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의 도둑 대도 마이클 피에르 시리즈 1
리처드 도이치 지음, 안종설 옮김 / 문학수첩 / 2011년 2월
평점 :
절판


"왜 그래?" 
"어깨에 뭐가 묻은 것 같아서." 
"비듬인가?"
"아니, 무슨 부스러기 같은데."
"뭐?" 
마이클은 어리둥절해서는 옷에 거미라도 붙은 듯 몸을 움직였다.
"무슨 부스러기?" 
"심통 부스러기."


하긴 이런 아내라면 목숨을 걸고, 전 인생을 다바쳐 사랑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남편이 상처받았다는 것을 눈치채고,
남편이 고민을 가지고 그 누구도 침범하지 못하는 영역으로 들어가 문을 닫아 걸었다는 걸 눈치채고,
그 벽을 부수기 위해 무던히도 애를 쓰고, 그때마다 새로운 전략을 구사(33쪽~34쪽)하는, 그런 아내를 위해서라면 말이다. 

뭐, 내 기대가 커서였을 수도 있지만...이 책이 그리 썩 재밌지는 않았다.
먼저 주문한 책이 파본이어서 교환을 했더니, 겉표지가 멋지게 바뀌어 왔다.
위에 살구색 글씨(the thieves of heaven)가 양각처리 되어 도드라졌고, 하늘색 띠지도 두르셨다.
나온지 20일만에 초판 2쇄에 들어가 주셨다니 축하할 일이지만,
백번 양보해도 '댄 브라운을 뒤이은 강렬한 서스펜스의 제왕'이라는 말은 과장되시겠다. 

사실 아내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불의를 정당화하는 남편의 얘기는 구태의연할 정도로 자주 등장하는 단골소재이다 보니, 책의 처음을 읽다가 살짝 맥이 빠졌었다.

책의 처음에서 끝을 미루어 짐작할 수도 있었는데,
그런데도 책을 손에서 놓지 못했던 건 아주 뻔하고 통속적인 내용이 내 주변의 또 다른 나인듯 감정이입을 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해야할까?
현실과 환상의 세계를 넘나들어 정신을 똑바로 차리지 않으면 개연성을 잃을 수도 있는 그런 책이었지만, 그렇다고 퉁쳐 버리기에는 아쉬운 뭔가가 나를 붙들었다. 
중반쯤으로 접어들면서 감정이입을 할 수 있었고 감동으로 눈물을 찔끔거렸으며, 급기야 횡격막을 껄떡거려가며 '꺼이꺼이~' 울기도 하였으니 말이다. 
다시말해, 초반의 구태의연함을 견뎌내야 이 책의 숨겨진 보석들을 만날 수 있다.  

내가 이 책이 그저그랬던 이유는, 현실과 환상의 경계가 애매모호했고 그러다 보니 곳곳에서 개연성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환상의 부족함을 현실의 논리정연함으로라도 메워야 하는데, 대충 얼버무린다는 느낌이 강했다. 

첫부분의 와이어 장면 묘사만 그런대로 봐줄만 하고, 
그의 일터인 보안 업체 장면은 두루뭉술 넘어간다.
그의 친구로 등장하는 부시의 별명 복숭아에 대한 궁금증도 끝에 가서야 나온다.
그가 찬 발찌를 떼어내게 되는 과정에서도,
후반부에 등장하는 여자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이야기를 얽고섥어 전개시켜 가기보다는, 부연설명을 하느라고 한참을 허비한다.
어떤 부분은 잊혀졌는데 다시 끄집어내 중언부언한다.
이게 대도 마이클 피에르 '시리즈'이기 때문에 필요한 사전포석인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모르겠다. 
영화화되고 그리하여 환타지적 요소를 살리면 멋져질 수 있으려나?
 

이 책이 부러웠던 건, 아니, 이 책에 나오는 사람들이 부러웠던 건, 인생이 흔들릴 때 모든 걸 털어놓고 얘기할 수 있는 사람들을 가졌다는 거였다. 

그게 아내고 남편이던지, 친구이던지...  

   
  지니는 부시의 맞은편에 앉아 있었다. 그녀 역시 말이 없었다. 부시는 이렇게 고된 일과에 시달리다 못해 넋이 나간 사람처럼 멍한 표정으로 퇴근한 적이 셀 수도 없이 많았다. 지니는 이럴 때 그를 몰아붙여서는 안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부시가 스스로 말을 하고 싶어 하면 조용히 들어 주는 것이 그녀의 역할이었다. 가슴속의 응어리를 꺼내 놓고 나면 한결 도움이 되는 경우도 많지만, 때로는 그 고통스러운 기억을 떠올릴 엄두를 내기까지 몇 주, 때로는 몇 년이 걸리는 경우도 있었다. 중요한 것은 부시가 지니를 사랑한다는 사실, 그리고 지니 역시 마찬가지라는 사실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서로 넘지 말아야 할 선이 엄연히 존재한다는 사실을 외면할 수는 없었다.(292쪽)  
   

 

   
  전화를 받은 부시는 지금 이 술집의 소음과 맞먹는 크기로 2분 동안 쉬지 않고 고함을 질러 댔다. 마이클은 묵묵히 그 2분을 견녀 냈다. 상처 입은 가슴은 달리 기댈 데가 없었고, 인생의 그 어느 순간보다 친구가 필요했다. 부시는 신뢰와 믿음과 우정 그리고 진실과 배신과 거짓에 대해 고함을 질러 댔다.(284쪽)
 
   

나는 어떤가 돌이켜보다가, 그런 생각이 들었다.
모든 걸 털어놓을 마땅한 대상이 없어서...내 인생은 흔들리면 안되는 건가?
흔들리지도 못하는 인생이 더 무서운 건 아닐까?

한군데 딴지를 걸고 싶었던 부분~

'널따란 서재는 수천 권의 책으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마이클은 어떤 책을 가지고 있는지를 보면 그 사람의 마음과 영혼을 알 수 있다고 생각하는 주의였다. 이 서재의 주인은 모든 것을 갖추고 있었다. (239쪽)'   

아무리 죽을똥 살똥 책을 읽어도 일년에 백권을 읽기가 힘든 나로 미루어,
어느 일정한 양을 넘어서는 서재를 발견할때는...
가지고 있는 책으로 그 사람의 마음과 영혼을 알 수 있게 되는 건 무리다.
어느 양을 넘어서는 순간, 가지고 있는 책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이리저리 가지를 뻗어서... 
우후죽순이 되니까 말이다. 

다시말해,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책만으로는 그 사람의 마음과 영혼을 짐작조차 할 수 없다는 데서 오는 일종의 자조이다. 
선입견에 사람을 가두지 말자, 내가 요즘 된통 당하고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ㅠ.ㅠ 

이렇게 끝내면, 저런 제목이 어떻게 나왔나 갸우뚱할 수도 있겠다.
모든걸 털어놓을 마땅한 대상이 없어도, 신의 존재를 믿으면 아무 상관없단다. 
다아~~~괜찮단다.(신의 존재를 믿어라, 종교를 가져라, 는 내 몫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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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1-03-08 09:29   좋아요 0 | URL
아하하, 자기 페이퍼를 읽으면 말이지
어떻게 하면 말투를 살짝 시니컬하면서도 묘하게 이쁜 느낌이 나게 만드는지
참 희안하단 말이징... 크크.

서재 보면 그 사람을 살짝 들여다볼 수 있다에 난 공감 한표요~ 흐흐흐.

sslmo 2011-03-09 01:24   좋아요 0 | URL
ㅎ,ㅎ,ㅎ...시니컬한 거 그거 좋은거 아닌건데...
시니컬하면 멋지지만 우리말로 바꾸면 냉소적인 거잖우~
난 따뜻하고 넉넉한 웃음이 좋더라~~~
살갑게 다가가 붙잡고 부비부비 쪽~이것도 좋고...
난 긍정적이고 따뜻하고 넉넉한 웃음으로 바꾸고 싶어여~ㅠ.ㅠ

잘잘라 2011-03-08 11:14   좋아요 0 | URL
저는 첫인상에 사람을 가두는 편~ ^^
근데 그게 저보다 나이 많은 분들한테서는
첫인상에서 받는 느낌이 단순하지가 않아서
가두고 싶어도 가둘 수가 없어요.

그나저나 궁금해요.
양철나무꾼님이 된통 당한 사연~ ^^

sslmo 2011-03-09 01:31   좋아요 0 | URL
저는 첫인상이나 선입견 말고도...
내 맘대로 사람을 파악해 버리는 나쁜 버릇까지 가지고 있어요.
다시말해, 그 사람이 보여주고 싶어하는 것만 보지 않고,
그 사람이 감추고 싶어하는 걸 끄집어 오픈시켜 버리죠.
헤집고 휘저어 상처를 만들어 놓고는,
오픈시켜야 상처가 덧나지 않는다고 하죠~

이쯤되면 된통 당한 게 이제와서인게 놀라운 일이죠~ㅠ.ㅠ

순오기 2011-03-08 14:10   좋아요 0 | URL
다빈치 코드의 댄 브라운 이름을 팔아 마케팅을 시도했군요.^^
서재를 보고 그 사람의 마음과 영혼을 조금은 짐작할 수 있지 않을런지...

sslmo 2011-03-09 01:36   좋아요 0 | URL
그러게 말예요, 댄 브라운도 호오가 분명해서 포지티브 마케팅은 아닐거란 생각이 들어요~^^

이 동네 서재는,서재 만이 아니라 서재에 쓴 글을 같이 읽기 때문에 조금은 짐작 가능한 일이구요.
제가 요즘 잘 꾸며진 서재를 종종 보게 되는데 말이죠.
책꽂이에 꽂혀진 책의 양과 독서량과 정비례하지 않는다는 걸 깨닫고 있습니다여~^^


따라쟁이 2011-03-08 16:37   좋아요 0 | URL
남편이 고민을 가지고 그 누구도 침범하지 못하는 영역으로 들어가 문을 닫아 걸었다는 걸 눈치채고, 그 벽을 부수기 위해 무던히도 애를 쓰고, 그때마다 새로운 전략을 구사(33쪽~34쪽)하는 그런 아내는 못 될 것 같고.. J군은 그걸 조금도 정말 바라지 않더라구요.

그런 사람이 되어주고 싶은 상대는 있어요. 하지만, 전략이 썩 성공적이지는 않더라구요. ㅠㅠ

sslmo 2011-03-09 01:43   좋아요 0 | URL
저는 부부 사이에도 (마음 속으로라도) 자기만의 방을 가지고 있고, 자기만의 방으로 들어가는 것까지는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데요.
문을 닫아거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문을 닫아거는 순간, '열려라 참깨'같은 주문을 하나 더 외워야 하잖아요~

저는 이렇게 말로는 잘 아는데,
남편이 나를 향하여 닫아걸면 안달하고 못 견뎌하는 타입이라서 말이죠.
어르고 달래고 빌어서라도 일단 문을 열고 볼 것 같아요~^^

책가방 2011-03-08 16:53   좋아요 0 | URL
대부분을 털어놓을 수 있는 상대는 있어도 모든 걸 털어놓을 수 있는 상대는 영원히 없을 것 같아요. 제가 엄청난 비밀을 하나 갖고 있거든요.ㅋ

sslmo 2011-03-09 01:47   좋아요 0 | URL
그 엄청난 비밀을 갖고 계시다는 걸...영원히 비밀로 하셔야 할 듯~
머리로는 이해해도 막상 닥치면 엄청 서운하잖아요~

전 이럴때 익명의 공간이 도움이 되더라구요.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외칠 수 있는 대나무 숲 정도~?^^

글샘 2011-03-08 21:55   좋아요 0 | URL
사람의 마음과 영혼을 짐작조차 할 수 없다는 데서 오는 일종의 자조이다.
요렇게 짐작할 수 없는 것이 마음과 영혼인데, 자조스럴 것까지야 없지 않습니까? ㅎㅎ
뭐, 나는 나니까 말이죠.
쟤의 서재에 뭐가 있든, 조금 부러울 순 있어도,
쟤랑 내가 다르다 생각하고 삽니다. 저는요...

sslmo 2011-03-09 01:59   좋아요 0 | URL
예를 들어 이런 거였어요.
누구네 집에 갔는데 서재에 제가 좋아하는 장르소설이 한가득 꽂혀있는 거예요.
넘 반가운 마음에, 눈을 반짝거리며 이것저것 물어보게 됐죠.
반응이 영 신통치 않은거예요, 급기야 남편이 사모으는 책들이야...이런 대답이 돌아오더군요.
몇 부 안 찍어내는 관계로 나중에 몸값을 올리기 가장 좋은 책들이라네요~ㅠ.ㅠ

또 출판사 사장님들도 책은 전혀 안 읽고 경영에만 목숨거는 분들도 계시구요~

제 멋에 겨워 살면서도...종종 잊어버려요~
'나는 나니까'도 좋고, '나는 나예요, 상관말아요~'도 힘이 되네요~^^

모름지기 2011-03-09 02:41   좋아요 0 | URL
'많이 읽어라, 하지만 많은 책을 읽지는 마라'벤자민 프랭클린의 말씀이 생각나네요.^^
냉소적 카리스마, 나무꾼님의 북피를 향한 중독성..
마고님말씀에 공감 둘이요~~

sslmo 2011-03-09 13:14   좋아요 0 | URL
벤자민 프랭클린, 참 멋진 말을 했는걸요.
외워뒀다가 써먹어야 겠어요~^^
'북피를 향한 중독성'이란 말뜻 모르겠어요.'속닥'
님도 서재를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다는 말이죠???

cyrus 2011-03-09 10:07   좋아요 0 | URL
저도 타인의 서재를 보면 그 사람의 성격이나 독서 취향을 알 수 있다는데,,
예외도 있는거 같아요, 제가 생각했던 것과는 전혀 반대되는 성향의 사람들도
있었거든요 ^^;;

sslmo 2011-03-09 13:16   좋아요 0 | URL
제 얘기가요~
예외가 너무 많은 게 바로 책이고 사람인 거 같아요.
그래서 이런 말도 있잖아요.
'열길 물 속은 알아도 한길 사람 속은 알 수 없다.'

아이리시스 2011-03-11 01:53   좋아요 0 | URL
저는요, 책만 많고 그래서 내가 알 수 없는 사람이 될까봐 읽은 책은 족족 팔아치우고 있어요. 머리에 남아야지 책이 남으면 소용없다, 이러면서.ㅋㅋㅋ

sslmo 2011-03-11 02:04   좋아요 0 | URL
저는 읽은 책은 책꽂이에 자리 만들어서 꽂구요.
안 읽은 책은 바닥에 덩치로 쌓아놔요.
예전에 책을 엄청 아껴서 다른 사람 빌려주거나 주는 거, 꿈도 못 꿨던 일인데요.
요즘은 가끔 한번씩 책꽂이 정리도 해요~^^

이박사 2011-03-21 23:26   좋아요 0 | URL
오잉 겉표지가 어떻게 바뀌었나요? 전 예전에 구해놓아서...(아는 분과 교환하는데 그 분이 읽고 재미없었다며 미안해 하시면서 주셨다는...) 이번에 읽을 참입니다. 이 책에 대해서 그나마 우호적인 서평은 처음이라서 반갑네요. 이제 막 읽을 참이거든요. 이 책을 시작으로 문학수첩이 분권을 하지 않기 시작했답니다. <살인자의 진열장> 이 분권으로 나와서 망했었는데... 후속작인 <악마의 아이>는 1권으로 나왔지요. 펜더개스트 시리즈가 계속 나와줬으면 좋겠네요. 이제 분권수첩이라고 안부르고 사랑만 주기로 다짐해봅니다.

sslmo 2011-03-23 00:20   좋아요 0 | URL
없었던 띠지도 생기고 표지도 양각처리 되고 그랬어요.
커다란 변화는 아니지만...신선했어요.

타이거타이거와 백설공주에게 죽음을 쟁여놨어요.
타이거타이거는 7년만에 초판 2쇄고,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은 초판 7쇄네요~^^
 

떠도는 봄
       

                   - 박 영 웅 -

지난 겨울 나는
마른 풀잎 하나로 살았네.

날마다 눈은 내려
내가슴 그리움을 덮고
깊은 밤에도 바람은 불어
내가슴 긴 기다림을 꺾었네.

그대 알지 못하리
눈속에 묻혀흘린
내 눈물의 중량과
바람에 꺾인 내 기다림의 상처를
그대 헤아리지 못하리.

결빙된 강 속으로 흘러간 노래는
지금쯤 어느 강기슭을 돌아가고 있는 것일까
그러나 우리는 기다릴 수 밖에 없네. 

이강산 산맥마다
한많은 진달래꽃 무더기로 피어나고
해빙의 하늘 가득 풀냄새 덮히면
내 가슴 뜨거운 노래를 바치기 위해
아직은 눈물로 기다릴 수 밖에 없네. 

기다리는 자에게 복이 있다는 따위의 말을 난 믿지 않는다.
때문에'내 기다림의 상처를 헤아리지 못하리' 따위의,나를 헤아려달라는 어리광 따위는 내 감성의 코드는 아니다.
하지만 이렇게 햇살 눈부신 봄날,
그냥 기다린다는 말 말고는 달리 할 말이 없다.
그냥 기다리는 것 말고는 달리 할 일도 없다.

TV 뉴스를 보며 늦은 저녁을 먹다가
가슴이 매어와 손을 쥐어 가슴을 두들기며 엉뚱한 생각을 한다.
왜 가슴엔 멍도 들지 않는걸까? 

 

 

 

 

 

  

 

얼마전 '정조와 불량선비 강이천'을 읽으면서 혼란스러웠다.
정조라는 인물이야 '관점'에 따라 이렇게도 저렇게도 보일 수 있다고 쳐도,
절대적이라고 생각하던 종교적 이념도 이렇게 저렇게 바뀔 수 있다는 것 때문이었는데...
난 그 혼란스러움을 제대로 갈무리하여 묻질 못했었고, 그래서 마음에 드는 답을 구하지 못했었다. 

그런데, <주역, 인간의법칙>을 읽다가 그 궁금증이 풀렸다. 

유가는 공자, 맹자, 순자로부터 전개되어온 동아시아 문명권의 유구한 철학이다. 이는 도가도 마찬가지라 할 수 있고, 불가도 비록 서역의 외래 사상이었지만, 이를 동아시아의 유구한 철학에서 제외할 수 없을 정도로 동아시아 사람들의 마음속에 깊게 자리잡고 있다. 그런데 유가는 어느 정도 세월이 흐르자, 불교불가와 도교의 장점을 취해서 스스로를 변신하는 모험을 감행한다. 아마도 우리가 현재 상식적으로 알고 있는 유가는 공자 당시의 유가가 아니라, 도가와 불교를 흡수한 유가라고 해야 할 것이다. 이 모험은 상당한 정도로 성공을 거두었고, 그 결과 유가의 철학은 매우 풍부하고 비옥하게 되었다.(12~13쪽) 

이것만으로도 나는 이 책을 황홀해하며 읽을 수 있지만,
이 책의 저자는 나랑 같은 고민을 한 부류에 속하는지...
내가 살아오면서 하고 싶은데 입안에서 맴돌뿐 제대로 뱉어내지 못한 말들을  쉽고 논리정연하게 풀어 나가고 있다. 

가까운 사람들에게 속 시원하게 이렇게 해명할 수 있는 능력이 내게 있는지 의심스럽지만, 적어도 그 물음에 대해 말을 해주어야 옳았을 것이다. 어디까지 알고 어디까지 모르는지 알려주었더라면 우리는 더 가까운 사이가 되었을 것이다. 우리나라 경제가 어떻게 진행되고, 주변 나라들과 외교적인 문제는 어떤지, 화성에 물이 있다는 것이 생명체의 존재를 알려주는 것인지, 그만그만한 살림에 할 수 있는 재테크는 어떤 것인지, 어떻게 하면 북엇국을 맛있게 이는지, 육수는 어떻게 내는지, 이런 질문들에 분명하게 답을 해주었던 가까운 그 사람들이 내게 주역을 물었다면, 나도 주역을 잘 설명해주어야 할 책임이 있지 않을까(11쪽)


끊->'끓'이 옳다. 
또 하나 궁금증. 
북엇국이 맞지만, 북어국이라고 쓰면 안되나?
무국이 뭇국으로 쓰이면 진짜 혼란스러울 것 같다~ㅠ.ㅠ
 

암튼, 이 구절 때문이다.
내가 이 책을 이제 막 읽기 시작할 뿐인데...  이렇게 거창하게 페이퍼 하나를 써주시는 이유이다.
(다 읽은 후 아무리 바빠도 반드시 리뷰를 올리겠지만 말이다.)
다 읽은 후라면 너무 늦지 않을까 싶어 '안달이 난 때문'쯤으로 해 두자. 

흔히 말하는 것처럼, 역술은 주역보다 못한 것이고, 주역의 아류이며, 역을 빙자한 것이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더군다나 무책임하게 역술을 미신이라고 주장하는 의견에는 동의할 수 없다. 역술의 체계는 엄밀한 학문적 체계이며, 그것이 현대적 면모를 갖추고 등장할 가능성은 무한히 열려 있다. 오랜 시간 한자문화권의 심령을 사로잡은 체계인 역술의 가치는 폄하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관심을 통해 발견되고 해석되어 재구성될 필요가 충분히 있다. 역술은 주역의 말류가 아니라, 주역에서 파생되어 독자적인 생명력을 가지고 진화해온 동아시아의 자연학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도 그 체계로부터 소박한 주역의 모습을 읽어낼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미 역술은 주역에서 분가分家하여 독립적인 위상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20쪽)

참고로, 이 책이 나오기 전까지 내가 제일 괜찮다고 생각하던 책은<주역의 과학과 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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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딧불이 2011-03-05 00:19   좋아요 0 | URL
이거 오늘 제 일진이 아주 좋은 날인가 봅니다. 궁금했던 것들을 해결할 책을 두권이나 얻게 되었으니 말이죠. 그런데 <주역, 인간의 법칙>과 <주역의 과학과 도>중에 어느 책을 먼저 보는게 좋을까요?

sslmo 2011-03-05 12:36   좋아요 0 | URL
그동안, '주역의 과학과 도'가 제일 쉬웠거든요.
'주역, 인간의 법칙'을 보니까 생각이 틀려졌어요.
'주역의 과학과 도'는 풀어쓴다고 했는데,
개념 정립이 안된 사람에게 오히려 산만한 느낌이었다면,
이 책은 얼마나 깊이 있게 접근했는지, 아직 거기까지 자세히 못봤지만...
충분히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 놨어요.

2011-03-05 00: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3-05 12: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3-05 08: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3-05 12: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글샘 2011-03-05 08:17   좋아요 0 | URL
저도 예전에 주역과 과학의 도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나네요.
기억에 남은 건 '프랙탈'... ㅠㅜ 뭐, 거의 없지만 말입니다. ^^

sslmo 2011-03-05 12:59   좋아요 0 | URL
'주역의 과학과 도'를 재밌게 읽으신 분이라면 꼭 권하고 싶어진다는~
이 책이 훨씬 쉽고 체계적이에요.^^

글샘 2011-03-07 00:01   좋아요 0 | URL
그리고 고유어와 고유어, 고유어와 한자어가 합성어를 이룰 때,
뒤의 말이 된소리가 되면 사이시옷을 넣도록 규정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생긴 괴물같은 단어들 함 구경하실래요?
죗값
만둣국, 뭇국, 순댓국, 북엇국
등굣길
최솟값, 최댓값, 상댓값
상갓집, 처갓집

sslmo 2011-03-08 01:11   좋아요 0 | URL
규정에서 비껴갈 수는 없는거군요~ㅠ.ㅠ

왜 자장면이라고 쓰면 왠지 건더기도 덜 들어갔을 것 같고 그럴 것 같잖아요.
예를 들어주신 것 중 상갓집,처갓집 만 제대로 썼었네요~

세실 2011-03-05 08:29   좋아요 0 | URL
햇살, 눈부신 봄날에는 마냥 기다리기 보다는
무언가라도 두드려 보는게 더 낫지 않을까요?
전 두드리려구요. 설령 안되더라도....

주역, 인간의 법칙은 더 괜찮단 말이죠. 제 스타일에도 맞을까요`? 헤~~~

sslmo 2011-03-05 13:02   좋아요 0 | URL
네, 님 스타일에 맞으실거예요.
종교나 학문적 접근이 아니고...
북엇국 맛있게 끓이는 법을 알려준 가까운 사람에게 조곤조곤 설명해 주듯이 쓰여있거든요~^^

잘잘라 2011-03-05 13:51   좋아요 0 | URL
ㅎㅎ 예전에 짝사랑하던 선배님 책상에 있던 '주역'
순전히 그 선배님에 대한 관심 때문에 '주역'을 읽어봤는데, 아니, 읽어보려했는데 어려워서 '만화 주역'을 사 들고 다녔더니 그 선배님 왈, "주역은 혼자 보면 안된다. 잘못된 길로 빠지기 쉬운 책이야. 진짜 주역 관심 있어? 관심있으믄 스터디 모임 하나 만들어. 내가 봐주께." 그걸로 끝. 나는 '주역에 관심 있는게 아니구 선배님에게 관심 있다'는 사실을 들킬까봐 그자리에서 깨끗하게 주역을 포기했더라는... ㅋㅋ

오늘도, 주역에 대한 관심이기 보다는 양철나무꾼님이 이토록 칭찬하는 책이라서 혹하는데, 우선 보관함으로~~~ ^^

sslmo 2011-03-08 01:15   좋아요 0 | URL
전 대학 때 첫사랑이 남편이예요.
제가 남편을 왜 좋아하게 됐는지 말씀드렸나요?
연습장에 글씨를 노트 글씨처럼 넘 예쁘게 쓰는 거예요.
어찌나 멋지던지~~~
지금은 컴퓨터가 발달해서 글씨 잘 쓰는 사람 만나기가 힘들지만, 전 아직도 글씨 잘 쓰는 사람보면 가슴이 두근거려요,ㅋ~.

아이리시스 2011-03-05 14:16   좋아요 0 | URL
재밌을 것 같아요. 인간을 연구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그간 별로 없었지만(나만 해도 벅차 죽겠는데), 책에서 뭔가 배운다고도 생각하지 않고 읽었지만 이건 좀 다가올 것 같다는 확신이 들었어요. 좀 다른 말이지만 이런 책을 정치인들이 좀 읽고 생각하면 좋을텐데 답답해요. 아, 이 페이퍼 특히, 접힌부분 펼치기가 완전 재밌어요, 히히.

sslmo 2011-03-08 01:18   좋아요 0 | URL
주역은 자기자신의 내면과 마주하는 법을 가르쳐준답니다~
저도 이런 류의 책들, 뜻도 모르고 그냥 읽었었거든요.
근데 이 책은 좀 알아먹겠어요, 재밌어요.^^

접힌 부분 어디가요?
Lala means I love you?


마녀고양이 2011-03-05 19:59   좋아요 0 | URL
주역이나 역술, 과학적이지 않지만 인간이 결코 설명할 수 없는 많은 것들에 대해서
경건한 마음을 가지게 됩니다. 하지만 입 밖에 내기 어려운 부분이 맞죠. ^^
나무꾼님도 잘 알다시피, 세상의 이치를 알더라도 올바르게 전달할 수 있느냐의
문제가 다시 남아있게 됩니다. 그 이후에는 그것을 올바르게 적용할 수 있느냐겠죠.

머...... 이런저런건 다 빼구
주역도 읽을줄 알고, 관상법도 아는 님의 재주가 부럽습니다... 흐.
나두 공부하고 시퍼요, 그러나 님처럼 머리 좋을 자신이 업뜸~ 홍홍.

글고...... 페이퍼 좋은대요~ ^^

sslmo 2011-03-08 01:21   좋아요 0 | URL
아니,마고님 지금으로도 부족해서 공부가 더 하고 싶으심?
그리고 님이 머리가 좋지 않으면 누가 머리가 좋을까요???

아웅~ 주역이랑 관상법 재미없어 하면서~~~

이 책을 읽으면 주역이나 역술, 아주 과학적이라고 할 수 있게 되는데...한번 읽어볼텨???^^

마녀고양이 2011-03-08 09:23   좋아요 0 | URL
시.로. 졸거 가태... 아하하.
그나저나 자기, 좀 한가해졌구나, 뉘앙스가? ^^

sslmo 2011-03-09 01:21   좋아요 0 | URL
내...그럴 줄 알았음~~~

아직은 아니고,
3월 지나면 좀 한가해 질 것 같아요.

쟈니 2011-03-07 11:18   좋아요 0 | URL
정조는 정말 어떤 관점이냐에 따라 달리 보이는 왕인것 같습니다. 절대권력을 꿈꾼 절대군주인것 같고.. 또 문체반정 같은 경우에는 확실히 정조가 강한 군주/왕권주의자 같은데, 사실 그 시절 사림들의 지나친 횡포탓에 그러한 정조를 탓하기도 어렵구요.. 애민 군주적인 면모도 분명 있어서 저도 늘 궁금한 왕입니다.
주역은 어렸을 적 집에 굴러다니는 효/괘 이런 내용만 읽었는데, 나중에 이 책에 세상사가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늘 시간잡아 읽어보고 싶은 책이었는데, 알려주신 두 권을 기초로 읽는 것을 계획해야겠네요.

봄은, 그래도 어떻게든 오지않겠습니까? ^^ 좋은 글 잘읽었습니다~~

sslmo 2011-03-08 01:28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정조를 향하여선 항상 목말라요.
타임머신 같은게 있어서 그 시대로 순간 이동 했으면 싶을 때가 있어요.

한때, 정조가 들장하는 드라마가 유행이었을 때...애들 시리즈 도서 한권을 봤었는데,책 한권 안에서 관점이 왔다갔다 해서 영 혼란스럽더라구요.

더불어, 같이라서 이 봄 기다려 볼만한 거겠죠?^^

hina 2011-03-07 15:45   좋아요 0 | URL
아무리 관심이 많더래도,늘 귀기울이고 있다 하더래도... 개인이 흘린 눈물의 중량을 본인 외의 누군가가 알거나 헤아리기는 무척 힘들지 않을까요? 눈물은 아무도 보지 않을때 홀로 피는 경우가 훨 많은듯 해서요...

(제가 느끼기에) 한동안 바쁘신듯 했는데 지금은 여유를 좀 찾으셨을까요? 꽃피는 춘삼월이지만 지난 2월과 다름없이 춥고 정신없고 피곤한것 같습니다. 더디오는 봄을 원망하고 싶지만, 가만 생각해보니...'춘곤증'만큼은 소리도 없이 바짝! 다가온듯 하네요~

즐거운 하루 보내시고 환절기 감기를 조심하시길 부탁(?) 드립니다^^

sslmo 2011-03-08 01:32   좋아요 0 | URL
밤하늘을 잠시 올려다보고 앉았었어요.
진짜 손톱 같은 조각달이 떴더라구요.
홀로 핀다고 하셔서 말이죠...눈물이 꽃 같잖아요.
(표현이 넘 예뻐요~^^)

전 춘곤증 생각할 겨를도 없이 바쁘네요.
만성피로증후군이랑 한번 비교해, 체크해 보심도~
님도 환절기 건강 조심하시구요.
행복하셔야 해요~^^

2011-03-08 00: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3-08 02: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모름지기 2011-03-09 02:44   좋아요 0 | URL
기다리는 자에게 복이 있다, 도 믿지 않거니와
하늘은 스스로 돕는자를 돕는다, 도 믿지 않아요.^^
전, 너무 염세적인가봐요.
제가 믿은 세상요?
딱 한 것만큼만 받는다는 거???!!

sslmo 2011-03-09 13:09   좋아요 0 | URL
전 어떤 땐 한 것만큼도 받지 못한다고 툴툴거리는걸요~^^

시니컬보다 페시미스틱이 좀 더 멋지지 않아요???
 

삶에 지치거나, 삶이 힘들거나, 삶이 무료할 때...맛난 음식을 먹으면 좀 낫다.
아니다, 그냥 맛나기만 해서는 안 된다. 확실하게 매워야 한다. 
어렸을 때는 떡볶이가 그런 음식이었고, 요즘은 오징어볶음, 냉면이나 쫄면 같은 걸 먹는다.
아, 매운 닭꼬치도 먹어봤다.
지금은 예전처럼 자주 먹지는 못한다.
점점 더 매운 걸 밝히게 되고, 그러다 보면 속이 뒤집어지는 걸로 부족해 얼굴까지 뒤집어지기 때문이다.  

 

 

 

  


오늘도 집밥
서나형 글, 박세연 그림 /
브레인스토어 / 2008년 12월

'오늘도 집밥'이라는 책을 봤다.
요 며칠 참 힘들었었는데, 내게 위로가 됐다.
이 책 요리책이 아니다. 
뭐라고 해야할까, 삶에 관한 얘기다.
삶에 지치거나, 힘들거나, 무료할 때...는 다른 말로 바꾸면 '일상'이다. 

일상에서 집밥을 먹으며 살아가는 소소한 얘기들인데,
이 소소한 얘기들이 아무맛 없지만 씹으면 씹을수록 단물이 베어나오는 흰 쌀밥 같다.
난 하루 한끼, 아침은 무슨 일이 있어도 성찬을 차릴려고 한다.
온 가족이 둘러앉아 밥을 먹을 수 있는 시간은 아침 밖에 없으니까,
남들 옷에 냄새 밴다고 아침에 안하는 생선도 굽고,
아침에 삽겹살을 굽기도 한다.
나야 물 말은 밥에 김치 하나 얹어도 충분하지만, 소 힘줄도 씹어삼킬 아들 때문이다. 

주말엔 양배추와 상추 쌈을 골고루 먹었다.

양배추쌈이든 상추쌈이든 쌈은 그런 것 같다. 속이 쓰리고 아플 때, 누가 뭐라고 싫은 소리하지 않았어도 내가 나를 다스리지 못해 속이 불편하고 허할 때, 뾰족하고 날카로운 감각이 삐죽 올라와 타인과 마찰을 일으켜 가슴 한쪽을 쿡쿡 찌를 때, 보자기로 한 번 싸서 둥그렇게 나를 안아줄 수 있는 맛, 세상의 쓴맛을 달콤한 맛으로 바꿔주는 매직망토 같은 것, 양배추쌈이다. 기나긴 하루를 보내고 돌아온 나를 포근하게 안아주는 그런 맛.(134쪽) 

이 책에 나오는 음식들은 작가의 글솜씨에 비해 좀 맹숭맹숭하다.
이렇다 할 고기 반찬이나 얼큰한 찌개,이름모를 신선로나 구절판 따위는 등장하지도 않는다.
그런데 하나 같이 내가 어린 시절 먹던 음식들이어서,
할머니 생각도 나고, 가슴이 뻐근해져 오기도 했다. 

이 다음에 우리 아들에게도 이런 집밥으로 기억되는 엄마이고 싶다. 
근데, 난 간을 거의 안해서...식탁에 소금과 간장 종지가 오간다. 
소박한 밥상으로 기억되었으면 좋겠는데, 심심한 밥상으로 기억되지나 않으려나 모르겠다~ㅠ.ㅠ

암튼, 카피라이터 답게 글이 통통 튄다. 
이웃블로거가 혼자 콩국수를 해먹었다는 자랑글과 사진을 보고는,
올라야할 오이채는 사라지고 오이김치 굵기의 오이들이 빛을 내고 있었다...라고 적고 있었다. 

내가 한밤중에 '푸하하 ~' 웃음을 터뜨린 건 이 구절 때문이었다. 

   
 

수많은 이웃의 댓글들. 모두 위로를 한다. "누구나 다 그렇게 썰어요. 채를 잘 썰면 엄마죠. 우린 주부도 엄마도 아니잖아요. 그런데 저 오이채, 콩국수에 얹지 않고 그냥 손으로 먹어도 되겠어요라는 댓글은 올리지 않았다. 여기서 밝혀요."(176쪽)

 
   

요즘 좀 바빠서 책 읽을 시간은 많지 않지만, 재밌는 책 한 권을 발견했다.
 

 

 

 

 

전쟁이 요리한 음식의 역사
도현신 지음 / 시대의창 / 2011년 2월

전쟁으로 들추어낸 음식들의 개인사. 책에서 다루는 음식들은 만두, 맥주, 환타, 커피, 라면 등으로 대개 의식하지 않고 지나칠 정도로 흔한 것들이다. 이 책은 이런 ‘평범함’ 뒤에 감추어져 있던 음식들의 ‘개인사’를 풀어낸다. 책은 2부로 구성되었으며, 1부 <난리 통에 탄생한 음식>에서는 전쟁터에서 요긴했던 음식들을 주로 다룬다. 2부 <전쟁이 남긴 음식>에서는 전쟁이 전파한 음식들에 중점을 두었다.

이제는 그 유래가 어느 정도 알려진, 몽골이 고려를 지배하면서 우리나라에 전해준 소주와 설렁탕을 비롯해 2차 대전에 참전한 미군이 군량으로 먹으면서 세계에 알려진 스팸, 2차 대전 후 일본인들의 허기를 달래준 라면, 아편전쟁 직후 영국인들 비위를 맞추려고 개발된 탕수육, 빈을 공격하다 패주한 오스만제국군이 남긴 군량 중 하나였던 커피까지 여러 음식 이야기가 감칠맛 나게 전개된다.  <알라딘 책 소개> 중에서,

  

요즘 내가 무한반복 듣고 있는 건 이 곡이다. 
 

 

 

 브로콜리 너마저 - 2집 졸업
 브로콜리 너마저 노래 / 스튜디오 브로콜리 / 2010년 10월

 

 

 

커뮤니케이션의 이해
 

설명하려 했지만
설명할 수 없는 일들이 있어
그렇지만 그게 왜인 건지
내가 이상한 것 같아

나의 말들은 자꾸 줄거나 또 다시 늘어나
마음속에서만 어떤 경우라도 넌
알지 못하는 진짜 마음이 닿을 수가 있게
꼭 맞는 만큼만 말하고 싶어

이해하려 했지만
이해할 수 없는 사람도 있어
그렇지만 욕심 많은 그들은
모두 미쳐버린 것 같아

말도 안되는 말을 늘어놔 거짓말처럼
사실 아닌 말로 속이려도 해도 넌
알지 못하는 그런 건가봐 생각이 있다면
꼭 말 같은 말을 들어보고 싶어

나의 말들은 자꾸 줄거나 또 다시 늘어나
마음속에서만 어떤 경우라도 넌
알지 못하는 진짜 마음이 닿을 수가 있게
좀 말 같은 말을 들어보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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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리시스 2011-03-01 03:43   좋아요 0 | URL
마음이 잘 가닿지 않아요, 20대 중반까진 그래도 참을만 했는데, 이젠 가닿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면 나도 모르게 내쪽에서 마음의 문을 잠궈요. 노래가사 보니까 문득, 내 말만 안 건너가는 게 아니라 저 쪽 말도 내게로 잘 건너오지 않는 게 아닌가 싶어요.

양배추쌈, 상추쌈, 으흐흐.
엄마에게는 요리책이 위로가 되기도 하는군요. 저는 아직 거기까진 잘,,
내가 먹는 게 좋지, 하는 데서는 그다지 기쁨을 느낄 수 없다고나 할까.
내가 한 음식을 맛나게 먹어주는 타인이 얼마나 고마운지 모르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대사죠. 아하하하하하하하하.

우울함에서 벗어나요, 봄이 오고 있어요.
꽃샘추위도 오지만, 우린 괜찮을 거예요.^^

sslmo 2011-03-02 00:14   좋아요 0 | URL
무뎌질려고 무진장 노력해요.
그래서 가닿지 못하거나, 전해져 오지 못했을 때...번지수를 잘못 찾았거나 다른 언어로 얘기하고 있다고 체념해 버리고 말아요.
그리고는 내 마음을 다 꺼내보여주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어쩜 난 코끼리 만한 내 마음의 아주 조금을 보여준 거고...어떤 이는 코끼리의 뒷다리만을, 어떤 이는 코끼리의 코만을 전체인양 보고 있는 건지도 모르는데 말이죠.

전 봄이 좋아요.
샤방샤방,하늘하늘한 스커트는 아니어도 스카프 한장으로 봄처녀가 될 수 있으니 말이에요~

님과 묶여 '우리'라고 불리우다니 무한영광인걸요~^^

hnine 2011-03-01 13:36   좋아요 0 | URL
저도 음식이 단순히 배를 채우기 위한 것이 아니라는 신조(?)를 가지고 있어요. 그래서 잘 못하는 솜씨에 매일 똑같은 일을 무한반복 하고 있는 것 같아요.

(요즘 힘든 일이 있으셨나요? 일요일도 하루 종일 비, 어제도 심통 날씨, 오늘도 오네요 비가 ㅠㅠ)

sslmo 2011-03-02 00:17   좋아요 0 | URL
서울은 눈이 내렸어요.
그리고 조금 아까 밖에 나갔다 왔는데, 엄청 추워요~

님의 댓글 보니, 님의 페이퍼에서 보았던 송편 생각나요.
참 이뻤었는데...

울창 2011-03-01 09:06   좋아요 0 | URL
아, 이 책...

정감가는 말이죠? 집밥.

고구마조림 생각나네요.

sslmo 2011-03-02 00:20   좋아요 0 | URL
님의 서재에서 제목 알게 된지가 언젠데 이제 봤어요.
그랬죠, 우리 참 공통된 음식이 많죠.
만두도 그렇고, 고구마조림도 그렇고요~
내일은 고구마 몇개 골라서 고구마조림 해볼려구요~^^

글샘 2011-03-01 12:58   좋아요 0 | URL
저도 한때는 집밥에 환장했던 때가 있었답니다.
대학교 때 교생실습나가서 56킬로였는데, ㅠㅜ(굶던 시절)
하숙 들어가서 금세 67킬로가 되었던 기억이... ^^
하숙집 밥통은 제 거였어요. ㅎㅎ

힘든 일도 시간이 지나면서 지금도 지나가고 있을 거예요.
구제역 농가들 침출수 문제때문에 마을에서 살기도 힘들다고... 그분들 이야기 들으니 정말 힘들겠다... 싶더군요.
양철님의 힘든 일도 빨리 지나가길 빌어 드릴게요. ^^

특히 커뮤니케이션이 안 돼서 힘들 땐, 정말 시간이 필요하죠.

sslmo 2011-03-02 00:31   좋아요 0 | URL
좀 날씬하셨네요.
저도 날씬해지고 싶으면 집밥을 먹지말아야겠네요.
(꼭 기억해 둬야겠어요~^^)

위로, 감사합니다.

cyrus 2011-03-01 13:15   좋아요 0 | URL
정말 집밥이 최고인거 같아요, 특히 어머니가 해주신 밥과 반찬만 있으면
진수성찬은 따로 없는거 같습니다. ^^

sslmo 2011-03-02 00:34   좋아요 0 | URL
저도 집밥 해주시는 어머니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다시 생각해보니, 저는 잘 먹어주는 아들이 있어서 밤을 꼴딱 새우고도 밥할 맛이 나는거네요.

님이 잘 드시고 건강하신 거...그거 어머니께 효됴하는 겁니다~^^

책가방 2011-03-01 14:22   좋아요 0 | URL
먹기만 하는 사람에게는 집밥이 최고겠지만.... 방학동안 세끼 꼬박꼬박 밥상을 차려야 했던 저로서는 온갖 핑계를 다 대며 바깥밥을 갈망했었답니다.ㅋ
내일도 작은아이 입학식이라는 핑계로 외식을 주장할까 생각중입니다.^^

마음이 갑갑할 땐 언덕에 올라
푸른하늘 바라보자 구름을 보자
저 산너머 하늘아래 그 누가 사나
나도 어서 저 산을 넘고 싶구나 ♪♬

혹시 이 노래를 아시나 모르겠네요.
제가 간혹 흥얼거리는 노래랍니다.
어린시절 배운 동요이긴 하지만 가끔은 마음에 위로가 되기도 하더라구요..^^


sslmo 2011-03-02 00:43   좋아요 0 | URL
요즘 물가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천정부지로 올라서 말이죠.
저 돈 버는 사람인데도 바깥에서 밥먹기 두려워요.
그렇다고 마트에 가면 좀 낫냐하면 그렇지도 않고 말예요.
채소류나 과일류는 배 이상 오른 거 같죠~
엄한 인스턴트 식품만 장바구니 한가득 담아오게 돼요.

생각나요, 저 노래~
저 저 노래 연습해서 '누가누가 잘 하나' 나가고 싶어했어요~^^

herenow 2011-03-01 14:42   좋아요 0 | URL
집밥에 대한 책이 흥미롭네요.
요즘은 기능성 측면에서 '집밥'이나 '밥상'을 많이들 이야기하고 있는데 말이죠.

읽다가 떠오른 이야기. 요리사 한 분이 물으시더군요.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밥이 뭔지 아세요?"
그 자리 30~50대 대다수의 대답은 아니나다를까 "집밥요."
누군가의 어머니이기도 했던 그분의 대답은?
"남이 해주는 밥요."

(물론, 식당에서 사먹는 밥이란 소리는 아니었죠.)

sslmo 2011-03-02 00:48   좋아요 0 | URL
사실 저 책은요~
화려한 글빨을 자랑하지만, 음식은 소박하니 레시피도 성의없어요.
하지만 책을 읽다보면 '집밥의 힘'을 저절로 믿게 돼요.

저는 '할머니가 해주신 밥이요.'
할머니는 물론 돌아가셨구요~ㅠ.ㅠ

잘잘라 2011-03-01 14:39   좋아요 0 | URL
『전쟁이 요리한 음식의 역사』 재밌을것 같아요.
다음달 평가단 리뷰 도서로 추천..할랬더니 분야가,
분야가 역사! 음.. ㅎㅎ

2011-03-01 14: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sslmo 2011-03-02 00:52   좋아요 0 | URL
이 책 정말 재밌을 것 같아요~^^

음~~~
술의 역사만 읊조리지 마시고,
음식의 역사도 애정해 주세요~^^

비로그인 2011-03-01 18:53   좋아요 0 | URL
흐흐..

저도 좀 삶에 지쳤을 때 먹는 음식과 음악이 요즘 절실하네요.
그런데 사람들 식단이 다 제각각이듯 삶에 지쳤을 때 읽는 책, 음악도 다 제각각인게 참 신기하기도 해요. ㅎ

전 어설픈 집밥과 음반 몇 개로 오늘을 나고 있습니다. ^^

sslmo 2011-03-02 00:59   좋아요 0 | URL
오늘은 녹두빈대떡 몇장 지져서, 막거리 한잔 했습니다.
낼 아침은 콩나물북어국 끓일려고 쌀뜨물 받아놓았구요~^^

어설픈 집밥이라...저 위 인용구를 살짝 페러디 하면 말이죠.
"누구나 다 그렇게 먹어요. 밥을 잘 하면 엄마죠. 우린 주부도 엄마도 아니잖아요."
근데, 왠지 님은 어설픈 집밥이 아니라,단아한 집밥을 고수하실 듯~^^

느린산책 2011-03-01 19:24   좋아요 0 | URL
요즘 계속 맛난 야그만 하시는 양꾼님^^
갑자기 어릴 적 먹었던 호박잎쌈이 땡기네욤~ 그리운 맛..
역시 노래도 먹는 것과 관련된..브로콜리ㅋㅋㅋ

sslmo 2011-03-02 01:02   좋아요 0 | URL
전 먹는 얘기가 좋아요.
인생 뭐 있어요, 다 먹고 살자고 일도 하는거죠~^^

저도 갑자기 호박잎 쌈 먹고 싶네요.
한겨울에 어디가서 구하죠???
지금 '유자차'를 마시며, '유자차'를 들어요~

울보 2011-03-01 21:40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처음 뵙네요, 여기저기서 이름은 많이 뵈었는데,,
페이퍼보고 살짝 놀러왔다가 오늘은 이렇게 자국을 남기고 갑니다
전집밥좋아하는데 엄마가 되고 요즘 집밥하기 싫어 가끔 나가서 먹기도 한답니다,,

sslmo 2011-03-02 01:06   좋아요 0 | URL
반갑습니다, 저도 여기저기서 종종 뵜었는데~~~
먼저 발자취를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도 종종 마실가겠습니다~^^

전 집밥도 먹고, 나가서도 먹고 하는데...
더 이상 나가서 먹을게 마땅찮다는~~~
가장 좋은 방법은 친정 가는 건데 말예요~^^

blanca 2011-03-01 22:20   좋아요 0 | URL
집밥 얘기. 저 책은 저한테 꼭 필요한 책인 것 같아요. 귀찮다고 나가서 먹고 대충 먹고 하는 습관이 들려 해서 요새 다잡고 있는 중이거든요. 벌써 낼 아침 해놨습니다.^^ 칭찬해 주세요 ㅋㅋㅋ 브로콜리 너마정의 <보편적인 노래>를 듣고 거의 충격받았던 작년이 생각나네요. 유행가 들으면서 가사를 듣고 경이롭다,고 느껴본 거의 최초의 노래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sslmo 2011-03-02 01:10   좋아요 0 | URL
저도 집에서 밥하는거 귀찮기는 한데요,,,
더이상 나가서 먹을 것도 없고, 조미료 만땅 들어간 음식 투덜거리면서 먹기도 싫고 말이죠~~~
낼 아침을요???부지런하시네요~
전 쌀만 씻어서 에약취사버튼 눌러놨어요.

'브로콜리 너마저' 정말 가사가 그렇죠~?^^

차좋아 2011-03-02 12:28   좋아요 0 | URL
빨간 떡볶이 물에 씻어서 한 입 먹고는 맵다고 물 한 컵 마시는 아가들이 생각나네요.
그렇게 매운 걸 또 한 입 베어 먹도 또 물 마시고 ㅋㅋㅋㅋ (물 배만 채우는 )
매운건 기분좋게 하는 무언가가(캡사이신?) 있는게 분명해요. (극복하며 먹어서 그런가?)

저는(아직) 집밥보다 외식이 더 좋아요 ㅎㅎㅎ 아직 어린이 입맛ㅋ 매일 집 밥을 먹을 수 있어서 아쉬운걸 몰라서 그럴수도 있겠네요^^ 감사하는 마음 가져야겠습니다. ㅎ

sslmo 2011-03-04 00:45   좋아요 0 | URL
저도 매운 떡볶이 엄청 좋아하는데, 먹고나서 다음날 엄청 후회해요.
우유 싸들고 가서 먹기도 하는데 말이죠, 다음날 속만 뒤집어지는걸로 부족해서 얼굴까지 뒤집어져요~ㅠ.ㅠ

따라쟁이 2011-03-02 14:01   좋아요 0 | URL
오이채든 무채든 채 썰다가 너무 두꺼우면 입으로 집어넣고... 마저 쓸다가 또 두꺼운거 나오면 입으로 집어넣고...

sslmo 2011-03-04 00:46   좋아요 0 | URL
저도 채 써는 거 반, 입으로 들어가는 거 반 그랬었는데...채칼 좋은 거 장만했어요~^^

마녀고양이 2011-03-02 17:55   좋아요 0 | URL
난 주부이고 엄마인데, 채써는 솜씨가 왜 이럴까요, 한탄 중. ㅠㅠ

나무꾼님의 페이퍼 덕분에, 지금 마음이 떡볶이와 항정살 사이에서 헤매고 있습니다.
오늘 저녁은 무엇으로 먹을까나............

저절로 2011-03-03 13:12   좋아요 0 | URL
난 항정살!

sslmo 2011-03-04 00:49   좋아요 0 | URL
채칼을 새로 장만하라니까요~
채의 굵기도 조절되고, 볶음밥용 썰기, 다지기 다 된다니까~
항정살을 구워서 그 위에 떡볶이 소스를 뿌려서 먹는 건 어떨까???^^

2011-03-02 22: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3-04 00: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3-03 13: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3-04 00: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11-03-06 00:10   좋아요 0 | URL
잠시 밥벌이의 필요성을 망각한채 백수로 음주가무에 팔렸어요~ ㅋㅋ
집밥의 힘은 책을 안봐도 잘 알지만, 전쟁이 만들어 낸 음식은 정말 궁금하네요.
양철나무꾼님은 글을 참 매력있게 잘 써요~
요즘은 서재 댓글이나 새글쓰기도 귀찮아서 눈팅만 했어요.ㅜㅜ

sslmo 2011-03-05 12:27   좋아요 0 | URL
그렇지 않아도 님 안부를 개인적으로 여쭤야 하는 게 아닌가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었어요~^^
망각은 때론 아주 좋은 약이 되기도 하더라구요~
잘 지내시죠???

순오기 2011-03-06 00:11   좋아요 0 | URL
옙~ 이번주는 띵가띵가 놀고 다음주부터 책도 정리하고 봄맞이 대청소 해야지요. 그리곤 아침마다 10리길을 걸어서 도서관으로 출근하려고요.ㅋㅋ

sslmo 2011-03-08 01:06   좋아요 0 | URL
암튼,,,무사귀환하셔서 기뻐요~^^

세실 2011-03-05 08:24   좋아요 0 | URL
저도 아침에 삼겹살 굽고, 생선도 굽는답니다.
저녁엔 학원시간이 빨라 아이들이 먹고 가거든요.
가능하면 토속적인 음식 해줄려고 해요. 된장,청국장, 브로콜리(요건 토속은 아니지만),김치...
아 쌈 먹고 싶네요.
오늘은 김밥 해주려고요. 잠시후 재료 사러 나가야지~
아이들 학교에서 돌아오면 짠하고 내놓으려는데 가능하겠죠?

sslmo 2011-03-05 12:29   좋아요 0 | URL
세실님표 김밥, 완전 기대되는걸요~
눈으로라도 먹고 싶어요, 인증샷 올려주세요~

햇빛눈물 2011-03-08 21:20   좋아요 0 | URL
아 집밥!! 새삼 집밥이 좋다고 느꼈던 때였는데 좋은 글 좋은 책 소개 너무 감사합니다. 김훈의 내젊은날의 숲을 보면 주인공이 휴전선 부근에서 6.25전사자 유해의 세밀화를 그리면서 전사자의 낡은 편지를 보는 장면이 있습니다. 편지 내용에 아마도 삭막한 죽음이 얼마 남지 않은 고요한 고지에서 엄마에게 쓴 편지였습니다. "상추 쌈이 먹고싶다.." 갑자기 엄마와 상추와 집밥이 생각나는 밤이네요...이 책 꼭 사봐야겠습니다. 아니 내일 교보문고 가서 당장 사야겠습니다. 좋은 밤되시길!!
ps : 그리고 저도 브로콜리너마저 좋아하는데...ㅋㅋ 감상잘했습니다.

sslmo 2011-03-09 01:19   좋아요 0 | URL
저도 김훈의 이 책 나름 재밌게 읽었어요.
전 이 책 읽고 아버지 생각에 어쩌지 못했던 기억이 새롭네요.
전 집밥하면 할머니가 떠올라요.

이 책, 요리 책으로의 점수는 낙제점에 가깝지만...
편안하고 포근한 책이에요~

감은빛 2011-03-11 15:12   좋아요 0 | URL
'전쟁이 요리한 음식의 역사' 이 책 관심가는 군요.
뭔가 맛있는게 땡기는 금요일 오후네요! ^^

sslmo 2011-03-15 22:18   좋아요 0 | URL
댓글이 한참 늦었네요.
ㅎ,ㅎ...이 책 관심 가지실 것 같았어요.
아직 들춰보기만 한 단계지만 괜찮던데요~^^
 
굿바이 블랙독 - 우울증에서 벗어나게 하는 편안한 그림책
매튜 존스톤 지음, 표진인 옮김 / 지식의날개(방송대출판문화원) / 2007년 4월
구판절판


'굿바이 블랙독'
'우울증에서 벗어나게 하는 편안한 그림책'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이 책의 그림을 10분 정도 보는 것만으로도 블랙독이라는 존재를 발견하게 될 것이며, 우울증의 치료, 희망, 마음의 평화에 이르기 위한 길을 깨닫게 될 것이다 라고 얘기하고 있다.

"길을 잃지 않고는 자신을 발견할 수 없다"는 문구로 시작하는 이 책을 찬찬히 따라 읽어 보자.

이 책 속에 나오는 이는 블랙독을 좀 일찍 만난다.

뒤돌아 보면, 20대 초반부터 블랙독은 내 인생을 끊임없이 들락날락거렸다.

녀석이 나타나면 공허감이 느껴졌고, 삶은 한없이 더디게 흘러간다.

온 세상의 살아있는 모든 것들은 인생을 즐기며 살아가고 있었지만, 블랙독을 통해서만 세상을 바라보는 나의 삶은 암울함 그 자체였다.
즐거웠던 일도 갑자기 시들해졌다.

입맛도 떨어졌다.

녀석은 내 기억력과 집중력을 갉아먹어 버렸다.



녀석 때문에 뭘 하거나 어디를 가려면 슈퍼맨 같은 힘이 필요했다.

녀석을 키우고 있다는 것을 들킬까 봐
집이나 직장에서 나를 감추고,
멋지고 훌륭한 사람인 척 사람을 속이게 되었다.

내 감정을 속이고 남을 대하려니 무척 힘이 들었다.
나는 간질이나 심장병, 당뇨병처럼 숨기기 힘든 질병을 숨기려는 것과 비슷한 노력을 기울여야 했다.

블랙독, 이 녀석은 부정적인 말만 하게 만들었다.

녀석은 나의 짜증을 돋우었고 나를 까다로운 사람으로 만들었다.

녀석은 내게서 사랑의 감정을 앗아갔으며
사랑하는 사람에게 친밀한 감정을 품는 것조차 방해했다.

계속해서 되풀이되는 부정적인 생각 때문에
잠 못 이루는 괴로운 밤이 이어졌다.

블랙독을 키우며 사는 것은 단순히 의기소침해지거나,슬퍼지거나, 우울해지는 것이 아니다.
최악의 경우 모든 감정이 메말라 버릴 수도 있다.

결국 나는 자가 치료에 능숙해졌다......
......하지만 결코 도움이 되지 않았다.

블랙독, 이 녀석은 결국 내 인생을 송두리째 빼앗아 갔다.
나는 녀석 앞에 무릎을 꿇고 말았다. 내 의지는 내 자신을 외면했다.

이 지경에 이르러서야 진료를 받고 전문가에게 도움을 청하였다.
비로소 회복을 위한 첫걸음을 내딛었고, 이것이 내 인생의 큰 전환점이 되었다.

다양한 종류의 블랙독들이 수많은 사람들을 괴롭히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블랙독은 별별 특징들이 모두 섞여 있는 잡종견이다.

녀석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고서는 녀석을 길들일 수 있는 나만의 꾀를 터득하게 되었다.

이 책을 처음 봤을 때 '침대 밑의 악어'가 떠오랐다.
자신의 의지를 잃고 매사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우울증의 생물학적 특징이 잘 묘사되었다는 추천의 말처럼...그림이 참 예쁘고 이해하기 쉽게 그려져 있다.

우울증에 걸리지 않은 사람에게 우울증의 느낌을 잘 전해주고,
우울증에 이미 빠져있는 사람에겐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객관화하여...도망가거나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맞서야 한다는 깨달음을 준다.

우리는 알게, 알지 못하게...자기 안에 '블랙 독' 한마리를 키우고 있는 지도 모르겠다.
부끄러워 감추거나, 무섭다고 피할 게 아니라...
블랙독을 길들이고 그리하여 함께 갈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할 수 있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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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가방 2011-02-23 02:58   좋아요 0 | URL
글에 대한 댓글은 내일 달아야겠습니다.
실컷 울고 난 뒤의 상쾌함... 그걸 카타르시스라고 하던가요..??
암튼..전 방금 원도 한도 없이 실컷 울었습니다.
그것도 아주 뜻하지 않은 상황에서 말이죠..^^

이 말을 쓰는 건 제가 이 늦은 밤에 깨어 있었다는 걸 자랑하고 싶어서리..ㅋ

sslmo 2011-02-23 03:16   좋아요 0 | URL
저도 때로 때때로 실컷 울고난 뒤의 카타르시스가 느끼고 싶어 최루성 영화나 책을 집어들때가 있어요.
근데 지금은 졸리운데 잠은 오지 않아 안개가 자욱히 낀 것 같아요.
그래서 상쾌한 님이 좀 부러워요~^^

쉽싸리 2011-02-23 10:02   좋아요 0 | URL
우울증은 없는것 같은데(모르죠 그냥 제 판단일 뿐이니까요^^)자신만의 '블랙독'은 있는것 같습니다. 저에게는 그것이 '기만', '거짓', '추한 욕망' 그런것 같아요.
그리고 사실 저는 진짜 '블랙독'을 키우고 있는데요,^^ 그 진짜 살아있는 것으로써의 그놈은 많은 부분에서 즐거움을 줍니다. 그래서 제가 우울증이 없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어요. ^^


sslmo 2011-02-24 02:05   좋아요 0 | URL
이 책애서 블랙독이라고 하여 개를 내세운 게, 오랜 세월 사람들과 가깝게 지내온 견공들이 긍정적인 속성과 부정적인 속성을 모두 지니고 있어서라고 하더군요~

저는 아무것도 못 키워요.
ㅎ,ㅎ...그 놈이 부재하게 됐을 경우의 즐거움의 결여를 염려한다고나 할까요?

전 우울증은 안 키우는데, 불면증은 키워서 말이죠~

2011-02-24 10: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2-28 01: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아이리시스 2011-02-23 14:20   좋아요 0 | URL
이 책 안팔리겠네요,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블랙 독 너무 예쁘다,, 저희 집에도 있죠, 블랙 독 같은 흰둥이가.
나무꾼님의 최루성 영화나 책에 관해 듣고 싶어요.

sslmo 2011-02-24 02:11   좋아요 0 | URL
근데, 이 그림책 직접 보면 위안을 얻는다니까요~
전 블랙독도 없고, 흰둥이도 안 키우고...제가 개 띠예요.

최루성 영화나 책이 따로 있는 게 아니고, 그때 그때 감정이입을 하고 상상의 나래를 펼치면 최루성이 돼요.
참고로 책이나 영화,드라마를 볼 땐 눈물 흘리는 데 1,2,3...3초면 되거든요.
근데 제 자신의 일로는 잘 안 울게 돼요~^^

잘잘라 2011-02-23 16:23   좋아요 0 | URL
저의 블랙독은 주로 무의미, 무가치, 무소속, 보람없음, 비난의 감정을 좋아해요. 제가 실용/취미 분야 책을 챙겨보는 이유이기도 한데, 저에겐 이게 효과가 있어요. 요즘 저의 블랙독은 못먹서 비실비실.. 그래두 조심해야되요. 한끼만 잘 먹어도 슈퍼맨처럼 힘이 쎄지는게 블랙독이니까요. ^^

sslmo 2011-02-24 02:15   좋아요 0 | URL
너무, 모든 일에 가치 부여를 하는 것도 버거울 거예요.
이제 저는 좀...무의미, 무가치, 보람없음, 적당한 뒷담화를 하며 살아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주의예요.

그래도 몸 축나지 않게 맛난 것도 드셔가면서 다이어트 하세요~
참,참,참...저의 경우는 속이 조금만 허해도 우울해지던데,ㅋ~.

비로그인 2011-02-23 18:58   좋아요 0 | URL
한 번도 개를 키워본 적이 없는데... 사실은 저런 개가 나를 키우고 있었을 수도 있겠군요. 음... 개를 잘 달래는 요령을 키워야겠네요. 잘 봤습니다^^

sslmo 2011-02-24 02:19   좋아요 0 | URL
인터넷이 엄청 발달했잖아요.
웹상에서 개를 키우는 프로그램도 한창 인기있었고,
지금은 '말과 나의 이야기'인가(?)...하는 게임이 있는데요.
말과 함께 달리고, 말을 키우고, 씻기고 먹이고 재우고,교배도 하는데...
실제보다 더 리얼하더라구요~^^

말을 한번 키워 보시는 건 어떨까요?^^

cyrus 2011-02-23 19:21   좋아요 0 | URL
우울증 관련 그림책치고는 일러스트가 재미있어요. OTL 일러스트를 보니
예전에 유행했던 걸인과 그 옆에 있는 걸인 행세하는 개 사진이 생각나네요.^^

sslmo 2011-02-24 02:21   좋아요 0 | URL
저도 저 OTL그림이 가장 몰입도가 높았어요~
그림에 일가견이 있으신 cyrus님이 보시기에도, 그림이 참 예쁘죠?

마녀고양이 2011-02-24 00:21   좋아요 0 | URL
그림책 색상이 조금만 더 환하면 무지 이뻐해 줄텐데.. ^^

하지만 나무꾼님 말씀대로, 우울증이란 놈과 블랙독이란 놈이 잘 매칭되네요.
앞으로 우울증 하면 시커먼 개가 떠오를거 같아요, 절묘하게 맞아떨어진다눈.
그래두 마지막에 아저씨의 니트 색상이 조금만 더 화사해서..
진짜 우울증 잡았구나 싶었으면 좋겠당... 아하하.

그런데 혹시 나무꾼님 우울해요?
곧 하던거 끝나죠? 우리 잼난거 하자.............. 시간 나게 되면.

sslmo 2011-02-24 02:25   좋아요 0 | URL
실제 그림책은 색깔 참 이뻐요.
사진 못 찍는 내가 똑딱이 카메라로 찍어서 엉망이지만~

우울하진 않고, 숙제했어요.

봄이네요.
발바닥이랑 가슴 한켠이랑 간지러운 것이...자꾸 밖으로 나가고 싶어요~^^

차좋아 2011-02-24 12:13   좋아요 0 | URL
아... 저 반한 거 같아요. 저 이 책 좋아요. 좋은 책 소개 고맙습니다^^
사실은 리뷰가 좋아요. 책은 아직 안 봤으니까요 ㅎㅎㅎ 책도 좋을 거 같아요.

sslmo 2011-02-28 01:17   좋아요 0 | URL
책은 그림이랑 색깔이 더 선명하고 예뻐요~
저, 실은 이 책 읽거 리뷰 쓸 당시만 해도, 그렇게까지 했었는데요.
요 며칠 효과 톡톡히 봤어요~^^

다락방 2011-02-24 15:43   좋아요 0 | URL
저 완전 부랴부랴 이 책 장바구니에 담습니다. 땡스투는 양철나무꾼님의 몫입니다.

sslmo 2011-02-28 01:19   좋아요 0 | URL
전 참 좋았어요.
님도 좋으셨으면 좋겠어요~^^

모름지기 2011-02-26 00:08   좋아요 0 | URL
아직은 전문가의 도움까지 필요치 않다고 생각은 들지만..
지금 내게 필요한 건 뭐? 이 책이네요.하하
땡쓰투..추가요.^^

sslmo 2011-02-28 01:20   좋아요 0 | URL
이 책 뒤에 보면 우울증 테스트 하는 법이 나오는데, 참고가 되실 듯~^^

햇빛눈물 2011-02-28 03:48   좋아요 0 | URL
저도 우울증은 아니지만 가끔 센티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몸에 알코올이 들어가면 더 심해지죠. 왠지 하늘만 보게 되고. '블랙독' 이쁘네요. 이해할 것 같습니다. 사람들은 저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자기만의 '블랙독'이 있을 것 같네요. 좋은 책일 것 같습니다.
땡쓰투~~~ 저도 추가합니다!!

sslmo 2011-03-01 02:23   좋아요 0 | URL
전 술이 들어가면 '배시시~' 웃는 과예요.^^

어제, 오늘은 잔뜩 흐려서 말이죠.
하늘 보면서 분위기 제대로 잡으셨겠는 걸요~

저절로 2011-03-03 13:27   좋아요 0 | URL
저를 키우세요. 그리고 길들여보세요.(자, 에파타 가서 물어와!)

sslmo 2011-03-04 00:40   좋아요 0 | URL
제가 뭐 키우는 거 메롱이라니까요.
님이 절 키우시는 건 어떨까요~^^


 
정조와 불량선비 강이천 - 18세기 조선의 문화투쟁
백승종 지음 / 푸른역사 / 2011년 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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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점에서, 나는 서사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싶다. 아무리 작은 이야기라도 겹겹을 풀어헤쳐 놓고 보면 그 속에 우주가 담겨 있다. 멀리서 바라보면 하나의 작은 점에 불과한 것이라 해도, 가까이 다가가서 보면 그 안에 무수한 직선과 곡선이 있다. 역사 속에서 사람들의 호흡을 발견하는 일, 사람들이 의식적 또는 무의식적으로 펼친 다양한 삶의 전략을 찾아내 꼼꼼히 기술하는 일이야말로 내가 원하는 서사의 부활이다. 
                                                   - '정조와 불량선비 강이천',머리말 중에서 -

 

'마이 프린세스'라는 드라마를 보면 갑작스럽게 자신이 공주라는 걸 알게 된 김태희가 공주의 자질을 배우고 익히는 과정에서 고분분투하는게 나온다. 

우리나라의 왕들을 보면, 그들은 어렸을 때부터 왕이 되기 위해 살아온 자들이란 생각이 든다.
왕이 된 후에도 그들이 하는 일은 왕권강화와, 왕의 세력에 대항하는 이들을 견제하는 게 전부인것처럼 보인다. 

난 국사에 좀 약하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가 국사를 가지고는 ‘상상력’을 발휘하는 게 안 통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겉으로 드러나는 역사라는 건 빙산의 일각이고 나머지 부분들을 향하여 상상력을 발휘하려하면, 역사적 ‘사실’들을 가지고 ‘상상력’을 발휘하는 일은 위험한 일이라며 여기저기서 브레이크를 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마음껏 상상할 수 있어서 웬만한 장르소설 한권을 읽는 것보다 더 흥미로웠다. 난 저자의 상상력에 제대로 몰입할 수 있었고, 저자의 이런 시도가 기꺼웠다.

   
  ‘강이천’이라는 연구 주제에 매달려 있을 때 나는 역사란 무엇일까를 여러 차례 생각해 보았다. 우리의 전통 속에서 역사는 에피소드로 둔갑될 때가 많았다. 서사가 결핍되었다. 그래서 나는 중층적인 서사를 써 보자는 생각을 많이 했다. 사람의 얼굴이 보이고 사람의 냄새가 풍겨나는 서사, 역사 속 인물들의 망설임과 혼란과 고독함이 가슴으로 전달되는 역사, 역사적 주인공들이 추구한 삶의 전략이 파헤쳐지는 역사를 쓰자는 것이다.(15쪽)  
   


이 책은 조선 명탐정이란 영화를 보고 난후 정조가 너무 멋져 ‘정조’의 연장선 상에서 읽게 되었다.
그래서 제목을 보고, 우리가 성군으로 알고 있는 정조와 맞짱을 뜨는 인물로 지명도가 좀 약한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었다.
다 읽고 난 지금도 좀 약하다는 생각을 하긴 하지만, 정조에 대해 새로운 것들을 알게 되었고, 18세기 조선의 문화투쟁에 대해서도 엿볼 수 있었고, 거기에서 현재 우리나라의 문화투쟁을 가늠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 좋았다. 

사실 강이천은 정치력이 출중하지도 못했고, 조직력과 지도력도 평범했지만, 그의 이런 문화투쟁을 정조는 어떻게든 억누르려 한다.

   
  바로 그 몽상에 파괴적인 힘이 있었다. 당시 몽상의 힘을 바로 인식한 이는 아마 국왕 정조가 유일하지 않았나 싶다. 강이천의 제어되지 않은 상상력이 현실과 단단히 결합될 경우 그것은 국가를 전복시키고 성리학 중심의 조선 문화를 여지없이 파괴시켜버릴 수 있다는 걱정, 왕은 바로 그런 염려를 하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246쪽)  
   

그렇다고 강이천이 만만하기만 한 인물은 아니다.
강세황의 손자답게, 열두 살때부터 정조의 인정을 받았다.
열일곱 살에 진사 시험에 합격한 뒤로도 왕의 특별 배려를 받은 촉망받는 선비였다.
김려, 이옥 등과의 교류에 대해서도 나오는데, 조선 역사의 틀을 김탁환으로 잡은 나는 솔깃할 수밖에 없었다.
애초 정조는 선비들에게 소품문을 금지해왔는데, 어떤 선비가 소품문에 물들어 있는지를 알아내고자 ‘박접회’라는 경솔하고 농염한 문제를 출제했다고 하는데 의도를 알아챚 못한 이옥은 그만 걸려들고 강이천은 가까스로 위기를 벗어났다(69쪽)는 구절은 흥미로웠다.

강이천의 불리한 신체조건을 언급하지 않을 수는 없겠다.
그는 태독으로 좌시였고, 다리도 불편했다.
강이천과 함께 한 이들을 자세히 살펴보면,
강이천은 장애가 있었고 나머지는 출신이 서자였다.
그들의 입장에서 보면 답답한 현실을 타개할 새로운 세상을 꿈꾸느라 예언과 천주교에 관심을 둘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문체반정과 관련한 이 책의 해석은 흥미롭다.

   
  더욱 중요한 사실은 위배자의 대부분이 아직은 정권의 실세라고 도저히 볼 수 없는, 젊은층이었다는 점이다. 따라서 문체반정은 특정한 정파를 억누르려는 정책이라기보다는 미래의 집권층인 젊은 세대를 상대로 한 정조의 문화투쟁이라고 보는 편이 더 타당할 것이다(148쪽)  
   

문체반정이 이 책의 해석 같아야, 나의 그간의 궁금증이 풀리는 부분도 있었는데...
교과서에서 영정조를 ‘문예부흥기’라고 배운 것과 관련해서이다. 

   
  정조가 문체의 자유까지 억누를 정도였다면, 그가 과연 "문예부흥"을 일으킬 수는 있었을까 하는 의문이 제기되는 것은 당연하다. 또한 정조 대에 부흥된 문예가 과연 무엇인지 그 성격도 불분명하다. 문예부흥의 범주와 내용을 규정하는 학문적 작업은 앞으로 더욱 조밀할 필요가 있다.(149쪽)  
   

솔직히 정조를 참 멋진 왕이라고 생각했었기에, 이 책에 묘사된 정조가 참 아팠다. 그 중 정조가 변화를 두려워하는 완고한 인물이라는 평가가 그러했다. 하지만 역사상 뛰어난 인물들은 진보 성향을 띠기 마련이라는 일종의 선입관이야말로 환상이라고 얘기한다. 지배층의 지나친 보수성은 때로 국가의 근본을 밑바닥부터 흔들어버린다는 저자의 말이 와 닿는다.

어쩜 정조는 그렇게 멋지기만 하지는 않았을 지도 모르겠다.
어쩜 소심했고, 어떤 강박관념이나 편견에 사로잡혀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는 자연과학의 토대 위에 선 ‘합리주의자’도 아니었다.

   
  그에게 성리학은 다분히 종교적인 기능을 가진 것이다. 성리학은 정조에게 하나의 완고한 신앙이었다.(136쪽)  
   

결국 정조가 성리학을 고수한 그 이유 때문에, 강이천은 성리학을 버릴 수 밖에 없었다.

강이천은 사회에 대한 새로운 상상력을 펼쳐보지도 못하고 고작 서른 세살에 죽었다.
이 책에서 박지원 식의 ‘참세상’에 대해서도 언급된다.
박지원이 죽을때까지 그러한 정신적 지향을 고수했는지 확언하기 어렵다고 얘기함으로서, 연륜이 있는 박지원과 혈기 왕성한 강이천의 대비를 드러낸다. 

바다 건너온 해적 조문모 신부가 정감록에 나오는 해도진인이라는 유언비어를 날조 및 유포하고 이 유언비어로 타인의 재산을 갈취하려고 한 사건으로 제주도 유배형을 받았으나 순조때 신유박해때 강이천은 천주교 신자라는 이유로 고문을 받던 중 죽는다고 전해지는데... 
어쩜 그는 타인의 재산을 갈취하려 했던게 아니라, 공평하게 나눠 쓸 수 있는 그런 세상을 꿈꿨던 건 아닐까? 

이쯤 되면 이 책에서 우리에게 얘기하려는 바도 명확해진다. 
우리는 또 한번 문화적 암흑기 속을 걷고 있는건 아닐까?
봄이다, 마침 꿈을 꾸고 앞으로 나아가기에 좋은 계절이 다가오고 있다.
 



한곳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있었는데, 중국이 어떻게 서쪽인지에 관해서이다.

정조는 가뭄이 “사악한 기운”의 결과라며, 그 기운이 “서쪽”에서 몰려온다고 단정했다. 서쪽은 중국이다. 그러나 청나라에 조공을 바치는 조선의 왕인 그가 중국을 노골적으로 원망할 수는 없었다. 따라서 “서쪽”은 중국을 상징하는 동시에 그곳을 통해 유입된 천주교(“서학”)를 지칭한 것으로 보인다.(13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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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조부 2011-02-20 23:12   좋아요 0 | URL
언노운 영화 어때요? 볼까 말까 망설이고 있는 중이거든요 ㅎㅎㅎ

트롬은 네이버 전문가 평 보니까 평자가 반응이 극과 극 으로 갈리던데

아마도 저랑은 꿍짝이 안 맞을듯한 예감이 모락모락 남

sslmo 2011-02-21 02:32   좋아요 0 | URL
전 트롬은 넘 재미없었어요.
3D여서 안경까지 끼고 봤는데...눈만 혹사시킨 기분이었어요.
그것에 비하면 '언노운'은 책으로 치면 제가 딱 좋아하는 류였어요.
영화로 치면 좀 뻔한 반전이었지만, 나름 재미있었구요.
전 자동차 씬이 손에 땀을 쥐게 했어요~^^

cyrus 2011-02-21 00:52   좋아요 0 | URL
이 책 저도 참 재미있게 읽었어요. 강이천이라는 인물도 처음 들어본 것도 있었고
기존의 정조 시대에 대한 평가에 대해서 이견을 제시하는 주장도 흥미로웠구요.
이 책 읽으면서 저도 <조선 명탐정>이 떠올렸는데 정조 시대에 관한 책뿐만
아니라 문화적 컨텐츠도 다양한거 같아요.

sslmo 2011-02-21 02:42   좋아요 0 | URL
전 기존 정조 시대에 대한 이견은 여기저기서 귀동냥을 했었어요,
그중 이분이 가장 파격적이었던 것은 맞지만요~
저 이 분의 글쓰기가 참 맘에 들어, 다른 작품들도 찾아 보려구요.
님은 이 책 어떻게 읽으셨을지 궁금한걸요~^^
(실은 님의 리뷰가 더 궁금,ㅋ~.)

2011-02-21 02: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sslmo 2011-02-21 02:48   좋아요 0 | URL
음~내가 또 건너뛰었나?'갸우뚱~'
이 책의 부제 '18세기 조선의 문화 투쟁'이랑 연관지어서,
우리는 지금 또 다른 문화적 암흑기를 살고 있고,
그렇지만 좌절하지 말고
'젊은이여, 꿈과 희망을 갖자~'
뭐, 그런 얘기였습니다~(,.)

읽어보세요, 아주 흥미롭게 접근하실 수 있을거예요~^^

다이조부 2011-02-21 07:56   좋아요 0 | URL

주인장 이야기 들으니까 언노운 봐야겠네요 ㅎㅎㅎㅎ

sslmo 2011-02-22 01:26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보셔요~^^

차좋아 2011-02-21 12:49   좋아요 0 | URL
정조 시대는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고 많은 이야기 꺼리가 있는 것 같아요.

그러게요. 영,정조 시대가 조선 문예의 부흥기이면서 문체반정이 있었던 정조의 시대이기도 하는군요. 음 생각해 볼 문제네요



sslmo 2011-02-22 01:29   좋아요 0 | URL
김탁환의 작품들 속에서 간접적을 한번씩 다뤘던 소재들이어서 전 충격이 덜했는지도 몰라요~

이렇게 되면 제가 님께 생각거리 하나를 더 제공한 게 되나요?^^

아이리시스 2011-02-21 14:19   좋아요 0 | URL
준론 탕평책이나 문체반정으로 정조비난하는 이견도 꽤 있죠. 저도 조선시대 왕치고 정조를 엄청 대단한 왕이라 생각하지만 그런 부분들이 아무리 좋은 허울을 뒤집어써도 한계가 아닐까 생각해요. 의견을 고수하려면 반대의견을 세력으로 누를 수밖에 없었던 역사시대 특성상.

저 주말에 <마이 프린세스> 10개 정도를 쭉 보는데(한 번 볼까 했다가 빠져들어서,ㅋㅋ) 왕의 과정은 참 힘들겠구나, 했어요. 위치가 그렇다기 보다는 끌어내리려는 세력들이 상상초월할만큼 많아서 그거 방어하느라. 백성들이든 국민이든 잘살게 할 생각만 해도 일년 열두달이 모자랄 사람들이 말이죠.

이 책 오늘 두 개의 리뷰를 봤으니까 까먹을 때쯤 저도 정조시대에 관한 책 모아놓고 잡식성 읽기를 한 번 시도해볼랍니다.^^

sslmo 2011-02-22 01:36   좋아요 0 | URL
정조는 요즘으로 치면 인기관리를 잘한 왕이 아니었을까 싶어요.
할아버지에 의해 왕이 되기까지 어린 나이부터 볼 것 못볼 것 다 보구 말이죠.

정조가 모델이 됐던 드라마나 영화 뿐만 아니라, 김탁환의 책들을 보면 정조는 뒤로 유화책을 참 잘 쓴 것 같아요~

전 정조도 정조지만,백승종님도 흥미로워서 말이죠~^^

반딧불이 2011-02-21 14:44   좋아요 0 | URL
정조와 그 시대에 대한 새로운 관점이군요. 새로운 인물이 나타날 때마다 정조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이 나오는 것 같네요. 그래서 정조가 매력있는걸까요?

sslmo 2011-02-22 01:41   좋아요 0 | URL
님의 얘길 듣고 보니...그도 그렇네요.
엄밀히 따지면 정조가 아니라 정조를 향한 새로운 시각이 매력적인 게 되는 건가요?^^

노이에자이트 2011-02-21 18:38   좋아요 0 | URL
당시만 해도 우리는 중국이 세상의 중심이고 큰 나라라고 생각했지요. 우리나라가 중국 동쪽에 있으니 동방의 나라였고 그러니 중국은 우리나라에서 보자면 서쪽이죠. 일본은 근대에 들어서 왜 중국이 세상의 중심이냐? 하면서 차이나의 한자음인 지나로 바꿔 불렀던 때도 있었습니다.요즘엔 다시 중국이라 부르고 있죠.

sslmo 2011-02-22 01:51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노이에자이트님.
귀한 댓글 감사합니다.
제가 궁금했던 건 지리적인 서쪽이 아니고,
서쪽을 서방정토라고 표현하는 우리의 정서랑 관련하여...
서쪽에서 사악한 기운이 몰려온다는 표현이 의외라는 얘기였는데, 중간 생략을 넘 해버렸네요.
혹시 이 부분 관련 더 아시는 게 있으신지요?^^

반딧불이 2011-02-22 13:19   좋아요 0 | URL
서방정토는 멀리 서쪽에 있다는 이상향. 그러니까 극락세계를 말하는 것이고, 정조가 말하는 서쪽은 지리적으로 서쪽, 그러니까 천주교가 들어오는 곳 즉 중국, 서양을 말하는 것이 아닐까요?

노이에자이트 2011-02-22 17:30   좋아요 0 | URL
고교 국어참고서 보면 정조가 소설을 싫어하는데 청나라에서 소설류를 많이 들여와서 엄금했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문체반정에도 그런 성향이 반영됐죠.당시 청나라에서 여러가지 기묘한 물건이라든가 유행 같은 것이 많이 들어와서 엄격한 경건주의를 표방한 정조가 경각심을 가졌겠지요.

sslmo 2011-02-23 02:59   좋아요 0 | URL
반딧불이님/노이에자이트님, 다시 한번 감사 드립니다.
두분 얘길 듣고 보니...제가 원하는대로 상상력을 발휘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음~정조가 성리학을 고수했다면, 서쪽을 사악하다고 표현하는 따윈 하면 안 될 것 같았어요.
서쪽을 사악하다고 얘기하는 순간, 성리학에는 반하게 되는거고...
어쩜 겉으로 보여지는 거 말고 정조의 마음 속에서는 김탁환의 소설들에서처럼 조용히 수긍하고 있지 않았을까 하는 참으로 엉뚱한 생각을 해봤어요.

그렇지 않고서는 박지원 등의 북학파 들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지 모르겠더라구요~


2011-02-21 18: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2-22 01: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2-22 16: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2-23 03: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차좋아 2011-02-22 09:15   좋아요 0 | URL
중원이라 하여 세상의 중심이라하는 중화사상. 그리고 중화사상의 충실한 종복인 아우 동이족. 조선이 동이인건 중심에서 봤을 때 동쪽이라는 뜻인데 조선 스스로도 이의가 없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여진족의 청나라가 들어서고 나서 조선 사대부들이 소중화주의라 하여 세상의 중심을 조선 반도로 옮긴 듯 합니다. 명나라는 멸망하였고 옛 중화의 땅인 대륙엔 오랑캐가 황제라고 자칭하고 있으니 말이지요. 그래서 맨날 북벌한다고 폼잡고 ㅋㅋ 청나라는 더 이상 세상의 중심이 아닌거죠. 그야말로 오랑캐.
아닐까요? 중화사상의 진정한 계승자는 조선 사대부들인거죠.(누구맘대인지는 몰라도~)


sslmo 2011-02-23 03:06   좋아요 0 | URL
이럴때 동쪽이나, 서쪽 내지는 '중앙'따위는 참 애매모호한 거더라구요.
기준을 어디로 잡느냐에 따라서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는 거니까요.

우리나라를 기준으로 했을 때 중국이 서쪽인 게 맞지만,
우리나라가 소중화가 되어 중국과 뭉뚱그려졌을때는 서쪽이 티벳고원 정도가 되어 버리니까요?^^

모름지기 2011-02-23 01:48   좋아요 0 | URL
정조 주위엔 가만 보면 참 멋진 사내들이 많았어요.하하
비록 뜻을 다 이루진 못한 왕이었지만 행복했을 거란 생각이 드네요. 그럼에도 언급하신 부분이 아프게 다가오는것에 공감합니다. 사실은 불운으로 불리고, 평가되는 왕이잖아요. 과연 어떻길래 장르소설보다 재밌다시는지 읽어보고..맞구나~ 하면 좋겠어요.
전에 '민주주의는 죽었는가'라는 책에 대한 님의 언급으로 겁없이 그 책을 집었다 고생 좀 했거든요.하하

sslmo 2011-02-23 03:14   좋아요 0 | URL
네, 정조와 그 주변을 보면...친구를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다는 말이 생각나요.
너무 밟아서 더 고개를 세운건지,고개를 세울 수 있도록 부추겨줬는지는 모르겠지만...암튼, 그럼에도 불구하고 멋진 남정네들이잖아요~^^

"민주주의는 죽었는가?"를 제가 언제 언급했죠?
조르조 아감벤 때였나요?('기억이 안나요~ㅠ.ㅠ)

모름지기 2011-02-26 00:07   좋아요 0 | URL
맞아요. 조로조 아감벤 때..^^

sslmo 2011-02-28 01:12   좋아요 0 | URL
그렇군요~^^

쉽싸리 2011-02-23 10:58   좋아요 0 | URL
백승종 이란 분의 이력을 보니 흥미롭네요.
이분과 이덕일씨를 비교한 기사가 있습니다.
http://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110201023010
저는 소위 미시사 연구의 방향에 대해서 생각좀 하자 라고 읽었습니다만,,,
현대에서 한정된 사료를 기반으로 (과거)역사를 논하는 것이 한계와 어려움이 있을수 있겠죠. 역사가에게 필요한 능력은 어쩌면 뛰어난 창조성이 제일 인듯합니다. 거기에다 자신을 어필할 수 있는 특별한 무엇이 가미되면 금상첨화겠죠^^

저는 정조시대를 배경으로한 김탁환의 소설을 읽다가 말았는데요(방각본 살인사건 만 읽었으니 그 후 나온 본격적인 백답파에 대한 얘기들은 아직 못 읽었습니다)소설을 통한 역사이해도 참 좋은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소설은 금방?읽히니,,,

sslmo 2011-02-24 01:57   좋아요 0 | URL
흥미로운 기사, 감사합니다.

저 이 기사 좀 그랬어요.
아니 좀 더 정확히 얘기하자면, 서로가 서로를 흠집내는 기사가 마음 아팠어요.
이런 방법이 아니어도 충분히 두드러지는 입지에 계시는 분들인데 말이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