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도는 봄
- 박 영 웅 -
지난 겨울 나는
마른 풀잎 하나로 살았네.
날마다 눈은 내려
내가슴 그리움을 덮고
깊은 밤에도 바람은 불어
내가슴 긴 기다림을 꺾었네.
그대 알지 못하리
눈속에 묻혀흘린
내 눈물의 중량과
바람에 꺾인 내 기다림의 상처를
그대 헤아리지 못하리.
결빙된 강 속으로 흘러간 노래는
지금쯤 어느 강기슭을 돌아가고 있는 것일까
그러나 우리는 기다릴 수 밖에 없네.
이강산 산맥마다
한많은 진달래꽃 무더기로 피어나고
해빙의 하늘 가득 풀냄새 덮히면
내 가슴 뜨거운 노래를 바치기 위해
아직은 눈물로 기다릴 수 밖에 없네.
기다리는 자에게 복이 있다는 따위의 말을 난 믿지 않는다.
때문에'내 기다림의 상처를 헤아리지 못하리' 따위의,나를 헤아려달라는 어리광 따위는 내 감성의 코드는 아니다.
하지만 이렇게 햇살 눈부신 봄날,
그냥 기다린다는 말 말고는 달리 할 말이 없다.
그냥 기다리는 것 말고는 달리 할 일도 없다.
TV 뉴스를 보며 늦은 저녁을 먹다가
가슴이 매어와 손을 쥐어 가슴을 두들기며 엉뚱한 생각을 한다.
왜 가슴엔 멍도 들지 않는걸까?


얼마전 '정조와 불량선비 강이천'을 읽으면서 혼란스러웠다.
정조라는 인물이야 '관점'에 따라 이렇게도 저렇게도 보일 수 있다고 쳐도,
절대적이라고 생각하던 종교적 이념도 이렇게 저렇게 바뀔 수 있다는 것 때문이었는데...
난 그 혼란스러움을 제대로 갈무리하여 묻질 못했었고, 그래서 마음에 드는 답을 구하지 못했었다.
그런데, <주역, 인간의법칙>을 읽다가 그 궁금증이 풀렸다.
유가는 공자, 맹자, 순자로부터 전개되어온 동아시아 문명권의 유구한 철학이다. 이는 도가도 마찬가지라 할 수 있고, 불가도 비록 서역의 외래 사상이었지만, 이를 동아시아의 유구한 철학에서 제외할 수 없을 정도로 동아시아 사람들의 마음속에 깊게 자리잡고 있다. 그런데 유가는 어느 정도 세월이 흐르자, 불교불가와 도교의 장점을 취해서 스스로를 변신하는 모험을 감행한다. 아마도 우리가 현재 상식적으로 알고 있는 유가는 공자 당시의 유가가 아니라, 도가와 불교를 흡수한 유가라고 해야 할 것이다. 이 모험은 상당한 정도로 성공을 거두었고, 그 결과 유가의 철학은 매우 풍부하고 비옥하게 되었다.(12~13쪽)
이것만으로도 나는 이 책을 황홀해하며 읽을 수 있지만,
이 책의 저자는 나랑 같은 고민을 한 부류에 속하는지...
내가 살아오면서 하고 싶은데 입안에서 맴돌뿐 제대로 뱉어내지 못한 말들을 쉽고 논리정연하게 풀어 나가고 있다.
가까운 사람들에게 속 시원하게 이렇게 해명할 수 있는 능력이 내게 있는지 의심스럽지만, 적어도 그 물음에 대해 말을 해주어야 옳았을 것이다. 어디까지 알고 어디까지 모르는지 알려주었더라면 우리는 더 가까운 사이가 되었을 것이다. 우리나라 경제가 어떻게 진행되고, 주변 나라들과 외교적인 문제는 어떤지, 화성에 물이 있다는 것이 생명체의 존재를 알려주는 것인지, 그만그만한 살림에 할 수 있는 재테크는 어떤 것인지, 어떻게 하면 북엇국을 맛있게 끊이는지, 육수는 어떻게 내는지, 이런 질문들에 분명하게 답을 해주었던 가까운 그 사람들이 내게 주역을 물었다면, 나도 주역을 잘 설명해주어야 할 책임이 있지 않을까(11쪽)
끊->'끓'이 옳다.
또 하나 궁금증.
북엇국이 맞지만, 북어국이라고 쓰면 안되나?
무국이 뭇국으로 쓰이면 진짜 혼란스러울 것 같다~ㅠ.ㅠ
암튼, 이 구절 때문이다.
내가 이 책을 이제 막 읽기 시작할 뿐인데... 이렇게 거창하게 페이퍼 하나를 써주시는 이유이다.
(다 읽은 후 아무리 바빠도 반드시 리뷰를 올리겠지만 말이다.)
다 읽은 후라면 너무 늦지 않을까 싶어 '안달이 난 때문'쯤으로 해 두자.
흔히 말하는 것처럼, 역술은 주역보다 못한 것이고, 주역의 아류이며, 역을 빙자한 것이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더군다나 무책임하게 역술을 미신이라고 주장하는 의견에는 동의할 수 없다. 역술의 체계는 엄밀한 학문적 체계이며, 그것이 현대적 면모를 갖추고 등장할 가능성은 무한히 열려 있다. 오랜 시간 한자문화권의 심령을 사로잡은 체계인 역술의 가치는 폄하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관심을 통해 발견되고 해석되어 재구성될 필요가 충분히 있다. 역술은 주역의 말류가 아니라, 주역에서 파생되어 독자적인 생명력을 가지고 진화해온 동아시아의 자연학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도 그 체계로부터 소박한 주역의 모습을 읽어낼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미 역술은 주역에서 분가分家하여 독립적인 위상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20쪽)
참고로, 이 책이 나오기 전까지 내가 제일 괜찮다고 생각하던 책은<주역의 과학과 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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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역의 과학과 도'를 읽고,
어제, 케이블TV에서 세계7대 불가사이 중 하나라는 이집트 쿠푸왕의 피라미드를 탐사로봇 한대가 탐사하는 과정을 생중계로 보여준다길래, 눈을 반짝이며 TV 앞에 앉아있었는데,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탐사로봇은 비밀의 문을 열지 못하고, 이내 벽에 부딪혔고, 엉뚱하게도 피라미드 여기저기만 못쓰게 만들어 버렸다.
탐사팀들은 다시 준비하여 내년에 다시 탐사를 하겠다고 의욕을 불태웠으며, 이만큼만으로도(로봇의 드릴이 문을 뚫어 또 하나의 문이 있음을 발견한 사실) 성공이라고 자축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난 이들이 역학에 대해 이해와 지식을 갖고 있었다면, 이 탐사는 실패로 끝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고 여지껏 툴툴거리고 있다.
이 피라미드가 2(4)와 3으로 이루어진 역학적 구조물이란 걸 안다면, 이 피라미드 옆 사원주춧돌에 그려져 있다는 바람을 나타내는 손괘나 비행기 모양등은, 아무리 해독불가능한 부호로 얘기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역학의 그것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듯하다.
UFO나 외계인에 대한 얘기도 크게 황당하지는 않다.(이책의 저자가 丹의 실존인물인 권태훈 선생님의 도통을 이었다고 하니 믿어보기로 한다.)
첫째, 이책은 주역을 한낯 '점보는 책'쯤으로 생각하는 사람에게 권해주고 싶다. 이 책은 주역이 과학의 일부라는 걸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 믿게 해준다. 그동안의 주역책은 내용이 심오하기도 하려니와, 한문이 주를 이뤄, 나같은 한글세대는 음을 토달아 읽기도 힘들었었다.
주역은 우주변화의 기본패턴을 부호로 보여준단다. 이 책에선, 역경으로 자연현상을 이해하는 것은 지도를 보는 것과 같고, 물리, 화학으로 자연현상을 이해하는 것은 우체부가 발로 걸어다녀 그동네에 대해서 자세히 알고 있는 것과 같다는 얘기가 나온다. 지도를 보면 어느 한곳을 자세히 알기 어렵고, 그 동네를 걸어다녀 보면 전체를 알기 어려움을 이같이 설명한다.현대과학은 너무 세밀하여 전체를 잃어버리고 있기 때문에 각분야의 전문가라면 누구라도 역경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이책은 역설하고 있다.
한의학을 공부하는 사람은 '醫易은 一本'이라고 하여, 의학을 역학과 같은 뿌리로 취급하고 비중을 두지만, 내용이 너무 난해해서 제대로 해석하기조차 쉽지 않았다.
서양의학만이 과학적이고, 동양의학은 눈에 보이지 않아서 비과학적이라고 생각하고 살았던 내게, 이책은 한의학과 양의학의 차이점을 역학이라는 틀안에서 묘하게 잘 설명하고 있고, 우리 삶에 어떻게 적용시켜야 할지를 얘기해 주고 있는 부분도 마음에 와닿았다.
양의학과 한의학은 똑같이 사람과 약이라는 대상을 다루지만, 양의학은 과학이라는 자로 사람가 질병을 쟀으며, 한의학은 역학의 원리인 음양이라는 자로 사람과 질병을 쟀다. 양의학은 세밀하고 정확하여 확실한 결과를 얻을 수 있으나, 그 반면에 세밀함에 치중하여 전체적으로 따져보는 데 둔할 수 밖에 없다.
암튼, 이책은 그밖에, 음양에 관한 이론에서 출발하여, 삼위일체의 이론, 사상의 종류에, 오행, 팔괘, 천부경에 이르기 까지 총망라되어 있다.
더우기, 컴퓨터를 이진법의 체계라고만 생각했던 내게, 그 사이에 중용구간이라고 불리우는 또 다른 공간이 존재할 수 있음을 암시한 건 가히 충격적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세상은 빠른 속도로 변하고 있고, 인간의 가치관이 보조를 맞추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래도, 난 인간만이 이 세상의 중심이라는 사실을 믿으며 살고 싶다.(이 책의 내용이 너무 어려워, 곁에 두고 아껴봐야 할 것 같다.)
LaLa means I love you라는 노래처럼, 나도 "Lala"라는 부호로 'I love you'라는 의미를 전달할 수 있는지, 범우주를 상대로 한번 시험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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