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 필요한 게 아니다
                                                                  - 엄 원 태 -                                   

염낭게나 집게, 아무르 불가사리나 바지락은 갯벌의 모래를 씹어서 유기물을 빨아 먹고 깨끗해진 모래만 다시 뱉어낸다. 그들은 갯벌의 청소부들이다. 가령 누군가의 말을 씹어서, 오물거리면서, 맛을 보고, 자양분을 섭취한 후, 다시 뱉어낼 수는 없을까.

민물도요나 알락꼬리마도요는 갯벌에 미동도 없이 서 있다가, 염낭게나 두토막눈썹참갯지렁이가 구멍 밖으로 나올 때 날쌔게 잡아채 먹는다. 도요새들에겐 말이 필요한 게 아니다. 다만 마음의 어떤 집중이 필요하리라, 마음에도 정신적인 측면이란 게 있다면. 아마도 마음의 육체적 측면, 즉 말이 미처 되지 못한 생각은 거기도 고요와 침묵의 뒤범벅으로 붐빌 테지만.

주꾸미의 모성은 눈물겹다. 오십여일 동안 아무것도 먹지 않고 제 새끼들 곁을 지킨다. 다시 말하지만, 주꾸미는 말이 필요한 게 아니다. 

 

사람이 자기만의 공간으로 생각할 수 있는 건 40센티미터 정도라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모두었던 손을 내밀어 뻗치게 되는 그 거리를 40센티정도로 봤었던 것 같다.

상대를 향해 바짝 다가갔다가 물러나는 방법은 보슈가 이 작은 취조실에서 거의 1만 시간 가까이 경험을 쌓으며 터득한 기법이었다. 상대를 향해 다가가서, 상대가 자기만의 공간으로 생각하는 40센티미터 남짓의 공간 속으로 들어갔다가 원하는 것을 얻은 뒤 뒤로 물러나는 것. 이건 잠재의식을 이용하는 방법이었다. 경찰서 취조실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대부분 진술 내용과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중요한 건 진술의 뉘앙스를 해석하는 것이었다. 가끔은 드러내놓고 말하지 않은 것들이 더 중요할 때도 있었다. 
                                                  마이클 코넬리 '블랙에코' 중에서

 

마녀고양이 님의 '50cm떨어져서 함께 하기 연습'이란 페이퍼에 이런 댓글을 달았었다.
50센치미터는 넘 멀다, 공감의 교집합이 없잖아.
30센치는 안 되겠니?^^
 
하루종일 나를 붙잡은 생각이 있었는데,
사람과 사람은 어느 정도 이상 가까워질 수가 없다.
40센티미터 안으로 들어가기 힘들다.
그 선을 명확히 할 줄 알아야 우리는 서로에게 가까운 사람으로 남을 수 있다. 

그럼, 내게 가까운 사람이란 누구일까? 
내가 땅을 사도 배 아파하지 않는 사람, 아니 적어도 배 아픈 맘을 내보이지 않는 사람?
내가 어려움에 처했을 때 같이 걱정해 주려고 노력하는 사람?

나는 이 모든 것들에 우선하여, 내 영혼을 간섭하려 들지 않는 사람을 꼽고 싶다.
내 영혼이라는 것이 반짝거릴 수 있는 별이라면,
내 영혼이 반짝여 빛날 수 있도록 적당히 떨어져 적당한 밝기를 지니고 있었으면 좋겠다. 

누군가는 비밀을 털어놓을 수 있는 사람이라고 하는데...
비밀은 털어놓기도 힘들지만, 지키기도 벅찬고로... 

내 생각에, 가까운 사람과 평생 가깝게 지낼 수 있는 방법은...
영원히 지켜야 할 비밀 따위는 절대로 누설하지 않는 일이다. 
이런 논리로라면 비밀은 익명의 누군가에게 털어놓는 게 그럴듯 하겠다,ㅋ~.

곁에 있는 가까운 사람과는 그저 차나 한잔 마실 일이다. 
이쯤 되면 외로움이나 고독이, 끈적거리는 애증보다 더 사치스러운 감정이 아닐까?   


고상하게 '회사를 관두고'가 아니라, 회사를 때려치우고 '작은 북카페 하나' 했으면 좋겠다. 
돌이켜 보면 어릴적 내 막연한 희망은 '작은 북카페'도 아니고, '헌책방'이나 '만화가게' 였지만 말이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언젠가 회사를 관두면, 또 언젠가 은퇴할 나이가 되면 큰 돈벌이가 되지 않아도 즐기면서 할 수 있는, 그러면서 적당히 폼도 나는 '작은 북 카페 하나' 하고 싶다는 사람. 이 책은 그런 희망사항을 나보다 먼저 현실로 이룬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14인의 북 카페 주인장으로부터 북 카페 오픈부터 운영까지 현실적으로 알아야 할 것들을 꼼꼼히 배울 수 있다.

책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꿈꿀 나만의 서재. 우리 시대를 대표하는 북 마니아 8인의 책 공간을 통해 나만의 서재를 꾸미는데 필요한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취미를 일로 승화시킨, 일을 또 다른 사업으로 확장시킨 10인의 개성 강한 북 숍 주인장의 운영 노하우와 함께, 32개 책 공간에서 뽑은 139권의 눈에 띄는 책 정보도 엿볼 수 있다.  '알라딘 책 소개'인용

 엄원태의 '말이 필요한 게 아니다'를 읊조리고 앉았더니,
중2 되신 아드님(?)이 '갯벌에서 살아남기'라는 초딩용 만화책을 사달란다.
그렇담 난 또 가만 있을 수가 없지...'대한민국 갯벌문화 사전'을 슬그머니 담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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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1-01-05 21:28   좋아요 0 | URL
에이, 그게 뭐야...
이건 가까운 사람이 아니고, 그냥 아는 사람이잖아..
비밀도 안 털고 솔직하지도 않고 차나 한잔 마실거라면..
그리고 그건 자기가 가깝고 싶어서 그냥 유지하는 사람인거지,
상대 입장에서는 전혀 가까운 사람으로 느껴지지 않을듯 한데?

하지만 글은 참 이쁘네요... ^^
음... 북카페에 대해 말하라면, 이상과 현실은 다르다는거지. 큭큭.
장사는.......... 장사더라구염.

sslmo 2011-01-05 21:54   좋아요 0 | URL
히히히...반어법의 미학이라는 게 있잖아요~?^^

북카페에 대해서 뭔가 더 아는 듯한 분위기?
일단은 저 책으로 급한 궁금증은 해결 보고,
언제 날 잡아 쫒아가야 겠다, 일산으로~

세실 2011-01-05 23:21   좋아요 0 | URL
대학로에 북카페라고 해서 들어가 보았지만 정작 어두컴컴해서 읽을수 없었어요.
전 북카페 직접 차리기는 싫고 친한 벗이 해서 언제든지 스스럼없이 갈 수 있으면 좋겠어요.
님이 청주에 열면 좋겠다~~ 정말 좋겠다^*^

단골 커피숍에 책이나 좀 가져다 줘야 겠어요.

sslmo 2011-01-08 03:37   좋아요 0 | URL
그러고 보니, 제가 청주를 경유하기는 했어도 가 본일이 없는 것 같네요.
저도 말만 저렇게 하지,
그동안 책을 좀 아껴서 남 빌려주지도 잘 못하고 도그지어도 못했던 위인이라...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아요.

제가 님의 단골 커피숍에 바람처럼 함 나타나면 돼죠~^^

잘잘라 2011-01-06 00:39   좋아요 0 | URL
좀 더 가까이, 찌찌뽕~~~~ 땡! 치러 왔어요.

저는 사실 북 카페 보다는 라면 가게(또는 만두 가게)를 차리고 싶어요. 이 책은 책 수납 아이디어를 얻고 싶어서 보려는 건데.. 혹시 모르죠. 기대하지 않았던 어떤 재밌는 일이 생길지두요? ^^

님이 북카페를 여신다면,,, 저는 우선 익명으로 한 번 가볼거예요. 그날이 어서 오기를~~~

sslmo 2011-01-08 03:39   좋아요 0 | URL
이 책 어제 받았는데...님처럼 건축이나 디자인 쪽, 수납 아이디어를 얻을 요량이 아니면 샘나고 부러워서 영혼이 황폐해질 것 같아요.

저 만두 엄청 좋아하는데...만두 먹으러 가야겠다~^^

프레이야 2011-01-06 02:38   좋아요 0 | URL
40센티미터요? 아항 그렇구나..
내 영혼을 간섭하려 들지 않는 사람, 나를 진정 사랑한다면
그런 조건을 갖춰야 하겠죠. 정말 그런 사람이면 좋겠어요.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정말이지 말이에요.

sslmo 2011-01-08 03:49   좋아요 0 | URL
전에 <번지고 스며...물든다>에서도 잠깐 얘기했었는데...

혼자 번지고 스며서는 물들지 않는다.
물들고 싶은 대상도 내어주고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본질이나 본성을 그대로 유지하면서,옮아 가고 닮아 가는 것이다.
본질이나 본성을 잃게 되면,그건 물드는 것이 아니라 변화나 개혁이기 때문이다.

그가 가진 본질이나 본성을 존중해 주자는 얘기지요~^^

hnine 2011-01-06 04:49   좋아요 0 | URL
예전에 남편이 혼자 지내던 집은 학교에 딸린 집이고 카페는 아니었지만 오다가다 아무나 들러서 커피 한잔 하고 얘기도 하다 가고, 그런 집이었더라고요. 남편은 집 밖으로 나가는 것을 싫어하는 대신 집이 엉망진창이던 말던 개의치 않고 그냥 오는 사람 막지 않았던 것이지요. 반면 제가 혼자 지내던 방은 역시 학교에 딸린 기숙사 방이었는데 친구는 물론이고 손님이 참 없는 방이었어요. 별로 어지럽혀져 있지도 않았음에도 누가 제 방에 방문하는 것이 부담가고 신경 쓰이고, 제 공간이 침범 받는 것 같고, 그렇게 뾰족했었거든요. 그 성격이 지금까지도 별로 달라지지 않고 있네요. 나중에 나이가 더 들면 제 집을 저렇게 카페처럼 개방하고 사람들을 맞이할 수 있었으면 좋겠는데, 다른 것보다도 제 마음이 그만큼 열리게 될지 모르겠어요. 저 책 표지가 참 사람을 끄는군요.

sslmo 2011-01-08 03:53   좋아요 0 | URL
저는 이중적이예요.

직업적으로의 저는 남편 분이랑 가깝고, 원래의 저는 hnine님이랑 가까워요.

또 책은 엄청 아껴서 도그지어나 밑줄 긋는 것도 힘들어 하는 고로...
잘 성사될지는 미지수예요~

저 책 표지가 좀 그렇죠?
화보가 참 많이 나오는 데 매력적이예요.
사진이 자석 같아서...절 자꾸 잡아 끌어요.

머큐리 2011-01-06 09:24   좋아요 0 | URL
쿨하신 양철님도 북카페의 로망을 간직하고 계시는군요...ㅎㅎ

sslmo 2011-01-08 03:54   좋아요 0 | URL
네, 말 그대로 로망이요~ㅋ,ㅋ.

다락방 2011-01-06 09:47   좋아요 0 | URL
사람과 사람이 어느정도 이상 가까워질 수 없다는 양철나무꾼님의 말씀에 동의해요. 친하거나 가까워지고 싶다는 명목으로 우리가 그들곁에 가까이 다가가는건 거의 대부분 침범일 때가 많죠. 다 너를 사랑해서야, 라는 말로 허울좋게 감싸고 말이지요. 사람마다 다른 사람을 받아들이는 기준이 다 같지 않은데 자기 기준으로만 판단해서 왜 내 마음을 몰라주냐고 할때는 정말 답답하죠.

비밀을 털어놓는건요, 양철나무꾼님. 정말 어려운 일이에요. 비밀을 들은 사람은 권력을 갖게 되니까요. 만약 누군가에게 비밀을 말했는데, 상대가 그걸 언제든 발설할 것 같은 낌새를 보이는 사람이라면, 비밀을 말한 나는 전전긍긍하게되죠. 이 사람에겐 무얼 말해도 밖으로 새나가지 않지, 이 사람은 내 비밀을 알고 있다는 이유로 나를 쉽게 가질 수 있다고도 생각하지 않아, 라는 생각을 갖게 만드는 사람은 참 드물어요.

제가 곁에 두고 싶은 사람은요 양철나무꾼님,
내가 하는 말을 모두 들었으되 그걸 꼬치꼬치 캐묻지 않으려는 사람이고, 내가 말하기 전까지 기다려주는 사람이에요. 전 차를 마셔도 그런 사람들과 차를 마시고 싶어요. 저는 제가 사랑하는 사람과 조금쯤은 거리가 있기를 원해요. 그들이 그걸 굳이 거리라고 생각한다면요.

sslmo 2011-01-08 03:57   좋아요 0 | URL
전 대나무 숲을 갖지 못해서...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가 외치고 싶은데 그럴 수 없게 되면 미쳐버릴지도 몰라요.^^

제가 하고 싶었던 얘기는 조 위 프레이야님 댓글에서도 잠깐 얘기했었는 데 말이죠.
그가 가진 본질이나 본성을 존중해주자는 그런 얘기예요.

전호인 2011-01-06 11:08   좋아요 0 | URL
비밀을 털면 털리나요? ㅋㅋ
좀 더 가까이를 좀 더 가까이 두고 읽어봐야 겠어요.
퇴직후라는 말에 급땡김입니다. ^*^

sslmo 2011-01-08 04:03   좋아요 0 | URL
비밀은 모르고요, 비밀 금고는 털면 털리던데 말이죠~^^
(마이클 코넬리를 넘 읽은 후유증인가 보다,헤에~)
비밀은 누군가에게 털어놓는 순간 비밀이 아닌거죠.

글구, 저 고상하게 퇴직 후라고 안 그랬어요.
'직장을 때려치우고'라고 했거든요~^*^

차좋아 2011-01-06 12:15   좋아요 0 | URL
사실의 기술만으로 시가 될 수도 있네요.

아드님과의 독서 배틀에 웃음이 배어나오네요^^ 일곱살 아들은 아직 놀기 바빠서ㅋㅋ 저도 나란히 앉아서 책읽는 날이 곧 오겠죠?ㅎㅎ

sslmo 2011-01-08 04:06   좋아요 0 | URL
말이 필요한 게 아니다, 이 시 좋죠?
부자지간에는 어떨지 모르겠는데 말이죠,
모자지간에는 입만 열면 잔소리인 순간이 많아서...
이 시의 정서가 필요한 순간이 아주 많답니다~^^

순오기 2011-01-06 23:50   좋아요 0 | URL
님 북카페 열면 전 고객이 될게요~~~~~~~~ 물론 영혼을 간섭하지 않는 고객으로요!^^

sslmo 2011-01-08 04:07   좋아요 0 | URL
이렇게 열화가 같이 성원해 주시니,
북카페 차릴 돈을 벌기 위하여...때려치우지 말고 눌러 앉아 있어야 하는 건가요?^^

라로 2011-01-07 01:01   좋아요 0 | URL
님 북카페 열면 전 고객이 될게요~~~~~~~~2 하지만 영혼을 간섭하지 않는 고객이긴 힘들거에요,,,전.
저는 좋아하는 사람에게 간섭하고 싶어하거든요...뭐랄까 소유욕 비슷한 것일까요???^^;;
암튼 열어요, 열어!!
그나저나 저 책 정말 탐나네요,,ㅎㅎㅎ

저는 어제 중고샵에서 멋진 책을 건지면서 사실 아이들 책도 함께 주문을 했어요.
5학년인 아들(올해 6학년이 될)에겐 [갯벌에서 살아남기]와 [고구려에서 보물찾기] 둘 중 하나를 고르려고 고민하다가 고구려,,,를 주문했는데 주문하려고 보니까 초등학교 3~4학년 추천도서!!^^;;
그러면서 으이구 이 N군,,,이랬는데 중2도 이런 책을 좋아하는군요,,하하하
맘 편안하게 N군에게 사주게 되었어요,,,물론 저는 그렇다고 고구려에 대한 다른 책을 고르진 않았지만요,,,(님에게 한 수 배웁니다.^^)

늘 제 서재에 불 밝혀주시고
제게 많은 위로와 격려를 해주신 작년,,,정말 감사드립니다.
올해도 님과 좋은 관계, 서로의 영혼을 아주 조금, 1cm정도?, 간섭하는 한해가 되면 어떨까요??
저는 님의 간섭을 받는게 좋더라구요~~~.^______^
우리 같이 올해는 아프지말고 좋은책 많이 읽으면서 책이야기 풍성하게 나눠봐요~~~~~.^^

sslmo 2011-01-08 04:15   좋아요 0 | URL
전 가볍게 쓴 페이퍼에 이렇게 길고 멋진 댓글이라니...
좀 진지해져 볼까도 싶지만요,,,암튼~.

제가 하고 싶은 얘기는 위에 다 언급해 버렸네요.

님에게서는 막 좋은...포지티브한...기운이 샘 솟는 거 같아요.
그래서 님께 넘치는 것들만이라도 모아 갖고 싶어서요~^^

같은하늘 2011-01-07 02:50   좋아요 0 | URL
우선 늦었지만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요~~~^^
저도 양철나무꾼님께서 북카페 열면 고객이 될께요~~~
근데 살아남기 시리즈가 재미난가봐요? 저는 아이에게 만화책은 안 사주는데, 아이들이 엄청 좋아한다 하더라구요. 중학생도 볼 정도라면~~~ㅎㅎ

sslmo 2011-01-08 04:17   좋아요 0 | URL
일종의 교과서 학습 만화 같은 거예요.
주위에 보면, 만화는 절대 불가 이러는 엄마들도 있던데...
저는 제가 키들거리면서 보니 말이죠~^^

2011-01-08 13: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1-08 16: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울창 2011-01-08 13:11   좋아요 0 | URL
츠지 히토나리의 <사랑을 주세요>라는 책을 읽어보셨나요?
절대로 만나지 않는다, 진실만을 말한다,라는 규칙을 정하고 편지를 주고받는 남녀가 나옵니다. 근사하지요? 책의 앞 부분에서 이런 규칙을 만드는 걸 보고 나는 가슴이 두근거렸습니다. 규칙이 끝까지 지켜졌는지, 두 남녀가 사랑에 빠진 건 아닌지...는 직접 보시기를.

저도 나무꾼님하고 같은 생각입니다.
비밀은 익명의 누군가에게 털어놓는 것이 차라리 낫다는 생각이요.
가끔 기차를 타고 가다가 만난 옆자리의 누군가에게 털어놓고 싶은 욕구를 느끼기도 하지요.
인생의 가장 깊숙한 비밀까지 다 쏟아낼 수 있는 누군가를 곁에 가질 수 있는 삶은
기적일 겁니다.

살다 보면 때로 기적이 생기기도 한다고....저는 믿어요!

sslmo 2011-01-08 16:57   좋아요 0 | URL
저 '양윤옥'님이란 번역가를 '쫌' 좋아해서...읽었던 거 같은 데, 잘 기억나지 않아요~ㅠ.ㅠ

다시 찾아 읽어봐야 겠어요.

저도 낮달님처럼 믿고싶어요~!!!

아이리시스 2011-01-08 16:35   좋아요 0 | URL
북카페에 투영되는 제 이미지는 사실 스스로가 책보고 차마시고 와플이랑 과일 먹으면서 평화로워지고 싶은 거예요. 그냥 집에서 혼자 하면 되는데 그걸 또 누군가와 나누고 싶은 게 사람 욕망이 아닐까 생각했어요.

그런데요, 사람들은 정말 누군가가 무조건 잘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수 있는 걸까요? 저는 너무 극단적이예요, 나랑 상관 없거나, 잘되길 바라지만 나만큼은 아니었으면 좋겠거나. 저는 좀 못됐어요. 흑흑. 비밀을 나눌 사람 얘기를 하니까 이런 생각이 들어요. 가까운 사람에게 비밀을 털어놓고 배신당할까봐 전전긍긍하기보다 차라리 익명의 누군가에게(근데 익명의 누군가도 사실 만나기 쉽지 않아요.)늘 말하고 싶은데 그럴 수 없어서 이렇게 외로운가 봐요.ㅠㅠ

sslmo 2011-01-08 17:01   좋아요 0 | URL
전 이 북카페 얘기를 지극히 현실적인 누군가에게 했더니 글쎄...
'라잇 나우~'이러는 거예요.

지금도 늦었다는 거죠.
뭐라더라?
직장 때려치우고는 북카페 얼굴 마담을 제대로 해줄 수 없다는 거죠.
호호 할머니가 앉아 있는 북카페, 상업성을 보장할 수 없다나 어쨌다나~ㅠ.ㅠ

비로그인 2011-01-08 22:37   좋아요 0 | URL
^^..

너무 가깝지 않고, 너무 멀지도 않고.. 지구와 달같은 관계의 누군가가 있으시면 참 좋겠다.. 하는 생각이 드네요. 지금 막 새로 산 라디오 음반장 옆에 두고, 원래 있던 스피커 옮겨 노트북에 연결해서 인터넷 라디오 다시 듣기 하고 있는데 막 좋아하고 있습니다. ㅎ

차분한 목소리, 세상의 많은 음악들을 들려주는 프로그램인데 왠지 양철님 방하고 잘 어울리네요~ 아 근데 오늘도 새벽에 또 활동하시나요? 왠지 토요일이라 그러실듯한.. ^^

sslmo 2011-01-10 00:36   좋아요 0 | URL
너무 가깝지도 않고 너무 멀지도 않은 관계로 지구와 달을 비교하시다니...역시 스케일이 한 비범하시군여~^^
전 점 9개를 선3개로 연결시키는 그 방법이 설득력 있을 것 같아요.

제가 한동안 직장에서 음악 못 듣던 그때가 연상되어서 웃음이 납니다.

우와~쪽집개시다, 제 목소리가 또 한 차분한데...^^
일요일은요? 낮에 낮잠 자고 빈둥거렸더니 말이죠~^^

비로그인 2011-01-09 22:35   좋아요 0 | URL
[좀 더 가까이-북 숍+북 카페+서재] 너무 갖고 싶어요. 멋진 책장 사진만 봐도 침침한 마음에 햇살이 반짝하고 비칠 듯 해서요. ㅎㅎ
이사에, 밀린 회사 일에, 연금저축도 알아 봐야하고, 아 스트레스 만빵이에요. ㅜㅜ

sslmo 2011-01-10 00:39   좋아요 0 | URL
이 책, 잡지나 화보집 수준인데 말이죠~
근데, 근데...사진이 참 좋아요.
자석을 붙여놓은 것 같지 뭐예요, 막 끌어 당겨요.^^

감은빛 2011-01-12 05:04   좋아요 0 | URL
갯벌문화사전 강추입니다!
교보에서 김준 선생님 강의를 들었는데,
말씀도 정말 잘하시더라구요!

저는 가까운 사람이란,
어떤 얘길 해도 다 들어줄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그런 사람을 아직 못 만나본 것 같기도 하고.....

sslmo 2011-01-13 01:58   좋아요 0 | URL
진짜 제법 겹치는군요~^^

저는 가까운 사람에게도 못할 말은 존재한다고 생각해요.
말의 경중을 떠나서 제가 아끼는 사람에게...그 경중을 감당하게 하고 싶지 않다는 게 더 적절한 듯 하기도 하구요.
 
블랙 에코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3-1 RHK 형사 해리 보슈 시리즈 1
마이클 코넬리 지음, 김승욱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밑빠진 독이라도 되는양 들이붓던 커피를 한동안 끊었었다.
지금은 확 줄였다.
커피를 끊었던 기간동안 커피에 대해서 별의 별 생각들을 해 댔었는데,
정당화 할 수는 없지만, 총기(=깨어)있는 삶을 위해선 어쩔 수 없는 것쯤으로 치부하게 되었다.  

뭐, EBS 지식채널 e의 '커피'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커피 한잔을 만들려면 커피 원두 100개 정도가 필요한데,
생산자의 커피 100알갱이의 값이 10원이라는 얘기는 실로 충격이었다.
좀 극단적인 예인 것 같지만,
요즘 길거리에 떨어진 동전 고개 숙여 줍게 되지 않는다.
  
어쩜 커피는 향기가 가는 만큼 사람과 사람 사이의 간격을 만들어 놓는지도 모르겠다.
향기가 퍼지는 만큼 사람과 사람을 떼어놓고는,
커피를 제대로 마시는 사람이라면 이 정도 외로움이나 고독함 쯤은 감수해야 할 것이니...
그런 소리하지 마라, 입막음을 하는 것 같다고 해야할까. 
커피 향 뿐만 아니라, 마시는 커피의 양이나 진하기 와도 어떤 관계가 성립하는 게 아닐까?
이쯤되면 에스프레소 샷을 내리거나 드립을 내릴때면 이 상관 관계가 떠오를 것 같고,
그 제일 앞에 해리보슈, 이 아저씨를 놓을 수 있을 것 같다.  

<블랙에코>로 말할 것 같으면 해리보슈 시리즈의 시작이다.
그동안 읽은 전작들에서 해리보슈 아저씨의 '나 마초다, 어쩔래? 꼬우면 배째'는 충분히 가늠할 수 있었고, 여기선 해리 보슈가 왜 마초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었는지가 설명되어지고 있다. 

베트남 전쟁에 참전하였었고, 그 기억으로 정신과 치료도 받았고, 아직도 밤이면 악몽에 시달린다.
뭉크의 '절규'쯤이 연상되어지기도 한다.
그는 베트남 전쟁에 같이 참여하였던 마약중독자 친구를 이해는 할 수 있다.
그 친구의 죽음을 접하게 되고, 파헤치는 과정에서 여러 사람들에게 제약을 받는다.
베트남 참전 용사들이 왜 마약중독자가 될 수밖에 없었는지,
그 수렁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전전긍긍 할 수밖에 없는 것인지,
자국에 돌아와 할 일이 없어 그렇게 그렇게 인생의 밑바닥을 살아갈 수밖에 없는 것인지에 대하여 담담하게 들려준다.
이쯤에서 남의 나라 일이지만 흥분하고 분개할 수밖에 없는 것은 공익을 대변해야 할 사람들이 개인의 이익이나 원한,복수 등으로 대변되는 미친 공권력의 존재감에 대해서이다.
그러니 해리 보슈가 설 공간은 점점 좁아지고, 그러다 보니 외롭고 고독한 이미지가 될 수밖에 없겠다. 

미국이라는 나라랑 관련하여 이런 생각도 든다.
서민을 위한다고 얘기하고 있지만,
평범한 서민을 보호한다는 미명하에,
정말 보호해야할 사람들은 비껴가는 묘한 행위를 연출하는 게 아닌가 하는 거랑,
하지만 어떻게 생각하면 이게 성긴 법 질서를 유지해 가는 길이라는 생각.

올 성긴 그물로는 작은 치어들도 잡아들일 수 없지만, 대어들도 그물을 뚫고 나가 버린다.
대어를 잡아 들이기 위해서는 '노인과 바다'의 헤밍웨이 옹을 불러오는 수 밖에 없는걸까?
이게 우리의 롤모델 쯤 되는 미국의 일이라니 더 씁쓸한 것이다.

보슈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속으로는 너무 세상 흐름을 따라가는 건 하수구로 향하는 길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가끔 그는 자기만 세상을 올바로 바라보고 있고, 다른 사람들은 전부 세상을 너무 가볍게 보고 있다고 확신했다. 그게 문제였다. 다들 진지하게 매진해야 하는 일 대신 취미나 부업을 갖고 있다는 것.(153쪽)

커피를 머그컵으로 두개씩도 가지고 다닌다.
담배도 줄담배에다...
거기다가 별로 먹는 걸 즐기지도 않는다.
맥주는 한번에 여섯 개 이상은 사지 않고,
칠면조 샌드위치를 직접 만들어 먹기도 한다.
뭐, 한번 송어 요리를 주문한 건 나오는 데 먹었는지는 모르겠다. 

하루종일 사람들과 대화를 하고 온 날은 급기야...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소리를 더는 듣고 싶지 않았다.(231쪽)고 하면서, 
사람들의 목소리 대신 색소폰 연주를 듣는데...이건 흡사 나랑 같다.
나도 이 마음 알 수 있다.

하지만, 아쉽기도 한데,
재즈는 그렇게 필 충만하여 듣는 사람이, 락 음악을 뽕끼 충만하여 듣는 음악쯤으로 치부해 버린다는 것이다.

암튼,
보슈는 몸집이 크지 않았다. 키는 180센티미터에 많이 모자랐고, 몸도 가느다란 편이었다. 기자들은 기사에서 그를 호리호리하다고 표현했다. 하지만 점프슈트 밑의 근육은 마치 나일론 끈 같았다. 자그마한 몸집 때문에 힘이 가려져 있을 뿐이었다. 머리를 희끗희끗하게 물들인 흰머리는 대개 왼쪽에 더 치우쳐 있었다. 그의 눈은 거무스름한 갈색이고, 감정이나 속내를 드러내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20쪽) 
고 표현된다.
전작을 통틀어 보슈의 외형에 대해 가장 자세한 설명이다.  

상대를 향해 바짝 다가갔다가 물러나는 방법은 보슈가 이 작은 취조실에서 거의 1만 시간 가까이 경험을 쌓으며 터득한 기법이었다. 상대를 향해 다가가서, 상대가 자기만의 공간으로 생각하는 40센티미터 남짓의 공간 속으로 들어갔다가 원하는 것을 얻은 뒤 뒤로 물러나는 것. 이건 잠재의식을 이용하는 방법이었다. 경찰서 취조실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대부분 진술 내용과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중요한 건 진술의 뉘앙스를 해석하는 것이었다. 가끔은 드러내놓고 말하지 않은 것들이 더 중요할 때도 있었다.(217쪽)

보슈의 속내를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은 여러군데 나타나지만, 이쯤되면 보슈과 왜 외롭고 고독한지 ...그래서 커피만 들이키는지 알 수 있겠다. 

"ㆍㆍㆍ이 세상에 혼자가 되더라도 고독하지 않을 것 같아요?" 
ㆍㆍㆍㆍㆍㆍ
"당신은 혼자인 건가요, 아니면 고독한 건가요, 해리 보슈?" 
ㆍㆍㆍㆍㆍㆍ
"그건 나도 잘 몰라요." 마침내 보슈가 속삭였다. "사람은 원래 자신이 처한 환경에 아주 익숙해지기 마련이죠. 그런데 난 언제나 혼자였어요. 그래서 고독했던 것 같아요. 지금까지는."(292쪽) 

처음에는 해리보슈의 과거를 알면서도 이렇게 묻는 '위시'를 이해할 수 없었다. 
그리고 '누구를 믿을 수 있으려나?'로 시작해,
그 누구도 믿을 수 없는게 인지상정이라지만, 
살을 섞고 몸을 내맡기는 존재도 믿을 수 없다 싶으면 좀 비참해 지지 않을까로 이어졌었다. 
그러다가 이렇게 결론을 내렸다.
해리보슈 이 아저씨가 문제라고... 
그런 관계가 외로움이나 고독을 덜어주는 게 아니라,
그런 관계에서 헤어나오면 그때는 잠시 인식못했던 외로움이 쓰나미로 몰려온다고... 
이 아저씨에게 적절한 치료법은 외로움이나 고독 대처법이 아니라,
어쩜 '에이즈 예방 특강' 같은 건지도 모르겠다. 
이딴 걸로 유명을 달리하게 되면 못내 아쉬울 것 같다. 

그리고 다시 생각해보니,
해리보슈만한 그런 동굴을 품어가질만한 그런 여자가 없을 것 같기는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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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lmo 2011-01-05 02:36   좋아요 0 | URL

다이조부 2011-01-05 07:06   좋아요 0 | URL

500원짜리도 줍지 않나요? ^^

sslmo 2011-01-05 21:18   좋아요 0 | URL
음~~~
저는 직업상 고객들이 주머니의 동전을 잘 쏟아내요.
동전이 이리저리 굴러 구석으로 들어가 버리면,
안 줍고 방 청소하시는 분의 몫으로 그냥 놔 둬요~^^

마녀고양이 2011-01-05 09:40   좋아요 0 | URL
솔직하게 추리물로 이런 리뷰가 나온다는건,,,
참 대단하다는 생각. ^^. 하지만 그 해리 보슈 아저씨는 좀 문제가 있어염.. ㅋ

커피가 살짝의 거리를 떼어놓는다면, 더욱 즐겨야겠네...
아마 30 cm 정도는 해주지 않을까? 즐거운 새해 맞이하고 있죠?
문자는 씹고 말야....

sslmo 2011-01-05 21:21   좋아요 0 | URL
내가 요즘 마고님한테 계속 칭찬을 받고 있는 것 같은데요, 으쓱~^^
해리보슈 아저씨, 님이 보기에도 좀 그래 보이죠?

요즘은 좀 바빠서, 한가해지면 답장을 보내야지 하다가 까먹어 버린다는~~~
나이는 못 속이나봐여~ㅠ.ㅠ

잘잘라 2011-01-05 17:47   좋아요 0 | URL
이상하게요 '고독'이란 말을 보면 高毒이라고 한자로 쓰게되요. 고독은 독 중에서도 쎈 독이에요. 고독,하지 말아요. 고독,하게 두지 말아요. 고독,하지 말라고 댓글 달아요. 추천은 안 할거예요. 고독,을 추천할 순 없어요. 아무튼.

sslmo 2011-01-05 21:24   좋아요 0 | URL
댓글도 감지덕지한 리뷰란 말이군요?^^

메리포핀스님의 위로만으로도 충분해요.
덜 고독해요.

근데, 때론 고독하더라도 고고하고 싶어요~ㅠ.ㅠ

cyrus 2011-01-05 21:38   좋아요 0 | URL
추리소설로 리뷰를 쓰게 되면 스포 때문에 쓰기 어려울거 같은데,
대단하시네요. 나무꾼님의 글에서 언급되는 커피와 고독, 그리고 추리소설의
분위기가 묘하게 잘 어울립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

sslmo 2011-01-05 21:26   좋아요 0 | URL
네, 추리소설의 리뷰는 '스포일러'때문에 쓰기가 어려워요~^^

제 글이 대단한게 아니고, 마이클 코넬리의 '해리 보슈'아저씨가 이렇게 멋지구리 합니다.

좋은 글이라고 칭찬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cyrus 2011-01-05 21:39   좋아요 0 | URL
아,, 요즘 댓글 다는데 오타가 자주 나오는지 모르겠네요.
언급을 '언금' 이라고 썼네요 ^^;;

sslmo 2011-01-08 03:18   좋아요 0 | URL
ㅎ,ㅎ...저는요, 말도 못하게 오타작렬인걸요.
절 오타의 여왕으로 불러주세요, 철퍼덕~^^

머큐리 2011-01-06 09:26   좋아요 0 | URL
얼마전 마이클 코넬리의 '시인의 계곡'을 읽었는데.. 왠지 점점 만족도가 낮아지고 있어요. 뭐가 문제인지는 좀더 생각해 봐야하지만..걍 직감적으로.. 그런 느낌이...^^;
그래도 기회가 생기면 읽겠지만 말이죠...'블랙에코'도 읽어야겠죠? ㅎㅎ

sslmo 2011-01-08 03:25   좋아요 0 | URL
마이클 코넬리 좀 들쑥날쑥하죠.
저도 시인에 비해서, 시인의 계곡이 좀 그랬어요.

음, 블랙에코를 읽게 되시면...그 다음 것도 쭈욱이예요.
제가 장담할 수 있어요.


2011-01-06 18: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sslmo 2011-01-08 03:32   좋아요 0 | URL
ㅎ,ㅎ...김훈 같은 타입을 좋아하시는군요.
전 김규항 같은 타입을요~^^

케냐AA는요, 저도 왕 사랑해서 찔끔거리며 아껴 마셔요~

같은하늘 2011-01-07 02:52   좋아요 0 | URL
아~~~ 전 이런류의 책을 즐기지 않는지라~~~ -.-;;;

sslmo 2011-01-08 03:33   좋아요 0 | URL
즐기지 않으시면 그대로 패쓰하세요.
세상에 이런류의 책 말고도 읽어야 할 책이 무궁무진인데,
이 길로 빠져들면 헤어나기 힘들어요~^^

아이리시스 2011-01-08 16:25   좋아요 0 | URL
우와.. 이 책 리뷰의 시작이 <커피>라니! 역시 멋져요.
저 놀러왔어요. 처음인데, 잘 부탁드려요.^^

sslmo 2011-01-08 17:03   좋아요 0 | URL
좀 멋졌나요?
실은 제가 아니라 해리보슈가 멋지구리 해요~^^

오히려,제가 잘 부탁드려요~^^
 

또 한해가 가고 있다.
아까워서 곱게 모셔 놓았던 시간들이 손가락 사이로 빠져 나간 기분이다.
이럴 생각은 아니었는데, 이렇게 곱게 모셔 두기만 할 생각은 아니었는데 말이다.
올해는 뭔가 시간들을 알차게 보내고 싶어 이것저것 궁리했던 한해였는데 말이다. 


 

 

 

 헬로우 고스트
감독 : 김영탁
주연 : 차태현, 강예원 
제작/배급사 : 워터 앤 트리




한해를 마감하며 이 영화를 보았다.
개연성의 잣대를 들이대면 한없이 찌질해져 버리지만,
가족에 코드를 맞추면 얼마든지 따뜻해질 수 있는 영화이다. 

"몸에 힘을 빼. 그러면 자연히 떠오르게 돼 있어." 

힘들고 지칠 때, 또는 살아가는 방법을 모르겠을 때...차라리 힘을 빼고 내려 놓으면 삶이 한결 가벼워 질 것 같다. 

난 좀 찌질한 게 맞나 보다.
이상한데 필이 꽂혀 연연했었는데, 뽑기 트럭에서 왕 큰 물고기를 뽑은 것과 관련해서 이다.
"내가 뽑기 장사 40년 하면서 이건 처음 꺼내 보네."
라고 하며 물고기를 내어 주는 데 말이다.
그럼 그 물고기는 40년 전에 만든 거란 얘기다.
그걸 어쩜 천연덕스럽게 맛있게 먹어댈 수 있을까? 

 

 

 


 어느 철학자의 행복한 고생학
 신정근 지음 
 21세기북스(북이십일) 
 



 
책은 <어느 철학자의 행복한 고생학>을 마침내 다 읽었다. 
음, 뭐라고 얘기해야 할까? 도덕 교과서를 읽는 기분이었다. 

얘기의 주제는 고생 왜 하나? 가족이 있으니까.
가족이 있으니까 고생도 행복하다. 이 정도... 

공자, 맹자가 자주 등장하는 걸로 미루어 입신양명의 색채를 지울 수 없지만,
저자 또한 이 땅의 남자인 걸 어쩌랴.  

하늘이 어떤 사람에게 커다란 임무를 맡기려고 하면 반드시 먼저 그들의 심지를 괴롭게 하고 근육과 뼈를 힘들게 하고 육체를 굶주리게 하고 몸을 헐벗게 하여, 그들이 하는 것이 해야 하는 것과 어긋나도록 한다. 왜냐하면 그들로 하여금 마음을 움직이고 성질을 참고 견뎌서 그들이 '할 수 없다' 또는 '못한다'고 생각하는 것을 실제로 잘 해낼 수 있도록 만들려고 하기 때문이다.
                                          <맹자,고자 하편>에 나오는 말, 170쪽 

불교에서 말하는 '일체개고'는 단순히 삶이 괴롭다는 뜻에 한정되지 않는다. 변하지 않는 '내'가 없는데도 더 많은 것을 내 것으로 만들려고 하면 만족할 수도 없고 충분하지도 않고 괴롭기만 하다는 것이다. 우리가 물건을 놓지 않으려고 손에 힘을 모아서 세게 움켜쥔다. 움켜려고 하는 만큼 힘도 든다. 하지만 손바닥을 올려 놓아보라. 쥐지 않아도 손바닥 위에 그대로 놓여 있다. 이처럼 되지 않는 것을 하려고 하면 얼마나 힘이 들겠는가? 이런 점에서 불교는 사람이 근원적으로 괴로움을 겪을 수밖에 없는 조건에 놓여있다는 것을 일체개고라고 말하는 것이다. 괴로우니까 사람이라는 것이다. 역설적으로 보면 괴로울 수밖에 없다는 것은 괴로움의 저편에 넘어서려는 바람이 그만큼 강렬하다는 것이리라. 즉, 영원히 괴로움 속에서 헤어나지 못한다는 것을 우울하게 지적하는 것이 아니라 괴로우니까 한시바삐 그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한다는 결의를 다지는 것이다.(186쪽) 움켜지려고->움켜쥐려고 

부자를 목표로 삼을 수 있다면 차를 모는 한이 있더라도 나는 부자가 되려고 할 것이다. 하지만 만약 그렇게 할 수 없다면 나는 내가 좋아하는 것을 따르려고 한다. '술이'중에서(262쪽) 

이 쯤의 예문으로 알 수 있듯이, 원전을 우리말로 해석해 놓는 품이 훌륭하다.
그리고 어려운 불교 용어도 쉽게 설명해 놓는다. 

저자의 해석은 우리에게 지친 서로를 부퉁켜안을 힘을 줄 것이다.라고 되어 있다.

   

 

 

 
 라스트 코요테
 마이클 코넬리 지음, 이창식 옮김 
 랜덤하우스코리아 
 2010년 12월



끝으로 영혼이 외로운 남자, 해리보슈 아저씨가 올해를 마감하며 등장하셨다.
사실 콘크리트 블론드 이후, 해리보슈 시리즈는 잠깐 쉬어가려 했었다.
그런데, 역자 이창식 님의 평이 너무 멋지구리 하여...장바구니에 홀라당~
1월4일 배송 예정이다.
해리보슈로 한해를 마감하고, 해리보슈로 한해를 시작하게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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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0-12-31 09:24   좋아요 0 | URL
순전히 늑대를 보고 싶은 마음에 친구를 불러서 서울대공원에 갔던 적이 있어요. 저는 맹수가 좋거든요. 사자, 호랑이, 늑대. 그런데 마지막, 마이클 코넬리 책의 표지를 보니 가슴이 두근두근해요. 저 표지속 맹수는 코요테겠죠?

양철나무꾼님.
우리는 모두 각자의 이유로 찌질한것 같아요. 우리는 찌질하고, 그 찌질함을 알고 있죠. 그런데 그 찌질함을 보이는것이 싫어서, 누군가 내가 찌질한 걸 알게 되는게 싫어서 감추려고 하는거죠. 찌질하지 않은척. 그러나 타인에게 아무리 감춰도 본인은 알고 있잖아요.
저 역시 어제 나는 왜이렇게 찌질한가 하는 생각을 하면서 침대에 누웠어요. 그러나 내가 왜 찌질한지 오랜 시간 고민해봐도 답이 안나와요. 생각해봤자 찌질이 안찌질이 되지는 않더라구요.

해리보슈로 한해를 시작하게 될 양철나무꾼님,
저도 오늘은 누구의 책으로 한해를 시작하게 될지 조금 고민해봐야 겠어요.

sslmo 2011-01-05 03:06   좋아요 0 | URL
너무 늦게 댓글을 달려니, 거시기 한걸요~

저는 찌질한 제 삶 또한 제 것이라고 생각해요.
제 삶의 반짝반짝 빛나는 부분이 맘에 들 때도 있지만,
찌질한 제 삶이 엄원태의 '아픈 무릎'인 듯 하여 어루만져 줄 때도 있어요.

각자 다른 삶들을 살아가고,
그 각자의 삶도 다양한 형태로 표출되기도 할 거예요.

예전엔 나의 반짝반짝 빛나는 부분만을 내보이고 싶어 했는데,
이젠 찌질한 제 삶도 내보일 수 있을 것 같아요.
내어놓아야 뽀송뽀송 반짝반짝하게 만들 수 있을 텐까요~

다락방님은 한해를 어떤 책으로 시작하셨을까요?^^

마녀고양이 2010-12-31 09:41   좋아요 0 | URL
좋은 말이네.. 몸에 힘을 빼.
마지막 날이당.. 그져. 신기하다. 2010년 마지막 날이라는 곳에 도달했다니. 그져.

sslmo 2011-01-05 03:07   좋아요 0 | URL
마지막 날 댓글에, 새해를 닷새나 지나서 댓글을 다네요~
새해를 멋지게 시작하셨겠죠, 마고님?^^

마노아 2010-12-31 10:42   좋아요 0 | URL
저도 40년된 잉어 생각했는데...ㅎㅎㅎ 실제로 저거 파사니는 분이 그렇게 큰 잉어가 있나 막 궁금하고요. 영화를 위해서 특별제작했나 싶은 사이즈였어요.
한 해를 마감하는 담담한 얼굴이 보여요. 왠지 찐하게 포옹을 하고 싶어지는 걸요.
양철나무꾼 님, 새해 복 많이 받으셔요!! ^^

sslmo 2011-01-05 03:11   좋아요 0 | URL
저는 그 큰 잉어 아니고도...
길거리 초등학교 앞 가끔 지나다가 그 트럭 볼 때 있었거든요.
그럼 거기 커다란 용이나 칼, 이딴 것들 만들어진지 얼마나 됐을까 궁금했었어요.(울 아들 초등학교 때)
저 근데,뽑기 엄청 좋아해서...한창 유행할때 세트로 구매했었어요.

우리 함 찐하게 포옹해 보지구요.
한 해를 담담하게 마감하고 또 한 해를 담담하게 맞이하는 사람들 끼리~^^

stella.K 2010-12-31 10:57   좋아요 0 | URL
요즘 저 영화가 재밌는가 본데 날씨도 춥고,
길도 미끄러울 것 같아 모든 게 스톱된 상태입니다.
빨리 봄이 왔으면 좋겠는데 아직도 먼 것을 생각하면 좌절입니다.
저 고생학은 책이 잘 나왔다는 느낌인데 생각보다 별로인가 봅니다.
저는 요즘 <식품주식회사>를 조금씩 읽고 있습니다.
아마도 새해 첫 완독책이 될듯 싶어요.
그리고 올해 마지막 완독책은 <독고존>이고.
마무리 잘하라는 말보다 새해를 잘 맞이하란 말씀을 드리는 게
지금으로선 나을 것 같군요.
새해 복 많아 받아요.^^

sslmo 2011-01-05 03:14   좋아요 0 | URL
눈도 좀 녹고...이젠 보셨으려나?^^

저 고생학 책은 잘 나왔는데...도덕 교과서 같아요.
옷으로 치자면,목 위까지 단추 꼭꼭 채워 입은 단정한 윗도리 같은 느낌이요.

님도 새해를 멋지게 시작하셨겠죠?^^

프레이야 2010-12-31 12:20   좋아요 0 | URL
몸에도 감정에도 힘을 좀 빼고 느슨하게 살고 싶어요.
완충지대도 스스로 만들어서요.
양철나무꾼님 한 해 동안 좋은 글 참 좋았어요.
고마워요.^^

sslmo 2011-01-05 03:15   좋아요 0 | URL
완충지대를 스스로 만들라는 말, 교훈처럼 새겨 가질려구요.
제가 오히려 감사드려야죠~^^

저절로 2010-12-31 14:10   좋아요 0 | URL
저는 몸에 힘도 빼고 살도 빼야해요!

sslmo 2011-01-05 03:17   좋아요 0 | URL
저는 전부 다 빼고 줄여야 해요!
좀 가뿐하고 간소하고 좀 부족하게 살고 싶어요.
그런데, 왜 움켜쥐고 놓지를 못하는 것인지, 원~ㅠ.ㅠ

cyrus 2010-12-31 18:51   좋아요 0 | URL
다른 알라디너분들 서재에 들리고 있는데 다들 마무리 글들
다 멋있게 쓰시네요.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행복하고 건강한 새해 보내세요^^

sslmo 2011-01-05 03:19   좋아요 0 | URL
바지런 하신 cyrus님~
새해를 벌써 멋지게 시작하셨겠죠~^^

새해 원하는 모든 일들 이루시는 한해 되세요~

2010-12-31 22: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1-05 03: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sslmo 2011-01-05 03:24   좋아요 0 | URL
보이지 않는다고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죠~!!!

비로그인 2011-01-01 14:59   좋아요 0 | URL
지난해는 그야말로 양철나무꾼님의 해였네요. 그리 길지 않은 기간에 좋은 글도 많이 올리시고 이렇듯 친구분들도 많이 사귀셨으니 말예요 ㅎㅎ
새해에도 늘 건강한 하루하루 보내시고 이곳 서재에서도 여전히 맹활약하시길 바라겠습니다^^

sslmo 2011-01-05 03:29   좋아요 0 | URL
저의 해라니...좀 쑥스럽기도 하지만,
이렇게 많은 좋은 친구분들을 사귀었다니...신나는 일이기도 해요.

후와님도 늘 건강한 하루하루 보내시고요.
후와님도 저도...한밤중에 이렇게 불침번 노릇 하지 말아야 할텐데 말예요~^^

비로그인 2011-01-01 21:00   좋아요 0 | URL
나무꾼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새해 첫날인데 벌써 스트레스 받을 일들이 생기는군요.저도 [시코쿠를 걷다]를 읽고파요. 마음이라도 걷기 여행을 떠나고 싶은.. ㅜㅜ

2011-01-01 23: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1-05 03: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글샘 2011-01-01 23:48   좋아요 0 | URL
양철나무꾼 님...
새해에도 좋은 글 많이 남겨 주시고, 마음이 따뜻해 지는 글을 많이 읽게 해 주시길...
그리고... 아프지 마세요.
이제 나이가 슬슬 여기저기 아프고, 몸살 날 연배가 되어가시니까 말이죠. ^^

새해 복 많이 지으십시오.

sslmo 2011-01-05 03:37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님도 새해 건필하시고, 멜랑꼬리한 글도 가끔 읽게 해 주시고요.
그리고 건강하시구요.
시특강을 하시는 막중한 사명을 갖고 계시는 분이잖아요.
뜸하면 걱정 돼요~^^

감은빛 2011-01-04 20:58   좋아요 0 | URL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간 시간들
한웅큼 쥐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어느새 손은 비어있네요.
몸은 분주하나 마음은 텅 비어있는 것 같은 요즘입니다.
그래도 남들 다하는 새해 인사는 한번 할게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sslmo 2011-01-05 03:39   좋아요 0 | URL
전 나이 한살 더 먹기 싫어서 떡국도 아직 안 먹은 사람이예요.
새해 인사는 다 반사해 버리고,ㅋ~.

텅 비어서...샛털처럼 가벼워서...함 날아봤으면 좋겠어요.
님도 새해 복 많이 지으시고, 또 받으세요~!!!
 

제1회 물만두 추리소설 리뷰대회  

물만두님 리뷰집 발간을 위한 모임 안내

얼마 전, 어떤 분의 '물만두님'이란 추모 페이퍼에 이런 댓글을 달았었다.

전 올 5월부터 이곳에 서재를 꾸며 물만두님을 직접 접할 기회는 없었지만,
이곳 저곳 대형 포털 사이트에 올리신 장르소설 관련,페이퍼나 리뷰를 통해 간접적으로 알던 분이었어요.
그 분을 이제 저 편한 곳으로 보내드려야 한다고 생각하니,
그 분이 쓰신 장르소설의 리뷰,페이퍼 들이 유독 생각나는군요.

전, 새로운 장르 소설 한 권씩 읽을 때마다 생각날 것 같아요.
물만두 님을 기리기 위해서 뭔가를 한다면 저도 일조하고 싶어요~
 

마음이 앞서 이런 댓글을 달았지만, 나같은 일개 개인이 어떻게 추모해야 할 지 몰라 망설이고 있었는데...
이런 일들을 기획 한다니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또 얼마전 <민들레 소녀>라는 리뷰 글을 쓰다가 '물만두'님이 떠올라 어쩌지 못했었던 기억도 있다. 
 

올해, 5월10일 이곳에 처음 서재를 꾸몄다.
그동안 알라딘 덕분에, 알라딘 서재에서 만난 벗 들 덕분에, 이만큼 무사히 한해의 끝자락에 와 서 있으니...
다 감사할 일이지만 이번 물만두님 추모 행사에는 더 큰 감사를 드리고 싶다.  

물만두님을 기리는 마음은 가졌지만, 나서서 무언가를 하기 망설였던 사람이기에 이번 리뷰대회가 참 고맙다.

전에 써 묵혀 두었던 리뷰도 다듬고, 새로운 리뷰도 열심히 써서 이번 리뷰대회가 성황리에 끝날 수 있도록 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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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큐리 2010-12-30 10:16   좋아요 0 | URL
올해 5월부터 시작한 서재가 서재의 달인으로 선정될 만큼 풍성하게 꾸려졌군요...^^

sslmo 2010-12-31 03:42   좋아요 0 | URL
우와, 머큐리 님이다~!!!
풍성하다고 해주셔서 감사해요.
이제 시작인걸요~^^

風流男兒 2010-12-30 10:21   좋아요 0 | URL
아, 정말 풍성해요. 5월에 시작하셨다는 거 몰랐네요 ㅎㅎ

sslmo 2010-12-31 03:45   좋아요 0 | URL
5월10일 날, <뒷북> 책의 날 10문10답으로 시작했네요.
마녀고양이님 페이퍼보고 나도 써봐야지 하고~^^

stella.K 2010-12-30 11:17   좋아요 0 | URL
어제 우연히 작년 10월에 쓴 물만두님 리뷰를 봤어요.
어찌나 마음이 찡하던지. 저 때만해도 저렇게 살아 계셔서
글을 썼는데 삶과 죽음이 참 아득하더라구요.
지금은 고통 없이 편히 계실거라 믿고 또 그렇게 생각하면
물만두님으로선 잘된 일일텐데, 그분이 없는 빈자리가 왜 그리 쓸쓸한지 모르겠어요.
발간 모임엔 못 나가더라도 추모하는 마음으로 리뷰대회엔 나가봐야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5월부터였군요. 그래서 서재의 달인이 되셨다면
양철님 막강 블로거세요. 저는 겨우 작년에 서재의 달인됐는데.
달인되는 거 쉽지 않더라구요. 얼마나 헉헉댔던지.ㅎㅎ

sslmo 2010-12-31 03:49   좋아요 0 | URL
저는 즐기는 장르가 물만두님이랑 비슷해서,
그간 가는 곳곳 물만두님의 리뷰를 만났었어요.
그러니, 요즘 나오는 책들의 경우 그 분의 빈자리를 더 많이 만나게 되구 말이죠.

달인되는 거 쉽지 않은 거 맞을거예요.
저는 거의 자체치료 불가한 폐인 수준이니까요~^^

순오기 2010-12-30 12:57   좋아요 0 | URL
양철나무꾼님이 5월부터 시작했다는 사실에 새삼 놀라요~ 왜냐면 아주 오래된 벗으로 느끼고 있었거든요.^^
물만두님 페이퍼 진즉 썼는데 올리지 않고 그냥 임시저장해두고 나혼자 보고 있어요.
추모 분위기 반짝하다가 썰렁해지면 더 쓸쓸할 거 같아서요.
그래도 물만두님 리뷰집과 리뷰대회가 동시에 진행되니 많이 위로가 됩니다.

sslmo 2010-12-31 03:55   좋아요 0 | URL
오래된 벗 같다고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근데, 이게 다 순오기님이 중심에 자리하고 계셔서 잘 이끌어주셨기에 가능한 일이라는 걸 압니다.
잊지 않을게요, 꾸벅~(__)

저는 장르소설을 주로 읽기 때문에 이 분의 자리가 엄청 났다는 걸 뒤늦게 몸소 실감하고 있습니다.

무해한모리군 2010-12-30 13:10   좋아요 0 | URL
아 무슨 작품으로 할까하는 고민을 내내 해봅니다.
새해 더 즐겁게 글 이야기 나눠요 양철나무꾼님!
새해 복 이~~~~~~~~~~~~~~~~~~~만큼 받으세요 ^^

sslmo 2010-12-31 03:56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새해 복 이~~~~~~~~~~~~~~~~~~~만큼 받을 수 있도록,
복 이~~~~~~~~~~~~~~~~~~~만큼 지어야 될텐데...^^

차좋아 2011-01-06 12:18   좋아요 0 | URL
양철나무꾼님도 대회 나가고(선수?)휘모리님도 대회준비..나도 해야겠다.ㅋㅋ

sslmo 2011-01-08 03:16   좋아요 0 | URL
네~
대회는 풍성할수록 좋은거잖아요~^^

cyrus 2010-12-30 14:35   좋아요 0 | URL
세상에... 저는 나무꾼님 서재 활동 오래하신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올해 처음으로 활동하신거였군요.
저는 5월 8일에 처음 글 올렸는데,, 정말 대단하세요.
무엇보다도 저랑 활동 시기가 하루 차이라는 점에서 깜짝 놀랐습니다.^^;;

sslmo 2010-12-31 03:58   좋아요 0 | URL
오홀~ 저도 놀랐어요.
전 님이 깊고 넓은 글쓰기에서 보여지는 거랑 달리 넘 영거하셔서 또 한번 놀랐다는...^^

내년에 복학도 하시고 바쁘시겠지만, 그래도 올해처럼 책 얘기 많이 나눌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lo초우ve 2010-12-30 23:53   좋아요 0 | URL
양철나무꾼님~ 대박~!!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sslmo 2010-12-31 03:59   좋아요 0 | URL
네, 님도 대박~!!!
복 많이 지으시고, 복 많이 받는 한해가 되시길 바라겠습니다.^^
 

책을 읽다보면 책 속의 주인공에 몰입을 할 때가 있다.
김탁환의 열하광인을 읽으면서 작 중 ‘명은주’라는 여인에게 흠뻑 빠졌었다.
같은 여자가 보기에도 너무 맘에 들어 이 책을 참 여러번 읽었었다.
아마 내가 김탁환을 손가락 안에 꼽는 것도 ‘불멸’때문이 아니라 이 ‘열하광인’때문이었으리라.

가끔 ‘열하’가 미웠다. 나는 혼자 읽을 때는 이런 생각을 단 한 순간도 한 적이 없지만, 그녀가 온통 책에만 빠져, 나를 무시하고, 나와 운우지락을 나눌 때처럼 흥분할 때, 책이야말로 만만치 않은 연적이었다. 단둘이 있을 때는 책 대신 나만 보라 말할 수도 없다. 책을 질투하는 사내가 세상에 어디 있는가. 이런 내 마음이 때론 우습고 때론 한심했다. 더욱 비참한 사실은 이 책이야말로 너무 멋지고 사랑스러워, 내가 여자라도 매혹당하리라는 것이다. 그녀는 하루에도 몇 번씩 틈만 나면 책과 사귀었다. 깨끗하게 멀찍이 두고 조심스럽게 한 장 한 장 넘기는 식이 아니라 연모하는 사내 대하듯 그 책에 자신의 감정을 옮겼다. 겉표지에 입 맞추고 손바닥으로 쓸고 글자 하나하나를 검지로 만지며 내려가고 옆구리에 끼거나 젖가슴에 댄 채 잠들고 머리맡에 두었다가 새벽잠에서 깨자마자 냄새 맡고 여백에는 검지로 도장 찍는 흉내를 내며, 이 책과 영원히 함께 머무를게요 맹세했다. 그 책에 비하자면 나와의 사랑은 드문드문 허거웠다. 그녀와 나 사이에 책이 낀 것이 아니라 그녀와 책 사이에 내가 불청객처럼 찾아드는 격이다. 내가 슬쩍 책을 서안 밑으로 밀어두기라도 하면 그녀는 냉큼 책을 찾아서 품에 안고 앙처럼 웃었다.
"이 책을 만나기 전에도 분명 저는 살았었죠. 한데 기억이 전혀 나지 않아요. 제삶의 첫 자리엔 이 책이 놓였고, 그때부터 전 비로소 숨 쉬고 걷고 밥 먹기 사작하였답니다.”
내가 들은 가장 아름다운 사랑 고백이었다.(열하광인 상,114쪽)

그랬던 나는 열하광인에 등장하는 인물들 중 백탑파들 뿐만 아니라, ‘이옥’을 기억하고 있었다.
열하광인에서 이옥은 친척인 유등공의 그늘에 있는 변변치 못한 인물로 묘사된다.

“이 녀석에게 무슨 큰 약점이라도 잡히셨습니까? 자기가 입은 상처만 깊고 크다 떠드는 녀석과는 상종을 마십시오.”(열하광인 상,188쪽)

김내손은 염병에 까마귀 소리 같은 이옥의 장광설에 질린 듯 얼굴을 찌푸리며 짧게 물었다.(열하광인 하,146쪽)
“성품이 여려 탈이지 제멋대로는 아니네. 비유하자면 기상은 물과 같은 사람이지.”“물이라 하셨습니까?”“그렇다네. 아무 맛도 없는 듯하지만 모든 맛으로 변하는 물! 매실에 닿으면 신맛을 내고, 벌꿀을 따르면 건정과보다도 더 단맛이 나며, 소금 한 조각만 떨어져도 짠맛이 감돈다네. 기상은 이렇듯 천하 만물을 받아들여 그 느낌을 자유자재로 나타내는 재주를 지녔으이. 거북이나 물고기, 하얀 봉선화 등 미물을 읊은 부(賦)는 화광이 그린 꽃그림처럼 세밀하면서도 느낌이 또한 깊다네. 흰 봉선화를 차가운 매화의 아우나 아리따운 배꽃의 벗으로 두기가 어디 쉬운가. 특히 나는 기상의 ‘어부(魚賦)를 아낀다네. 물을 하나의 나라로 본다면 용은 임금일 테지. 작은 물고기에게 용이 아무리 인자하게 굴더라도 큰 고기들이 제 잇속을 챙기면 그 나라가 평안할 까닭이 없으이. 기상은 이렇게 노래했더군. 고래들이 작은 고기를 들이마셔 시서(詩書)로 삼고, 이무기나 악어는 작은 고기를 삼키고 씹어 삼농(三農)을 삼고,문절망둑이나 가물치들은 작은 고기를 덮쳐서 은과옥으로 삼는다고 말일세. 어떤가. 큰고기들을 피해 이리저리 숨고 도망치는 작은 고기들의 황망함과 고통이 손 끝에 닿는 것 같지 않은가? 저 고약한 황망함과 고통이 손 끝에 닿는 것 같지 않은가? 저 고약한 번승들을 몽땅 잡아 없앨 방도는 과연 없을까.”(열하광인 상 198,199쪽)


그랬던 차에, 이옥의 ‘선비가 가을을 슬퍼하는 이유’를 만나게 되었다.
이옥의 진면목을 볼 수 있어서 좋았지만, 마냥 좋아할 수만은 없었던 게...
내가 그토록 흠뻑 빠졌던 김탁환의 ‘열하광인’은 결국 열하일기와 이탁오와 이옥 등을 읽고 나름대로 해석, 다시 버무려 낸 것에 지나지 않은 것이 되기 때문이다.
급기야 둘 중 하나를 만나지 말았어야 했다는 자조로 이어졌고,
심한 논리적 비약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렇게 역사적 사실들에 서사를 입히는 방식이라면 나라도 뚝딱 소설 한권쯤은 써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아무리 이옥을 뜯어보고 앞뒤를 헤쳐모아 살펴보아도,
자기가 입은 상처만 깊고 크다 떠드는 녀석도 아니고,
염병에 까마귀 소리 같은 장광설을 늘어놓을 사람도 아니다.
만들어낸 소설 한편을 가지고도 사람을 이렇게 곡해할 수 있는 것이구나 싶어 허탈하다.

선비가 가을을 슬퍼하는 이유는 책을 읽으면 알터이고,
내가 이토록 슬픈 이유는 이 때문이다.
이제 명은주 따위는 잊어버리고, ‘묵취향’에 흠뻑 빠져야겠다.

선비가 가을을 슬퍼하는 이유는 이옥의 시작일 뿐이고,
생각을 깊게 하고 넓게 하는 참 좋은 글들이 많은데, 읽고 나면 어쩐 일인지 생각이 간소해진다.

<묵취향>의 서문

>> 접힌 부분 펼치기 >>

<초사>읽는 법

>> 접힌 부분 펼치기 >>

웹서핑을 하다가 <오늘의 장르문학>이라는 책에 김탁환이 필진으로 참여한 걸 봤다.
다른 때 같았으면 일말의 주저함도 없이 홀라당 샀을텐데, 오늘은 장바구니에 넣었다 뺏다 심히 망설여진다. 

아흑~이를 어쩔 거냐니깐...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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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딧불이 2010-12-27 22:13   좋아요 0 | URL
열하광인이 이런 책이었군요. 이옥에 대한 이야기가 제법 나오는 모양이네요? 반가운 페이퍼였어요.

sslmo 2010-12-29 22:41   좋아요 0 | URL
이옥으로 버무려졌다고 할 수 있어요~^^

이옥의 대화나 생각만 이옥이었으면 좋겠는데,
이옥의 글들은 다른 주인공 급에 내어주고, 찌질이로 나와요~ㅠ.ㅠ

마녀고양이 2010-12-27 23:56   좋아요 0 | URL
ㅠㅠ, 한번 읽고 두번 읽고 세번을 읽었는데...
역시 옛 어구를 쓰는 책들은 어려워요 어려워요... ^^

있지, 옛 추억 하나 생각난다.. 내가 엄청 좋아한 선배였는데
그 선배는 내 책 취향이 못마땅하여 책을 선물했어요. 음....... 자기가
인용한 이런 책. 크. 갑자기 그 생각이 나네. 이젠 나이두 먹었으니
찬찬히 한번 읽어봐야 할건데 말이죠.

근데 그렇게 좋아했던 책이 짜집기라는 생각이 들었다면
나라도 너무 서러웠겠다... 이긍~

sslmo 2010-12-29 22:47   좋아요 0 | URL
난, 그때나 지금이나 좀 옛스러운 사람이 좋은데...^^

그 선배는 지금 어디서 뭐해요?
이 책 그런대로 괜찮은 걸요~
누군가의 옛 추억을 되새길 수 있도록 해주기도 하니...

책 짜집기 부분은 아직도 서러워요~ㅠ.ㅠ

cyrus 2010-12-28 00:22   좋아요 0 | URL
제 친구 중에도 <열하광인> 덕분에 김탁환을 좋게 보는 녀석이 있는데,,,
음,, 소설이란게 이런거(?) 였군요,,^^;;

sslmo 2010-12-29 22:49   좋아요 0 | URL
소설이란 이런 거더군요.
그래도 김탁환 하면 알아주는 '스토리 텔러'인데 말예요.

하긴 열하광인 뒤에 보면, 참고문헌 해가지고 수십권이 나오니까요, 뭐~.

글샘 2010-12-28 00:47   좋아요 0 | URL
제가 김탁환을 왜 싫어할까 이제 확실히 알게 되었습니다. ㅎㅎ
김탁환 책을 읽노라면 인문학, 역사학 책 읽었던 게 좀 이상하게 얽히고 꼬이는 것 같긴 해요.

sslmo 2010-12-29 22:51   좋아요 0 | URL
그래도 '왜 싫어할까'라니 좀 세신 듯~
좋아하지 않을까 정도로 둥글리셔도...?

2010-12-28 09: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2-29 22: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하늘바람 2010-12-28 09:24   좋아요 0 | URL
열하광인
아, 김탁환 작가와의 만남에서 만나보고 참 멋져 보였어요
양철나무님
행복한 연말 되고 계시나요?
눈이 참 많이 왔는데 조심하셔요

sslmo 2010-12-29 22:56   좋아요 0 | URL
그쵸~
김탁환 님, 직접 보면 '쫌' 멋지죠?^^

님도 행복한 연말 보내시고요,
내년에는 그동안을 발판 삼아 우뚝 서실 수 있길 기도 드리겠습니다.

저절로 2010-12-28 09:45   좋아요 0 | URL
요즘 저는, 서양사 특히 중세사에 몰입해 있는데
문득 고개를 들어 주변을 보면
내가 지금 딴 동네에서 뭘 하고 있나
내 동네가 산 이력도 모르면서...!

<그녀와 나 사이에 책이 낀 것이 아니라 그녀와 책 사이에
내가 불청객처럼 찾아드는 격이다.>

혹, 제가 그 불청객은 아니겠지요???

sslmo 2010-12-29 23:10   좋아요 0 | URL
무슨 그리 섭섭한 말씀을...
올 한해, 에파타님 덕에 행복했는 걸요~^^

내년에는 얼굴 한번 볼 수 있었음 좋겠어요.
오늘 텔레비젼에서 진주온면 봤는데, 그거 엄청 맛있겠던데...

저절로 2010-12-30 09:19   좋아요 0 | URL
온면이든 냉면이든
오시기만 해요.
하늘에 별이라도 대령할터이니..=3

stella.K 2010-12-28 10:59   좋아요 0 | URL
ㅎㅎ 내 뭐래요, 김탁환은 좀...이라고 하지 않았어요?
하긴 그 사람뿐인가요? 역사 드라마 쓰는 사람 보면
좀 아슬아슬 걱정스러울 때가 많아요.
그래도 양철님 소설 쓴다면 전 열혈 광팬 될텐데. 진짜루!
이옥 전집이 있었군요. 나이들수록 저런 묵직하고 그윽히 향기나는 책이 끌려요.^^

sslmo 2010-12-29 23:11   좋아요 0 | URL
ㅎ,ㅎ...김탁환이 '좀'이라면,
제가 글을 쓰면 간을 떼어놓고 다니셔야 할지도...
님 간은 무사하시라고 제가 쓰지는 않고 열심히 읽기만 하려구요~^^

잘잘라 2010-12-28 12:47   좋아요 0 | URL
이옥, 처음 듣는 이름..

책 소개 읽고 왔어요. 문체때문에 살면서 이런 저런 불이익을 당하고 임금한테 문책도 당하면서두, 끝까지 자기 문체를 고집했다,는 대목에서 확- 끌려들었어요. 이옥, 저도 한 번 읽어봐야겠어요^^

sslmo 2010-12-29 23:15   좋아요 0 | URL
자기 문체를 고집할 수 있었던 저력으로 집안의 가산도 무시할 수 없었을 거란 생각이 들었어요.
집안에 재산이 없었다면,
책과 경험은 반으로 줄었을테고...글도 좀 줄지 않았을까요?^^

감은빛 2010-12-28 14:44   좋아요 0 | URL
이옥에 대한 글을 어디선가 읽은 기억이 나는데, 여기서 만나는 군요.
저도 '오늘의 장르문학' 보고 장바구니에 넣을까 말까 망설였는데,
당장 읽을 책이 너무 많이 쌓여있어서 참았습니다. ^^

sslmo 2010-12-29 23:16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요~
역시 님과 저는 '관심사'가 겹친다니까요~^^

2010-12-29 00: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2-29 23:21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