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설공주에게 죽음을 스토리콜렉터 2
넬레 노이하우스 지음, 김진아 옮김 / 북로드 / 2011년 2월
평점 :
품절


얼마전 아들이 노래를 부르던 일렉기타를 사주었다. 
아들은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다'는 말로 헌사를 했다. 
이리저리 튕겨보더니, '아흑~소리가 완전 '죽음'인걸!'하며 흡족해 했다.
앰프랑 또 컴퓨터랑 연결해 륑가륑가하더니 컴퓨터를 망가뜨렸다.
이때 이 녀석은 세상 다 살았다는 표정으로 '죽을 거 같애.'라고 읊조리더라.
나는 사람이나 사랑 때문도 아니고 일렉기타랑 컴퓨터 때문에 삶과 죽음을 넘나드는 이 녀석이 한심하였지만, 뭐~
이렇게 한마디하였다.
'엄마, 아빠가  니 생명의 은인이네. 낳으면서 한 번, 이렇게 죽을 것 같은 걸 살려놓은 거 한번~' 

돌이켜보니, 나도 '죽음'을 이렇게 저렇게 섞어서 '과장법'을 제법 만들어 썼다. 
세상은 과장이 안보태지고도 죽을똥 살똥의 연속인데, 나 때문에 아이는 삶과 죽음을 과장하여 목도하게 되는 건 아닐까?
이제 죽음이 들어간 단어의 선택에 신중해야 겠다.

세상에 죽어 마땅한 사람이 있을까?
종종 천인공노할 죄를 저지르는 자가 있기는 하지만,
죄를 미워하되 그 사람은 미워하지 말랬다고...세상에 죽어 마땅한 사람 따위는 없는 게 아닐까?

이 책의 원제는 'Schneewitten muss sterben'이다.
그대로 해석하자면, '백설공주는 죽어야 한다', '백설공주는 죽어 마땅하다' 정도가 되겠다. 

난 백설공주를 이런 저런 버젼으로 접했었기 때문인지, 백설공주가 죽어 마땅하다는 뉘앙스를 이해할 수 있었지만,
아이들 동화에 나오는 눈처럼 흰 백설공주로 알고 있는상황에서, "백설공주, 걔 죽어 마땅해...싸고지야." 했다면 좀 혼란스러울지도 모르겠다.
암튼, 책을 다 읽고 난 지금 이런 저런 상황이 어우러져 다시 한번 우리말 제목을 잘 뽑았다는 생각이 든다.

여자 친구 둘을 살해하고 시체를 은닉한 자의 형량으로 10년이면 너무 짧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이 책을 다 읽고난 후인가, 그 즈음인가...
'어떻게 살인자를 변호할 수 있을까 '라는 책을 읽게 되었고...
결과적으로 전도유망한 청년의 10년이 너무 안타까웠다.
뭐, 처음에만 그랬다는 얘기이다.
이 청년은 술에 만취해 그날의 일을 기억 못하는데...
나였으면 그러면 다시 술은 보기도 싫을 것 같은데...그는 또 술을 마신다.
이것이 내 안타까움이 지속되지 못한 이유이고 그에게 감정 이입 할 수 없었던 이유이다.

물론  일단 눈앞에 뼈만 가져다주면 시간이고 뭐고 다 잊고 외부의 영향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워지는 사람(14쪽)  일에 관한 열정이 내 맘에 들었지만 그는 어찌된 것인지 일 외의 부분에서는 완전 찌질이다.

냉철한 카리스마 수사반장 보덴슈타인도 내가 보기에는 아내가 바람 피우는 것도 눈치채지 못하고,
"예나 지금이나 자신만만하시군요. 여자가 예뻐지면 남자들은 꼭 자기 때문이라고 하더라!"(85쪽)의 당사자가 된다.

이 책의 주인공 '토비아스'로 말할 것 같으면...공부면 공부, 운동이면 운동, 못하는 것 하나 없는 게다가 얼굴까지 잘 생겼다.
그런 그가 고등학교를 졸업하던 해, 여자 친구 둘을 살해하고 시체를 은닉했다는 죄목으로 감옥에 들어간다.
이 책은 10년 형기를 마치고 출소한 그가 예전 마을로 돌아가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내 토비아스가 맘 아팠지만,
토비아스에게 그런 일이 없었다면 과연 전도유망한 청년이 되어있을까?...에 대한 나의 예상을 얘기하자면 'never'이다.
왜냐하면 열아홉살 때까지의 그가 전도유망했다고 표현되는건 그의 외적인 스펙이다.
내적으로 그가 얼마나 인간적인지, 성숙했는지에 대해서 얘기해보자면...거의 속물수준이다. 

외모만을 보고 이 여자에서 저 여자로 갈아치는게 신발을 갈아신는 것만큼이나 쉬운 일이었던건 차치해 두고라도...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도 없이 제멋대로였다.
술을 아무리 인사불성이 되도록 먹었다고 해도 사람을 죽이고도 모를 정도로 먹을 수 있을까?
그리고 그렇게 범인으로 지목되었을때, 그의 결백을 증명해 줄 친구 한명 없다는 것도 그렇다.
좋다, 그렇게 그렇게 형기를 마치고 나왔으면...
술 때문에 자신이 악화일로를 걸었다면, 또다시 술을 마시고 인사불성이 되는 그런 일은 없어야 하지 않았을까?  

피아는 그의 긴장된 육체에서 뿜어져 나오는 분노를 느낄 수 있었다. 그의 눈에서는 아주 오랫동안 억눌려온 노여움이 작은 불꽃처럼 일렁였다. 그 불꽃은 바람만 제대로 만났다 하면 거대한 불길로 변할 수도 있는 위험한 것이었다. 토비아스 자토리우스는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시한폭탄 그 자체였다.(75쪽)

복수의 칼날을 갈든 도를 닦든 10년동안 감옥에 있은 사람의 그것이라고 할 수가 없다.

이 책은 그러니까...드라마나 영화로 만들어졌으면 좋았겠다.
하지만, 이게 서사를 만들어나가는 힘이지, 장르소설이 갖추어야 할 개연성은 아니다. 
얘기를 직조해 냈다는 느낌이 아니라, 이리저리 붓 가는 대로 쓰다가, 얘기가 안 풀린다 싶으면, 하나씩 인물을 만들어내서 억지로 꿰어맞추는 식이다. 

한마을 사람들이 범죄에만 얽히고 섥힌게 아니라 관계도 이렇게 저렇게 얽히고 섥힌게...꼭 통속 드라마를 보는 것 같았다.
재밌지만 그뿐, 읽고나면 남는 여운 따위는 없다.

'스몰플레인스의 성녀'가 생각났는데...
스몰플레인스의 성녀에서는 그래도 한가족 사이의 비밀이어서 억지스럽게 이해할 수 있었지만,
한마을이 통째로 얽히고 섥힌 이런 사건이 10년동안이나 은폐되었다는 게 잘 납득이 되지 않는다.
자폐아와 아스퍼거증후군의 증상이 섞여서 왔다갔다 한다. 
이런 의학적 지식에 대한 자료수집도 제대로 이루어 지지 않다니 아쉽다.

책날개를 보면,
냉철한 카리스마 수사반장 보덴슈타인과 남다른 직관으로 사건을 풀어가는 감성 형사 피아 콤비가 등장한다고 했는데... 
이 안내 문구는 바꿔야 할 것 같다.
보덴슈타인은 아내의 바람을 감지하고 뒤쫒아 다니다가 자신도 맞바람을 피우는 찌질남 이상도 이하도 아니고,
남다른 직관으로 사건을 풀어나가는 여형사 피아의 경우도 전남편의 도움을 받아 거쳐야 할 단계를 생략해서 사건을 좀 빨리 해결하는 것 뿐이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유럽소설 특유의 허무한 결말이 기다리고 있었다. 
하긴 수사반장 보덴슈타인은 다음편에서도 계속 등장해야 할테니까 그를 주인공으로 놔두어야 새로운 이야기를 시작할 수도 있겠다.

그런데 말이다. 
유럽 장르소설은 우리나라에서 새로운 개척 분야니까 백번 양보를 한다고 해도 말이다.
이 책이 눈 깜짝 할 사이에 7쇄까지 찍어냈는지 의아할 따름이다.
광고, 영업, 기획력을 유심히 살펴보고 배워야겠다.


댓글(21) 먼댓글(0) 좋아요(3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잘잘라 2011-04-07 02:37   좋아요 0 | URL
궁금1) 사업하시게요? 아니면 책 내시게요?

궁금2) 스티븐 킹의 소설도 '장르소설'인가요? 장르소설이라는 말, 잘 모르겠어요. 장르라는 말에 '추리'라는 뜻이 들었나보죠?

sslmo 2011-04-07 17:08   좋아요 0 | URL
답1) 둘 다 아니구요, 잘 살펴두면 나중에 유용할 듯 해서요~

답2) SF·무협·판타지·추리·호러·로맨스 등 예전에 대중소설이라고 불리우던 것을 통칭하는 말이죠.
제가 장르소설이라고 그냥 뭉뚱그리는 이유는 요즘은 예전같지 않고 경계를 넘나드는 장르가 많아서 추리나 호러 한가지 이름으로 명명하기가 애매한 건 같아서이기도 하구요.

최내현 님 같은 경우는 SF를 science fiction이 아닌, social fantasy로 명명하시기도 하구요~

감은빛 2011-04-07 02:41   좋아요 0 | URL
저도 이 책의 마케팅전략이 궁금하던 참이었습니다.
살펴보시고나면 저에게도 가르침을 주세요! ^^

sslmo 2011-04-07 17:10   좋아요 0 | URL
지금까지 살펴본 바에 의하면 마케팅 스케일이 틀리더구만요.
자잘한 거 하나까지 놓치지 않고 말이죠.
본받을만 해요~^^

루쉰P 2011-04-07 09:53   좋아요 0 | URL
유럽의 장르 소설에서는 그리 읽히지 않은 책들이 많다는 것은 제 개인적인 주관이에요. 뭐랄까? 스릴러 분야에서는 유럽 책 쪽에 저를 확 끌어당기는게 없거든요. 양철댁님이 지적해 주셨듯이 뭔가 기계 장치의 신처럼 이야기가 막힐 때 쯤 등장하는 인물이나 사건들은 독서를 집중하는데 참 번잡스럽게 만드는 것 같아요. 7쇄까지 찍다니 아예 처음부터 7쇄로 나온 것은 아닌지 하는 추론을 해봐요. ^^ '유럽 특유의 허무한 결말'이라는 문장이 제가 생각하고 있는 유럽 스릴러 문학에 대한 감상과 일치하는 것 같아요. 암튼 좋은 책 찾기는 아파트 경비를 보며 칭찬 받는 것과 거의 일맥상통하는 것 같아요. ㅋㅋㅋ

sslmo 2011-04-07 17:21   좋아요 0 | URL
그러면서도 또 광고에 혹해서 말이지요~
그러니까 이 책의 영업, 광고, 기획, 편집력...다 배우고 싶다니까요~^^


마노아 2011-04-07 12:37   좋아요 0 | URL
리뷰도 무척 많이 올라오고 제목도 시선을 끌고 표지도 매력적이었는데 정작 내용이 매력적이지를 않군요.^^
벌써 7쇄라니, 놀라운 마케팅이에요.

sslmo 2011-04-07 17:24   좋아요 0 | URL
그런데 내용이 꼭 매력적이지 않은 것도 아니예요~^^
단지 제 기준에 좋지 않은 것일 뿐이지~

암튼 7쇄 미스터리를 풀고 싶어요.
제가 1쇄와 7쇄는 가지고 있거든요.
혹, 다른 인쇄본을 가지고 계신 분?^^

sslmo 2011-04-09 01:39   좋아요 0 | URL
다시 확인하니 제 것 두권 다 7쇄네요~^^

책가방 2011-04-07 15:30   좋아요 0 | URL
저는 이 책을 읽으면서 인물관계도를 그려야 했다죠...ㅋ
등장인물도 많고 관계도 복잡하고 이름마저 어려워서요..^^
(토지)는 등장인물도 많고 관계도 복잡하지만 이름은 쉽잖아요..ㅋ
제가 소설은 많이 읽는 편이 아니라서 그냥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sslmo 2011-04-07 17:26   좋아요 0 | URL
저도 인물관계도 당근 그렸죠.
고3 독서실에 숨어서 무협지 읽을 때부터 터득한 버릇이라서 말이죠.
그래서 책 처음에 등장인물 관계도 나와 있으면 시원섭섭해요~^^

차좋아 2011-04-07 18:16   좋아요 0 | URL
여기저기 눈에 걸리는 책이었는데 양철댁님이 읽으셨군요.ㅎ 사실 별로 궁금도 안했는데 이렇게 양철댁님 후기를 보니 또 관심이 갑니다. '적극적 기회가 온다면 읽어야지. ㅎㅎㅎ'

sslmo 2011-04-09 01:40   좋아요 0 | URL
적극적 기회를 만들어 드릴까요?
주소 알려주심 한권 분양해 드릴게요~^^

첫눈 2011-04-07 22:50   좋아요 0 | URL
이책 역시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린다고 하더라구요.
전 재밌게 봣는데, 나와는 또다른 리뷰를 보면 저도 다시한번 되새겨보기도 해요 ^^
저와는 다른시각의 리뷰 너무 잘 봤습니다 ^^
리뷰가 너무 멋져서...전 좀 부끄럽네용 하하하 ^^;;

sslmo 2011-04-09 01:42   좋아요 0 | URL
첫눈 님의 리뷰도 읽어봤어요.
인상적이었어요.

저도 재미는 있었어요.
근데 아줌 심리 발동, 아내의 바람에 맞바람 피우는 남자...멋지지 않더라구요~ㅠ.ㅠ

이박사 2011-04-09 05:43   좋아요 0 | URL
ㅎㅎ 약철댁 님 취향에 안 맞으셨군요. 전 이 책 출판사가 기대하지 않은 로또라고 생각했는데... 원래 장르 출판사도 아니고, '키켄'이라는 책도 거의 망했을테고... 아마도 제목과 표지로 일반 독자들한테 꽤 팔리고, 장르 팬들한테도 평이 좋으면서 그제서야 홍보도 하고 했을거라 생각해요. 그렇게 탄력이 붙으면서 자연스럽게 눈덩이가 커진 듯.

전 '백설공주'의 이야기가 꽤 오밀조밀하게 잘 짜여져 있고, 꽤 유명하다고 알려진 작품들이 놓쳤던 기본기 같은 것들이 참 보기 좋다고 느꼈어요. ('살인의 숲'에서 타나 프렌치가 해 줬으면 하고 바랬던 것들... 조금 깔끔하지 못했다는 아쉬움) 전 치정에 얽힌 이야기에 점수를 잘주지 않는 편인데, '백설공주'는 꽤 지저분하게 얽혀 있는 이야기가 깔끔하게 긴장감 있게 진행되었던 게 맘에 들었네요.

sslmo 2011-04-09 08:35   좋아요 0 | URL
와~
님의 분석 너무 멋져요~
암튼 배울 점이 많은 책인 것만은 확실해요.

그렇다면 전 백설공주의 다른버젼을 알고 있어서...너무 당연지사라고 생각하고 봤었나 보죠?^^

이박사 2011-04-24 02:03   좋아요 0 | URL
맞아요. 양철댁님. 제가 결혼생활에 대해 깊이 알지 못하기에 ... 특히나 스릴러 장르 쪽을 보면 보통의 부부에 대해 잘못된 인식을 갖기 쉽죠 ㅎㅎ

이전에 언급했던 '악마의 놀이' 같은 경우는 또 다른 스타일의 가족 이야기가 살짝 연관되어있기도 한데... 위의 기타 에피소드를 읽고 보니 그 책을 읽은 양철댁님의 의견이 궁금하기도 합니다. 물론 조금 잔인한 편에 속하는 스릴러라 그런 걸 싫어하신다면 망설여지지만요.

sslmo 2011-04-24 02:10   좋아요 0 | URL
악마의 놀이, 님께 땡스투 하고 구입해 뒀어요~^^
지금 비트 더 리퍼 읽고 있고, 넬슨 드밀이랑 마이클 코넬리가 대기 중이긴 하지만요.
언젠가 읽고 님을 위하여 짧게라도 코멘트를 남겨보기로 하죠.
잘 지내시죠?^^

다락방 2011-04-18 09:06   좋아요 0 | URL
양철댁님, 저 이 리뷰 읽었을 때부터 제가 가진 책이 몇쇄인지 알려드려야지 생각하고 자꾸 잊었다가 오늘 드디어 확인했어요. 제 책도 7쇄네요.

sslmo 2011-04-20 00:35   좋아요 0 | URL
앗!
죄송해요, 댓글을 이제 봐서 덧글이 늦었네요.
엊그제 11쇄까지 봤어요.
아니 11쇄를 봤어요.
그러니까 제가 눈으로 확인한건 7쇄, 11쇄 이렇게 두 종류네요.
하긴 쇄에 이렇게 연연해할 필요가 없는데 말이죠.
요즘은 루틴으로 만 부 이렇게 찍어내는 세상은 아니라네요~^^
 

Let it be와 Let it grow 

노래 가사와 연관짓지 않고, 저 문장들만 놓고 해석을 해보자면,
'냅둬,이대로 살다 죽게...' 또는 '냅둬, 그렇게 살다 죽으라고...'와
'길들여진 것에 대해선 책임을 져야 해'
정도가 될 것 같다.

어찌보면,
Let it be는 이별 앞에 대처하는 자세이고,
Let it grow는 사랑 앞에서의 마음가짐인 것도 같다.

사람의 마음은 한번 돌아서면, 그 마음은 다시 되돌리기가 어렵다.
울고불고 매달리면 이별을 늦출 수는 있지만, 이별 자체를 막지는 못한다.

사랑은...심어놓았으면 가꾸어주어야 한다.
힘들고 지치고 외롭다고 사랑이라고 착각하고 아무나를 be한 상태로 두는 것은 일종의 직무유기이다.
내곁에 심어놓았다면 돌봐주고 가꾸어주어야 하는게 기본적인 예의다.

이쯤되면 사람의 감정이라는게 호오를 무우 자르듯이 경계를 분명히 할 수 있는 거냐고 할지도 모른다.
나로 인함이냐, 나에게로 비롯됨이냐에 따라서 경계는 상반될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사람의 감정이라는 것은 어쩜 돌고도는 것인지도 모른다.
grow해야 할 감정이 be해지는 것도 아픔이지만,
be해야 할 것이 grow해지는 것도 아프긴 마찬가지인 고로,
나로서는 최소한 아픈 상처에 고춧가루 뿌리는 일은 막아보자는 심사다.

한가지 고약한 것은
be해야 하는 지 grow해야 하는 지,
처해있을때는 깨닫기 힘든고로,
번지수를 잘못 찾아도 실종신고나 가출신고를 할 수도 없다.

헌데, 이런 단어 하나의 차이가 주는 미묘한 뉘앙스에 연연해 하는 난...
be해야 한단 것인가, grow해야한단 것인가?
어떤 날의 노래가사도 생각난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건,있어야 할 게 제자리에 있는 것이라는...
 

 

 

 

 


댓글(40) 먼댓글(0) 좋아요(3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잘잘라 2011-04-01 08:26   좋아요 0 | URL
"냅둬유-!" 최양락 목소리가 떠올라요.
에릭 크랩튼 듣고 가요. ♪내비둬유, 내비둬유~
만우절 아침^^;;

sslmo 2011-04-07 01:02   좋아요 0 | URL
만우절 아침의 댓글에...답글이 엄청 늦었네요.
저도 최양락 버젼의 '넵둬유~' 알아요~^^

느린산책 2011-04-01 09:12   좋아요 0 | URL
에릭 신님 젊을 때 너무 잘 생기셨다~ㅋ
저에게 에릭 신은 나이를 떠나 가장 멋지고 섹시한 남자랍니다.

sslmo 2011-04-07 01:04   좋아요 0 | URL
에릭 신님의 노래에는 철학이 담겨있어서, 곱씹을 때마다 다른 의미로 이해되는 것 같아요.
저도 참 좋아해요~^^

穀雨(곡우) 2011-04-01 09:22   좋아요 0 | URL
"Let it be"로 부를 땐 몰랐는 데 "냅둬유"라고 부르니
상황이 전혀 달라지는데요. 이제 렛잇비하면 냅둬유와 양철댁님이
함께 떠오르겠는걸요....^^

sslmo 2011-04-07 01:07   좋아요 0 | URL
이 '냅둬유'랑 종교적인 가르침 '냅둬유'는 또 다른 얘기이겠지만,
상황이 달라지더라도 넵둬유 속에 담겨진 순리를 따르라는 가르침은 한번씩 되새겨 볼만 하죠~^^

차좋아 2011-04-01 11:49   좋아요 0 | URL
Let it grow Let it grow~~~ 입 속에서 계속 부르고 있는데 다음 진도가 안 나가네요 ㅋㅋㅋㅋㅋ
응응 응 으으응~ 렛잇 그로우~~ㅋㅋㅋㅋ

sslmo 2011-04-07 01:10   좋아요 0 | URL
let it grow를 알고 계시는 것만으로도 감격스러운 걸요~
에릭 크랩튼은 수많은 주옥 같은 노래들에 가리워져 let it grow 아는 분들 많지 않더라구요~
응응 응 으으응~ 렛잇 그로우~~^^

차좋아 2011-04-07 18:18   좋아요 0 | URL
제 허밍이 들렸어요?^^ ㅋㅋㅋ 글로 전해져서 알아 보셨나보다. 직접 들었으면 못 알아 들었을 거에요 ㅋㅋㅋ


sslmo 2011-04-09 01:38   좋아요 0 | URL
제가 어제, 그제 계속 Let it grow만 허밍으로 흥얼거렸는데...
아들曰 "왜 모든 노래 가사가 다 똑 같어?"
엄마曰 "같은 곡인데~(,.)"
아들曰 "그럼 음정 박자가 계속 틀리는거야?"
엄마曰 "인석아, 변주곡이란 것도 모르냐???"

저 아들에게 변주곡을 가르친 여자에요~^^

반딧불이 2011-04-01 12:15   좋아요 0 | URL
Let it grow를 들으면서 be하는 것에 살기나 뿌리지 말아야지 하는 각오를 하게 되요. 노래 잘 들었습니다.

sslmo 2011-04-07 01:12   좋아요 0 | URL
아, 또 다른 가르침이고 또 다른 깨달음이네요.
신선한 충격이네요, 감사합니다~^^

비로그인 2011-04-01 13:29   좋아요 0 | URL
단어 하나 차이인데 마치 다른 창으로 세상을 보는 것 같네요 ㅎㅎ^^

sslmo 2011-04-07 01:14   좋아요 0 | URL
이 동네에 중전 님이라는 분이 계신데...
그 분의 사진들을 보면 사진 속에 또 다른 프레임을 하나씩 가지고 계세요.
다른 창으로 세상을 본다고 하셔서...그 분의 사진들이 떠올랐어요~^^

순오기 2011-04-01 17:32   좋아요 0 | URL
종일 무한반복하고픈 음악이네요~ 왔다 갔다 일하며 클릭 클릭!!
우리집은 있어야 할 게 제자리에 있지 않은 엉망진창인데...ㅜㅜ

sslmo 2011-04-07 01:16   좋아요 0 | URL
저희 집도 있어야 할 게 제자리에 있지는 않지만, 자리를 만들어 놓고 그자리에 두려고 노력해요.
저도 지금 댓글 달면서 다시 한번 듣고 있어요~^^

꿈꾸는섬 2011-04-01 23:16   좋아요 0 | URL
에릭 크랩톤 너무 오랜만이에요.^^
글도 좋고 노래도 좋고...너무 좋아요.^^

sslmo 2011-04-07 01:18   좋아요 0 | URL
저는 꿈섬님이 더 오랫만인 것처럼 느껴져요~^^
꿈섬님이 너무 좋다고 해주셔서 저도 너무 좋아요~^^

cyrus 2011-04-01 23:44   좋아요 0 | URL
학교에서 도서관에서 공부하다가 스쿨버스 타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양철댁님 글을
읽게 되었는데 제가 좋아하는 비틀즈의 노래를 들을 수 있어서 좋았어요. ^^

sslmo 2011-04-07 01:20   좋아요 0 | URL
스쿨버스에서 글을 읽으셨다면 스마트폰으로?
무한영광인걸요~^^
비틀즈도 그렇고 에릭 크렙튼도 그렇고...야심한 밤일수록 착 달라붙는 것 같아요~^^

마녀고양이 2011-04-02 01:01   좋아요 0 | URL
흠, be하든 grow하든, 그럴 대상이라도 있는 그대는 행복한 사람~~~ 홍홍.
나는 요즘 같아서는 고민 자체가 안 돼, 머... 고민해봤자인 문제기두 하구.
누가 알겠어, 어느게 현 상태에서 정답인지.. ^^

아, 흘러가는대로 라고 생각하는 걸루 봐서는 let it be 네.

sslmo 2011-04-07 01:22   좋아요 0 | URL
아, 흘러가는대로 흐르는 대로 라는 노래 가사가 생각나네...
흘러가는 거는 흐름에 몸을 맡기는 거고, 흐르는 거는 내가 흐르는 거고...
Let it be도 파고 들어가면 왕 복잡해진다는~ㅠ.ㅠ

햇빛눈물 2011-04-02 23:50   좋아요 0 | URL
'울고불고 매달'리던 때가 있었습니다. 당연히 '이별 자체를 막'지는 못했죠. 저 또한 '사랑은 심어놓았으면 가꾸어 주어야'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상대방은 그렇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니 오히려 제가 그러지 않았나 합니다. 'be해야 하는 지 grow해'야 할지 저는 잘 모르지만. '사람의 감정이라는 것'이 정말로 돌고 도는 것이라면. 내 가슴에 지나간 사람들과의 일, 기억을 떠올리며 '씨익' 웃을 수 있는 여유가 생기면 얼마나 좋을까요.

sslmo 2011-04-07 01:24   좋아요 0 | URL
아직은 관조적으로 바라볼 만큼 시간이 흐르지 않은게 아닐까요?^^
시간이 조금 더 지나면 씨익 웃을 수도 있고,
때로는 기억도 나지 않기도 하더라는~^^

저절로 2011-04-03 14:49   좋아요 0 | URL
사색이 깊은 '사람'이군요..안 그래도 어제 봄처녀?를 만난 뒤 '집착'에 대해
계속 생각했었는데, 여기오니 '답'나왔네요. 아! 그렇군요. 님 페이퍼는 '답안지'였군요!!!!

sslmo 2011-04-07 01:26   좋아요 0 | URL
님이 말씀하신 봄처녀가 제가 상상하는 그 봄처녀 일까요?^^
그렇담 왕부럽구요~^^
웬걸요~
집착에는 답이 없는걸요~^^

루쉰P 2011-04-04 12:48   좋아요 0 | URL
오우..영어와 국어의 혼용 리뷰...전 요즘 토익을 공부하고 있어서 영어에 자신감만 가지고 있어요. 하지만 양철댁님의 글은 포스가 엄청나군요. 사랑이라는 것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고 그런 상황 자체도 모르는 것이 너무 많지만 한 번 퍼부었다면 상대방 따위는 배려하지 않는 폭풍 사랑을 하는 것이 저의 신조죠. 후훗...약간 스토커 체질. 한 사람을 이해한다는 것은 평생에 걸려도 힘들다는 것이 제 생각이에요. 사랑은 남보다 더 그/그녀를 이해하고 알아가는 싸움이라 생각하기에 훗...걸리기만 해 봐 완전 이해해줄거야란 아름다운 다짐을 봄에 해요. 헐..갑자기 양철댁님 글 읽다가 결의를...

sslmo 2011-04-07 01:30   좋아요 0 | URL
저도 그 폭풍사랑 함 받아봤으면 좋겠어요~^^
저는 사랑은 방귀처럼 숨겨야 하는 건 줄 알고 살아와서요~

저는 스토커 기질의 대부분은 장르소설을 읽으며 상상력으로 발휘하고,
남는 건 아들과 남편을 향하여 무한 발휘하고 있습니다여~

루쉰P 2011-04-07 09:48   좋아요 0 | URL
ㅋㅋㅋ 아들과 남편 분이 양철댁님의 스토커 기질을 느끼고 있다면 그건 사랑이에요. 정말 완전한 사랑이에요. 아! 아름다운 봄날이여~~

sslmo 2011-04-07 17:00   좋아요 0 | URL
남편과 아들 맘이 님만 같기를 기도해 봅니다~
종종 그들은 자신들을 쥐에 빗대곤 하죠.
父子 曰 "쥐도 달아날 구멍은 두고 몰아대는 거 알지."
저는 이렇게 쏘아붙이죠.
"제리가 현실에 안주하지 않는 것은 톰이 밀어붙이기 때문이란 거 알지?^^"

따라쟁이 2011-04-04 15:10   좋아요 0 | URL
길들여지는것에는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의 고의든 아니든지 간에요. 혹시 그것을 바라지 않았던 부분이라 하더라도 상대로 하여금 길들여지게 했다면 그것은 반드시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근데.. 왜 저는 여기서 이렇게 격분하고 있는걸까요?

sslmo 2011-04-07 01:31   좋아요 0 | URL
우리 '어린왕자'의 최대 수혜자들이군요~^^

2011-04-05 18: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4-07 01: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이조부 2011-04-05 19:44   좋아요 0 | URL
오랜만에 안부 전합니다 ^^ 잘 지내시죠? ㅋ

sslmo 2011-04-07 01:35   좋아요 0 | URL
와~다이조부님이시다~!!!
넵, 잘 지내고 있습니다.
님도 잘 지내시죠?^^

첫눈 2011-04-06 18:06   좋아요 0 | URL
Let it grow라는 노래도 있었군요 ㅎㅎ. 양철댁님의 리뷰를 듣고보니 꼭 들어보고 싶어지네요. be와 grow를 곱씹으며요 ^^ 잘 보고 갑니다 ^^

sslmo 2011-04-07 01:36   좋아요 0 | URL
링크 걸어놨는데 안 들으셨단 말예요?
꼭 들어보세요.
에릭 크랩튼의 숨은 불후의 명곡이라고 호언장담하는 바입니다~!!!

감은빛 2011-04-07 02:39   좋아요 0 | URL
야심한 밤에 노래 듣고 갑니다.
오랫만이죠!

sslmo 2011-04-07 17:02   좋아요 0 | URL
주룩주룩 내리는 빗소리를 제 맘대로 '지글지글' 전 부치는 소리로 해석하고 있는 오후입니다~^^
 

직장이 홍대에서 가깝지만, 홍대는 내 '플레이 그라운드'가 아니다.
똥개도 자기 구역에서는 절반은 먹고 들어간다는 말을 믿는지라,
누굴 만나더라도 집 가까이에서 만나는 게 좋아서 이기도 하지만...
홍대의 그 젊음이 이제 내겐 안맞는 옷처럼 불편하기 때문이기도 했다.
 
지난 주에 볼일이 있어서 홍대에 갔다가 '두리반'을 지나치게 되었다.
나는 거기서 또 다른 용산을 보았고, 용산은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라는 걸 깨닫게 되었다.
어쩜 두리반을 용산이랑 엮는 것은 아주 조심스러운 일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 이순간, 이 땅 어딘가에선 또다른 잠재된 용산이 진행중이다. 

<용산개, 방실이>를 보았다.
실화여서 감동을 더한다는 얘기는 바꾸어 말하면 그래서 감정이 도드라진다는 얘기지만,
그래서 누군가는 그렇게 피흘리고 스러지기도 했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추천사를 보면 이런 구절이 나온다.

   
  작업에 천착하여 시간과 질기게 싸워 왔음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결실을 이루어 낸 두 사람에게 박수를 보낸다.
인물들의 캐릭터가 명료했으면 독자들에게 더 친절했을 터이나, 마음으로 만날 이야기라서 굳이 기교나 꼴이 빼어날 까닭은 없다.
 
   

그리하여 나도 마음으로 이야기를 만났다. 
 

 

 

 

 

 

 

그리고 또 한권.
용산참사 때, 달팽이집이란 시를 쓰셨던 김환영님이 <깜장꽃>이란 동시집을 내셨다.
 

숟가락 

숟가락이 
숫가락이나
숯가락이 아니라
숟가락이 된 까닭은,
'ㄷ'이 떡하니
아가리를 벌리고 있기 때문이야

먹어도,
열린 입은 배가 고프기 때문이야. 

 

들리지 않는 말
 

풀섶 두꺼비가 
엉금엉금 비 소식을 알려 온다
 
비 젖은 달팽이가
한 입 한 입 잎사귀를 오르며 길을 낸다 

흙 속에서 지렁이가
음물음물 진흙 똥을 토해 낸다

작고  
느리고
힘없는 것들이

크고
빠르고 드센 것들 틈에서

보이지도 않고
들리지도 않고
바닥 숨을 쉬고 있다.

 

<마당을 나온 암탉><해를 삼킨 아이들>을 그리신 일러스트레이터 답게 동시집의 그림도 죽음~이다.

언땅이 풀리면,
누군가는 밭을 갈고, 또 누군가는 씨를 뿌린다.
하지만 누군가 밟아 단단해진 땅이나 아스팔트를 뚫고 피어나는 꽃도 있다. 

어딘가에선 건물이 부숴지고, 어디에선가 부숴진 건물에 묻혀버리는 꿈도 있다.
땅을 빼앗겨 꿈을 빼앗기기도 하고, 꿈을 빼앗겨 봄조차 빼앗기기도 한다. 


댓글(21) 먼댓글(0) 좋아요(4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순오기 2011-03-31 04:58   좋아요 0 | URL
신새벽에 깨어나 조용히 추천만...

sslmo 2011-04-01 00:02   좋아요 0 | URL
4시 58분이면...제겐 한밤중이예요.
추천...감사합니다~^^

마녀고양이 2011-03-31 09:27   좋아요 0 | URL
홍대는 내 고등학교 모교이기도 하고, 내가 십수년간 살았던 곳이기도 해요.
고등학교부터 35살까지, 나는 홍대 근처를 맴돌았지요.
얼마나 변했나 몰라요, 그동안. 그런데, 7년 전 일산으로 이사한 이후 가끔 지나치면
고층화가 엄청나게 이루어졌더군요. 원래는 대학 앞이라 5층 이상의 건물을 못 짓게 했었거든요.
쓸쓸해요......... 생각하면.

sslmo 2011-04-01 00:08   좋아요 0 | URL
가끔 홍대를 나가면 요지경이란게 이럴때 쓰는 말이구나 싶어요.
난 대학때는 카페나 커피숍 거의 못갔거든요.
고작 KFC 정도~
요즘도 밥보다 비싼 커피를 마시기도 하지만 아주 가끔이거든요.

아웅, 물 위에 동동 뜨는 기름 같아요~ㅠ.ㅠ

느린산책 2011-03-31 10:06   좋아요 0 | URL
저에게 이곳은 알라딘 마을의 휴게소~ 잠깐 쉬어가며 모든 알라디너들을 만날 수 있는..
역시 종가집 종부답게 모든 이들을 아우르시는 그 넓은 폭의 소유자 양꾼님을 흠모합니다^^

sslmo 2011-04-01 00:12   좋아요 0 | URL
ㅎ,ㅎ...알라딘 마을의 휴게소라...것도 좋은데요.
요즘은 제가 좀 바빠 댓글에 덧글 달고, 마실 다니고 하는게...한 템포 늦습니다.
늦더라도 꾸준히는 할 거예요.
님도 꾸준히 들러 주실거죠?^^

cyrus 2011-03-31 10:43   좋아요 0 | URL
마지막 구절이 요즘 세상을 정확히 표현해주고 있네요. 힘이 있는 자들 때문에 힘 없는 사람들의
꿈이 너무 쉽게 빼앗기는거 같습니다. 그러고보니 용산 참사가 일어난지 2년이 지났네요,

sslmo 2011-04-01 00:14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그리고 아직 아무것도 결론난 게 없죠~ㅠ.ㅠ

며칠전 손석희를 들으니, 이상한 법률안이 거론되고 있더라구요.

마노아 2011-03-31 10:51   좋아요 0 | URL
용산이란 두 글자가 주는 무게감은 언제나 묵직해요. 조심스럽고 아프죠. 봄조차 빼앗겨서는 안 되는 일인데...ㅜ.ㅜ

sslmo 2011-04-01 00:17   좋아요 0 | URL
옛날엔 남편이랑 함께 음향기기 보러 가끔 다녔었거든요.
이동네 아이맥스 영화관을 이용할때도 있었고, 찜질방을 이용할 때도 있었고...
이젠 '용산' 조심스럽고 아픈 동네에요~ㅠ.ㅠ

책가방 2011-03-31 17:12   좋아요 0 | URL
(달팽이 집)은 다시 읽어도 가슴이 뭉클하네요.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라는 시도 생각나고...

sslmo 2011-04-01 00:19   좋아요 0 | URL
님이랑 저랑 '따로 또 같이' 담벼락의 '달팽이집'을 읽었고,
님이랑 저랑 '따로 또 같이'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라는 시를 배웠나 보네요.
이 시, 고등학교때 힘주어 배웠던 기억이 나요~^^

잘잘라 2011-03-31 18:53   좋아요 0 | URL
흙 속에서 지렁이가 음물음물.... '음물음물' 처음 보는 말이예요.
우와아~~~ 의태어인듯 의성어인듯, 절묘하네요!!!
음물음물 움물움물 으믈으믈^ ^

sslmo 2011-04-01 00:29   좋아요 0 | URL
역쉬, 님은 의성어, 의태어를 적절히 사용하여 글을 풍성하게 하는데 일가견이 있으신거 같아요.
저도 처음보는 단어인데...참 절묘하고 멋드러지죠?^^

루쉰P 2011-04-01 11:01   좋아요 0 | URL
마지막 구절이 가슴을 치고 가네요. 용산에 대해 방관만 할 뿐 그 무엇하나 어쩔 수 없다는 자신이 부끄러울 때가 많이 있어요. 양철댁님의 리뷰 너무 잘 읽고 가요. ^^ 요즘 리뷰를 많이 쓰시는 것 같아요. 겨울에서 깨어나 움직이는 봄처럼 나긋나긋한 리뷰 읽는 맛에 즐겁게 근무하고 있어요.

sslmo 2011-04-07 00:55   좋아요 0 | URL
이젠 지천으로 봄이예요.
더 이상 뒤로 미룰 수는 없을 것 같아요.
그리고 낼은 봄비가 내린다네요.
봄비는 참 반가웠는데...방사능 봄비라 반가워만 할 수는 없네요~ㅠ.ㅠ

꿈꾸는섬 2011-04-01 23:14   좋아요 0 | URL
요즘 '종결자'라는 말이 유행이잖아요.
글을 읽어내려오면서 참 좋다..하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마지막 일러스트가 정말 끝내주내요.
언땅이 풀리면, 누군가에게 짓밟힐지라도 또 씨를 뿌리고 싹이 나오고 꽃을 피울테니 말이에요.^^

sslmo 2011-04-07 00:56   좋아요 0 | URL
이 분 그림 참 좋죠?^^
시만 좋은 것이 아니고, 그림만 좋은 것이 아니고...만능 엔터테이너라고 불러드려야 할 것 같아요~^^

첫눈 2011-04-06 18:08   좋아요 0 | URL
윽..홍대~저는 서울구경가면 꼭 가보고 싶은곳이 홍대에요 ^^
마당을 나온 암탉은 우리애가 아끼는 책이기도 했었는데, 눈길도 주지않은 책이건만...왠지 흥미가 가는걸요 ㅎㅎ
잘 읽고 갑니다 ^^

sslmo 2011-04-07 01:00   좋아요 0 | URL
엉?...결혼에 아이까지요?
글은 한참 영거하셨는데 말이죠.
지방에 사시나 보죠.
님은 꼭 한번 가보고 싶다는 그 홍대가 , 제게는 불편하기만 하고...
제가 길치여서 좋은 안내자 노릇은 어려울 듯 하지만,
언제 서울 구경 오시면 홍대 앞은 안내해 드리죠~^^

냐냐냐 2012-05-04 18:40   좋아요 0 | URL
오늘첨왔는데 처음부터 쭈욱읽는데 너무 잼있습니다...앞으로 자주와야할듯..
숟가락의 표현이 참 멋지네요 ㅋㅋ
 

누군가를 기다리느라고 D도넛에 들어가 앉아 있는데,
조금 후 예닐곱 살 먹은 사내 아이와 여고생, 사내 아이의 엄마가 요란스럽게 들어왔다.
셋이 도떼기 시장을 안고 들어오는 듯 시끌벅적하였다.
'으앙~' 우는 아이를 향하여 빨리 빨리를 외쳐대고 있었다.
"빨리 김밥 먹으러 가야 하니까 아무거나 대충 먹자."
잠시 후 시킨 음료가 나오자, 음료를 보고서야 아이는 좀 잦아들었다.
"빨리 먹어, 시간 없단 말야."
종주먹을 들이대는데, 아이가 시킨 것은 핫코코아였다.
급기야 보다못한 여학생이 자신의 음료에 있던 얼음을 슬쩍 빼서 아이의 것에 넣는다.
"너무 잘해주지 마"
예닐곱살의 사내아이를 가리키며,
"특히 남자한테는......배려하는 게 아냐."
 
난 속으로 '아동학대 신고센타' 같은 게 없나 머리를 굴리며, 아즘의 오지랖을 발휘해 계산대로 가 컵 케리어를 하나 얻었다.
그대로 놔두었다간 꼬마의 입이 다데일 것 같았다.
한쪽에 아이의 핫코코아를 담고, 또 한쪽에 여학생의 얼음 음료를 넣어 여학생의 손에 쥐어주었다.
"엄마가 드시고 싶은  김밥을 먹으면서 코코아 먹으면 되겠네."
아이의 손에 두부과자 한봉지를 들려 내보냈다. 

엄마는 어쩜 아이에게 아이의 아빠를 투사한 것은 아니었을까?
비록 데일 정도로 뜨거운 핫초코를 들이대긴 했지만, 엄마는 아이가 원하는 음료를 사주는 성의를 보이고 있고, 
어찌보면 아이 엄마는 아이를 자기만의 방법으로 사랑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김밥을 먹은 후 커피집을 찾았다면, 엄마는 좀 넉넉해질 수 있었을까? 

 

최근 이러저러한 이유에서 구입하고 읽지 못해서 책장에 꽂히지 못하고 방 한귀퉁이에 덩치로 쌓인 책들.
적어도 이 책들의 반은 읽을 때까진 새 책을 구입하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이 동네 문턱이 닳도록 들락거리며 신간 마실을 다닌다.

실은 내가 안 읽은 책을 덩치로 쌓아두고 신간 마실을 다닐 수 있는 것은, 루신P님이 달아주신 댓글 때문이다.

좋아하지 않는 독서에 저는 일부러 시간을 쏟지는 않아요.^^ 그런 면에서는 나름 단호해요. 푸훗. 양철댁님도 너무 무리하지 마시길~ 세상사 신경 쓰는 일도 많고 내 마음대로 되는 일도 잘 없는데 나름 인생에서 조그마한 사치인 독서마저 세상사에 휘둘리며 읽는다면 완전 우울이죠. 좋아하시는 독서 많이 하세요. (이하 생략)


난 책을 제외하곤 지극히 검소하고 소박한 소시민이다.
뭔가, 하나를 향하여 사치스러울 수 있다면 그게 책이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니까 내가 사치 운운하며 구입하려는 책은 바로 이 책이다,ㅋ~.











상상목공소
김진송 지음 /
톨 / 2011년 3월 
 
 

 


댓글(48) 먼댓글(0) 좋아요(2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노아 2011-03-28 02:03   좋아요 0 | URL
방금 배너에서 보고 제목이 예쁘다! 한 책이 바로 여기에 있네요. 우리 좋아하는 독서를 즐겁게 하도록 해요.^^

sslmo 2011-03-29 13:28   좋아요 0 | URL
그쵸?
배너도 참 예쁘죠?^^
김진송님 글도 참 예쁘게 쓰세요~

네, 좋아하는 일을 즐겁게 하면서 살기에도...시간이 많지 않더라구요~^^

cyrus 2011-03-28 08:05   좋아요 0 | URL
한 주를 시작하는 아침부터 기분 좋은 페이퍼네요. 저도 책 앞에서는 지름신을 자주 부르는 성격이랍니다. ^^;;

sslmo 2011-03-29 13:32   좋아요 0 | URL
어제 이맘때 서울은 진눈깨비도 날리고 장난이 아니었어요.
점심 먹으러 나갔다가 진눈깨비 다 맞고 장난이 아니었어요, 쿨럭~ㅠ.ㅠ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인 이 동네에서 책 얘기하는게 젤 행복해요~^^

다락방 2011-03-28 08:48   좋아요 0 | URL
양철댁님. 저도 예전에는 안읽은책은 한 귀퉁이에 쌓아뒀었다가요 그게 저를 압박하는 것 같아서 그냥 책꽂이에 막 쑤셔넣었더니 이제는 안읽은 책이 몇권인지를 모르겠어요. 마지막 셌을 때 칠십권이었는데 그 뒤에 줄었는지 늘었는지도 모르겠어요. 그런데 이 페이퍼 읽으니 어쨌든(?) 용기가 생겨서 저도 사고 싶은 책을 참지 말고 또 사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하핫.

sslmo 2011-03-29 13:36   좋아요 0 | URL
네, 그렇게 안 읽은 책은 따로 잘 보이게 정리를 해놔야겠더라구요.
읽은 책은 기억하고 또 사는 일이 잘 없는데,
안 읽은 책은 기억도 못하고 두번세번 거듭 구입하게 돼요.
이 페이퍼가 님께도 용기를 드렸다니 보람찬 걸요~^^

무해한모리군 2011-03-28 10:10   좋아요 0 | URL
저는 한 챕터 정도 읽고 마음에 안들면 던져버려요..
사람이든 책이든 안맞는 궁합을 맞추려 애쓰기엔 요즘엔 에너지 게이지가 너무 낮은듯 해요..
좋은 한주 양철댁님 ^^

sslmo 2011-03-29 13:39   좋아요 0 | URL
전,뭐랄까...활자중독에 가까워요.
예전에 어디 여행을 가거나,신혼초 시댁에 가면 읽을 거라곤 농민신문 밖에 없었을때...전 부치면서 농민신문을 완독했어요~^^

근데, 님의 '에너지 게이지' 얘길 듣고 보니...너무 그럴듯 해요.
저도 낮은 에너지 게이지를 적절히 운용해야겠어요~^^

님도 좋은 한주요~^^

잘잘라 2011-03-28 10:43   좋아요 0 | URL
저는 저런 엄마 보면 한껏 째려보다가 비웃다가 쯔쯔거리다가 (물론 멀찍이 떨어져서^^;;) 도저히 못참겠으면 자리를 떠버려요. 저는 자식을 낳아본 적도, 길러본 적도 없을 뿐더러 앞으로도 낳거나 기를 가능성도 없는데 그런데도 막 화부터 나고 감정 조절이 어려운거 보면, 모성본능이라는게 있긴 있는 모냥이라고.. 그냥 그러고 말아요. 훗-

2011-03-29 13: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3-28 11: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3-29 13: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녀고양이 2011-03-28 12:21   좋아요 0 | URL
큭큭, 진짜루 저렇게 이야기했어요? 대단하다, 양철댁.
승질 더러운 아즘 만났으면, 한바탕 쌈 날뻔두 했구만?

그런데......... 머, 투사를 했는지, 아니면 엄마에게 기분나쁜 일이 생겼는지,
글쎄,,, ^^ 어떨까요? 나, 요즘 <놀이치료로 행복을 찾은 아이, 베티> 읽는 중인데 생각이 참 많아요.

sslmo 2011-03-29 13:52   좋아요 0 | URL
ㅎ,ㅎ...나도 시끄럽기만 한거면 인상쓰면서 내가 피해 버리고 마는데...
내가 바로 전에 커피시켜 마시다가 입천장을 홀라당 데었거든~
그러니까 나도 승질 드러운 아즘일까봐 두부과자 하나 떠넘기며 살살 달랬지~

차좋아 2011-03-28 12:26   좋아요 0 | URL
양철댁님 <제임스와 슈퍼복숭아> 읽으실 때 저한테 좀 알려주세요. 그 때 따라 읽어야지, 그 참에 말이죠 ㅋㅋㅋㅋ

sslmo 2011-03-29 13:54   좋아요 0 | URL
제임스와 슈퍼복수아, 하루에 한 챕터씩 읽어야 하는데, 밍기적거리고 있어요.
이 책, 원문이랑 비교하며 읽는데...의역이 심해서 그렇지 번역이 쫌 멋지더라구요~^^

비로그인 2011-03-28 13:44   좋아요 0 | URL
두 부분이 제 눈길을 확 끌었습니다.
"특히 남자한테는......배려하는 게 아냐."라는 아이 엄마의 대사와 <기아타이거즈 때문에 산다>!!
특별한 이유도 없는데 흥미를 끄는군요ㅋㅋ 좋은 일 하셨네요^^

sslmo 2011-03-29 14:01   좋아요 0 | URL
저도 그렇게 어린 아이를 상대로 '남자'라고 하는 아이 엄마가 이해불가였습니다.

'기아타이거즈 때문에 산다'가 이해불가셨군요?^^
프로 야구의 계절이 왔잖아요.
어차피 주말마다 쫒아다니게 될 거, 알고 즐기면 좋을 듯 하여~^^

hnine 2011-03-28 13:56   좋아요 0 | URL
... 그 엄마가 아마도 어릴때 그런 식으로 자랐을거예요.
슬프네요.

2011-03-29 14: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11-03-29 20:55   좋아요 0 | URL
아이쿠, 양철댁님. 그런 뜻으로 드린 말씀이 아닌데...
그 엄마의 상처가 보이는 것 같아서 드린 말씀이었어요.

sslmo 2011-03-29 23:56   좋아요 0 | URL
아니요, hnine님 그런 뜻으로 하신 말씀 아니라는 거 잘 알아요.
엄마의 상처라는 의미로 받아들였고, 그게 제게 묘한 상념을 불러 일으켰는데...제가 중간 생략해 버렸네요.
제가 가끔 하고 싶은 말이 넘쳐 중간 생략해 버릴 때가 있어요.
그건 hnine님께 재잘재잘 늘어놓고 싶다는 얘기도 되고요~^^

반딧불이 2011-03-28 14:17   좋아요 0 | URL
"난 책을 제외하곤 지극히 검소하고 소박한 소시민이다.
뭔가, 하나를 향하여 사치스러울 수 있다면 그게 책이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제 생각도 이래요. 봄빛이 찬란해서 청소라도 하려고 집안을 둘러보니 집구석에 가득한건 먼지하고 책 뿐이었어요. 읽은 책보다 안읽은 책이 더 많은것도 새로 발견이구요.

sslmo 2011-03-29 14:09   좋아요 0 | URL
저는 청소는 잘 못해요.
아무리 지저분해도 청소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안 들어요.
청소는 남편 담당이예요, 대신 전 요리는 재밌어 해요.

그래서 책 먼지 때문에 남편에게 종종 소리를 듣는데, 제가 그걸로 '먼지 귀신'이라는 동화를 한편 썼었어요.
책만 읽는 외로운 아이의 먼지 귀신 친구 얘기~^^

봄빛이 찬란하다는 표현, 넘 멋져요~^^

프레이야 2011-03-28 21:01   좋아요 0 | URL
추측이지만, 그 엄마는 예닐곱 남자아이의 새엄마가 아닐까하는..ㅠ
양철댁님, 정말 그러셨다니 대단해요.^^
독서, 저도 안 읽고 쌓아둔 책 많지만 그닥 연연해하지 않고 읽고싶은 때 그냥 골라 읽어요.
세상사 휘둘리지 말고,가 독서에도^^

2011-03-29 14: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3-29 19: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sslmo 2011-03-29 23:57   좋아요 0 | URL
네, 미루지 말고 성묘 다녀오려구요~^^

blanca 2011-03-28 22:04   좋아요 0 | URL
제 아이에게도 양철댁님 같은 친절한 이웃을 만나는 기회가 왔으면 싶네요. 그리고 저는 읽지 않는 책에 대한 부책감이 거의 강박 수준이라 울면서라도 거의 읽어 꽂아두어요. 참 특이하죠...

sslmo 2011-03-29 14:18   좋아요 0 | URL
저도 시끄럽기만 한거면 제가 자리를 피하는 편인데, 제가 바로 전에 커피를 마시다가 입천장을 홀라당 데었거든요.
저'만큼' 친절한 이웃은 주변에 많을거에요.
근데 님의 이웃이 될 기회는 저도 영광이겠는걸요~^^

저는 읽지 않은 책에 대한 강박관념은 없는데, 뭔가 읽을 거리가 없으면 불안해요.
최소한 서너권 정도는 쟁여둬야 안심이 돼요~

비로그인 2011-03-28 22:42   좋아요 0 | URL
올리신 책이 한겨레신문 북섹션에서 보던 책이라 꽤 오래만에 들른 양철님 페이퍼도 더 반갑고 그렇습니다.
그 아주머니도 이 일이 있고 나서 좀 다른 생각을 하게 되셨을려나, 아니면 또 똑같이 되었을려나.. 좀 궁금해집니다.

sslmo 2011-03-29 14:20   좋아요 0 | URL
저는 바람결님의 댓글이 너무 반갑고 그렇습니다.
잘 지내시나요?

그러고 보니 바람결님과 김진송님, 좀 닮은 듯도 한걸요.
남다른 글재주와 손재주를 지녔고, 그걸 김진송님은 나무로...님은 그림으로 풀어내고 계시잖아요~^^

순오기 2011-03-29 01:21   좋아요 0 | URL
와아~ 댓글이 주렁주렁 열렸어요.^^
엄마라는 낱말은 항상 나를 되돌아보게 하는 힘이 있어요.
오늘 독서모임에 처음 온 아이들 학교 선생님한테 민경이가 엄마 닮았다는 문자를 받고 더 생각케 된...
안 읽고, 못 읽는 책이 많아서 이젠 다 읽어야겠다거나 리뷰를 써야겠다는 강박에서 자유로워지는 중이에요.
어쩌면 포기라는 말이 더 어울리겠지만...
상상목공소~ 어떤 책일지 그냥 상상만 하렵니다.^^

2011-03-29 14: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3-30 19: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sslmo 2011-03-31 23:43   좋아요 0 | URL
아, 신나라~~~^^

쉽싸리 2011-03-29 18:11   좋아요 0 | URL
저는 안 읽은 책이 오백 권은 될겁니다.
근 1~2년 사이에 부지런히 사 모았어요. 특히 중고에 보고 싶은 책이 뜨면 금방 사라지니까 안 살수가 없더라구요.
요즘은 엄청 자제하고 있어요. 이제 책 꽂을때도 점점 없어지는 판이라요. 일주일에 한 권 이상은 읽는거 같은데, 그래도 택도 없죠.
대신에 책장이 깊어서 읽은 책은 안쪽으로 넣고 안 읽은 책은 앞으로 해놓았어요. 책장을 볼 때마다 약간의 한숨과 투지를 불태우긴 한답니다. 불태우기만 하는게 탈이죠만,,,

김진송씨 책은 <목수김씨의 나무 작업실>재미 있게 봤어요. 이번 책소개 동영상을 보니까 나무장난감(이라기엔 좀 그렇지만)의 수준과 경지가 더 새로워진것 같네요. 그분이 작업한 갖가지 벌레, 인형들 보면, 참, 밥 안먹어도 배부를 지경이예요.

sslmo 2011-03-30 00:03   좋아요 0 | URL
우와, 오백 권이라구요?
일주일에 한권씩 1년에 50년씩 읽는다고 치면 10년치가 확보된 셈이네요.
전 안 읽은 책이 두세 권만 쟁여져 있으면 불안하진 않아요.
10년치가 쟁여져 있다는 건 어떤 기분일까요?^^

저도 목수 김씨의 나무작업실, 참 재밌게 봤어요.
그 쪼그만 나무 장난감도 그렇고, 그런 것들을 만들어낼 수 있는 상상력도 부럽구요.
하지만 전 그 분의 목마와 필력이 가장 부럽답니다.
님께 부러운 건 속 깊은 책장이구요~^^

쉽싸리 2011-03-30 09:12   좋아요 0 | URL
그 책장은 안해님이 한옥만드는 목수께 거금?을 주고 만들어 온 거예요. 원래 집만드는 분들은 그런 소품들은 만들지 않는다고 하는데, 안해님의 능력으루다가,,, 굉장히 무겁습니다. 방이 낮아서 다 세우지도 못했어요. 멕인 들기름만 1,5리터 두 병은 될거예요. 그것도 중국산이라고 하지만 한 병에 3만원인가 했어요. 가끔보면 책 아래 부분에 들기름 자욱이 있죠.

밑에분 댓글 보고 자세히 보니까 한산어보가 있네요? 저는 3권 중간쯤 까지 읽다가 잠깐? 손놓은지 몇 달째 네요. 1,2권은 참 재미있었어요. 한산어보에 대한 독자 평을 보면 원래 구성보다 분량이 적어져서 내용이 좀 이상하다는 평이 있더라구요. 제가 3권 째를 읽으면서 그런것을 좀 느꼈어요. 뭐랄까, 갑자기 조잡해진 느낌 이랄까, 그렇게요. 저만의 오해일수도 있겠지만요. 하지만 그 만한 책이 없습니다. 오리지널 자산어보도 좋지만, 재창조한 한산어보를 찾아서도, 대단한 책이죠.

sslmo 2011-03-31 23:55   좋아요 0 | URL
집에 그런 거 하나씩 있으면 되게 뿌듯할거 같아요.

저는 아들이 집안에서 공놀이(농구, 배구, 야구...)를 하는지라 가구가 남아나질 못해요.
집에 가구가 없어서 휑하다는 느낌마저 드는데...전, 젠 스타일이라고 빡빡 우깁니다~

님의 댓글에서 두가지 새로운 정보를 얻었습니다.
첫째, 들기름 한병에 3만원이나 하는구나...비싸다, 감사하며 아껴 먹어야겠다.
(전 시댁에서 들기름을 가져다 먹는데, 오래 두고 먹으면 찌든내 난다고 풍풍 쳐서 비벼먹고 볶아먹으라 하시거든요.)
둘째,현산어보는 3권이 고비이구나.
나도 3권을 슬기로운 방법으로 넘겨야 겠구나~

제게 적선하신 겁니다, 복 받으실거예요~^^

햇빛눈물 2011-03-29 23:03   좋아요 0 | URL
저도 읽지 않은 책이 몇권이려나...갑갑해지네요. ㅋㅋ 그러나 책만큼은 사치아닌 사치를 부리고 싶어지더군요. 읽고싶고 살펴보고 싶고 만져보고 싶구요. 현산어보 1권도 있네요. 저도 이 책을 우연히 헌책방에서 본 후 바로 셋트로 구입해서 제 사무실 책장에 있죠...저를 애타게 기라기고 있다는. 좋은 밤 되세요~~

sslmo 2011-03-30 00:07   좋아요 0 | URL
사실 현산어보는 할인받으려고 구색맞춘 구간이었는데요.
어느 책보다 제 맘에 쏙 들었어요.
하나씩 장만하려구요~^^

오늘은 달밤에 체조를 적당히 한고로, 좀 제대로 잘 수 있을 듯 해요.
님도 좋은 밤 되세요~^^

세실 2011-03-30 09:44   좋아요 0 | URL
그 엄마 삶이 고단해보여요. 전 지금 국립도서관 연수중 스마트폰으로 댓글달아용 ㅋ

sslmo 2011-03-31 23:56   좋아요 0 | URL
우와, 스마트폰 댓글이라구요?
세실님, 넘 스마트하신 거 아녜요?^^

첫눈 2011-03-30 19:58   좋아요 0 | URL
와~~13층 책탑이 완성됐네요 ^^
너무 좋으시겠어요. 저도 저렇게 책탑이 쌓여있을때 제일 흐뭇하거든요 ^^
제가 본 책도 눈에 띄네요.
백설공주에게 죽음을 이라는 책...저는 좋았는데, 양철댁님은 어떠실지...
하아~~~양철댁님의 리뷰가 너무너무 기대되요~^^

sslmo 2011-04-01 00:00   좋아요 0 | URL
책탑이 한무더기가 아니라서...테트리스할 수준이예요~ㅠ.ㅠ
전 두서너권 정도가 젤 부담없고 불안하지도 않은 것 같아요.

'백설공주에게 죽음을' 곧 리뷰를 올려보도록 하죠~
넘 기대하지 마세요, 제 리뷰 보시면 실망하실지도 몰라요~^^

루쉰P 2011-04-01 10:54   좋아요 0 | URL
^^ 양철댁님의 글을 읽으니 정의를 사랑하고 불의를 참지 못하던 도서관 언니의 이미지가 겹쳐지네요. 사람마다 사랑이 다르듯이 사랑의 표현도 다른 것 같아요. 그나저나 제 댓글을 인용까지 해 주시다니...뭐랄까 완전 책임감 느껴용. 저도 소시민의 일원으로 양철댁님께 질수 없죠. 전 고백하자면 독서보다는 책을 진열해 놓은 것에 나름 희열을 느끼는 변태적 성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책을 사놓고 책장에 하나 둘 놓으면 왠지 제 머리 속도 꽉 찬 느낌, 뭐랄까 참 좋은데 설명할 길이 없네요. 하여튼 양철댁님께 질 수야 없죠. 저도 오늘도 즐겁게 독서를 그리고 오늘도 즐겁게 독서 쇼핑을 ㅋㅋ

sslmo 2011-04-07 00:48   좋아요 0 | URL
제가 뭐 그렇게 정의를 사랑하거나 불의를 참지 못하는 캐릭은 아니예요~ㅠ.ㅠ
저...뭐랄까 적당히 비겁하고 나름 속물인 이 땅의 소시민일 따름이에요.
다만 님들과 공통점이 있다면 책으로 인하여 행복할 때가 있다는 거죠~^^

요즘 그 즐거운 독서가 날씨에 의해 좌지우지되고 있습니다여~^^
 
킹스 스피치 - The King's Speech
영화
평점 :
상영종료


보고 싶은데 못보고 찜해 놓은 영화가 여러 편이었는데, 그 중 이 영화를 택한 건 영화 OST때문이었다.
오랫만에 베토벤을 들을 욕심에 영화를 보기 전부터 설레였다. 
그런데 영화를 보면서 난 '버, 버, 버, 버디' 조지 6세가 아니라, 그의 언어치료사 라이오넬 로그에게 감정이입을 해버렸고...
급기야 New Trolls의 'adagio'를 그의 배경음악으로 깔아주고 싶은 마음에 시달렸다.    

이 노래를 떠올린 건 to die, to sleep may be to dream이라는 구절 때문이었는데,
영화에서는  to be or not to be...라고 언어치료사 라이오넬 로그가 연극 오디션에서 읊어댄다.  

만약 내가 언어치료사라면 하고 봤을때...라이오넬 로그의 치료법은 아주 훌륭하지만,
그리고 훌륭한 결과를 끌어냈지만,
사실 언어치료사 라이오넬 로그는 무면허에, 무학위에, 호주 이민자 출신의 하층민이다. 
처음부터 버디와 마음이 잘 맞은 것도 아니다.
버디는 말을 더듬게 된 원인은 숨기고, 말을 더듬는 현상만을 고치고 싶어한다.
반면 로그는 원인을 알려고 버디의 과거, 마음 속 트라우마를 끄집어 내려한다.
상대가 마음 속에 감추고 있는 것을 끄집어 내기 위해서 눈높이를 맞추는 것이 필수이다.
로그는 치료를 받는 사람이 왕이든 왕비이든 동등한 입장에서 바라보자고 한다.
로그는 원인을 제대로 파악하고 적절한 치료법을 적용한다.
그 적절한 치료법이란 무한 격려로 용기를 북돋아주는 것과 프랜드쉽이다.

사실 어떤 질환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진단명이나 치료법이 아닌지도 모르겠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라고 얘기하지 못해 생긴 속병을 예로 들자면,
'대나무 숲에 가서 소리쳐라'는 대증처방이 아니라,
대나무 숲을 물색해주고, 그냥 소리치는 게 아니라 목이 쉬도록 소리쳐야 뭉친 응어리를 다 쏟아낼 수 있다는 경험처방처럼 말이다. 

이렇게 볼때, 언어치료사 라이오넬 로그를 만든건 아내와 아들들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얘기에 지루해하는 아들들과 끝까지 경청하는 아내가 혼재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버디의 아내도 그렇고, 이래서 내조란 것이 필요하구나, 가화만사성, 수신제가치국평천하 구나 싶었다. 

한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버, 버, 버, 버디를 연기한 콜린 퍼스에 관해서이다.
그의 연기는 아주 훌륭했지만(급한 성격과 그에 따른 분노의 표현, 말을 더듬는 사람의 답답함을 표현해 내는 것까지),
그 같은 체형을 가진 사람은 말을 더듬을 수 없다.
말을 더듬는 사람의 체형은 급한 성격을 대변하듯 더 날렵해야 하고,
그의 걸음걸이도 날라야 하는데 풋 플레이트까지 지키는 것이 너무 안정적이다.
아니나 다들까...남겨져 있는 실제 조지 6세의 사진을 보니, 내 짐작이 틀리지 않았다.
그리고 또 한가지 버디의 아내 경우, 국민을 대면하는 검소한 캐릭터로 알려졌는데... 
실상은 그렇지 않았었는지...모피와 털코트로 휘어감은 사진이 여기저기서 포착되어 아쉬웠다. 

마지막 연설을 앞두고 '세이 투미 프렌드'라고 다독이는 로그가 매력만발이었다면,
버디는 '왕은 국민을 선동하는 게 아니라, 국민의 목소리를 대변해야 한다'는 발상 하나만 멋졌다. 

그리고 영화는 동화처럼 아름다운 결말을 맺는다.
Lionel and Bertie remained friends for the rest of their lives. 


   화엄사 편지  

                 - 박세현 - 

내친 김에 구례 화엄사까지 내려왔습니다
섬진강을 좇아오면서 내내 물살을 적시던
어린 겨울빛에 마음 뺏겼습니다
지리산 지락에서 일박하던 날
머리맡에서 글썽대던 저녁별들의
수화를 보았습니다
조금 건방지게 말하고 싶더군요
어떤 언어도 인생을 대신하지 않겠지요
인생이 언어를 대신하지 않듯이요
저녁예불 끝난 화엄사 입구에서
마른 잎 하나 주워 들었습니다
내일은 더 밑으로 내려가 보렵니다
나보다 먼저 내려가 겨울빛 안고
기다리고 있을 길들을 생각하며
오늘은 화엄사에서 저물기로 합니다 

댓글(17) 먼댓글(0) 좋아요(2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sslmo 2011-03-26 12:32   좋아요 0 | URL

poptrash 2011-03-26 12:45   좋아요 0 | URL
대책 없이 착하기만 한 영화였지만 그래서 좋았어요. 콜린 퍼스도 너무 귀엽고! >_<

sslmo 2011-03-26 13:54   좋아요 0 | URL
ㅎ,ㅎ...이 영화에서 '이즘'을 빼고나면, 대책없이 착하기만 한 영화가 남지요~^^

전 영국식 영어의 맛을 느껴보고 싶어서...또 한번 볼 의향 있습니다~!!!

쟈니 2011-03-26 16:12   좋아요 0 | URL
닉을 바꾸셨군요.
저는 회사에 출근해서 오랫만에 알라딘을 찾았습니다.
킹스 스피치. 여기 저기서 많이 들리는 영화네요. 콜린 퍼스를 좋아하는데 꼭 봐야겠군요.
대책없이 착한 영화... 때론, 대책없이 착한 무언가가 필요해요. ^^
봄날 햇살이 따뜻하네요~~

sslmo 2011-03-28 01:37   좋아요 0 | URL
정말 대책없이 착한 영화였어요.
콜린퍼스를 좋아하신다면 '꼭' 보셔요~^^
오늘 날씨도 참 착했어요~^^
잘 지내시죠?

세실 2011-03-26 18:21   좋아요 0 | URL
호호호 리뷰에 양철댁의 직업 정신이 나왔네요.
맞아요. 성격 급한 사람들이 말을 더듬더라구요. 몸이 먼저 나가고 살찔 틈이 없겠죠.
이 영화 보고싶은데 음...시간이 나질 않아요.

sslmo 2011-03-28 01:39   좋아요 0 | URL
한없이 바쁜 우리 세실님,
제가 서유요원전 읽기 시작했거든요.
머리카락 뽑아서 여러명 만드는 방법 나오면 잘 메모해 놨다가 알려드릴게요~^^

프레이야 2011-03-26 20:28   좋아요 0 | URL
저도 로그에 감정이입되었고 그가 더 마음에 들어왔어요.
그의 아내도 참 사랑스러운 여인이더군요.
착한 영화인 거 같아요. 그게 상을 탈 수 있게 했겠지만 약간은 티가 되기도 하구요.

sslmo 2011-03-28 01:41   좋아요 1 | URL
앗, 님도요?^^
저 착하고 넉넉한 웃음 또 보고싶어요~

감은빛 2011-03-27 03:36   좋아요 1 | URL
아주 오랫만에 '아다지오'를 듣네요!
영화평도, 뉴트롤스 음악도 다 멋져요!
저 체격은 말을 더듬지 못하는 군요.
어릴 때 친구중에 말을 더듬는 녀석이 있었는데,
그 놈도 비쩍 마른 녀석이었던 것 같아요.

이 영화는 제프리 러시를 위한 영화였다는 사실을 보고 나서 깨달았습니다.
영국식 영어의 독특한 맛도 공감!

sslmo 2011-03-28 01:50   좋아요 1 | URL
이 아다지오, 곡의 빠르기는 아다지오 아니죠?^^
때로는 아다지오의 템포로 사는 거 필요할 것 같아요~

영국식 영어와 짙은 안개, 버디가 제대로 어울렸죠?


hnine 2011-03-27 23:51   좋아요 1 | URL
지금 막 이 영화를 보고 왔어요.
영화 자체가 '영국'이더군요 ^^
어떻게 영화 소재로 할 생각을 했을까,
상 받는 영화들을 보면 일단 소재가 특이한 것 같아요.
영화 보고 와서 바로 다른 분의 리뷰를 읽으니 머리에 쏙쏙 들어오네요.

sslmo 2011-03-28 01:53   좋아요 1 | URL
영화 속 짙은 안개를 보면서 답답하기도 답답했지만, 전 영국에서는 살기 힘들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날씨만으로도 감정의 수위조절에 실패하면 제대로 우울해질 수 있겠더라구요~ㅠ.ㅠ

그쵸, 기발한 발상의 소박하고 착한 영화였어요.
콜린퍼스도 상 받을만 했구요~^^

꿈꾸는섬 2011-03-28 11:24   좋아요 1 | URL
착한 영화...보고 싶은데...요샌 병원 다니느라 시간이 부족해요.ㅜㅜ

sslmo 2011-03-29 13:26   좋아요 1 | URL
나중에 현준이, 현수 데리고 비디오로 보셔도 좋을거예요.
현수는 이해하려면 좀더 나중이어야 할려나?^^

병원 꾸준히 다니셔서 확실히 치료하세요.
근데 손가락이었나요?
움직이지 않는게 최고인데...님도 한깔끔 하시잖아요~ㅠ.ㅠ

꿈꾸는섬 2011-03-29 22:49   좋아요 1 | URL
앗, 저 전혀 안 깔끔해요. 그저 어지르기 대장들이랑 사느라 그렇죠.ㅎㅎ
손가락 쓰지 말라는데 하루하루 어떻게 살 수가 없잖아요.ㅜㅜ
많이 좋아지긴 했는데 아직도 좀 아파요. 곧 나아지겠죠.ㅎㅎ

sslmo 2011-03-31 23:36   좋아요 1 | URL
전 요리는 그래도 나은데, 치우는 건 영~자신 없어요.
암튼 덜 깔끔하고, 덜 바지런 하셔야 빨리 나을 수 있을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