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모자를 조문하는 법
                       
                                                     -
 최 호 일 -

꿈을 꿀 때도 노란 모자를 쓰고 있었지 노란 모자라고 불렀던 그 여자
비가 오는 날에도 눈이 크다

곱창과 소주 생각이 나서 곱창에 소주 마시는 생각을 했다
시간은 느리게 갈 것이고
밤은 덜 익은 곱창처럼 질기고 소주는 너무 써
물방울무늬의 암세포가 시간의 덩굴처럼 아름답게 자라는
누우면 젖과 젖 사이가 멀어지는 여자

서른여섯이니까 하늘을 봐요
같은 병실에서 잠이 드는 게 지루하고 미안해 별을 보고 말했다

별은 단순하고 쓸쓸한 쪽에서 빛난다

먼 부부처럼 밥을 따로 떠먹으며
그녀와 함께 바람 부는 날 소주에 곱창을 먹을 확률에 대해 생각했다
이런 생각들은 형광등 불빛으로 멀리 새 나가
더 먼 곳에서 사라진다

안녕, 노란 모자
노란 모자가 불이 켜지는 냉장고 위에 놓여 있다
죽음에 무사히 도착하려면 모자를 벗어야지

누가 내 혀를 잘라서 가지고 있는지
요즘 소주는 싱거워
 

 

며칠전 밤에 공부를 하려고 앉았는데,양말을 신고도 발이 시려운 게다.
시간은 거꾸로 흐르는 법이 없어...툴툴거리고 앉았다가, 
인터넷을 뒤져 맘에 드는 덧신을 포착,
천상자를 끄집어내 천을 고르고 만드는 데 성공했다. 
천을 만지작거리다 보니,
언젠가 feel이 꽂혀 만들어 한동안 잘 쓰고 다녔던 모자도 떠오른다.  


시간이 가면 해결되리라는 것,
시간은 거꾸로 흐르는 법이 없는 것, 
오늘 나에겐 참 고마운 순리이다
.
 

 

 
에코맘 윤아영의 아이옷 + 장난감 만들기
윤아영 지음 / 시공사 / 2010년 4월

인터넷 사이트;
에코맘 윤아영의 아이옷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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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0-12 15:3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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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0-12 15:4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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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0-12 16:2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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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0-13 16: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0-12 21:0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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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0-13 16:3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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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0-10-12 22:51   좋아요 0 | URL
아아니~~~ 어떻게 이런 걸 손수 만들 수 있대요? ^^
저 회색모자랑 버선 정말 이뻐요.
전 손재주가 메롱이라...ㅎㅎ

sslmo 2010-10-13 16:40   좋아요 0 | URL
저거 의외로 어렵지 않아요.
만드는 법이 저 사이트에 자세히 안내되어 있어요.
실은 저 덧신은 좀 커요~ㅠ.ㅠ

그리고 회색이 아니고 청지였는데...
회색이랑도 저랑 잘 어울릴 것 같아요.
아잉,어쩌죠~ㅠ.ㅠ회색으로 하나 더 만들어요~?

꿈꾸는섬 2010-10-12 23:51   좋아요 0 | URL
정말 재주가 좋으세요. 저도 뭔가 만드는 일을 배워볼까봐요.^^

sslmo 2010-10-13 16:42   좋아요 0 | URL
인터넷 사이트 하나만 잘 찾아놔도,
속 시끄러울때 뭔가 꼼지락 거릴 순 있어요.

그러고보면,저 '쫌' 행복한 여잔가 봐여~
그냥 주저안지 않고,이렇게 뭔가를 찾아서 꼼지락거릴 수 있으니 말이죠~^^

세실 2010-10-13 08:40   좋아요 0 | URL
저렇게 고운 덧신을 직접 만드셨다니. 아....손재주 있는 분 참 부러워요.
모자도 참 예뻐요. 가을 모자 사려구 마음 먹고 있는 중입니다.

sslmo 2010-10-13 16:44   좋아요 0 | URL
왠지 세실님은 챙넓은 그런 모자가 잘 어울릴 듯 해요~^^
(어쩜 그 원피스 입은 모습이 제게 인상적이어서 일지도...)

예쁜 모자 인증샷 부탁드려도 돼요?^^

머큐리 2010-10-13 08:57   좋아요 0 | URL
손재주도 놀랍지만...밤에 공부를 하는 그 자세가...흠~~

sslmo 2010-10-13 16:46   좋아요 0 | URL
맹모가 될 수 없으면 한석봉의 엄마라도...ㅋ~.

머큐리님도 야심한 밤에 서재 출동 잘 하시던데요,뭐~^^

전호인 2010-10-13 14:47   좋아요 0 | URL
솜씨가 가히 달인의 수준일 듯......
어제 저녁 늦게 자전거를 타고 운동을 했습니다.
피부에 닿는 바람이 시원하게 느껴진 적이 엊그제 같은데 어느덧 따뜻한 바람이었으면 하고 생각이 들게 할 만큼 차더라고요. 그러니 발도 시릴 수 있는 계절이 된겁니다. 건강챙기시길......

sslmo 2010-10-13 16:49   좋아요 0 | URL
자동차 사고 관련 가슴 아프시다는 건 괜찮으세요?
근이완제라도 드시고 '안정'을 취하셔야 할 분이...자전거라~
건강 염려해 주셔서 감사한데,님 건강도 심히 염려되는걸요~^^

blanca 2010-10-13 22:05   좋아요 0 | URL
노란 모자를 조문하는 법, 두 번을 읽었어요. 아. '툭'이네요. 양철나무꾼님 시간만큼 강함 것이 없는 것 같아요. 발이 더이상 안 시리셨으면 좋겠네요.

sslmo 2010-10-14 00:00   좋아요 0 | URL
저 시 그렇죠?
진짜 '툭'이더라구요.
시간만큼 강한 것도 시간만큼 고마운 것도 시간만큼 덧없는 것도 없는 것 같아요.
발은 안 시리지는 않고 확실히 덜 시려워요~^^

2010-10-14 12:4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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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0-16 12:2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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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0-17 00:2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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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0-17 02:3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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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자(孔子)의 생활난(生活難)
                                - 김수영 -

꽃이 열매의 상부(上部)에 피었을 때
너는 줄넘기 작란(作亂)을 한다.

나는 발산(發散)한 형상(形象)을 구하였으나
그것은 작전(作戰) 같은 것이기에 어려웁다.

국수 이태리어(語)로는 마카로니라고
먹기 쉬운 것은 나의 반란성(叛亂性)일까.

동무여, 이제 나는 바로 보마.
사물(事物)과 사물의 생리(生理)와
사물의 수량(數量)과 한도(限度)와
사물의 우매(愚昧)와 사물의 명석성(明晳性)을,
 
그리고 나는 죽을 것이다.
 


공자는 아침에 도를 깨치면 저녁에 죽어도 좋다고 했다는데,
그런 호기는 김수영의 저 시 속에서도 나타나는데,

사물의 도는 커녕 사람들과의 관계도 버거워 하는 나는,
아무래도 조만간 죽기는 힘들것 같다.
사람의 말이 그렇게 뾰족해질 수 있다는 걸,
그 뾰족함에 찔리고 상처 입을 수 있다는 걸,다시 한번 깨달았다.
피 나고 아프다. 
 

이럴땐 내가 좋아하는 류의 장르소설을 읽어줘야지 하며 펼쳐든 게,<대지의 기둥>이다.
3권짜리인데,아직 1권 밖에 읽지 못했지만...<밀레니엄>급 재미를 준다. 















읽으면서 'C.J.샌섬'의 <수도원의 죽음><어둠의 불>이 생각났다.후속편 격인 <revelation>은 언제 나올 수 있을까?
또 <세상의 모든 딸들>도 생각났다.








 
읽으면서,제목을 잘못 뽑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잠깐 들었다.
원제가 <The Pillars of the Earth>이다. 
'기둥'은 '상부'의 하중을 받치는 것이다.
'땅'의 것을 그러모으는 것은 '주춧돌'정도가 적당하지 않을까?
하지만, '대지의 주춧돌'보다는 '대지의 기둥'이 좀 더 그럴 듯하기는 하다.
작가가 철학 전공자 답게, 일상에 철학적 교훈을 적절히 버무려 넣는다.

톰은 그 일이 도움이 된다는 걸 깨달았다.딱딱한 땅에 삽질을 해서 흙을 퍼올리는 데,집중하자 마음은 점차 비워지고 마침내 안정이 찾아왔다.(120쪽) 

나도 그 일이 도움이 된다는 걸 깨달았다.
책을 읽는데,집중하자 마음은 점차 비워지고 마침내 안정이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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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0-11 09:0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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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0-11 12:5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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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샘 2010-10-12 11:22   좋아요 0 | URL
땅으로부터 일으켜 세우는 건축물의 지지대 역할을 강조하는 정도라면 '기둥'도 괜찮긴 한데요... 근데, '대지'라는 한자와 '기둥'이란 고유어가 융합도가 낮아서 생긴 부조화 같기도 하구요. '대지의 열주들' 이라든가, '땅으로부터의 기둥들'이라면 어떨까... 오부더얼쓰...를 그냥 땅의...라고 번역하니깐, 소유격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거기서부터 솟아난, 또는 일으켜 세워진... 이런 의미라면 좀 색다른 조사를 쓸 수도 있지 않았나... 이런 생각이 드네요. (모르는 자의 자유로운 발언이었습니다. ^^)

양철님의 페이퍼가 '그리고 나는 죽을 것이다 - 마침내 안정이 찾아왔다'로 운이 잘 맞게 끝났네요. ^^
피나고 아프지 마세요.
말만 상처주는 게 아니라, 실제로 있지도 않다는 제 머릿속 생각도 스스로를 상처주곤 하는 가을이니까 말입니다.

sslmo 2010-10-12 00:49   좋아요 0 | URL
1권을 막 다읽었는데 아직까지는 신을 믿고 받드는 사람들의 얘기예요.
근데,더 읽다보면 님이 말씀하신 '땅으로부터의 기둥들'의 의미에 더 가까울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10월을 시작하며 제 다짐이 '삿된 생각에 에너지를 빼앗기지 말자'였는데,
잠시 까먹고 있었네요.
마지막 문장 너무 멋지구리 한 걸요.
진짜 글이 샘솟는 샘,맞으시나 봐요~^^

꿈꾸는섬 2010-10-11 17:21   좋아요 0 | URL
저도 오랜만에 재밌는 책을 한권 보고는 내쳐 아이들 책까지 두권을 읽었어요. 읽으려고 할땐 그리도 안 읽히더니 마음이 어느정도 풀려가고 있나봐요.^^

sslmo 2010-10-12 00:53   좋아요 0 | URL
다행이네요~
이렇게 이렇게 시간이 지나고,
이렇게 이렇게 계절이 바뀌면...좀 나아지겠죠.
꿈섬님도,저도~~~.

순오기 2010-10-12 04:55   좋아요 0 | URL
요즘엔 읽는 일에만 치중하느라 읽고 나서 생각을 키우거나 정리는 역부족이에요.ㅜㅜ
독서마라톤의 폐해(?^^)를 실감하는 중입니다.
말이나 생각의 뾰족함에 찔리는 건 아프지만~ 아픈만큼 성장한다고 생각할래요.^^

sslmo 2010-10-12 15:12   좋아요 0 | URL
네,읽어내시는 책들의 엄청난 양을 보면 존경스러워요~^^

전 아직 내공이 많이 부족한가 봐요.
성장을 내다보기 보단,상처를 끌어안고 있는 걸 보면요~ㅠ.ㅠ

2010-10-12 15:3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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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0-12 15:4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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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급좌파 : 세 번째 이야기
김규항 지음 / 리더스하우스 / 2010년 9월
평점 :
품절


언젠가 아침 출근길에 자전거 공식 유니폼인 쫄바지 차림으로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는 김규항을 본 일이 있다.
난 김규항을 좋아하고,그의 전작을 사서 읽었다고 할 수 있지만,
그를 사진이 아닌 실제로 보기는 그때가 처음이었다.
그것도 삼거리 횡단보도에서 신호를 기다리면서가 아니면 옆을 지나쳤어도 몰랐을 수도 있다.
어찌되었건 그날 하루는 행복하게 시작 할 수 있었다. 

사실 난 左라던가 右라는 말을 절대적인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것은 거울을 놓고 바라보는 것처럼,
기준을 나로 하느냐 상대방으로 하느냐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는,변화무쌍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이런 나도 하늘에 뜬 해나 달,별 따위를 향해선 절대적이라는 이름을 붙여주는데,
좌라고 인정하고 하늘에 걸린 해나 달이나 별처럼 우러르는 사람이 김규항이다.
이렇게 말하니까 좀 거창한데...그의 사상이나 이념들은 변하지 않아 우러를 수 있다.

간혹 그의 홈페이지에 들러 놀기도 하고,
종이로 된 신문이나 주간지 따위에서 그의 글들을 발견하면 스크랩 해 여러번 읽기도 하고 보고 베껴써 보기도 하는 나로서는,이 책 <B급좌파-세번째 이야기>가 새로울 건 없었다. 
여기에 사진도 참 불친절해서 조그맣고 흑백이다.
다만 위안이 되는 건,따님인 김단의 그림 솜씨를 충분히 감상할 수 있다는 거다.
아니나 다를까 책 뒤에 '일러스트 김단'이라고 또박또박 적혀있다.

홈페이지에서 봤던 글들을 다시 봤다고 해서 지루하다거나 진부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는데,
그게 김규항의 <문장론>의 힘인 것 같다.

나의 문장론
나는 글의 소재를 얻기 위해 세상을 들여다보는 게 아니라,세상을 들여다보기 위해 글을 쓴다.
......
간결함,리듬,그리고 쉬움 같은 문장에 대한 내 모든 태도들은 오로지 '내가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명료하게 드러내기 위해서 존재한다.나는 이오덕 선생이 말씀한 '삶을 가꾸는 글쓰기'를 믿는다.모름지기 글은 그런 것이라고 믿는다.글을 씀으로써 내 일상의 에피소드들은 비로소 내 생각으로 정리되며 그렇게 정리된 생각들은 다시 내 일상의 에피소드에 전적으로 반영된다.내 삶과 내 글은 끊임없이 꼬리를  물고 순환한다.내 삶을 더 낫게 만들지 않는다면,나라는 인간을 더 낫게 만들지 않는다면 내 글은 아무것도 아니다.결국 문장에 대한 내 태도는 삶에 대한 내 태도와 같다.(18,19쪽) 

앞쪽의 매체 기고글보다는 뒷쪽의 일기와 단상이 내겐 깊은 울림을 줬는데,
예를 들면,<바람><내 팔자야>같은 경우가 그렇다.

바람
자전거는 앞쪽으로 달리기 때문에 뒤에서 부는 바람은 잘 느껴지질 않는다.그저 '오늘따라 잘 나가는데'하는 것이다.돌아오는 길,마파람에 힘이겹기 사작해서야 바람이 나를 도왔다는 걸 깨닫게 된다.(429쪽)


내 팔자야
후배가 읽고 있던 신형철 평론집을 잠시 일별했다.문학동네에서 낸 책에다"처음 글을 쓴 게 문학동네였고 죽기 전 마지막 글도 문학동네에 쓰고 싶다"고 말하는 '청년평론가'가 좀 한심스럽긴 하지만,인텔리 독자들에겐 꽤나 쾌감을 줄 만한 글들이다.글재주와 감성과 재미를 마음껏 펼쳐내는,창작에 기생하는 글로서 평론이라기보다는 그 자체로 창작인 이런 글을 보면,내가 지금 무슨 말을 하려는 건가를 끝없이 되새기며,수사를 펼치긴커녕 군더더기를 쳐내고 또 쳐내며 쓰는 나는,한편 부러운 생각도 든다.내 팔자야,나도 자유주의자 할 걸,싶은 것이다."독자 입장에서 선배 글과 신형철 글은 정반대인 것 같아요.신형철의 글은 읽을수록 생각의 갈래들이 펼쳐지는 데,선배 글은 읽을수록 생각의 갈래들이 하나로 모아지거든요.(480쪽)
나는 신형철의 글들도 참 좋아하는데,비교하며 읽어볼 수 있어서 재미있었다.

역저 
'관점은 물론 학술적 완성도에서도 '역저'라는 말이 전혀 과하지 않은 책이다.책 값이 좀 부담스럽긴 하지만 이따금은 외식비보다 비싼 책도 사야 하는 법.' (484쪽)

<초기 그리스도교의 사회사>는 이 구절 때문에 구입하였으나 읽을 엄두를 못내고 모셔두었고,
반면 <길은 복잡하지 않다>는 사서 쉽게 읽을 수 있었다.

김규항이 변했다고 느낀 건,<힘들다><말러>같은 글들에서이다.

힘들다.

내가 변하긴 변했나 보다.사람들을 불편하게 만드는 구석이 있는 글을 쓰고 나면 어찌나 마음이 쓰이는지 한참 동안 힘들다.(488쪽)


말러
오래전 나에게 말러를 권했던 후배에게 오늘에서야 "왜 그랬냐?"물었더니 그랬다.
"말러는 제정신이 아닌 낭만주의자라는 점에서 선배와 닮았습니다." (330쪽)


삶의 인문학 
책이 인문학 공부에 유용하다는 건 부인할 수 없다.그러나 책을 통한 인문학 공부는 인문학 공부의 가장 낮은 차원에 불과하다.(510쪽)

<삶의 인문학>은 내가 책이라도 읽을 수 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12년동안 그의 족적을 열심히 따라왔다고 자부하는 나조차도 그에 대해서는 모르는 게 많았고,
또는 장님 코끼리 만지듯 그의 보여지는 일부분 만을 가지고 그의 전체인양 오독하는 경우도 있었다.
여러 곳에서 이미 접했던 단편적인 얘기들이지만,
그것을 한데 아우르고 온기와 생기를 불어넣어 김규항이라는 사람의 사상과 철학으로까지 승화시킨다.

그러고 보면 온기와 생기는,감정과 동의어는 아닌가 보다.
여전히 그의 글들은 따뜻하며 발랄하며,감정적으로 흐트러짐 없고 단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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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0-10-09 06:32   좋아요 0 | URL
사실은 그가 불편하지 않으신거군요~ ^^

sslmo 2010-10-11 02:06   좋아요 0 | URL
불편하긴 하지만,좋은 거지요~^^

2010-10-09 11: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0-11 02: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0-12 04: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0-12 15: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0-12 22: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반딧불이 2010-10-09 11:52   좋아요 0 | URL
12년동안이나 따라다니신 나무꾼님도 대단하시고 그렇게 따라다니게 만든 그 분도 참 대단하신 분이네요.

sslmo 2010-10-11 02:32   좋아요 0 | URL
저야 쉬이 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좀 촌스러운 류이고요,
김규항님 이분은 대단한 분 맞으세요.
근데,혼자 높이 걸려서...좀 외로우실 듯~^^

꿈꾸는섬 2010-10-09 14:39   좋아요 0 | URL
B급좌파 첫번째 이야기 이후 김규항님 책을 읽은게...가물가물...고래가 그랬어 조카 신청해주면서 열심히 읽다가 그나마 요샌 그것도 안봐요.ㅜㅜ

sslmo 2010-10-11 02:33   좋아요 0 | URL
저도 고래가 그랬어,못본지 2년 됐네요.
아들 중학교 들어가면서 못봤으니~~~ㅠ.ㅠ

쟈니 2010-10-09 15:37   좋아요 0 | URL
삶의 인문학 부분의 글이 특히 와닿네요. 김규항씨 블로그 종종 들어갑니다. 그의 짧은 한마디 한마디에서 진정성이 느껴질 때가 많아요.

sslmo 2010-10-11 02:37   좋아요 0 | URL
이분을 보면 글은 삶의 반영이라는 게 느껴져요.

글을 씀으로써 생각과 일상을 정리한다는 말,
반성을 하고 앞으로 나아간다는 말처럼 들려,참 멋져요~^^

차좋아 2010-10-09 19:36   좋아요 0 | URL
그에 대한 애정이 뚝뚝 떨어지는데요 ㅋ
저야말로 그가 불편해서 그의 이름이 거론될 때마다 눈에 상심지 켜고 달려드는 사람입니다.
거의 타진요 수준 ㅋㅋㅋㅋ(아 그정도는 아니고요 ㅋㅋ)

김규항... 싫은 만큼 좋은 사람.

sslmo 2010-10-11 02:41   좋아요 0 | URL
저도 좋을때도 있지만 싫을 때도 있어요.
하지만 싫은 점들이 그의 좋은 점들을 덮어버릴 만큼 크거나 여러개가 아니라서 그렇지,ㅋ~.
예를 들면,공식석상에 (사회자 자리였는데)쫄반바지 차림으로 나가 앉아있는 건 좀 그랬어요.

'타진요'는 유감이예요.
그의 재능을 쓸데없는 데 빼앗기는 것 같아서 말이죠.
한때 그의 노래가사를 들으며 절묘한 라임에 소름이 돋았었는데 말이죠~

다락방 2010-10-10 14:48   좋아요 0 | URL
'사람들을 불편하게 만드는 구석이 있는 글을 쓰고 나면 어찌나 마음이 쓰이는지 한참 동안 힘들다.' 라는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충분히 좋아할만한 가치가 있는 것 같은데요, 양철나무꾼님! 남을 불편하게 하고서도 그건 내 알바 아니야, 라고 돌아서는 사람들이 많은 가운데서, 이것이 누군가를 불편하게 하지 않을까 라고 끊임없이 생각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네, 전 그런 사람이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사람이 좀 더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2010-10-11 02: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0-11 08:3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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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0-11 11:3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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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0-11 13:0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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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절로 2010-10-13 11:14   좋아요 0 | URL
말러는 제정신이 아닌 낭만주의자라는 점에서 선배와 닮았습니다..한참을 웃었어요.
그래요, 살짝 미쳐야 인생이 아름다운 거겠죠?하하하

sslmo 2010-10-13 18:28   좋아요 0 | URL
저 이러다 말러리아에 걸리는 거 아닌지 모르겠어요.
아니다,이미 걸렸다,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2010-10-14 00:48   좋아요 0 | URL
김규항선생의 '존재'는 {예수전}을 통해서 알았어요. 그 전후로도 매체를 통해 그의 글을 간간히 읽곤 하였지만 저는 게으른 독자였죠. 님의 글을 읽어보면서 김규항선생의 책에 대한 독서욕이 생기는군요. 새롭게 눈을 뜨게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sslmo 2010-10-14 01:09   좋아요 0 | URL
전 김규항의 글들은 학문이라고 씌였어도,또는 이념이나 사상이라고 씌였어도...삶이나 생활이라고 읽혀요~^^

북다이제스터 2018-06-08 22:42   좋아요 1 | URL
이미 8년 전에 양철나무꾼님이 김규항을 “생활” 좌파라고 이미 기 언급하셨군요.
이런 저와 우연한 일치가....ㅎㅎ

sslmo 2018-06-09 11:02   좋아요 1 | URL
윗 글 다시 읽으니 감회가 새롭네요~^^
저기 댓글 중에 비밀댓글 들 몇개 보이시죠?
그게 저 당시에 좀 민감한 사안을 가지고 나눈 글들이었는데,
다시 읽으니 그때 소신껏 행동했던 제 자신이 대견스럽네요.

사실 제 리뷰는 기억도 못 하고 있었는데, ㅋㅋㅋㅋ~.
님의 귀한 리뷰를 보는 순간 무한공감하겠는 것이,
댓글을 남기고 싶더군요~^^

님과의 이런 ‘일치‘라니 완전 좋아요, 와락~(())
 

어제 에파타님의 '가출하고 싶다'는 아주 예쁜 페이퍼에 '집에 가고 싶다'라는 댓글을 달았다. 
애석하게도 에파타님은 나의 '집에 가고 싶다'의 뉘앙스를 알아차리지 못하신 듯 싶다. 
(난 이래서 문제다,너무 건너뛴다~ㅠ.ㅠ) 

지금 '부산국제영화제'가 한창이고 개막작으로 <산사나무아래>라는 영화가 올려졌다. 
영화를 보려면 부산에 갈 것이지,왠 '집에 가고 싶다'타령인가 말이다.
'산사나무 아래'의 장이모우 감독의 영화 중에
'장쯔이'가 너무 예쁘게 나온 <집으로 가는 길>이란 영화가 생각나서이다.
영화에선 장쯔이도 장쯔이지만,에파타님의 글에서처럼 무르익은 가을을 만끽할 수 있다.

이게 나의 문제라는 건 알고 있지만 말이다.
내가 '집에 가고 싶다'고 할때,
'난 만두 먹고 싶다'라는 콩떡 같은 댓글을 날려 줄 그대 정녕 없다는 말인가? 

날씨가 아침부터 환장하게 좋다. 
부산에 가고 싶다.
날씨가 아침부터 환장하게 좋은 데,
참,내 원 참...버섯만두가 먹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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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0-10-08 09:19   좋아요 0 | URL
글 자체가 휙휙 날아다니는거 알지?
알듯 모를듯한 그 뉘앙스가 자기 글의 매력이지만 말이쥐.

세상의 누가,
가출하고 싶다 -> 집에 가고 싶다 -> 만두 먹고 싶다로 비약하겠냐고.
뉴코아 백화점의 김치 왕만두랑 고기 왕만두 진짜 맛나는뎅.

아, 일어나자마자 어제 끓여놓은 원두 커피 홀랑 마시고, 또 마시고 싶은데....
원두 갈아서 내려야 해. 귀찮다. 그래도 원두 갈러 가야지~

문득 말야, 재래 시장의 빈대떡 생각난다. 가을엔 막걸리가 제격이야. ^^

저절로 2010-10-08 09:26   좋아요 0 | URL
역쉬~!

sslmo 2010-10-08 14:50   좋아요 0 | URL
뉴코아 아울렛 말하는거지?
난 거기보다 '웨스턴 진'에 있는 그 만두가 더 맛있는데~~~

일산에는 재래시장 있어요?
우리동네에는 빈대떡 맛있게 해서 피자박스에 포장해 주는 집도 있는데...^^
막걸리는 안 흔들고 마알갛게 따라마시는 것도 좋은데~~~

저절로 2010-10-08 09:18   좋아요 0 | URL

만두 먹고 싶어요!!!! 끄앙.

sslmo 2010-10-08 14:54   좋아요 0 | URL
흐흐흐~~~
그렇게 이쁜 글을 올려주신 것만으로도,
그래서 저에게 저 영화를 떠올릴 수 있게 해주신 것만으로도,
감사해요.

근데,,,우리 오늘 저녁은 다들 저마다의 만두집으로 직행하게 되지 않을까요?
난 육계장 먹으러 갈 일이 있는데....

라로 2010-10-08 09:37   좋아요 0 | URL
저도 부산 가고 싶어요!!
만두도 먹고 싶고,,막걸리도 먹고 싶어졌잖아욧!!ㅠㅠ

sslmo 2010-10-08 14:56   좋아요 0 | URL
만두에 막걸리도 절묘한 궁합인걸요~~~
일깨워 주셔서 감사!!!

穀雨(곡우) 2010-10-08 09:41   좋아요 0 | URL
부산에 오세요. 만두 잘 하는 곳 많아요...^^

sslmo 2010-10-08 14:57   좋아요 0 | URL
부산은 만두도 만두지만,
남포동 양파간장에 찍어먹는 순대도 죽음이죠,아흑~ㅠ.ㅠ

다락방 2010-10-08 12:35   좋아요 0 | URL
양철나무꾼님, 이 영화 어때요? 오래전부터 볼까 싶었던 영화였는데 혹 지루하지 않을까 싶어서 관심밖으로 밀어내버렸거든요. 지루하진 않을까요? 올리신 영상의 저 여자가 우는 거 보면 어휴, 앞에 앉아 같이 울고싶네요. ㅠㅠ 일단 만두 좀 주워 담아주고!
이 영화가 양철나무꾼님껜 어떤 영화였는지 좀 말씀해주세요!

sslmo 2010-10-08 15:01   좋아요 0 | URL
장이모우랑 장쯔이라는 이름만으로도 기선을 제압하고 들어가잖아요.

저 영화 잔잔하고 참 이쁜 영화예요.
안 보셨다면 이 가을날 함 찾아보시는 것도~~~
무엇보다도 러브스토리가 해피엔딩예요.^^

울창 2010-10-08 17:14   좋아요 0 | URL
버섯도 좋아하고 만두도 좋아하지만 버섯만두는 먹어본 적이 없어요.
어떤 맛일까요. 먹어보고 싶어요....
만두 이야기에 냉큼 댓글 다는 저는 어제도 만두 먹었습니다.
이 페이퍼 덕분에 오늘도 혹시 만두로 저녁을????
책임지시라 말하고 싶지만, 저도 한 짓이 있어놔서....^^

sslmo 2010-10-09 04:42   좋아요 0 | URL
전 장례식장 갈 일이 있어서,육계장 먹었습니다.
저도 버섯만두는 먹어본 적이 없고,호박만두는 먹어봤습니다.

근데,중국사람들은 어디서든지 어떤 재료를 가지고든 뚝딱 만두를 참 손쉽게 빚더라구요~^^

비로그인 2010-10-08 17:26   좋아요 0 | URL
이런 페이퍼는 올리시면 안돼는거에요, 양철나무꾼님! 덕분에 만두랑 빈대떡 생각만 머릿속에 뭉게뭉게..

회사 지하철역 부근에 큰 만두집이 있어요. 다른 사람들이 퇴근길에 만두 사먹는걸 늘 부럽게 쳐다보면서 '빨리 집에 가야지 뭘 안가고 서서 만두를 먹는담..'하고는 걸음을 재촉하는데, 아무래도 조만간 그 집 왕 고기만두를 맛보게 될 듯 하군요.

쌀쌀한 가을날에 만두란, 거부할 수 없는 포근함이 있지요?

sslmo 2010-10-09 04:44   좋아요 0 | URL
붕어빵과 호떡도 나왔던걸요~
좀 성급하지 않아요?
근데,절기상 '한로'더라구요~^^

꿈꾸는섬 2010-10-09 14:41   좋아요 0 | URL
전 요새 이것저것 다 귀찮아요. 부산도 가기 싫고 만두도 먹기 싫고 게다가 막걸리도 마시기 싫어요.ㅠㅠ

sslmo 2010-10-11 02:52   좋아요 0 | URL
귀찮이즘 모드군요~~~
저도 그럴때 있어요.

근데,스머프 생각이 나서...전 좀 귀여운 걸요~^^

2010-10-10 20: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0-11 02: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양동마을...세계문화유산 등재
까칠한 김작가의 시시콜콜 사진이야기
김한준 지음 / 엘컴퍼니 / 2010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중전님의 서재야 항상 좋은 사진들로 넘쳐나지만,
언젠가 '양동마을..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이 페이퍼의 사진을 보고 이런 댓글을 남겼었다.

나의 댓글;
    우와~~~~
    사진을 보고보고 또 보고,
    나갔다 들어와서 또 보고...그랬어요~

    (저는 사진을 찍을줄도 볼줄도 모르는데...)
    유명한 사진가들의 작품보다 중전님의 사진이 더 좋아요~

   왜냐하면 시선도 크게 넘나들며 욕심 부리지 않으시고,
   정겨운 것이...중전님도 저러실 것 같기 때문입니다.

   다,다,다아,좋은데...전,나무가 만들어낸 둥근 프레임에 자주 멈춥니다.


중전님의 덧글;
   으흠...욕심이 없는 게 사진이 늘지 않는 저의 한계이지요.
   말씀하신 사진은 정말 겸손한 자세로 찍었어요.
   카톨릭 사제가 서품 받는 자세로요.
   바닥에 납작 엎드렸지요.
   둥근 프레임과 그 위의 사진은 '심수정'이라는 누각의 난간이에요.

그때 난 '카톨릭 사제가 서품받는 자세'라는 덧글을 보고,이런 분을 안다는 사실이 참 행복했었다.

이 책은 서재 질을 하면서 인증샷이라는 걸 올릴 일이 많아지다보니,
사진을 좀 낫게 찍어볼 수 없을까 하여 시작하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가 훌륭한 사진사이고,그의 사진들도 다 훌륭하지만,
읽기 시작하자마자 사진에 대한 책으로'만' 축소시키는 게 몹시 아쉬워졌다.

액자가 있는 풍경을 담아내는 방법,창 너머로 보이는 풍경을 담아내는 방법 등을 어찌 사진에 관한 얘기로만 국한시킬 수 있겠는가 말이다. 
창조적 발상에 관한 책이라고 해야 할 것 같은데,
그동안 봐왔던 여느 글쓰기에 관한 책보다 내게 더 큰 깨달음을 주었다.
이쯤되니 내 마음은 분주해졌다.
느낌이 너무 많아,
하지만 하나도 놓치고 싶지 않아,
일일히 코멘트를 붙이고 느낌을 남겨두고 싶었다.

'책을 시작하며'라는 머릿글부터 눈을 뗄 수도 손을 놓을 수도 없었다.
사진을 10년 간 정석으로 배워 두툼한 갑옷을 입었던 그가,
그 무거운 갑옷을 다시 벗는데 10년이 걸렸고,
옷을 벗어버린 지금에서야 사진을 진심으로 즐기기 시작했다는 구절이 나를 잡아 끌었다.

그러면서 활짝 열린 가슴을 소유한,창작할 자격이 충분한 사람이 될 가능성으로 '우뇌'를 꼽았고,
그의 그리 거창하지 않은 우뇌훈련법은 이렇다.

슬픈영화를 보며 엉엉 울어도 보고,
야한 영화를 보며 음흉한 미소도 지어 보고, 
머릿속 필름이 뚝 끊기게 술도 마셔 보고,
눈물이 뚝뚝 떨어지는 슬픈 이별도 해 보고,
심장이 터질 것 같은 사랑의 감정도 느껴 보고,
하루종일 하품만 하는 한량 백수로도 살아 보고,
고래고래 유치하게 큰소리로 버스기사와 싸워도 보고,
무책임하게 잠수를 타버린 채 휴대폰을 꺼버리기도 하고,
햇살 좋은 오후 내내 윈도쇼핑을 하며 백화점을 어슬렁거리기도 하고,
충동구매로 55만 원짜리 청바지를 사놓곤 내내 목을 맬 듯 후회도 해 보자.
갑자기 꽂혀버린 음악을 수십 번 반복해서 듣기도 해 보고,
장르 불문의 전시회에 가서 작픔을 살 것 같은 진진한 표정으로 쿠레이터에게 난해한 질문을 던져 보자.
문득 터미널로 달려가 어딘지 모를 땅끝마을을 향해 떠나도 보고,
클럽 스피커 위에 올라가서 일행들이 부끄러워할 정도로 신나게 춤을 춰 보자.

이건 우뇌훈련법이라기 보다는 '일탈의 비법'이라고 봐야할 것 같다.
열네 개의 방법 중 고작 네개만 해본적이 있는 나로서는 우뇌인은 고사하고,일탈이라고는 꿈도 꾸지 않는 왕평범한 인간인 것 같아 씁쓸하다.

자신의 고양이 목에 싸구려 카메라를 매어 주고 모양이의 하루 일과가 끝나면 카메라를 꺼내 사진을 추려 내다 파는 한 '고양이 사진가'에 관한 얘기도 생경했다.
거기서 까칠한 김작가는 이런 깨달음을 얻는다.

가치있는 사진,주목 받는 사진,팔리는 사진은 단순히 멋진 피사체를 잘 찍은 사진이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말이다.쿠퍼는 우리가 무관심하게 지나쳐 버린 소재들을 우리가 감히 상상하지 못하는 구도와 앵글로 멋지고 용기 있게 찍어버렸다.네살짜리 고양이에게 한 수 제대로 배웠다.(90쪽)
노숙자의 공허한 눈동자와 꾸질꼬질 때가 낀 손,사진학과 졸업전시의 단골 소재인 양로원에 버려진 팔순 노인의 주름살에서 우리는 인생의 굴곡을 느낄 수 있다.하지만 당신이 발표한 그 사진으로 노숙자의 자식과 팔순 노인의 자식은 가슴이 아프고 세상 앞에 부끄러워질지도 모른다.당신이 당신의 피사체를 책임질 수 없다면 그들의 아픔을 이용해 대중들에게 감동을 파는 행위는 자제했으면 하는 바람이다.(93쪽)
프로페셔널 사진가들과 당신의 차이는 그리 크지 않다.
하지만 프로작가들은 당신보다 많이 찍는다.
그것이 당신과 그들의 차이점일 뿐이다.(111쪽) 

이런 부분도 참 마음에 들었다.
이건 내가 인터넷 시대 글쓰기에서 내가 지향하는 바이기도 하다.

인물을 관찰하라.그 인물의 장점과 단점을 재빠르게 파악한 후 장점은 부각시키고,단점은 쓰다듬어 주듯이 덮어 주어라.그 사람이 가진 개성을 과장되게 드러낼 것인가 부드럽게 묻어 줄 것인가에 대해 판단하라.(126쪽)
종종 작업자의 고집은 함께 일하는 사람들을 힘들게 하지만,고유의 스타일에 대한 줏대를 가지고 창작하는 사람들은 인정해 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술에 술탄 듯,물에 물탄 듯 사람 좋은 작업자는 작업과정을 편안하게 해 주지만 결과에 대해서는 책임지기 힘들기 때문이다.(140쪽)

그의 이런 시선도 배우고 싶다.

가끔 이유없이 우울할 때가 있다.우울함은 식욕과 같다.배가 고프면 밥이 먹고 싶듯,가끔 찾아오는 우울함은 사진을 찍거나 피아노를 치게 만든다.우울함과 사이좋게 노는 방법들을 알고 있는 게 다행이다.(170쪽)
사진을 창작하기 위한 가장 순도 높은 재료는 당신의 소중한 기억과 추억이다.
...
금요일 밤에는 좀 놀아.술도 마시고 음악도 듣고,여행도 좀 가고 적당히 사고도 치고 좀 그럴래?(172쪽)
흑백사진은 말수가 적은 철학자가 가끔 한마디 툭하고 던지는 말에 감동을 받는 것과 비슷하다.색에 대한 정보의 포기,그것은 추상적이고 함축적으로 메시지를 툭 던져 준다.왠지 멋지지 않은가?
"사진 좋아 보여요.완성도도 뛰어나네요.
하지만 그거 알아요?화학조미료는 음식을 맛있게 하지만 음식을 다 먹고 나면 갈증이 나며 뒷맛이 좋지 않고 장기적으론 몸에도 좋지 않다는 것 말입니다.
나도 한때 내 사진에 온갖 조미료를 잔뜩 넣었던 적이 있어요.그때는 사람들을 자극시켜 '와~'라는 탄성을 들었지만 몇 년이 지난 지금은 그 사진들을 다시 보지 않아요.다시 보게 되는 일이 있어도 정확히 눈을 맞추지는 않게 되네요."(234쪽)


그는 김중만을 이렇게 표현하고 있다.

한구석이 조금 외로워 보이는 그는 사진과 평생 지치지 않는 사랑에 빠진 것 같아 부러웠고,종종 사진과 사이가 좋지 않은 내가 부끄러웠다.

 
너무나 많은 것을 깨달았고,그리하여 나의 사진은 계속 이 모양일 것이다.
다만 창조적 발상은 진일보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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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일탈 훈련법
    from 마녀고양이의 느릿느릿한 서재 2010-10-05 14:53 
    양철나무꾼님의 리뷰 중간에 나오는 창의력 훈련을 위한 우뇌 훈련법이다.  슬픈영화를 보며 엉엉 울어도 보고, 야한 영화를 보며 음흉한 미소도 지어 보고,  머릿속 필름이 뚝 끊기게 술도 마셔 보고, 눈물이 뚝뚝 떨어지는 슬픈 이별도 해 보고, 심장이 터질 것 같은 사랑의 감정도 느껴 보고, 하루종일 하품만 하는 한량 백수로도 살아 보고, 고래고래 유치하게 큰소리로 버스기사와 싸워도 보고, 무책임하게 잠수를 타버린 채
 
 
머큐리 2010-10-05 11:12   좋아요 0 | URL
양철댁의 리뷰는 구매충동과 추천충동을 발생시키는군요..^^

sslmo 2010-10-06 01:45   좋아요 0 | URL
머큐리님의 리뷰도 구매충동과 추천 충동 발생시키거든요~
어디 리뷰 뿐인가요?페이퍼도 그렇지,남겨주시는 댓글도 그렇지~^^

마녀고양이 2010-10-05 14:10   좋아요 0 | URL
내가 자기보다 일탈 지수가 훨 좋다. 난 10개는 해봤네..
대체 4개가 머야 머. 그래서 양철나무꾼이구나? 가슴이 모자라~~~

그리고,, 양철나무꾼이 시릴 가슴이 어딨다구 맨날 시리대? 큭큭.

나 그림 솜씨 봤지... 그래도 난 그냥 그렇게 살래.
사진두 못 찍지만, 그것두 그냥 못 찍는대루. 그러니까
나무꾼님두 잘하는 항목,,, 그만 늘려, 내가 쪽팔려서 같이 못 있겠당~ 호호.

sslmo 2010-10-06 01:47   좋아요 0 | URL
무슨 사진을 못 찍어요?
사진 좋기만 하구만...
난 사진은 좋아지기 힘들 것 같고,사진기를 바꿔야 할까봐~^^

그래,그림은 평균 이하야,인정~!

저절로 2010-10-05 18:43   좋아요 0 | URL
저, 위에것 다해 봤구요.
단지,버스기사 아저씨가 아니라'지구대 경찰아저씨'와 싸움질 해봤어요.
저보고 아줌마래요 글쎄~!!

글구, 마지막 것은 제 무기죠.
<우리 사무실에선 저땜시 노래방 안가요>


sslmo 2010-10-06 01:51   좋아요 0 | URL
에파타님은 노래를 부르시와요~
제가 탬버린을 흔들지요~

근데, 위에 것을 '다'해 보셨다구요?
엄머머,부러워라~
사부 어떻게 한 수 가르쳐 주십시~!!!

순오기 2010-10-05 20:58   좋아요 0 | URL
우뇌훈련법~ 제대로 해 본 것은 6개 뿐이군요.ㅜㅜ
하지만 저기에 나오지 않은 일탈은 좀 해봤어요.ㅋㅋ
소중한 기억과 추억을 만들기 위해 계속 진행중...

sslmo 2010-10-06 01:55   좋아요 0 | URL
언제 날잡아 저기에 나오지 않는 일탈들 소개 좀~^^

직업적인거랑,넷상에서는 용감무쌍해 보일지 모르지만,
저 실은 되게 부끄럼 많이 타요~
예전에도 숫기없어 못했던 것들,
지금이라고 나아지기는 힘들 것 같아요~ㅠ.ㅠ

꿈꾸는섬 2010-10-06 00:01   좋아요 0 | URL
전 한개 빼고 다 해봤어요.ㅎㅎㅎ
물론 지금으 하라고해도 못해요.ㅠㅠ

sslmo 2010-10-06 01:56   좋아요 0 | URL
에파타님과 더불어 싸부로 임명~!!!

싸부 한 수 가르쳐 주십시~^^

gimssim 2010-10-06 11:15   좋아요 0 | URL
저도 저 사진책 사서 봐야겠어요.
사진이 영 제자리걸음이어서 말이지요.
전 술도 못 마시고, 55만원 짜리 청바지도 없고, 신나게 춤도 출 줄 모르는데...
이럴 때 제가 하는 말.
"관계없다아~" ; 이 말은 황순원님의 소설<신들의 주사위>에 나오는 첫 구절이지 싶은데 인증을 하려니까 책이 어디갔는지 보이지가 않네요.
하여튼 나중에 찾기로 하고
"관계없다아~" ㅎㅎㅎ

sslmo 2010-10-07 13:13   좋아요 0 | URL
중전님이 제자리라고 하심은...무거운 갑옷을 벗는 10년쯤이실 것 같은데~~~
암튼 속으론 기분 좋습니다.
엄청 바쁘셔서 서재엔 두문불출 하시는 중전님을 이렇게 불러낼 수 있었으니까요.
가끔 안부가 참 궁금하지만,
재촉을 하는 것 같아 망설이게 되거든여~^^

cyrus 2010-10-06 17:07   좋아요 0 | URL
오~ 우뇌훈련법! 일부 사항은 실제로 하기에는 제 속에 숨어 있는 소심함이
자꾸 저를 방해하네요^^;; 그래도 살면서 제일 중요한 것은...
항상 웃는 것과 긍정적인(즐거움, 기쁨, 행복...) 마음을 가지는 것이
좋은 거 같습니다. 글을 읽으니깐 괜스레 기분이 좋아지네요ㅎㅎ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ㅋ

sslmo 2010-10-07 13:03   좋아요 0 | URL
감사~~~
그렇군요,실제로 하기엔 우리 속에 숨어있는 소심함이 자꾸 우릴 방해하지요~^^

하지만,왕소심들이 한번 일탈하면 더 무섭다니까요...저만 그런가?ㅎ.ㅎ.ㅎ.

2010-10-06 20: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0-07 13: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전호인 2010-10-07 09:49   좋아요 0 | URL
강의만 하지 마시고요.
실습을 원합니다.
더군다나 인생강의라면 실습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요?
실습, 오호 급땡김이어라.
급급급!

sslmo 2010-10-07 13:10   좋아요 0 | URL
실습이 급땡기신다구요?
이 책이 급땡기신다구요?
아님,내가 실습하는 그 날을 학수고대 하신다구요?
위 댓글에서도 얘기했지만,왕소심들이 한번 일탈하면 더 무섭다니까요,불끈~!

穀雨(곡우) 2010-10-07 14:38   좋아요 0 | URL
사진, 쨍하게 찍는게 소원입니다.^^
옆지기 왈, 자기가 찍음 왜 맨날 흔들려? OTL

sslmo 2010-10-07 15:35   좋아요 0 | URL
이 책 보면...
까칠한 김작가는 흔들린 사진을 예술 사진 취급하기도 하죠~^^
님도 호기를 함 부려보세요,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