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덮는 순간, 떠나고 싶게 했던 책을 추천해 주세요!

 

 

 

 

 



<제프리디버 지음/최필원 옮김/비채/2010년6월>

걸어다니는 거짓말 탐지기 캐트린 댄스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잠자는 인형>을 읽고,떠나고 싶었다고 얘기를 하려니 아이러니컬 하다 싶기도 하지만, 난 이 책을 읽고 그 어느 여행기를 읽었을 때보다 간절하게 여행이 떠나고 싶어졌다. 

불을 지핀건 캐트린 댄스가 CBI요원이라는 데서였다. 
CBI를 우리말로 풀이하자면 '캘리포니아 연방 수사국'이다. 
처음엔 한 나라도 아니고 한 주의 수사국 요원 정도가 책을 이끌어 나갈 수 있을까 싶어 시큰둥했었는데,자료를 찾아보니 캘리포니아주는 우리나라의 두배 정도 되는 땅덩어리이다. 

사건의 계기가 되는 '우물'을 놓고,캘리포니아의 베이커스 필드는 사막기후에 가까워 '우물'물이 생활용수로만 사용된다는 설정을 이끌어낸 점을 보면서,제프리 디버에게 감탄할 수 밖에 없었다. 

암튼 캘리포니아는 미국의 최고지점과 최저지점을 함께 안고 있고,세로로 길게 뻗은 주여서 기후도 4개(지중해성,서안해양양성,사막,건조 기후)를 골고루 가지고 있다. 

때문에,미국의 다른 지역과는 달리,캘리포니아 한 주만 방문하여도 미국의 최고지점과 최저지점을 함께 경험할 수 있으며,여러국립공원과 디즈니랜드를 경험할 수 있을거라는 쪽으로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이미지 출처 네이버 백과사전>  

이런 벅차오르는 감정을 간신히 추스리며 책을 읽다보면,캐트린 댄스의 맨토로 '마이클 오닐'이 나온다. 
마이클 오닐은 '몬터레이반도'에 터를 잡고 사는데, 존스타인벡 의 소설 <통조림 공장 골목>의 주인공 닥을 연상시킨단다. 

"만가 낚시와 보트를 사랑하는 마이클 오닐은 존 스타인벡 소설,<통조림 공장 골목>의 한결같고 겸손한 주인공,닥을 연상케 했다.사실 장서가이기도 한 그는 존 스타인벡의 모든 작품을 초판본으로 소장하고 있었다(그중에서도 스탠더드 푸들과 함께 한 작가의 미국 여행기,<찰리와 함께 한 여행>을 가장 좋아했다.오닐은 나중에 기회가 되면 그 여졍을 똑같이 흉내 내볼 생각이었다).(54쪽) 

 


 


 

 
<통조림공장골목/정영목 역/문학동네/2008년4월>  
<찰리와 함께 한 여행/이정우역/궁리/2006년 6월>

이쯤에서 연상을 접었어야 하는데,나는 '존스타인벡'의 소설들을 좀 읽었었다.그리고,그 중 <찰리와 함께 한 여행>을 가장 최근에 읽었었다. 
<찰리와 함께 한 여행>의 경우에는 번역가 '이정우'의 불굴의 의지 얘기를 들어 더 좋아하게 된 게 맞지만,암튼 <찰리와 함께 한 여행>을 들추다보니면,간신히 잠재워 놨던 가슴에 또다시 불이 지펴진다.

*인간은 영혼이 슬프면 병균에 의해서보다도 더 빨리,훨씬 더 빨리 죽게 된다는 정리를...(71쪽) 

*정력은 출구를 가져야 한다.없으면 출구를 찾게 마련이다.(320쪽) 

*찰리는 서성거리질 않고 바싹 다가앉아서 어깨를 내 무릎 위에다 꼭 대고 있었다.그가 그런 행동을 취하는 것은 오직 내가 아플 때 뿐이다.나는 비애 때문에 병이 났던 게 틀림없다.(357쪽) 

*미국에 관한 글을 쓰는 작가지만 나는 실은 기억에만 의존해 왔다.그런데 기억이란 기껏해야 결점과 왜곡투성이의 밑천일 뿐이다.나는 참된 미국의 언어를 듣지 못하고 미국의 풀과 나무와 시궁창이 풍기는 진짜 냄새를 모르고,그 산과 물,또 일광의 빛깔을 보지 못했던 것이다. 
오직 책이나 신문을 통해서 미국의 변화를 알았을 뿐이다.허나 어디 그뿐이랴.25년 동안이나 내 나라를 몸으로 느껴보질 못했다.간단히 말해서 알지도 못하는 것을 써왔던 셈이다.이른바 작가라면 이것은 범죄에 해당될 일이다.
 

바로 이부분에서 '제프리 디버'의 내공을 다시 한번 떠올렸다.자신의 작품 속에 '존스타인벡'이라는 대작가와 작품세계를 녹여낼 수 있는 그가 너무 멋져보였다. 
제프리 디버는 존스타인벡에 따르면 이'알지도 못하는 것에 대해서 쓰는 범죄'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할까?자신의 작품 속에 자신의 감정을 이입시킬만한 인물을 만들어 내고,그를 통하여 자신의 감정을 녹여내는 행위로 답을 들려주고 있는 것은 아닐까?

*미국사람들은 구경을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나중에 이야기를 하기 위해 여행을 한다(225쪽) 

어디 미국사람만 그럴까? 
세상사람들의 반 이상은 이렇지 않을까? 

여기서 꼬리를 물고 생각난 책이 안정효의 '번역과 수비'-여기에 '존 스타인벡'에 대한 안정효의 해석이 나오는데 나로서는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을 했던 부분이다. 












 
<안정효/세경/2006년6월>

 *...여기서는 그의 문체를 이해하는데 필요한 사항만 간단히 추려서 소개하겠다. 
스타인백의 대표작인 <분노의 포도>는 1930년대 세계 프롤레타리아 문학의 최고봉으로 꼽힌다.스타인 벡은 젊었던 시절 한때 사회주의에 관심이 많았고,그래서 노벨상을 받고 난 다음에도 미국에서 심한 푸대접을 받았다.따라서 그는 서민층의 애환을 다룬 작품을 많이 남겼으며,그런 경향은 중편소설<진주>를 보면 쉽게 이해가 간다. 
...
이렇게 작가를 이해하게 되면 그의 작품이 민초를 다루는 낭만적인 내용과 사회적인 고발을 많이 다룬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그렇다면 <Travels with Charley>라는 작품의 성격은 어떠한가?

여기서 꼬리를 물고 생각난 책이,<번역의 탄생>이다. 

  

 

 

 

 



 <이희재/번역의탄생/교양인/2009년2월> 

떠나고자 할 때 언제고 떠날 수 있는 사람들은 책 한권을 덮고 꼬리에 꼬리를 무는 페이퍼는 쓰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나는 떠나기는 여의치 않으나 잠시 꿈꿀 수 있어서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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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6-29 11: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6-29 12: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10-06-29 11:58   좋아요 0 | URL
왜 이러셔요?
이런 리뷰는 정말 감당할 수가 없는겁니다.
쬠만 덜 멋지게 써주시기 바랍니다.

양철나무꾼 2010-06-29 12:19   좋아요 0 | URL
말 한마디로 다녀올 수 있는 여행도 있는 거군요~^^
마기님 댓글에 기분이 좋아져 '헤에~'잠시 여행을 다녀온 기분입니다.


마녀고양이 2010-06-29 16:35   좋아요 0 | URL
추천 꾸욱 꾸욱~~~
나무꾼님, 멋져염!

나중에 이야기하기 위해 여행을 한다... 이건 좀 슬프네요. 저라면 여행은 여행이라서 여행을 한다... 이렇게 말하고 싶어요!

양철나무꾼 2010-06-30 09:35   좋아요 0 | URL
아~그렇게 해석될 수도 있겠네요.
저는 나중에 이야기하기 위해를...추억을 되내이기 위해 정도로 생각했었거든요.
한순간 한순간이 나중에 돌이켜보면 추억이잖아요.
마녀고양이님과 제가 이 순간 여기서 도란도란 거리는 것도 나중에 생각해보면 좋은 추억이 아닐까요?
아,그랬으면 좋겠다아~^^

꿈꾸는섬 2010-06-29 23:47   좋아요 0 | URL
정말 멋진 글이에요. 꼬리에 꼬리를 무는 책 이야기 너무 좋아요.^^

양철나무꾼 2010-06-30 09:42   좋아요 0 | URL
다른 걸로는 칭찬 받아봤지만,치열한 경쟁사회에서 응당 노력의 댓가 정도로 생각하고 살았거든요.
멋진 글이라고 칭찬해 주셔서 넘 기분 좋아요.감사해요,히힛~^^


루체오페르 2010-07-01 15:37   좋아요 0 | URL
으아 이런 리뷰라니~
이런 독서법, 리뷰 작성법 좋은데요!
추천합니다.^^

양철나무꾼 2010-07-02 10:21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따라쟁이 2010-07-01 21:19   좋아요 0 | URL
인간은 영혼이 슬프면 병균에 의해서보다도 더 빨리,훨씬 더 빨리 죽게 된다는 정리를...

아아~~~~~ 다락방님의 페어퍼에 이어, 여기도 지름신을 불러일으키는 글이. -ㅁ-;;
책도 좋을것 같지만, 리뷰도 엄청 엄청 좋은데요? 아.. 나도 리뷰.. 이런 리뷰를.. -ㅁ-;;;;

양철나무꾼 2010-07-02 10:24   좋아요 0 | URL
그간 댓글을 달지 않았을 뿐이지...
저도 뭐 따라쟁이님의 페이퍼를 보고 님의 감수성과 통통 튀는 글솜씨에 침 흘리고 부러워 했던 1人입니다요~^^
 
노 임팩트 맨 - 뉴욕 한복판에서 환경에 영향을 주지 않고 살아남기 1년 프로젝트
콜린 베번 지음, 이은선 옮김 / 북하우스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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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뭐 눈에는 뭐만 보인다고,좀 챙피한 얘기지만...난 처음 이 책을 '장르 소설'로 생각했었다.
내 머릿 속에는 그 옛날부터'OO 맨 시리즈'가 각인되었던 터라,이것도 그 연장선쯤으로 생각했었고,
언젠가 보았던 '임팩트'라는 제목의 영화도 부추겼다.

펼쳐들자마자 이내 그런 내용이 아닌 환경문제를 다루고 있다는 걸 알게 됐지만,
언젠가 보았던 '북극곰을 위한 일주일',영화<2012>의 연장선에서 흥미로웠다.

평범한 한 남자가 뉴욕이라는 도시 한복판에서 '1년간 환경에 영향(임팩트)을 주지 않는 삶을 살아보기'로 한다.
하긴,뉴욕이라는 도시 한복판에서 쇼핑마니아인 아내와 기저기를 차는 딸을 데리고 그런 삶을 살겠다고 하는 것부터가 평범하지는 않지만 말이다.

이 남자 '콜린 베번'으로 말할 것 같으면 역사분야 에서는 전문저술가였지만,환경에는 문외한이었단다.
그런 그가 어느 겨울날 뉴욕의 기온이 21도를 찍은 한겨울에 여름날씨를 경험하고서, 환경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게 된다.
보통의 사람이었다면 환경위기에 무력하고 문외한인 자신을 발견하고 반성하는 것 쯤으로 끝났겠지만,그는 '1년간 환경에 영향(임팩트)을 주지 않는 삶을 살아보기'로 프로젝트를 기획한다.
저술가이니 1년간의 과정을 책으로 쓰고 다큐멘터리 영화로도 만든다.

환경을 위해 익숙한 일상을 일부러 불편하게 만드는 급진적인 실험을 시작하면서, 저자는 절대 뉴욕을 떠나지 않는다.
도시생활에서 어쩔 수 없이 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을 때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통해 상쇄하기로 한다.(마이너스 임팩트+플러스 임팩트=노 임팩트)
또한 무조건 참기만 하는 금욕주의에 반대하며, 환경문제를 두고 이기주의와 이타주의를 대립시켜 죄책감만 양산하는 논리에도 동의하지 않는다.
'지속 가능한 삶'의 대안을 바로 자신의 터전에서, 자신의 생활 속에서 찾아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북극곰을 위한 일주일'을 보며 무한감동을 받고,영화<2012>를 보며 환경에 대해 위기 의식을 느꼈던 것과는 달리...
솔직히 이 책을 읽은 나의 소감은 극과 극을 달린다.

'1년짜리 프로젝트 기획'이라는 것 때문에 책을 읽는 내내 인위적이고 작위적이라는 느낌과,어떤 일을 지속하기에 1년이라는 기간은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다...사이에서 왔다갔다 했다.

다른 건 다 백번 양보한다고 쳐도,
기저기를 차는 어린 딸의 우유를 냉장고가 없이 보관하는 건 좀 심하지 않았나 싶다.
'걸어갈 수 있는 곳은 걸어가고 먼 곳은 가지 않는다.' 같은 경우,
이 사람의 친척이나 친구들과의 인간관계가 해체되지 않은 게 오히려 놀라웠다.

내가 이 사람의 프로젝트가 시큰둥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어쩌면,
거창하게 환경이나 지구온난화,북극곰의 눈물 등을 모르는 우리 모두의 부모님들은...
아직도 시골에서 이런 삶을 살아가고 계시는 걸 알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한평생을 지난하게 살아왔던 우리의 부모님들이,
이제 먹고싶을 걸 사먹을 수 있는 여유가 있다한들 당신 한입 거두자고 피자를 시켜드시지도 않으실 것이고,
전기차단기를 내리진 않더라도 더운날 손부채를 마다하고 선풍기를 세게 틀지도 않으실거다.

우리의 부모님들도 겪으셨을 적적함과 외로움을 헤아리지 못한 내가 이제 와서
환경에 영향을 주지 않고 살려는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실행하느라,
이 남자 '콜린 베번'이 캄캄한 방 안에서 낙담하고 화를 내고 난감해하고 외로움에 아파하기도 했다고 한들 살뜰히 이해한다고 얘기하지는 못하겠다.

1년 동안의 실험에서 저자와 가족이 경험하게 되는 것들,
텔레비전을 치우고 전기를 끊고 나서 가족 간의 대화를 되찾고,
로컬 푸드를 찾아나선 재래시장에서 공동체의 연대의식을 느끼고,
강변의 쓰레기를 주우러 가서는 위기를 함께 헤쳐나갈 이웃의 존재를 깨닫고 하는 것들은,
시골에 계신 우리의 부모님들은...당신들의 삶,한평생을 거쳐 유난떨치 않고 고스란히 살아내고 계시기 때문이다. 
 
*실천은 그 결과가 아니라,그 자체로 올바른 것이니라.그대는 실천의 결과를 목적으로 삼지 말 것이며,나태에 심취하지도 말라(98쪽)

*재생 가능한 에너지와 지속 가능한 제품을 생산하는 비법을 개발도상국에 전수할 방법도 찾아야 한다.그래야 전세계적으로 소비가 늘기 시작해도 우리 별이 견딜 수 있다...우리는 지금 역사상 전무후무하게 한 배에 타고 있다는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다.바닥에 구멍이 꿇리지 않게 서로 돕지 않으면 다 같이 침몰하게 될것이다.(201쪽)


*난 딱 한가지를 아쉬워할 것 같다. 더 사랑하지 못한 것. 더 사랑하지 못하고, 재물과 성공에 정신이 팔려 있었던 것. 인생은 너무나 짧고 금세 끝이 난다. 그 인생을 무엇을 위해 쓸 것인가?(281쪽)

*교도소가 많고 경찰이 많은 곳이 가장 안전한 동네가 아니다. 좋은 학교가 있고 환경이 꺠끗하며 젊은이와 노동자들에게 기회가 많은 곳이 안전한 동네이다. 우리가 꿈꾸는 미국의 도시가 그런 곳이다. 시스템은 정의롭고, 도시는 기회가 넘치고, 길거리는 평화로운 곳이다.(308쪽)

해질녘에 가까운 공원에 가서 아이와 다정하게 산책하면서 저녁 노을을 보고 이야기하고 집에 와서는 촛불 아래에서 이야기하는 그런 삶을 낭만적인 삶, 인간적인 삶이라고 얘기하는 사람들에게 묻고 싶다.
시골에서 오늘도 그렇게 그렇게 살아가고 계실 우리 부모님들의 지난한 삶을 부러워 해본 적이 있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지금 이 책을 얘기하는 이유는,
다른 이론서들처럼 이론을 제시하고 기획하는데 그치지 않고
시도하고 온갖 장애물을 피하지 않고 부딪히며 실험을 벌인 덕분에,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과 우리 삶에서의 의미까지 되새겨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1년 동안 살았던 삶을 그대로 유지하지는 않지만,되도록 자기가 수행했던 일은 실천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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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0-06-12 13:52   좋아요 0 | URL
세번째 노란 줄에 집중해야죠!
인생을 어떻게 살것인가 다시 생각해보게 되어요^^

양철나무꾼 2010-06-14 14:18   좋아요 0 | URL
전 그동안 '더 잘해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려 왔거든요~
이 책이 아니라도 요즘 제 화두는,'잘하지 못해도 괜찮다~'입니다.

느리게 천천히 걸으면서,그동안 내가 그냥 지나쳤던 걸들을,
이제부터라도 충분히 느끼려구요~^^

마녀고양이 2010-06-13 12:03   좋아요 0 | URL
이런 책은 항상 맘이 복잡해져여,
또한 환경 문제 역시 그렇죠. 무엇인가 한참 잘못 되었다는 것은 알겠는데, 어디서부터 바꿔야할지도 막막하고.. 바꾸려면 불편을 감수해야 하는데 문명의 이기를 포기하기도 싫고.

하지만 지하철을 타면 다들 조그마한 액정화면 보느라 정신없잖아요,, 그걸 보면 확실히 한심해져버려요,, 인간이란 종족이~ ㅎㅎ

양철나무꾼님,,, 저 보고싶으셨죠? 저두염!!

양철나무꾼 2010-06-14 14:19   좋아요 0 | URL
네,네,네,네,네~^^

비로그인 2010-06-18 08:19   좋아요 0 | URL
선물 보내드려야되는데...얼른 신상 읊어주세요~~ㅎㅎ

양철나무꾼 2010-06-22 10:05   좋아요 0 | URL
ㅎㅎㅎ~~~

마녀고양이 2010-06-21 19:19   좋아요 0 | URL
요즘 바쁘신가봐요? 많이 뜸해지셨네요?
항상 좋은 일 가득하시고, 건강하셔염~

양철나무꾼 2010-06-22 10:07   좋아요 0 | URL
네,돌아왔슴~다.
근데 계속 바쁘네요~ㅠ.ㅠ

이렇게 친히 왕림하시어 안부를 남겨주시고 감읍할 따름입니다~^^

 
플럼 아일랜드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5-1 존 코리 시리즈 1
넬슨 드밀 지음, 서계인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11월
평점 :
절판


역자가 '서계인'이란 걸 발견하지 못했다면,이 책은 읽지 못하고 그냥 지나갈 했다.
처음 접하는 작가인데다가,표지에 '의학 미스터리,경찰 수사물,해양모험담 등...' 하나로 접목될 수 없지 싶은 문구들이 나열되어 있어 심한 과장 아닌가 싶었고,
거기다가 책 초반부에 나오는 '존 코리'로 말할 것 같으면,
'나 마초다,어쩔래?꼬우면 배째!'
하는 식의 다소 대책없는 캐릭터인데,
남자들은 어떨지 몰라도 여자들은 선뜻 감정이입하기 힘든 주인공이다.

하지만,초반부의 '배째!'를 참고 견디면,
이 모두가 절묘한 조합이라는 생각이 들어 고개를 주억이게 되는데,
이 책에선 이걸 '정교한 스릴러'라고 표현하고 있다.

책 표지의 작가소개를 들춰보니 이사람 <멘사>회원이다.
SF 소설의 거장 '아이작 아시모프', '다빈치 코드'의 작가 '댄 브라운' 등이 이에 속한단다.

IQ높은 천재라는 게,머리가 좋다는 건지 기억력이 좋은 건지는 모르겠지만...
책 전반에 걸쳐 사소한 부분까지 일관성이 있고 개연성이 있다.
인물의 캐릭터를 전형적인 틀에 맞게 빚어내는 품 또한 일품이다.
(돈 관련 부분 일치되지 않는 곳이 있긴 하지만,이건 번역과정에서 ','를 잘못 읽어서 비롯된 것 같다.
맞춤법이나 어법이 틀린 곳도 몇군데 있다.)

다시 한번 얘기하지만,우리의 '존 코리'형님으로 말할 것 같으면 마초 되시겠다.
이 '플럼 아일랜드'가 <'존 코리'시리즈>의 처음 시작이라서 '존 코리'의 캐릭터를 설명하느라고 다소 자세하고 느끼(?)하게 시작하는 것 같다.

똑똑한 '넬슨 드밀'옹께선,
주인공을 그렇게 멋지구리하게 만들어야 남자들이 감정이입 할 수 인물이 되겠는 건 알았지만,
여자들로부터 반감을 사리라는 생각은 못했나 보다.
로맨스 구도가 나와줘야 재미가 더해지는데,
그렇다고 청춘 남녀의 구도로 끌어가기에는 다소 평면적일 것 같고,
그래서 택하게 된 게 중년의 이혼남이 아니었을까 싶다.
형사라는 직업이 결혼생활을 유지하기에 적합하지 않아서 이혼을 하게 된다는 건 좀 오버스럽고,
그래야만 자유 연애를 지향할 수 있고 그래야 얘기를 재밌게 이끌어 나갈 수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싶다.
(하긴,내가 그동안 읽은 책들을 아무리 되짚어 봐도 '돈나 레온'의 '귀도 브루네티'정도인 것 같지만....)

암튼,여자고 남자고 유머러스한 사람이 인기짱이라는 시대상을 반영하듯,우리의 존코리 형님도 유머러스하다.
어찌보면 다소 썰렁한 유머를 날려주시는 데,그 노력이 가상해 안습이라고 해야할까?
그래도 미워할 수 없는게,'모든 여자는 내편,나의 매력에 푹 빠질거야.'하는 자뻑족이지만,
남자를 향하여는 경쟁의식으로는 부족해 알 수 없는 적개심을 드러내니까 말이다.

초반의 느물거리는 존코리를 친근한 우리의 존코리형님으로 만든건,역자의 번역솜씨 덕인 것 같다.
블랙 유머라고 불리우는 다소 썰렁한 유머,단어를 사용하여 만들어 내는 유머 같은 건...
우리의 정서에는 맞지 않을 수도 있을텐데 겉도는 느낌이 전혀 없다. 

존코리 형님에게 처음 감정 이입을 할 수 있었던 건 '48쪽'의,
인생에는 많은 옵션이 있게 마련인데,그중 절대로 선택하지 말아야 할 것이 '음성경고'옵션이다.
...
"키가 점화장치에 꽂혀 있습니다.사이드 브레이크가 걸려 있지 않습니다."

라는 대목에서였다.
음성 경고의 목소리가 '내 전처의 목소리와 꼭 닮았다'는 문장에서,
어느 나라고 남자고 여자고 잔소리는 좋아하지 않는구나 싶어 키득거렸었고,
그러니 처음에 '마초'여서 별로였던코리 형님이 인간적으로 보이고 좋아지기 시작했다.

코리 형님은 좀 독특하다.
여러가지 발상의 전환을 하고 블랙유머를 구사하고 하는 건 그렇다고 쳐도,
형사라면 꼼꼼하고 과학수사를 지향할텐데,
용의자의 집주소 같은 건 한번 듣고 머리로 외워버리고,
중요한 서류를 꼼꼼히 검토해 봤다는 내용은 어디에도 없다.
그냥 먼하늘 바라보고 풀밭에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머리 속을 정리하고 마음을 추스를 수 있다.

'그것은 마치 눈구멍에 고정되지 못한 듯이 사방팔방으로 움직이는 검은 구슬 같은 두 눈이다.'(307쪽)

"그리고 작고 둥근 눈이 반짝반짝 빛나더군요."
"교활해 보이는 눈이기도 하죠."(351쪽)


"그래요,좀 천박하게 들릴지도 모르겠지만,흥미로운 사람이나 아름다운 사람들도 때로 얼마나 천박해질 수 있는지 아신다면 놀랄 겁니다."(325쪽)
같은 평가법은 동양의 관상 체계에서만 통용되는 건 줄 알았는데,
존 코리 형님도 이 방법을 적용해서 분석해 내는게 다소 놀랍고 흥미로웠던 부분이다.

하지만,'넬슨 드밀'과 '존코리'형님에게 이렇게 호의적으로 바뀐 내가 백번 양보해도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은 겉표지의'의학 미스터리'라는 문구와 관련해서이다.

'맞습니다.합법적인 생물학 연구가 잠재적인 생화학 무기 연구로 바뀔 수도 있는 어떤 질병들이 존재하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65쪽)

'세균은 세균이다.세균이 소와 돼지와 인간을 구분할 리가 없다.방어를 위한 연구와 공격을 위한 연구를 구분할 리 없다.예방백신과 세균폭탄을 구분할 리 없다.자신이 좋은 세균인지 나쁜 세균인지조차 알 리 없다.'(66쪽)

'생물학 연구'라는 단어가 등장하니까 '의학미스터리'라고 한것이라면,
생화학 무기 연구'라는 단어가 등장하니 '전쟁 미스터리'라고 해야겠다.
의학보다는 전쟁이 더 호기심을 자극하고 눈길을 끄는 '단어'일테니까 말이다.

단순 마초인 줄만 알았던 '존 코리'형님도 알고보면 나약하고 섬세한 사람이다.
'외풍 심한 카다란 집에서 2,3주간 지내며 내가 알코올 중독자가 될지 운둔자가 될지 시험해볼 만도 하다.'(77쪽)
같은 표현도 그랬지만,
'사실,맥스를 괴롭히고 있는 것은 밀실공포증이 아니다.나를 포함해 용기있는 행동파 사내들 대부분이 그렇듯 맥스는 총으로 해결할 수 없는 종류의 위험이 싫은 것이다.'(204쪽)

'지금 우리는 정신적으로든,육체적으로든,박사가 말한 것처럼 '면역실험'을 당하고 있는 듯했다.머리가 멍해지고 몸이 무거워졌다.하지만 더 나쁜 것은,기분이 침울해지는 것이다.만약 내게 영혼이라는 것이 있다면 거기도 아플것이다.'(218쪽)

219쪽에서 존코리 형님이 갑작스러운 공황상태를 겪게 되는 것도 놀라운 일이었다.

평상시의 그라면, 
'사실,편집증도 오랫동안 거기에 사로잡혀 상식의 틀을 벗어나지 않는다면 일종의 재미이기도 하다.'(295쪽)
하고 의뭉스럽게 넘어갔을테니 말이다.
 
'우리는 깁스에게 시간을 내줘 고맙다고 말했고,그는 방문해줘서 고맙다고 했다.즉 우리는 서로 거짓말을 주고받은 것이다.'(174쪽)

'항구에 정박해 있는 배는 안전해요.하지만 그것이 배의 존재이유는 아니죠."(299쪽) 
'사람이란 나이를 먹을수록 짊어져야 할 짐은 많아지고,그걸 들어올릴 힘은 떨어지는 법이다.'(448쪽.)
같은 멋진 말들도 남발한다.
 
암튼,677쪽이 길게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재미있는 건 사실이지만,
'존코리'시리즈의 처음이라고 하여 여러가지 얘기들을 문어발처럼 벌여놨다는 느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이제 막 친근감을 느끼기 시작한 '존코리'형님의 다음 행보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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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0-06-09 20:02   좋아요 0 | URL
얼~~~잼있겠는데요.
나무꾼님 문체는 말이죠~~~~
절대 여성스럽지 않아요~~~~^^

양철나무꾼 2010-06-10 11:12   좋아요 0 | URL
네,재미로는 two thumb up할 수 있습니다.

문체도 여성스럽지 않지,
독서 취향도 편식이 심하지 않지,
잃어버린 마음을 찾아 '자아 정체성'을 회복해 보려고 하는데...
이렇게 '정체'해 버리는 건 아닌지,에효~ㅠ.ㅠ

비로그인 2010-06-10 12:46   좋아요 0 | URL
이론이론~~~
나무꾼님 덕분에 조지아 오키프랑 페터 회의 책들을 걍 질렀다아입니까~~~
나 미쵸!
난독증 걸렸담서, 책 욕심은 병에도 안걸리나봐요~ㅠㅠ

양철나무꾼 2010-06-10 14:43   좋아요 0 | URL
조지아 오키프는 난독증에 관계없이 금방 읽으실 수 있을 것이고,
저는 요,페터회는 재밌다고 안 했습니다.
난해해서 재미는 보장 못한다는~끙(,.)

비로그인 2010-06-10 20:38   좋아요 0 | URL
으흑~~~페터회 책은 4권이나 샀구만~~~ㅠㅠ

양철나무꾼 2010-06-11 09:49   좋아요 0 | URL
책꽂이에 꽂아 놓는것만으로도 빛을 발하는 책들이 있죠~^^
'스밀라'를 먼저 읽으셔서 이 사람 문체에 길들여 놓으시면,
'콰이어트 걸'도 문제 없으실겁니다.

왜 이리 간사한 웃음이 배실배실 새어나오죠~ㅋㄷㅋㄷ.
 










주문을 깨다
대니얼 데닛 지음, 김한영 옮김, 최종덕 해설 /
동녘사이언스 / 2010년 5월



옛날엔 과학의 영역과 종교나 철학의 영역을 별개로 놓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근원으로 올라가면 과학이나 철학이나 종교가 한 뿌리에서 자라나는 다른 갈래의 나무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건 얼마 안 되었는데... 
남자는 일생을 통하여 일이나 직장이 모든 것에 우선인 반면, 
여자들은  부모에서 배우자로 거기에서 자녀로 관심이 옮아가다가  
거기서 번지수를 잘못 찾아 외로워 외로워 하거나 바람이 나거나 종교를 갖게 되는 것을 보고, 그런 생각은 굳혔다.
부모나 배우자나 자녀나 바람이나 종교나 대상이 틀리지만 근원으로 올라가 마음이 틀리지 않을 거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바람은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고 종교는 괜찮다고 하는...그 잣대라는 것이 정말 공정하고 절대적인 것이냐 뭐 이런 생각을 했던 터였다.   

다시 말해 '종교는 신성불가침 한 것이니 무조건 믿어야 한다.' 
는 생각을 조금만 비틀면, 
'맞나 틀리나 한번 과학적으로 연구해보자' 
이 정도의 유연한 사고는 나와줄 수 있는 게 아닌가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종교는 말살해야 할 정신의 바이러스에 불과하다!'
라는 도발적인 주장을 담은 '리처드 도킨스'의 <만들어진 신>을 과격하지만 일리있다고 생각했었지만,종교계의 반발에 부딪쳐 큰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게 못내 아쉬웠었던 터였다.
이 책 <주문을 깨다>는 '리처드 도킨스'의 <만들어진 신>과 함께 나란히 출간된 종교 비판서인데,우리나라에는 이제야 번역되어 나온게 못내 아쉬울 뿐이다.

다시 한번 얘기하지만,
종교가 무조건 틀렸다는 게 아니라,
'맞을 수도 있고 틀릴 수도 있으니 한번 연구해보자'
는 견해에 전적으로 수긍하겠기에 이 책이 흥미로웠다. 

책 제목 <주문을 깨라(breaking the spell)>에서 직접 겨냥하고 있는 '주문'은 종교를 솔직하고 전면적으로 탐구하는 것을 막는 '금기'다.
주문 깨기는 곧 <벌거벗은 임금님>처럼 종교를 둘러싸고 있는 거짓과 신화, 위선의 장막을 걷어내려는 시도다.
<벌거벗은 임금님>에서 모두가 임금님이라는 권위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사실을 폭로하지 못하는 것이나, 떨어져도 죽지 않는 높이인데도 나뭇가지에 매달려 아래를 보지 못하는 사람에 비유한다. 저자는 그 사람들에게,
" 과감히 폭로하라! 나뭇가지에서 손을 놓고 떨어져라!...놓으시오! 놓으시오! 추락하는 걸 느끼지도 못할 겁니다!"(47쪽)
라고 얘기한다. 

'신에 대한 믿음은 명백한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게 만든다. 그것은 신에 관한 전승 지식의 많은 부분이 산타클로스나 원더우먼에 관한 지식처럼 ‘믿을’가치가 없다는 사실이다. 이상한 것은 그것에 대해 웃어도 괜찮다는 것이다. 신을 번개 막대기를 들고 구름 위에 앉아 있는 엄숙하고 수염이 덥수룩한 사람으로 묘사하거나, 이런저런 불행을 안고 천국에 도착한 다양한 사람들에 대해 음란하거나 순진한 농담을 늘어놓는 그 모든 만화를 생각해 보라. 이 유머의 보고는 가장 완고한 청교도들을 제외하고 모든 사람을 킬킬거리게 만들지만, 우리가 창세기 2장 21절의 하느님으로부터 얼마나 멀리 벗어났는가를 마음 편하게 인정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276~277쪽) 

종교적 실체를 믿지 않는다 하더라도, 종교는 도덕성을 함양하고 삶의 의미를 주는 긍정적측면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그가 들려주는 대답은 "확인된 바 없다"는 것이다.
그는 오히려 신앙의 절대성을 추구할 수밖에 없는 종교의 특성상 관용의 제스처는 위선이며 언제든지 광신과 배타성의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다윈의 진화론에 기반해, ‘초자연’을 내세우는 종교를 검증한다.
'신은 정말로 존재할 수도 있고, 우리를 창조한 지적이고 사랑을 베푸는 존재일 수 있지만, 종교 자체는 여러 현상들의 복잡한 집합체로서 완전히 자연적 현상이다.'
종교의 도덕적 원리가 절대적 선험성이 아니고 인간 사회의 최적화를 위한 자연적 체계일 뿐이라는 것이다.
그는 종교의 사회적 기능에도 의문을 제기한다.
'종교는 목숨을 구한다. 하지만 담배도 그렇다. 베트남 전쟁 때 종교보다 담배에서 훨씬 더 큰 위안을 느꼈던 병사들에게 물어보라.'
 그는 신은 존재하는가, 종교는 과연 우리를 도덕적으로 만드는가와 같은 물음들을 따지며 ‘신이라는 망상’을 깨야 한다는 주장을 펴간다. 

하지만,그가 이 책에서 설명한 종교의 진화 과정 역시, 그 스스로 인정하듯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가설이다.  
다시말해,과학서로 접근하려 한다면,아무것도 명쾌하게 대답해내지 못하는 고로...대책이 안 서지만, 
각종 종교현상을 둘러싼 무수한 호기심에 대해서 그냥 얼버무리거나 '좋은 게 좋다'는 식으로 넘어가지 않으려 한다면, 
종교와 과학의 최전선의 대척점을 확인하고자 한다면,충분히 재밌게 읽을 수 있겠다. 

참고로,  
미국의 진화심리학자 '제프리 밀러'가  쓴 책 <메이팅 마인드>를 아주 재밌게 읽었던 터라 이 책이 마냥 어려울 거라는 부담을 덜어낼 수 있었다. 



 연애
제프리 밀러 지음, 김명주 옮김, 최재천 감수 / 동녘사이언스 / 2009년 1월

메이팅 마인드
제프리 밀러 지음, 김명주 옮김, 최재천 감수 / 소소 / 2004년 4월
('연애'라는 이름으로 표지를 바꿔 새로 나왔나 보다)



그동안은,인간이 왕성한 성적에너지를 발산하고 표현하는게 충분치 못하기 때문에 예술을 하고 과학연구를 하는데 사용하는 것으로 '승화'시킨다는 '프로이트'의 이론만을 알고 있었던 나에게,여성에게 선택받고 섹스를 즐기기 위해 언어,예술,도덕,창의성...을 찬조한다는 제프리 밀러의 이론은 신선했다.

과학서이기 때문에 어떤 과학적 근거가 있고,그래서 실험을 통해 얻은 결과이고,그래서 다 '참'인 명제여야 한다고 생각했었을 때는 좀 부담스러웠는데...
생각을 바꾸어,'진화심리학'계에 이런 이론도 있는데 사고가 유연하고 재미있다고 생각하면 읽기가 쉬워진다.

*자연선택;생존경쟁을 통해 이루어지는 진화과정
*성선택;번식경쟁을 통해 이루어지는 진화과정

내용은,성선택에 대한 설명,예전에 다윈이 성선택설을 얘기했었는데 묻혀있다가 다시 부상하게 된 배경,성선택설의 여러 관점 들에 대해서 얘기하고 있다.

성선택을 풀어 애기하자면,'수컷이 과시하고 암컷이 고른다'는 뜻이란다.수컷은 구애하기 위해 언어,예술,도덕,창의성 등을 사용한다는데 나의 경우를 돌이켜 봤을 때 '언어구애'가 가장 설득력있다.

"...첫째,여성들은 한결같이 열렬한 언어구애를 받고 싶어 한다는 사실이며,둘째는 구애노력의 비용이 높기 때문에 남성들은 성적 관계를 시작하거나 재개하기 위해 필요한 순간에만 구애노력을 하도록 진화했다는 사실이다..."

다시말해,인간의 모든것들이(사랑이라든지,사랑이라는 말을 사용할 수 없어 운명이나 소울메이트라고 미화시킬 수 밖에 없는 경우든지 간에) 유전자의 생존과 번식이라는 진화에서 시작되는 거지,감정적 미숙도,자제를 못해서 순간적으로 울컥하는 것도,인성교육을 제대로 못 받아서 생기는 것도 아니라는 얘기이다.

이 책의 내용대로라면,우리는 원시시대를 살고 있던지,성만을 위해서,성을 댓가로 사는 것이 된다.

적어도 우리를 이런 원시시대에서는 끄집어 내서,우리의 감정적 성숙이나 자제를 통해서,인성교육을 통해서 바뀔 수 있는 것이라고는 해 주어야...동물들과는 다르게 사는 게 되지 않을까?

이 책의 경우도,저자가 끝내주는 글빨을 가졌고,번역도 훌륭하고,내용도 재미있다.하지만,이론을 설명하기만 했을 뿐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지 못해...못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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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섬 2010-06-03 20:44   좋아요 0 | URL
오,,읽어보고 싶으네요. 제프리 밀러...아직 한번도 읽어보지 못한 것 같아요. 글을 보니 흥미롭네요.^^

양철나무꾼 2010-06-04 09:46   좋아요 0 | URL
네,종교적인 유연함을 가진 분이라면 충분히 재밌게 읽으실 수 있을겁니다~^^

루체오페르 2010-07-01 15:48   좋아요 0 | URL
좋은 리뷰 잘 봤습니다.^^
종교에 대한 제 견해가 이쪽인지라 관심이 갑니다.

양철나무꾼 2010-07-02 10:27   좋아요 0 | URL
리스트에 '주문을 깨다'와'노임팩트맨'을 본 것도 같네요~
읽으시고 얘기를 나눠봐도 재밌을 것 같네요~^^

루체오페르 2010-07-02 11:59   좋아요 0 | URL
견해가 다른 경우 토론,토의를 통해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하나의 교류인데
아무래도 종교는 민감한 주제라 다른 견해끼리는 친한 사이라도 꺼내기 어렵더군요.^^;

맞습니다. 예전에 담아놨거든요. 방문해서 제 리스트까지 봐주시니 감사합니다. 글이 별로 없어서 리스트를 보신거 아닐지 걱정입니다.ㅎㅎ;

양철나무꾼 2010-07-02 13:30   좋아요 0 | URL
아뇨,그렇지 않구요~

글은 두고두고 차근 차근 읽어야 할 것 같았고요,
리스트를 보며 성향을 좀 엿봤죠~^^
 
울지말고 당당하게 - 하종강이 만난 여인들 우리 시대 우리 삶 1
하종강 지음, 장차현실 그림 / 이숲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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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때는 책이 아주 두꺼워 며칠을 싸들고 다녀야 하는 경우도 있지만,어떤 때는 책은 가볍고 쉬이 읽히지만 쉽게 넘어갈 수가 없어 며칠을 곰국을 우려내듯 내 안에 보금어 둘 때가 있다.

하종강의 이 책<울지 말고 당당하게>도 220쪽짜리의 한 손에 쏙 들어오는 간간히 그림도 들어가 있는 얇은 책이지만,내 안에 한참을 보금어 두고픈 책이다.

부제가 '하종강이 만난 여인들'이라고 되어 있는 것에서 미루어 짐작 할 수 있듯이,그동안 다른 책들에 한번 나왔던 인물들 중 여인들만 가려냈다 할 수 있겠다.

그게 살짝 아쉽기는 했지만,책의 내용이나 그림들,책과 그림과의 조화 그 밖의 다른 모든 것들은 흠잡을 데 없이 훌륭하다.

책머리에,
'곧 5월.세월은 흘러도 다시 처음처럼 뜨거워질 사람들에게,그동안 만난 여인들에게,그리고 미처 말하지 못했던,훨씬 더 많은 한결같은 그대에게 이 책을 바친다.(11쪽)'
라는 헌사로 이 책을 시작하지만,
이 책을 읽는 것은 남녀노소 어느누구여도 좋다고 생각한다.

34쪽의,
' 할머니의 슬픔을 외면하고도 바르게 살아갈 수 있는 이데올로기가 있다면,그것은 거짓이라고 생각했다.


51쪽 의,
"신청인이 지금 대답하시면서 자꾸 울먹이시는데,그렇게 울지 마세요.당당하게 맞서세요.만일 여기서 일이 잘못되더라도,물론 노동위원회에서 그런 결정을 할 리는 없겠지만,절대로 포기하지 마세요...용기를 내세요.나쁜 사람들과 당당하게 맞서 싸우세요."

이런 글귀는 나라도 그여인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얘기이기도 하지만,
그가,그 책 속의 여인들이 나에게 해주는 말을 듣는 수혜자이기도 한 셈이다.
다시말해,그런 위로와 격려 속에서 나 자신을 다잡고 부추길 수 있어서 이 책이 좋다. 




61쪽의,
복잡하게 생각할 것 없다.이 어린이집 선생님 같은 사람들이 이런 일을 혼자 겪으면 너무 힘에 부치니까 서로 도우며 함께 하자고 모인 것,그것이 바로 교사노동조합이다.노동자들이 옳은 일을 서로 도우며 함께 하자고 모인 것,그것이 바로 노동조합이다.그래서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만들 권리를 전 세계 거의 모든 나라에서 노동자의 신성한 당결권으로 보장하고 있는 것이다.

노동조합은 결코 노동자에게만 유익한 집단이기주의적 조직이 아니다.노동조합은 우리 사회의 잘못된 문제점을 고쳐 더 좋은 사회로 만들어 가는 올바른 수단을 제공한다.노동조합은 지금까지 200년이 넘는 역사에서 그 역할을 수행해 왔고 앞으로도 계속 할 것이다.


105쪽의,
똑같은 사건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관점이 이렇게 다르다.누구의 관점이 옳을까?초등학교 도덕 교과서 수준의 잣대로도 쉽게 알 수 있는 일인데 왜 사람들은 애써 모른 체하는 것일까.

이 부분은 전교조를 해임하겠다고 들먹이는 그 분들 앞에 가져다 놓고 싶은 문장이다. 


75쪽의,
"지금 노조활동에 전혀 지장이 없어요.식당에 사무실을 차리니까 조합원들 만나기도 더 쉽더라구요.그리고 시간이 가면 갈수록 남자들만 더 나쁜 사람이 도ㅒ가는 거 있죠?딜레마에 빠진 건 우리가 아니라 남자들이예요.우리는 여기서 더 빼앗길 것도 없거든요.남자들은 이제 우리를 죽이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게 없어요.식당에서 한 10년쯤 버티기로 했어요."
큰일이라도 벌어진 듯이 호들갑을 떨었던 내가 오히려 부끄러웠다.


88쪽의, 
'사람들이 얼마나 힘들게 일하며 사는지 당신 이알아?잘 알지도 못하는 당신 같은 사람이 노동자 교육 중에 곤하게 잠들었다고 해서 그렇게 함부로 놀리면 안 되지.'

89쪽의,
'그곳을 나서면서 가슴이 떨렸다.그토록 힘겹게 일하는 노동자들이 모인 곳에서 강사랍시고 온 인간이 씨알머리 없는 얘기만 늘어놓으니,차라리 그 시간에 달게 잠이라도 자는 게 그분들 인생에 실제로 도움이 되겠다 싶었다.'      
 
이 부분의 그의 처절한 깨달음은 그것을 읽는 나에게도 같은 무게의 깨달음으로 고스란히 다가왔던 부분이고,


175쪽의,
"귀밑머리가 하얗게 되도록 평생 노동상담이나 하다가 늙어 죽은 사람이 당신 남편이라 해도 부끄러워하지 않겠소?"
안해는 잠시도 지체하지 않고 쏜살같이 대답했다.
"아이고,나는 당신이이제 와서 뭐 다른 거 한다고 그럴까 봐 겁나는 사람이에요.그냥 하던 일이나 계속 하시라고요."


이 대목에선,하종강의 안해 분이 '하종강이 만난 여인들'중 결코 무시할 수 없는 무게라는 건 알지만,
살짝 부럽고 샘이 나 툴툴거렸던 부분이고,
180쪽의 '가시나야,왜 그러고 사냐...'같은 경우는 또 다른 나를 보는 것 같아서 마음 서늘했던 대목이었다.
 
190쪽의,
"평범한 사람들의 소중한 행복도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너는 충분히 행복할 권리가 있어.남들이 평생 해야 할 고생을 이미 다 했으니까...하지만,네가 말하는 그'평범한 사람들의 소중한 행복'도 결코 쉽게 얻어지지는 않아."


199쪽의, 
'줄 타는 광대는 몸이 기우는 반대편으로 부채를 펼쳐야 한다.시인의 부채는 사회의 어느 쪽으로 펼쳐져야 하는가...내가 이런 얘기를했을때,후배는 나와 생각이 좀 다르다고 했다.'

같은 부분에서 ,내가 몸담고 있고 상상하는 노동현장과 실제 그들이 뒹구는 판은 많이 틀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언젠가 조혜련과 안영미가 TV에 나와 골룸 흉내를 내는 걸 본 일이 있다.
나는 안영미라는 젊은 처자가 흉측한 분장을 하고 골룸 흉내를 내는 것만으로도 그녀를 높이 사고 싶었는데,이때 원조 골룸 조혜련의 한마디에 뭉클해졌었다.
"더 낮춰...바닥을 기어야 해."

나 또한 이 땅의 피 끓는 노동자다.
더 낮춰야 겠다.바닥을 기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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쟈니 2010-05-28 15:43   좋아요 0 | URL
가슴 한편이 뭉클해집니다...

양철나무꾼 2010-05-29 03:28   좋아요 0 | URL
가슴 한편에 차 오르는 뭉클함을 꼭 꼭 씹어삼키며,
마야의 '위풍당당행진곡'이라도 불러봐야 할까 봅니다~^^

마녀고양이 2010-05-28 19:51   좋아요 0 | URL
이 책은,, 여자분들에 대한 것이 아닌 노동자와 노조에 대한 내용인가요? 저는 한국의 여자 인사에 대한 책인줄 알았어요~

양철나무꾼 2010-05-29 03:40   좋아요 0 | URL
저는 한국 '여'자 '인'사에게들에게는 관심이 없습니다~
이 책에서 말하는 여인은 진짜 사람인(人)자를 쓸 수 있는 여인들이래요~^^

'하종강'님-'노동문제 연구가'쯤으로 분류되는 분이죠.
전 '김규항'님과 더불어 이분 글들도 좋아해요.(www.hadream.com)
글로써 사람 가슴을 말랑말랑하게 만들어 놓는 재주가 있으셔서,
이 분 책들은 다 챙겨봅니다.

요번 것은<아직 희망을 버릴때가 아니다>의 발췌,요약 본이라는 느낌이 들기는 하지만...좋습니다~^^

꿈꾸는섬 2010-05-29 22:08   좋아요 0 | URL
양철나무꾼님 서재에 오니 새로운 책들을 또 알게 되네요.^^
잘 모르는 분야라 관심이 더 생기네요. 다음에 기회가 되면 찾아봐야겠어요.^^

양철나무꾼 2010-05-31 12:52   좋아요 0 | URL
제 취향은 좀 편협한 편이라서요~ㅠ.ㅠ
암튼,꿈꾸는섬님 반갑습니다~

2010-06-09 22: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양철나무꾼 2010-06-10 11:18   좋아요 0 | URL
연예인들은 외모로 빛을 내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했었는데요~
충실하게 자기 역할을 하는 것만으로 '자체 발산'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좋은 예인 것 같아요.

그리고,하종강 님의 책들은(이 책 뿐만 아니고)공공장소에선 절대 독서금지입니다.
전 예전에 페스트푸드점에서 음식포장 되어 나오길 기다리는 그 짧은 시간 짬 내어 읽다가...
감정이입을 할 새도 없었는데 눈물이 후두둑,걸로 부족해서 흑흑~흐느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