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텍트 시대여서 그런 것도 있지만, 대화는 주로 카톡으로 이어진다.

가벼운 대화이고 가끔 선문답 같은 대화를 나누기도 하지만,

간혹 마음에 상처를 입기도 한다.

 

 

 

 박세당의 장자 읽기
 박세당 지음, 박헌순 옮김 /

 유리창 / 2012년 12월

 

 

예를 들자면 이런 상황이다.

 

'박세당의 장자읽기'라는 책을 얘기하다가,

(읽었다는 얘기는 아니다, 갖고 있기만 할 뿐이니까.)

'남화경'의 뜻을 아느냐고 묻는다.

 

당나라 현종이 나오고,

그가 장자를 추앙하여 '남화진인'이라고 불렀고,

불경, 도덕경 처럼 남화경이 되었다고 아는 척을 하고 싶지만,

난 이 지식을 책을 통해 알게 된게 아니라 유튜브 최진석 님의 강의를 듣다가 우연히 알게 됐을 뿐이다.

 

 

 

 

 

 

 

 

 

『장자』 곽상주 해제
 김학목 옮김 / 학고방 /

 2020년 11월

 

 

 

김학목 님의 '『장자』곽상주 해제'를 권해주면서는,

붕의 뜻, 붕이 어떤 존재인가, 를 알고 있어야 한다고 하는데,

나를 무시하는건가 싶어 짜증이 확 났었다.

 

비록 사람은 다르지만,

오강남과 김형효, 최진석(최진석이 말하는 노장은 김학목 님이 얘기하는 노자와 장자에서 많이 비껴간 것 같고, ㅋ~.),

결정적으로 내가 애정하는 강신주 님의 노자와 장자까지 좀 읽었던 터라,

'붕' 정도는 알고 있다고 착각했었다.

 

책의 처음 '옮긴이의 말'을 보면 이런 문장이 나온다.

좀 길지만 같이 읽어보면 좋을 것 같아 옮겨본다.

 

흔히 노자와 장자를 노장으로 함께 부르는데, 그 이유는 노자나 장자 모두 마음 비움을 강조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노자는 분별력 곧 지적능력을 인위의 출발로 부정하면서 소박함을 강조했고, 장자는 분별력을 사람의 자연스러운 속성으로 일단 인정하지만, 그것을 가지고는 시비를 벗어날 수 없으니 그것을 넘어설 것을 다시 역설한다. 「소요유逍遙遊」에서 붕의 비상에 대해 사람이 도를 통해 날아오르는 것으로 해석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것은 도를 통한 것이 아니라 세상에 태풍이 휘몰아칠 때 지적 능력이 뛰어난 영웅이 세상을 평정하기 위해 나타나는 것에 불과하다. 물론 이 때에 숲 속의 작은 새들은 평범한 사람들이다. 붕이 숲속의 작은 새를 하찮게 보고, 작은 새들이 붕을 선망하면서 비아냥거리는 것은 사람들이 모두 유대有待 곧 무엇엔가 의지하고 있는 자신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해 서로 갈등하는 것이다.

  붕의 비상을 도를 통한 것으로 오해하는 가장 큰 이유는 사람들이 마음을 비워 도를 통하는 것에 대해 엄청난 능력을 갖는 것으로 착각하기 때문이다. 노장 철학에서 마음을 비워 도를 통하는 것은 모든 것을 버리는 것이고, 또 비록 도를 통해 엄청난 능력을 갖게 될지라도 그렇게 세상이 놀라 주목하게 비상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사람들이 주목하게 되면 그들도 그렇게 되기 위해 지적능력을 온통 그것에 집중하느라고 절대로 미음을 비울 수 없기 때문이다. 노자나 장자가 계속 강조하는 것으로 마음을 비우면 다스림마저도 드러내지 않기 때문에 무위無爲라고 하는 것이고, 또 마음을 비우면 마음을 비운 것마저도 잊게 되어 그 어느 것에도 의지하는 것이 없으니 무대無待라고 하는 것이다. 이런 점을 분명하게 알지 못하면, 노자와 장자를 읽어도 그 본래의 의미에서 벗어나게 되니 유념하길 바란다.(5~6쪽)

 

이 책을 읽은 후에야 '붕'을 물은 이유를 알았지만 마음의 상처 이미 입은 후이다.

 

예전에는 책을 읽으면 어떻게든 삶을 변화시키는 것까지 연결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뭔가를 '하려니까', 즉 일부러 변화시키려고 하니까 불안하고 안달이 나는거라,

친구는 이런 내게 '어른이 별게 아냐. 놓으면 어른여ㅋ'라고 하는데,

놓는건 어디 쉬운일인가.

일단 인정을 하고 받아들여야 붙잡을 수도, 놓을 수도 있는게 아닌가.

그러고 보면 과거의 나는 인간 '관계'에 집착했던 것 같다.

그동안의 블로그명이 '안전 거리 확보'였던 것만 봐도그렇다.

 

이젠 책을 그냥 읽는다.

어떻게, 어떤 방향으로든 바뀌어도 좋지만,

그렇지 않아도 그만이라는 생각으로 읽는다.

붕이어도, 숲속의 작은 새여도 그만이 아닐까.

지금의 블로그 명은 '無可無不可이다.

 

개인적으로 흥미로웠던 건,

'왕필과 곽상의 유대有待와 무대無待',

'ㆍㆍㆍㆍㆍㆍ유有ㆍ무無,의 경계가 사라진 玄의 경지에서 나오는 행위'라는 표현이었다.

찬찬히 읽고 의미를 되새겨봐야겠다.

 

이 책을 권해준 친구는 '곽상주 해제'라는데 의미를 부여하던데,

난 '곽상주 해제'라는 무게의 경중을 실감할 깜냥이 아니라서 안타까울 따름이다.

마음을 비우고, 그 마음을 비운것까지 잊어버리게 되는 그런 날이 올 수나 있을까...따위를 미련하게 가늠해본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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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시무스 2020-12-09 18:06   좋아요 3 | URL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최진석 교수님이 노자가 아니라 장자 전공이라는 이야기를 들은적이 있는데, 교수님께서 장자를 직접 집필해주시면 참 좋겠는데 하는데 기대만 언제나 해 봅니다!ㅎ

2020-12-10 13: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20-12-09 20:12   좋아요 5 | URL
정치 문제 다음으로 철학을 주제로 한 대화가 싸움 나기 제일 쉬워요. 철학 공부하는 사람들은 한 자리에 모이면 진지한 토론을 원하지만, 실상 그렇지 못해요. 상대방보다 지적으로 우월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은 사람은 자신의 주장을 어떻게든 관철하려고 해요. 철학 책뿐만 아니라 무슨 분야의 책을 읽고 얘기를 나누면 대화하는 사람들 간의 의견 차가 드러나는 상황이 올 때 있어요. 독서 모임을 하다 보면 그런 일이 생겨요.

sslmo 2020-12-10 08:48   좋아요 2 | URL
그렇군요~^^
저만 하더라도 주입식 교육에 익숙해서 토론이 낯설거든요.
의견 차가 있을 경우, 그게 거절이나 지적인 열등감이라고 느껴져서 맘 상하고 좌절하기도 하고 말예요.
하지만 대화, 토론을 끝내고 조용히 돌이켜보면 그 뜻을 깨닫게 되어 화들짝 놀라곤 합니다.
대화,토론의 묘미는 어떻게든 자극을 받게 되어 깨닫게 된다는데 있는것 같아요.
맘 상하고 좌절하기만 하면 참 괴로울 것 같아요~^^

독서모임도 꾸준히 하시고, 책도 꾸준히 읽으시고...참 멋지세요~^^

scott 2020-12-24 22:39   좋아요 4 | URL
양철 나무꾼님, 저에게 가장 먼저 친구 신청 하신분 ♥
항상 소심하게 눈팅@ㅅ@만하고 조용히 추천만 눌렀어요 ㅋㅋ
항상 이웃인 양철나무꾼님 행복 가득한 연휴 따스한 연말 보내시길 바랍니다.
양철 나무꾼님 방에 트리 한그루 놓고 가여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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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 메리 크리스마스 ^.~

sslmo 2020-12-28 14:44   좋아요 3 | URL
전 그동안 100자평을 가볍게 생각했던 경향이 있는데,
님의 100자평들을 계기로 얼마든지 깊이 있고 의미있어 질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이렇게 매력적인 트리라니 전해주신 따뜻한 기운 잘 전달되었습니다.
님도 메리 크리스마스 & 해피뉴이어~!^^

2020-12-31 05: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1-05 12: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1-08 05: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1-08 14: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피은경의 톡톡 칼럼 - 블로거 페크의 생활칼럼집
피은경 지음 / 해드림출판사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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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 관해서라면 무슨 책이든 읽는 잡식성 취향이었다.

읽을 책이 없으면 팜플렛이나 전단지 따위 글자만 있으면 주워 읽었었다.

나이를 먹으면서 눈도 희미해지고 주의력도 산만해지면서 제일 먼저 걸러낸게 자기계발서였다.

그 다음은 수필이나 평론집 따위.

눈이 희미해지면서 에고가 강해져서 그런가 타인의 취향에 쉽게 공감하기 힘들다는 이유에서 였다.

 

이 책은 저자 페크 님이 보내주시겠다고 하셨어서 나온줄 알게 되었고,

이러저러 기회가 닿아 사서 읽게 되었다.

 

가끔 페크님의 알라딘 서재에 들러 글을 읽었던 터라 님의 글이 어떤 스타일인지 알고 있었다.

글을 생각나는 대로 휘리릭 쓰고 교정도 잘 안하는 나와는 다르게,

페크님의 글은 단단하다.

글은 단단하지만 사고는 유연하다.

가장 좋았던 것은 이게 칼럼의 힘이겠지만 대안과 나아갈 방향을 제시한다는 점이다.

 

사고가 유연하다 함은 나로썬 생각해보지 못했던 소재인,

 

사랑에는 유효기간이 있을까

질투하는 이유

결혼 전 숙지사항 일곱 가지

해서는 안 될 말

남이 나를 좋아하게 만드는 방법

차별과 편견은 당연한가

우리 사회에 절실히 필요한 것

 

따위에 대해서,

중년의 나로서는 소재라고 생각조차 못했던 것들에 대해서,

일상과 동떨어지지 않은 칼럼을 써내셨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언어로써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사람의 마음을 아는 것은 물고기나 참새에 비해 훨씬 쉬워 보인다. 그러니 실제로 이성 관계에서 서로의 마음을 알기란 물고기나 참새의 감정을 헤아리는 일만큼이나 어려울 때가 있다. 자신은 상대에 대해서, 상대는 자신에 대해서 오판할 가능성이 있음을 염두에 두는 일이 꼭 필요하다.(25쪽)

 

알라딘 서재 이곳은 많은 이웃들과 언어, 의미를 축소시켜 글로써 마음을 떠걸고 소통하는 곳이다.

저 내용은 '남녀간의 의사소통' 꼭지에 나왔으니 '이성 관계'로 표시되었을 뿐이고,

이성이 아닌 누구에게라도 자신이 마음을 제대로 전달하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다.

 

만약 대화에 있어서라면 얼굴표정이나 어조 따위로 말의 셩격을 가늠할 수 있다지만,

글에서는 군더더기로 자세한 설명을 붙이지 않는다면 마음은 물론이고 감정을 읽어내기도 어려울 때가 있다.

나이 차이가 나거나 학연, 지연 따위가 다르다 보면 불통은 더 공공연하다.

 

언젠가 나도 어떤 알라디너의 글에 댓글로 비슷한 실수를 한적이 있다.

나는 '글이 참 좋다'는 의미로 쓴 댓글이었는데,

'이 글이 좋은것입니까(정확한 워딩은 기억이 안남~--;)' 하고 물음표 형식의 글에 물음표라는 문장부호 까지 붙여서 나의 순수한 의도와는 달리 볼썽사나운 문장이 되고 말았었다.

 

암튼,

그리하여,

칼럼은 수필과는 결이 좀 다른 것같다.

휘리릭 쓰고 교정조차 보지 않고 돌아서는 나로서는 생각해 볼 문제가 있다.

많은 시간과 형식을 따지다보니 글이 좀 딱딱해지는 것이 단점이 될 수도 있지만,

그게 똑부러지는 문장을 만드는 힘이 될 수도 있으니 말이다.

 

잘 읽었다.

건투를 빈다.

 

(나는 책 제목을 어떻게 뽑았느냐, 내용을 앉히는 방식이나 페이지의 도안 따위 편집에 관한 부분 까지를 책이라고 생각하는 고로,

책의 편집적인 부분이 내 기준으로 많이 아쉬워서 별 하나를 더 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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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2-02 17: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2-02 17: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북다이제스터 2020-12-02 20:39   좋아요 3 | URL
양철마무꾼 님은 꼭 책을 내셔야 합니다.
이유를 설명하긴 어렵지만 이 짧은 글에도 포스가 느껴집니다.

sslmo 2020-12-04 09:06   좋아요 2 | URL
책을 낼 생각도 없고 그럴 깜냥도 아니지만,
칭찬처럼 느껴져 기분 좋은 것이 하루를 경쾌하게 시작하게 되네요~^^
 
명리 명강 - 하나의 원리로 실전까지 통하는 사주역학의 정석
김학목 지음 / 판미동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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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반야심경을 쓴다.

소리내어 읽기도 하지만 따라가다보면 어느새 흥얼거림은 소리를 잃는다.

제목까지 쓰고 270자를 채워갈 무렵이면

뭔가 뿌듯한듯 하면서 공허하기도 하다.

반야심경에는 없을 무無 자가 21번 나오고,

빌 공空 자가 6번,

아닐 불不 자가 8번 나온다.

삶은 결국 별것 없고,

텅빈 것 같고,

아무것도 아니라는 부정의 언어 같지만,

지금 여기 내가 숨쉬고 있을 뿐이라는 것을 오롯이 느낄 때에야 그런 부정을 마음 깊숙이 담아 둘 수가 있다.



요즘 읽은 책의 흐름은 '누우면 죽고 걸으면 산다' 시리즈 4권이랑,

'총알 개미 시리즈'를 읽다가 돈아까워 죽는 줄 알았고,

내용도 내용이지만,

요렇게 성근 책을 이~렇게 비싼 가격에 팔다니 하고 한번 툴툴거려주시고,

'이정호의 새롭게 보는 사주이야기'를 읽다가 육친의 내용이 없어 중간에 어버버버 하다가 집어던지고,

이 책 '명리명강'을 집어들었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사주 명리를 공부하고자 하는 사람이 봐도 좋겠고,

수양을 하는 사람이 봐도 좋겠다.

이 책이 좋았던 것은 무조건 외우라고 하는게 아니라,

원리를 설명해주고 외우라고 하고,

사주에 적용하면 신기할 정도로 잘 맞지만,

그 이유가 무엇인지 논리적으로 명쾌하게 이해되지 않는 것(180쪽, 신살)은 언급하고 지나간다는 것이다.

사주 명리 관련 책을 읽으려고 시도했던 사람이라면 경험해봤을텐데,

저자가 육친에 자신이 없으면 육친은 언급하지 않고 지나가고,

12운성이 자신 없으면 12운성은 공부하지 않아도 좋다고 한다.

(이 글을 읽은 지인이 육친이나 12운성에 자신 없는 사람은 없다고함.

 인정을 하지 않는 분위기이고, 그러다 보니까 깊이 연구하지 않는다고 함.)

그런데 명리에서 육친과 12운성이 명확하지 않으면 사주를 풀어나갈 방법이 없는 것이다.

철학을 전공하신 분이어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사주를 누구에게 사사하신게 아니라 스스로 독학을 했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그래서인지 다른 책들과는 접근 방법이 좀 달랐고,

그런 것들이 내게 위로가 되어주었다.

 

사주 명리와 윤회를 연결시켜 얘기하는 것이 특히 흥미로웠는데,

부분은 전체를 대표한다는 프랙탈이나 역사의 반복 현상 이 모두가 되풀이이고 어찌보면 윤회이니까 말이다.

이런 당부도 위로가 되었다.

이 책을 통해 명리를 익히는 독자들은 명심하길 바란다. 명리를 알면 알수록 인과응보의 고리가 아주 질기고 처절하게 얽혀 있음을 깨닫곤 한다. 그러니 명리를 통해 좋은 것을 찾아가고 나쁜 것을 피해갈 것이 아니라 그대로 받아들여 수행으로 극복해야 한다. 내 운명이 이 삶을 택했다면 그것을 아름답게 승화시켜야 다음 생에서 현재의 삶을 반복하지 않고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다.(181쪽)

아들이 그렇게 되고 가장 괴로웠던 건 사람들이 내 잘못이 아니라고만 하는 것이었다.

상황은 이미 벌어졌는데,

이미 벌어진 이 상황들을 내 잘못이 아니라고 외면하고 접어서 한쪽으로 치우고 할 순 없었다.

부정하는 순간 이 땅에서 존재했던 것마저 잊혀질까봐 힘들었다.

 

수행으로 극복하든지 승화를 시키든지,

일단은 인정을 하고 받아들이는 것(지금 여기 내가 숨쉬고 있을 뿐이라는 것)에서 출발을 할테니까 말이다.

이생에서 비극은 이미 경험했고,

다음 생에서 이 생에서의 삶을 반복한다면 그것만큼 괴로운 일은 없을 것이다.

간혹 다른 누군가의 사주를 봐줄 것도 아니면서,

왜 그렇게 '사주 명리'에 매달리냐고 하는데,

내가 사주명리를 공부하는 이유는 마음의 평수를 좀 넓힐 요량이다.

내 속엔 내가 너무 많아서 쉴 곳이 없다.

 

지금까지 2번을 읽었고 앞으로 여러번 더 읽을 것이다.

마음의 평수를 넓힐 요량으로,

내지는 삶에 위로가 필요할때,

그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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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1-28 21: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1-30 10: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사실 일상생활을 제대로 하지 못 한다.

아들을 보낸지 2주기가 지났는데, 아직까지 거기 그렇게 머물면 어떻게 하냐고 하면 할말이 없다.

그런데 난 아직은 그렇고 그런 상태이다.

북플에서 '몇년전 오늘 남긴 글입니다'하는 알람이 오는데,

그때의 리뷰나 페이퍼를 보면 아들과의 에피소드가 많다.

그 리뷰나 페이퍼들을 읽다가 또 눈물바람을 한다.

 

최근 누군가가 이 사실을 알게 되어 위로 끝에,

"아드님 얘기는 마음 속에 꼭꼭 감추어 두는 것보다 자꾸 얘기해서, 이제 더 이상 할 얘기가 없네, 할때까지 푸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제 생각입니다. 도움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하는데,

그 분이 사용한 사고와 표현들이 의도가 있다거나 불순한 것은 아닌데,

(맹세코 의심하진 않는다, 그렇다면 친절하게 댓글에 덧글을 달고 '좋아요'를 누를 정도로 성격이 좋진 못하다~--;),

속으론 맘이 상하는 거라...

나는 아직까지 마음 속에 감추어 두는 것도, 얘기로 풀어내는 것도,

그 어느 것도 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어느 식으로든, 아들과 털끝 하나라도 관련된 얘기가 나오면,

아무것도 아닌 무생물에도 아들이 연상되면,

눈물바람을 날리며 출처없는 독기를 품고 잔뜩 움추러들 뿐이다.

 

그렇게 조금 아팠고,

어느 누군가의 위시 리스트에 있는 이 책을 만났다.

 

 

 누우면 죽고 걸으면 산다 5
 김영길 지음 / 사람과사람 /

 2020년 10월

 

'누우면 죽고 걸으면 산다' 이 시리즈를 예전에 사뒀던 게 기억이 나 들춰보니,

1권의 경우, 2004년이 1쇄인데, 내가 가지고 있는건 2008년 15쇄이다.

 

 

 

 누우면 죽고 걸으면 산다 1
 김영길 지음 / 사람과사람 /

 2004년 1월

'방태산 화타 선생의 신토불이 간질환 치료법'이란 부제를 달고 있는데,

동네 동물 병원 앞에 놓인 화환 리본에서도 만난 '화타'란 글귀가 생각나 좀 웃었을 뿐이고, ㅋ~.

 

가감하여 내 식대로 편하게 읽었다.

'현대인의 불치병 암과 간 경변을 완치시킨 임상보고서'라는데,

암과 간병변 완치 임상보고서 라는 측면보다는,

마음 챙김 내지는 정신 수양('정신 수련'이 아니라)에 도움이 될 법한 글귀가 있어 옮겨 적어본다.

 

번뇌란 벗어나고 싶다고 생각하여 벗어지는 게 아니다. 집착을 버리겠다고 마음먹는다고 하여 집착이 버려지는 게 아니다. 우리가 밀폐된 공간에서 명상을 통해 집착을 벗어나려 한다면 오히려 망상만 키울 뿐이다. 석가의 불경이나 예수의 성경을 아무리 외우고 들여다보아도 마음은 비워지지 않는다.

석가나 예수는 험한 고행을 통하여 집착을 벗어낫지 편안히 앉아서 책이나 읽으며 높은 정신세계에 들어간 것이 아니다. 불경이나 성경의 위대성은 그들의 실천과 행동에 있지 글자 속에 있는 것이 아니다. 정신적인 문제는 정신적으로 해결되는 게 아니다.

집착, 번뇌도 정신적인 기운 순환 장애이다. 이를 벗어나는 길은 강도 높은 육체적인 운동이나 노동을 통하는 길이 제일 쉬운 방법이다.(67쪽)

 

건강한 사람만이 세상을 아름답게 볼 수 있다. 금수강산도 몸이 골골하면 적막강산이다. 진수성찬도 건강이 나쁘면 독약이다. 양귀비도 몸이 허약하면 그림의 떡이다. 건강은 상대적인 척도로 매겨지는 게 아니라 절대적인 자기 몸의 조화에 있다. 남보다 힘이 세고 술을 많이 마시고 밥을 많이 먹는다고 건강한 게 아니다. 음과 양이 조화된 상태, 짜증과 번뇌와 집착이 없는 상태, 세상이 긍정적으로 아름답고 기분 좋게 보이는 상태- 우리가 추구하는 건강의 길이다.(141쪽)

 

원자와 원자를 고도의 질서 속에 묶어 어떤 특수한 생명 현상을 유지하게 하는 힘 또는 능력을 한의학에서는 '기의 원활한 순환' 또는 '기 순환'이라 부른다. 이 '기 순환'이 막히거나 단절되면 생명체의 건강에 이상이 오고 죽음에 이르게 된다. 숨을 멈춘 죽은 몸과 살아숨쉬는 몸의 물질적 구조는 같다. 다만 기의 순환이 조화를 이루느냐 아니냐로 살아있는 몸과 죽은 몸으로 구별된다.(209쪽)

 

이 책을 읽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분명 암이라는 진단을 받고 아무 탈 없이 8년을 살았다면 쫒아가서 정말 다 나았는지 확인받고 싶어할 것이다. 그러나 이 노인은 그런 일에 신경을 쓰지 않았다. 어쩌면 팔십을 바라보는 노인에게 암이 치료됐는지 아닌지는 별 가치가 없을지 모른다. 사는 날까지 즐겁고 건강하게 지내다가 때가 되어 길을 떠나면 그 뿐이라는 생각이었을 것이다. 바로 이 같은 삶의 자세는 40, 50대라고 해도 본받을 만한 점이다.

이 노인은 작년 여름에 약초를 캐러 높은 산에 갔다가 얼어 죽었다. 그날 그 장소에는 우박이 쏟아졌다.(279쪽)

 

연관이 없을 수도 있는데,

얼마전 읽은 뉴스 기사가 생각나 옮겨본다.

 

어느 높으신 공무원의 남편이 운영하는 요양병원 홈페이지에 '구충제 성분' '산삼약침' '기공수련' 등 최근 논란이 된 암환자 치료 요법을 올려 홍보했다는 것이다.

이 병원에 입원한 암환자의 경우 일반·상급 병실에 따라 월 400만~700만원이 들며 산삼약침 등을 추가하면 월 1000만원을 웃도는 비용이 든다고 한다.

 

'누우면 죽고 걸으면 산다'를 쓴 김영길 님 같은 경우, 치료비가 얼마나 드는지 몰라서,

좀 조심스럽긴 한데,

책에는 이름 없는 할아버지, 할머니, 아주머니 얘기가 종종 등장한다.

화전민이 사는 마을이었다고 하니,

돈이 없다는 것은 베이스로 깔고,

 

아프지 않은 세상이었으면 좋겠다.

차별 받지 않는 세상이었으면 좋겠다.

적어도,

아픈데 돈 때문에 차별 받지 않는 세상이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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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0-29 09:0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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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0-29 09:3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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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0-29 13:3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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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0-29 14:4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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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1-02 23:5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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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1-03 17:0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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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1-04 00:1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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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1-04 09:3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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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1-06 00:2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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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1-06 11:2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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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1-25 22:4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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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1-28 11:5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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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2-21 23:0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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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매, 밥 됩니까 - 여행작가 노중훈이 사랑한 골목 뒤꼍 할머니 식당 27곳 이야기
노중훈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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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겨듣는 아침 라디오 방송 채널이 TBS로 바뀌고,

토욜 아침마다 듣던 '노중훈의 여행의 맛' 대신 '라디오를 켜라'를 배경처럼 듣게 되었는데,

어느 수요일 '노중훈'이 나와서 방송을 하고 있는 거라,

완전 반가울 수밖에...

그 방송 끄뜨머리에 '노중훈'의 새 책 광고를 듣고 휘리릭 주문했다.

 

 

이 책의 '들어가며'에 이런 구절이 등장한다.

개인적으로는 '맛집'이란 단어를 좋아하지도, 사용하지도 않습니다.

그러니 이 책에 나온 식당들을 찾아가 음식 품평을 하지 마시기 바랍니다.(11쪽)

이 책이 나에게 안성맞춤인 이유이다.

 

맛이라면 귀신 같은 아들이 있을때는 맛집을 찾아다니는게, 식도락이, 가족의 취미였는데,

지금은 먹는 것에 욕심을 부리진 않는다.

 

하지만. 노중훈이나 몇몇 사람들이 하는 말을 듣다보면 밥을 안먹어도 이내 가슴이 뜨뜻해지고 배가 불러오는지라,

책은 어떨지 궁금했나 보다.

말은 재밌게 하는데 글은 그에 미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그 반대로 글은 수려한데 수줍어하는 등의 이유로 말은 그에 못 미치는 경우도 있다.

노중훈은 말솜씨 만큼 찬란한 글솜씨를 가지고 있었다.

 

나는 직유를 이렇게 정직하게, 그러면서도 노래하듯 리듬을 실어 적절하게 구사하는 이를 본적이 없다.

ㆍㆍㆍㆍㆍㆍ어머니의 음식은 맑은 샘물 같고, 나긋한 살랑바람 같고, 가붓가붓한 새털구름 같고, 느슨한 면바지 같고, 보송보송한 차렵이불 같다. 먹어도 먹어도 물리지 않고 먹어도 먹어도 속이 거북하지 않다.(31쪽)

빼어나고 맛깔스럽다.

 

이런 구절도 좋았다.

나날이 고단했고, 매일매일 매웠으며, 하루하루 고됐다.(100쪽)

 

주요리로 젓가락을 옮기자, 두툼한 비계를 달고 두툼하게 썰린 돼지고기 수육은 탄탄하기 이를 데 없다. 나태하고 물렁한 부분이 없어 저작의 기쁨이 충만하다. 그 자체로 완결성을 띠지만 어머니의 김치, 어머니의 장, 어머니의 젓갈과 상봉하면 그야말로 천의무봉이다.(104쪽)

 

"나는 여기서 술을 마시지 않아. 여긴 내 삶의 현장이야."

"싼 걸 먹는다고 저렴한 사람이 아니야. 사람마다 가치가 있어."

나는 성원식품의 단골이 되어 기쁘다.(116쪽)

 

"국물은 차분하고 단정하고 깔끔하고 군더더기 하나 없어요. 맑은 계통이지 걸쭉한 국물이 아녜요. 하늘거리는 면발은 기계가 뽑아낸 듯 굵기가 똑같아요. 학창시절을 돌이켜보면 손 자주 들고 발표 잘 하고 목소리 크고 액션 큰 그런 친구들이 아니라 있는 듯 없는 듯 자기 자리를 조용하게 지키고 있는 학생, 그러면서 자기 일 옴팡지게 잘하는 친구, 뭐 그런 느낌이에요. 알록달록하고 화려한 문양의 옷이 아니라 수수한 리넨셔츠 같은 칼국수죠.(208쪽)

위 대목은 노중훈의 진가를 알 수 있는 대목인데, 언제였는지는 기억이 안 나지만,

라디오로 들으면서 무려 감격을 했었다.

자신이 진행하는 프로에 게스트와 함께하거나,

누군가의 프로에 게스트로 나가 대담식으로 진행하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게다가 이 책을 읽으니 웬걸,

'할매'라고 하는 어르신들에게 어떻게 말을 붙이고 섞여 가는지를 여우(?)처럼 잘 알고 있었다.

'들어줄 귀'를 그리워하는 사람들의 습성을 알고,

어느 대목에서 추임새를 넣어야 하는지, 적절한 타이밍을 용하게 알고 있었다. 

 

예전에 언젠가 넷상에서 프로필 사진을 봤을땐,

수더분하고 두루뭉술할 줄만 알았다.

프로필 사진이 모자를 써서 눈이 가려져 알 수 없었는데,

눈을 보게 되니 또 다른 느낌이다.

 

유튜브를 통해서 말하는 모습을 보니,

라디오를 통해서 듣던 목소리와는 또 다른 울림이 느껴진다.

뱃속 깊숙한 동굴에서 나오는 소리라고 생각했었는데,

가슴에서 생각하던 것을 오래 둥글려 입안에 모았다가 비교적 가볍게 툭 내뱉는 느낌이었다.

이 가벼움이란 것이 건들거리는 가벼움이 아니라,

심각해지고 자칫 무거워지는 것을 경계하는 가벼움이었다.

상대의 말을 자르지 않되,

귀를 열고 듣고 있다는 호응의 추임새를 적당히 넣을 줄 아는,

낄.끼.빠.빠.를 정확히 안다.

 


마침 본 유튜브가 '1박2일 전북여행-금산여관'편이었다.

금산여관을 소개하는 것도 좋았지만 끝부분에 누군가 기타를 치면서 노래를 부르는데,

거기 화음을 쌓는 걸 보고 다시 한번 그의 배려를 느끼게 되었다.

누군가 노래를 부르는데 화음을 쌓아 올리는것도 어려운 일이지만,

아래로 깔리는 화음을 받쳐주는 것은 더 더욱 쉽지않은 일일 것이다.

나서서 스스로 빛나는 별도 좋지만,

판을 깔아주고 빛날 수 있도록 배경이 되어주는 것도 충분히 멋있는 일이라는 생각을 했고,

 

나도 이쁘고 아름답고 똑 떨어지는 말이나 글을 구사하는 것도 좋지만,

이제는 누군가가 하는 말에 귀 기울여주고 누군가가 쓰는 글을 찬찬히 읽어주는 것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암튼,

소박하지만 융숭한 대접을 받은 기분이 드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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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0-10-20 20:56   좋아요 1 | URL
인용해주신 부분 읽는데 정말 읽는 맛이 나네요. ㅎㅎㅎㅎ진짜로 먹고 싶어져요.
잘 지내시죠, 양철나무꾼님!
오랜만에 오셨어요~~~~~~~*^^*

sslmo 2020-10-21 09:41   좋아요 0 | URL
님의 댓글 읽고 다시 저 인용글 읽는데,
아우~ 배고파요.
오늘 아침 라디오에 나와서 또 한참 ‘썰~‘을 풀더라구요~^^

님도 잘 지내시죠?
반갑습니다, 꾸벅~(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