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덮는 순간, 떠나고 싶게 했던 책을 추천해 주세요!
<제프리디버 지음/최필원 옮김/비채/2010년6월>
걸어다니는 거짓말 탐지기 캐트린 댄스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잠자는 인형>을 읽고,떠나고 싶었다고 얘기를 하려니 아이러니컬 하다 싶기도 하지만, 난 이 책을 읽고 그 어느 여행기를 읽었을 때보다 간절하게 여행이 떠나고 싶어졌다.
불을 지핀건 캐트린 댄스가 CBI요원이라는 데서였다.
CBI를 우리말로 풀이하자면 '캘리포니아 연방 수사국'이다.
처음엔 한 나라도 아니고 한 주의 수사국 요원 정도가 책을 이끌어 나갈 수 있을까 싶어 시큰둥했었는데,자료를 찾아보니 캘리포니아주는 우리나라의 두배 정도 되는 땅덩어리이다.
사건의 계기가 되는 '우물'을 놓고,캘리포니아의 베이커스 필드는 사막기후에 가까워 '우물'물이 생활용수로만 사용된다는 설정을 이끌어낸 점을 보면서,제프리 디버에게 감탄할 수 밖에 없었다.
암튼 캘리포니아는 미국의 최고지점과 최저지점을 함께 안고 있고,세로로 길게 뻗은 주여서 기후도 4개(지중해성,서안해양양성,사막,건조 기후)를 골고루 가지고 있다.
때문에,미국의 다른 지역과는 달리,캘리포니아 한 주만 방문하여도 미국의 최고지점과 최저지점을 함께 경험할 수 있으며,여러국립공원과 디즈니랜드를 경험할 수 있을거라는 쪽으로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이미지 출처 네이버 백과사전>
이런 벅차오르는 감정을 간신히 추스리며 책을 읽다보면,캐트린 댄스의 맨토로 '마이클 오닐'이 나온다.
마이클 오닐은 '몬터레이반도'에 터를 잡고 사는데, 존스타인벡 의 소설 <통조림 공장 골목>의 주인공 닥을 연상시킨단다.
"만가 낚시와 보트를 사랑하는 마이클 오닐은 존 스타인벡 소설,<통조림 공장 골목>의 한결같고 겸손한 주인공,닥을 연상케 했다.사실 장서가이기도 한 그는 존 스타인벡의 모든 작품을 초판본으로 소장하고 있었다(그중에서도 스탠더드 푸들과 함께 한 작가의 미국 여행기,<찰리와 함께 한 여행>을 가장 좋아했다.오닐은 나중에 기회가 되면 그 여졍을 똑같이 흉내 내볼 생각이었다).(54쪽)
<통조림공장골목/정영목 역/문학동네/2008년4월>
<찰리와 함께 한 여행/이정우역/궁리/2006년 6월>
이쯤에서 연상을 접었어야 하는데,나는 '존스타인벡'의 소설들을 좀 읽었었다.그리고,그 중 <찰리와 함께 한 여행>을 가장 최근에 읽었었다.
<찰리와 함께 한 여행>의 경우에는 번역가 '이정우'의 불굴의 의지 얘기를 들어 더 좋아하게 된 게 맞지만,암튼 <찰리와 함께 한 여행>을 들추다보니면,간신히 잠재워 놨던 가슴에 또다시 불이 지펴진다.
*인간은 영혼이 슬프면 병균에 의해서보다도 더 빨리,훨씬 더 빨리 죽게 된다는 정리를...(71쪽)
*정력은 출구를 가져야 한다.없으면 출구를 찾게 마련이다.(320쪽)
*찰리는 서성거리질 않고 바싹 다가앉아서 어깨를 내 무릎 위에다 꼭 대고 있었다.그가 그런 행동을 취하는 것은 오직 내가 아플 때 뿐이다.나는 비애 때문에 병이 났던 게 틀림없다.(357쪽)
*미국에 관한 글을 쓰는 작가지만 나는 실은 기억에만 의존해 왔다.그런데 기억이란 기껏해야 결점과 왜곡투성이의 밑천일 뿐이다.나는 참된 미국의 언어를 듣지 못하고 미국의 풀과 나무와 시궁창이 풍기는 진짜 냄새를 모르고,그 산과 물,또 일광의 빛깔을 보지 못했던 것이다.
오직 책이나 신문을 통해서 미국의 변화를 알았을 뿐이다.허나 어디 그뿐이랴.25년 동안이나 내 나라를 몸으로 느껴보질 못했다.간단히 말해서 알지도 못하는 것을 써왔던 셈이다.이른바 작가라면 이것은 범죄에 해당될 일이다.
바로 이부분에서 '제프리 디버'의 내공을 다시 한번 떠올렸다.자신의 작품 속에 '존스타인벡'이라는 대작가와 작품세계를 녹여낼 수 있는 그가 너무 멋져보였다.
제프리 디버는 존스타인벡에 따르면 이'알지도 못하는 것에 대해서 쓰는 범죄'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할까?자신의 작품 속에 자신의 감정을 이입시킬만한 인물을 만들어 내고,그를 통하여 자신의 감정을 녹여내는 행위로 답을 들려주고 있는 것은 아닐까?
*미국사람들은 구경을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나중에 이야기를 하기 위해 여행을 한다(225쪽)
어디 미국사람만 그럴까?
세상사람들의 반 이상은 이렇지 않을까?
여기서 꼬리를 물고 생각난 책이 안정효의 '번역과 수비'-여기에 '존 스타인벡'에 대한 안정효의 해석이 나오는데 나로서는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을 했던 부분이다.
<안정효/세경/2006년6월>
*...여기서는 그의 문체를 이해하는데 필요한 사항만 간단히 추려서 소개하겠다.
스타인백의 대표작인 <분노의 포도>는 1930년대 세계 프롤레타리아 문학의 최고봉으로 꼽힌다.스타인 벡은 젊었던 시절 한때 사회주의에 관심이 많았고,그래서 노벨상을 받고 난 다음에도 미국에서 심한 푸대접을 받았다.따라서 그는 서민층의 애환을 다룬 작품을 많이 남겼으며,그런 경향은 중편소설<진주>를 보면 쉽게 이해가 간다.
...
이렇게 작가를 이해하게 되면 그의 작품이 민초를 다루는 낭만적인 내용과 사회적인 고발을 많이 다룬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그렇다면 <Travels with Charley>라는 작품의 성격은 어떠한가?
여기서 꼬리를 물고 생각난 책이,<번역의 탄생>이다.
<이희재/번역의탄생/교양인/2009년2월>
떠나고자 할 때 언제고 떠날 수 있는 사람들은 책 한권을 덮고 꼬리에 꼬리를 무는 페이퍼는 쓰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나는 떠나기는 여의치 않으나 잠시 꿈꿀 수 있어서 행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