔가 할말이 있는 데 하지 못하는 거 같아, 그냥 놔두었더니...
결국 이런 말을 했다.
"난 누나가 그런 거 못한다 하고 야무지게 넘어갈 줄 알았어. 근데 이게 뭐냐? 얼마나 힘들면 보름만에 이렇게 살이 빠져?" 

남동생이 말한 그런 거란, 직장 생활을 하면서 어머니의 간병까지 하는 날 두고 하는 말이다.
급기야 날 고생시키는 남편과도 한바탕 할 태세였다.

언성은 높아지고 분위기는 험악해졌었지만,
난 어쩜 남동생이 고마웠는지도 모르겠다.
동생아, 고맙다. 

오랜만에 무장해제하고 고래고래 소리 지르고 울 수 있게 해주어서... 

 

아무 일 없었던 듯 출근을 해서 박상천을 읽다가, 

툭. 

균열이 있는 듯하여 가다듬고 재정비하려고 앉아 있다.
 

 

나의 누이들에게 

 

 
너희들은 날 걱정하고 있겠지.

오늘도 밤늦도록 술을 마시고
어두운 길을 걸어 집으로 돌아오며
바람에 흔들리는 풀꽃을 보았다.

그들은 척박한 땅에 가냐른 뿌리를 내리고,
분노같은 꽃을 피워 놓고 있었다.
왜 그들이 스스로 모든 것을 포기하지 않고
메마른 땅에라도 뿌리를 박아야 하고
분노같은 꽃들을 피워 놓아야 하는 지 생각해야만 했다.

어둠 속에 빛나는 그들의 모습은
아름다웠다.
가슴에 칼이라도 품을 만큼 독하지 못한 그들이
그렇게 아름답게 빛나야 하는 이유를 생각했다.

너희들은 또 날 걱정하고 있겠지.

오늘 밤에도 술을 마시며
바르게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
따지고 싶지는 않았다.

나는 그러한 윤리주의자가 아니다.

뜻대로 살 수 없다 해서 혹은 그와 유사한 이유로
밤마다 술을 마셔야 한다는 것은
더욱 아니다.

나는 패배주의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풀꽃들이,
왜 이 척박한 땅에 뿌리를 내리고
바람을 견디고
어둠을 이기면서 살아야 하는지
그리고 꽃을 피워야 하는지
왜 그 꽃은 분노 같아야 하는지.

독하지도 않고 쓰러지지도 않고
이 땅에서 아름답게 사는 풀꽃들을 생각했다.

나는 오늘도 술을 마시며
왜 사느냐고 자문하며 허무해 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살아 있음이 내게 감당키 어려운 만큼의
아름다운 무게로 전해져 왔다.
아, 나는 풀꽃의 아름다운 저주를 보듯
우리의 생을 본다.

너희들은 밤마다 술을 마시는 나를 걱정하고 있겠지.

 

 그리움 


 그대를 만나고서도,
 쓴 약을 한입에 넘기듯
 그립다는 말을 삼켜버린다
 물없이 넘긴 약처럼
 그리움이
 울컥 목에 걸린다

 

 헐거워짐에 대하여   


 맞는다는 것은
 단순히 폭과 길이가
 같다는 걸 말하는 게 아닌가 봅니다.

 오늘 아침,
 내 발 사이즈에 맞는
 250미리 새 구두를 신었는데
 하루종일
 발이 그렇게 불편할 수 없어요, 맞지 않아요.

 맞는다는 것은 사이즈가 같음을 말하는 게 아닌가 봅니다.
 어제까지 신었던 신발은 조금도 불편하지 않았어요.
 
 맞는다는 것은 어쩌면
 조금 헐거워지는 것인지 모릅니다.
 서로 조금 헐거워지는 것,
 서로가 서로에게 편안해지는 것,
 서로가 서로에게 잘 맞는 게지요.
 
 이제, 나도 헐거워지고 싶어요
 헌 신발처럼 낡음의 평화를 갖고 싶어요.
 발을 구부리면 함께 구부러지는
 헐거운 신발이 되고 싶어요.

 

감당할 만한 거리

 

멀리서 보는 단풍은 아름답다.
욕심을 부려 가까이 다가가
잎잎을 보면
상하고 찢긴 모습을
만날 뿐이다.

가까이 다가가 바라본
단풍든 잎잎의 상하고 찢긴 모습을 알고 있기에
우리는 가까이 다가가는 일에
겁을 낸다.
적당한 거리를 두려고 한다.

감당할 만한 거리에 서 있으려고 한다.

 

5679는 나를 불안케 한다
 

 

나는 왜,
앞에 가는 자동차 번호판 숫자를
바꾸고 싶을까
5679는 5678이나 4567로 순서를 맞추고 싶고
3646은 3636으로, 7442는 7447로 짝을 맞추고 싶을까
5679, 3646, 7442는 나를 불안케 한다.

나는 왜,
카세트 테이프는 맨 앞으로 돌려서 처음부터 들어야 하고
삐긋이 열린 장롱문은 꼬옥 닫아야 하고
주차할 때 핸들은 똑바로 해두어야 하고
손톱은 하얀 부분이 보이지 않도록 바짝 깎아야 할까
테이프와 장롱문과 핸들과 손톱이 나를 불안케 한다.

나는 왜,
시계는 1분쯤 빨리 맞추어 두고
컴퓨터의 백업 파일은 2개씩 만들어 두고
식당에서는 젓가락을 꼭 접시 위에 얹어 두어야 하고
손을 씻을 때면 비눗기가 느껴지지 않을 때까지 손을 헹구어야 할까
시계와 컴퓨터와 젓가락과 비누가 나를 불안케 한다.

그래도 나는,
나를 불안케하는 것들과 함께 살아간다, 잘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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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5-30 11: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5-30 22: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pjy 2011-05-30 11:42   좋아요 0 | URL
같이 직장 댕기는데, 사실 전업주부도 집이 직장인거죠..한사람에게 너무 과도한 짐을 지우는건 좀 그렇습니다~
남편과 번갈아가면서 하거나 형제 간에 순번을 정하는건 어떨까요? 사실 돈을 걷어서 간병인을 붙이는게 흉이 아닌겁니다..정말 이건 해보지 않으면 모르는 너무 힘든 일입니다.정신적소모도 심하고 체력적으로-_-;

sslmo 2011-05-30 22:30   좋아요 0 | URL
이래서 효자 남편을 데리고 살면 괴로운거 같아요.
남편이 너무 잘 해서 보고 있음 저도 본받고 싶어져요.
근데 따라 실천하려면 체력이 딸린다는~ㅠㅠ

2011-05-30 11: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5-30 22: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5-31 08: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6-04 17: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5-30 12: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5-30 22: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blanca 2011-05-30 12:33   좋아요 0 | URL
너무 힘들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누이를 걱정해 주는 남동생의 모습이 이쁘네요. 잘 살아가고 계심,을 믿습니다.

sslmo 2011-05-30 22:52   좋아요 0 | URL
직장을 그만 두면 좀 나아지지 않을까 싶어요.
남동생이 속상해 하는 것도 충분히 이해가 되고요.

지금은 잘 살고 있다고 장담할 수 없을 정도로 체력이 메롱이지만,
이쁘게, 잘 살아야죠~^^

2011-05-30 12: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sslmo 2011-05-30 22:54   좋아요 0 | URL
Thank you so much~!!!

2011-05-30 13: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5-30 22: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11-05-30 14:00   좋아요 0 | URL
병원생활이 생각보다 길어지는 모양이군요. 직장까지 다니시면서 간병한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닐 텐데요. 장기전이 될 것 같으면 무엇보다 양철댁님의 건강이 우선이란 생각을 하셔야 할 겁니다. 하지만 그러기 전에 빨리 쾌차하셨으면 좋겠네요...

sslmo 2011-05-30 23:09   좋아요 0 | URL
제가 잽싸진 않지만 엉뚱한 걸로는 타의추종을 불허한다고 생긱했었는데, 엉뚱한것도 체력이 받쳐줘야 가능한 일인가 봅니다.
언젠가봤던 후와님의 그 페이퍼들이 생각나서 잠시 숙연해졌었어요.

잉크냄새 2011-05-30 15:30   좋아요 0 | URL
어디서 들어본 시인인가 했더니 "헐거워짐에 대하여"를 쓴 시인이군요.

나이듦이란 이런 헐거워짐이구나 하는 맘을 갖게해준 시인이군요.

sslmo 2011-05-30 23:12   좋아요 0 | URL
나이듦이란 헐거워지는 걸 받아들이게 되는게 아니라, 자연스레 헐거워지기도 하는 거였으면 좋겠어요.
얼마큼 더 놓고, 무뎌져야 하는지 말이죠, 에효~ㅠㅠ

프레이야 2011-05-30 20:06   좋아요 0 | URL
헐거워짐에 대하여, 무척이나 공감되는 시에요.^^
마음도 좀 헐거워져야하는데 아직도 너무 들어차 있고 빡빡하니 언제쯤이면 사람구실 좀 할까요.

sslmo 2011-05-30 23:22   좋아요 0 | URL
헐거워짐이어도 좋고 빽빽함이어도 좋으니 자연스럽게 였으면 좋겠어요.
저는 말이죠, 실은 5679는 나를 불안케한다...부류예요~

섬사이 2011-05-30 21:34   좋아요 0 | URL
누이를 생각하는 동생의 마음이 짠합니다.
잘 견뎌내시라는 말도, 힘내시라는 말도,
그 어떤 말도 정말 물없이 넘긴 약처럼 목에 걸리네요.
시들이 참 서늘합니다.

sslmo 2011-05-30 23:25   좋아요 0 | URL
전 엄마가 일찍 돌아가셨어요.
동생이 제 빽이고 비빌 언덕이죠.^^

2011-05-30 22: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5-30 23: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루쉰P 2011-05-31 11:37   좋아요 0 | URL
동생 분이 대박이네요. ^^ 저도 위로 누님이 한 분 계시는데 어렸을 때는 서로 원수처럼 이를 악물고 싸웠는데 30대를 넘기고 시간이 흐르면 흐를 수록 안쓰럽기도 하고 걱정도 많이 해주는 사이가 되더라구요. 서로 쑥쓰러워서 표현은 잘 못하지만 저도 누님이 있는 것이 참으로 다행이다라고 느낄 때가 많아요. ^^

양철댁님과 동생 분과의 관계도 그럴 것이라 생각 되네요. 나이 먹어서 누님과 싸울 때는 서로 잘 되라고 잔소리하다가 싸우는 경우가 참 많아요. 서로 고생하고 안 살았으면 하는 마음이 강해지더라구요. ㅋ

sslmo 2011-06-04 18:10   좋아요 0 | URL
엄마가 일찍 돌아가시고 아빠가 참 자유분방하게 사세요.
전 그런 아빠를 가슴 짠해하며 이해하는데...남동생은 무슨 그리 바른생활 사나이라고 만날 툴툴거리고 잔소릴 해요.
근데 다시 생각해보니...가족 중에 누군가 바른생활 한명 정도 있는 것도 바람직한 것 같아요.^^

따라쟁이 2011-05-31 16:07   좋아요 0 | URL
제게도 남동생이 있어요. 그 남동생은 칠월에 제대하면 아이폰을 사달라고 토요일마다 전화를 해요. 그런 녀석도 제가 결혼할땐 축가를 해주겠다고 기타를 둘러매고 나타나더라구요. 점점 멋지게 자라줘서 그저 고맙더라구요. 왠지 짠해졌어요. 양철댁님이 고르신 시들은 죽 그냥 저를 짠하게 하네요.

sslmo 2011-06-04 18:19   좋아요 0 | URL
적금 드셨을까요, 아님 여름 휴가 상여금을 헐어 장만하실까요?
그 맘 알 수 있을 것 같아요.
그저 고마운 그 마음...
저를 비추는 거울 같아서, 다잡고 착하게 살아야지 다짐하게 돼요.


꿈꾸는섬 2011-05-31 22:38   좋아요 0 | URL
양철댁님, 요새 많이 바쁘고 힘들게 살고 계시군요. 낮에 일하시고 밤에 간병하신다는 글 보고 너무 놀랐어요. 어째요. 그래도 양철댁님 위하는 남동생이 있어 다행이다 싶긴하지만 그래도 너무 무리하시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박상천님의 시, 참 좋네요.^^

sslmo 2011-06-04 18:21   좋아요 0 | URL
꿈섬님이다~^^
반가워라, 와락~
잘 지내시죠?

박상천 님, 참 좋죠~^^

lo초우ve 2011-06-01 15:52   좋아요 0 | URL
다들 열심히 책과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시는군요 ^^
날이 많이 더워졌어요 ^^
양철님도 쉬엄 쉬엄 건강챙기면서 책 보세요 ^^
올만에 다녀갑니다 ^^

sslmo 2011-06-04 18:24   좋아요 0 | URL
ㅎ,ㅎ...오랫만이예요.
님도 잘 지내시죠?

거제는 여름이 한창이겠죠~^^
 
남한산성
김훈 지음 / 학고재 / 2007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다시 5월이다.
그리고 다시 그날이다.
잊고 지냈는데...얼마전 들른 G도시 곳곳에서 이런 현수막을 만났었다.
그가 생각나서, 노란 손수건이 생각나서, 한참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그리고 이 책을 다시 읽었다.
 


김현의 '독서일기'를보면, 수많은 작가들이 나오는데...그 평이 혹독하다.
하지만, 김훈의 '내가 읽은 책과 세상'을 향해서는,'...그의 글은 이상하게도 일상적인 삶을 묘사하고 있을 때에도 화려하다...소박도 그때에는 하나의 수사이다.'라며 찬사를 아끼지 않는다.

암튼, '자전거여행'시절부터 김훈이 부러웠던 난, <남한산성>을 읽고는 그 부러움이 극에 달했는데...봄빛이 '자.글.거.리.는' 그곳에서 만날 놀았다면서, 글은 언제 써낼 수 있는 것인지...참.
'백조가 겉으로 유유히 물살을 가르기 위해선, 밑으로 엄청난 발길질을 하는 거겠지'하며 스스로 위로해 본다.

책의 첫머리에,
'나는 아무 편도 아니다.나는 다만 고통 받는자들의 편이다.'라고 김훈은 얘기하지만, 이 책을 읽는 내내 최명길 속에 김 훈이 들어있는 줄 착각하였다.
소설 속에 나오는 화친을 주장하는 주화파 최명길로 말할 것 같으면, 사람들로부터 온갖 욕을 먹지만...직접 움직이고 행동하고 몸소 보여준 사람 또한 최명길 밖에 없다.

김훈이 일러두기에 '실명으로 등장하는 인물에 대한 묘사는 그 인물에 대한 역사적 평가가 될 수 없다'고 한 부분을 간과하고 겉으로만 읽었다면, 남한산성에 47일동안 갇혀 번민하는 임금을 두고, 결사항쟁을 고집하는 척화파 김상헌과 주화파 최명길의 말싸움으로 밖에 안 읽힌다.

하지만, 조금만 주의깊게 읽어간다면, 이책에서 얘기하고자 하는 게 비단 대책없는 말싸움은 아닌 것 같다.
그래야 '삶과 죽음'사이에서 번민하던 임금 인조도 이해가 될 수 있을 것이고,
장님이 벽을 더듬는 것 같다고 표현되어 나름 비겁하다고 생각했던 임금의 말투 또한,수도를 잃고 파천당하는 자의 그것이어서 겉으로 드러나는 뾰족한 칼이 되어야 하는 상황이라면...
한쪽이 잘 다듬고 벼리는 칼등이라면, 한쪽은 피흘려야 하는 칼날이 될 수 밖에 없음을 이해하게 되었다.

언젠가 김훈은 '밥벌이의 지겨움'이란 산문집에서,
수학문제 한문제 못 푸는 건 부끄럽게 생각했었으면서, 몸을 움직여 하는 일이 서툰 건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았었는데...그게 부끄럽다고 했었다.

여기서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임금이 자기 백성이나 나라를 간수해 내지 못하는 것도 부끄러워 할 일이고,
조정신료들이 임금을 보필하지 못하고 백성을 굽어살피지 못함도 부끄러워 할일이다.
반면,대장장이 서날쇠나, 송파나루 뱃사공, 그의 딸 나루, 정명수의 삶은...
그들의 입장에서보면 순간순간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절절하고 치열하게 살아낸 당당한 것이 된다.

단적인 예가,김상헌이 만난 송파 나루의 뱃사공이다.
뱃사공은 전날 어가행렬을 얼음 위로 제대로 이끌었고, 당시 김상헌을 제대로 이끌었음에도, 언제 또 청병을 건너주고 곡식을 얻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 김상헌에게 목을 베이고 만다.
김상헌의 대의는 어찌되었는지 모르지만, 뱃사공은 죽는 순간까지 자신의 삶을 치열하게 살아낸다.

서날쇠라는 대장장이에게선 삶의 치열함을 넘어 神인의 경지까지 느껴진다.
그는 눈썰미가 매서운 대장장이로 묘사되고 있는데...
연장을 구하러 온 사람의 몸매와 근력, 팔다리의 길이와 허리의 곧고 굽음을 잘 살펴서 남자와 여자, 아이와 노인, 키작은 자와 키 큰자의 연장을 달리 만들어주었다고 표현되는 게...장자의 소각뜨는 신인을 생각나게 하였다.

서날쇠는 대장장이로만 신인의 경지에 이른 게 아니라,
임금이 피난오는 상황을 보고 가족을 재빨리  피난시키고 자신의 농기구들과 곡식들을 땅 속에 묻을 정도로 선견지명을 갖고 있으며,
행상을 하며 성 밖의 지리를 눈여겨 보아놨던 덕에 왕의 특명으로 밀서를 성밖에 전달하는 과정에서...
성안의 시간이 다했으므로 성밖의살 곳을 봐두어야 겠다는 여유까지 부릴 수 있다.

정명수의 삶도, 자신에게 주어진 살믈 치열하게 살아간 건 마찬가지이다.
은산관아의 노비였던 그가, 부모와 여동생이 얼어죽고, 해산뒤에 죽고, 소달구지에 치여죽자...혈육과의 관계에서 놓여나 홀가분하다며 새로운 삶을 개척할 수 있다.

결국 투항할 수 밖에 없었지만, 내가 보기에는 처음부터 투항에 이르는 길을 걷고 있었던 것 같다.
칸의 사신으로 오는 용골대가 성안을 보고 정명수와 나누는 얘기는, 성안 사람들의 체념을 헤집고 들여다보는 듯 했다.

   
  -괴이하구나.저것이 싸우려는 성이냐?
-견디자는 것이지요
-견디어?견딜수가 있겠는가?
-견들 수 없는 것을 견디자는 것입니다.
 
   

최소한 지키고 견디어 내자는 것이었다면,
이렇게까지 주먹구구식으로 어긋나가며 아랫돌을 빼 윗돌을 얹는 일은 하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임금은 '내 한몸 불살라서...나라와 조국, 내 자식을 구하겠다.'할 수는 없었을까?
주화파와 척화파들도 말로만 싸우는 것이 아니라, 누구하나 창칼들고 나서 '나를 따르라' 앞장 서 선동할 수는 없었을까?
임금이 성 밖으로 내보내는 격서를 위해 최명길을 불렀을때...최명길의 마음을 김훈은,
'바람이 길게 모아가서 행전마당 나무들이 울었다.'라고 표현한다.

어쩌면, 최명길은 품계높은 사대부 중 몸소 실천하려는 의지는 가지고 있었지만,
밥벌이의 지겨움에서의 김훈처럼, 몸을 움직여 하는 일에 서툰  유일한 사람이 아니었을까 싶다.

'백성의 초가지붕을 벗기고 군병들의 깔개를 빼앗아 주린 말을 먹이고, 배불리 먹은 말들이 다시 주려서 굶어죽고,굶어죽은 말들을 삶아서 군병을 먹이고, 깔개를 빼앗긴 군병들이 성첩에서 얼어죽는 순환의 고리'라는 부분에서 누구 하나 그 고리를 끊어주는 자가 나타나기를 기대했었다.
군병들이 입을 옷도 없는데 성첩의 빈자리를 허수아비로 채우나는 얘기나, 허수아비에게 군복과 벙거지를 씌워냐 한다는 부분에선 어이없는 눈물이 흘렀다.

병조판서 이성구의,
"지금 사대부들이 성첩에 올라와서 한가지를 보면 열가지를 말하고, 문자를 써서 무식한 군병들을 꾸짖고 조롱하며, 주역을 끌어대며 군의 길흉을 입에 올려 군심을 불안케히니..."
라고 말하는 부분에선 시대를 초월한...말만 앞서는 지식인들의 본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

언젠가 문국현이란 분이 한 말이 생각난다.
"지방에 가서 악수하는 장면만 있을 뿐,...심청이 아버지 눈뜨듯 변화를 보게 하느냐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오히려 칸은,
"말을 접지말라. 말을 구기지 마라. 말을 펴서 내질러라."
하는 말들로 결연하고 단호한 실행력을 보여준다.

내가 아쉬웠던 건,
남한산성에 있는 동안은 글만 익힌 그들이어찌해 볼 수 없는 것이라서 그랬다고 하더라도,
남한산성에서 걸어나왔을 땐, 말이나 글에서 걸어나왔을 땐 어떤 변화가 있어야 하지 않았을까 하는 부분이다.

임금이 투항하고 세자가 볼모로 잡혀갔다는 얘기는 있지만,
누구 하나 칼을 갈았다는 얘기나 칼을 벼리고 칼자루를 쥐었다는 얘기를 듣지 못했다.

서날쇠만 돌아와, 따지기 좋아하는 사람들의 절기상 한참 지났지만, 경험상 봄농사를 시작하기 너무 늦지 않았다고 희망을 얘기한다.

이 소설이 슬픈 것은,
몰라서 행할 수 없는 것이 아니라, 말만 무성하고 행하지 않으려는 그들이...우리 주변 너무 가까이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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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쉰P 2011-05-29 22:13   좋아요 0 | URL
전 군대에서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칼의 노래'는 김훈의 대표 소설이다라고 해서 읽다가 읽다가 지쳐서 끝내 다 못 읽었는데 이 소설은 대비적으로 잘 읽혔던 기억이 나네요.

말의 가벼움, 행동이 따라주지 않는 지껄임, 그 모든 것들이 우리 삶 속에는 항상 내포돼 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제 삶 속에도요. 어찌보면 뻔할 말이겠지만 말과 행동 그것이 다 일치된다는 것, 그것만큼 인생에서 힘든 일은 없다고 생각해요.

이 소설에서 삶이란 무엇인지를 직감적으로 파악한 사람들이 민중이라고 한다면 삶이란 것을 말로서 공허하게 파악한 것이 사대부들과 임금이지 않은지 생각을 합니다. 그리고 정치가들 또 권력자들 그들도 삶을 말로 살고 있는 줄 아는 것 같아요. ^^

병 간호는 잘 되고 계신지? 걱정되네요. ^^

sslmo 2011-05-30 01:51   좋아요 0 | URL
직장을 그만 두지 않으면...조만간 제가 병간호 받게 될 것 같아요.^^
나이가 들어서 그런가, 장기전을 치를 체력이 안되어서 말이죠.
말에 너무 과한 의미를 부여하면, 말이 무기가 되기도 하고...

전 말을 너무 많이 한 날은 공허하기도 하더라구요.
다시 새로운 한 주네요.



루쉰P 2011-05-31 11:18   좋아요 0 | URL
정말 체력 관리 잘하셔요. 건강이야말로 모든 일의 근원입니다. ^^ 경제적으로 그렇게 무리가 되시지 않는다면 모처럼 쉬시며 체력 관리를 하시는 것도 꽤 좋은 일이라 생각들어요.

저도 말을 많이하며 공허해져요. 뭔 소리 했는지 기억도 안 나구요. 공허한 말과 의미 없는 움직임이 인생의 가득 채운다고 생각될 때 급 우울해 집니다. -.-
그럴 땐 자거나 책을 읽죠. ㅋ

sslmo 2011-06-04 18:32   좋아요 0 | URL
전 독서랑 잠 말고 찜질방도 좋아해요~^^

2011-05-30 00: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5-30 01: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하늘바람 2011-05-30 09:57   좋아요 0 | URL
울었던 기억만 납니다 김제동이 그랬다네요 이제부터 울면 구속이라고,

sslmo 2011-05-30 21:53   좋아요 0 | URL
김제동 어록도 여러가지 따뜻한 것이 위로와 힘이 돼죠~^^

아이리시스 2011-05-30 13:45   좋아요 0 | URL
오오, 저도 지난주에 [남한산성] 읽었어요. 저야말로 멍청한 인조에다 김상헌과 최명길의 대립각으로만 읽혔어요. 문장은 좋지만 내용은 뭐 이래, 했었어요. 급하게 읽은 감이 있지만 인조에 대해 몰랐던 게 아니니 내용이 다 보여서 그랬나 봐요. 새로운 한 주예요. 점심 드셨죠? 남은 하루 화이팅!^^

sslmo 2011-05-30 21:57   좋아요 0 | URL
저도 절기상 한참 지났지만 농사를 시작하기에 늦지않았다고 얘기하고 싶어요.
님도 저도, 내일은 또 다른 태양이 뜰 거예요~^^

마녀고양이 2011-05-30 19:55   좋아요 0 | URL
나 요즘 많이 듣는 면박 중 하나가
이론은 조금 알지만 실제는 하나도 모른다는 것이고, 그것을 결코 부인할 수가 없다눈.. ^^
그 이전에 일하던 분야에서 내가 석박사 나와서 입만 살았던 소위 전문가에게 했던 말이거든요.
그리고,
말로는 쉽지만, 그 말이 행동으로 실천하자면 수만갈래로 나뉘어짐을 경험하기 전에는 어렵지요.
말만 한마디 내지르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요, 정말. 등록금 가지고 지랄하는 꼴 좀 봐.
연못에 던지면 다들 입만 동동 뜰걸...? ㅎㅎ

sslmo 2011-05-30 22:08   좋아요 0 | URL
도를 닦듯이 정진하다 보면 어느 순간엔가 바늘구멍이 엄청 커보이는 순간을 만나게 되지 않을까...그런 희망을 가져볼 빆에요.
치열하게 깨지다 보면 상처에 옹이도 박히고 더 견고하고 단단해지지 않을까여?
이론이건 실제건...한쪽으로 치우치면 사상누각을 면치 못하잖아여~^^

따라쟁이 2011-05-31 16:14   좋아요 0 | URL
견디어야 하는 시간들을 견디고 있어요. 이럴줄 알았으면 마음에도 산성하나 쌓아둘것을요. 내마음이니까 당연히 지킬 수 있을 줄 알았다가 뜨끔하고 있어요.

sslmo 2011-06-04 18:34   좋아요 0 | URL
아웅~ㅠㅠ
님 댓글이 너무 슬퍼요.
댓글 읽다가 철렁 무너져 내린 마음 수습하기 힘들어요~ㅠㅠ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

                            - 김용택 -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

이 밤 너무나 신나고 근사해요

내 마음에도 생전 처음 보는

환한 달이 떠오르고

산 아래 작은 마을이 그려집니다

간절한 이 그리움들을,

사무쳐오는 이 연정들을

달빛에 실어

당신께 보냅니다

세상에,

강변에 달빛이 곱다고

전화를 다 주시다니요.

흐르는 물 어디쯤 눈부시게 부서지는 소리

문득 들려옵니다


자리를 털고 보따리를 싸려고 하니 두 사람이 마음에 걸린다.
한명은 도인이라 불리우던...나를 계속 의심하고 시험하고 그리하여 나를 자극하여 깨어있게 했던 분이라면,
다른 한명은 지인이라고 얘기하던...나와 코드가 비슷하여 참 많은 대화를 나누던 분이다.

그동안,
도인에게는 이것저것 해 볼 시간적 여유, 내 기량을 발휘해 볼 여력이 없어 아쉬움이 남는 반면...
지인에게는 내 기량을 십분 발휘하였고 최선을 다하여 미련이 별로 없다고 생각하였었다.

지인의 경우, 가장 큰 문제가 되던 한숨을 해결해 드렸기에...나머지는 소홀했었나 보다.
또는 감정적으로 가깝다는 이유에서...내가 그렇기를 바라는 대로, 그가 되어가고 있다고 착각했었는지도 모르겠다.

또 다시 시작된 한숨이 언제부터인지를 간과했고,
그리하여 氣滯하여 답답해 하는 걸 알지 못했고,
비가 와 길이 미끄럽기 때문이라는 고마운 핑계거리가 있기는 하지만 그를 넘어져 다치게 하였다.

오히려, 내가 기운이 흐트러지려 할 때면,
여지없이 어깨를 한번 가볍게 쥐어주는 느낌을 받곤 하였었던 고마운 그에게 내가 그렇게 소홀하면 죄를 받을텐데...
롤랑 바르트가 어떤 의미로 얘기를 했는지 모르지만,
암튼, 나는 그가 아프다.

  

 

 

 

 

 

  

<의료천국, 쿠바를 가다>를 이렇게 저렇게 들춰 보다가 이 영화가 생각났다.











 
언젠가 각 손가락의 기능과 더불어 손가락의 기능 손상시 장애등급 판정하는 기준을 외우다가,속상해서 한참을 울었었다.
눈에 보이는 손가락의 기능 손상정도에 따라서 장애등급이 판정났었는데...
이건 눈에 보이는 것이니 어떤 의미로든 치료가 될 수 있는 것이지만,
잘려나가 없어진 손가락이 아프게 느껴지는 phantom sign의 경우,
아프게 느껴지기는 하지만 실체가 없으므로 치료되기 어렵기 때문이었다.

나이가 들었고 험난한 세상을 살다보니...무뎌져서 이젠 그딴 일로 울지 않지만,
암튼 그때나 지금이나(아직까지) 내 속상함의 여부는 치료할 수 있느냐, 치료되기 어려운가에 관한 것이지...
돈이 있어서 치료받을 수 있고, 돈이 없어서 치료받을 수 없고는 아니었었다.

솔직히 '영화는 어떤 의미로든 재미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내게, 마이클 무어의 다큐멘터리 영화들은 '별로'였다.
특히, 극한으로 몰아가 비교를 통하여 부각시키는 방식, 블랙코미디라고 하더라도 심하다 싶을 정도의 비비꼬는 기법 등을 보고 있노라면...여간 심기가 불편한 게 아니었다.

하지만, 이 영화는 새 정부의 '의료보험 민영화'정책에 관심있어하는 내게 지인이 꼭 보라고 권해줘서 보게 되었다.
경부운항의 경우는, 다른 건 어찌되었건 '경제를 창출'하기라도 한다지만,
이 '의료보험민영화'에 대한 해석은...'일부 보험회사의 이익창출''부자들에게 다양한 의료서비스 제공'말고 일반 국민들에게 어떤 이익이 있는지 모르겠다.

영화의 첫 장면은,
의료보험에 가입하지 않아 찢어진 살을 직접 꿰매는 남자를 보여주는 걸로 시작된다.
손가락이 절단된 기타리스트가 코드를 잡는데두 손가락 다 필요하지 않다며 한 손가락을 포기한다.
둘 다 직업을 가졌던 부부가 한명은 암으로 한 명은 심장발작으로 전 재산을 의료비로 탕진하여 자식에게 얹혀살게 된다.

여기서 집고넘어가야 할 것은 보함료가 아무리 비싼 미국이라지만,이들 모두가 돈이 없어서 의료보험에 들지않았느냐 하는 것이다.
극소수는 돈이 없어서 의료보험에 들지못하지만,돈이 있어도 보험회사에서 승인하지 않으면 치료를 받을 수 없다.
어떤 이는 "too fat"하여,
어떤 이는 피부과 약을 탄 과거력 때문에 보험회사에서 승인을 거절당한다.
민간보험회사는 국가가 아닌고로 '최대이익을 창출'해야 하고 그목표에 맞춰 보험료를 보다 적게 지불하던지 지불하지 않을 고객만 선택한다.
당연히 이들 보험회사가 지정하지 않은 신약도 사용할 수 없다.

(나혼자만의 생각인지 모르지만), 내가 이 영화를 '의료보험 민영화'랑 관련하여 추천을 받아 그쪽에 무게를 실어 접근하려 했지만, 이 영화에서 마이클 무어가 보여주려 한 것은 이것만이 아닌 것 같다.
자본주의국가, 자우민주주의국가 미국은...
의료보험에 국가가 개입하는 것을 사회주의국가나 공산주의국가의 전유물로 생각한다.
하지만 마이클 무어가 둘러본 영국, 캐나다, 프랑스 등은...자본주의국가인데도 의료보험제도에 국가가 개입하여 의료비가 '무료'이다.

이쯤되면 눈치빠른 사람들이라면...
비틀어 생각하기 좋아하는 마이클 무어가 이념의 경계가 없는 사람들로 하여금, 그렇다면 차라리 '사회주의'를 지향하는게 낫지않겠냐는 쪽으로 유도해 나가리라는 걸 알 수 있다.
영국을 전국민의료보험을 실천한 나라로 표현하면서,
'전쟁 중에는 실업이 없었다.독일인들 죽이는 일로 전원 취업할 수 있다는...'
하는 의회의원의 말을 시작으로하여,
자기가 취재했던 환자들을 데리고 (부시정부가 적이라고 생각하는 빈라덴의 수하 등)테러리스트가 수용되어 있다는 수용소로 '악당들과 똑같이만 해달라'며 가려하지만 좌절당한다.

그러자,무어는 이들을 데리고,
미국의 또 다른 적'반미주의 독재자<카스트로>'의 고국 쿠바로 향한다.
쿠바는 카스트로의 독재,곤산주의의 실패로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었는데도...'무상의료'이다.

이 논리대로라면,
우리나라는 공산주의나 사회주의국가가 아닌, 자본주의 자유민주주의국가이기 때문에...미국의 의료보험제도를 그냥 따라야 하는게 당연한 수순이다.
그리하여, 우리도 미국처럼 매년 18000여명이 보험이 없어서 사망하고, 가랭이가 찢어져가며 의료보험료를 내다가 파산하고 그랴야 한다는 얘긴가?

물론 '식코'는 단지 미국의 일이다.
아직 우리에게 벌어지지 않은 일을 놓고 걱정하는 난, <나니아연대기>한구절을 빌리지 않더라도 사물의 좋은 점을 볼 줄 모르는 고로...교육을 잘못 받은 걸지도 모르겠다.
우리의 현실은, 아직까지 의료보험제도에 국가가 개입하여 보조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많은 환자가 병원비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치료받지 못한다.
약간 다른 얘기지만, 의료보호 환자들에게 한달에 4회 또는 6000원의 의료비지원은 온몸에 백과사전급 병명을 지니고 있는 환자들을 죽음으로 인도하는 꼴이다.

정신을 차리고보니,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감사하게도 국가가 개입하는 '의료보험제도'하에 있으니...
때가 되어 보험가입이 거부당하는 일이 없도록 당장 살부터 빼고,
몸속 어딘가 잠복해 있을지도 모르는 피부과 질환도 빨리 해결해야겠다.
과거력까지 역추적당하는 프로그램이라도 개발돼, 의료보험가입이 거부당하면 어떻게 하지?
face off하듯 주민등록번호 생성기라도 이용해 새로운 삶을 하나 명받아야겠다.

사람의 감정이나 마음, 정신상태등은 어찌되어도 좋고,컴퓨터에 상병코드를 넣으면 적당한 처방이 주루룩 뜨는 '대증처방'뿐인 세상에서라면 아이작 아시모프의 '바이 센터니얼맨'에서 해답을 찾아보는 게 쉬울 것도 같다.

머리를 빈 깡통이라도 되는 양 톡톡 두드리며,
"그래,난 SF소설이나 영화를 너무 본 게야"
중얼거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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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11-05-29 07:28   좋아요 0 | URL
이 시 읽으니 가슴이 설레입니다. 아 좋다..... "세상에," 가 들어가니 더욱 애틋하네요. 곱기도 하지....

근데 자리를 털고, 보따리를 싼다는 것은 어떤 의미? 의료봉사 가시나요?

sslmo 2011-05-30 01:34   좋아요 0 | URL
ㅎ,ㅎ...이 나이에 의료봉사는요~

조그마한 직장에 5년을 있었어요.
3년 반이 고비가 되어 그만 두겠다고 했는데...1년 반을 밍기적거렸어요.
요번엔 저 아님 문을 닫는다고 해도 진짜 그만 두려구요.
체력이 고갈되어서요~

그리고, 저시는요...
콤마 때문에 선택한 시예요~^^

프레이야 2011-05-29 09:59   좋아요 0 | URL
양철댁님, 조금은 흐리고 가라앉은 아침이에요.
어디로 가시나요?
김용택님의 시가 마음에 잔잔하게 다가옵니다.

sslmo 2011-05-30 01:37   좋아요 0 | URL
서울은 쾌청이었어요.
낮에 빨빨거리고 돌아다녔는데...더위 먹은 거 같아요~ㅠ.ㅠ

직장을 그만 두려구요.
정말 그만 두고 싶었는데, 막상 그만 두려니까 좀 그렇기도 하네요~

하늘바람 2011-05-29 10:05   좋아요 0 | URL
김용택 시인의 시를 참 좋아하는데 정말 좋네요.

sslmo 2011-05-30 01:39   좋아요 0 | URL
김용택의 시는 너무 수수해서 꼭꼭 씹어 삼키듯 읽어야 해요~^^

이 시, 그냥 지나칠뻔 했었는데...
세상에 뒤의 콤마 덕에 눈에 들어왔어요~^^

글샘 2011-05-30 23:44   좋아요 0 | URL
세상에,
콤마 덕에... ㅎㅎㅎ

글샘 2011-05-30 01:05   좋아요 0 | URL
세상에,
보따리를 싸시는군요.
그것 또한 근사한 일일지 몰라요.
지금은 그가 아프실지 몰라도...
간절함,
사무침은
문득,
신나고 근사한것만 못하지 않을까요? ^^

sslmo 2011-05-30 01:43   좋아요 0 | URL
분모의 값을 최소화하면 분자에 주어지는 '문득'도 '내내'가 되지 않을까요?^^

hnine 2011-05-30 05:30   좋아요 0 | URL
직장 그만 두는 것, 그거 아무나 못하는건데...아무나 못하는건데...
체력이 고갈된 것도 아니면서 그만 둬본 경험자로서 하는 말이랍니다.

그런데 체력이 고갈됨을 자각하실 정도라면 당연히 쉬셔야지요. 1년 넘게 생각하셨다니 그동안 마음에 하고 싶은 일이 얼마나 차곡차곡 많이 쌓였겠어요. 잘 드시고 잘 쉬시면서 회복하시길 바래요.

sslmo 2011-05-30 21:49   좋아요 0 | URL
한 직장에 5년을 있다보니 모두가 패밀리처럼 느껴져서 역부족이었어요.
체력고갈은 벌써 전부터 느끼고 있었구요.

늘 여러가지로 고맙습니다.

루쉰P 2011-05-31 11:04   좋아요 0 | URL
직장을 그만두신다고 하니 격려를 해 드려 하는 건지, 아니면 걱정을 해야 하는지 여러 갈래로 고민이 되네요. 오래 일한 직장에서 그만 둔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실텐데 가뜩이나 요즘처럼 돈이 많이 들어가는 세상에서요. ^^ 하지만 이미 마음을 먹으셨고 실행에 옮기실려고 하는 듯해 격려를 해드려야 겠다고 마음 먹었어요. 5년이라...정말 오랜 기간을 일 하셨네요. 어떤 길이든 그리고 어디로 가시든 지금 같은 양철댁님이라고 하신다면 분명 또 다른 길에서 자신만의 길을 만들어 내실 거라 여겨져요. ^^ 그 길이 어떤 길인지는 자신만이 알겠지만요. 저는 직장을 그만두고 다시 시작하는 것이 점점 힘들어지는구나를 느낄 때 내가 나이살 먹고 있구나 라고 생각해요.
양철댁님! 정말 좋은 길을 반드시 찾으실 수 있도록 감마파를 쏘고 있을께요. 힘 내세요!

sslmo 2011-06-04 18:40   좋아요 0 | URL
속 깊은 나의 루신P님,
이런 경험에서 우러난 댓글을 달아주실 수 있는 님이, 님의 댓글이 참 좋아요.
고마워요~^^

루쉰P 2011-06-10 20:12   좋아요 0 | URL
양철댁님 병 간호하시고 직장 다니시느라 피곤하시겠지만 이달의 당선작 되신 것 축하드려요. ^^ 근데 매달 당선 되시는 것 같아요. 정말 대단하심 ^^ 알사탕으로 피곤을 좀 푸셨으면 합니다. ㅋ

sslmo 2011-06-15 03:26   좋아요 0 | URL
앗, 댓글을 이제야 봤네요.
루신P님도 축하드려요~^^

다이조부 2011-06-14 13:20   좋아요 0 | URL
식코 영화 보고 무조건 미국 좋다고 엄지손가락 내세우는 사람들이게 권하고 싶었는데 말이죠~

sslmo 2011-06-15 03:24   좋아요 0 | URL
*^^*

감은빛 2011-06-14 14:31   좋아요 0 | URL
한동안 못들어왔더니, 이 글을 이제서야 읽네요.
저는 식코를 보고 좀 충격을 받았습니다.
한미FTA 반대 시위할 때, '의료 민영화'에 대해 얘기를 들으며,
설마 설마 했던 일들보다 더 심각한 일들이 미국땅에선 벌어지고 있더군요.

저는 마이클 무어 감독 좋던데요.
그 극단적인 비유, 덕분에 정신을 바짝 차리게 되더라구요.

sslmo 2011-06-15 03:30   좋아요 0 | URL
꽤 오랫동안 머무셨겠어요.
변변치 않은 글인데 송구할 따름이예요~^^

의료민영화는 제법 많이 왔을걸요.
그분들도 바짝 차리셨으면 좋을텐데...
 

       설렁탕과 로맨스   
                
                         - 정끝별 -

처음 본 남자는 창밖의 비를 보고
처음 본 여자는 핸드폰의 메씨지를 보네
남자는 비를 보며 순식간에 여자를 보고
여자는 메씨지 너머 보이는 남자를 안 보네
물을 따른 남자는 물통을 밀어주고
파와 후추와 소금을 넣은 남자는 양념통을 밀어주네
마주앉아 한번도 마주치지 않는 허기
마주앉아 한번 더 마주보는 허방
하루 만에 먹는 여자의 국물은 느려서 헐렁하고
한나절 만에 먹는 남자의 밥은 빨라서 썰렁하네
남자는 숟가락을 놓고 자리에서 일어나고
여자는 숟가락을 들고 늦도록 국물을 뜨네
깜빡 놓고 간 우산을 찾으러 온 남자는
여전한 여자를 처음처럼 한번 더 보고
혼자 남아 숟가락을 들고 있는 여자는
가는 남자를 처음처럼 한번도 안 보고
그렇게 한번 본 여자의 밥값을 계산하고 사라지는 남자와
한번도 안 본 남자의 얼굴을 계산대에서야 떠올려보는 여자가
단 한번 보고 다시는 보지 못할 한평생과
단 한번도 보지 못해 영원히 보지 못할 한평생이
추적추적 내리네 만원의 합석 자리에
시월과 모래내와 설렁탕집에


어제는 양곰탕이 먹고 싶었다.
점심시간에 밀린 잠을 자고 일어나 앉아 몸을 움직이려니,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났다.
그렇다, 난 고도의 육체노동자이다.
어머니께 가기 전에 무엇을 좀 먹어야 할텐데, 먹고싶은 게 하필 양곰탕이었다.
하긴 어머니가 중환자실에서 사경을 헤매고 계실때도 어김없이 내 배는 고팠고,
그 어느 때보다 끼니를 더 잘 챙겨 먹었었다. 
집밖에서는 혼자 밥을 먹어본적이 없었는데, 혼자 씩씩하게 밥을 한그릇 씩 뚝딱 해치웠다.
 
그리고 어제 퇴근길에 혼자 모래내 면옥에 들러 양곰탕 한그릇을 뚝딱 해치우는데,
저 시에서처럼 밥값을 대신 내주는 로맨스는 벌어지지 않았지만,
누군가와 한 테이블에 같이 앉아 밥을 먹었었다.
쓸쓸하여 목이 메이거나 하지도 않았다. 

양곰탕을 먹고,
'외로운 마음에 꽃비가 내려요'를 부르는 것도 지겨울 즈음 찾아낸 게 장사익이었다.
(난 그러니까 장사익의 CD를 가지고 있는 거였다.) 
연분홍 치마가 봄 바람에~~~ 

 

 

 

 

 



장사익을 이리저리 웹서핑을 하다가,
김규항의 블로그 에 실린 두 편의 글을 보고 생각이 복잡하다.

2008년 2월25일자 <단호하네>라는 글만 봤다면...충격이 덜 할 수도 있었을텐데,
같은해 2월26일자 <꼬마작자 6인전>까지 같이보게 된지라 후폭풍이 대단한지도 모르겠다.

   
  ...노래잘 하는 아저씬데 이명박 취임식한다고 춤추고 노래하네...
예술가가 말이야...예술은 훌륭한데 생각은 없는 사람하고,
예술은 정말 형편없는 데 생각은 훌륭한 사람하고 누가 더 낫다고 생각해?

                                                                            - 2008년 2월25일자 <단호하네>일 부분
 
   
   
  ...김단이 예술가란 자신의 창작욕와 상상력 그리고 이런저런 사회적 여건이나 제약이라는
두가지 힘 사이에서 끊임없이 부유하는 존재라는 걸 알게 될 것이다.김단이 그걸 요령있게
줄타기하며 세속적 인기와 안락을 얻는 속물이 아니라 현명하게 넘어서는,그러나 고립되진
않는 예술가가 되길 나는 바란다.

                                                                         -2월26일자 <꼬마작가 6인전>일부분
 
   


아버지와 딸의 자연스런 대화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아버지의 질문하는 의도를, 눈치빠른 딸이 금방 알아챌 수 있다는 거다.

내 개인적인 생각으론,
부모가 자식의 인생을 대신 살아줄 수 있는 것이 아니므로...부모의 견해나 가치관을 자식에게 주입시키는 건 반대다.

바로 그 다음날 글에서,
'예술가란 자신의 창작욕와 상상력 그리고 이런저런 사회적 여건이나 제약이라는 두가지 힘 사이에서 끊임없이 부유하는 존재라는 걸 알게 될 것이다.'하고 전날보다 누그러진 입장을 보인다.

어느 부모라도 자식에게는 너그러울 수 있겠지 하다가도...그렇다면 전날 장사익을 향한 감정이 너무 과격하다 싶다.

또 한가지,
예술은 훌륭한데 생각이 없는 사람보다, 예술은 형편없는데 생각은 훌륭한 사람이 낫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사상가'도 예술가의 범주에 넣지 않는다면,예술은 수단이나 목적이 아닌...예술 그 자체가 아닌가?

솔직히 그간의 난, 장사익보단 김규항의 생각들과 더 친숙했었기 때문에 장사익의 입장을 잘 모른다.
하지만, 감정을 삭이고 걸러내고 승화시킨 그런 노래들을 부를 수 있는 사람이라면...
아무 생각이 없어서, 김규항으로하여금 '장사익 경사났네'라는 소리를 하도록 그런 행동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언젠가 <한겨레21>쾌도난담코너에서 최보은, 김규항, 김훈이 대담할 적에...김훈이 한말들이 생각난다.

   
  80년 당시 신군부에 대한 용비어천가를 자기가 모조리 작성했다는 것도 주저하지 않고 말했다.

"내가 안 썼으면 딴 놈들이 썼을테고...난 내가 살아남아야 한다고 생각했어.그때 나를 감독하던 보안사 놈한테 이런 얘기를 했지.내가 이걸 쓸테니까 끌려간 내동료만 때리지 말아달라."
 
   

장사익도 어쩜 김훈과 같은 심정으로 그자리에 나섰을지도 모르는 일이 아닌가?
하지만 난 장사익도 믿고 싶지만,
내가 아는 김규항이라는 사람이 아무런 사전,사후 조사없이 그런 글들을 쓰지는 않았을 거라고 굳게 믿는다.

국어시전에 나온 예술의 뜻 중 두번째를 보면,
'특별한 재료,기교,양식 따위로 감상의 대상이 되는 아름다움을 표현하려는 인간의활동 및 그 작품'이라고 되어있다.

어찌되었건 예술이라는 건 '감상'이라는 '생각'을 '표현'하는 '행위'라고 생각한다.
오직 '생각'만을 소유하고, 지금이 아닌 되어야 할 행위를 추구하는 것도,
지금 현재를 치열하게 표현하고는 있지만 '생각'이 없어 미래를 꿈꿀 수 없는 것도 ...
불안하기는 마찬가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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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잘라 2011-05-21 10:49   좋아요 0 | URL
장사익 노래 너무 처연해서 난 좀 그렇드라, 그러고
한참 안들었는데 오늘 보니 또 드는 생각은..
세월 참 빨라요;;

밤새고 모래내 설렁탕, 참 많이 먹으러 다녔는데..

그나저나, 정끝별,은 소설가가 아니고 시인이었군요!
와락, 시집 제목도 좋고
정끝별, 시인 이름은 더 좋네요.

sslmo 2011-05-29 05:31   좋아요 0 | URL
정끝별, 밥시였나?
그녀가 고른 시를 모아 놓은 책이 있었는데...것도 표지도 이쁘고 근사했어요~^^

모래내 설렁탕, 우리 스치듯 만났을 수도 있었겠는걸요~^^

2011-05-21 16:1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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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5-29 05:3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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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5-21 17:1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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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5-29 05:4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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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1-05-21 17:32   좋아요 0 | URL
장사익은 정말 작은거인이죠~~~ 찔레꽃을 현장에서 듣는데 전율이 일더군요.
누가 뭐래도 그라고 왜 생각이 없겠어요~~~~~~

어머님은 회복중이실테니 간호하려면 잘 먹어야지요!!

sslmo 2011-05-29 05:45   좋아요 0 | URL
맞아요, 현장에서 그가 노래 부르는 걸 들어본 사람이라면 말이죠~^^

잘 먹어요, 엄청 잘 먹는데...
전 건강하고 넉넉한 걸 미덕으로 생각하고 살았는데...
몸무게가 한 5키로 줄었어요.
체지방은 9키로가 빠져나가고 말이죠,ㅋ~.

2011-05-21 19:2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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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5-29 05:4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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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샘 2011-05-21 22:44   좋아요 0 | URL
뭐, 친일파가 된 것도 아니고,
청승을 팔아서 돈을 버는 게 나쁜 일일까요?
이명박이 취임하는 일이 나쁜 일이었던 건 아니잖아요. 선거에서 이긴 건데...
노무현이 죽었을 때 나섰던 사람들이라고 다 독립군은 아니듯,
흑백 논리로 모든 걸 보는 김규항이 조심해야 할 것은,
밥벌이의 비루함에 사람이 얼마나 약해지는지, 그런 걸 무시하는것이 또 얼마나 큰 폭력인지... 그런 것 아닌가 합니다.

sslmo 2011-05-29 05:51   좋아요 0 | URL
밥벌이의 지겨움이나 비루함을 들먹이지 안더라도...먹는다는 건 신성한 거죠.
다만 지극한 원칙론자로 알고 있었던 사람에게서,
원칙은 불변하더라도...그 원칙을 꾸며주는 수사에 따라 원칙의 경중이 달리 느껴진다는 게 좀 슬펐달까요.

김규항을 넘 오래 좋아했나 봐요.
갈아타야 겠어요~

2011-05-21 22:5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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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5-29 06:0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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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케 2011-05-22 01:03   좋아요 0 | URL
갈수록. 김규항은 근본주의자로 가는듯. 진중권이 김규항에게 함부로 낙인찍지 말라고 했죠

sslmo 2011-05-29 06:11   좋아요 0 | URL
님이 말씀하신 근본주의자가 제가 사용하는 원칙주의자랑 같은 말인지 알 수는 없지만...
근본이고 원칙이고 간에 이런 저런 수식어가 붙으면 근본이랑 원칙에서 멀어지죠.

하늘에 뜬 별이나 달처럼 생각하고 우러르는 것도 좋지만,
현실에서 부딪치면서 몸으로 배우고 익히는 것도 중요하죠.

김규항을 너무 오랫동안 좋아했던 것 같은데...
갈아타려 해도 마땅히 갈아탈 그 누군가가 없네요~ㅠ.ㅠ

pjy 2011-05-22 01:01   좋아요 0 | URL
사는게 참, 이래도 말이많고 저래도 말이많고....
자기가 직접 그 찻잔속에 들어있지 않은 이상 그냥 찻잔속의 폭풍일뿐인거죠~
원래 환자보다 보호자가 훨씬 빨리 지치더라구요~ 잘 먹어야 간호도 합니다!

sslmo 2011-05-29 06:12   좋아요 0 | URL
우와~찻잔 속의 폭풍, 비유가 넘 근사한걸요.

고맙습니다.
넵, 잘 먹고 있습니다.

2011-05-22 01:1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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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5-29 06:1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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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1-05-22 14:54   좋아요 0 | URL
저는 <찔레꽃>이 좋더라구요. 우연히 TV로 봤는데 멜로디와 목소리가 인상적이더라구요.
그리고 가사도 슬픈게 잊혀지지가 않아요.

sslmo 2011-05-29 06:20   좋아요 0 | URL
찔레꽃도 좋죠~

그의 노래는 슬퍼서 느껴지는 카타르시스가 아니라,
구슬프고 처량 맞아요.

세실 2011-05-22 22:02   좋아요 0 | URL
아직 양곰탕 못먹어요...그 부들부들한 것이 좀 징그러워요.ㅋ

저도 나이가 드나봐요. 이런 구슬픈 노래소리가 좋은걸 보니.....
오늘 들은 임재범의 여러분과 오버랩 되네요.

sslmo 2011-05-29 06:24   좋아요 0 | URL
ㅎ,ㅎ...제가 생선회를 못 먹는거랑 비슷하시네요.
전 어렸을때부터 할머니가 보양식으로 한번씩 해주셔서 먹었어요.^^

임재범 참 좋아요.
한 3년 전까지 임재범 가을 콘서트 가기 위해서 돈을 모았을 정도니까요.
전 임재범이 '여러분' 인터뷰에서 마음을 나눌 친구가 없다고 하는데서...울컥 했잖아요.
건강 때문이라지만, 임재범이 도중 하차 한다면 좀 아쉬울 것 같아요~ㅠ.ㅠ

차좋아 2011-05-23 12:17   좋아요 0 | URL
자기와 생각이 다르다고, 다른 판단을 했다고, 생각이 없는 사람이라 단정짓는 사람, 진정 생각없는 사람입니다.

sslmo 2011-05-30 01:18   좋아요 0 | URL
전 다름과 틀림, 이 두 단어 앞에서 혼란스러워요.
다들 수는 있지만...다른 게 틀린 게 아닌 나라에서 살고 싶어요~^^

루쉰P 2011-05-25 13:10   좋아요 0 | URL
소리꾼 장사익의 노래를 여러 개 다 들어봤는데 찔레꽃이 꽤나 구슬프네요. 전 근데 장사익의 목소리도 그렇지만 노래 부를 때 표정이 좀 압권인 것 같아요. ^^ 은근히 중독성 있네요.

예술가는 정치적 입장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는 것 같아요. 그리고 그 부분도 매우 힘들구요. 상황 속에서 자신의 신념을 지킨다는 일이 얼마나 어렵겠어요. 당해 보지 않은 사람은 모르겠지만 말이죠.
그치만 예술가들에게 우리가 잣대가 엄격한 것은 사실이에요. 저도 그런 편이구요. 사람을 판단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에요. 자칫 조그만 오해가 큰 오해로 가곤하죠. 사람의 정치적 입장을 판단할 때는 신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근데 양철댁님 같은 상황일 때는 몹시나 당황스럽죠. 믿고 있는 지식인이 있는데 내가 좋아하는 예술가에 대해 판단을 할 때 과연 그의 말을 믿어야 하는가 아닌가? 흠...저도 고민되네요.

그런 것보다도 병 간호 하시며 꼭 건강 챙기시기를 당부드려요. 양철댁님의 글을 보지 못한다면 제가 병원에 누워버릴거에요. T.T

sslmo 2011-05-30 01:21   좋아요 0 | URL
흠,흠...글이 뜸하신 루신P님의 글들을 찾아 읽느라, 다른 서재의 댓글까지 읽는 거 아실려나~?

병원에 누워 버리시면 귀뜸해 주세요.
제가 장사익 CD 사들고 병문안 갈게요~^^

루쉰P 2011-05-31 10:55   좋아요 0 | URL
ㅋㅋㅋ 그 정도로 지극한 관심을 가져주시는 줄은 몰랐어요. 리뷰를 쓸려고 항상 마음을 먹고 있지만 공부도 하고 있고, 일도 하는 와중에 쓴다는 것이 매우 어렵네요. 게다가 머리가 나빠 곰곰히 책을 읽고 또 읽는 스타일이라 더 시간이 걸리는 것 같아요. 그래도 양철댁님이 기다리시는 데 리뷰를 아예 안 쓸 생각은 전혀 하지 않는 것은 아니에요. 리뷰는 항상 준비하고 있어요. 근데 제 속도는 한 달에 한 번 리뷰를 쓸 것 같아요. ^^

병원에 눕지 않는 조건은 양철댁님이 리뷰를 쓰시는 것 ㅋㅋ 그럼 병문안 오실 일도 없어용.

쉽싸리 2011-05-27 07:51   좋아요 0 | URL
이분의 2007연말공연(세종문화회관)에 갔었고, 그 때 김근태씨를 보았죠. 저는 쪼르르 달려가 악수를 청했고요. 김근태씨를 보면서 만감이 교차했죠.
하여간 3천석이 꽉찬 공연은 장관이더군요.

저도 이분이 명박취임식때 노래부르는거 보고 심히 안좋게 생각했드랬죠. 양철님 글을 읽으면서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되었습니다.

아내한테 이 글을 보여주면서 열심히 설명?해주고 동영상보고 저는 무려 막걸리 세 병을 먹고 거의 뻗었어요. 그래서 아침에 이렇게 수정합니다.

저와 아내도 장사익선생의 팬이랄수 있죠.
이분이 예전엔(지금도 그런지는 모르지만)충남금산의 물패기농요발표회를 하면 오셔서 태평소를 불곤했죠. 그리고 조그만 북 메고 노래 한 소절 하시는 것도 들었고요. 금강변 모래바탕에서의 정말 자그만한 무대였죠. 참. 단아하게 노래 하신다. 그런 생각이 들었던 기억이 새롭네요.


sslmo 2011-05-30 01:27   좋아요 0 | URL
막걸리 마시고 싶어요.
안주는 장사익 선생의 찔레꽃 정도로 말이죠.

그의 목소리는 마냥 처량맞은데, 오히려 그의 어깨짓이 단아했었죠~^^

2011-05-27 10:2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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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5-30 01:2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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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5-30 08:4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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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5-30 21:3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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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일주일 전 저녁 시어머니가 위독하시다는 부름에 이 곳 페이퍼에 댓글을 달다말고 달려갔었다.
손에 자동차 열쇠를 쥐고 택시를 집어탈 정도로 정신이 없었는데, 길은 엄청 막혔었다.
초조한 마음에 택시 안에서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데...운전 기사 분이 자꾸 말을 시키셨다.
누가 아프냐?
어머니요.
위독하시냐?
네...
제대로 된 대답을 만들어 내지 못하고 넋을 놓고 앉아 있자,
운전기사 아저씨가 테이프를 밀어넣고 음악 볼륨을 올리신다.
그때 나온 노래가 '외로운 마음에 꽃씨를 뿌려요.'하는 노래였다.
나는 아저씨를 째려보며 "음악 좀 꺼주시면 안돼요?"하고 쏘아붙였고,
그런 나를 향하여 운전기사 분은 허허 웃으며 이런 말씀을 하셨다.
"잔뜩 긴장하고 있길래, 긴장 하지 말라고 내 한 곡 틀었소. 긴장 푸는데 음악 만한 것이 없어요." 
음악 몇 곡을 공해다 하며 귀를 막고 있는 사이 난 병원에 도착할 수 있었다. 

잔뜩 가라 앉아서 음악은 들을 수 없다고 툴툴거렸으면서,
중환자실에 어머니를 모셔 두고, 난 이런 책들을 읽었었다.

마이클 코넬리의 <트렁크 뮤직>
언젠가 <블랙에코>에서 인상적이었던 대사를 이 책에선 이렇게 바꾸고 있다.

"당신은 혼자 있으면서도 고독하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트렁크 뮤직, 141쪽)

 "ㆍㆍㆍ이 세상에 혼자가 되더라도 고독하지 않을 것 같아요?" 
ㆍㆍㆍㆍㆍㆍ
"당신은 혼자인 건가요, 아니면 고독한 건가요, 해리 보슈?" 
ㆍㆍㆍㆍㆍㆍ
"그건 나도 잘 몰라요." 마침내 보슈가 속삭였다. "사람은 원래 자신이 처한 환경에 아주 익숙해지기 마련이죠. 그런데 난 언제나 혼자였어요. 그래서 고독했던 것 같아요. 지금까지는."
(블랙 에코, 292쪽)

이 두 부분을 비교하면서 깨닫게 되는 것은, 한 작가의 책은 한 번역가가 하는 게 낫겠다는 거다. 틀린 번역은 아니지만, 문체가 달라져 버리니...뭐랄까, 해리보슈의 쓸쓸함이 고스란히 배어나오지 않았다고 해야 하나?
해리보슈가 다중인격처럼 생각돼서 말이다, 참.
그래도 다행인건 해리보슈가 마음을 다해 사랑한 사람이 있었다는 걸 알게 된 것이고, 그런 사람이 엘리노어 위시라는 것이다. 

마이클 코넬리가 예전 같지 않다.
나나 그, 둘 중 하나 변했나 보다.
또는 둘 다 조금씩 변했거나... 


그리고 이런 책도 읽었었다.

김별아 치유의 산행 <이 또한 지나가리라>
그동안 이런 류의 치유에세이들이 많이 있었지만, 난 그닥이었다.
다른 사람이 어땠다 카더라 하는 얘기를 장황하게 늘어놓는게 좋지 않았다.
그런데, 이 책은 김별아 자신의 얘기여서, 자신의 깨달음의 얘기여서 좋았다.
물론 곳곳에 그녀 특유의 화려한 수사가 등장하지만, 그게 소박한 감동을 해치지는 않았다.

因地而倒者, 因地而起
땅에 넘어진 자, 그 땅을 짚고 일어나야 한다!

는 보조국사 지눌을 인용한 산멀미 내용도 좋았고,

'식물이 물과 햇빛을 필요로 하는 것처럼, 아이도 눈물과 두려움을 견딜 수 있도록 붙잡아줄 어른이 필요하다'는 드레이커스의 인용도 좋았다.

지금 말할 수 없이 힘든 사람에게 일독을 권한다. 

그 사이 어머니는 좀 나아지셔서 병실로 옮기시고...
입소 기념으로 노래를 한 자락 부르게 되셨다.
실은 어머니가 부르신게 아니라, 같은 병실에 계신 흥에 겨운 할머니가 <애수의 소야곡>을 부른 거고...
거기에 화답으로 어머니를 대신하여 내가 '외로운 마음에...'를 선창한 거지만 말이다.
이런 노래가 좋은 건 한소절만 선창하고 나면 어느샌가 합창곡이 되어 있다는 거다.

병실 어머니 옆 싸이드 베드에서 자는 잠은 꿀맛이었다.
불면증에 시달리는 사람이 있다면, 병실 싸이드 베드를 처방해 드린다. 

이제 내가 손수 운전을 할만큼 어머니는 나아지셨다. 
차안에 클래식 CD를 틀어놓고, 난 클래식 음악을 BG삼아...애수의 소야곡, 꽃을 든 남자, 이런 노래를 흥얼거리고 있다. 

아침 출근길에 비가 내린다.
언젠가 읊었던 황인숙은 밀어두고, '꽃을 든 남자'를 내 맘대로 개사하여 흥얼거리고 있다.

외로운 마음에 꽃비가 내려요.
사랑이 싹틀 수 있게.
새벽에 맺힌 이슬이 꽃잎에 내릴 때부터.
온통 나를 사로잡네요
나는야 꽃비 되어 그대 가슴에
영원히 날고 싶어라~~~ 

내가 부르는 건 여기까지 되돌이다. 
은근 중독성이 강해서, 왠만한 시름 따윈 잊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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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케 2011-05-20 10:37   좋아요 0 | URL
제 18번이군요 최준석의 꽃을 든 여인. 시모님의 쾌차를 기원합니다

sslmo 2011-05-20 11:33   좋아요 0 | URL
조만간 제 18번으로도 굳어질 듯 해요.

기원 감사드립니다. 조금씩 나아지고 계세요~^^

노이에자이트 2011-05-20 18:49   좋아요 0 | URL
그 가수 이름이 최준석이 아니라 최석준이군요.인상이 서글서글하고 좋아요.

마녀고양이 2011-05-20 10:56   좋아요 0 | URL
양철댁, 많이 피곤하지?
그래도 건강 챙기면서, 어머님 병 간호하세요.

날이 회색이네, 비가 일관성없이 오락가락 하는 날이야. 그리고 말이지,
해리 보슈같이 음침하고 혼자 파고드는 남자 말고, 좀 평면적이더라도 건전한 남자를 만나봐요. 아라찌. ㅋ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그런 남자 주인공이 생각 안난다.. 어째요~)

sslmo 2011-05-20 11:38   좋아요 0 | URL
하루종일 졸고 앉았어, 비가 내려서 그런가 더 졸립네.
점심 시간에 자리 잡고 누워야 겠어~^^

책 속이 됐든지 일상이 됐든지...좀 평면적인 남자 별 매력이 없다는...ㅠ.ㅠ
그러니까 평면적이면서 건전한 남자, 소개시켜줘 보라니까~

마녀고양이 2011-05-20 11:45   좋아요 0 | URL
그냥 날 가져... ㅋㅋ
내가 좀(!) 건전하잖아? 아닌가? 음.......... ^^, 나가야게따~ ㅠㅠ

sslmo 2011-05-21 09:52   좋아요 0 | URL
옵션으로 뭐가 따라붙는건데?
내가 코알라랑, 그집 서재가 따라붙으면 고려해 볼게~

좀 건전하다는 말 앞에선...그냥 먼 산만 바라보고 싶어지는 걸,ㅋ~.

비로그인 2011-05-20 12:39   좋아요 0 | URL
놀라셨겠네요. 그래도 많이 나아지셨다니 다행입니다. 애쓰셨네요^^

sslmo 2011-05-21 09:53   좋아요 0 | URL
첨엔 좀 놀랐는데...
놀란거 가라앉고 나서는 내 소임이다 생각하고 즐겼달까요.
노래도 흥얼거려가면서 말이죠~^^

마노아 2011-05-20 12:46   좋아요 0 | URL
어머니 많이 좋아지셔서 다행이에요. 그동안 소식 뜸한 이유가 있었군요.
어머니 간병하면서 출근도 하고 그랬던 거예요? 피곤함이 불면증을 몰아낸 건가봐요. 어휴, 양철댁님 건강도 꼭꼭 챙기셔요.
근데 저는 저 노래를 가사만 보고는 모르겠어요. 들어보면 알 것 같은데 말이죠...

sslmo 2011-05-21 09:56   좋아요 0 | URL
지금은 웃으며 따라부를 수 있지만, 그날은 참 끔찍했어요~ㅠ.ㅠ

차좋아 2011-05-20 13:00   좋아요 0 | URL
저 시 좋은데요^^ 오늘 점심에 자꾸 읽어봐야지~~ 잘 됐어요. 별 할일도 없는 무료한 점심시간에요.


sslmo 2011-05-21 09:58   좋아요 0 | URL
전 저 시 좀 지겨워지려고 해서, 장사익으로 갈아탔어요~^^
별 할일도 없는 무료한 점심시간이...때로는 젤 편안하잖아요~

참, 사진전이 오늘이던가요?
멋지게 잘 하세요~^^

잉크냄새 2011-05-20 13:48   좋아요 0 | URL
드레이커스의 인용구가 아주 맘에 와 닿네요.
그 인용구대로라면 우린 영원히 아이일수 밖에 없구나 싶네요.

sslmo 2011-05-21 10:04   좋아요 0 | URL
드레이커스, 의지가 되는 참 멋진 인용이죠~
씩씩한 듯 당차게 살아가지만, 어른들도...남자들도...눈물도 흘릴 줄 알고, 두려움을 느끼기도 하겠죠.
때론 참았던 눈물을 흘릴 때도 있고, 때론 숨겼던 두려움을 드러내 놓을 때도 있고...

프레이야 2011-05-20 15:20   좋아요 0 | URL
그동안 병간 하느라 안 보이셨군요.
시어머님 나아지셔서 다행이에요. 고생하셨어요.
병실보조침대에서 쪽잠을 잤던 기억이 제겐 두번 있어요.
아주 오래 전 시어머니, 4년전 친정엄마, 이렇게요.
병간호할 때 오히려 책을 읽으며 마음 달래고 힘든 몸 스스로 다독이고 그랬던 시간이 떠오르네요.
특히 친정엄마 대수술하기 하루전날 밤새 집에서 혼자 그랬고 수술 후 몇날을 병실복도에서 그랬지요.
병실에 환자들은 불을 꺼야 잠을 자니까요.
양철댁님 이해간다는...
김별아의 치유에세이도 찜해갑니다.

sslmo 2011-05-21 10:08   좋아요 0 | URL
ㅎ,ㅎ...어머니가 계신 병실은 9시가 되면 불을 꺼요.
불을 끄고도 밤새 간호사들이 들락거리고,
제가 해드릴 간단한 처치들도 있고 해서 양질의 잠을 잘 수는 없어요.
하지만, 그런 일들을 제가 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어머니가 아프신데 아무것도 해드릴 수 없어서 손 놓고 발만 동동 구르느니,
몸은 극도로 피곤하지만, 내 수족을 움직여 뭔가를 해드릴 수 있다는 게...좋아요.
다행이예요~^^

하늘바람 2011-05-20 16:24   좋아요 0 | URL
어머니 괜찮아 지신거예요?
책을 읽으셨다지만 맘이 마음이 아니셨겠어요

sslmo 2011-05-21 10:12   좋아요 0 | URL
간단한 시술을 하시다가 일시적인 쇽이 오셨었어요.
좀 나아지셨고, 이제는 아침에 세수 씻겨 드리고 로션 발라 드리면서 싸우고 있어요.
아프니까 세게 때리며 바르지 말아라...해 가면서요~^^

잘잘라 2011-05-20 16:55   좋아요 0 | URL
궁금했어요. 소식 주셔서 고맙습니다.
어머님 쾌차하시길 빕니다.
병간호.. 몸 쓰고 마음 쓰고, 보통 일 아니실텐데
님도 기운내시구요! 노래하시는 모습, 상상하게 되네요^ ^
♪외로운 가슴에 꽃씨를 뿌려요~

sslmo 2011-05-21 10:18   좋아요 0 | URL
누군가를 궁금하게 했다니, 몸 둘 바 모르겠지만 기분 좋은 일이긴 하네요~
어머니 쾌차하실거예요~^^

노이에자이트 2011-05-20 18:53   좋아요 0 | URL
병실에선 아무래도 침울한 노래보단 경쾌한 노래가 좋죠.애수의 소야곡은 꽤 슬프죠.꽃을 든 남자가 명랑해서 좋겠네요.

sslmo 2011-05-21 10:20   좋아요 0 | URL
어머니가 계신 병실에 분위기 메이커 할머니가 계시는데요.
이 분이 침울한 노래도 죄다 경쾌한 버젼으로 바꿔 부르는 재주가 있으신 분이더라구요~

제가 부른 꽃을 든 남자는......그러니까, 동요 버젼 쯤 되려나~^^

섬사이 2011-05-20 21:55   좋아요 0 | URL
'외로운 마음에 꽃비가 내려요~~'
봄에 딱 어울리는데요~ ^^
그동안 병간호 하느라 힘드셨을 텐데,
그런데 소소하고 잔잔한 따뜻함이 느껴져서 참 좋네요.
시어머님이 나아지고 계시다니 참 다행입니다.

sslmo 2011-05-21 10:23   좋아요 0 | URL
소소하고 잔잔하더라도 제가 뭔가를 할 수 있어서,
그리고 그 뭔가에 부응하여 조금씩 나아지셔서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리고 보니, 세상은 뭐 엄청난 변화에 의해서가 아니라, 소소하고 잔잔한 것들이 모여 따뜻함을 이루며 살아가는 곳인 것 같아요.

2011-05-20 23:09   좋아요 0 | URL
한 소절 이후부터 모두 부르는 합창이 되는 노래, 저도 좋아합니다. 이 세상엔 노래가 참 많다는 사실에 놀랄 때가 많아요. 일요일 아침의 도전 1000곡을 보면, 특히.. 그리고 그 많은 노래들이 대부분 나름대로 좋다는 게 참 좋아요. / 병간호, 쉬운 일 아닌데 그래도 씩씩하게 잘 하고 계시군요. 화이팅입니다!

sslmo 2011-05-21 10:26   좋아요 0 | URL
저도 그랬어요.
그리고 슬플 때 불러도, 슬픈 내용을 담고 있는 노래여도 힘이 되는 노래가 있다는 게 놀라운 깨달음이었어요.
뽕짝, 또는 트로트라고 불리우는 저 노래들을 사랑하게 될 것 같아요~^^

글샘 2011-05-21 00:59   좋아요 0 | URL
전 노래방에서 저런 노래 안 부르는데요. ^^
쪽잠 주무시느라 고생 많으시네요. 몸 살펴가면서 간호하시길...

sslmo 2011-05-21 10:28   좋아요 0 | URL
저도 노래방에서 아직 못 불러봤는데요.
언젠가 불러보려구요.
전 모든 노래를 동요 버젼으로 편곡해 부르는 묘한 재주가 있어서요~^^

감기 몸살, 괜찮으세요?

루쉰P 2011-05-21 09:31   좋아요 0 | URL
아! 그래서 그렇게 서재에 안 보이셨군요. 병원에 가서 어머님을 챙겨야 하셨다니 정말 신경 많이 쓰시고 걱정도 많이 하셨겠어요. 서재에 갑자기 잘 들어오지 않으셔서 걱정을 했는데 그런 일이 있으셨군요.

병원은 개인적으로 정말 무서워하는 곳이라서 거기를 가면 숨이 막힌다고 할까요? 특히 가족이 아파서 병원을 가면 너무 마음이 아프죠. 비 오는 주말 몸 좀 추스리고 푹 좀 쉬세요. ^^ 건강챙기세요!

sslmo 2011-05-21 10:31   좋아요 0 | URL
전 제 삶의 반을 병원에서 보냈기 때문에 무서워 하지는 않지만 좀 숨 막히고 끔찍해 하기는 하죠.
주말 내내 비 온대요? 아웅, 이제 비는 싫어요~ㅠ.ㅠ

님도 건강하고 멋진 주말 보내세요~!

blanca 2011-05-21 10:11   좋아요 0 | URL
아, 그러셨군요. 그래도 일반 병실로 옮기셨다니 정말 천만 다행이에요. 저도 병실 사이드 베드에서 엎드려 숙면을 취했던 기억이 나네요 ^^;;

sslmo 2011-05-21 10:33   좋아요 0 | URL
이젠 어디든 등만 붙이면 잘 수 있을 것 같아요.
앉아서 또는 서서 자는 사람들도 봤는데...아직은 그런 내공은 터득하지 못했나 봐요~^^

마음 써 주셔서 감사해요.

비로그인 2011-05-21 11:26   좋아요 0 | URL
이런. 쾌차하시길 빕니다.
묵묵히, 그러나 약간 빠른 속도로 먹는 병원식. 갑자기 그 병원식 수저를 싸고 있는 종이에 적혀있던 연둣빛 글자가 생각납니다.

누군가에게는 감금의 대상이었겠지만, 그 복작거리는 곳에 있자니, 또 한편은 재래시장에 온 기분도 들었는데요. 살아 가려는 의지가 정점에 다다른 또 한 면을 보게 되었네요.

양철님 오랜만입니다. ^^

sslmo 2011-05-29 05:22   좋아요 0 | URL
저는 요즘 죽음에 대해서, 죽음을 견뎌낸 삶에 대해서...생각해 보게 돼요.
삶이란 건 언제나 치열한거 겠지만,
병원에서 만나게 되는 살아가려는 의지의 정점보다는 아니지 싶어요.

지극한 이기주의가 허용되는 곳이기도 하지만,
그 이기주의가 볼성 사나운 곳이기도 하구요.ㅠㅠ

머큐리 2011-05-23 18:20   좋아요 0 | URL
병원 쪽잠 주무신다길래... 무슨 이야기인가 했어요.. 이제야 알겠습니다...고생많으시죠..

sslmo 2011-05-29 05:27   좋아요 0 | URL
아들은 좀 어떤가요?
이제 슬슬 밤마다 아프다고 해서, 잠을 설치게 만들때도 됐을텐데...
안 움직이도록 잘 고정해줘야 나중에 고생 덜 할거예요~^^

쉽싸리 2011-05-27 07:39   좋아요 0 | URL
아, 큰 일을 치루고 계시는군요.
잘 견녀내시길...

sslmo 2011-05-29 05:27   좋아요 0 | URL
뭘요, 헤헤~
견뎌낸다기보다 나름 즐기고 있어요~^^

세실 2011-05-29 07:25   좋아요 0 | URL
견뎌낸다기보다 나름 즐기고 있다는 글을 읽으니 웃음이 납니다. 역시 양철님 짱!!
그만하셔서 참 다행이예요. 빠른 쾌유를 빕니다.
병실에서 노래로 화답하시는 님.ㅋ. 노래 잘 부르시나보다~~

sslmo 2011-05-30 02:00   좋아요 0 | URL
세실님도 여러가지 일들로 여전히 바쁘시죠?
저도 님, 응원할게요.

음,,,노래는 말이죠.
음치, 박치는 면했는데...맛깔스럽게 부르진 못해요.
모든 노래를 동요 버젼으로 맘대로 편곡해 부르는 재주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