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석원'의 '먼동'
"저 멀리 밤하늘에는 작은 별들이 총총하고 당나귀는 섬에 올라서서 장미꽃을 지고 있지요.당나귀는 몸집이 작지만 고집이 세고 힘도 세서 척박한 곳에서 잘 삽니다.그놈은 공연히 힘이 센 바람에 무거운 짐을 자초하는 것 같아요.얼굴이 참 매력적이라 그리기 시작했는데,내가 당나귀를 닮았다고 남들이 말하더군요.내가 닮고 싶은 모습이 당나귀이기도 하죠.저도 당나귀처럼 힘든 게 있습니다.장손이라 남달리 꿋꿋함을 강요받기도 하고......꽃은 그런 당나귀에게 주는 아찔한 선물 아닐까요.순간순간이 다 감동이라 느낄 때가 있는데,화려한 장미꽃은 그때 가장 어울리는 선물입니다."

책 세권을 동시에 읽었다. 

나는 책을 빨리 읽는 편이 아니기 때문에 책 세권을 거의 동시에 읽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닌데,
책 세권을 어제,오늘 사이에 읽었다.
물론 정독이나 통독 수준은 아니고 슬렁슬렁 넘기는 수준이었지만 말이다.

1.꽃피는 삶에 홀리다. 














난 손철주의 글을 좋아한다.
<그림 아는 만큼 보인다><그림 보는 만큼 보인다>를 통하여 그의 필력에 흠뻑 취했던 터였다.

내가 아는 지인이 있다.
이 사람을 거의 일주일에 5일,매번 한시간 정도 만난다.
내 일에 상대방이 하는 말을 들어주는 것도 포함되어 있는지라 상대방이 얘기를 하게끔 유도를 하는데,이 지인은 아무런 자극 없이도 이야기를 술술 잘 풀어놓는다.
고백하자면 어떤 날은 이 지인이 오는 게 기다려질 정도였다. 

그런데 웬 걸...오늘 손철주<꽃피는 삶에 홀리다>를 읽다가,
이 지인이 해 준 얘기 중 참 많이 손철주의 이 책과 겹친다는 걸 알게 됐다.
순간,마음이 '철렁'도 아니고 '쿵'하고 내려앉았다.
 
한참을 그러고 앉았다가 마음을 수습하고 정신을 가다듬고 보니 다행이다.
그래,더 이상 홀릭하기 전에 이쯤에서 '딱!'끊겨서 다행이다.
(난 한번 빠져들면 헤어나오지 못하는 인간이 아니었던가~ㅠ.ㅠ )

우리는 중늙은이다.이야기는 남녀상열지사로 치닫다가 금방 회한의 나락으로 떨어진다.저 젊은 여자들의 물오르는 푸르름을 뒤로하고 우리는 조락한다고 했다.청춘은 축복이고 여자는 은총인데,축복과 은총을 넘보는 우리의 눈길은 추파라고 했다.닿을 수 없는 것은 아득한 것이 아니라 머쓱한 것이라고 했다.(18쪽)

 

불문곡직하는 직설은 사람을 찌른다.깜짝 놀라게 해서 제압하는 방식이다.거기 비해 완곡함은 뜸을 들이면서 애두른다.듣고 읽는 이가 비켜갈 큼을 준다.그렇다고 완곡함이 곡필인 것도 아니다.잘못된 길로 접어들도록 하는 게 아니라 화자와 독자의 교행이 이루어지는 공간을 준다.곱씹어볼 말이 사라지고 상상의 여지를 박탈하는 글이 군림하는 세상은 살풍경하다.말과 글이 세상을 따라갈진대 세상을 갈아엎지 않고 말과 글이 세상과 함께 아름답기는 난망한 일인가.아마 아닐 것이다.막힐수록 옛것을 더듬으라 했다.물태와 인정이 극으로 나뉘는 세상에서 다산은 선인들이 왜 산을 바라보며 즐기되 그 흥취의 반을 항상 남겨두는지 궁금했다..그는 미인을 만났던 사람이 적어놓은 글에서 그 까닭을 발견헸다.그가 본 글은 이러했다."얼굴은 아름다웠으나 그 자태는 기록하지 않는다."(23~24쪽)

 서정주의 시<뻔디기>를 읊는 과정도 누구는 서글프다고 하고 누구는 처연해서 아름답다고 한다.

예수의 손발에 못을 박고 박히우듯이
그렇게라도 산다면야 오죽이나 좋으리오?
그렇지만 여기선 그 못도 그만 빼자는 것이야
그러고는 반창고나 쬐금씩 그 자리에 부치고
뻔디기 니야까나 끌어달라는 것이야(44쪽) 

 

부시의 말은 잽도 없다.불문곡직,스트레이트 펀치다.
......
그의 말에 미국인은 통쾌할까?엉킨 삼밭을 단칼에 베는 쾌감이 혹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섬세의 정신'은 보이지 않는다.씹히는 여운도 없다.갈 데까지 가버린 말로선 등돌린 사람과 말길 트기 어렵다.말의 절정을 즐기려고 해도 전화가 필요한 법이다.
말본새가 일도양단인 걸 보면,그는 폭탄주도 잘할 것 같다.폭탄주의 진수는 원샷에 있다.단숨에 들이켜는 광경은 보는이를 장쾌하게 만든다.그러나 그것을 '음미'라고 부르진 않는다.자고 나봐라.속만 쓰리다.(52쪽)

 

나는 알 것 같았다.마라톤 완주는 한 적이 없지만 달리는 나에게 펼쳐지는 풍경은 기억한다.죽을 힘을 다해 한 발짝씩 옮기는 마라토너에게 스쳐가는 풍경은 아무런 부축이 되지 못한다.달리는 자에게 풍경은 무자비한 침묵이다.추호의 위로도,일말의 동정도 보여주지 않는다.풍경은 마라토너의 고독을 뼈저리게 한다.달리는 자들끼리의 맹렬한 소외감도 무섭다.그때 스쳐가는 풍경은 아름답다기 보다 서럽다.빈사의 상태에서 보이는 풍경은 그러나 서러워서 아름다운 것이다.달리는 자의 살인적인 지루함과 고단함,이를 지켜보는 풍경의 무서운 침묵.침묵을 이기지 못하는 인생은 낙오한다.그것이 마라톤의 본색이다.(88쪽) 

 

나는 약 안 먹고 버티련다.삶은 고치는 것이 아니라 견디는 것이다.그것이 직방이다.(99쪽) 

 

옛 화가는 붓으로 달을 그리지 않는다.구름을 묘사해 달을 드러낸다.동양화의 달은 안 그려도 보인다.그림 속의 달을 보듯 나는 가난을 본다.이 말을 요즘 아이들은 어렵다고 한다.(103쪽)

 지인을 딱 끊겠다고 하고 돌이켜보니,햇수로 꽉 채운 4년이다~ㅠ.ㅠ 

2.한시미학산책 














이 책은 옛날에 한번 읽었었다.
한참을 두고 띠엄띠엄 읽었었는데,읽었던 기억마저 사라져 버렸었나 보다.
내가 닮고싶어 하는 누가 '정민'을 좋아한다고 했던 게 떠올라 구했는데,
첫 페이지를 펼치자 어렵게 읽었던 옛날이 주마등처럼 스쳐간다.
 
이규보의 '논시(論詩)'도 읽어볼만하고,
이규보의 '축시마(逐詩魔)에 이은 '최연'의 축시마(시 외에 아무것도 눈에 뵈는 게 없는 현상이다)를 보며 여러 증상들을 자신에게 비추어보는 것도 재밌을 것 같다. 

네가 오고 나서 술이 어리 취한 것 같고,바보가 된 듯 멍하게 신음하고 구슬퍼하며 병든 사내가 되고 말았다.네게서 벗어나려고 일 년 내내 애를 썼지만,너를 떠나려고 산에 올라가면 너는 어느새 나를 따라 노닐고,바다로 들어가면 너는 어느새 나를 찾아내고 말았다.사물과 만나서는 눈길로 쏘아보며 많이 취하고도 그만두지 않았다.내 이목의 총명함을 빼앗아 보고 듣는 것을 어지럽게 만들었다.쑥대머리가 되어도 빗질하지 않고,마음이 거칠어도 다스릴 줄 모른다성글고 게을러 의논을 자초하고,교만하고 건방져서 허물을 불러들인다.칭찬은 여러 사람의 뒤에 있고,꾸짖음은 다른 사람의 앞에 있게 하니,내가 굶고 내가 가난한 것이 모두 너 때문이다.(269쪽)

 나는 이렇게 슬쩍 바꾸고 싶다.
내가 굶고 내 맘이 가난한 것이 모두 네 덕이다.

17자 시,16자 시의 변용도 재미있다.

마음은 말없는 가운데 있어              意在不言中
고개를 푹 숙이고 눈웃음 짓네.         低頭丢眼風
오늘 만약 옷지 못하게 되면             今日來不得
난 몰라                                                    紅   

끝부분, 연암의 <답창애2>는 내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준다.
연암은 과감하게 '다시 눈을 감아라'라고 얘기하고,정민도 그렇게 얘기한다.
나는?
나라면 장님이 눈을 떠 천지 사물이 맑게 보인다면, 
다시 눈을 감고 집을 찾아가는 대신 새로운 길을 개척하겠다.
뜬 눈으로 보는 세상의 천지사물을 흠뻑 보고 느끼고 새로운 길을 가겠다.
뭐,그렇다는 얘기이다. 

정민은 유독 '이규보'를 사랑했나 보다.
이 규보의 문장들이 가득이다. 

3.미르몽의 원더풀 트위터 라이프 













이 사람은 1만 팔로워를 거느린 상위10위 안에 드는 트위터란다.
난 이곳 알라딘 서재만 건사하기도 버거운 고로,당분간 트위터를 할 일은 없을 듯 하지만,
(하긴 사람일은 또 모르지...)
7개월만에 1만 팔로워를 거느렸다는 건,뭔가 대단한 듯 해 읽어보게 되었다.
책장은 술술 잘도 넘어간다.
알아서 책장이 쉬이 넘어가는 건 그렇다 치겠는데,
튀윗이 뭔지 모르니 이렇게도 쉬이 책장이 넘어가는구나,ㅋ~. 

<트위터 예절10문10답>이라던가,<팔로워를 늘리는 비법>등은 블로그에도 비슷하게 적용되는 예인 것 같다. 

결론적으로 팔로워를 늘릴 수 있는 요령을 정리한다면,먼저 나를 매력적인 대상으로 소개해 놓고,상대에게 먼저 다가가며,이를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것이다.그러나 팔로워를 늘리기만 하고 이를 통해 많은 일들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이는 큰 착각이다.팔로우는 명함을 주고받는 행위와 같다.즉 관계가 거기서부터 시작된다는 뜻이다.팔로우를 받았다고 해서 관계를 진전시키는 것을 게을리한다면,오히려 관계를 맺지 않는 것만 못 하게 된다.나를 주목하지 않는 팔로워가 수천,아니 수만이 있다 한들 그 무슨 소용이 있으랴.공허한 숫자만이 남게 될 뿐....따라서 다음과 같은 가장 근본적이면서도 '진짜 팔로워를 늘리는 비법'으로 마치고자 한다.
진짜 팔로워를 늘리는비법.팔로워들에게 성심과 친절함으로 다가가라.(309쪽)

 

여러가지 천기누설 급 비법이 담겨져 있다는 데,나름 유용할 듯~^^


양다리를 걸치는 사람은 어떻게 그럴 수 있나 모르겠다.
실상 세 남자를 만난 것도 아니고,
세 남자가 쓴 책 세권을 동시에 읽었을 뿐인데도 머릿 속이 뒤죽박죽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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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딧불이 2010-11-07 18:50   좋아요 0 | URL
<꽃피는 삶에 홀리다>에 실려있는 글들은 바늘처럼 저를 찌르네요. 좋은 책을 소개받았어요. 그런데 왜 나무꾼님께서는 그 지인을 딱 끊으시려고 하세요?

sslmo 2010-11-09 00:50   좋아요 0 | URL
'꽃피는 삶에 홀리다'도 좋고,손철주님도 좋아요.^^
묶기도 하고 끊기도 하는 것이 인지상정이겠죠~
말은 이렇게 해도 쉽지 않을거예요.

비로그인 2010-11-07 18:51   좋아요 0 | URL
앗 맨 위 그림.

어제 읽던 책 <예술가들의 대화> 에 실려 있는 그림이라 눈에 익었는데 여기서 다시 보게 되네요 ^^

한국화를 전공했으면서도 유화로 작업하는. 두 작가들의 대화식 구성으로 되어 있는 책 내용을 살펴보면서 고개를 끄덕이기도, 약간의 의문부호도 머릿속에 떠올리며 읽었습니다.


음.. 한시에 대한 양철님의 생각도 재밌고 양철님이 전하시는 천기누설도 꽤 재밌네요. 저도 트윗은 당분간(세상이 자꾸 떠밀면 언젠간 해야겠지만..) 안하는 건지, 못하는 건지 암튼 거리가 있겠지만요 ㅋ

sslmo 2010-11-09 00:55   좋아요 0 | URL
사석원의 그림,너무 좋아요.
손철주가 얘기하는데,사석원의 그림을 일컬어 '카드그림'이라고 비하하는 사람도 있었대요.
그래도 굴하지 않고 꿋꿋히 그림을 그렸다죠.
금강인가(?)따위의 그림도 참 좋았어요.

다 맘에 들어 하나쯤 데려다 키웠음 좋겠는데,다 <개인소장>이라네요.
도록이라도 알아보려구요~^^

프레이야 2010-11-07 20:04   좋아요 0 | URL
꽃피는 삶에 홀리다, 매력적이네요.
특히 마지막 인용문이요.
그나저나 이틀에 3권, 아무리 슬렁슬렁이라도 대단하시네요.
전 그게 잘 안 되더라구요.ㅎ

sslmo 2010-11-09 00:56   좋아요 0 | URL
위의 두권은 전에 정독했던 책들이구요~
마지막 권은 뭔말인지 모르니 술술~넘어가더라구요.^^

쟈니 2010-11-07 21:44   좋아요 0 | URL
닮고 싶어하시는 분이 멋진 분이신가 봅니다. '정민'님의 책을 이제 막 읽기 시작했어요. "19세기 조선 지식인의 생각 창고 - 홍길주의 수여방필 4부작" 양이 두툼해서 아마 다른책도 읽으면서 이 책을 읽을 거 같은 느낌이 듭니다. 예전에는 한문 서적에 크게 마음이 동하지 않았는데 요즘은... 많이 끌리네요. 한시미학산책 맘에 품어둡니다. 월요일이 시작하네요~ 한주 즐겁게 시작하세요!

sslmo 2010-11-09 01:00   좋아요 0 | URL
닮고 싶어하는 분,쫌 멋지죠~^^

정민님도 좀 멋진데,책을 다시 내면서 번역을 대대적으로 손 보셨더라구요.
우리말 문장이 지난번보다 더 입에 달라붙어요.
우리말을 자유자재로 구사한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전 힘들고 바쁜 월요일이었답니다~^^

감은빛 2010-11-08 01:01   좋아요 0 | URL
한번에 세 남자를 만나시다니. 재주가 좋으신대요.
<한시미학산책> 좀 끌리는 군요.

sslmo 2010-11-09 01:00   좋아요 0 | URL
뭣 모르고 한번은 만났는데,두번은좀 힘들 듯~^^

'정민'님이 대세인걸요~!!!

oren 2010-11-08 14:39   좋아요 0 | URL
[정민의 세설신어]라는 신문 칼럼을 보고 참 글이 좋다 싶었는데, 이 분의 책을 좋아하시는 분들이 많군요. 저도 언젠가 한 번 사서 읽어봐야겠습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sslmo 2010-11-09 01:02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저도 좀 놀랐어요.
정민님을 참 많은 분들이 좋아하시는군요.

좋은 글이라고 칭찬해주셔서,감사합니다.^^

세실 2010-11-08 23:58   좋아요 0 | URL
저두 꽃피는 삶에 홀리다 매력적인 제목이 참 끌려요^*^
저도 알라딘 관리하기도 벅차서 트위터는 생각도 안하고 있지만 또 모르죠. ㅎㅎ

sslmo 2010-11-09 01:04   좋아요 0 | URL
손철주님,참 선비같이 한량같이 사는 분 같아요.
이분이 이렇게 살 수 있는 건...책 곳곳에 드러나지만,부인의 몫이 큰 것 같아요~^^

저,이 책 읽으면서 손철주님에게 황홀해 하지만 말고,
남편을 손철주 같이 만들 수 있도록 내조의 묘를 운용해야 겠다,생각했었어요~^^
 
알라딘 새 박스/새 봉투 인증샷 찍고 적립금 받자!

박스님,고생이 많으십니다. 

제목을 적어놓고 보니,성이 박(朴)이라는 스님께 인사하는 꼴이다,ㅋ~. 

    (내가 오르겠다고 결심한 뒷동산)

나는 책 속에서 걸어나와 뒷동산에라도 올라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렇게 알라딘 책 박스 자랑이 아니라,
등산화,등산복...아님 적어도 운동화,운동복 박스라도 되어야 할텐데... 
내게 오는 택배는, 온리 원 '책을 고르는 방법 알라딘'의 박스 되시겠다.

책을 모았다가 5만원 이상이 되면 한꺼번에 구입을 하기 때문에,
한달에 3~4번 정도 되는 것 같다.
장바구니가 채워지기 전 궁금해서 못 살겠다 싶으면 동네 서점으로 고고씽 하기 때문에,
소포장이 없어 비교할 수 없는 게 쬐금 아쉽다. 


나도 순오기님께 힌트를 얻어 전의 박스와 비교해 보았다.
전면의 모습이다.
바뀐 박스 디자인이 깔끔하지만,난 전의 것도 나쁘지 않았다.

내가 한편으로 궁금하고 한편으로 해피한 건,
전에 비해서 박스의 두께가 얇아졌는데도 불구하고,
박스가 눌려 찌그러지거나 긁히거나 찟기지 않고,
딱 각이 잡힌 채로 배송된다는 거다.
나 책을 좀 아껴 도그지어도 못하는 위인인데,
박스가 파손되고 책 모서리도 찌그러져 올때면,
내가 찌그러지고 긁히고 찟기는 기분이다.
(뿅뿅이와 에어쿠숀의 힘인가?-뽕뽕이,에어쿠숀 쌩유~!!!) 


박스의 옆면을 보면,먼저 박스의 눌리고 찌그러진 정도가 확연하다.
옆면을 보면 바뀐 파랑이 '쪼콤 더' 맘에 들게된다.
아이스 블루,이젠 아이스 블루만 보면 알라딘이 떠오를 것 같다. 


난 개인적으로 작은 저 박스의 효용이 맘에 든다. 
박스날개에 여분을 주어,높이를 키우고 싶을때 접어 올릴 수 있게 하였다. 


"알라딘 고객님의 주문입니다.소중하게 배달해주세요."
난 이 문구가 참 좋다.
알라딘에서 하는 얘기 같지 않고,박스님이 의인화 하여 종알대는 것 같다.

"나 좀 예뻐해줘,나 막 집어던지면 알지?고객님이 큰 형님인 거 알쥐?"
이런 느낌이다.
 

마지막으로 박스는 이렇게 재활용한다.
언제부턴가 책꽂이에 책이 넘쳐 방바닥을 슬금슬금 잠식한다.
직장과 집에 이런 박스 책꽂이가 몇개 있다.
문제는 책꽂이를 놓을 곳이 없다는 것인데,책을 추리는 수 밖에 없을 듯~^^ 

책을 줄이고,책 읽는 시간을 줄이고,동네 뒷산이라도 올라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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웽스북스 2010-11-05 12:52   좋아요 0 | URL
오와. 양철나무꾼님~ 박스를 참 곱게도 보관해두셨네요. ㅎㅎ

sslmo 2010-11-07 03:15   좋아요 0 | URL
곱게는 아니고,방치였는데 말이죠~

제가 테트리스나 블럭쌓기는 좀 합니다여,ㅋ~.

다락방 2010-11-05 13:18   좋아요 0 | URL
오와. 양철나무꾼님~ 박스를 참 곱게도 보관해두셨네요. ㅎㅎ 2

박스를 저렇게 활용할수도 있군요! 저도 컨닝해야겠어요.

sslmo 2010-11-07 03:17   좋아요 0 | URL
박스를 책꽂이로 활용하기 좋은 이유가요,
책 규격에 딱 맞춰서 박스가 제작되어
규격이 같은 책 끼리들어가면 안성맞춤이예요~^^

cyrus 2010-11-05 14:14   좋아요 0 | URL
오와. 양철나무꾼님~ 박스를 참 곱게도 보관해두셨네요. ㅎㅎ 3

첫 문장에 나온 박스님 유머,, 보자마자 웃었습니다ㅎㅎ
오~ 등산을 하시는군요. 나무꾼님이 찍은 멋진 산 풍경사진이 있는
페이퍼 기대됩니다.^^

sslmo 2010-11-07 03:20   좋아요 0 | URL
집 뒷산일 뿐인데,제겐 에베레스트 수준입니다.
잠도 잘 오구요.
이제 불면증을 호소하는 사람들에게 수면제나 알콜 대신 등산을 권할려구요,ㅋ~.
덕분에,전 며칠 공부가 삐걱거립니다여~

순오기 2010-11-05 15:20   좋아요 0 | URL
오와. 양철나무꾼님~ 박스를 참 곱게도 보관해두셨네요. ㅎㅎ 4

택배는 온리 알라딘 박스뿐이라는 거 믿어집니다.ㅋㅋ

sslmo 2010-11-07 03:21   좋아요 0 | URL
이젠 아이스 블루 박스만 보면 설레인다니까요~^^

마녀고양이 2010-11-05 16:27   좋아요 0 | URL
오늘 우리집 온 박스는, 뜯어지고 찌그러져서 왔던데...
알라딘에서 사람 차별하나 봐요. 아무래도 내가 매일 불평을 해대서 그런가?

이쁜 사진, 글입니다. 전통을 살려서,
오와. 양철나무꾼님~ 박스를 참 곱게도 보관해두셨네요. ㅎㅎ 5

sslmo 2010-11-07 03:26   좋아요 0 | URL
에구궁~박스가 좀 얇긴 얇아요.
저희 집에 온 박스는 책 규격이 비슷해서 그랬나,
뽕뽕이랑 에어쿠숀 덕이었나,
바뀌기 전보다 훨~나았어요.


차좋아 2010-11-05 16:37   좋아요 0 | URL
오.... 릴레이는 아직 살아있네요 ㅋㅋㅋㅋ
오오와~~ 예전 박스까지.. 음 반가운데요 ^^
양철나무꾼님 박스 페이퍼 최고에요^^

제가 최악의 박스 페이퍼를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ㅋㅋㅋ

sslmo 2010-11-07 03:26   좋아요 0 | URL
최악의 박스 페이퍼 기대해 보겠습니다.ㅋㅋㅋ~

감은빛 2010-11-05 16:44   좋아요 0 | URL
오와. 양철나무꾼님~ 박스를 참 곱게도 보관해두셨네요. ㅎㅎ 6

헉! 일단 먼저 박스의 크기에 놀라고 봅니다!
박스를 활용한 책꽃이 그거 멋진 아이디어네요!
저도 한번 써먹어봐야겠어요!

즐거운 주말 되세요! ^^

sslmo 2010-11-07 03:29   좋아요 0 | URL
박스의 크기가 다양하죠?
예전엔 신발장 정리할 때도 곧잘 사용했었어요.

입동이라지만,아직은 춥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님과 님 주변의 많은 분들,전부 다요~^^

cyrus 2010-11-05 20:30   좋아요 0 | URL
오와. 양철나무꾼님~ 박스를 참 곱게도 보관해두셨네요. ㅎㅎ (7)
.. 라는 댓글 릴레이가 이어지고 있다니,, 몇 개까지 이어질지 궁금하네요^^;;

sslmo 2010-11-07 03:31   좋아요 0 | URL
현재 번호로는 8번이네요~
댓글로는 님이 두번이니 11번.

저도 몇 번까지 이어질지 궁금해요~^^

꿈꾸는섬 2010-11-06 07:05   좋아요 0 | URL
ㅎㅎ나무꾼님도 대단한 내공이 있으시군요. 역시...
저도 "알라딘 고객님의 ~~소중하게~~~" 이 문구 참 좋아해요.^^

sslmo 2010-11-07 03:33   좋아요 0 | URL
ㅎ,ㅎ...
"알라딘 고객님의 주문입니다.소중하게 배달해주세요."
제가 또 한번 각인시켜 드릴 수도 있어요~^^

같은하늘 2010-11-06 13:19   좋아요 0 | URL
아니 지나간 박스를 저렇게 곱게 보관하시다니...
전 책을 꺼내면 바로 아이들이 가져가교, 아이들은 들어가 놀고 박스는 찢어지고~~ㅎㅎ

sslmo 2010-11-07 03:35   좋아요 0 | URL
이적 어머니 박혜란이었나?
그분이 박스를 참 잘 활용하셨었죠.
덕분에 이적이 feel충만,감성 충만...멋진 젊은이로 자라날 수 있었구요.
같은하늘님도 마찬가지실거예요~^^

세실 2010-11-06 21:37   좋아요 0 | URL
전 바로 바로 버리는데 요렇게 모아 두었다가 재활용하면 좋겠네요.
참 꼼꼼하신 성격^*^
저도 저 문구 참 좋아요. 알라딘의 고객님. 소중하게 배달해 주세요~~~

sslmo 2010-11-07 03:37   좋아요 0 | URL
전 잘 못 버려서,덩치로 쌓아놓고 살아요.
위에서도 얘기했지만,박스로 테트리스 벽돌 쌓기를 해도 될 지경이예요~^^

비로그인 2010-11-06 23:02   좋아요 0 | URL
오와. 양철나무꾼님~ 박스를 참 곱게도 보관해두셨네요. ㅎㅎ 8

저도 동참이욥 ^^ 그나저나 양철님 뒷동산 오르시려고요? 너무 무리하지 마시고욥!!

sslmo 2010-11-07 03:40   좋아요 0 | URL
바람결님은 제 실상을 알고 계시는군여~ㅠ.ㅠ
실은 저 벌써 이틀 왕 무리했어요.
작심삼일이라고 낼까지는 어떻게 해보고,
안 되면 횟수를 줄이던지 반만 오르고 내려오던지 해야할 듯~^^

낼은 아침에 비가 산에 못 오를 정도로 왔으면 좋겠어요,ㅋ~.

oren 2010-11-08 14:48   좋아요 0 | URL
뒷동산을 자주 오르다 보면 금방 금방 높은 산들도 쉽게 오르내릴 수 있으리라 믿어요.

저는 개인적으로 (북한산을 가장 많이 다니긴 했지만) 지리산을 제일 좋아하는데, 총각 시절엔 지리산 능선에서 마주치는 이름모를 노부부를 보면서 '환갑쯤 될 나이에 저 분들처럼 지리산 천왕봉을 함께 오를 수 있는 사람'을 반려자로 맞을 수 있다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제 아내는 (거의 매일 애완견과 함께 '정발산'을 오르내리는데) 저와 함께 북한산도 여러 번 갔다 오곤 했습니다. 요즘은 가끔씩 저보고 '북한산 안 가본지 꽤 되지 않았냐'고 거꾸로 물어옵니다. ㅎㅎ


sslmo 2010-11-09 01:09   좋아요 0 | URL
전 북한산은 좋아할 수 없는게,
집이 북한산 근처이고,
직장도 4년전까지만 해도 북한산 근처여서...
헬기 뜨는 소리,'따따따~'랑 산에 올라갔다 다친 사람 수랑 비례했어서 말이죠.

전,개인적으로 치악산이 젤 좋아요.
치악산 정상 부근의 '껄떡고개'요.^^
 
(이벤트)2011년 달력 - 기륭을 생각하다

휘모리님, 축하드려요~^^ 
여름이 되기 전이었던 것 같아요.
6월 14일인가,오이지 님과의 1년 기념 페이퍼를 보고 축하드렸던 것 같은데,
좋은 결실을 맺게 되나 보네요.  

쑥스러워 그냥 지나칠까 했는데,
님의 결혼이신 듯 하여...
저도 축하드리고 싶은 마음에,쭈뼛거리며 참여해 봅니다. 

올 한해 가장 좋았던 책은 <신들의 봉우리>이지만,
님의 결혼 관련 추천해 드리고 싶은 책은 '이현우'의 <책을 읽을 자유>에 잠깐 소개되는,
<숄로호프 단편선>중 '인간의 운명'이라는 중편소설 중 일부인데... 
실은 아직 저도 읽지 못했어요~ㅠ.ㅠ

'숙취 때문에 아무것도 먹지 못하는 날 아침에는 잔소리 대신 절인 오이 안주에 보드카 한 잔 따라주는 아내였다.(92쪽)'


















축가로 소개하고  싶은 곡은 스티비 원더의 곡들이예요.
스티비 원더는 축가 계의 황제라고 해도 손색이 없겠죠~ 
전 개인적으로 My cherie Amour도 좋지만요, 
축가로라면  You are the sunshine of my life도 괜찮지 않을까요?

<Isn't she lovely>
 
Isn't she lovely
Isn't she wonderfull
Isn't she precious
Less than one minute old
I never thought through love we'd be
Making one as lovely as she
But isn't she lovely made from love

Isn't she pretty
Truly the angel's best
Boy, I'm so happy
We have been heaven blessed
I can't believe what God has done
through us he's given life to one
But isn't she lovely made from love

Isn't she lovely
Life and love are the same
Life is Aisha
The meaning of her name
Londie, it could have not been done
Without you who conceived the one
That's so very lovely made from love

 

<You are the sunshine of my life>

 You are the sunshine of my life
That's why I'll always be around
You are the apple of my eye
Forever you'll stay (be) in my heart

I know that this is the beginning
Though I loved you for one million years
But if I thought our love was ending
I'd find myself drowning in my own tears

You are the sunshine of my life
That's why I'll always be around
You are the apple of my eye
Forever you'll stay (be) in my heart

You must have known that I was lonely
Because you came to my rescue
And though I know that this is heaven
How could so much love be inside of you

You are the sunshine of my life
That's why I'll always be around
You are the apple of my eye
Forever you'll stay (be) in my heart

('Cause you are)
You are the sunshine - of my life
(Of my life, of my life)
(Light my fire baby, light my fi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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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0-11-03 2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즌 쉬 러블리~~(콩글리쉬 작렬) 언제나 듣어도 유쾌하고 좋은 노래죠^^
저도 숄로호프 단편선을 소장하고 있는데,, 아직도 못 읽었답니다.
하지만 로쟈 님이 추천하셨으니까 읽어보려고 합니다.^^

휘모리님~ 결혼 축하드립니다. 두 분 오랫동안 행복하게 사시고
백년해로하세요.

sslmo 2010-11-04 00:31   좋아요 0 | URL
이즌 쉬 러블리~~는 이젠 국민팝송 같아요~^^
11월엔 숄로호프를 독려하며 읽어야겠네요.

무해한모리군 2010-11-05 09:08   좋아요 0 | URL
cyrus님 고맙습니다.
아.... 그러나 왜 벌써부터 고생길의 시작이다 이런 생각이 드는거죠? ^^;;

꿈꾸는섬 2010-11-04 1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좋아요. 나무꾼님~~

sslmo 2010-11-05 12:44   좋아요 0 | URL
쫌,,,좋죠?꿈꾸는 섬님~~~^^

stella.K 2010-11-04 1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티비 원더 지금 뭐하며 사는지 모르겠어요. 궁금하네.
책 읽을 자유는 많은 분들이 추천해 주시네요.
저는 로쟈님 전에 나왔던 책이 좀 어려워서 주춤하고 있습니다.
어떤 저자든 처음으로 읽은 책이 어려우면 다음 책을 선택하기가 어려운 것 같아요.ㅠ

cyrus 2010-11-04 17:17   좋아요 0 | URL
저도 사실 많은 독자분들의 입소문에 로쟈님의 전작을 읽었는데,,
기본 지식이 없으면 쉽게 읽을 수가 없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이번에 <책을 읽을 자유>가 선정되어서,,,
걱정되었는데,, 막상 읽어보니깐 이전보다 내용이 어렵지
않았습니다. 간간이 전문적인 지식이 요하는 글이 나오기는 하지만,,^^;;
어쨌든 한 번 읽어보시면 좋습니다.
중간에 읽으면 유익한 책 정보와 소개들도 있으니까요.^^

stella.K 2010-11-04 18:35   좋아요 0 | URL
오호,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고맙습니다.^^

sslmo 2010-11-05 12:47   좋아요 0 | URL
cyrus님,메리베리 쌩 유~^^

stella09님,
전 <책을 읽을 자유>는 읽었으니 숄로호프 단편선만 해결보면 될 듯~
(근데,고전이라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어요~ㅠ.ㅠ)
님도 어여 읽어 보셔요~^^

무해한모리군 2010-11-05 09: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좋다.책을 읽을 자유도 찜 합니다.
cyrus님이 어렵지 않다고 하시니 더욱 용기를 주네요 ^^
양철나무꾼님 고마워요~♡

sslmo 2010-11-05 12:48   좋아요 0 | URL
휘모리님,축하 드려요~♡
 
신들의 봉우리
유메마쿠라 바쿠 지음, 이기웅 옮김 / 시작 / 2010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엎어지면 코 닿을 곳에 산을 두고도,전혀 동하지 않았던 내가 이 책'신들의 봉우리'를 얘기하려니까 이런 반응들이 돌아온다. 

"니가?니가?집 뒷동산에도 안 오르는 니가 뭐어? 에.베.레.스.트?"

근데,난 병에 걸렸다.심한 그리움에 몸부림을 친다.
내 영혼은 에베레스트와 하나였었는데 그동안 깨닫질 못했을 뿐이다.
 
암튼 산악소설로 분류되는 이 책을 집어들게 된건,순전 '통곡''누행록'의 번역에 빛나는 '이기웅'님 때문이다.
난 그동안 이기웅님의 번역들을 참 좋아했는데,이 '신들의 봉우리'는 저자,역자 뿐만 아니라,내게도 최고의 작품이 될 것 같다. 

경험해보지 못한 걸,간접체험 할 수 있는 게 책이 주는 매력이기는 하지만,
이렇게 경험한 듯 생생하게 그려내다니 저자의 필력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옛날에 암벽등반 하는 사람을 알았었다.
근데 이 사람 자기 몸을 너무 아껴서 외상이 없는 새끼손가락의 불편함을 가지고 한달동안 치료받는 걸 본 적이 있다.
몸이 아주 중요한 건 맞지만,죽을 병도 아니고 새끼손가락 좀 불편하다고 한달씩이나 치료 받는 걸 이해할 수 없었다.
근데,이 책을 읽으면서...그 사람의 새끼 손가락은 단지 새끼손가락이 아니라 생명과 직결되는 것이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뭐,이 책을 옛날에 읽었다고 해서 그 암벽등반가에 대한 호,오가 크게 달라지진 않았겠지만...
이런 깨달음으로 이 책을 시작할 필요는 있다.

작가는 후기에서, 
전부 토해냈다.
힘이 미치지 못해 아쉬운 대목도 없다.구석구석 온 힘을 다 기울였다.
열 살 때부터 산에 오르면서 몸 안에 쌓아둔 걸 전부 다 꺼내고 말았다.
그것도 정면에서 맞서 싸우듯이 전력을 다해 산에 대한 이야기를 썼다.이 이야기에 변화구는 없다.
직구.온 힘을 다 쏟아부은 스트레이트.
이제 산에 대한 이야기는 두 번 다시 쓸 수 없으리라.
이게 최초이자 최후다.
그런 이야기를 쓰고 말았다.이만한 산악소설은 아마 더 이상 나오기 힘들 것이다.그리고 아무나 쓸 수 있는 이야기도 아니다.
이제 항복할텐가.
라고 얘기하고 있지만,

내용은 액자소설의 형태를 띄고,시점도 1인칭 주인공 시점과 3인칭 관찰자 시점,전지적 작가시점 사이를 왔다갔다 한다. 
어차피 에베레스트를 神과 동일시 하는 소설의 특성 상 ,전지적 작가시점을 배제할 수는 없었겠지만,글이 갑자기 어설퍼진다.
꼭 얘기를 해주던 변사가 배가 아파 화장실을 간 사이,여러차례 얘기를 들은 관객이 기억을 더듬어 가짜 변사노릇을 하는 듯 하다.

내용은 한줄로 요약할 수도 있겠다.
하부 조지라는 청년이 산사나이로 성장해,에베레스트를 등반하는 과정이다.
더도 덜도 없다.
근데,진한 울림과 감동을 준다.
농밀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땀냄새 폴폴 풍기는 진솔한 얘기들이다.   

인간이란,갖가지 사정을 품고 살아가게 마련이다.이런 사정을 하나씩 결말짓지 못한다면 그다음 일을 시작할 수 없다.그렇게 말해버리면 인간은 아무것도 시작할 수 없다.인간은 다들 다양한 사정을 품고 과거지사를 마냥 질질 끌다가 정리하지 못한 채 다음의 일로 나아가곤 한다.그러면서 풍화할 것은 풍화한다.풍화되지 않고 화석처럼 마음 속에 한없이 방치되는 것도 있다.그런 것 하나 없어서야 인간이라 할 수 없다.(29쪽) 

 

누구도 믿지 않겠다.사진 속의 중년 남성 내부의 소년이 카메라를 향해 말하고 있다.그 대신 그 누구에게도 신뢰를 사지 못해도 상관없다,라고. 
나는 혼자다.
그렇게 마음 깊이 각인한 소년이 사진 속 남자의 내부에 살고 있다.(90쪽)

 

암벽을 오르는데 위험한가,위험하지 않은가,그런 고려는 그에게 필요하지 않았다.어떤 코스로 가야 정상까지 가는데 가장 가까운가,하부에게는 그런 선택의 여지밖에 없었다.(104쪽)

 

바위를 오른다는 행위에는 등반자의 노력만으로 다다를 수 없는 영역이 존재한다.그건 어떠한 이름이 붙은 기술이나 방법도 아니다.재능이라는 모호한 호칭으로밖에 부를 수 없는 것이다.체력에 배포도 있고 기술까지 고루 갖춘 클라이머라면 실수하지 않는 한 별 문제 없이 오를 수 있다.하지만 경력이나 기술,체력 면에서 분명하게 뒤지는 초심자에 가까운 사람이,베테랑도 일정 속도 이상 내기 힘든 암벽을 너무나 가볍게 올라버리는 일이 있다.그건 천성이라고밖에 말할 수 없다.(105쪽) 

 

하부씨,하부 씨 하며 기시는 하부를 따랐다.누군가가 자신을 따른다는 데 하부는 익숙하지 않았다.기시가 따르는 만큼 하부는 기시를 혹독하게 다루는 모양새가 됐다.(119쪽)

 

그 산에 오르지 못한 건 산 탓이 아니다.산은 그 등산가에게 아무 짓도 하지 않는다.그 등산가가 산에 오르지 못했다는 건 그 등산가가 자기 자신에게 졌다는 것이다.그뿐이다.(142쪽)

 

"인간은 양손에 짐을 든 상황에서 또 다른 짐을 들 수는 없지.일단 양손의 짐을 버리지 않으면 다음 짐을 들 수 없으니까." (335쪽) 

 

 지상의 반 이하의 산소 속에 있으면,렌즈 포커스를 맞추고 셔터를 누르는 것만으로 숨이 차온다.셔터를 누를 때 한순간 숨을 멈춘다.그 극히 잠깐의 호흡 정지 상태가 불과 2초 길어진 것만으로 셔터를 누르고 난 뒤 가뿐 숨을 토하게 된다.셔터를 누르고 나서 하악하악 소리 내며 호흡을 한다.결국 고통스러워 눈앞이 캄캄해지고,정상적으로 호흡하기까지 2~3분 동안은 그저 괴롭게 가쁜 숨을 몰아쉬어야만 한다.(363쪽) 

당연히 자연이나 환경문제에 대한 언급이 있고, 
이런 언급이 있기에 이 책이 빛나는 건지도 모르겠다. 

"최근 토박이들마저 나무를 연료로 사용하기가 불편해졌습니다.그런다고 소의 대변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아서 가스나 석유를 사용하게 됐죠.하지만 가스나 석유는 돈이 듭니다.그걸 외국에서 사 올 돈이 네팔에는 없습니다.그 돈을 벌기 위해 관광객을 이 나라에 불러야만 합니다.이 나라의 관광은 히말라야와 산림,즉 자연입니다.그런 자연이 관광객이 오면 올수록 사라져 갑니다.......이 악순환은 누구도 멈출 수 없지요.장작만의 문제가 아닙니다.네팔이 안고 있는 수많은 문제에 대해 파고들면 종극에는 이 나라의 빈곤과 맞닥뜨리게 됩니다." 

 

위로 오른다는 건,아래에서의 일을 차례차례 저편으로 밀어 지워가는 작업일지도 모른다. 아니,그렇지 않다.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지워지는 것이 있는가 하면,반대로 생생해지는 것도 있다.여러 기억들이 멀어지며 피로 속으로 사라져가는 대신,이때까지 지우지 못한 게,남겨놓은 게,한층 분명히 드러나는 경우가 있다.그건 가요코의 일이라든가 혹은 료코의 일이라든가.(384쪽)

 

인생도 날씨와 같다.사람은 살아가며 조우하는 모든 일마다 매번 결론을 맺으며 살아갈 수는 없다.대부분은 그대로 미뤄둔 채 살아간다.살아간다는 건 뭔가를 미루며 걸어간다는 것이다.번거롭다고 이러저러한 일들을 다 내버리고 혼자만 고고히 살아갈 수는 없는 노릇이다.(496쪽)

 

힘내라는 말은 할 필요도 없고 들을 필요도 없다.하부나 후카마치나 이미 온 힘을 다하고 있기 때문이다.말은 필요 없다.
이제 어떤 말로도 격려할 수 없다.
도와줄 수도 없다.협력할 수도 없다.
그저 혼자.자기 혼자만의 힘에 의존할 뿐이다.(559쪽)

'인간의 발이 밟지 못한 거인이 세계에 즐비했던 시기의,그 꿈을 다시 한번 볼 수 있을지도 모르잖아.' (264쪽)<------이 문장은 도통 해석 불능이다. 

이 책에 애착이 간것은,하부 조지가 또 다른 나인 듯 여겨져서 인지도 모르겠다. 
하부는 모든 인간 관계나 삶의 목표를 산을 통하여 배운다.
인간관계를 인간에게서 배우지 않고 말없는 산을 통하여 배우려고 하니,자연 인간 관계가 삐그덕거린다.
하지만,그를 의심하거나 오해했던 사람들도...그의 우직하고 한결같음을 알고 신뢰하게 된다.  

어떤 사람이 좋다,싫다 하는 건 참 애매모호하고 의미없는 말이다.
어떤 일과 관련하여 믿을 만 한가,그렇지 않은가는 또 다른 문제이지만 말이다.
일상에서 사람들과의 관계가 버거울 때 일독을 권한다.

그의 전작들을 찾아 읽겠지만,한동안은 이 책의 여운 때문에 어느 책도 쉽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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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좋아 2010-11-02 18:53   좋아요 0 | URL
어제 집에 가는 길에 황석영의 <입석부근>을 생각하며 걸었었어요. 알지 못 하는 생소한 산악장비와 등반 용어들... 근데 너무나 생생했었던 그 소설... 갑자기 <입석부근>을 왜 떠올렸을까 싶지만, 어쨌든 어제 걸어가면서 그 생각을 했었어요.
손가락끝에 모든 힘을 줘야 하는 암벽등반의 힘겨움이 생생했던 그 소설.

에베레스트 보니까 또 생각나네요.

sslmo 2010-11-02 23:49   좋아요 0 | URL
음,암벽등반 하던 그 사람은 손가락을 쫙 펴서,또는 손가락 하나로 팔굽혀 펴기를 하는 묘기를 부렸었는데 말이죠~

저도 에베레스트 가고 싶어요~^^

cyrus 2010-11-02 20:15   좋아요 0 | URL
등산이라는 것 자체가 어찌보면 인간의 삶과 비슷하고
땔래야 땔 수 없는 활동 같네요,
저 유명한 등산가도 말했잖습니까. 기자가 등산가에게 산을 왜 오르냐고
물어보니깐,,, 그 사람이 하는 말이 "산이 저기에 있으니깐 산에 오른다"고요.
어쩌면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것도 힘든 에베레스트 산을 오르고 있는 등산가와
같다는 생각도 해봅니다. 책 내용이 좋다보니, 포스트잇이 많이 붙여 있네요.^^


sslmo 2010-11-02 23:51   좋아요 0 | URL
저는 도그지어를 못하고 저렇게 포스트잇을 붙여요.
아무리 그래도 저렇게 알록달록한 적은 없었는데,
어찌보면 전위 예술 같지 않아요?^^

oren 2010-11-02 22:15   좋아요 0 | URL
자주 산에 오르지 않고도 산악소설에 심취할 수도 있는가 보군요. 아무튼 '에베레스트'를 오르는 게 한때나마 꿈이었던 시절도 있었는데, 요즘은 이런 책들에 그다지 커다란 감흥을 별로 못느끼는 걸 보니 저도 '열정'이 많이 식었나 봅니다.

'인간의 발이 밟지 못한 거인이 세계에 즐비했던 시기의, 그 꿈을 다시 한번 볼 수 있을지도 모르잖아.'(264쪽) ---> '거인'으로 번역된 부분이 영어의 Giant에 해당하는 단어였다면 거봉(巨峰), 혹은 거벽으로 해석하면 뜻이 이해되지 않을까도 싶군요. 등반사를 보면 황금시대(몽블랑 초등~마터호른 초등까지, 1786년~1865년), 은의 시대, 철의 시대(암벽등반,동계등반) 등등을 거쳐 히말라야 8,000m 등반이 이뤄졌는데(1950년 안나푸르나를 초등한 이후 1964년 시샤 팡마를 끝으로 14좌가 모두 정복됨), '인간의 발이 밟지 못한 거봉이 즐비했던 시기'란 아마도 8,000미터급 14좌와 더불어 7,000미터급(350개)조차 정복되지 못한 시기를 가리키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저 혼자만의 생각입니다.)

1950년 인간으로서 처음 고도 8,000미터 안나푸르나(8,091m)에 오른 프랑스 원정대장 모리스 에르조그는 그의 원정기를 아래와 같이 맺었다고 합니다.
* * * * *
"안나푸르나는 우리가 빈 손으로 갔지만 앞날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다시없는 보물이다. 안나푸르나를 오르고 우리 인생의 새 장이 열렸다. 인생에는 또 다른 안나푸르나들이 있다."




sslmo 2010-11-02 23:56   좋아요 0 | URL
저 책은 산악소설이 아니고,실은 장르소설로 분류돼요.
근데 초반부터 훅~잡아끌어 눈을 뗄 수 없게 하는데,참 좋았어요.

산이라면,동네 뒷산도 싫었었는데...
(저희집이 연신내여서 주말이면 등산 갔다 내려온 사람들의 뒷풀이로 몸살을 앓거든요~ㅠ.ㅠ)
에베레스트가 오르고 싶어 기초를 다질려구요~^^

에베레스트에 오르고 싶었다고 하시니,동지애가 샘솟는 것이...
언제고 궁금한 거 있음 막 여쭤봐도 돼죠?^^

oren 2010-11-04 00:30   좋아요 0 | URL
'에베레스트'를 오르는 꿈은 아무에게나 쉽게 주어지는 게 아니지 않나 싶은 생각도 듭니다. 하지만 지금부터 차근차근 준비한다면 그 누구에게나 불가능할 것은 전혀 없다고도 생각됩니다.

저는 1994년에 암벽등반을 배운 이후로 '생각보다 너무 일찍' 더 나아가기를 포기한 걸 늘 아쉽게 여기지만, 그렇다고 그걸 엄청 후회하는 것 같지도 않는 것 같습니다.

살다 보니 아까운 많은 시간들을 '바위에만 매달리기엔' 해보고 싶은 일이 생각보다 너무 많다 싶기도 하더군요. 그렇지만 암벽만 배우고 '빙벽'까지 나아가지 못한 건 지금도 후회하고 있답니다. 그 때 조금만 더 욕심을 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지요.

양철나무꾼님의 글 덕분에 새삼스레 등산학교 다닐 때 배웠던 암벽등반의 '4가지' 성격들을 다시금 떠올려 봅니다. ① 열정 ② 각오(진지함, 사려깊음) ③ 삼매경(카타르시스) ④ 안전(편법과 변칙은 안된다)

이 책의 작가가 얘기한 [이 이야기에 변화구는 없다. 직구. 온 힘을 다 쏟아부은 스트레이트] 부분은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귀결이 아닐까 싶습니다. '목숨이 달린' 고난도의 숭고한 도전 행위에 있어서 변화구와 같은 '편법과 변칙'은 허용될 여지가 없을 테니까 말입니다.

sslmo 2010-11-04 00:40   좋아요 0 | URL
oren님의 댓글을 보니,와락 눈물이 나려고 해요~^^
이건 감동과 감격의 눈물이라고 해야 할까요.

실은 이 책에 주인공이 마지막 등정을 하는게 마흔 하나로 되어 있어요.
저도 그 마흔 하나고요.

전 제 삶이랑 관련,이 부분이 가장 좋았어요.
"인간이란,갖가지 사정을 품고 살아가게 마련이다.이런 사정을 하나씩 결말짓지 못한다면 그다음 일을 시작할 수 없다.그렇게 말해버리면 인간은 아무것도 시작할 수 없다.인간은 다들 다양한 사정을 품고 과거지사를 마냥 질질 끌다가 정리하지 못한 채 다음의 일로 나아가곤 한다.그러면서 풍화할 것은 풍화한다.풍화되지 않고 화석처럼 마음 속에 한없이 방치되는 것도 있다.그런 것 하나 없어서야 인간이라 할 수 없다."

에베레스트는 오를 수 없을 거예요.
다만 네팔 땅이라도 밟으려면 동네 뒷동산이라도 올라야 하겠지요.
님의 댓글이 제게 동네 뒷산을 오를 수 있는 힘을 주셨어요.
감사해요,꾸벅~(__)

oren 2010-11-04 22:44   좋아요 0 | URL
친한 친구 가운데 한 녀석이 5-6년쯤 전에 마포에서 돼지갈비를 안주 삼아 쐬주 한 잔 나눌 때 툭~ 던졌던 말을 오랫동안 잊지 못하겠더군요.

'세상에는 두 부류의 사람들이 있지. 히말라야에 가 본 사람과 거기에 가보지 못한 사람들... 푸하하하....' 나도 몰랐던 사실이었지만 그 녀석은 그 때 이미 히말라야에 '가 본 사람' 축에 들어 있더군요.

이 친구는 워낙 돌아다니기를 좋아해서 몇 년 전부턴 캐나다에 가서 살고 있는데, 한국에 있을 때도 40대 중반에 해남 땅끝마을에서 통일전망대까지 걸어가지를 않나, 해남의 어느 이름모를 산사에서 반년씩 살다 올라오지를 않나 하여튼 베가본드처럼 살던 친구였죠.

제가 참 존경하는 또 다른 한 분의 얘기도 덧붙이고 싶군요.

14년 전쯤 일부러 오후 시간에 근무시간을 틈내서 '여의도에서 남대문시장까지' 저를 데리고 가서(그 분의 승용차로), 방풍자켓과 슬리핑백이며 암벽화와 안전벨트, 카라비너와 슬링 등 온갖 장비들을 꼼꼼하게 골라 주시던 제 직장 선배분 얘기인데, 그 분 또한 '진작에' 히말라야를 다녀오셨다는 사실을 몇년 전에 우연히 알았답니다. 어찌되었건 저도 살아생전에 꼭 히말라야를 가볼 참입니다.(영화 '버킷리스트'의 주인공처럼 거기서 영원히 잠들어도 좋겠지만, 저는 잠들면 따로 갈 데가 있답니다. 아내에게 가끔식 농반진반으로 '내가 죽거든 깔끔하게 우주로 날 쏘아올려 달라'고 부탁해 놓았거든요.)

sslmo 2010-11-05 12:53   좋아요 0 | URL
믿을만한 소식통에 의하면,
'인간의 발이 밟지 못한 거인이 세계에 즐비했던 시기의, 그 꿈을 다시 한번 볼 수 있을지도 모르잖아.'(264쪽)
이 부분은 님의 해석이 맞답니다.

제가 아무거나 의인화는 쫌 잘하는데,
제가 산처럼 자이언트한 인간이 아니어서 그랬나,
산을 의인화한다고는 전혀 상상도 못했었네요.

저,오늘 아침 일찍 일어나 동네 뒷산에 올랐습니다여~^^

oren 2010-11-08 14:56   좋아요 0 | URL
암벽등반을 통해 고봉을 '등정'하려는 사람들에게는 '자이언트'라는 용어를 흔히 쓰는 것 같습니다.

어쨌든 동네 뒷산을 오르기 시작했으니 '신들의 봉우리'가 새로운 기원을 열어준 뜻깊은 책이 되겠군요. 정말 축하드립니다.

sslmo 2010-11-09 01:10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꿈꾸는섬 2010-11-03 11:30   좋아요 0 | URL
ㅎㅎ에베레스트의 꿈을 이루기 위해 오늘부터 뒷동산에 올라보심 어떨까요?

sslmo 2010-11-03 22:30   좋아요 0 | URL
오늘은 넘 추워서 안되고 날 풀리면 뒷동산에 꼭 오를게요,불끈~^^

꿈꾸는섬 2010-11-04 11:31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아무래도 내년 봄이 되어야겠죠.^^

sslmo 2010-11-05 12:56   좋아요 0 | URL
흠,흠~
이 양철나무꾼을 뭘로 보고...
저 오늘 아침 뒷산에 올랐거든요.

제가 올라보니 '뒷동산'수준이 아니고 제겐 '에베레스트'더군여.
저 지금 벌써 졸립고~노곤하고~졸다가 퇴근할 듯~^^

꿈꾸는섬 2010-11-06 07:06   좋아요 0 | URL
ㅎㅎㅎ나무꾼님 너무 잘하셨어요.^^
뒷동산에 오르는 기분이 참 좋죠?

2010-11-04 18: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1-05 12: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1-05 16: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1-04 23: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1-05 13: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11월이다.
사람에 따라서는 늦가을이라고 하기도 하는데,
입동이나 소설 등의 절기를 생각하면 초겨울이라고 할 수 밖에 없다. 
하긴 마음 가난하기로 따지면,초겨울도 아니고 한겨울이지만 말이다.

왜 한정옥을 꺼내들었는지 모르겠다.
한정옥의 시들은 내게 버겁다. 
<내 몸에 가시>이 시집은 나무에 관한 연작시집인데,
비록 두께는 얇지만 갈피갈피,구절구절,연마다,행마다 멈춰 쉬이 읽히지는 않는다.

격렬함에 대하여 
----나무 10

그리움이 깊으면 애 마르고
생각이 깊으면 사무쳐서
배롱나무에까지 불이 붙었다
꽃이라 해도 가슴만 할까
잘 탄다는 말은 부질없는 분별이라
무엇이 되고자 하는 마음조차 놓자
궁하면 통하는가
불덩이처럼 솟았다
쪽빛 하늘 터졌다 
몸을 쓰니 주변이 환했고
마음을 쓰니 하늘에 닿았다

  

옹이 박힌 슬픔 
----나무 19 

그립다 하기 전에 마음 먼저 떨리어
언제 한번 슬픔 만만했던가
맺힐 때 보석이요 흐를 땐 이미 슬픔이어서
논바닥 쩍쩍 갈라져도 소리내어 울지 못했다
자다가도 벌떡 일어서는 그리움
노염도 집착도 아름다웠던 힘
풀어져 잠이 올 땐 누울 일만 남았다고
옹이 박힌 슬픔 호되게 이마를 치니
둠벙에 비친 버짐나무는 온몸이 후들거렸다 

 

산이 울었다
----나무 34

몸이 아프면 약으로 다스리지만
마음이 결릴 땐 옴짝도 못한다
자주 깨니 꿈길도 토막
혓바닥에 눈물이 고였다
슬픔은 마음을 울리게 한다
울리는 대로 골짜기로 들어가 보니
골짜기에는 놀랍게도 계절이 바뀌고
툭 터진 하늘 하루 길어
갈꽃 다 보았다
어혈이 풀리는 듯
산이 울었다
숲에 물이 빠지고 있었다
산은 말이 없지만
마음을 움직인다 

Wynton Marsalis 한곡 들으며 숨고르기를 해야겠다. 
11월엔 내 템포를 회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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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ren 2010-11-01 11:31   좋아요 0 | URL
한정옥 시인의 이 시집이 너무 좋은데요.

덕유산에서 '물푸레나무'를 몇 번씩이나 살펴보다 왔는데, 한정옥 시인의 '한마디'에도 그 나무가 등장하네요.
* * * * *
나무는 스타일이 없다. 내게도 그것을 일렀다. 나무는 실바람에도 몸을 떨었다. 내게도 그것을 바랐다. 나무는 썩어서 사라졌다. 내게도 그것을 원했다. 어제의 믿음으로 오늘을 살 수 없듯이 어제 본 나무를 말할 수 없었다.

말을 하자면 빛이 들어간 필름처럼 노출된 영혼이 하얗게 질렸다. 눈깜짝할 새 이파리 하나 솟고 눈돌리면 이파리 우수수 졌다. 내 생각에 싹이 트고 내 눈길에 이파리 지는 것을 알아채고는 숲속에 불을 질렀다. 삭정이 솔가지 훌렁 태우고 도끼자루로 쓸 단단한 물푸레나무 기둥 하나 남지 않도록.

sslmo 2010-11-02 11:19   좋아요 0 | URL
그쵸?
님이 적어주신 이 시도 좋구요.
님 블로그의 덕유산 자락들도 다 좋았어요~^^

쟈니 2010-11-01 12:21   좋아요 0 | URL
어제 동네 뒷산에 올랐는데, 여기저기 나무들이 월동준비를 하는 듯 잎을 떨어내고 있었어요. 나무에 기대어 도시를 바라보니, 맘이 짠하더군요. 도시인의 삶.. 직장인의 삶.. ^^ 산 가까이 살고 싶다는 욕심이 자꾸 듭니다. 나무는, 언제 보아도 언제 느껴도 참 좋아요.. 나무에 관한 시라니 더욱 궁금해집니다.

sslmo 2010-11-02 11:26   좋아요 0 | URL
집 뒤에 산을 두고 한번도 안 오르고,
출퇴근길 가로수 단풍든 걸 보면서,세월무상함 따위를 느끼긴 하지만,
나무가 고맙다 이런 신통한 생각까지로 연결되지는 않습니다,뭐~ㅠ.ㅠ
공기의 소중함을 느끼지 못하는 거랑 같겠죠~

이 시집 좋은 데,좀 아파요~

순오기 2010-11-01 14:13   좋아요 0 | URL
양철나무꾸님, 시를 참 많이 알고 소개를 잘 해줘서 좋아요~~ ^^
인용된 시가 다 우리네 아픈 인생을 얘기하니 버겁기도 하겠어요.

sslmo 2010-11-02 11:30   좋아요 0 | URL
시를 많이 알지는 못하고,시집은 좀 읽어요~^^

'우리네 아픈 인생'이란 표현 딱인걸요.
어쩜 인생이란 말,삶의 굴곡이랑 동의어 일지도 모르겠어요.
웃고있어도 눈물이 난다는 노래 가사처럼요~^^

hnine 2010-11-01 14:35   좋아요 0 | URL
따라 읽어보니 리듬이 느껴져 ('운'이라고 해야하나요?) 더 좋아요.

산은 말 없이도 마음을 움직이는군요.
11월은 참 시리고도 따스한 달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sslmo 2010-11-02 11:33   좋아요 0 | URL
님 말씀듣고 따라 읽으니,그러게요~
리듬감과 운이 느껴지는 걸요.^^

벌써 너무 시렵지는 않았으면 좋겠어요~

꿈꾸는섬 2010-11-01 15:04   좋아요 0 | URL
늦가을이라도 좋고 초겨울이라도 좋아요.
그리우면 그리운대로 쓸쓸하면 쓸쓸한대로 사색하기 좋은 계절이에요.^^

sslmo 2010-11-02 11:34   좋아요 0 | URL
우와~
너무 예뻐요.
한편의 시 같아요.

2010-11-01 20: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1-02 11: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1-02 15: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1-02 18: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느린산책 2010-11-01 20:04   좋아요 0 | URL
시월도 가고..
이제 낼부턴 겨울인가봐여 ;ㅅ;

sslmo 2010-11-02 11:37   좋아요 0 | URL
저 아침에 얼어죽는 줄 알았어요,아웅~;ㅅ;

마녀고양이 2010-11-01 21:10   좋아요 0 | URL
11월 첫날 하늘이 파~~~~~~~아래. 진짜 파아~~~~래.

11월은 특징이 없다고, 무시당하는 달이라잖아.
그런데, 11월이 난 좋아.
11이라는 숫자가 너무 단정해서 좋아. 그지그지?

올려준 시집은.. 한방에 훅가서.. 그냥 장바구니로. 땡큐!

sslmo 2010-11-02 11:39   좋아요 0 | URL
11월말까지는 몬 사는 거 아녜요?^^

난 어제 11시11분에 디지털 시계를 보면서 희열을 느꼈는데,말이죠.
11월11일날 한번 더 경험할 수 있으려나?

비로그인 2010-11-02 01:10   좋아요 0 | URL
11월, 그리고 게다가 첫 주.

양철님 잘 보내셨는지요? 저는 오늘을 포함해서 이번 주엔 좀 의미 있는 일을 해볼까 하는 참입니다. ^^

sslmo 2010-11-02 11:41   좋아요 0 | URL
전 요번 주 뿐만이 아니고,11월엔 제 페이스를 찾으려구요.
그러지 않아도,연말이면 시간들이 몇배속으로 흘러가잖아요.
바람결님도 잘 보내고 계시죠?^^

같은하늘 2010-11-02 01:32   좋아요 0 | URL
양철나무꾼님 그동안 안녕하셨나요? 그리고 너무 감사하다는 인사도 남겨요.
너무 정신없는 일정 때문에 다른분들 서재 방문도 못하고, 필요한 리뷰만 남기고 사라져도 꼭 들려주셔 댓글도 남겨주시고... 앞으로는 좀더 자주 뵙도록 할께요.^^

sslmo 2010-11-02 11:45   좋아요 0 | URL
네,저도 자주 뵙고 싶어요.
님의 글들 덕분에 밤시간이 행복해져서 저도 감사한걸요~^^

세실 2010-11-02 09:06   좋아요 0 | URL
제 몸도 마음도 가난해요. 한겨울이예요. ㅠㅠ

sslmo 2010-11-02 11:47   좋아요 0 | URL
실은 어제가 유재하 기일이었어요~
시랑 유재하의 노래를 올리려다가 너무 가난 모드로 가는 것 같아서,행진곡 모드로 바꿨구만~~~
이 노래 들으시면 좀 위안이 되실지도~~~

세실 2010-11-03 16:48   좋아요 0 | URL
아 감사해요 님. 땡큐~~~~
따뜻해요^*^

sslmo 2010-11-03 22:30   좋아요 0 | UR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