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끝
윌리엄 트레버 지음, 민은영 옮김 / 한겨레출판 / 2016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은 이곳 서재의 호평에 혹해서 구입하였으나,

사랑이야기라고 해서 잠시 주춤거렸다.

제목인 '여름의 끝'과 사랑이야기 라는 정보만 가지고도 얼마든지 내용을 짐작하겠기 때문이었다.

 

결론을 말하자면 짐작하던 대로의 그런 줄거리는 맞지만,

그걸 어떻게 묘사하고 표현해 내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분위기를 낼 수 있다는 걸 보여준 멋진 소설이었다.

 

그리고 또 한가지 이 책은 사랑 얘기는 맞지만,

사랑에 대한 어떤 묘사나 표현이 등장하지는 않는다.

바라보는 입장에 따라서 '추억은 다르게 적힌다'는 얘기를 무언중에 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걸 남자와 여자의 사랑의 온도 차이라고 할 수 있으려나...

남자와 여자라고 구태여 편을 나누지 않더라도 서로 어긋난 사랑은 이런 사랑이야기의 끊이지 않는 주제이니까 말이다.

같은 사랑을 놓고도 누구는 육체적인 사랑, 정신적인 사랑, 편가르는가 하면,

사랑의 행위를 놓고도 누군가는 사랑의 표현이었네, 누군가는 우정에서 비롯된거네 딴청을 부리기도 한다.

 

이 책은 두 사람의 감정을 노골적으로 드러내진 않는다.

주변 상황을 에둘러 표현하는데 그게 결과적으로 두사람의 얘기가 된다.

그래서 일까,

반어법처럼 무심하게 드러나는 문장과 감정이,

무덤덤한 사람들의 일상이라는 느낌이 들지만,

그런 속에서도 사랑은 얼마든지 짧은 시간에도 정열적으로 불타오를 수 있다고 얘기하는 듯 여겨졌다.

마을 사람들은 라스모이에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고 불평하면서도 대부분 이곳에서 계속 살았다. 마을을 뜨는 쪽은 젊은이들이었다. 그들은 더블린이나 코크나 리머릭으로, 잉글랜드로, 어떤 이들은 미국으로 떠났다. 그리고 다수가 되돌아왔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말 또한 과장이었다.ㆍㆍㆍㆍㆍㆍ(9쪽)

다음의 문장은 많은 얘길 함축하고 있는 듯 하다.

엘리는 그렇게 될 줄 알고 사랑을 하게 된게 아니라,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렇게 된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여 자신이 한게 아닌 것도 아니고,

누구 다른 사람이 시키거나 상대방이 갈구한 것도 아니다.

행위의 주체가 자신이라는 얘기는 결과의 책임도 자신의 몫이란 얘기다.

자기도 모르게 하게 되는 일들을 조심해야 한다. 수녀들은 그렇게 말하곤 했다. 무슨 일이든 그걸 행하는 사람은 바로 자신이다.(117쪽)

 

남자가 이런 생각을 했다는 것이 충격적이었는데,

그러고 나서 셜해나로 향하다가 길가 술집에서 추억에 잠긴 것은 그날의 심란함을 떨쳐버리려는 노력이었음을 깨달았다. 여름이라는 계절로 인해 더욱 목가적으로 느껴졌던 우정을 되도록 길게 끌고 싶었다는 것이 정확한 진실이었다. 하지만 그 우정의 불가피한 종말이 얼마나 깊은 낙심을 안겨줄지는 에상하지 못했다. 그는 단순한 것을 복잡하게 만들고 말았다. 그는 사랑받는 느낌을 사랑했고, 다정함만으로는 충분한 보답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너무 늦게 깨달았다.(189~190쪽)

플로리언은 어쩌면 책임감도 없고 응석쟁이인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한걸음 떨어져 객관적으로 바라보니,

이건 어쩜 이 책의 플로리언만 그런 게 아니라,

세상의 모든 남자들에게 적용되는 것이 아닐까 싶었다.

 

우정을 오래 지속시키고 싶은 자신의 행동이 상대방에겐 얼마든지 호의 이상으로 비춰질 수도 있는 것이고,

그리고 한가지 더 '사랑받는 느낌'을 사랑했다고 하는데,

이 말은 자신이 사랑받고 있다는걸, 바꿔 말하면 상대방이 자신을 사랑한다는 걸 알았다는 얘기이다.

상대방의 감정과 자신의 감정이 같은 종류가 아니라는 걸 알았을땐,

함구할 것이 아니라 감정을 명확히 표현해야 하는게 아닐까.

적어도 그것이 상대방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한다.

 

다정함만으로는 충분한 보답이 되지 않는다고 했는데,

사랑에 대한 보답은 다정함이 아니다.

사랑에 대한 보답은 오로지 사랑 뿐이다.

 

ㆍㆍㆍㆍㆍㆍ플로리언은 엘리 딜러핸을 잊기 힘들기를, 적어도 그런 마음이 남기를 바랐다.(230쪽)

 

"좋은 여름을 보냈잖아요, 엘리."

플로리언은 거짓을 물리치며 부드럽게, 가능한 한 다정하게 그렇게 말했다. 거짓은 시간이 지나 진실이 드러나며 상처에 상처를, 고통에 고통을, 수치심에 수치심을 더할 것이기 때문이었다. 시간의 엄중한 지혜가 두 사람 모두를 벌할 터였다 무자비하게.(234쪽)

 

  그냥 가는 게 낫겠다, 엘리는 그렇게 생각했지만 가지 않았다. "모든 일엔 끝이 있어요." 자신의 이야기를 전부 하던 날 플로리언은 그렇게 말했다. 그리고 그녀는 그 말을 이해했으며 한동안은 받아들이기도 했다.

  플로리언은 넥타이를 매고 재킷을 입었다. 엘리의 컵받침에 살짝 엎지러진 차를 그가 행주로 닦았다.

  "미안해요." 그녀가 속삭였다. 자기가 무슨 말을 하는지, 무엇이 미안한지도 모른 채. 그러다 그건 모든 것이 미안하다는 뜻임을 깨달았다. 후회 아닌 후회로, 갈망으로, 눈물로 그를 귀찮게 해서, 용기가 없어서, 오늘 이곳에 와 모든 것을 더 어렵게 만들어서.

  "나도 미안해요." 그가 말했다. "내가 일을 이렇게 만들었어요. 너무 늦게 깨달았어요."

  엘리는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그가 따라준 차를 마셨다. 아무런 맛이 없었다.

  "나한테는 그런 성향이 있어요." 그가 말했다, "입 다물고 있으면 안 되는 때 말을 아끼는."(251쪽)

 

어떤 의미에서든 이 책을 무척 재밌게 읽었고, 그의 다른 작품이 읽고 싶어졌다.

나이를 먹으면서 느끼는 것은,

수려하고 빼어나며 아름다운 문장보다는,

이 책처럼 수수하고 간결한 문장,

이렇게 일상이 모여 글이 되었는데도

뚯모를 감동을 주는 그런 문장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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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아이즈 2018-05-03 13:35   좋아요 1 | URL
<수려하고 빼어나며 아름다운 문장보다는 수수하고 간결한 문장, 일상이 모여 글이 되었는데도 뜻모를 감동을 주는 그런 문장>이 저도 좋습니다
생각보다 그런 문장이 쓰기가 쉽지 않더라고요

나무꾼님, 여전히 잘계시라 믿어요
바쁜 걸음 지나 조금 여유를 찾는 나날입니다
읽은 책들은 정리를 해놨는데 올릴 짬을 안 내고 게으름 피우고 있답니다~

양철나무꾼 2018-05-04 14:45   좋아요 0 | URL
이제 좀 여유로워지셨군요?
게으름도 때론 필요해요~^^
그래도 언젠가는 귀한 글 올려주실거죠?^^
 

얼마 전 길거리에서 '빅이슈'라는 잡지를 판매하는 걸 흘려보다가 깜짝 놀랐다.

그 잡지를 몇 번 봤는데,

표지는 항상 '빅이슈'가 될만한 아이돌이 등장하곤 했었다.,

요번엔 '셰이프 오브 워터'의 포스터가 차지하고 있었다.

 

 

 

빅이슈 코리아 The Big Issue No.175 : 셰이프 오브 워터
빅이슈코리아 편집부 지음 /

빅이슈코리아(잡지) / 2018년 3월

 

빅이슈에 등장한게 책인지 영화인지는 모르겠으나,

어느 쪽이 되었든 간에,

빅이슈가 될만한 내용이라고 생각한 나는 영화를 볼 때를 놓쳤으니 책으로 구입하였다.

 

 

 

 

 

 

[블루레이]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
20세기폭스 / 2018년 6월

 

 

 

셰이프 오브 워터
기예르모 델 토로.대니얼 크라우스 지음, 김문주 옮김 /

온다 / 2018년 3월

 

책을 다 읽은 지금 내 느낌을 얘기하자면 '완전 '별로'다.

소재가 신선하고 줄거리는 괜찮을지 몰라도,

나는 제대로 읽기가 버거워 책장을 대충 넘겨버렸다.

작가가 누군가 책날개를 펼쳐보니,

내가 싫어했던 영화 '헬보이', '판의 미로'들을 만들었던 그 감독이었다.

'헬보이'는 눈을 질끈 감고 영화를 봤어서 내용도 기억이 나지 않고,

'판의 미로'를 보고나선 재미와 기분 전환을 위해서 보는 영화가 이렇게 어둡고 참담할 필요가 있나 했었다.

요번 경우도, 영화를 보지 않아 장담하기 어려우나,

책으로만 읽어선 잔인하고 폭력적이기 이를 데 없다.

 

그러나 이건 나의 개인적인 취향에 관한 문제일뿐, 책의 완성도, 작품성까지 낮은 건 아니다.

스트릭랜드가 길들여지지 않은 땅에 대해 아는 것이 하나 있다면 그것은 인간의 겉과 속에 반드시 얼룩을 남긴다는 사실이었다.

 오지를 제대로 안다면 그처럼 머리부터 발끝까지 하얀 옷은 입지 않으리라.(22쪽)

 

스트릭랜드는 스멀스멀 올라오는 증오와 혐오, 공포를 억눌렀다. 이 세가지는 인간을 방해하고 속마음을 들키게 만든다고 호이트가 한국에서 가르쳐 주었다. 묵묵히 임무를 수행해야만 한다. 이 상황에서 가장 이로운 감정은 아무것도 느끼지 않는 것이다.(25쪽)

 

예전엔 책이 좋아서 읽기도 했었지만,

어떤 책들은 재밌다기 보다는 의무감으로 읽기도 했었다.

나이를 먹으면서 느슨하고 여유로워 졌는지,

내 취향이 아닌 책들까지 구태여 꾸역꾸역 읽을 필요는 없지 싶다.

내가 앞으로 얼마를 더 살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하루가 다르게 눈이 침침해지는것만 봐도,

(책의) 세계는 넓고 읽을 책들은 많지만,

내가 읽을 수 있는 책들은 많지 않으니까 말이다.

책을 읽기 전에 좋은 책인지, 내 취향의 책인지 검증할 수 없는 고로,

읽다가 재미없으면 치워버리고 새로운 책을 골라읽고 그래도 괜찮다.

한권을 끝까지 읽어야 한다는 의무감에서 해방되어도 괜찮겠다...고 내 자신을 세뇌시켜 본다.

 

책 구입을 최대한 자제하는데도, 구입하고 싶은 책이 3권 있다.

 

 

 

추사 김정희
유홍준 지음 / 창비 / 2018년 4월

 

 

이 책은 나오자마자 눈독을 들이고 있었는데, 친구가 언급하여 더 보고싶어졌다.

그런데 친구는 '완당평전'이랑 거의 비슷한 책일거라는 말까지 보탠다.

덕분에 욕심이 누그러졌다.

 

다음은 심경호 님의 '안평'

심경호 님의 책은 '한문'이나 '한학'에 관한 게 많아서 어렵고 지루하지만,

읽는다기보단 공부하는 느낌에 가깝지만,

읽고나면,

(실은 소장하는 것만으로도, ㅋ~.)

심신이 건강해지고 지식이 마구 쌓여 머리가 무거워지는 느낌이다.

 

 

 

안평
심경호 지음 / 알마 / 2018년 3월

 

구입하고 싶은 마지막 한권은 '사흘 그리고 한인생'이다.

 

 

 

 사흘 그리고 한 인생
 피에르 르메트르 지음, 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18년 4월

 

이 책은 알라딘 이웃 ㅈ님의 리뷰를 보다가 혹한 것도 있지만,

스릴러라는 장르도 내 취향이었지만,

저자가 55세부터 소설을 썼다는 것도 좋았다.

무언가를 시작하기에 좀 늦은 감이 있지만,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걸 몸소 보여준 것 같아서 이다.

 

나이를 먹다보니,

매사에 느긋하고 여유로워지는게 있다.

느리고 더디다는게 무언가를 하는데 장애로 작용하지만은 않는다.

느리고 더디더라도 천천히 무언가를 새로 시작할 수도 있는 것이고,

어떤 분야에서는 자신도 몰랐던 새로운 자질을 발견할 수도 있는 것이니까 말이다.

 

제목은 '셰이프 오브 워터'인데 내내 '셰이프 오브 러브' 라고 읽었다.

'셰이프 오브 러브'여도 좋고 '셰이프 오브 라이프'여도 상관없겠다.

오늘 나는 '셰이프 오브 리딩'에 대해서 얘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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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호랑이 2018-04-25 13:19   좋아요 2 | URL
빅이슈는 노숙자 재활을 돕기 위한 목적으로 발행하는 잡지로 알고 있어요. 길에서 판매원을 보면 구매하려고 하는데, 요즘은 만나기도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양철나무꾼 2018-04-25 14:17   좋아요 2 | URL
알라딘에서 판매되는 것은 여성 홈리스의 일자리를 위해 쓰여진대요.
저는 한번인가 산 적이 있지만,
판매하는걸 봐도 구입하기가 쉽지 않은게 5천원이라는 금액인데,
지갑에 현금을 가지고 있을 때가 많지 않아서 입니다.
제가 자주 만나는 곳은 여학교 근처라서 그런지 모르지만,
주로 여학생들이 자기가 좋아하는 아이돌 덕후질하려고 사모으는 것 같더라구요.
표지가 A형, B형 따로 있을 경우 둘 다 구입하더라구요.

프로필 사진이 바뀌셨네요.
연의 어린이 완전 예뻐요~^^

겨울호랑이 2018-04-25 14:39   좋아요 2 | URL
^^: 그렇군요. 이의로 빅이슈가 학생들에게 인기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네요. 연의를 예쁘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아이가 이제는 책상에 앉아 그림 그리는 것도 좋아하네요. ㅋ 양철나무꾼님 행복한 하루 되세요!

단발머리 2018-04-25 13:48   좋아요 1 | URL
<사흘 그리고 한 인생>은 <오르부와르> 작가의 신작이라 광고하더라구요.
<오르부와르>도 안 읽어봤지만, 이 책은 좀 눈길이 가네요.

전 나이가 먹어도 아직 여유가 부족한 듯 하지만 ㅎㅎㅎㅎㅎㅎㅎㅎ
한 권을 꼭 끝까지 읽지 않아도 괜찮다는 여유는 좀 생긴것 같아요.
세이프 오프 리딩, 근사해요^^

양철나무꾼 2018-04-25 14:28   좋아요 0 | URL
저는 작가조차 낯설어요~^^

아직 여유가 부족하다 하심은...아직 나이를 덜 먹으셨다는 얘기인 것입니다, ㅋㅋㅋ~.
어느 나이에 이르니 여유있고 싶지 않아도 자연 느긋하고 여유 있어지더라는~--;
(느려지고 게을러지기도 하겠죠~--;)
그동안 너무 열심히 살려고,
한눈 팔지 않고 바르게 살려고, 노력한거 같아요.

앞으로 대충 살겠다는 건 아니고,
새가슴이어서 그럴 수 있는 위인도 아니지만,
아둥바둥 살지는 않으려구요.
삶도 그러하고, 사랑도 그러하고,
책도 그러하고 말이죠~^^

갱지 2018-04-25 22:00   좋아요 1 | URL
쉐입오브워터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받는 걸 보고, 줄거리를 찾아봤는데
...
그나저나 빅이슈라는 잡지가 여러가지 기능을 하고 있군요. 음:-)

양철나무꾼 2018-04-26 09:03   좋아요 1 | URL
네, 저도 좋은 영화평에 혹해서 구입하게 됐어요.
줄거리만 놓고보면 완전 아름답고 처연한 사랑 얘기잖아요?^^
그런데 책에서 묘사하고 서술하는 방식이 쫌 그래요~--;

그렇게 아이돌이나 유명 연예인이 표지에 등장하는 잡지에,
‘셰이프 오프 워터‘ 포스터가 등장해서 깜.놀. 했지 뭐예요~^^

나와같다면 2018-04-25 22:58   좋아요 1 | URL
빅이슈 - 셰이프 오브 워터
길에서 빅이슈 파시는 분을 보면 걸음 멈추고 되도록 사려고 저 자신하고 약속했어요..
커피 한 잔 덜 마시더라도요..

양철나무꾼 2018-04-26 09:11   좋아요 1 | URL
저도 마음은 그렇게 먹고 있으나,
지갑에 잔돈이 없을때가 많아서요~--;

완전 멋진 ‘나와 같다면‘ 님, 저도 본받을래요~^^

박균호 2018-04-25 23:43   좋아요 0 | URL
안평..저 책은 장정이 참 탐나요. 오늘 까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문학동네에서 발간을 해서 살까 생각중이에요. 몇번 반복해서 읽고 싶은 책인데 같은 버전은 지겹고 새 출판사에서 새 버전을 낼 때마다 읽고 있거든요.ㅎㅎ

양철나무꾼 2018-04-26 09:17   좋아요 0 | URL
ㅎ,ㅎ...님 책 콜렉션 하는 건 알아줘야 합니다.
전 박형규 님 번역본으로 가지고 있는데,
(아직 읽을려고 시도조차 하지 않았고, ㅋ~.)
요번 문동 표지가 쫌 예뻐서 저도 어찌할까 고민 중입니다.

그나 저나 님의 글도, 책도, 뜸하고 적조합니다.
잘 지내시는거죠?^^

AgalmA 2018-05-08 17:51   좋아요 1 | URL
<완당평전> 안 읽어서 저는 <추사 김정희> 더 재밌게 읽을 듯^^! 굿즈 폭풍 공세가 어찌나 심한지 많이 팔릴 거 같더군요ㅋ

<사흘 그리고 한 인생>도 알라딘 굿즈로 주는 파우치가 어찌나 탐나는지 매일 참고 있어요;_;)... 범죄와 심리 다루는 게 도선생 비슷한 스타일 같아 더 끌리고용~

민음사, 열린책들 버전이 다 있어서 이쪽 다 보고 문동 카라마조프도 보자 싶은데 표지는 정말 잘 뽑아낸 듯ㅎ! 번역자와 제 궁합도 있는 것이어서 무턱대고 살 건 아닌 거 같고 오프라인에서 좀 살펴봐야 할 거 같아요.

전혀 셰이프 오브 리딩같지 않은 소인배의 수다였습니다ㅎ;;;

양철나무꾼 2018-05-08 17:35   좋아요 0 | URL
셰이프 오브 리딩이 뭐 별건가요?
책수다, 굿즈 수다가 바로 그것이지요, ㅋ~.

전 요즘 인터넷으로 강의를 들을게 있어서, 책을 좀 멀리하는 중인데,
강의를 들으면서도 읽을 책을 펼쳐놓고 눈으로는 독서를 귀로는 강의를 듣는 멀티테스킹을 감행하고 있어요.
말이 멀티테스킹이지 암것도 제대로 못 하는데,
그래도 읽을 책은 꾸역꾸역 펴놓는 제 자신이 우껴요~^^

요즘 알라딘 굿즈가 날로 진화해요.
미니멀라이프를 실천하겠다며 굿즈 욕심을 잠재웠는데,
이렇게 예쁘게 나오면 대책이 없지 싶습니다.

전 이상하게 박형규 님 번역이 좋더라구요, 완독을 하든 건드리기만 하든~^^.
 
검사내전 - 생활형 검사의 사람 공부, 세상 공부
김웅 지음 / 부키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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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 용어가 어렵고 복잡해서 머리 뽀글거리는 것도 있지만,

나는 법 없어도 살 사람이라는 생각이 은연중에 있었고,

만약 무언가 필요하다고 해도 그건 법보다는 주먹이라고 생각했었나 보다.

때문에 책 제목에 '검사'가 들어갔다는 이유만으로 이 책을 법률 용어 사전 보다 어렵게 여겼었고,

굳이 어려운 책을 머리 뽀글거려가며 읽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었다.

 

그래도 여러 저기서 권하길래 예전에 사뒀는데 남편이 집어가 버려 그렇게 잊혀졌었다.

늘 내게 읽을 책이 넘쳐나는걸 아는 남편은 책을 집어가거나 가져다 줄때 별다른 코멘트가 없다.

그런데 이 책을 돌려주면서는 책장에 꽂는 대신 거실 탁자 위에 잘보이도록 올려놓았고,

그러고도 뭐가 못 미더운지 재밌다며 제일 먼저 읽으라고 귀띔까지 하는데,

책은 여러 사람들의 말처럼 재밌었다.

 

처음 집어들었을때만 해도,

이런 종류의 책이 재밌으면 얼마나 재밌을까...감안하고 읽어야지 했는데,

그건 기우에 지나지 않았고,

정말 재미있었다.

 

내용도 재미있었고,

문장력까지 갖추었으며,

문장의 구성이나 호응도 완벽한거라.

거기다가 인터넷 게임 용어나 스포츠 선수 이름까지 자유자재로 구사하는데,

어려운 법 공부를 하면서 이런 데 한눈을 팔 시간이 어디 있었을까 싶은 것도 잠시,

책 속으로 빨려 들어가 버렸다.

 

책은 엄청 재밌게 읽었지만,

난 아직 귀족형 검사와 생활형 검사를 구분하지 못하겠다.

그들이 우리 삶에 어떤 식으로 스며들어 있는지도 모르겠으며,

법이나 변호사, 검사, 판사 등이 무슨 일을 하는지 제대로 알지 못 한다.

그래서일까, 이 책에 나오는 일례들이 웃다가 배꼽을 분실할 정도로 재밌기는 하지만 설득력있게 다가오지는 않는다.

이것은 저자 김웅이 내는 목소리가 잘못된 것이 아니라,

저자 같은 목소리를 내는 사람이 미미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수민씨 등 피해자에 대한 지원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예산도 부족하고 인원도 부족해서 한참을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죄 지은 자들의 갱생과 재활을 위해서는 그렇게 많은 돈을 쓰면서 왜 피해를 입은 사람들에게는 제대로 지원을 하지 않는지 궁금하고 짜증났다. 그녀들은 주변의 도움이 절실했다. 무엇보다 경제적인 도움이 필요했고, 정신과 치료와 법률적 조언이 시급했으며, 따뜻한 위로가 절실했다. 그러나 어디서도 도움을 받을 수 없었다. 정의를 외치는 그 많은 단체와 변호사들 중에서 수민 씨 같은 피해자를 생각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 그것이 명예나 정치적인 입지를 주는 것이었다면 그렇게 무관심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그들의 말을 믿지 않는다.(121쪽)

죄 지은 자들은 벌을 받는다...까지는 불문률만큼 당연한 것이라 생각했지만,

남겨진 피해자들의 처우에 대해선 한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다시말해, 교과서 적으로 죄를 지으면 벌을 받지만,

죄를 짓고 송사를 다투고 하는 사이에도,

아니 판결이 난 후에도 여전히,

삶은 쭈욱 연결된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했다.

그리고 이런 일련의 일들이 가해자 뿐만 아니라 피해자의 삶을 얼마나 참혹하고 피폐하게 만드는지에 대해서 깊이 생각해 본적이 없었다.

 

백과사전급 지식이나 적절한 예문 또한 이 책을 돋보이게 한다.

 

이 책을 통하여 새롭게 알게 된게 있는데 法이란 용어와 관련해서 이다.

 法이란 말의 어원은 물이 가는 것이란 뜻과 전혀 관련이 없다. 원래 법이란 더러운 것을 싫어하는 상상 속의 동물인 '해태(獬)''가 죄지은 사람 쪽으로 '가서(去)' 그 사람을 물어 죽인다는 뜻이다. 성질이 더러워서인지 해태는 그 글자가 너무 복잡했기 때문에 결국 물 수 변으로 줄인 것이다. 물이 아니라 해태가 가는 것처럼 우연적이고 응보적이며 냉정한 것이 법이라는 뜻이다. 그걸 두고 '물이 가는 것처럼 순리대로 따르라는 것이 법'이라고 해석하는 것은, 신림사거리를 줄인 '신사리'를 두고 신사가 많은 곳이라고 설명하는 것과 같다.(225쪽)

 

 '식스센스'라는 영화와 'X-파일'이라는 드라마가 인기를 끈 이후로 사람들은 반전과 숨은 음모를 당연시 하고 현실에서도 그런 추측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한다. 그러면서 이런 얘기를 한다.

  신묘한 추측과 귀신같은 추리는 대개 독이다. 그런 추측과 망상을 댓글로 쓰는 거야 대수로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검사가 그런 추리소설을 써나간다면 무척이나 죄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공명심과 대중의 환호는 양심을 마취시키고 사람들이 바라는 결말을 만들어내고 싶은 욕망을 만든다. 대개 언론 플레이를 잘하고 거물 행세하는 검사들에게 그런 면이 있다. 빈약한 상상력 대신 후흑의 심장을 가지고 있는 그들은 대중이 원하는 결론을 만들어내 정의의 사도로 각광 받는다. 정의의 사도가 각광을 챙기고 떠나면 다음 세대는 그 부작용으로 고통을 받는다.

  물론 꼭 공명심이나 각광을 탐해서 직선적인 추측을 하는 것은 아니다. 직선적인 추정은 편리할 뿐 아니라 피로에서도 벗어날 수 있다. 하지만 세상 일이 어떻게 인천공항 활주로처럼 직선이겠는가. 모든 살아있는 것은 곡선이고 움직인다. 사람이 경직되는 것은 오직 죽었을 때뿐이다. 그래서 직선적인 추측은 죽음을 상징한다.(253쪽)

 

저자 김웅의 독서습관과 관련해서도 나랑 닮은 부분이 많아서 공감이 갔다.

  나이 먹어서 읽는 책은 큰 도움이 되지 않는 것 같다. 지금도 꾸준히 읽는 편이지만 마치 철새 같다. 내 것인 것 같지만 내 것이 아니다. 게다가 생각이 아집으로 굳어버려 그에 맞는 책이 아니면 불편해진다. 이해가 안 되는 책이 대부분이고 그럴 때면 늘 번역 탓을 하며 겸손과 교양이 들어가야 할 자리를 비난으로 메워버린다. 무엇보다 이제는 책보다 더 재미있는 것이 많아졌다.(263쪽)

 

책 중간중간에 지금의 그를 있게 만든 것들에 관한 얘기가 나오는데, 길동도사에 관한 얘기는 흥미로웠다.

길동도사 비슷한 사람에 관한 얘기는 여기저기서 종종 들었었지만,

그들 자체의 기행에 관한 애기였을뿐 사람에게 영향을 미쳤다는 얘기는 처음이어서 흥미로웠다.

저자 김웅은 그때의 얘기를 이렇게 기록하고 있다.

빨래터에서 내가 미친 짓을 하자 사람들은 날 더 이상하게 쳐다봤다. 하지만 나는 더 이상 800도로 타오르지 않았다. 주위의 시선, 경멸의 눈초리, 그렇게 두려웠던 것들이 실상 살을 뚫고 들어오는 것은 아니었다. 아무리 부끄러워도 사람의 시선만으로 사람을 죽일 수는 없었다. 게다가 사람들은 다른 사람에게 별다른 관심이 없다. 내가 아무리 이상해도 사람들은 나에게 큰 관심이 없었다. 그리고 세상에는 정상적인 사람보다 비정상적인 사람이 더 많다. 남과 다르다고 숨을 필요는 없었다. 어차피 자신이 보고 있기 때문에 어디로 숨을 수도 없다.(270쪽)

오늘날의 김웅을 있게 만든 힘이 아닌가 싶다.

 

내가 법을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이런 구절들도 있다.

  문제는 법률서비스란 되도록 받지 않는 것이 좋다는 점이다. 목적지가 바로 집앞이라면 굳이 차를 타고 갈 필요가 없듯이, 법률서비스도 꼭 필요한 것이 아니라면 되도록 이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법률서비스는 보약이 아니다. 불가피할 때 부작용을 각오하고 어쩔 수 없이 택해야 하는 일종의 치료약이다, 많이 이용한다고 몸과 정신이 건강해지지는 않는다. 오히려 그 반대다. 하지만 변호사가 늘어나면 굳이 다툴 것 없이 합의로 해결할 문제도 소송이나 고소로 이어지게 된다.(소송은 재판을 말하고, 고소는 피해자가 범죄 사실을 수사기관에 알리는 것을 말한다.) 소송을 통해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가르침이라곤 다시는 송사에 휘말리지 말아야겠다는 다짐 정도일 것이다.(283쪽)

 

재밌게 읽었고,

세상에는 이런 저런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만,

그렇다고 내가 법이나 변호사, 검사,판사 등을 친근하게 또는 만만하게 생각할 것 같지는 않다.

여전히 적당히 거리두기를 할 것이다.

다만 김웅 님의 이 책을 통하여 검사 내부에서도 이런 자정의 목소리가 있다는 정도는 기억할 것이다.

기억하겠다는 말의 숨은 이면에는 가해자든 피해자든 누구든 간에 지금 이 순간도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고,

사람 사는 이 세상이 아름다운 것은 지금 이순간에도 누군가는 삶을 살아가기 때문이다.

삶은 그렇게 이어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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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잠시 신이었던 문학과지성 시인선 508
유희경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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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한권을 읽고 무한 감동을 받기엔 너무 나이가 들었나 보다.

유희경 시인은 언젠가 '오늘 아침 단어'라는 시집을 선물받아 읽게 되었는데,

그때 나와 감성의 파장이 비슷하다고 설레발을 칠 정도로 좋았었다.

('오늘 아침단어' 리뷰 링크==>)

그랬는데 요번 시집을 읽고 별다른 감흥이 없었던 걸 보면,

시인의 시나 감성의 파장이 바뀌었을리는 없고,

내가 무덤덤한 것이 나이들어가나 보다.

 

내 자신을 한걸음 떨어져서 관조적으로 평가해 보자면, ㅋ~.

사람 사는 세상 모든 것이 사랑으로 연결되지만,

연애 감정이나 사랑 얘기 따위,

직접적으로 사랑에 대해서 언급하지 않더라도 사랑이나 사랑 그후에 오는 상실이나 쓸쓸함에 대한 얘기가,

아름답다기보다는 공허하게 들린다.

 

그런데, 이 시집에서 사랑을 떼어내고 관계나 존재에 관한 것에만 집중하여 읽으려 하니,

무슨 말인지 모르겠고,

무슨 말인지 알아먹지 못하다 보니, 마냥 어렵게만 읽힌다.

 

개인적으로 문지시인선의 표지 초상화를 좋아하는데,

지난 번 시집도 좋았지만,

요번 시집도 좋았다.

여백에 채색을 하여 얼굴을 두드러지게한 이런 기법을 뭐라고 하는지 모르겠지만,

엄청 분위기 있고 시적이다.

 

시집은 내가 괜히 툴툴거려서 그렇지,

1, 2, 3부 제일 앞에 '우리에게 잠시 신이었던'이란 제목의 시로 배치하는 등,

기법 면에서도 산뜻했다.

시는 제목만 같을 뿐이지 전혀 다른 내용의 독특한 시다.

 

좋은 시가 여럿 있었지만,

개인적으로 이런 시들이 좋았다.

 

무사

 

   한 아이에 대해 쓰는 시는 앞을 보지 못한다 우묵한 저

물녘 아이가 길을 배워가는 그런 시를 나는 쓰고 있다 아

이가 내민 길고 가늘고 하얀 지팡이가 길고 가늘고 하얗

게 빛난다 그것을 본 적 없이 아이는 웃는다 나는 아이의

즐거움을 모르겠다고 적는다 아이의 뒤에서 선생은 구령

을 붙인다 하나와 둘 사이를 짚고 아이는 넘어지지 않을

것이다 그것이 나를 불안하게 만든다라고 적은 문장은

지우기로 하지만 여전히 나는 조마조마하다 무엇이 무엇

인지도 모르는 것이 깨질 듯 종내 깨져버리지 않고 거기

어둠이 있어 좁고 아득하기 때문이다 그런 것은 너무 많

다 그런 것이 너무 많다 그러나 그들이 돌아오는 길에 대

해서는 아무것도 적지 않기로 한다 나는 그것을 보지 못

하였다

 

이 시를 읽으면서 그런 문장이 떠올랐다. 보이지않는다고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보지 않은 것에 대하여 섣불리 얘기해서는 안되지만,

그렇다고 해도 지나친 낙관은 금물이다.

 

앞을 보지 못하는 아이 뿐만 아니라 간혹 해맑게 웃는 아이들을 볼때가 있다.

그 웃음이 너무 해맑아 부러우면서도 불안할 때가 있다.

하지만 나의 기우 따위는 안중에도 없이 아이들은 웃음 외의 다른 감정들은 경험하지 못하였고,

때문에 해맑게 웃을 수 있는 것이다.

아이의 웃음이나 즐거움은 내 기준으론 알 수 없는 것이다.

 

이 시도 좋았다.

 

안과 밖

 

   잎을 뒤집으면 거기, 살과 뼈의 사람이 있어 색 다 벗

겨지고 투명해지도록 울창한 한 계절 함께 나고 싶었네

숲을 심고 들어가 나무가 되고, 둥치가 되어 둥치마다 이

름을 새기고, 이름이 되어 고개를 들면 일렁이는 평생을

잇는 단서가 있을 거라 믿고 싶었네 그러나 바람이 불어

도 뒤덮여 썩어가는 것이 있어, 몸을 半 묻고도 다 울 수

도 없는 지금이 前生이지 나는 아무것도 적지 못하겠네

가는지 오는지 더듬어도 없는 흔적이어서, 그제야 뒤집

어도 보이지 않고 놓아도 가라앉지 않는 사람의 뼈와 살

이 거기 있었네

 

이외에 '놀라운 지시', '봄' 등 아껴읽을 시가 많았다.

 

소설이 됐든,

수필이나 자서전의 형태가 됐든,

아니면 시여도 좋고,

안으로 자기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 보는 글은,

그윽하고 웅숭깊은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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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4-18 17: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4-19 11: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syo 2018-04-18 17:14   좋아요 0 | URL
꾸준히 시 읽으며 자기와 맞는 시를 찾고 갱신하는 일 자체가 첨 멋진 일이라고 생각해요.

멋진 나무꾼님이세요.

양철나무꾼 2018-04-19 11:38   좋아요 0 | URL
시집은 꾸준히 사들이고, 시는 꾸준히 읽어요.
근데 저랑 맞는, 제 취향의 시집만 사들이는데,
취향이라고 장만해도,
어떤 땐 잘 들어맞고 어떤 땐 비껴가고 그래요~^^

전 면허증만 갱신하면 된다고 생각했었는데,
시 목록도 갱신 가능하군요.

참 이상한게 같은 단어라도 syo님이 사용하시면 되게 멋지게 들려요.
그런 syo님에게 멋지다는 소리를 들어서,
이 아침 (밥을 먹어 배가 빵빵한데도 불구하고) 날아갈것 같아요~^^

AgalmA 2018-04-19 09:03   좋아요 0 | URL
표지 그림이 착각을 줄 여지가 많은 듯ㅎ 이 시인 잘 모르는 사람은 이름도 그렇고 여성 시인이라고 보기 딱 좋은ㅎ;
유희경 시인 시는 뭐랄까. 바람이 불고 커튼 뒤의 풍경이 살짝 드러났다가 다시 가려지는 그런 느낌이랄까요. 요즘 문지 시집 좋아서 계속 사게 되네요^^

양철나무꾼 2018-04-19 11:44   좋아요 1 | URL
agalma님 페이퍼에도 이 시인 등장하는 거 봤어요.
이시인 ‘위트 앤 시니컬‘이라고 ‘시집 서점‘을 운영하신다죠.
서점 제목으론 어떤지 모르겠지만,
위트는 좀 글쎄~@하고 고개를 갸우뚱하게 되지만,
요번 시집 시니컬한 것이 멋지구리 합니다.

님의 ‘바람이 불고 커튼 뒤의 풍경이 살짝 드러났다가 다시 가려지는 그런 느낌‘이란 표현도 완전 죽음입니다~^^
 
평범한 게 어때서
로빈순 지음 / 동아일보사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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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 어제부터 머리가 복잡하다길래,

머리를 빨래처럼 햇살에 내다 말리라고 했었다.

버릴 것 버리고,

헹구고 탈탈 널어서 말리면,

그럼 간단해진다고 너스레를 떨었었다.

 

그런데 오늘까지도 머리는 맨날 복잡하기도 하고 단순하기도 하다며,

답이 없다고 하는데,

이 책을 읽고 있었다.

 

양철나무꾼이라는 나의 닉처럼 '썸웨어 오버 더 레인부우'라고 흥얼거리고 싶기도 했었지만,

어쩜 그림 속에서처럼 '아 썅 그래도 힘든 건 힘들어...' 라고 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좀 과격한 표현이긴 하지만,

때론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순간 위로가 되기도 하니까 말이다.

 

요즘이야 책이 눈 뻑뻑함과 안구 건조 등 각종 안과질환을 유발하지만,

본디 책은 종류를 막론하고 내게 만병통치약 쯤이었다.

소설 책 등을 읽으며 감정이입하여 대리 감정을 느끼기도 하고,

전문 분야 서적 을 읽으면서 객관적 지식을 습득하기도 한다.

 

간혹 이런 종류의 책을 읽긴 하지만,

이렇게 몰입하고 감정 이입을 하게 될 줄은 몰랐다.

무한 위로가 되는 것이 세상엔 이런 종류의 처방전도 있음을 일러주는것 같다.

 

어떤 부분이 그렇게 위로가 되었냐고 한다면 딱히 꼬집어 애기할 수는 없으나,

읽고나서 가슴이 말랑말랑하고 넉넉해지는 느낌이랄까,

세상은 아직 살만한 곳이라며 따뜻한 온기를 나눠주는 느낌이, 싫지 않았다.

오히려 좋았다.

 

이 책의 제목이 되는 '평범한게 어때서'는 이런 부분에서 비롯한 것 같다.

 

세상에는 멋진 싱글, 골드 미스, 플레티넘 미스 등 당당한 독신이 많다. 하지만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사는 평범한 삶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165쪽)

라고 하는데,

요즘은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사는 것도 '평범한 삶'이지만,

'멋진'이 됐건, '당당한'이 됐건, 설혹 '찌질한'이란 수식어가 붙더라도 그 또한 평범한 삶이 될 수도 있다.

 

주변을 인식하고 소심한 성격에, 안달을 하고 사는 순간,

자신을 들볶는 순간, 찌질해지는 것이고,

그것 또한 평범한 삶이어서 위로가 되는 것이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안해보던 많은 일들을 아이를 위해 하며 사는 삶 또한  다른 의미로 평범한 삶이어서 위로가 되니까 말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낀 것은 삶의 매순간순간이 때때로 찌질하게 비춰질 수도 있지만,

그게 나의 또 다른 모습이어서 쉽게 공감할 수 있었고,

가슴 뜨뜻해져 오는 것이 위로가 되는 느낌이었다.

 

여러 부류의 많은 사람에게 위로가 될 수 있겠지만,

나처럼 나이 마흔을 넘긴,

직장 생활을 하는,

섬세하고 소심해서 마음이 안달루시아를 넘나드는 사람에게는 특히 무한 위로가 될 것이다.

 

사실 난 이 책을 만나기 전에,

이 책의 저자 로빈순 님의 블로그(=>링크)를 먼저 만났었다.

기분이 꿀꿀할때면 블로그의 글들과 그림을 혼자 훔쳐보면서 낄낄거리다 보면 나아지곤 했었다.

그런데, 그런 로빈순 님이 요즘 좀 그러하신가 보다.

그런 와중에도 이렇게 반짝이는 글을 쓸 수 있다니~.

스스로 반짝이는 삶도 멋지지만,

더불어 같이 밝아지는 삶 또한 아름답다.

그리고 이 책의 저자 로빈순 님이야말로 어떻게 해서 더불어 반짝일 수 있는 지 알고 있는 것이 틀림없다.

이 글은 로빈순 님의 블로그에서 업어왔다.

나에겐 통치방이었는데,

다른 사람들에게도 그러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왜냐하면 나의 남편 또한 재미도 없고 멋대가리도 없지만 내게 사기친 적은 없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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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8-04-17 20:17   좋아요 1 | URL
가끔 사람을 악의 길로 인도하는 ‘독약‘ 같은 책도 있어요. ^^;;

양철나무꾼 2018-04-18 09:49   좋아요 0 | URL
전 왜 사람도 나쁜 남자가 더 끌리고,
책도 독약 같은 책이 더 좋아 보이는 것인지, 원~--;
(퍽=3 <--머리를 스스로 쥐어박는 소리. 나 지금 뭐래니? 응?)

cyrus님이 권해주시는 책은 독약이라도 마셔볼 의향 있습니다~^^

세실 2018-04-17 21:44   좋아요 0 | URL
마음이 안달루시아...ㅎㅎ
재미 없고 멋대가리없는 남자! 우리집도 추가합니다.

양철나무꾼 2018-04-18 09:55   좋아요 0 | URL
전 겉으로는 매사에 의연한척 하는데,
속으로는 안달을 할때가 많습니다.
그리고 남편에게는 안달을 표현하게 되구요.
요즘은 아들이 좀 컸다고 아들에게까지 안달을 할때가 있는데,
아들 유전자의 반은 아빠에게서 비롯되어 그런지 어떤지,
재미 없고 멋대가리 없기로 우열을 가리기 힘듭니다~--;

세실 님 댁도 그러하시다니,
세실 님이랑 끈끈한 동지애가 느껴지는 거 있죠~^^


AgalmA 2018-04-18 05:11   좋아요 0 | URL
머리 복잡할 땐 그림그리기, 트랜스 음악에 맞춰 춤추기, 미뤄뒀던 영화 보기, 만화책 보기 등등이죠!
그림이 나와서 이 책 보신 건가 보다^^

양철나무꾼 2018-04-18 09:59   좋아요 0 | URL
네~, 권해보겠습니다.
전 머리가 복잡할때는 뜨거운 물에 몸을 푸욱 담그는 목욕을 한 후,
독한 술을 한잔 마시고,
아무 생각 안하고 자는게 좋더라구요~^^

네, 그림체가 예뻐서 이 책 본 거 맞습니다.^^